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80화 (480/517)

00480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

파티가 끝나고 힐링 웨이브의 회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용인 중 적당한 나이의 세 명을 추려서 거실로 불렀다.

각자 54살의 여성 요리사, 46살의 남성 시설 관리인과 31살의 여성 정원 관리인이었고 셋 다 미혼이었다.

미혼자를 고른 것은 기혼자의 경우 반려와 자식이 있다면 갑자기 젊어진 모습을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곤란했기 때문이다. 나이를 50대와 40대, 30대로 골고루 뽑은 것은 나이에 따른 효과의 차등이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였다.

화연이는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세 명에게 말했다.

“사전에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극비입니다. 당연히 가족분들께도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세 명은 화연이의 말에 바짝 긴장했다. 이미 저택 내부의 고용인 모두는 오늘 낮, 파티에 있었던 힐링 웨이브 현상에 대한 보안 유지 서약서를 쓴 상태다.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몸에 나쁜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낮에 파티장에 있었던 일을 들으셨죠? 그거에 대한 테스트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계시면 돼요.”

“예, 예.”

……난 긴장 좀 풀어주려고 말을 걸었던 건데 오히려 세 사람은 더욱 긴장해버렸다. 이 이상 말해봤자 역효과만 날 거 같으니 바로 실험에 들어가야겠다.

공간 지각을 집중해서 세 명을 관찰하며 첫 번째 8단계 힐링 웨이브를 쏘아냈다.

푸른빛이 80평에 가까운 거실을 가득 채우자 세 명 모두 외형에 확실한 변화가 일어난다. 푸른빛이 모두 사라진 걸 확인한 뒤 블루 스톤을 먹어서 TP를 회복한 다음 바로 두 번째 힐링 웨이브를 발사했다.

“…….”

연인들의 표정이 조금 굳자 고용인 세 명이 불안해하길래 괜찮다고 해준 뒤에 세 번째 힐링 웨이브를 쏘아냈다.

그 뒤로 7단계와 6단계 힐링 웨이브도 쏘아본 뒤에야 화연이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 분은 오늘 이곳에 있었던 일을 반드시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만약 어길 경우에는 보안 유지 서약서와 계약서에 쓰인 대로 계약을 위반한 대가를 아프게 치르게 되실 겁니다.”

“저, 저기… 서약서에는 특별한 언급이 있을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하나요?”

“숨기지 않아도 될 때에는 세 분께 따로 말씀 드릴 겁니다. 그때까진 실수로라도 언급하지 않게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요리사 복장을 한 아줌마가 얼굴에 주름이 많이 사라지고 확실히 10년 정도 젊어진 모습으로 묻자 화연이는 약간 부드러워진 얼굴로 대답했다.

“예, 예에….”

세 명은 10년가량 젊어진 서로의 모습에 눈이 동그래져서 거실을 나갔다. 그들이 거실에서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하고 소파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힐링 웨이브 8단계는 1번밖에 효과를 안 받나보다. 처음 받을 땐 세포가 확실히 젊게 변하는 걸 확인했는데 두 번째랑 세 번째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어. 거기다 능력자는 아예 영향을 안 받는 걸까?”

누나와 연인들은 총 4번의 8단계 힐링 웨이브를 받았는데 처음은 물론이고 마지막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영은이는 내 이야기에 그런 게 아니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능력자가 효과를 안 받는 건 아니야. 우리가 8단계 힐링의 영향을 안 받은 건 아마 지금 육체 상태가 가장 완벽에 가까워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하도 알다시피 우리는 인어의 눈물에 서하가 TP를 주입해주면서 완벽에 가까운 몸 상태가 되어있지 않니?”

프랑은 영은이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늘 초대된 귀빈 중에 능력자도 있었는데 그들도 모두 효과를 본 걸 확인했거든요.”

“효과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거 같다. 가장 젊었던 정원 관리인분도 피부가 미세하게 탄력이 좋아진 걸 확인했지만, 요리사분과 시설 관리인분만큼은 아니었지. 오히려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깨끗해진 게 놀라웠다.”

화연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낼 수 있었던 결론은 젊을수록 효과를 덜 받고 1번 이상 효과를 받지 않고, 한 번에 10년 이상 젊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뭔가 아쉬우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만약 효과가 중복해서 들면….”

누나는 말을 하다 말고 뒷말을 흐렸는데 연인들은 모두 뒤에 나올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한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번지겠지. 세계의 권력 구도가 서하를 중심으로 완벽하게 개편되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 이론상 서하가 있다면 절대 늙지도, 죽지도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니까.”

연인들은 만약 그런 상황이 됐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보는 것인지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영은이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흐음~ 그런데 너희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지 않니?”

