150화 : The Great War
독일 제국이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며칠 후.
[독일 국민에게 고합니다.]
독일 전역의 라디오에서 전쟁을 알리는 빌헬름 2세의 연설이 흘러나왔다.
[독일 제국이 형성된 이후 42년 동안 나와 나의 선조들은 세계 평화를 유지하며 우리의 평화롭고 활기찬 조국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왔습니다.]
“다녀올게. 여보.”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제발 멀쩡하게 살아만 돌아와 줘요.”
반값이란 소리에 넘어가 라디오를 샀다가 아내에게 등짝을 맞은 남자, 디트리히는 울 것 같은 표정의 아내와 자식들을 꼭 안아 주며 마지막일지도 모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징집 영장을 손에 들고, 그와 마찬가지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채 집을 나선 수많은 독일의 아버지들과 함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입영소로 향했다.
[그러나 우리의 적국들은 우리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자 우리를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아들들이여. 저 독일인들이 우리 슬라브인들의 정당한 영토를 노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교회의 수호자이자 모든 슬라브 민족의 맏형인 우리 러시아가 나설 때다!”
“와아아아아아!! 러시아 제국 만세! 신이시여, 차르를 지켜 주소서!”
“……내 선택이 정녕 옳은 것인지 모르겠군. 라스푸틴.”
연설을 마친 니콜라이 2세는 광기와도 같은 신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살짝 지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도 전쟁을 망설이고 있었지만, 정작 그를 제외한 온 세상은 전쟁을 원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폐하. 주께서 폐하와 러시아를 지켜 주고 계십니다.”
“그래. 부디 그러길 바라네.”
니콜라이 2세는 언제나처럼 미소 지으며 듣기 좋은 말만 해 주는 라스푸틴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주께서 러시아 제국에 승리를 가져다주길 기도할 뿐이다.
[유럽의 동쪽과 서쪽에서 우리 독일 제국을 향해 공공연하면서도 은밀히 적개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우리의 역량과 책임을 알고 오늘날까지 참아 왔습니다.]
“이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기만입니다! 제2차 인터내셔널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옳소! 옳소!”
라이히스탁의 의원들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세계대전 개전과 전쟁 국채 발행에 찬성표를 던지는 가운데 제1야당인 사민당에선 여기저기 고성이 오갔다.
그리고 그 지분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다름 아닌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를 비롯한 사민당 내 좌파들이었다.
룩셈부르크가 외쳤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독일 인민에 대한 전쟁 동원을 거부해야 합니다. 정녕 동지들은 이대로 국제주의와 계급 타파의 기치가 제국주의 지도자들의 야욕과 민족주의의 광기에 더럽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
“그럼, 여전히 봉건주의란 과거의 잔재 속에 머무르고 있는 저 낡아 빠진 러시아 제국 따위에 독일 제국이, 우리 조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오?”
그러나 사회당의 당수이자 원 역사에서 독일 제국의 마지막 총리, 바이마르 공화국 최초의 대통령이란 굵직한 타이틀을 달았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Friedrich Ebert)와 베른슈타인을 비롯한 사민당 당원 상당수는 여전히 차가운 반응이었다.
독일 제국이 러시아 제국에 패배하면 이제야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독일의 사회주의는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설령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에 반하는 것이더라도 독일의 전쟁 수행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에베르트와 베른슈타인을 비롯한 사회당 주류의 의견이었다.
“카우츠키 동지! 동지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으음……. 나 또한 개인적으론 전쟁엔 반대하지만, 일단은 에베르트 동지와 베른슈타인 동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의 교황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카우츠키마저 그리 조심스럽게 말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국제 노동자들의 연대는 대체 어디로 팔아먹었는가. 정녕 이들이 마르크스주의자이긴 한 건가?
‘이대로라면 제2차 인터내셔널은 파멸이다.’
이미 독일뿐만 아니라 전 유럽이 전쟁을 향해 일직선으로 폭주하고 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그토록 경계했던 광기 어린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인해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전 더는 당신들의 동지로 남지 않겠습니다.”
“룩셈부르크 동지!”
결국, 로자 룩셈부르크는 그녀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사민당을 떠났다.
사민당은 분열했다.
그리고 다시는 옛날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적대 세력들은 우리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열한 공격을 준비하면서 우리 독일 국민은 조용히 방관만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하, 총동원령이 신속하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독일군은 이미 저지대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젠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중립국인 벨기에를 침공하는 건…….”
프랑스 총리, 장 루이 바르투(Jean Louis Barthou)는 조제프 조프르의 강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망설이는 얼굴로 입을 제대로 떼지 못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를 죽인 미치광이 세르비아나 이런 세르비아를 돕겠다고 나서는 러시아나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프랑스의 하나뿐인 동맹인 이상, 이젠 독영협상과의 전쟁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
그것만 해도 바르투로선 피를 토할 것만 같은 일인데, 조프르와 군부는 독일군의 전쟁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벨기에 선제 침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로선 원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요. 바르투 총리.”
