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6 메리아놀을 찾아서 =========================================================================
히아리드와 미호가 각자 고위급 위상석을 하나씩 가져왔을 때, 둘은 모습이 바뀐 알케마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했다.
- 알케마, 머리에 뿔이 났어!
=축하합니다, 알케마. 서하 님의 은총을 받으셨군요.=
키 2.3m의 알케마의 허리에 찰싹 달라붙은 키 1.5m의 미호는 손을 뻗어 알케마의 머리에 돋아난 뿔을 만져보려 하다가 히아리드의 말에 깜짝 놀라며 날 돌아봤다.
- 앗! 그럼 알케마도 아종이 된 거야?
=알케마는 변종이겠지요. 형태가 일반 사비와는 전혀 달라졌으니까요.=
- 우웅? 그런 거야? 알케마, 변종이 된 거 축하해~.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케마는 자신이 변종 사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잠깐 울상을 지었지만 이내 얼굴을 펴고 미호와 히아리드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럼 알케마는 내가 블루 스톤을 먹여서 육체가 변화한 상태였는데, 거기에 내가 TP로 진화시켜서 변종이 됐다는 거지?
TP를 통째로 들이부으면 -> 아종으로 진화.
블루 스톤으로 육체를 변화시킨 뒤 TP를 들이부으면 -> 변종으로 진화.
이렇게 볼 수 있으려나?
내 능력으로 이형종을 진화시키는 것에 대한 매커니즘을 확립 중인데 알케마가 자꾸 자신의 뿔에 손을 뻗는 미호를 피하니 뿔을 만지는 걸 포기한 미호는 그제서야 날 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 근데 주인님 왜 이렇게 젖어있어?
“알케마가 힘 조절을 못해서 자기 몸을 씻는다고 만들어낸 물이 물폭탄이었거든. 그래서 옆에있던 나까지 휩쓸린 거야.”
- 흐응~.
내 이야기에 미호와 히아리드는 못마땅한 얼굴로 알케마를 노려보고 알케마는 둘의 시선을 받으면서 연신 허리를 숙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한다.
- 내가 말려줄게!
“그래. 부탁할게. 그리고 알케마는 저기 바위가 많은 산기슭 옆에 큰 동굴 보이지?”
=예. 큰 동굴이 보입니다. 거기에 무언가 덩치가 크고 무거운 것이 들락거렸는지 동굴 앞마당이 다져져 있군요.=
물이 뚝뚝 흐르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한라산 중턱에 눈에 띄는 동굴을 가리키자 미호와 히아리드의 눈치를 받던 알케마는 내 말이 유일한 탈출구인양 유심히 동굴 주변을 살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조합해 동굴 안에 있는 것의 정보를 추론했다.
“그 안에 보면 반달곰처럼 생긴 이형종이 있어. 한 번 싸워봐. 힘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해보자.”
=예!=
내 전투 명령에 알케마는 자신 있게 대답한 뒤 다리에 힘을 모으더니 포탄처럼 날아갔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진짜 인간의 감각에 익숙하지 않는 거 같네. 입맛도 그렇고 쾌감이라는 감각도 그렇고.
미호가 내 몸을 흠뻑 적시고 있는 물을 움직여서 한데 모아 버리랴 바람을 부리면서 내 머리를 말리랴 히아리드가 빗으로 머리를 빗겨주랴 부산을 떨 때, 10m는 되어 보이는 동굴 입구에 도착한 알케마는 물을 몸 주위에 두르고는 자신만만하게 동굴로 뛰어 들어갔…… 다가 들어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왔다.
쿼어어어어억!!
“나 참. 뭐 하는 거야.”
빠르게 튕겨 나오는 알케마를 쫓아 네 발로 뛰쳐나오는 반달곰은… 얼래? 저거 언데드아냐?