“뭐가요?”

“서하의 힐링 웨이브는 이제 8단계라는 거 말이야. 그 말은 9단계, 10단계가 또 남아있단 말 아니겠니? 서하가 a 클래스, s 클래스가 되면서 단계가 늘어나면 효과도 더 좋아질 거 같단 생각이 드는구나.”

“아….”

“으음. 확실히….”

누나와 화연이는 날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하고 프랑은 애써 웃으면서 내 옆에 앉아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하하. 설마 9단계는 제한 없이 여러 번이고 효과를 받을 수 있다거나 10단계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그녀는 농담으로 말한 거겠지만 누나와 화연이, 영은이는 표정이 묘해졌고 프랑도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흠칫하고 놀란다.

…설마 진짜 그러려고?

능력자 연합의 총연합 본부장, 아란 셰이커는 파티가 끝난 밤에 직접 나한테 전화를 걸어 내 의견에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자기 자신도 능력자 연합 본부장으로서 국가 연합 이형종 대책 협의회를 만들려고 했었지만, 난관에 부딪혀 무산됐었기에 내 발표에 무척 감동했다나.

유일한 S클래스 능력자이자 능력자 연합이 생겨나게 한 1등 공신인 제랄 패커드가 사라진 지금의 능력자 연합은 수많은 나라와 그 나라 능력자들의 이권 다툼 등이 호박 넝쿨처럼 복잡하게 얽매여있다며 자신이 본부장이라지만 정책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내부 상황도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기구에 능력자 연합이 한 팔 거드는 것 정도야 어려울 게 없다며 연합은 어떻게 해서든 내가 만드는 기구에 조력을 다 하겠다며 단호한 얼굴로 약속해주었다.

“괜찮으세요?”

[“무엇이 말입니까?]

“제가 기구를 만들어서 나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 안 드시냐고요. 지금 분위기로 봐선 연회 때 참석한 대사와 장관들의 나라는 모두 가입 신청을 할 거 같아 보이던데, 그럼 제 발언력이 UN을 넘어서게 될 거에요.”

[하하하. 전혀 안합니다.]

맑게 웃으면서 하는 대답에 호기심이 들어서 되물었다.

“어째서요?”

[예지감 부서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는 것이 그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겁니다.]

전 세계의 예지 능력자를 모아 능력자의 범죄 예지를 한다는 능력자 연합 본부의 예지감 부서. 그곳이 조용하니 내가 사고 같은 건 치지 않는다고 믿는 거 같다.

그들도 사람인 데다 몇 번의 착오가 생겼던걸 봤을 때 그렇게 맹신해선 안될 거 같지만…. 아니, 아란 셰이커 본부장은 그냥 내 성격이 번잡하고 번거롭고 귀찮은걸 싫어한다는 게 더 믿음이 간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내가 일본을 흔들다 못해 180도 뒤집어버리려는 건 능력자 연합에서는 범법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거 같아 다행이군.

[능력자 연합은 회장님과 척을 질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다만 능력자연합 안전 보장 이사회에서 회장님의 재력과 권력, 무력이 눈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급격하게 불어나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뿐이지요. 그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제 이형종의 장악력을 잘 알면서 애들 자꾸 데리고 나온다고 시비 걸고 제약을 주는 건 좀 못마땅했어요.”

[하하…. 연합의 안보회 핵심 멤버 중 절반은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입니다. 물론 직책이 직책인 만큼 누구보다 이형종과 위상 세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그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회장님의 행동에 정책적인 걸림돌이 되기로 한 거지요. 음, 그 부분은 다음번 총회의 때 직접 언급하겠습니다. 기구의 설립 건으로 그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예상외로 너무 수월하게 해결해주는데? 뭔가 부탁할 거라도 있는 건가?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던 아란 셰이커 본부장은 진지한 눈빛으로 날 보며 말했다.

“부탁이요?”

[예. 회장님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윤해화 한국 지부장은 회장께서는 인어의 눈물 수백 방울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사실…입니까?]

조심스레 묻는 지부장을 보니 한 방울 팔아달라거나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내 능력이 아니라 눈물방울에 관심을 보이다니, 조금 심술이 날 거 같다.

눈물방울은 수량이 정해져 있지만 내 능력은 사용횟수가 무제한인데, 이쪽이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이용가치가 높은 거 아니야?

“네. 저번 활동에서 조금 많이 획득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요?”

[그것을 파실 생각이신지?]

“아니요. 수량도 얼마 없는데 손에 쥐고 있다가 중요한 사람이나 인류에 도움이 될 사람들한테만 줄 거에요.”

