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6 공하는 고□□? =========================================================================
닫혀있는 오래된 미닫이문을 열고 사령실이라고 불리는 교실로 들어가니 7명이 각자 할 일을 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칠판이 있는 벽에 세워져 있던 커다란 광학 스크린에는 새카만 벌판에 지평선까지 곧게 뻗은 활주로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밤이지만 구름이 없고 달빛이 밝아 주변을 분간하기가 어렵지 않다.
활주로에는 다섯 기의 새카만 전투기가 W 편대로 늘어서 있고 각각의 기체에 주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설비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작전을 앞두고 전투기를 정비 중이었는지 여러 개의 투광기를 켜놓고 전투기 주변을 밝혀놨는데, 정비공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전투기 한 대당 세 명이 달라 붙어있었고 미사일을 옮기랴, 전투기의 콕핏 쪽에 전선 다발을 꺼내 컴퓨터에 연결해놓고 뭔가를 손보는 사람으로 분주하다.
- 저게 뭐징.
=나 저거 앎.=
- 먼데?
=전투기라는 것임.=
교실 뒤편에 서서 조용히 화면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엄군진이라는 능력자가 미호와 암흑이의 기척에 뒤를 돌아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 아! 이거 세기의 초인이라 불리시는 그랑 블루 회장님 아니십니까.”
세기의 초인은 또 뭐야. 그냥 호칭을 막 가져다 붙이는 건가? 조금 떨떠름한 기분에 비틀린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능력자 연합 이형종 대응 4팀의 팀장인 엄군진입니다. 음. 아무래도 제가 칭호의 선택이 판단 미스였던거 같군요. 하하하.”
엄군진은 내 비틀린 웃음을 보더니 하하 웃으며 연합 내부에서는 날 가리키는 수식어나 칭호가 워낙 많아 뭘로 불러야 내가 좋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말로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쪽의 귀여운 여우 소녀분이 미호… 맞지요? 차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귀여운 소녀군요?”
- 알면서 뭘 물어봐?
내 팔을 껴안은 채 엄군진의 말에 새침하게 되받아준 미호는 사령실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시작한다. 그 살랑거리는 뒷모습에 엄군진은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를 쓸어넘기며 헤죽하고 웃었다.
“오. 이거 참… 아랍의 오일 왕자께서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하길래 얼마나 귀여울까 했는데, 과연 이군요.”
이 인간도 로리 변태냐? 그랑 블루 발족식 때 참여했던 이름도 모르는 아랍 왕자가 생각난다. 미호를 데려가는데 자기 재산을 다 털어주겠다던데 지금 자란 미호의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사람은 중증의 로리 변태던데 4팀장 님도 로리콘이에요?”
“헛?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귀여운 것을 사랑하는 정상적인 남자일 뿐입니다. 그런 로리 변태와 비교하시면 곤란한데요.”
정색하는 꼴이 어째 더 의심이 가지만 사람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사이 사령실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던 미호는 황규만 대령이 두드리는 노트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황규만 대령은 옆에 다가온 미호를 보고 한 번 흠칫하더니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려 하던 일을 계속했다. 거기다 나와 엄군진의 대화에 끼어들려는 기색이 없는 게 그는 지휘자 타입이 아니라 실무자 타입인 거 같다.
- 그거 모야?
“…공하의 실루엣입니다.”
- 뭐 적는 거야?
“……정부에 제출할 경과서와 보고서입니다.”
- 후웅.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며 황규만 대령의 업무를 방해하는 미호를 지켜보다가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엄군진에게 물었다.
“저게 전술 마도탄이랑 그걸 장착할 전투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새카만 전투기는 주익이 전진익 형태로 수직 꼬리날개 없이 넙적한 모양이었는데, 정비공들이 주익의 아래에 새카만 미사일을 달고 있었다. 저게 전술 마도 탄인가보다.
전술 마도탄은 항공 폭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축소한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생겼다. 전진익의 양쪽 날개에 달고 날아가서 바로 쏘아내는 건가?
전술 마도탄에 흥미를 보이니 엄군진도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전술 마도탄은 폭발 시에 전술핵에 맞먹는 위력을 보인다고 해서 전술 마도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데, 최고위 이형종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군요.”
“기왕이면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음? 의외입니다?”
“뭐가요?”
“그것이, 저 전술 마도탄의 위력이 입증된다면 회장님의 입지가 조금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블루 오션이 레드 오션으로 변해버릴지 모르는 일인데요.”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사냥터를 말하는 거라면 내 능력은 일반 능력자들 수백, 수천 명이 모이더라도 내 사냥 속도와 효율을 따라오지 못하니 전혀 상관없는데?
