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0 껄끄러운 느낌 =========================================================================
아오, 참기 힘들게 진짜!
그렇지않아도 벌거벗고 신음을 흘리는 히아리드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자동 재생되는데… 그렇다고 지켜보는 눈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야외 플레이를 하는 취미도 없으니 애만 탄다.
물론 이종족들이 안 다니는 으슥한 숲속이라던가 그늘진 바위틈 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곳에서 하는 건 짐승들의 짝짓기와 다를 바 없을 거 같아 하기 싫다.
이래저래 날 시련에 들게 하려는 히아리드에게 주인으로써의 위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녀석을 잔디밭에 와락 쓰러트린 다음 그 위에 올라탄다.
눈이 동그래지는 녀석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아서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왕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면서 으르렁거렸다.
“자꾸 이렇게 날 놀리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재미없줄 알아. 응?”
=서하 님이 바라신다면 자궁 피스팅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만족하실 만큼… 으웁.=
“미안. 내가 졌다. 그러니까 그만해.”
처음 만났을 때 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꺼내 드는 모습에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마음이 들어 녀석의 입을 막았더니 빙그레 눈웃음을 짓는다.
예쁘기만 한데 난 왜 이렇게 이 미소가 무섭게 느껴지는 걸까.
프랑한테도 안 들킨 야망가를 이 녀석한테 들킨 데다 긴긴밤도 함께 보냈더니 하는 행동이 진짜 감당 못할 만큼 대담해지고 있다. 나중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짐작이 가지않아 기분이 쌔~하다.
거기다 귀환하면 연인들과 누나 앞에서 히아리드를 안았다는 말도 해야 할 텐데… 내 머리로는 말을 꺼냈을 때 어떤 후폭풍이 밀어닥칠지 시뮬레이션이 되질 않는다.
말하지 않았는다는 선택지가 있지만, 귀신같이 눈치가 빠른 누나나 누나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관찰력과 통찰력이 비범한 영은이, 대상 한정으로 내 생각을 읽는다고 착각할 만큼 나에 대해 소상히 파악한 프랑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다.
그러니 자진 납세를 하는 선택지뿐인데….
침착하게 화낸다. 짜게 식은 눈으로 노려본다. 나랑은 말도 안 하려고 든다. 펑펑 울면서 우리가 부족했냐고 따진다. 짐 싸 들고 나간다. 헤어진다.
연인들이 보일법한 수십 종류의 패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만 죄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급속도로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짐작도 못 하는 녀석은 입이 막힌 채 방긋방긋 눈웃음을 짓는다.
큭. 이게 전부 내 욕망의 업보인가…!
호수의 수면 위를 돌아다니며 해비 일족과 사비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미호와 알케마는 2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다되어서야 돌아왔다.
선물로 받은 건지 각자 양손에 1m짜리 방어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을 들어보이면서 구워 먹으면 맛있을 거라며 히히 웃는다.
“종족들이랑 이야기 많이 나눴어?”
=예. 대표로 뽑힌 자는 만날 수 없었지만 해비도, 사비도 다들 후회 없이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후련한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말하는 걸 보니 알케마는 마음속 한편에 두고있던 짐을 벗은 모습이다. 미호도 우울했던 기분이 다 풀렸는지 눈을 반짝이며 물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돌아가자.”
그 먼 길을 걸어서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조금 귀찮고 공간 도약 하기도 귀찮아서 편히 날아갈 생각으로 미호에게 날아가자고 했다.
여기도 항공법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바람 속성을 가진 이종족들이나 플라비우스 족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니 그런 건 없겠지.
“그래도 외성벽보다 높이 올라가지 말고 중앙에 있는 성 근처에도 가지마. 보니까 다들 그러더라.”
- 응. 알았어.
편하게 아름드리 집나무로 돌아오니 3층 주방으로 뛰어올라간 미호와 알케마가 생선을 굽기 시작하고 히아리드도 식량 창고같은데서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꺼내 다듬는다.
나도 아공간에서 기름지고 자극적인 맛의 소스를 발라 직화에서 구운 치킨과 값비싼 토핑을 한가득 올린 시카고식 피자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미호가 물고기를 굽다말고 행복해서 죽으려고 한다.
- 시카고 피자! 오븐 직화 치킨! 치즈 스파게티~!
그렇게 선물로 받아온 4마리 중 2마리만 굽길래 나머지 2마리는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회로 먹을거라고 했다.
“뭐? 회 뜰 줄 알아?”
- 지남이 회를 뜰 때 옆에서 자주 구경하고 배웠어. 그래서 할 줄 알아.
