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0 4대 종족 =========================================================================
열매를 따 먹는다고 손끝과 입 주변이 울긋불긋해진 두 녀석이 돌아왔을 때 나는 산 정상에서 히아리드의 다리 사이에 앉아 녀석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히아리드의 두 손은 내 허리를 잡고 있었고 여섯 날개는 날개 깃털 이불처럼 날 감싸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 느낌에 중독될 거 같다.
미호는 우리 모습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하더니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물었다.
- 주인님 뭐해?
“…릴랙스?”
- 나도 릴랙스 할래!
신기한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미호는 당연하게도 눈을 반짝이며 달려와 히아리드의 깃털을 잡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안돼. 이건 내 꺼야.”
- 잉….
미묘한 단어를 선정했지만 미호는 전혀 눈치 못 채고 단지 신기한 걸 해보지 못해서 풀죽은 것처럼 여우 귀가 축 늘어졌다.
손가락을 물고 갖고 싶은 장난감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날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속으로 킥킥 웃다가 미호의 뒤로 시선을 돌리니 알케마가 무언가 복잡한 얼굴로 우릴 보고 있었다.
…아니다. 내가 아니라 히아리드를 보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의아함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 왜 히아리드를 쳐다보는 거지? 날 보는 거라면… 뭐 이해 가는데 말이야.
이해는 안 가지만 마이너스적인 감정이 깃든 복잡함은 아니라 신경을 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히아리드 덕분에 자괴감이 완벽하게 풀려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히아리드의 날개가 펴지며 날 놓아준다.
“다 놀았어?”
- ……응!
내가 일어선 순간 히아리드의 다리 사이 빈 공간을 빤히 바라보며 몸을 들썩이던 미호는 내 말에 아쉽다는 듯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나중에 히아리드를 잡고 졸라대겠군.
…그리고 내 냄새에 민감한 미호가 나와 히아리드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눈치를 못 채는걸 보니 마지막을 입으로 한 게 정답인 거 같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옅게 웃으면서 행복한 얼굴로 배를 살살 쓰다듬는 히아리드에게 피식 웃어준 뒤에 미호의 늘어진 여우 귀 끝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올리면서 물었다.
“열매는 맛있었냐?”
- 응! 새콤달콤하고 맛난 열매가 많았어! 알케마도 단맛이 여러 가지라는걸 인정했어!
아공간에서 물티슈를 꺼내 녀석의 입 주변을 닦아주고 알케마에게도 물티슈 여러 장을 꺼내 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배도 부를 테니 이만 출발할까?”
-응!
미호는 히히 웃으면서 나와 알케마를 바람으로 띄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떤 열매가 맛있었는지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미호, 그리고 복잡한 얼굴로 히아리드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알케마와 함께 대동강 너머 북동쪽의 묘향산으로 날아가고 있으니 얼마 안 가 알케마가 뒤에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음은 묘향산입니까?=
“그래. ”
=……예.=
꼭 뭔가 말하려다가 말했다간 큰일 날 거 같아서 얼버무린 거 같은 반응에 뒤돌아봤다.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알케마는 복잡한 얼굴로 아래쪽에 펼쳐진 폭 2km가 가뿐히 넘어가는 거대한 강줄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바다와 연결된 강을 내려다보는 녀석은 얼굴이 도마뱀의 그것에서 사람의 얼굴로 바뀐 덕에 감정이나 생각을 읽기는 쉬워졌지만 지금 녀석의 얼굴에 떠다니는 감정은 한두 개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읽기가 버겁다.
왜 저러지?
푸화아아아악!!
그때 서해, 대동강이 끝나는 하구 지점에서 미사일이 터진 것마냥 엄청난 양의 물보라가 치솟아 올랐다. 쏟아져 내리는 물보라 사이로 어마어마하게 큰 문어발 여러 개가 부글부글 끓는 해수면 위를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뭐야 저거.
난데없는 물 폭발에 미호가 날아가다 말고 멈춰 서며 서쪽을 돌아본다.
- 어? 주인님~ 저기 봐! 무진장 큰 꿈틀이가 꿈틀거려!
=미호. 저건 꿈틀이가 아니라 문어 발입니다.=
그리고 그중 다섯 개의 문어발 끝이 우리를 향하고 있….
“피해!”
크게 소리치며 공간의 벽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오르니 히아리드와 미호도 급가속을 하며 사방으로 퍼진다.
- 후엥?!
=끅!=
딴생각하느라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알케마는 자신을 급격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목이 졸리는 소리를 내며 허둥거렸다. 그 와중에 문어발의 끝에서 쏘아져 나온 아름드리나무 굵기의 레이저 다섯 줄기가 우릴 쫓아 하늘 사방을 가른다!
