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7 공하는 고□□? =========================================================================
항공 뷰는 공하로 판단되는 거대한 음영을 쫓고 있었는데, 공하가 움직이며 일으키는 물결이 정확하게 츠이키 기지 쪽으로 화살표를 그리고 있었다. 그걸 본 차소영이 차분한 얼굴로 날 보며 묻는다.
“공하가 정말 츠이키를 향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걸요? 그냥 미사일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걸 거에요.”
“그렇다고 해도 계속 저 방향으로 이동한다면 기타큐슈를 관통하게 됩니다.”
“거기가 일본의 대도시죠? 사상자 엄청 나오겠네요.”
별다른 감흥 없이 중얼거리자 황규만 대령과 기간병 군인 아저씨들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날 괴물을 보듯이 한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왜 저렇게 쳐다보냐.
그때 슬그머니 사령실로 돌아와서 전투기의 폭발 장면을 지켜본 엄군진도 가라앉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도와주지 않으실 겁니까?”
“제가 왜요?”
어째서 그래야 하냐고 엄군진을 똑바로 보며 묻자 그는 순간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는다.
“그, 도의적이라거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일본은 도의적이고 인도적이라서 절 죽이려고 하고 제 주변에 간첩까지 심었었나 보네요?”
“…….”
할 말이 없다는 표정으로 내 차가운 시선을 피하는 엄군진에게서 나도 시선을 돌리며 코웃음을 쳤다. 난 성인군자가 아니라고. 어째서 날 죽이려 하고 괴롭혔던 옆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냉큼 도와줘야 하는데?
피해자의 입장에서 내 반응이 평범한 거야.
“흥. 아무튼, 지금 제 예감으로는 저 공하는 뭔가, 일본이랑 연관이 있을 거 같은 녀석이에요. 그런 예감이 드니까 그다지 움직이고 싶단 생각이 안 들어요.”
“저… 연관이 있다면 일본의 실험으로 태어난 이형종이란 말씀입니까?”
황규만 대령도 내 이야기에 뜻밖이라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실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본은 과거에 워낙 더러운 짓거리를 많이 했으니까 사람도 아니고 이형종을 상대로라면 말 되네요.”
딱히 내가 당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과거 일본이 어떤 나쁜 짓을 했었는지 직접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개새끼들이더만.
옆에서 대화를 듣던 차소영은 심각한 얼굴이 되더니 인증기를 켜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순간 상황 중계를 해주던 기간병 아저씨가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후쿠오카에서 해상 자위대 소속 군함 12척 출항! 목표는 공하라고 합니다! 후쿠오카 현 해안가의 주민들에게 긴급 피난 방송이 개시되었습니다!!”
“저런. 소용없을 텐데.”
정면의 스크린에서 들리는 일본인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외침이나 우리 쪽 기간병 아저씨들의 상황을 전달해주는 고함이 시끄럽다고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어째서입니까? 군함이라면 공하의 신경을 건드려 인가가 없는 해안선 쪽으로 유인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황규만 대령은 내 말이 이해가 안 가는 듯하다. 그래서 그 원인을 설명해주었다.
“그거야 평범한 이형종일 때나 통하는 이야기고요. 아무리 돌대가리 공룡 종이라지만 최고위급 정도 되면 사람만큼이나 똑똑해요. 스케일러들이 제 말 알아듣고 심 중위라는 분 뒤따라가는 거 잊으셨어요? 또 저놈이 공격받기도 전에 반격하는 거 보셨잖아요. 눈에 띄게 유인하려는 작전 같은 건 안 통할 거에요.”
“크음.”
“뭐 운이 좋거나 저놈이 성질 급한 놈이라서 잘 유인했다 쳐도 천년만년 바다 위에서 술래잡기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게다가 일본도 해안가에 능력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대기 중이잖아요?. 해안가에 다가가면 해안가에 우글거리는 위상력을 느낄 텐데 그런 도발에 넘어가겠어요, 아니면 "저놈들이 날 공격한 원수들이구나!" 하고 해안가를 공격하겠어요?”
“…….”
“공하의 위상력 감지 범위는 예상이지만 15km. 일본은 대처 잘해야 할거에요.”
내 말에 황규만 대령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라앉은 안색으로 발끝만 내려다본다. 능력자가 아닌 황규만 대령은 이형종의 습성이나 지능을 너무 얕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만약 공하가 초위급이었고 위상력 감지 범위가 100km였다면 상황은 이미 끝났을 거다.
