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9 공하는 고□□? =========================================================================
“뭐래?”
언제 데려왔는지 미호는 여자 파일럿의 옷자락을 잡고 둥둥 떠 있었는데, 일체형 파일럿 슈트라 그런지 성인 여성의 몸무게 정도는 거뜬히 지탱하는 거 같다.
미호가 데려온 파일럿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파일럿 헬멧을 쓴 채로 손을 휘휘 저으며 소리쳤다.
“それらを攻撃しないでください!どうしてそれらを攻撃するんですか?!”
“나 일본어 못해. 할 말 있으면 한국어나 영어로 말해.”
“큭. 저, 칸고쿠어, 자, 잘 못하므니다! 코우, 고, 공격, 그만!”
한국어 잘 못 한다면서도 잘도 알아들었네. 파일럿은 어눌한 발음으로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미호에게 볼품없이 멱살이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주제에 반응만은 당당하기 짝이 없다.
“돌아가라고 해도 저것들이 공하를 노리는 거처럼 빙빙 돌고 있잖아. 안 보여? 난 세 번이나 경고했다고.”
“~~!!”
말을 길고 빠르게 하니 여자는 못알아듣는듯 하다. 그게 답답한지 헬멧을 벗어서 호쾌하게 집어 던져버린 여자는 머리를 덮고 있던 천도 거칠게 벗고… 뭐야, 혼혈?
머리카락은 갈색에 가깝고 눈도 특이하게 한쪽은 푸른색, 한쪽은 검은색인 오드 아이다. 얼굴 골격도 완전한 혼혈의 그거다. 혼혈은 처음 보는데… 신기하네.
“말, 천천…히! 부탁!”
“아, 그래. 저 인간들이 돌아가라고 해도 안 돌아가서 이러는 거야. 알겠어? 공하의 처리 우선권은 나한테 있다고.”
“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니 드디어 알아들었는지 이지스함들과 날 번갈아 보는 여자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흠. 잘됐네. 이 여자를 시켜서 돌아가라고 해야겠다. 안그럼 확 침몰시켜버려야지.
인증기를 켜서 마이크 확성 기능을 활성화 시킨 다음에 여자 입 앞에 대주면서 말했다.
“다 돌아가라고 해. 안 그러면 저기 허리가 반 동강 난 배 꼴로 만들어버릴 거야.”
[海上自衛隊の皆さん!復帰してください!韓国の破壊神が威嚇しています!]
…이년이? 사람이 보는 앞에서 파괴신이라고 해?! 다른 말은 몰라도 한국Kankoku이랑 파괴신Hakai-shin은 알아듣겠다!
내 말에 흠칫한 여자 파일럿은 목소리를 크게 해서 일본어로 어쩌고저쩌고하는데, 그렇지않아도 스틸 당한 거 때문에 승질이 가득 나 있는데 이런 식으로 도발까지 하니 더는 못 참겠다.
주먹을 쥐고 여자 파일럿의 머리통을 쥐어박자 "끄햑!" 하고 웃기는 비명을 지른다. 신체 강화를 풀었지만 대신 힘 조절을 안 했으니까 엄청 아플 거다.
정수리를 부둥켜 잡고 새우처럼 발발 떠는 여자의 말이 전달됐는지 비명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이지스함의 함장들은 굳은 얼굴로 자위대원들에게 뭐라 뭐라 소리치더니 하나둘 선수를 돌려 후쿠오카를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자 파일럿이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빠르게 주둥이를 나불거리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벌이니 무척이나 성가시다.
무시하고 봉쇄당한 채 꼼지락거리는 공하를 지켜보며 영은이한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미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암흑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더니 내 어깨 위로 건너와서는 여자 파일럿을 째려보며 말했다.
=주인님. 이 인간이 주인님 욕해여. 무례하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못생긴 인간이라구여.=
…맞다. 암흑이는 인간의 언어는 그냥 알아들을 수 있지? 그나저나 뭐? 무례하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못…생긴 인간?