공간 지각으로 확인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가죽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벗겨진 곳에서 누런 진물과 함께 썩어버린 근육이 드러나 있다. 눈동자도 탁하고 복부는 뜯어져서 반쯤 말라비틀어진 내장이 흘러나와질질 끌리고 있었다.
뒷다리도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움직임은 굉장히 빠르다.
=……알케마는 전투에 놀라우리만치 자질이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 상승하였는지 파악이 중요할 텐데요.=
- 마자. 입구에서 그냥 물로 공격하기만 해도 됐을 텐데 왜 뛰어들어가구 그러지? 잘 싸우지도 못하면서.
히아리드와 미호가 알케마의 행동을 신랄하게 지적할 때 알케마는 날아가면서 몸을 뒤틀어 자세를 잡더니 물로 이루어진 드릴 수십 개를 좀비 곰에게 연달아 날린다.
알케마의 가녀린 몸 주변에서 파문을 일으키며 빛살처럼 쏘아져 나간 워터 드릴water drill은 고위 이형종일 때와는 다르게 확실한 형태와 회전을 품고 있었다.
좀비 곰은 워터 드릴은 무시하고 뒤로 슝 날아가는 알케마를 향해 육탄 돌진을 했지만 그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워터 드릴은 좀비 곰의 가죽을 꿰뚫고 찢으며 꽤나 크게 터져나가는데 그 저지력이 상당한지 워터 드릴에 맞을 때마다 좀비 곰은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질주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돌진에는 속도가 가장 큰 무기인데 그걸 저렇게 내다 버리다니, 놈도 알케마만큼이나 멍청해서 다행이다.
=하아아앗!!=
좀비 곰이 완전히 멈추다시피 한 틈에 땅에 고랑을 만들며 착지한 알케마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합을 내지른다. 그러자 나무에서, 풀에서, 땅에서 수분이 잔뜩 뽑혀 나오더니 한곳에 모여 강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압!=
그리고 2차로 알케마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물줄기가 회오리와 합쳐지더니 물의 형태가 급격하게 바뀌며 수십 미터의 거대한 수룡水龍이 모습을 드러냈다.
- 우왕! 용이야!
동양의 용의 형태를 한 수룡의 모습에 미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저 모습을 보니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저 모습은 대해의 주인이라는 쪼잔한 그 자식의 모습이잖아.
수룡이 모습을 완벽히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알케마가 오른손을 힘차게 뻗으니 수룡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좀비 곰에게 짓쳐 들었다.
쿠어어어엉!!
바보인지 멍청한 건지 수룡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경계하면서 지켜만보던 좀비 곰은 위협적으로 짓쳐 드는 수룡에게 주둥이에서 기분 나쁜 녹색 액체를 토해내지만… 상성이 나쁘다.
좀비 곰이 토해낸 액체는 그대로 수룡과 합쳐졌을 뿐, 조금도 저지하지 못한 채 수룡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버렸다.
=카아아앗!=
두 손으로 수룡을 조종하는 건가? 수룡은 알케마의 손동작을 따라 움직이며 어느새 주둥이에 좀비 곰을 물고 으적으적 씹기 시작했다.
좀비 곰도 마찬가지로 수룡의 주둥이를 물어뜯고 앞발로 머리를 가격하며 수룡의 아가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수룡이 괜히 수룡이 아니다.
타격을 받는 순간 타격점이 터져나가긴 하지만 복원력이 상당한지 금세 물이 모여들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타격은 거의라고 할 만큼 소용이 없는 모습이다.
=저 수룡을 어찌하려면 증발시켜버리거나 소환자를 공격하는 수뿐이겠군요.=
- 웅. 근데 저 곰은 능력이 신체 강화 뿐인가 봐. 공격도 못하구 탈출도 못 해.
좀비 곰이 허리를 씹힐 때마다 끈적한 검붉은 액체와 싯누런 액체, 썩어가는 살점과 뼛조각들이 비산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던 좀비 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끊어지며 추락해버렸다.