전투기는 직선으로 대마도의 공하를 향해 날아갔었으니까 공하도 전투기가 날아온 방향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챘을 테고, 대마도를 나서는 순간 후쿠오카 쪽 해안선이 감지에 닿을 테니 그럼 공하는 직선으로 능력자들을 덮치러 움직였을 거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공하의 이동이 빠르지 않다는 점일까. 저 정도 속도라면 해안가에 살던 주민들이 어느 정도 대피할 시간을 가질….
띠디디디디디.
그때 내 인증기가 울면서 전화가 왔음을 알려준다. 발신자를 보니 영은이다.
“…….”
영은이의 이름을 보니 받을까 말까 순간적으로 고민이 들었다. 영은이가 할 이야기라면 일본이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뿐일 거 아냐.
내 마음속에서 일본을 싫어하는 감정이 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았다. 영은이의 전화마저 받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 정도라니.
“질풍신뢰 작전에서 대기 중이던 마지막 한 기가 이륙합니다!”
기간병 아저씨의 외침에 화면을 보니 여자 파일럿이 타고 있던 회색의 전투기가 거친 불꽃을 꽁지에서 내뿜으며 하늘 높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전화를 받자 약간 가라앉은 얼굴을 한 영은이의 모습이 허공에 떠올랐다. 영은이도 내가 전화를 받는데 머뭇거렸다는걸 눈치챈듯하다.
[그랑 블루 회장.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일본 총리가 정식으로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어요.]
“벌써요?”
[작전 실행 전에 미리 작성해놓은 듯합니다. 네 기의 폭격기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일본 총리가 잠시의 지체도 없이 연락을 해오더군요.]
먼지낀 마룻바닥을 발바닥으로 툭툭 치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영은이도,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이런 내 모습에 숨을 죽인 채 내 결정을 기다린다.
“…대통령님은 제 예감이 어떤 건지 잘 아시죠?”
[물론이지요. 회장의 예감은 일종의 예지와 마찬가지지않습니까.]
뜬금없는 내 물음에도 영은이는 눈치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원하던 대답을 해준다. 좋은 쿵짝이라고 생각하며 강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 예감이 말하고 있어요. 공하의 출현에 어떤 식으로든 일본이 관여해있다고요.”
[…!]
“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아시겠죠?”
일본이 싸지른 똥을 간단한 도움! 한마디만 듣고 간단히 치워줄 생각은 절대로 없다는 거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우리나라도 아니고 나랑 감정이 쌓인 옆 나라 일이다. 그쪽 동네 사람들이 몇이 죽든 내게는 사람이 아닌 숫자의 감소로 무감각하게 다가올 뿐이다.
내 모습에서 영은이는 확고한 심정을 느꼈을 거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지요. 연락은 그 후에 다시 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요.”
[맡겨두세요.]
[서하. 그게 무슨 말이지?]
영은이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화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차소영의 손목에 붙어있는 인증기에서 홀로그램 창이 떠올라있었는데, 허공에 뜬 홀로그램 창에는 화연이의 심각한 얼굴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을 보니 차소영이 화연이와 통화를 하는 사이 내가 영은이랑 대화를 나누던 게 화연이에게도 들린 거 같다.
[공하의 출현이 일본과 연관이 있다니? 일본이 대마도에서 생체 실험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거까진 모르겠고 예감이 그래.”
[……]
내가 내린 결정까지 다 들었는지 화연이의 표정이 어둡다. 내가 일본의 구조에 나서지 않는 게 신경이 쓰이는듯하다.
저런 화연이의 얼굴을 보니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변명을 입에 담았다.
“내가 똥차도 아니고 일본이 싼 똥을 넙죽 치워줄 생각은 없어. 일본이 나한테 한 짓이 있잖아.”
[그래…. 과거 청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전반적인 사정 설명도 없이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는 건 확실히 잘못된 일이지. 하지만 죄 없는 수백만 명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일단 공하를 푸른색 공간의 벽에 가둬 둔 뒤에 일본에게 해명과 정식 도움 요청을 기다려도 괜찮지 않을까.]
“음.”
[서하가 연좌제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네가 훗날 오늘 일을 떠올렸을 때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걱정어린 모습이 듬뿍 묻어나는 화연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한다. 날 저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뭉클한 건 뭉클한 거고 내가 그런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낀다는 미래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데? 오히려 일본이란 나라가 지구에서 사라진 건 금방 상상이 간다.