우릴 먼저 공격하다니, 고위 이형종들은 우릴 발견하면 경계하다가 도망 다니기 바빴는데 뭐지? 혹시 저거 최고위 이형종인가?
너무 멀어서 크라켄으로 의심되는 이형종의 등급이 분간이 가지 않는다. 어림잡아 13km 정도 떨어져 있는 듯 한데 저 거리에서 정확하게 레이저를 쏘다니, 최고위급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 우와~! 레이저 쑈다~!
=꾸엑! 미, 미호! 좀 제대로 피, 으꺅!=
공간의 벽을 발판 삼아 레이저를 간단히 피하면서 안력을 돋궈 우릴 공격하는 문어발을 살펴보았다.
군청색 문어발에는 각질이 방어구처럼 맺혀혀있었고 기형적으로 돋아난 가시가 문어 발의 끝에서 끝까지 뒤덮고 있다. 그런 문어발의 끝에서 발사된 레이저는 지름 10m 정도로 위협적이긴 하지만 궤도가 바뀌는 속도는 위협적이지가 않아서 히아리드는 물론이고 미호도 짐 덩어리를 들고도 잘도 피해낸다.
호기심 삼아 호박색 공간의 벽을 만들어 레이저를 막아보니 별 무리 없이 공격을 분해한다. 레이저를 분해하면서 내 TP가 회복되는 걸 봐선 이 공격은 저 문어, 크라켄으로 의심되는 이형종의 능력이다. 해양 괴수 주제에 바람 속성인가?
“일단 알아서 공격해.”
- 응!
=으아앗?! 미, 미호 천천히이이…!=
공격 명령에 미호는 신난다는 얼굴로 알케마를 뒤에 달고 쌩하니 거대 문어발을 향해 날아가고 히아리드는 날 돌아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에 미호를 뒤따라 날아갔다.
나도 공간 도약으로 문어발의 근처로 다가가니 공간 지각에 인어의 마을 근처에서 잡았던 오르토스보다 족히 2배는 더 큰 문어가 서해 앞바다에 절반쯤 잠겨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크면 해안가라고는 하지만 저 몸뚱아리가 바닷속에 다 안 잠긴다.
“최고위?”
위상력이 951만으로 천만에 가까운 놈이다. 오르토스보다 약간 적은 위상력으로 더 큰 몸집을 가진 놈은 양의 눈처럼 일자로 째진 눈동자가 날 향하는가 싶더니 문어발 하나가 날 잡으려는 듯이 주욱 뻗어온다.
최고위라면 미호와 알케마, 히아리드가 상대하도록 해봐야겠다. 최고위 아종, 변종 둘에 고위 아종 하나니까 질 리는 없을 거다. 위험하면 그때 나서야지.
다시 공간 도약을 펼쳐 뒤늦게 쫓아온 미호와 히아리드의 뒤로 몸을 피해 주니 문어발은 갑작스레 사라진 날 찾지 못하고 촉수 같은 다리 끝을 이리저리 돌리며 허우적거렸다.
- 간다~!
=나, 나도!=
공격의 사정 범위 안에 들어갔는지 미호와 알케마는 빌딩처럼 곧게 선 문어발에 물의 드릴과 바람 칼날과 불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날 잡으려다 난데없는 불과 물과 바람의 공격을 받은 문어발은 움찔하더니 급격하게 바닷속으로 잠겨 들었지만 교대하듯 두 개의 문어발이 수면 위로 솟아 나와 미호와 알케마를 잡으려 한다.
크기만 봐서는 꽤 위험하지만 움직임은 느릿느릿해서 전혀 위협적이지가 않다.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불과 물과 바람을 쏟아붓는 둘을 잡기 위해 크라켄은 문어발을 열심히 뻗고 있지만 저렇게 느려서야 어디 잡을 수나 있을까 싶다.
쭈아아앙! 쭈즈즈즈증!!
곧 날래게 날아다니는 미호를 잡는 것은 포기했는지 거대 크라켄은 문어발의 끝으로 레이저를 방사放射해대지만 가까이서 쏘아대는 레이저는 문어발의 끄트머리가 향하는 곳만 주의하면 되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못하다.
쿠구구궁. 쿠그그그그긍!
미호를 노리려다 빗나간 레이저가 대지를 긁고 지나가니 어마어마한 흙먼지와 함께 굉음이 천지를 울려댄다.
“위력만은 일품이군.”
레이저가 스치고 지나간 작은 산이 그대로 터져나가는 걸 보고 중얼거리니 그때까지 문어의 공격과 움직임을 지켜보며 파악하던 히아리드가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한다.