“…….”
“…….”
암흑이의 통역에 입을 다물고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 파일럿을 노려보자 암흑이의 통역을 여자 파일럿도 들었는지 찔끔한 기색으로 입을 닫더니 불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말없이 발아래 푸른색 공간의 벽을 넓게 치고 그곳에 내려서자 암흑이의 통역을 듣고 잔뜩 화나서는 씩씩거리던 미호가 여자 파일럿을 공간의 벽 위로 패대기쳐버렸다.
“痛い!”
철퍼덕 넘어지며 아프다고 소리친 여자 파일럿은 팔꿈치와 무릎을 쓰다듬으며 겁먹은 얼굴을 하고 날 올려다본다. 그걸 보고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침 잘됐네. 언제 정부에서 연락이 올지 몰라서 심심했는데 그때까지 왕게임이나 해볼까? 내가 왕이고 넌 거지로 내가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해주는 거야. 암흑아, 통역해줘.”
암흑이의 통역을 들은 여자 파일럿이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을 하길래 파일럿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못하면 아주아주 아픈 벌칙이 기다릴 거야. 넌 자위대에서 지위가 어떻게 돼? 계급이 낮은 거 같진 않던데.”
내 경고에 이은 질문을 받은 여자 파일럿은 더욱 당황한 얼굴로 어버버거리더니 더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일반 항공자위대원이래여.=
“말이 되냐? 공하를 상대하는 작전에 평범한 자위대원을 쓴다고? 아무리 당나라 군인으로 소문난 자위대라지만 그건 좀 무리 아니야?”
아, 여자를 때려야 하나? 어떻게 때리면 아프지? 그렇지만 직접 때리는 건 내 인간성이 마모될 거 같아서 싫은데. 그렇다고 미호나 암흑이한테 시켰다간 명령을 오해하고 여자 파일럿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버릴 것 같아서 시키기도 좀 그렇고.
뭐, 어쩔 수 없지.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물었다.
“제대로 대답 안 하면 앞으로 옷을 한 겹 씩 찢어버릴 거야. 한밤중에 야외노출 플레이하고 싶지않으면 제대로 대답해. 당신, 자위대에서도 높은 신분 맞지?”
=아니라는 데여?=
여자는 설마 그러겠냐는 불안한 시선으로 파일럿 슈트를 살짝 움켜쥐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신체 강화를 활성화해서 여자 파일럿이 입고 있는 파일럿 슈트를 확 잡아 찢어버리자 슈트 안에 겹쳐 입은 국방색 얇은 티셔츠와 항공 색 반바지가 드러난다.
“いや!!”
아, 이 단어는 안다. 싫어 맞지? 일본 야동에서 자주 들어봤어. 몸을 가리던 두툼한 항공 슈트가 단박에 찢겨나가자 여자 파일럿은 사색이 되더니 허둥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다가 미끄덩하고 공간의 벽에서 떨어질 뻔 했다.
잽싸게 손을 뻗어 여자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기자 티셔츠 너머로 살짝 비릿한 여자의 살 냄새가 풍겨 나온다.
“후우. 자 다시 묻는다. 다음은 티셔츠다? 넌 자위대에서도 높은 신분 맞지? 혼자 작전에 참가하기도 했고 정비사를 쪼인트 까는 것도 다 봤다고.”
나에 대한 공포와 추락할 뻔했다는 두려움이 짬뽕 된 여자는 연이은 똑같은 질문에 불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며 머뭇거리다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요시.
쫘아아악!
“~~!!!”
순식간에 셔츠가 찢겨나가고 연분홍색 브래지어에 둘러싸인 가슴이 출렁하고 드러난다. 크기만 따진다면 프랑보다 더 크지만 약간 처져있고 모양도 예쁘지 않은 게 영 별로다.
훤히 드러난 상체에 여자 파일럿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빨개진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듯한 표정을 하더니 드러난 가슴을 가리기 바쁘다.