“푸앵카레 대통령님.”
그러나 강경한 반독주의자였던 프랑스 제10대 대통령 레몽 푸앵카레(Raymond Nicolas Landry Poincaré)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듯 총리를 설득했다.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우리는 적보다 결코 유리하다 말할 수 없소. 그렇기에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야 하오.”
“그것이 벨기에 침공이라도?”
“벨기에 침공이라도.”
바르투 총리는 고개를 숙이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이내 위대한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결단을 내렸다.
“조프르 총사령관, 벨기에 공격을 승인하겠소. 부디 조국 프랑스에 승리를 가져다주시오.”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조제프 조프르와 프랑스 장성들은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우리 동맹국들은 자기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굴복당하면 우리의 국력과 명예도 잃게 되는데, 적들은 우리가 동맹국을 지원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으로 결판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와아아아!!”
“독일 제국 만세!”
“독일 청년들이여, 전장으로 가자!”
“오……!”
한편, 길거리 화가에서 미대 청년이 된 히틀러는 베를린 광장에 모여 전쟁에 도리어 환호성을 지르는 청년들 사이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예술가는 언제나 영감에 목마른 법이고, 전장만큼 영감이 넘쳐나는 장소는 없으니까.
철딱서니 없는 소리였지만, 이는 비단 히틀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독일의 젊은 남아의 절대다수는 전쟁의 참극을 모른 채 오로지 전쟁의 낭만만을 노래하며 나폴레옹 전쟁과 보불전쟁에서 싸운 자신들의 선조들처럼 전장에서 국가를 위해 싸우며 명예와 영광을 거머쥐고 싶어 했다.
그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발로 모병소를 향해 걸어 갔고, 이런 자원입대 열풍은 독일을 넘어 전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히틀러의 발은 그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물론, 겁쟁이처럼 전쟁에서 도망치려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이센군은 좀…….’
이러니저러니 해도 히틀러는 프로이센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는 오스트리아 출신이었다.
적어도 싸울 거면 그나마 동질감이 있는 바이에른 왕국군에서 싸우고 싶었던 히틀러는 뮌헨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창 평화로운 이때 바깥 세계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 일어납시다. 총칼을 듭시다. 주저하거나 늦추면 조국에 대한 배신입니다.]
“정말 고작 세르비아 하나 때문에 대전쟁을 벌일 생각인가?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다우닝가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암살이 유럽 열강 간의 대전쟁으로 번질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적어도 허버트 헨리 애스퀴스 총리 자신은 아니었다.
“독일은 우리에게 동맹으로서 참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
에드워드 그레이 외무장관의 말에 다우닝가는 침묵에 빠졌다.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영국인들은 혐성이란 칼라로 연결되어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꼭 참전해야 하나?’
솔직히 독일 제국이 직접적으로 공격받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이들은 공격받았어도 망설였겠지만.
“일단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상황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결국, 영국은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우리 부대는 현 시각으로 벨기에 국경지대로 이동한다!”
“빨리빨리 움직여! 독일 놈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차지해야 해!”
이미 전쟁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것을.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전 유럽에 전쟁이 다가오고 있소. 그렇기에 우리 영국 해군은 전함이 한 척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고.”
“이보세요. 처칠 장관!”
그 와중에 제1차 세계대전 최악의 트롤러는 또다시 애꿎은 오스만의 전함을 빼앗고 있었다.
“우린 영국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게다가 이미 돈도 냈고, 이렇게 전함을 인수할 요원들도 도착했는데,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는 게 어딨습니까?!”
“뭐, 오스만 제국에겐 미안하게 되었지만, 우리 영국은 당신들의 말대로 우호국이니 이해해 주리라 믿소. 아, 물론 돈은 주겠소. 하루에 대여비로 100파운드씩 내면 충분하리라 생각하오만 어떻소?”
‘그게 뭔 개소리야, 이 돼지 새끼야!’
전함을 인수하러 온 오스만 해군 장교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눈앞의 금발 대머리 돼지 양아치를 향해 속으로 욕을 내뱉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장관님? 정말 이래도 괜찮겠습니까? 얼마 전에 독일 제국의 한스 폰 초이 외무장관이 오스만 제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영국인들도 차마 이건 아닌 것 같은지 우려하는 얼굴이었지만…….
“우리 영국 해군의 전력이 강해지면 독일도 좋은 거 아닌가? 한스 폰 초이는 아시안치고 영민한 친구니 내 생각을 이해할 거야.”
영국 해군장관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의 철면피는 막강했다.