=하아아아…!=
쫘자자자작! 쫘즈자자자작! 쿠궁!
나지막한 기합과 함께 히아리드의 몸에서 TP가 파동치듯이 연달아 퍼져 나오더니 하늘에서 번개 같은 빛줄기가 다발로 떨어지며 레이저를 쏘아대는 문어발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빛 번개가 문어발에 맞으면 새하얀 빛무리가 터져 나오며 맞은 곳이 새카맣게 타버리고 바다에 떨어진 건 주변 수 미터에 수증기 폭발을 일으켜 간접 피해를 준다.
갸아아아아아…!!
크라켄이 정신없이 처맞느라 레이저 공격의 빈도가 줄어드니 열심히 날아다니며 짧고 빠르게 쏠 수 있는 속성탄 위주로 공격하던 알케마와 미호도 눈에 힘이 들어간다.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빛 번개의 폭풍에 알케마도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미호에게 외쳤다.
=미호! 난 수룡을 쓸 테니 미호는 회오리를!=
=어?!=
뭔가 생각한 게 있는지 알케마는 미호에게 바람으로 회오리를 요구하고 알케마는 위상력을 전력으로 돌리며 해수면에서 거대한 물기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셋 하면 합쳐서 쏘는 거다!=
- 아! 그렇구나! 아라써!
곧 거대한 물기둥의 앞머리는 좀비 곰을 잡을 때 봤던 수룡보다 몇 배는 거대한 모습으로 변화하더니 =하나, 둘… 셋!!= 하는 알케마의 구호에 맞춰 폭발적으로 문어발이 꿈틀거리는 바다로 돌진한다.
- 이얏!
동시에 미호의 바람 속성 꼬리가 어마어마한 녹색 빛을 내뿜더니 자그마한 손바닥에서 용권풍龍捲風이 만들어졌다. 그걸 어쩌나 싶었는데 미호는 간드러지는 기합을 내지르더니 두 손을 앞으로 쭉 뻗는데, 용권풍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서는 수룡과 합체해 더욱 빨라진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가라아아앗!=
- 야호!! 수룡아, 내 적을 먹어치워 버려~!
수룡의 길다란 몸통을 감싸고 있던 회오리바람은 수룡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며 거대한 문어발을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분쇄해나간다.
한조… 각?
……뭔가 매우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거 같지만 금방 털어버리고 크라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거대 크라켄은 쏟아지는 빛 번개 폭풍과 문어발을 분쇄하듯 갈아대는 수룡+용권풍 합체기에 못 버티겠는지 바닷속에서 몸을 받치고 있던 다리 세 개와 너덜너덜해진 다리 다섯 개를 총동원해 사방팔방으로 레이저를 난사해대기 시작한다.
거의 빌딩 두께만 한 군청색 문어발 여덟 개가 사방팔방으로 꾸물거리며 레이저를 무차별로 쏘아대니 히아리드와 미호는 약간 공격을 늦추며 회피에 신경을 쏟는다.
꾸오오오오옹……!
그때문에 히아리드와 미호, 알케마의 공격이 조금 느슨해지니 바닷속에서 깊고 낮은 울림이 퍼져 나왔다. 거기서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히아리드는 순간적으로 눈을 매섭게 뜨더니 막대한 양의 TP를 여섯 쌍의 날개에 모으기 시작한다.
=미호, 알케마. 일격을 준비하겠습니다. 좀 더 몰아붙여 주세요.=
=흡!=
- 응!
알케마는 수룡을 조작하는 동안 다른 공격을 못 하는지 좀 더 수룡을 세심히 조작해 크라켄의 다리, 몸통 가릴 것 없이 발에 밟힌 지렁이마냥 난폭하게 몸을 꼬으며 피해를 최대한 입히기 위해 노력했다.
미호는 회오리를 유지하면서도 물과 바람, 대지의 속성탄을 기관총 수준으로 쏘아내기 시작하자 크라켄은 더욱 고통스러워하며 한 단계 높은 비명을 지른다.
갸아아아아아오오오오…!!
그러는 동안 꾸준히 TP를 모은 히아리드의 여섯 날개는 눈 부신 빛을 뿜고 있었다. 날개에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TP는 곧 시각적으로 유형화되어 일렁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빛의 천사가 강림한듯하다.
크라켄도 히아리드가 준비하는 공격이 무척이나 위험한 거라 느꼈는지 레이저 공격을 히아리드에게 집중하지만 매끄러운 공중 기동으로 레이저를 모두 피해낸다.
=하아아…….=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레이저를 간단히 피한 히아리드는 하얀 빛가루를 날개에서 흘리며 크라켄의 몸통 쪽으로 접근하더니 일정 거리가 되자마자 한번 크게 날개를 펄럭여낸다.