…그리고 밝은 달빛 아래 드러나는 살색과 눈물을 글썽이는 여자를 보자마자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어…. 실수했네.”
수치심이 드는지 이제는 훌쩍이기 시작하는 여자를 보고 인상을 쓰면서 머릴 긁적였다. 이건 명백한 내 실수다. 내가 먹으려는 밥에 숟가락을 멋대로 얹으려는 행동에 심술이 머리까지 솟아올라서 잠깐 회까닥했나 보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 여자 신분을 알아내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이럴까. 어차피 정치적인 문제야 영은이가 다 알아서 해줄 건데.
한숨을 쉬고 돌아서자 여자가 두 팔로 가슴을 가린 채 흠칫하고 놀라더니 황급히 뭐라고 짧게 대답한다.
=맞대여. 자기 아빠가 항공자위대 공장보래여.=
나는 그만하려고 했는데 여자는 내 움직임에 정말로 겁을 집어먹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음. 중단하려고 했는데 알아서 대답해주기 시작하면 예의상 캐물어 보기라도 해야지.
“공장보는 뭐야? 아무튼, 높은 신분이 맞는다는 거지? 넌 내가 누군지 몰라?”
=알고 있대여.=
“알면서 왜 내가 묶어놓은 공하를 공격한 거야? 일본이랑 한국이랑 회담 중인걸 몰랐어?”
=몰랐대여. 폭격기가 전부 터져서 자기가 아니면 공하를 쓰러트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대여.=
진짜 맞아? 공간 지각으로 여자의 몸속을 투시해보며 거짓말을 할 때면 드러나는 생리적인 반응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야. 공하를 쓰러트리기 위한 전투기를 몰고 나왔잖아. 기지랑 교신도 안 해봤어?”
=긴급한 상황이라 길게 교신할 여력이 없었대여.=
계속되는 질문에 여자 파일럿은 눈물을 그치고 훌쩍거리면서 고분고분하게 대답해주지만, 눈가에는 살짝 반감이 드는 거 같다.
자칫 잘못하면 생매장당해버릴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저런 반감을 보이다니, 어지간히 성격이 지랄 맞지 않고서야 저럴 수 있을까? 지 아빠가 공장보라는 직책을 언급했는데 아마 공군의 장군 비슷한 직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맘에 안 든다고 정비사를 까버리는 거나 지금 같은 반응이 이해가 가지. 자기 아빠가 장군인데 뭐가 무섭겠어.
아무튼, 그만큼 고위직을 아빠로 두고 있다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내가 생각한 의심을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공하가 너희 나라의 생체 실험으로 나타난 최고위 이형종이라는 건 알고 있어?”
암흑이의 통역을 들은 여자 파일럿은 눈을 치켜뜨더니 미쳤냐는 눈빛을 보낸다.
=위대한 자기 나라가 그럴 리가 없대여.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여.=
“지랄. 위대하긴 개뿔이.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너같은 애 한테 거짓말을 하냐.”
어쨌든 반응을 보니 알고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거 같다. 공간 지각으로 심박수나 호흡 등을 꾸준히 관찰했었지만 거짓말의 징후는 없다.
이대로 여자를 데리고 있어 봤자 쓸모라곤 하나도 없을 거 같아 아공간에서 티셔츠 하나를 꺼내서 여자 파일럿의 면상에 집어 던졌다.
“그거 입어. 그리고 미호는 이년, 저기 있는 이지스함 갑판에 버리고 와.”
- 응!
“ちょっと待っ…!!”
황급히 티셔츠를 주워입는 여자 파일럿은 미호가 허리춤을 잡아오자 화들짝 놀라면서 미호를 돌아보며 뭐라고 입을 열지만 미호는 1㎎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여자의 허리춤을 잡더니 이지스함을 향해 몸을 날렸다.
“꺄아아아아…!!”