정확하게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나 "내 곁에 있는" 인류에 도움이 될 사람들이지만… 뭐 전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내 이야기를 들은 아란 셰이커 본부장은 그제야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길래 왜 저러나 싶어서 물었다.

“왜요? 인어의 눈물이 시중에 풀리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요?”

[인어의 눈물은 먹은 그 순간부터 생물학적인 나이를 20세로 돌려주며 천천히 육체가 젊어지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20대가 인어의 눈물을 섭취하게 될 경우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지만, 그보다 많은 연령대가 섭취할 경우 생물학적 나이는 20세로 돌아가며, 외형의 변화 역시 약 10년에 걸쳐 20세에 가깝게 돌아간다는 건 대중에 잘 알려져있지 않지요.]

갑작스럽게 인어의 눈물에 대한 효과를 설명해주는 본부장의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인다.

그가 하는 말에 집중했다. 부모님도 연인들도 모두 하나씩 먹었으니 이 기회에 정확한 효능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겠지.

여기까지 설명한 본부장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한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나이를 먹어가며 주어진 시간이 모두 소비되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올바른 법칙입니다. 하지만 인어의 눈물은 그 부분을 비틀어 인어의 눈물을 섭취한 순간부터 80년은 족히 젊음과 삶을 유지해 줍니다.]

…80년씩이나? 거의 인생 두 번 사는 거랑 마찬가지네.

아니다. 먹을 때마다 젊어지는 거라면 주기적인 공급만 가능하면 영생불사도 불가능이 아니란 말이다. 생각해보니 어마어마한 일이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어의 눈물은 단 한 번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까요. 그게 아니었다면 인어의 눈물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몰아쳤을지도 모릅니다.]

엥. 여러 번 효과를 못 봐? 이럴 줄 알았으면 연인들한테는 나중에 줄 걸 그랬네… 조금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현재 나이가 80살이 넘어가는 수십억 달러 자산가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 왕족으로 지내오며 석유자본으로 부를 축적하다 위상 세계와 위상 에너지의 등장으로 더 많은 재산을 긁어모은 중동 지방의 왕족들은 더하지요.]

“그러니까 인어의 눈물은 팔지 말고 제가 꼭 쥐고 있으라고요? 그 사람들이 인어의 눈물을 먹고 젊어지면 더 탐욕스러워질 테니까?”

[예. 그들이 보이는 젊음에 대한 탐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건강을 조금이라도 유지해준다면 살인이라도 불사할 인간들이지요. 옆에 회복 능력자를 끼고 매일매일 힐링 샤워를 받는 일은 애교로 보일 정도입니다.]

“헐.”

[그자들이 만약 돈으로 젊음을 산다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능력자 연합 외교담당 부서는 나이가 일정 이상인 재벌과 부호들의 움직임에 감시를 들어갈겁니다.]

“제가 인어의 눈물을 안 판다고 하면 누가 수작을 부릴까 봐서요?”

[예. 그자들이 앙심을 품고 회장님의 신변에 위해를 가했다간 여러모로 큰일이 벌어질테니까요.]

희미하게 웃는 본부장은 내가 외국에서 불리는 부정적인 별명(움직이는 핵폭탄, 파괴신, 재앙의 근원등등)을 떠올리고 에둘러 말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회장님께서도 부디 주변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마시기를.]

…뭐,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연합하고는 좀 친하게 지내는 쪽이 좋을 거 같다.

내가 주장한 범지구적 자치 기구, World Autonomous Organization. 줄여서 WAO를 만들겠다는 소식은 영국과 러시아, 미국에 전해져서 대통령과 수상이 직접 직통회선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부에 가까운 열렬한 호응을 보내주었고 IWO와 능력자 연합의 대대적인 호응 아래 WAO 설립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다만 WAO의 운영 방식은 기존에 계획한 UN 같은 국가 연합 공동운영기구 같은 방식에서 내가 원탑으로 존재하는 개인 사조직 비스무리한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처음에는 UN의 조직도를 참고삼아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최고위 이형종 이상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나 혼자 뿐이라 UN같이 여러 나라와 의견을 조율해 움직이는 불편한 방식을 철폐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활동을 하기로 한 거였다.

어차피 이형종을 잡는 건 나 혼자 할 텐데 괜히 공동 기구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여러 나라의 견제와 자이득을 위한 수작질을 부릴 이유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게 영은이의 설명이었다.

그렇게 1등급과 2등급, 3등급으로 우선순위를 나누고 연인들과 함께 각 나라의 등급별 분류에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일본: 설마... 아니지? 아니겠지?! 아닐거야!!!

영국: 절레절레

미국: 절레절레(1)

불곰: 절레절레(2)

중국: 절레절...

미국&영국&불곰: 중국 넌 뭘 했다고 절레절레거려?

중국: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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