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5 메리아놀을 찾아서 =========================================================================
미호가 제브라이언을 잡고 난 뒤 제브라이언이 있었던 자리에서 흘러나온 위상력은 모두 미호가 흡수하게 했다.
일단은 똑같은 고위급이니까.
거의 70만에 가까운 위상력을 흡수한 미호는 잔뜩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기분이 잔뜩 고양된 모습으로 옷도 입지 않고 물을 뿌리며 산불을 진화해갔다.
그때 미호의 안쪽 허벅지에서 흐르던 건… 물을 뿌리면서 몸이 젖어 물이 타고 흐른 거라고 믿을 테다.
산불을 진화한 미호는 흥분이 식지 않은 모습으로 나한테 달라붙어 온몸을 비벼왔지만, 여자라면 흉부에 당연히 있어야 할게 없는 불쌍한 아이라서 흥분은커녕 측은함만 느껴졌다.
그동안 조금씩조금씩 키가 자라던 미호는 이제 얼핏 보면 고등학생으로 보일법한데 가슴은 1차 성징이 다가온 초등학생보다 못하다….
여분의 옷을 꺼내서 녀석에게 입힌 뒤 제주도 곳곳에 흩어져있는 고위 이형종을 차례차례 잡아나갔다.
그리고 고위 중에서 알케마와 비슷한 위상력을 가진 살쾡이 형태의 녀석을 보는 순간 알케마의 전투 능력을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케마. 저건 네 몫이다.”
=…예!=
알케마는 내 이야기에 침을 꼴깍 삼키고 긴장된 모습으로 몸을 날렸다.
알케마는 호승심이 그렇게 크지 않는지 날 따라 현실로 나온 뒤로는 허니콤 근처에 만들어둔 대련장에서 스케일러들과 대련도 하지 않고 물가를 노닐며 정신 수련만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녀석의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했다.
때마침 적당한 녀석도 있고 싸우기 위한 장소도 적합하니 이 기회에 녀석의 전투력을 확인해야지.
=카아앗!!=
캬오오옥!!
위상력은 둘 다 비슷하다. 미호도 비슷한 위상력을 지닌 제브라이언과 싸웠지만, 내 TP로 순수하게 최하위에서 고위까지 진화해 아종이 된 미호는 평범한 이형종과는 다른 강력함을 가지고 있어 쉽게 이겼지만 알케마는 아니지.
때문인지 알케마와 살쾡이는 막상막하의 대결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고 입혔다.
알케마는 혼합 타입으로 신체 강화와 물을 다뤘는데 근처에 연못이 있어 지형은 알케마에게 약간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동급의 개체와 1:1로 싸운 경험은 적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씩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간에 알케마가 큰 상처를 입을 때마다 미호가 안절부절못하며 튀어나가려는 걸 막았는데, 미호는 내가 왜 도와주는 걸 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는 중에 알케마가 실수를 하면서 허리에 살쾡이의 일격을 허용해 허리가 1/3 가까이 잘리는 큰 상처를 입자 미호가 또다시 뛰어나가려 했다.
그걸 낚아채서 허리를 끌어안아 버리니 녀석은 왜 막는 거냐며 울상을 지었다.
“알케마는 스스로 날 섬기기로 맹세한 녀석이야. 녀석은 내 곁에 있을 자격을 자기 스스로 증명해 야해.”
그게 아니면 녀석은 그저 보기 좋은 인형이나 다름없지. 그걸 녀석도 알기에 저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거다.
허리 부근의 잘린 로브 자락 사이로 베어진 상처에서 선홍색 내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게 보이지만 알케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을 무기 삼고 방패 삼아 살쾡이 이형종을 침착하게 상대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왼팔도 팔꿈치 위부터 잘려나가는 치명상을 입고 꼬리도 여러 갈래로 찢어지고 부러지는 큰 상처를 입고 나서야 살쾡이 형태의 고위 이형종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큰 상처만 저 정도지 전신에 베이고 할퀴어진 상처는 셀 수 없다.
알케마가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로 피 칠갑을 한 채 머리통에 물의 드릴이 뚫고 지나가 즉사한 살쾡이의 위에 쓰러지자 미호와 히아리드가 급히 녀석에게 날아갔다.
나도 뒤따라가서 알케마를 제대로 눕히고 보니 녀석은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서…하 님…. 쿨럭.=
한쪽 눈이 뭉개진 채 피를 토한 알케마는 자신의 생명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는지 손가락이 부러지고 비늘이 뜯겨나간 오른팔을 들며 뭐라고 입을 열려 한다.
=몸…이 달라져, 서. 쿨럭. 제… 실력…을, 콜록콜록!=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흘러나온 내장을 잡아 몸속에 밀어 넣으니 반쯤 죽어가는 목소리가 또렷해진다. 회광반조인가.