그때 화연이 옆으로 프랑도 얼굴을 내밀면서 따뜻함과 걱정이 어린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서하 말대로 공하가 일본의 실험으로 탄생한 것이라면 일본은 그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할거에요. 하지만 죄가 없는 시민이 대피할 틈도 주지 않고 학살당하게 두는 것은… 저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음. 역시 프랑은 전직 기사라서 그런지 칼을 든 범죄자가 있다면 범죄자를 쳐야 하지 범죄의 도구인 칼을 처벌하는 건 옳지 않다고 여기는 건가.
나는 물론 범죄자도, 범죄에 쓰인 도구도 다 처분해버려야 한다는 쪽이다. 물론 범죄자만 두고 도구만 처벌한다는 상병신같은 생각은 안 하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결국 그녀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무작정 착하기만 하다면 그녀들의 의견에 휘둘렸을 때 호구 잡히기 딱 좋겠지만, 프랑하고 화연이도 순수하게 착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알았어. 앞으로 1시간 동안 공하를 묶어둘게. 그 정도면 되지?”
[아아. 그래.] [잘 생각하셨어요!]
환히 웃는 예쁜 연인들을 보니 뭐, 일본이 공하한테 결딴나는 게 한 시간 정도 미뤄지는 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영은이한테는 문자로 간단하게 [공하는 내가 1시간 동안 붙잡고 있을게. 그 사이에 일본을 최대한 윽박질러서 정보를 뜯어내 줘.]라고 문자를 보낸 뒤 암흑이와 미호만 데리고 남동쪽을 향해 하늘로 쏘아 올라갔다.
일본 쪽에서 도와달라고 이미 서신을 보냈다니 일본 영공을 지나치는 것도 문제 안 되겠지?
화연이는 기왕 나와 얼굴을 마주한 거, 차소영과 통화를 끊고 내 인증기로 다시 전화를 걸더니 착하게도 공하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 방향으로 쭉 나아가면 공하가 보일거다.]
“알았어. 나 먼저 공간 도약으로 가 있을 테니까 미호는 암흑이 데리고 이 방향으로 쭉 날아와! 암흑이는 만약을 대비해서 미호를 보호하고!”
- 응!
=넹!=
미호에게 명령을 내리고 연속 공간 도약으로 번개같이 튀어나갔다.
1초 1회 도약에 6km씩 스무 번을 도약하자 슈퍼 문의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수면 위로 마치 스테고 사우르스처럼 등에 나뭇잎 같은 등뼈가 솟아있는 이형종이 시야에 들어와앙?!
지지지지직….
공하의 위상력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고 가속과 신체 강화, 마나 오러, 마나 비전을 동시에 키면서 몸을 비틀자 내 가슴이 있던 곳으로 오로라 같은 레이저가 훑고 지나간다!
“와씨발!”
하마터면 맞을 뻔 했, 또 온다!
놈의 위상력이 또 움직이는 걸 보고 황급히 단거리 공간 도약을 펼치니 아까까지 있던 장소로 다시 한 번 오로라처럼 녹색이 물결치는 레이저가 지나간다.
뀨아아아아아악!!!
두 번이나 피하자 공하의 포효라고 생각되는 커다란 소음이 고막을 자극한다. 그렇게 몇 번의 레이저를 피하자 그제서야 공격이 뜸해지며 놈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공하는 똑바로 선채 바다를 걸어서 가로지르는 중인데 키가 150m 정도로 허리 위쪽이 바다 위로 솟아오를 만큼 컸다. 대한해협의 수심이 아무리 얕다지만 허리춤까지밖에 안 오다니, 역시 최고위급이라 그런지 그랜드 터틀과 맞먹을 정도의 덩치다.
그런데 저 외형은 아무리 봐도….
“고질라?”
뀨뀨아아아아앍!!
무슨 방사능을 써서 실험하기라도 했냐? 어처구니없는 마음에 잠시 멍하니 있었더니 공하는 또다시 포효를 지르며 날 향해 레이저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마침 잘됐다 싶어 위력 확인을 위해 호박색 공간의 벽을 펼쳐 레이저를 막아봤다.
“어? 뭐야.”
내 호박색 공간의 벽은 TP가 담긴 공격이라면 TP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데, 공하가 쏘아낸 레이저에서는 TP가 하나도 흡수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워터 젯인지 워터 레이저인지를 쏠 때도 공간 지각에 살기가 감지되지 않았었다. 단지 위상력이 움직이기에 본능에 따라 피했을 뿐.