그렇게 프리드리히급 열풍에 힘입어 원 역사보다 빨리 건조된 것이 무색하게 술탄 오스만 1세와 레샤디에는 HMS 애진코트와 HMS 에린으로 또다시 창씨개명되고 말았다.
[이번 전쟁은 우리 조상들이 새로 건설한 우리 독일의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이번 전쟁은 독일의 힘과 독일의 문화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황제를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젠 유럽 열강들의 전쟁이라고? 다들 미쳐 돌아가고 있군.”
“두려운가?”
“아니,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라도슬라보프 총리. 명령만 내려 주신다면 당장이라도 저 세르비아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습니다!”
“워워, 일단은 진정하게나. 당연히 참전은 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우리 불가리아의 몫으로 얼마나 떼어 줄지 독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우선 아니겠나?”
사라예보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리로서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한 바실 라도슬라보프(Васил Христов Радославов)는 그리 말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복수의 때가 도래했다.
저 간악한 세르비아를 멸망시키고, 저들에게 빼앗긴 우리 영토를 되찾는다.
그것이 불가리아의 생각이었고, 이는 그리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폐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버지 요르요스 1세가 지난 3월에 산책하다 암살당한 후 새롭게 왕위에 오른 콘스탄티노스 왕세자 아니, 콘스탄티노스 1세는 베니젤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의 편으로 참전하는 것은 독일군에서 교육받고 독일군 장성들과 어울리던 그가 누구보다 바라던바.
“참전을 준비하게. 베니젤로스.”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마지막 한 사람, 마지막 한 마리 짐승까지도 목숨을 다해 조국을 지킬 것입니다.]
반면, 불가리아와 그리스와 달리 오스만 제국은 고민이 많았다.
현재 오스만 제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잃어버린 발칸 반도의 영토를 되찾는 것.
그런데 하필이면 지난 발칸전쟁의 결과로 오스만의 앞마당을 차지한 불가리아와 그리스가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아군으로 참전하려고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쟁에 참전해 봤자 오스만 제국이 얻을 것이 없었고, 오랜 숙적인 러시아보다 더 꼴 보기 싫은 불가리아, 그리스와 한편을 먹기도 싫었던 메흐메드 5세와 오스만 고관들은 중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중립을 지키는 게 낫지 않겠소? 어차피 지난 전쟁에서의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지도 못한 상황이고.”
“그래요. 독일도 우리에게까진 굳이 참전하란 소리도 하지 않았잖소. 그냥 세르비아가 망하는 걸 케밥이나 먹으면서 구경이나 합시다.”
그렇게 오스만 제국은 일단은 상황을 관망하며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으!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넘겨야 한다니!!”
물론 이를 반기지 않은 사람 아니, 이스마일 엔베르도 있었지만.
“엔베르 파샤! 엔베르 파샤!”
“후우……. 또 무슨 일인가?”
“영, 영국이 우리가 인수하기로 한 프리드리히급 전함인 술탄 오스만 1세와 레샤디에를 강탈했습니다!”
“?????”
그러나 세계대전의 폭풍과 전쟁의 여신은 아직 오스만 제국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사방의 거대한 적들이 에워싸고 있으나 우리는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가 뭉쳤을 때 독일은 단 한 번도 남의 나라에 정복당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난 이만 전장으로 가 보겠소. 체칠리에.”
“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빌헬름.”
“음, 빌헬름. 내가 없는 동안 네가 나를 대신해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켜 줘야 한다. 알겠지?”
“네, 아버지!”
빌헬름 황태자는 기운차게 대답하는 아들의 머리를 대견스럽다는 얼굴로 쓰다듬고 동생, 그리고 사촌들과 함께 황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기차에 올랐다.
“으흐흑……. 내 아들들이 모두 가 버렸구나. 모두 가 버렸어.”
“어머님, 울지 마세요. 여섯 명 다 무사히 돌아올 거에요.”
황실의 여인들이 손을 흔들며 남편들을 배웅하는 가운데, 아들들이 전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향하는 모습을 본 아우구스테 황후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무리 고귀한 신분이라도 어머니의 마음은 모두 같은 법이다.
“오빠들은 괜찮겠지?”
“응. 다들 몸 하난 튼튼하잖아?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돌아올 거야. 그럼 루이제, 나도 이만 가 볼게.”
그리고 한스 또한 루이제에게 입맞춤하며 서쪽 국경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전쟁은 비단 군인만의 일이 아니니까.
“잘 다녀와. 한스.”
빅토리아 루이제는 살짝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외교 임무를 위해 떠나는 한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물론, 오빠들과 달리 자신의 남편은 금방 돌아오겠지만.
[국민 여러분, 하느님의 가호를 받으며 함께 전진합시다.]
이렇게 유럽의 모든 국가와 모든 이들이 각자의 결정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총을 들고 전선으로 향하는 것뿐.
[하느님이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하셨듯이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