=후욱. 제 실력을 내지 못했습니다. 서하 님을 끝까지 섬기고 싶었지만 제 생명은 여기까지…윽헙?!=
더 늦기 전에 대충 상처를 막고 힐링 웨이브 5단계를 쏘아내자 상처가 급격하게 아물기 시작한다. 잘려나간 왼팔에서도 거품이 부글부글 끓으며 팔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잘려나간 팔을 줏어와서 붙이면 더 좋을 테지만 공간 지각으로 찾아봐도 안보여서 그냥 5단계 힐링 웨이브를 발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러진 꼬리도 제모습을 찾고 팔다리의 뜯겨나간 비늘도 다시 나면서 전신의 상처가 급격하게 아물었다.
금방 원래의 예쁘고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온 걸 확인하고 알케마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뭐?”
=…….=
“너희 종족을 파묻힌 토사에서 끄집어내고 회복시켜준 게 누군지 벌써 까먹었지?”
=……아니요.=
“내 회복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 무슨 헛소리야. 내가 널 죽게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했냐?”
내 핀잔에 슬라브 계 백인과 동아시아인의 혼혈 같은 예쁜 얼굴이 민망함에 물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깨끗하게 아문 허리의 상처를 찰싹 때리고 녀석에게서 손을 떼니 미호가 놀랐다는 얼굴로 피범벅인 알케마의 품에 답싹 안겨들어 상처가 있던 자리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히아리드도 조금 떨어져서 알케마의 몸을 살펴보며 상처가 남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어쨌든 니가 우리 중에 제일 약하다는 건 알겠다. 돌아가면 너도 미호랑 같이 훈련 좀 받아라.”
=예엣.=
치열한 사투를 치른 로브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서 봉긋 솟은 유방과 하얀 음모가 작게 나 있는 치골이 찢어진 로브 사이로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지 녀석은 물을 생성해서 몸을 씻다가 손가락에 천이 걸리며 부욱 찢어져 옷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걸레 조각을 내려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의 중요한 부분을 노출한 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준 옷을 못 쓰게 망가트렸다는 사실에 난감해하는 녀석의 모습을 감상하다가 프랑이 키가 2.5m일 때 잠깐 입었던 옷을 꺼내주었다.
원피스 타입이라서 바지 뒤에 꼬리 구멍 같은걸 안 만들어줘도 되는 게 다행이군.
손발에 하얀 비늘이 붙어있고 비늘 달린 꼬리도 붙어있지만 몸매나 얼굴이 예쁘장한 아가씨라 하얀 원피스가 꽤 잘 어울린다.
=으음….=
히아리드와 미호가 제주도를 헤집으며 고위 이형종을 토벌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알케마가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며 왼쪽 가슴을 움켜쥔다.
“왜 그래? 회복이 다 안 됐어?”
=아, 아닙니다. 위상석이 있는 곳에 묵직한 느낌이 들어서…. 위상석이 숙성되며 진화의 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진화라는 말에 퍼뜩 생각나는 게 있어 알케마의 심장 부근을 공간 지각으로 훑어보니 심장과 폐 사이에 위치한 평범한 350만가량의 위상석이 보인다.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 이미 200만짜리 위상석을 심장 부근에 품고 있었는데 나와 함께 여행하면서 현실로 넘어올 땐 위상석의 위상력이 280만까지 늘어났었고 방금 살쾡이 형태의 이형종을 잡으면서 획득한 위상력으로 350만이 되었다.
저 상태에서 TP를 먹이면 어떻게 되지? 몸 안에 블루 스톤이 아니고 일반 위상석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도 아종으로 진화할 수 있나?
앞으로 50만가량만 더 흡수하면 진화할 텐데, 이대로 진화해버리면 최고위 이형종이 되지 최고위 아종은 못되잖아.
TP를 먹여서 최고위 아종으로 진화시켜야 하나? 그런데 이미 일반 위상석이 만들어진 상황에 숙성이란 게 되고 있다는데 TP를 먹였다간 잘못될지도 모르고….
……제주도에는 많은 숫자의 고위 이형종이 있고 그놈들을 모두 잡을 생각이니 어차피 진화는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TP를 먹여서 진화시키는 게 맞겠지.
아종이 되면 잘된 거고 그냥 진화하면 뭐… 그땐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도록 하자.
쐐애애액…. 꽈아아아앙!
갑자기 하늘에서 대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한 장소에 빛기둥이 꽂히더니 굉음이 울려 퍼진다. 히아리드가 나무 위를 날아다니며 능력을 발현하는 모습을 힐끔 보고 알케마에게 물었다.
“힐링 웨이브 써줄까?”
=아닙니다. 진화의 때가 다가오기에 위상석이 숙성되며 나타나는 현상일 뿐입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집니다.=
“아까도 숙성이랬지? 그건 뭐야?”