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3개월 동안 주방을 들락거린 여우가 회뜨는 법을 배운 건가….
들어보니 효연이라는 주방장 아줌마는 중식과 양식, 디저트를 잘 만들고 지남이라는 아저씨는 한식이랑 일식이 전문가라고 했다.
맛있는걸 만들어달라고 보챌때마다 옆에서 구경한 덕분에 요리 실력이 늘었다나?
- 어려운 요리는 못 하지만 몇 가지는 할 수 있어. 나중에 주인님한테 만들어줄게!
식탐의 끝판왕은 자기가 먹고싶은거 만들어먹기라더니….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넓은 거실이 있는 1층으로 내려오자 알케마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걸 배게삼아 벌러덩 드러눕는다.
그 때문에 치마가 뒤집히며 하늘색 팬티가 훤히 드러나자 미호가 잇소리를 내며 알케마의 뽀얀 허벅지를 철썩 내려쳤다.
=아욱! 왜 때려?!=
- 팬티 다 보이잖아! 치마를 입었으면 조심 좀 해!
=보이는 게 뭐 어때서! 우리 사비는 옷 같은 걸 입는 풍습은 없었다고!=
- 으이구.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주인님이랑 같이 살게 됐으니까 인간의 법을 따라야지 사비의 법을 따라서 어쩔건데?
=으…. 서하님은 헤뷜트에서 사비의 규율을 안 따랐었는데.=
찰싹!
=아야!=
- 너희가 먼저 주인님한테 적대했다면서? 백청도 주인님 죽이려고 했는데 왜 너희들 법을 따라야 해?
=서하님도 날 죽이려… 아냐. 아무것도 아냐.=
불만스러운 얼굴로 뭐라 말하려던 알케마는 미호가 매서운 눈으로 손을 들자 얼른 입을 다물어버린다.
두 번이나 맞아서 발갛게 물든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삐죽 내민 알케마가 =그럼 어떻게 있어야 하는데?= 하고 묻자 미호는 말없이 히아리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리 사이가 보이지 않게끔 다리를 모으고 비스듬히 앉은 히아리드는 여성스러움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히아리드의 행동거지는 모범이 될 만큼 여성스럽지.
그 모습을 미간을 좁히며 살펴본 알케마가 어색한 몸짓으로 히아리드의 자세를 따라는걸 지켜보다가 확인해볼 게 있어 아공간에 손을 넣었다.
투르발에게 건네준 뼈와 가죽보다 좀 더 작은걸 아공간에 꺼내서 바닥에 늘어놓고 그 옆에는 백청의 온전한 비늘을 가지런히 꺼내놓으니 푸른 오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빛가루에 의해 물결처럼 흐트러지고 거울처럼 빛나는 비늘에 반사되며 천장을 푸르게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힘들게 히아리드의 자세를 흉내내며 다리 저리다는 표정을 하던 알케마도 그걸 보고 기어서 내 옆으로 다가왔고 미호도 감탄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빛가루를 흘리는 하얀 가죽을 들어서 펼쳐본다.
- 우와~ 예쁘다. 아까도 봤지만 다시 봐도 예쁜 거 같아.
=역시 백청님의 뼈와 가죽이구나…. 물의 기운을 머금은 뼈와 가죽이라니, 직접 안 봤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
히아리드도 조금 신기하다는 얼굴로 커다란 비늘을 손으로 쓸어본다.
물의 기운? 알케마의 이야기에 의아한 기분이 들어 공간 지각을 집중해서 괄호처럼 완만히 휘어진 1m가량의 뼈를 살펴봤다.
“확실히 위상력이 느껴지네. 뼈도, 가죽도, 비늘도.”
팔짱을 끼고 부산물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니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비늘늘을 손 끝으로 눌러보던 히아리드가 물었다.
=원래는 평범한 부산물이었지 않습니까?=
“응. 처음에는 위상력같은건 전혀 없었지.”
히아리드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잠시 이것들을 언제 아공간에 넣어뒀었나 생각해보다가… 몇 개를 더 꺼내보았다.
- 어? 이건 왜 이래?
미호는 방금 꺼낸 거무죽죽한 색의 가죽을 잡아서 하얀 가죽과 비교하며 의아해한다.
…이건 내 생일 파티 때 각 나라의 대사와 외교관들 앞에서 보여줬던 거다. 7m가 넘는 하얀 송곳니와 거무죽죽한 가죽, 그리고 몇 장의 비늘.
위상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부산물이다.