현실에서의 내 영향력을 말하는 거라면 저 미사일의 효용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볼게 뭐가 있지? 오히려 자기 나라에 최고위가 나타났다고 날 귀찮게 안 해서 더 좋지.
아무튼, 이럴 땐 괜히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기보단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드는 게 좋겠다.
무슨 뜻이냐는 뜻을 품은 눈으로 엄군진을 빤히 바라보니 또다시 히죽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현실에 등장하는 이형종도 위상석을 가지고 나오지 않겠습니까. 최고위급 이형종마저 현실에 나타난 것을 봤을 때 위상력의 농도가 점점 짙어진다는 연구학자들의 결과는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구태여 위상 세계에 들락거리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이형종을 잡는 것이 더 편할 거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뭐, 그런 뜻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생각했던 사람 좋아 보인다는 의견은 철회다. 표정을 보아하니 날 슬쩍 떠보는 거 같은데 내 반응을 수집해서 본부로 가져가 내 성향을 분석이라도 할 생각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데요?”
블루 오션이니 레드 오션이니 그런 경쟁자의 유무로 결정되는 시장 따윈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엄군진은 내가 블루 스톤을 만들 수 있다는걸 모를 테니 저런 반응을 보여 준거겠지.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른 쪽의 이야기를 꺼냈다.
“연합에서도 알고 있지 않아요? 제가 위상석을 시장 경제를 생각해서 적게 풀고 있다는 거.”
“으음. 들었습니다. 회장님이 위상 세계에 한번 다녀오실 때마다 GDP 상위권 나라의 1년 예산만큼 벌어 오신다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러니 저런 게 개발된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일 같은 건 없어요. 뭣보다 최고위 이형종이 나타났다고 저한테 도와달라면서 매달리는 것보단 저렇게 최고위 이형종에게도 통하는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는 게 더 좋아요.”
엄군진은 "과연!"하면서 과장된 탄성을 지르더니 다른 방식으로 내 반응을 떠보려 들었다.
“그렇다면 저런 전술 마도탄을 회장님을 향한 공격 수단으로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멍청한 소릴 하시네. 핵이랑 다이너마이트가 만들어졌다고 국가 간 분쟁이 완전히 사라지던가요?”
“…네?”
“제가 하나 물어보죠. 능력자 연합은 전술 마도탄의 개발을 진작에 눈치챘죠? 그런데 어째서 내버려 뒀어요? 또 제 존재를 알면서 어째서 가만히 놔두는 거죠?”
“음….”
엄군진은 내 말 속에 품은 뜻을 이해했는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이내 풀고는 실실 웃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역시 세간에 퍼진 소문은 믿을게 못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떠보는 질문에 불쾌하셨을 텐데 성실히 대답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그 소문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믿어도 될 거에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위협을 느끼게끔 일부러 서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는데도 엄군진은 하나도 쫄거나 겁먹지 않은 모습으로 크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니 그만한 대가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차. 슬슬 능력자 부대도 정렬시켜야겠군요. 그럼 전 이만!”
그러더니 내가 붙잡을세라 쌩하고 사령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도망간 거 맞지? 그래도 솔직하게 자기 입으로 시인하고 대화 내내 활달하게 웃는 모습이 아주 밉상은 아니라서.
-으악?!-
푸른색 공간의 벽을 만들어 발을 걸어버리는 걸로 복수를 마쳤다.
정문에서 그가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절묘하게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쳐 발에 걸어버리자 엄군진은 허우적거릴 틈도 없이 몸이 붕 떠오르더니 학교로 들어오는 비탈길을 호쾌하게 구르며 내려간다.
쌤통이다.
작전 시간이 되어갈수록 대항항은 점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차소영이 가져다준 야식으로 배를 채운 스케일러도 미호를 보내서 긴장하라고 전해두고 광학 스크린에 보이는 서일본 항공자위대 츠이키 기지의 활주로를 지켜봤다.
양 날개에 전술 마도탄을 장착한 새카만 전진익의 전투기는 W 형태로 활주로에 배치되기 시작했고 일본인 기술자로 보이는 사람이 화면에 나와 뭐라 뭐라 말하더니 화면이 츠이키 기지, 전투기 시점, 무언가 연기 같은 게 시야를 가로막는 화면 하나와 일본인의 얼굴 4칸으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전투기의 시점은 거기서 다시 네 개로 분할되었다.
“강 중사. 화면 분할은 조절할 수 없나. 일본인 면상 따윈 필요 없으니 대마도의 항공 화면과 폭격기 시점을 확대해보게.”
“예!”