“뭐지. TP를 사용한 기술이 아닌 건가?”
한동안 레이저를 난사하던 공하는 자기가 쏜 레이저가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초록색으로 타오르는 안구를 들어 날 빤히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가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냥 가냐.”
…저 행동을 뜻을 가늠해보면,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지란 뜻 같은데?
날 무시하고 등을 보인 채 일본을 향해 바다를 가르며 걸어가는 공하를 공간 지각으로 자세히 살펴봤다.
음… 놈은 전체적으로 군청색이었는데, 머리는 그냥 여느 공룡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코와 윗입술 사이,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자면 인중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자그마한 구멍이 나 있었다. 저기서 녹색 오로라 같은 레이저를 쏘아내는 거 같다.
그 레이저는 100원짜리 동전 굵기여서 항공 뷰나 전투기의 시점에서는 안 보였던 것 같다.
몸통은 이구아나처럼 두껍고 크지만, 목이 길어서 전후좌우 360도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거 같다. 등에는 아까 본 것처럼 스테고 사우르스의 등 뿔 같은 게 두 줄로 30개가량이 꼬리까지 나 있었고 뒷발은 몸통만큼이나 두껍고 길다.
발도 세 갈래로 갈라진 말발굽…도 아니고 물갈퀴가 달린 것도 아닌 기묘한 모양이었는데 끝에 달린 발톱마저 발굽과 비슷하게 생겨서 기이한 형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뒷발에 비해 앞발은 상대적으로…가 아니라 진짜로 왜소한 모양새다. 왜소한데 손톱만은 길고 날카롭고 뾰족해 보인다. 거기다 손톱과 손톱의 홈이 서로 맞물릴 수 있게끔 보여서, 손을 모으면 거대하고 기다란 창이 만들어질 거 같다.
위상력은 최고위의 최저한도인 350만이다.
“봤어? 저놈, 날 무시하고 그냥 일본으로 향하는데?”
홀로그램을 돌아보며 말하자 프랑과 화연이는 전투에 방해하지 않으려는 거였는지 숨도 멈추고 지켜보고 있더니 내가 먼저 말을 걸자 길게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처럼 보였다.]
[서하를 무시하고 일본을 향해 가는 걸 보면 그만큼 일본을 증오하는 게 아닐까요? 서하의 예상대로 일본에게 생체 실험을 당하게 돼서 극도의 증오를 품게 됐다거나….]
“그럴지도.”
미호가 온다면 소울 링커로 녀석의 감정이 어떤지 확인 좀 해봐야겠다. 놈의 감정을 확인하면 심증에 물증까지 확보될 테니까.
높은 파도를 일으키며 서일본을 향해 가는 공하를 뒤따라가고 있으니 한발 늦게 미호가 도착하면서 내 등에 달라붙어 온다.
- 주인님~!
“그래그래. 미호야, 지금 저기 바다를 걸어가는 놈 보이지?”
- 무지 커?!
=뭘 먹구 자랐길래 덩치가 저리 큰거임?=
수면 위로 산만하게 솟은 공하의 그 거대한 모습에 미호는 귀를 파닥거리면서 놀라움을 표시했고 암흑이도 미호의 목덜미에 찰싹 달라붙은 모습으로 공하의 덩치에 혀를 내두른다.
“저 녀석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 살펴봐 줄래? 깊고 자세하게 볼 필요는 없으니까 표층 의식 정도만 봐주면 돼.”
- 웅? 디게 화나 있는데?
“디게? 얼마만큼 디게?”
- 주인님이 큰 빨간 날치 잡을 때보다 더 화나 있어!
……일본을 뒤집어엎는 걸로도 부족할 만큼 엄청 화나 있나 본데.
뀨르르아아아아아아악!!!
- 아우~ 귀청 떨어져~!
멈추지않고 발걸음을 옮기던 공하가 갑작스레 천지를 뒤집을듯한 포효소리를 질렀다. 포효 소리에 몸이 떨릴 정도…… 어? 저건 그, 5번째 전투기 아냐?
전투기는 연속된 회피운동을 하며 공하를 향해 무인 전투기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있었는데, 조그맣게 보이던 점이 순식간에 커지며 내 공간 지각 범위 안에 들어선 건 그야말로 찰나였다.
============================ 작품 후기 ============================
위내시경을 받았더니 역류성 식도염이 심각하다네요 ;ㅂ; 세 번이나 강조 안 하고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듣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