그러자 막대한 양의 TP가 유형화되며 빛덩어리가 되어 빛살처럼 쏘아져 간다.
히아리드의 날개에서 발사된 빛덩어리는 점점 크기를 부풀려가더니 이윽고 수십 미터의 에너지 탄이 되어 크라켄에 내려꽂혔다.
쿠쾅!
갸아아아악!!!
쿠궁! 쿠과과광! 꽈과과광!!!
여섯 날개가 힘차게 펄럭일 때마다 아까와 같은 에너지 탄이 연달아 쏘아져 가며 무시무시한 폭음과 함께 빛 폭발을 일으킨다.
크라켄은 어떻게든 문어발을 움직여 히아리드를 공격하고 빛의 에너지 탄을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하다못해 몸이 바닷속에 잠겨있다면 빛 폭발의 영향을 덜 받겠는데 몸의 절반이 해수면 위로 노출되어있는 게 악재로 적용됐다.
빛의 에너지 탄에 맞을 때마다 다리가 뭉텅이로 패여나가며 열에 의해 지져지는데, 에너지 탄을 막던 빌딩 사이즈의 문어발이 순식간에 끊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 …우왕.
=…….=
그 어마어마한 위력에 미호와 알케마가 넋을 놓고 구경한다. 저게 히아리드의 궁극기인가?
잠시 넋을 놓고 구경하던 미호와 알케마도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계속해나갔다.
히아리드의 공격과 바람을 드릴처럼 몸에 감은 수룡이 문어발을 모조리 끊어버릴 기세로 날뛰자 크라켄은 참지 못하고 무언가를 툭 뱉어내더니 서해 바다 깊은 곳을 향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저놈 도망가려는 건가? 예상은 틀리지 않아 크라켄은 너덜너덜해진 몸을 웅크리더니 급격하게 펼치며 그 반동으로 바다 쪽으로 빠르게 튀어나간다.
먼바다로 도망가려는 그 모습에 미호는 다급한 표정으로 크라켄의 뒤를 쫓으며 소리쳤다.
- 아! 저거 도망가려 해!
=전사도 되지 못할 하찮은 미물 같으니!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도망가는 것이냐!=
셋의 공격에 문어발 사이사이의 피막이 손상되어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지만 크기가 크기다 보니 그래도 빠르다. 히아리드의 에너지탄 공격도 끝났고 알케마의 수룡도 풀려서 저지력을 가진 공격을 하지 못하니 이대로면 금방 도망가버릴 거다.
=놓치겠습니다! 서하 님!=
“도망가게 둘 수야 없지.”
히아리드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날 돌아보며 소리치는 모습에 손을 흔들어주고 놈이 도망가려는 방향으로 공간 도약을 펼쳤다. 그 순간 먹물 같은 새까만 물줄기가 워터젯처럼 날 노리고 쏘아졌지만, 이미 공간 지각으로 그 움직임을 파악 중이어서 살짝 몸을 움직이는 걸로 간단히 피해주었다.
그다음 초거대 크라켄이 몸을 웅크렸다가 다시 펼치며 튀어나가려는 순간 푸른색 공간의 벽을 특별한 모양으로 만들어 광범위하게 펼쳐 놈이 도망갈 길을 막아버렸다.
면面으로 수 킬로미터 범위에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치는 건 TP 사용량의 문제로 불가능하지만, 그물 방식으로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집에서 놀면서 뉴스를 보던 중에 중국어선들이 쓴다는 싹쓸이 어망에 힌트를 얻어 고안해낸, 일명 이형종 어망이다!
그오오오오오?!!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만든 그물에 정통으로 들이박은 수백 미터 길이의 크라켄은 그물에 촘촘히 나 있는 낚싯바늘 형태의 갈고리에 제대로 꿰여버렸다.
크라켄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너덜너덜한 문어발을 허우적거리지만 그럴수록 갈고리에 옭아매어 지며 움직임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진다.
- 우와! 주인님 대단해!
=역시 사도님…!=
=대단하십니다!=
미호와 알케마, 히아리드는 그물망에 갇힌 문어 꼴이 된 크라켄의 모습에 날 돌아보며 감탄하더니 크라켄의 목숨을 끊기 위해 빛과 바람, 물의 속성탄을 무수하게 퍼붓기 시작했다.
뀨오오오오……!
그나저나 아까 저놈이 도망가기 직전에 뱉어낸 건 뭐였지?
크라켄은 잡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신경 끄고 아까 녀석이 도망치기 직전에 뱉어냈던 물체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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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능 보신 분들 모두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