황규만 대령의 말에 광학 스크린은 크게 두 개로 나뉘고 각각의 모서리에 작게 츠이키 기지의 상황과 일본인의 얼굴이 나오게 바뀌었다.
“대마도 상공에서 찍는 화면이 어느거죠?”
“연기로 가득 찬 화면입니다.”
“불이라도 난 건가?”
시간이 흐르자 정비공들이 시설물과 설비들을 챙겨서 재빠르게 물러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기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동시에 화면 한구석에 조그맣게 표시된 일본인이 일본어로 떠들기 시작한다. 말수가 급격히 많아지는데, 차소영의 통역을 들으니 저 일본인은 일종의 오퍼레이터인가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이 전부 화면에 나오는데 굳이 말로 표현해줄 필요가 있나?
[10分後、疾風迅雷作戦を開始します。各部處では、作戦以降の行動指針をもう一度お読みください。]
“10분 뒤에 질풍신뢰 작전을 개시합니다. 각 부처는 작전 이후의 행동지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십시오. 라고 합니다.”
내 뒤에 선 차소영이 통역을 듣고 인증기의 채팅창을 열었다.
<당신: 이제 시작하나 봐.>
<유화연: 우리도 보고 있다.>
<프랑: 서하, 조심하세요.>
<당신: 난 걱정 말고 너희들이 더 조심해.>
연인들과 짧은 채팅을 주고받다 보니 전투기의 시점 화면이 덜덜덜 떨리며 각각 질풍신뢰라는 네 글자 중 한 자씩 따서 이름 붙인 전투기 4대가 차례차례 굉음을 일으키며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런데 다섯 대의 전투기 중 네 대만 이륙하고 가장 뒤에 있는 전투기는 그대로 활주로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걸 보고 의아해졌다. 열심히 정비하더니 고장 난 건가?
“한 대는 안가네.”
“작전에는 4기를 투입하고 나머지 한 기는 만약을 위해 대기한다고 합니다.”
“발사 지점 도착까지 앞으로 3분.”
차소영은 손에 서류를 들고 살피며 내 의문을 풀어준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기간병 아저씨가 공하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예상 시간을 말해주었다.
그나저나 남아있는 저 전투기는 이름도 없고 색도 회색을 띠고 있는 게 왜 차별성을 둔 거지? 그때 장식용인 줄 알았던 콕핏이 열리며 파일럿 헬멧을 쓴 사람의 머리가 불쑥 올라왔다.
“어! 무인 전투기라고 안 했어요?”
“예정을 변경했나 봅니다. 변수로 인간의 판단력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거라 여긴듯합니다.”
흠…. 괜히 신경 쓰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저네들이 하는 일인데 뭐.
전투기의 콕핏에서 내린 사람은 몸매를 봐서는 여자인 거 같다. 투박한 파일럿 슈트로도 가리지 못하는 가슴의 볼륨과 허리의 잘록함은 여자가 아니라면 흉내도 못할 라인이다.
콕핏에서 뛰어내린 여자는 헬멧을 벗고 머리에 뒤집어쓴 하얀 천 같은 것도 거칠게 벗더니 후다닥 달려온 정비공 같은 사람들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찬다.
“우와. 성질 더럽네.”
정강이를 부여잡고 깡충깡충 뛰거나 자빠져서 뒹구는 정비공들에게 전투기를 가리키며 거칠게 손을 휘젓는 모습을 보아하니 무척이나 화가 난듯하다.
“발사 지점 도착까지 앞으로 2분.”
상황을 중계해주던 기간병 아저씨의 목소리에 다시금 전투기의 시점을 보여주는 화면을 주시했다. 보름달이 떠서 그런지 전투기의 시점에서 보는 시야에 조금 높게 물결치는 검푸른 바다가 확실히 보인다.
“보름달이 지구랑 가까워서 그런지 되게 밝네요.”
“슈퍼 문이 뜨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날이 어두워야 공하에게 들킬 확률이 줄어들 텐데 운이 없지요.”
그 순간 전투기 시점 4개 중 하나가 시커멓게 변해버린다.
“3호기 격추! 아, 1호기도 격추! 2기가 격추당했습니다!”
이어서 다시 화면 하나가 까맣게 변하고 남은 두 개의 화면이 거칠게 떨린다. 항공 뷰에서는 두 개의 새파란 폭발이 밤하늘을 물들이는 중이었다.
황규만 대령은 정체불명의 원거리 저격에 폭발하는 전투기를 보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공하의 공격이 예상보다 날카롭습니다. 수 킬로미터 밖에서의 저격이라니, 예상외군요.”
“폭격에 실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격 수단은 워터젯 분사로 판명!”