쿼그거걱!
허리를 기준으로 두 조각으로 찢어져 버린 좀비 곰이지만 여전히 투쟁 본능은 남아 땅에 떨어지는 순간 두 앞발로 대지를 후려쳐 알케마에게 쏜살같이 날아간다.
다만 하체 부분은 미동도 없는 걸 보니 약점은 상체 쪽에 있는 거 같다.
=거기냐!!=
알케마도 그걸 눈치챘는지 한 손은 등 뒤로 젖히고 한 손은 뻗은 그 상태로 주먹을 불끈 쥐자 수룡도 그 움직임에 호응해 길고 굵은 몸통을 급격하게 U턴하며 하늘로 높이 치솟아 오른다.
=마지막이닷!!=
그리고 두 손을 힘껏 내려치자 수룡도 그대로 수직 낙하하며 알케마에게 날아가던 좀비 곰의 상체에 정확히 내려꽂혔다.
쿠콰아앙!!
좀비 곰의 상체를 땅에 찍어버린 순간 수룡은 커다란 물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과 함께 좀비 곰은 산산이 조각나버렸지만, 그보다 더한 재앙을 뿌리기 시작한다.
썩고 고름과 구더기가 가득한 더러운 이물질이 물 폭발에 뒤섞여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여기까지 오물의 비를 뿌리기 시작한 거다!
- 앗, 더러워!
쏟아져 내리는 오물의 비에 미호가 기겁하면서 바람을 일으켜 누런 오물의 비를 막아낸다.
“좀비 곰도 위상력 348만에 위상석 165만짜리였는데 살쾡이 이형종보다 훨씬 쉽게 잡았네.”
=살쾡이를 상대할 때는 물을 얼마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는 신체 강화와 물속성의 비율이 7:3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최고위 변종으로 진화하며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훨씬 강화된 듯합니다.=
히아리드의 분석을 듣고 수룡의 폭발로 산산이 조각난 좀비 곰의 시쳇더미 속에서 위상석을 찾고 있는 알케마의 위상력을 재봤다.
“그래도 효율이 좀 나빠. 방금 수룡을 만들어내고 1분 동안 유지하며 공격 몇 번 하는 걸로 가진 TP를 2/3이나 써버렸어. 지금 저 상태에서 비슷한 수준의 이형종이 다시 덮쳐오면 아까 살쾡이랑 싸울 때처럼 넝마가 될 거야.”
=그렇습니까? 알케마는 아무래도 변종 중에서도 급이 조금 낮은가 봅니다.=
“응? 넌 진화하고 어땠는데?”
=저는 아종으로 진화하며 TP의 사용 효율과 조작 능력이 급격하게 향상됐습니다. 폭격기라 불리게 된 것도 그 이유였지요.=
히아리드의 말을 들으면서 바람으로 보호막을 유지 중인 미호의 몸 안을 살펴봤다.
미호도 제주도에서 고위 이형종을 잡으며 위상력을 흡수한 덕분에 위상력이 350만에 다다라간다. 이제 저 상태에서 위상력을 조금만 더 흡수하면 위상력이 결정화 할 거다.
“…미호가 이대로 이형종을 잡아서 위상력을 계속 흡수하면 몸 안에 블루 스톤이 생길까 위상석이 생길까?”
이 질문에는 히아리드도 함부로 대답을 못 하겠는지 손을 들어 입술을 살짝 가리며 미호를 바라본다.
=위상력을 흡수하니 위상석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그럼 그 위상력으로 진화하면 그냥 최고위 이형종이 되려나?”
=미호는 이미 고위 아종이니 저 상태에서 진화하면 최고위 아종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 그건 그러네.”
-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바람을 유지하며 오물을 막던 미호는 뒤에서 자기 이름이 자꾸 나오니 귀를 쫑긋거리다가 우릴 돌아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리 미호가 귀엽다는 이야기. 아무튼, 냄새가 지독하니 우선 자리를 옮기자.”