“…내 아공간에 두고 있으면 확률적으로 숙성되는 건가?”
숙성이라는 말에 놀라워하는 녀석들에게 뼈와 가죽을 밀어주고 아공간을 크게 열어 속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봤다.
3층짜리 쉘터, 많은 양의 식료품과 생활용품과 요리들, 인어의 눈물방울에 대해의 창, TP 회복용으로 쟁여둔 블루 스톤들과 이번에 채집한 위상석. 해비 마을 근처에서 주운 대형 바닷가재들과 세그웨이, 호우반이 준 주머니와 같은 잡동사니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나 백청의 고기와 비늘, 뼈다.
아공간의 1/3을 차지하는 백청의 부산물은 전부가 위상력을 머금은 건 아니었다. 넣어둔 거의 1/4 정도?
거기에 쉘터나 식료품, 생활용품 같은 것들은 아무런 변화도 없고 위상력도 안 느껴진다. 블루 스톤이나 위상석도 변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겉보기엔 알 수 없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백청의 부산물, 그것도 일부만 이렇게 변한 걸까. 정말 아까 말했던 거처럼 내 아공간 속에서 숙성이라도 된 건가?
하지만 무슨 원리로? 숙성이 된 거라면 어째서 백청의 부산물만 된 거지? 무작위로? 아니면 이형종의 특정 부위의 부산물만 숙성되는 건가?
이럴 때면 진짜 게임처럼 아이템에 대한 설명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갓 능력자가 됐을 때 얻었던 분석 능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라진 능력에 아쉬워하면서 미호가 꼭 쥐고 있는 백청의 새하얀 가죽만 남겨놓고 모두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되돌아나가면 이 현상에 대해 연구 좀 해봐야지.
아공간을 닫으려다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게 있어 손을 뻗어 대해의 창을 꺼내보았다.
- 우와~ 황금색 산호야. 예쁘다.
=산호 창입니까? 서하 님이 예전에 쓰시던 천총운검보다 못하지만 위상력이 느껴집니다.=
- 어디서 구한거야?
“해비 일족을 도와주고 선물로 받은 건데. 산호로 만들어서 약해보이지만 유니크급 무기인데다 꽤 튼튼해.”
=…….=
미호와 히아리드가 가까이 다가와서 창을 살펴보며 감탄을 흘리는 모습에 비해 알케마는 뭔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대해의 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장난기가 들어 녀석의 눈 앞에서 대해의 창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녀석의 고개가 따라서 왔다갔다한다. 그러다 '핫!' 하고 놀라면서 얼굴을 붉히더니 작게 항의한다.
=노, 놀리지 마세요.=
“크크크. 정신줄 놓을만큼 창이 마음에 들어?”
=……그게, 익숙한 물의 기운이 느껴져서….=
그러고보니 창의 능력이 알케마랑 비슷하네. tp를 주입하면 물회오리를 만든다거나 신체 능력을 좀 올려주고 물을 움직이고….
창피한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알케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3m짜리 삼지창을 살펴봤다.
원래 유니크 급, 그러니까 대충 상위급인 4만가량의 위상력을 가지고 있던 창이었다. 혹시나 해서 꺼내본 건데 역시나 바뀐 게 없는 거 같다.
고개를 숙였던 알케마는 어느샌가 다시 고개를 들어 대해의 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호나 히아리드처럼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꼭… 혼이라도 빼앗긴 것처럼 넋을 잃은 모습에 녀석에게 대해의 창을 내밀며 물었다.
“한 번 만져볼래?”
=에, 옛! 만져보겠습니다!=
만지게 해줄 줄 몰랐는지 알케마는 얼굴을 활짝 피면서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대해의 창을 받아든다.
부르르르르…
그런데 창이 알케마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 대해의 창이 품고 있던 위상력이 거친 바다처럼 일렁이기 시작한다.
“어?”
알케마의 위상력도 산호의 창에 호응하듯이 폭풍이 다가오는 바다처럼 거칠게 물결치며 파장을 몸 밖으로 뿌리니 미호와 히아리드가 놀란 얼굴로 몇 발자국 물러서며 알케마를 쳐다본다.
- 뭐야? 위상력이 알케마한테서 뿜어져나오는거 같아.
=산호창 때문인거 같습니다. 기세가 심상치 않군요.=
- 주인님 어떻게 된 거야?
“글쎄. 창을 잡더니 갑자기 동기화 하는 거처럼 창의 위상력하고 자기 몸의 위상력이 똑같이 움직이네.”