기간병 아저씨의 짤막한 말 외에도 일본인 오퍼레이터는 다급한 목소리로 뭐라 뭐라 빠르게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
“요약하면 공하의 저격 능력이 대단해 예정을 변경, 원거리에서 곧장 발사한다고 합니다.”
차소영의 대답에 응하듯 항공 뷰에서 초록빛 불꽃을 꼬리에 단 두 발의 미사일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전투기의 시점에는 불그스름한 기운에 물든 섬 밖에 안 보이는데… 맞출 수 있는 거야?
전투기와 공하 사이의 거리는 약 7km. 발사와 동시에 남은 두 기의 전투기는 공하의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 회피 운동을 하며 섬을 향해 기관포를 쏘기 시작했다.
복잡한 회피 운동과 함께 기관포를 쏘던 전투기에서 남은 미사일 두 발이 발사된다.
“3번, 4번, 7번, 8번 전술 마도탄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아! 4호기 격추!”
그와 함께 남은 두 대의 전투기 중 하나가 터져나가고 미사일을 모두 쏟아부은 남은 한 기는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대마도 상공을 돌며 기관포를 쉴 새 없이 쏘아낸다.
“3번 미사일 격추!”
그리고 날아가던 네 발의 미사일 중 한 발이 공하의 저격 때문인지 시퍼런 불빛을 내뿜으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폭발의 여파가 하늘에서 일렁이는 가운데 2호기는 대마도로 더욱 접근한다. 전투기의 시점에 어렴풋한 공하의 실루엣과 함께 온통 불타고 있는 대마도가 화면에 드러난다. 불그스름한 기운은 산불의 영향이었나 보다.
“엄청난 산불입니다.”
차소영의 말대로다.
멀리서는 잘 몰랐지만 가까이 접근한 전투기가 보내주는 영상에는 대마도의 삼림이 불에 타오르며 시커먼 연기를 어마어마하게 내뿜고 있었다.
산불의 연기가 대마도의 상공을 가로막으며 밤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지상은 활활 타오르는 산불로 화광이 솟구쳐 마치 지옥과도 같은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대마도를 향해 꽁무니에 초록색 불을 달고 빠르게 날아가던 미사일이 공중에서 차례대로 터져나간다.
“워터젯의 쿨타임은 30초 정도 되는 거 같지 않습니까?”
“30초라,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입니다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겠군요.”
차소영과 황규만 대령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지막 남은 한발도 대마도를 지척에 두고 공하의 저격에 폭발해버렸다.
“미션 실패군요.”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는 푸른 폭발과 폭연을 지켜보던 차소영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데, 그 말이 지금 사령실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나는 공하가 미사일을 저격한 데서 의문이 든다. 저놈이 어떤 타입인지는 모르지만 7km 밖에서 쏘아낸 미사일을 별로 좋지 못한 화면으로는 분간도 못 할 가느다란 레이저 같은 걸로 미사일을 터트리다니, 어지간한 시력과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으음. 공하가 미사일의 위상력을 감지하고 미사일을 저격한 건가?”
“그게 가능합니까?”
내 혼잣말을 엿들은 황규만 대령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물어보지만, 위상 에너지로 만든 폭약에 위상력이 남아있어서 그걸 감지해서 쐈다고밖에 생각이 안 드는걸?
“안될 리는 없겠죠. 위상력에 민감한 게 이형종인데 위상 에너지를 응용해서 만든 폭약이면 위상력이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공하가 5km가 넘는 거리에서 저격을 해온 걸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
차소영과 황규만 대령은 내 말을 듣고는 놀란 눈으로 입을 뻐끔거린다.
“공하가 미사일에 담긴 위상력을 감지해서 저격하는 거라면 이 작전은 성공할 수가 없는 시나리오 아닙니까?”
“으으음.”
황규만 대령의 끓는듯한 신음을 덮듯이 기간병 아저씨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온다.
“공하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방향은… 후쿠오카 현! 항공자위대 츠이키 기지 방면입니다!!”
외침을 듣고 화면을 돌아보니 어둠과 화광의 빛에 가려진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일본이 가정하던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거 같다.
============================ 작품 후기 ============================
2편 연재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알고 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글 쓰는 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ㅠㅠ
거기다 속이 뒤집어져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다가 오늘 내과 가서 위내시경 예약하고 왔다능...ㅠㅠ
그래도 연중이나 휴재 뒤에 잠적 같은 일은 안 할 겁니다!
제가 제일 미워하는 작가가 토가시에요.
그리고 한 번도 연중 안 한 작가는 있어도 한 번만 연중 한 작가는 없다는 말도 심금을 울려서...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