쿠드드득. 우직! 꾸웅! 퍼퍼펑!!
나무가 부러지고 터져나가는 소리에 발밑을 보니 미호가 30cm짜리 다람쥐처럼 생긴 고위 이형종을 쫓으면서 원시림을 무차별로 파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과 대지, 물의 꼬리를 신호등마냥 깜빡이며 파괴 행각을 벌이는 미호를 보면서 되물으니 알케마는 느닷없이 원피스를 훌렁 벗어 알몸이 되더니 11자 복근 위의 명치 부분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비 종족의 위상석은 명치에서 생성되며 위상석에 위상력이 차오를수록 점점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나는 앉아있고 알케마는 서 있다 보니 시선이 자꾸 갈라진 분홍색 골짜기로 향하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명치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주시했다.
검지는 스르륵 움직이며 명치를 지나 심장 부근으로 올라가더니 심장 부근을 콕콕 찌른다.
=그리고 숙성이 시작되면 위상석은 심장을 찌르기 시작하는데, 숙성이 완료되면 위상석이 분해되며 위상력이 퍼져 나와 심장을 비롯한 장기를 강화하고 신체를 단련해줍니다. 지금의 통증은 진화할 준비를 한다는 증거지요.=
심장을 찌른다고…?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
“뭐… 그래서 말인데, 넌 미호와 히아리드가 왜 저렇게 센지 이유를 아냐? 스케일러들도 고위 이형종치고는 꽤 세지?”
=네에… 스케일러도 그렇고 다들 사비의 기준 이상으로 강한 걸 보고 놀랐었습니다만,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줄 테니 이리와.”
=네.=
“옷 입고!”
손에 원피스를 든 채 알몸으로 다가오길래 인상을 쓰면서 소리치자 그제야 주섬주섬 원피스를 도로 입는다. 보기야 좋은데 자꾸 저렇게 들이대면 나도 곤란하다고.
그렇지 않아도 히아리드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욕구가 좀 쌓였는데….
이 녀석 종족은 몸 위에 뭔가를 걸치는 건 장신구 개념으로 인식해서 좀 교육이 필요하겠다. 몸만은 온전한 사람인데 이렇게 훌렁훌렁 벗어던지면서 다른 놈들한테 알몸을 보여주는 건 내 소유욕이 용납 못 한다.
콰과과광!! 우르르르릉…!!
쿠지지직! 콰득! 우지끈!!
귓가를 어지럽히는 소음에 신경을 돌리면서 주저앉은 다음 내 앞에 선 녀석을 끌어당겨 내 다리 사이에 앉혔다.
=…서하 님?=
…아, 이 녀석 키가 크다 보니까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네. 초등학생이 엄마를 다리 사이에 앉힌 것 같은 비주얼이다.
=서하 님. 이게 무슨….=
“쉿.”
내 행동의 의문을 표시하는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하고 손을 내려 원피스를 들춘 뒤에 녀석의 허리를 잡았다.
…체온이 기이하게 낮다. 그래도 명색이 파충류라고 변온동물인 건가. 하지만 손에 가득히 느껴지는 기분 좋은 부드러움과 말랑함에 허리를 슥슥 쓰다듬으니 간지러움을 참는 것인지 알케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히끅?!=
이어서 허리에 TP를 주입하자 알케마는 갑작스레 딸꾹질을 시작했다.
=딸꾹! 힉! 히끅!=
흠…. 요즈음에 힐링 웨이브를 쏴도 사람들이 성적인 흥분 반응을 안 보이길래 혹시 TP도…? 했는데 아니었다.
알케마는 성적인 쾌감을 받는 거 같긴 하지만 미호와 마찬가지로 이런 종류의 자극에 무지한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아무튼, tp때문인지 뭔지 횡경막이 급격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가운데 내가 흘려 넣은 TP가 알케마의 심장 부근에 있던 위상석에 흘러들어 가며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는 거 같다.
이거… 내 TP가 위상석을 변화시키는 건가? 하지만 위상석은 이미 완성되어있는 거 아냐?
알케마의 몸 안에 있는 위상석의 변화를 공간 지각으로 주의 깊게 살피며 지금까지 위상석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떠올려봤다.
음…….
지난 1년간의 기억을 모두 훑어봤지만 위상석에 TP를 주입했던 적은 프랑의 영혼석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영혼석은 위상석에 내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
원래는 평범한 위상석이었고 내가 TP를 먹이면서 일반적인 위상석의 형태에서 물방울 모양으로 변한 점이 특이하긴 했지만… 거인 프랑도 인간에서 이형종으로 변이됐다가 몸에 위상석이 생겨났던 거니 그 점도 평범하진 않다.
그리고 그 영혼석은 촉매가 되어서 프랑의 육신(언데드)과 영혼이 합쳐지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줬었지.