미호의 손에 잡힌 밴드 타입의 반바지가 여자 파일럿의 체중을 받아 한계까지 늘어나더니 엉덩이가 고스란히 달빛 아래 드러나 버린다.
덩달아 거꾸로 뒤집히며 떨어질 듯 말 듯 하니 여자 파일럿은 한 손으로는 입다가 만 셔츠를 올리고 남은 손으로는 반바지를 움켜잡으며 비명만 질러댄다.
엉덩이를 노출한 채 날아가는 여자 파일럿을 보며 중얼거렸다.
“스케일러를 공하와 싸움 붙여서 데뷔시키려고 했는데 그러긴 좀 껄끄럽게 됐네.”
=왜영?=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내 어깨 위에 앉아있던 암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본다. 데려온 목적이 그건데 못하겠다는 말에 궁금함이 든 거 같다.
“너나 미호는 못 느끼는 거 같은데 공하의 위상력도 저 미사일처럼 이질감이 들고 있거든? 괜히 싸움 붙였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냐.”
=……전혀 이상한 건 못 느끼겠는데 주인님이 이상하다니까 이상한거겠졍?=
“그냥 이형종으로 밖에 안 보여?”
=넹. 사실은 주인님의 TP를 먹어서 진화한 애들도 다른 녀석들이랑 다른 점을 모르겠어영.=
…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스케일러들한테서는 공하처럼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건 미호도 마찬가지였다. 내 TP를 먹고 진화한 녀석이랑 공하 저거랑의 차이점은 뭘까.
미호가 여자 파일럿을 갖다버리고 돌아올 때까지 공하의 이모저모를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고 있으니 영은이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회담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이 기다렸나요?]
“아니요. 결과가 빨리 났네요? 어떻게 됐어요?”
[일본 정부가 모든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어요. 또한, 이번 사태에 관한 책임을 지고 공하의 출현 때문에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입은 재산상의 피해를 위상석으로 배상해주기로 하였으며 이외에도 전술 마도탄의 탄두에 들어가는 위상화학구조식과 기타 등등의 배상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단, 연구 일지는 공하를 완벽하게 처리해주는 조건에 오직 정 회장에게만 제공하는 것으로 하며 비밀 유지를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그럼 지금 공하를 죽이면 되는 건가요? 사체는요?”
[그렇습니다. 공하의 사체 처분권한도 정 회장에게 넘겨주었으니 회장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대단하네. 일본에게 받아낼 수 있는 건 모두 받아낸 거잖아? 영은이와 참모진의 교섭능력이 뛰어난 것인지 일본이 호구인 것인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에 영은이에게 칭찬 삼아 이야기를 꺼냈다.
“대단하시네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칭찬의 의미로 말한 거지만, 영은이는 대답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지 빙그레 웃음만 보여주었다.
공하는 영은이가 보는 앞에서 그 즉시 숨통을 끊었다.
뀨르르르르….
푸른색 공간의 벾에 꽁꽁 묶여 저항조차 못 하는 녀석에게 호박색 공간의 벽을 펼쳐 심장과 뇌 같은 주요 장기를 지워버렸는데, 지금까지 겪어봤던 최고위급의 저항력을 봤을 때 놈도 어느 정도 버틸 거라 생각했지만 펼친 그 순간 잠깐의 저항도 없이 분해되어버렸다.
“뭐지? 다른 최고위급이랑 비교했을 때 좀 약한 거 같네.”
=그쵸? 저도 좀 만만해보였어여!=
- 스케일러 2호랑 비슷하게 강할 거 같아.
주요 장기가 사라진 상태에서도 꿈틀거리며 눈에서 흉흉한 녹색 빛을 뿌리던 공하는 얼마 안 가 원통함이 담긴 눈을 감고 생에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뀨르르르….
잠시 후 에는 죽어버린 공하의 몸 주변으로 바다 안개 같은 푸른 위상력이 흘러나오는데… 어째 흡수하기 찜찜하다.