오물의 비는 그쳤지만 바람으로 막을 쳐놨는데도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스멀스멀 밀려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미호와 히아리드와 함께 알케마를 데리러 가려는데… 녀석이 있는 장소가 악취의 근원인지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역한 냄새가 엄청나게 강렬해진다!
- 우에엑! 코가 찢어질 거 같아~!
우욱. 나도 악취 때문에 토할 거 같다…! 그렇지않아도 민감한 미호는 두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쪼그려 앉아 괴로워하고 있고 언제나 마이페이스적인 표정을 보이던 히아리드도 파리해진 안색으로 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오물의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지금…!
“야, 알케마! 얼른 나와! 냄새나는 곳에서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위상석을 찾느라 그만!=
내가 성질부리며 소리치자 녀석은 허둥거리며 좀비 곰의 잔해를 더 빠르게 뒤적이기 시작한다.
크억…! 저대로는 안 되겠어!
알케마가 잔해를 헤집으니 냄새가 더 심해지는 걸 느끼자 인내심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소비되어간다!
바로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쳐서 녀석을 통째로 가둬버리고 호박색 공간의 벽을 광범위하게 펼쳐 오물의 비가 내렸던 장소는 물론 좀비 곰의 잔해도 통째로 지워버렸다.
“아오, 씨발! 이래도 냄새가 안 사라지잖아!!”
헉, 크게 소리치니 입안에 악취가 가득 들어차면서 냄새가 맛으로 변하는 거 같다!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은 악취에 성질 내면서 호박색 공간의 벽을 미친 듯이 펼쳐내지만, 이 지랄 같은 냄새는 완전히 사라지질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피해야겠어! 호박색 공간의 벽으로 다 지워버린 자리에 떨어진 고위급 위상석을 장갑을 끼고 집어들어 장갑 채로 묶어 아공간에 집어던졌다.
큭! 1초도 안 되게 잡고 있었는데 손에 악취가 베인 거 같아! 아무튼, 이제 자리만 피하면…!
“…….”
=…….=
그 순간 알케마의 꼬라지가 눈에 들어온다.
내 신경질적인 반응에 공간의 벽 속에 갇힌 알케마는 죄지은 모습으로 두 손을 꼬물거리며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문제는 저 녀석이 좀비 곰의 잔해를 뒤집느라 온몸에 오물이 묻어있다는 거다!
내가 준 하얀 원피스는 아예 누런 물이 들어버린 상태다. 우윳빛으로 빛나던 팔다리의 비늘은 물론이고 꼬리의 비늘 틈 사이에는 뭔가 누런 게… 우욱.
……저 녀석, 지금 냄새가 얼마나 날까?
“…미호야.”
- 으응?
“내가 공간의 벽을 풀면 알케마 저놈 몸만 하늘로 띄워서 물을 뿌려서 좀 씻겨. 그리고 나머진 죄다 태워버려. 재도 한 줌 남기지 말고.”
- 아, 알아써어.
악취에 허덕이던 미호가 준비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공간의 벽을 풀자 날카로운 바람이 알케마가 입고 있던 옷만 찢어발긴다.
=으읏?!=
아방하게 서 있다가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버린 알케마는 깜짝 놀라며 이쪽을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하늘로 튕겨 올라간다.
=우부부붑?!=
순식간에 알케마의 머리 위에 생성된 물 덩어리가 알몸의 알케마를 빨래하듯이 잡아 비트는 사이에 히아리드를 잡아끌어서 공간의 벽 안으로 몸을 피하자 미호는 전력을 다해 불을 일으켰다.
고오오오오오…….
화력이 어마어마하면 불소리도 활활 이런 게 아니라 무겁고 낮은 바람 소리 같은 게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십수 분간 좀비 곰이 죽은 흔적과 놈이 살았던 장소마저 싹 불태워서 지워버렸더니 그제야 악취가 상당 부분 사라졌는데,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누렇게 물들어버린 알케마 저놈을 씻기는 거다.