…생각해보니 변수가 너무 많고 결론을 내기 위한 자료가 부족해 예상을 확정하기가 힘들다.
영혼석으로 인해 일어났던 일과 영혼석에 나타났던 현상이 위상석에 TP를 주입하면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짐작이 안 된다.
생각을 하는 동안 알케마의 위상석은 내가 흘려 넣고 있는 TP 덕분에 위상력이 점점 충만해지더니 곧 한계를 넘었고, 391만가량 되던 신체 위상력도 점점 차올라 400만에 다다랐다.
=아으앗!!=
진화가 시작되는 순간 알케마는 내 머리를 품에 끌어안더니 발그레해진 몸을 떨어댄다.
녀석이 몸을 떨 때마다 다리 사이 조개에서 애액이 왈칵왈칵 흘러나와 허벅지를 흥건히 적시는 걸 느끼면서 바르르 떠는 녀석을 지켜보고 있으니 조금씩 알케마의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녀석의 팔은 상완근에서부터 시작된 하얀 비늘이 투박하게 이어지며 손끝까지 뒤덮여있고 손가락 끝에는 마치 인조 손톱처럼 약간 두껍고 날카로운 손톱이 붙어있는 형태다.
그건 다리도 마찬가지라 넓적다리 중간 부분부터 크고 두꺼운 흰 비늘이 투박한 모양으로 발끝까지 뒤덮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신체가 변화하기 시작하니 인간처럼 보이는 부분은 그대로였는데 비늘에 뒤덮인 손과 발이 바뀌기 시작한다.
좀 투박하고 두께도 크기도 제각각이던 비늘은 일정한 크기와 두께로 바뀌며 마치 비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바뀌어간다. 색도 그냥 하얀색에서 조금 우윳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키는 여전히 2.3m에서 줄지 않고 있었지만 대신 귀 위쪽 관자놀이 부근에서 하얗고 예쁜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섹스할 때 저 뿔을 손잡이처럼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진짜 짐승인가.”
=하아으! 흐으으으!!=
내 의외의 변태성에 혀를 찰 무렵, 폭포처럼 흘려대는 애액이 내 바지를 적시다 못해 공간의 벽 발판에 고여 웅덩이를 만들 즈음에야 변화가 끝이 났다.
크게 바뀐 점은 네 가지, 양의 뿔처럼 약간 완만하게 휜 하얗고 예쁜 뿔이 관자놀이 부근에서 약 30cm가량 자랐고 팔다리의 비늘이 좌우 대칭으로 예쁘게 자리 잡았다.
평범한 사람의 발처럼 비늘에 뒤덮인 발가락이 있던 발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것마냥 모습이 바뀐 것과 비늘이 확연한 우윳빛으로 바뀐 점이다.
아, 꼬리도 조금 변했는데, 거들 테일 아르마딜로 리저드처럼 비늘이 삐죽삐죽 솟은 통통한 꼬리가 여느 드래곤들처럼 비늘이 겹겹이 겹쳐진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하악. 허억, 허억.=
화이트, 혹은 실버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한듯한 모습의 알케마는 체내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헐떡거리다가 자기 팔다리를 내려다보더니 곧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만져본다.
=헉. 하아. 이게… 어떻게?=
정신없어하는 알케마의 가슴을 주물러보니 보드랍고 말캉거리는 유방이 한 손 가득 만져진다. 진짜 바뀐 건 팔다리랑 뿔뿐인가?
원피스 속에서 손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알케마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일어선다.
주르륵.
그러자 허벅지와 다리를 타고 애액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알케마는 자신이 오줌을 싼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다리를 오므렸다.
=으앗! 죄, 죄송합니다!=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어진 알케마는 허둥거리면서 물을 만들어내려 한다.
“아, 잠까….”
퍼엉!
……알케마는 틀림없이 평소처럼 적당한 양을 만들어서 씻으려 했을 거다. 하지만 갑작스레 강해진 힘을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힘을 쓴 탓에 수천 리터짜리 물 폭탄이 터져버렸다.
“…….”
=어, 어어아. 아앗.=
나한테 물벼락을 끼얹은 알케마는 자기도 홀딱 젖은 모습으로 어쩔줄 몰라한다. 그 모습을 공간지각으로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진화한 알케마는 머리의 뿔만 아니면 그냥 키가 좀 많이 순진한 처녀처럼 보인다. 울퉁불퉁한 비늘에 감싸여있던 팔다리도 실크 롱 글러브를 낀 것처럼 가늘고 반짝이면서 보기 좋게 변해서 더 그런 거 같다.
위상력은 351만. 온전한 최고위급이지만 아종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이건 어떻게 확인한다?
============================ 작품 후기 ============================
"잘했습니다. 알케마."
"...? 무슨 말씀입니까?"
"하여튼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