=후으… 흐. 흐흣. 후힉.=
두 손으로 창을 꼭 쥔 알케마는 몸 안에 용솟음치는 느낌 때문인지 눈을 감은 채 얕게 신음을 흘린다.
꼬리가 간헐적으로 꿈틀거리고 구부정하게 선 자세로 허벅지를 조이는데다 유두가 바짝 선 모습에 얼굴도 한층 더 붉어진 모습은 꼭… 성적으로 흥분이 고조된 모양새였다.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몰라서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한동안 거칠게 날뛰던 창의 위상력이 특정한 흐름을 띄며 안정되어간다. 동시에 알케마의 위상력도 대해의 창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잔잔해져 갔다.
녀석이 숨을 고를 시간을 주면서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대해의 창과 녀석의 몸 안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자 둘의 위상력의 성질이 굉장히 비슷해진 걸 볼 수 있었다.
알케마의 위상력의 형질이 창과 비슷해졌고 창의 형질이 알케마의 위상력과 비슷해져 결과적으로 동기화하듯이 비슷하게 변해버린 거다.
잠시동안의 동기화 과정의 영향인지 녀석은 한바탕 격렬한 섹스를 치른 것처럼 힘이 빠진 모습으로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쪽 다리는 눕히고 한쪽 다리는 세운 적당히 주저앉은 모습 덕분에 또다시 치맛자락이 들리며 하늘색 팬티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는데 음부와 붙은 팬티 아랫부분이 질펀하게 젖어있는 게 보인다.
아직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길다란 꼬리가 흠칫거리며 바닥을 쓰는 와중에 녀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해의 창을 꼭 쥔 상태로 내게 물었다.
=하, 하으. 서하 님.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글쎄. 내가 보기에는 대해의 창과 니가 동기화를 한 거 같아. 몸속의 위상력이 평소랑 조금 다른 느낌 같지 않아? 창에서 뭔가 안 느껴져?”
=아! 맞아요. 꼭… 잃어버린 영혼의 반쪽을 되찾은 기분이에요!=
내 말에 깨달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살펴본 녀석은 대해의 창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잃어버린 영혼의 절반이라…. 원래는 대해의 창을 연인 중 한 명에게 주려고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알케마한테 주는 게 나으려나.
곁에서 그 변화를 쭉 지켜본 미호가 알케마에게 자기도 대해의 창을 만져보고 싶다고 하자 알케마는 대해의 창과 무척이나 떨어지기 싫다는 얼굴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호에게 대해의 창을 넘겨주었다.
갑자기 작년에 생환한 직후 능력자 연합 빌딩에서 만난 민나영 연구원의 말이 생각난다.
능력자가 특정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애정을 쏟고 아껴주면 능력자의 위상력이 물건에 흘러들어 가 아티펙트화 한다는 이야기.
대해의 창을 잡은 알케마가 보여준 모습이 그런 변화 중에 하나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증기 커뮤니티에서 본 글도 생각났다. 아티펙트화 하게 되면 능력자 본인의 능력이 물건에 깃들 수 있지만, 간혹 다른 능력이 깃들기도 한다며 그렇게 아티펙트화 한 아이템은 소지자가 물건에 어떤 능력이 깃들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
“알케마. 대해의 창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은 게 떠오르진 않아?”
미호의 손에 들려진 대해의 창에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알케마에게 묻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뼉을 치면서 대답한다.
=아, 떠올라요. 저 창만 있으면 물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다룰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에요.=
-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걸?
=어, 그, 그리고 수룡을 크게 키우고, 그걸 하루종일 움직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말을 듣고 결심했다. 저 창은 알케마가 쓰는 게 낫겠다고.
지금 미호의 손에 들려있는 대해의 창은 오히려 알케마의 손에 들려있을 때보다 위상력의 움직임이 가라앉고 있는 느낌이다.
대해의 창을 들고있어도 별다른 느낌이 없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미호에게 창을 건네받아 알케마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자, 이건 당분간 니가 쓰도록 해.”
=저,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서하님! 정말 감사합니다!=
격렬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얼떨떨하지만 척 봐도 충성심과 호감도가 팍팍 오르는 게 눈에 보여서 나쁘지 않다.
이미 이스펙트를 가지고 있는 화연이를 제외하더라도 누나와 프랑, 영은이 중에 누구한테 줄지 고민하는 것보단 나은 거 같다.
일단은 대해의 창으로 알케마의 능력이 얼마나 오르는지 확인 해보기 위해 세 녀석과 함께 플뢰의 숲 중앙에 있는 넓은 잔디밭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다다다음음음 이이이 시시시간간간에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