미호가 물로 알케마를 빨래하듯이 한번 빨았지만 누런 기가 안 사라진다!
=콜록콜록.=
코로 물을 들이마셨는지 주저앉아 얼굴을 찡그리고 켈록거리는 알케마를 보다가 이빨을 부득 갈면서 미호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쉘터의 목욕탕을 썼다간 쉘터도 버려야 할 판이다. 그러니 만능 툴tool 같은 미호에게 땅을 깊게 파낸 뒤에 물을 채우게 시켰다.
그리고 알케마를 그곳에 처박은 뒤에 각종 목욕 도구를 꺼내서 3시간 동안 바디워시 수십 통을 쓰고 물웅덩이를 메우고 만들고 메우기를 스무 번을 반복하면서 씻기고 나서야 알케마의 몸에 밴 누런 기운이 사라졌다. 덕분에 악취도 많이 옅어진 느낌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미호와 히아리드가 알케마를 씻기긴 했지만, 목욕용 스펀지로 설렁설렁 씻기는 게 안 되겠다 싶어 나도 중간부터 녀석을 씻기는데 손을 거들었었다.
녹색 목욕 타월로 박박 밀어도 안 사라지는 누런 기운과 바디워시의 냄새에 뒤섞인 악취가 야릿한 향기를 풍기는데, 진짜로 농담 아니고 짜증이 폭발해서 신체 강화를 무진장 돌리면서 박박 밀었더니 알케마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온몸을 뒤틀며 도망가려하길래 뿔을 낚아채 붙잡아 더욱 강하게 밀어댔다.
뿔이 붙잡힌 알케마는 도망도 못가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앗, 아! 아픕니다! 아얏!=하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거지같은 냄새에 뿔난 우리의 귀에는 들리지않았다.
파워풀한 때밀이에 피부가 벗겨지려 하는 게 보여서 힐링 터치, 힐링 웨이브도 번갈아 쓰느라 진짜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진장 피곤하다.
오죽하면 예쁜 여자아이의 알몸이 눈앞에 있는데도 음심이 동하지 않을까!
“확 그냥 지워버릴 수도 없고…!”
물에 팅팅 불어있는 녀석을 노려보며 이빨을 갈았다. 아니, 무슨 정신으로 그 악취를 뿜어내는 잔해에서 수영하다시피 하며 위상 석을 찾은 거야?!
=죄, 죄송….=
- 알케마는 코가 고장 난 거야?
=믿을 수 없군요. 아무리 썩은 고기도 잘 먹는다지만 그 냄새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몰랐습니까?=
- 단맛도 모르고 썩은 냄새도 모르다니, 알케마 이상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미호와 히아리드도 알케마를 씻기느라 쫄딱 젖고 지친 모습으로, 특히 히아리드는 탐스러운 하얀 날개까지 물을 흠뻑 먹은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는데 알케마는 우리 셋의 신경질적인 갈굼에 어찌할 줄 모르고 쩔쩔매기만 했다.
어휴.
3시간 동안 알케마를 씻기느라 진이 빠져버린 우리는 커다란 수건 여러 개를 몸에 둘둘 감고 기죽어있는 녀석을 째려보며 기운을 차리기 위해 휴식을 취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제주도에 사는 고위 이형종을 모두 처리하고 쉘터에서 쉬고 있을 시간인데…….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케마를 다시 한 번 노려봤다.
조금만 더 쉬었다가 다시 고위 이형종 사냥에 나서야겠다. 저 녀석을 씻기느라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해야지.
============================ 작품 후기 ============================
"잘...했습니다. 알케마."
"서하 님한테 보일 꼴 못보일 꼴 다 보였는데 뭐가요(시무룩)."
"......(울컥)"
히아리드 의문의 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