=쥔님. 위상력 흡수 안 해여? 지금 막막 뿜어져나오는뎅.=
“…저건 그냥 냅두자. 흡수하려니 어쩐지 기분이 찜찜해서 안 되겠어.”
- 우웅? 우웅.
미호와 암흑이는 좀 아깝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말에 얌전히 따른다.
전술 마도탄은 어떻게 하지?
공간 지각으로 미사일을 쭈욱 살펴보니 특히 탄두 부분에 복잡한 기계장치가 보여서 어쩔까 고민이 든다. 미사일에 관해서는 그냥 추진장치랑 탄두밖에 모르는데… 이질감이 느껴지는 위상력은 탄두에서만 느껴지니까 탄두만 떼갈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냥 아공간에 전부 집어 넣어버렸다.
만약 원격 폭발 기능 같은 게 있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미치지 않고서야 터트릴 리 없다. 터트렸다간 공하가 아니라 내 습격을 받게 될 거라는걸 알 테니까.
전술 마도탄을 챙기자 공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바다 안개 같은 푸른 위상력은 공하의 주변을 하늘거리다 이윽고 천천히 옅어지며 대기로 퍼져나간다. 그걸 본 암흑이가 입맛을 다시면서 내 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아깝당.=
“아까워하지마. 사람한테 어떻게 조작당한 위상력인지 모르는데 흡수했다가 탈이라도 나면 약도 없어.”
=넹!=
죽은 공하의 사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더니 아공간의 용량이 초과되며 100m에 가까운 꼬리가 중간 정도부터 툭 하고 잘려서 바닷속에 잠겨 들어가길래 그냥 집어 들었다.
어지간한 주택 다섯 채를 한데 붙여놓은 것만큼 크고 무거웠지만 마나 시브를 돌려 신체 강화를 일으키니 들어 올리는 데는 무리가 없었고 미호도 바람을 일으켜 도와주었기에 수월하게 공하의 꼬리를 잡고 한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하를 잡으러 올 때는 공간 도약으로 순식간에 지나쳐버려서 몰랐는데, 대마도 상공을 지나가다 보니 매캐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어서 지상을 둘러보자 대마도의 남쪽 섬은 화마가 휩쓸어 초록색이 보이지 않을 만큼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있었고 북쪽 섬도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은 채 산림을 야금야금 집어삼키는 중이었다.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특히나 북쪽 섬과 남쪽 섬을 잇는 부분이 엉망이었는데, 시가지로 보이는 곳은 공하가 직접 날뛰었는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타다만 건물들과 공하의 발자국으로 판단되는 큼지막한 구덩이가 곳곳에 찍혀있었고 도로에는 폭발한 자동차들이 널려있었는데 자동차 안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불에 탄 시체가….
“…….”
항구에는 부서지고 조각난 배의 파편이 수면을 떠다니고 있어서 바다로 도망치지도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간지각으로 마을을 살피는 건 관두고 처음 공하가 나타났다고 짐작되는 곳을 살펴봤다.
그곳은 큰 섬 두 개와 작은 섬 여러 개가 모여 이루어진 대마도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 커다란 폭발이 있었는지 섬은 온데간데없이 400m에 이르는 거대한 크레이터로 변해있었다.
밀려난 흙 때문에 바닷물이 크레이터로 밀려들지 않고 있었지만, 파도가 지속해서 치고 있으니 얼마 안 가 물이 채워질 거다.
무슨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흔적에 공간 지각으로 땅 속 깊은 곳까지 살펴봤지만, 인공적인 구조물은커녕 생명체 하나 없다.
“저래서야 증거물을 확보할 수도 없겠네.”
공하가 있었을 거라 의심되는 장소가 깔끔하게 사라져버려 물증도 함께 증발한 거 같은데 괜찮을까 모르겠다.
크레이터의 모습에 혀를 차고 다시 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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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감사!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