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64화 (464/517)

00464  또 다른 최고위 이형종.  =========================================================================

[처음 뵙겠습니다.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본부 대외본부장을 지내고 있는 헬머 에지스라고 합니다.]

홀로그램창에 뜬 생생한 얼굴을 보자 생각났다. 내가 위상 세계에 강제 소환되기 전에 티비에서 봤던 사람이다.

능력자 연합 본부의 대외본부장이라면 낮은 직책이 아닐 텐데 직접 전화를 다 했네. 급한 일인가?

“네.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긴급히 해결을 보아야 할 사항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을 한 것에 양해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미국인이면서 수준급인 한국어 실력과 정중한 말과 행동에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대화나 부탁을 하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지.

대외본부장이라는 직급에서 그가 이야기할 게 무엇인지 대강 짐작을 했지만, 일부러 아는 척해서 이야기를 꺼내기 편하게 만들어 줄 필요는 없겠지?

“괜찮아요. 비상 대기 중이긴 하지만 전화 받을 정도는 되니까요. 그래서 긴급히 해결을 봐야 할 일이라는 게 뭔가요?”

[마스터 정의 고견을 한국 정부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시더군요.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해? 무슨 오해요?”

미사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가? 마스터 정이라는 비교적 듣기 좋은 호칭으로 부른 헬머 에지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으니 그도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일본의 미사일 발사 결정에 마스터 정의 존재가 크나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로 인해 기존에 연구 중이던 위상 에너지를 폭약과 결합한 전술 마도탄의 발사를 검토하게 되었으며, 전술 마도탄이 폭발할 경우 대마도와 대마도 인근에 있는 거제시와 통영시, 창원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일본의 이키 섬과 후쿠오카 일대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조사를 하는 중에 마스터 정의 의견이 전달되었던겁니다.]

“발사준비가 끝난 상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검토 단계였다고요?”

[그렇습니다. 만약 발사 과정과 전술 마도탄의 폭발 이후의 파급력에 문제가 없다면 그때, 마스터 정의 의견을 묻고 조력을 청하려 했던 겁니다. 물론 대마도의 생존자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측과 면밀한 동조를 통해 시야 분석 능력자를 동원해 파악한 결과 대마도 본섬의 미사일 영향 범위에는 생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였습니다.]

…진짠지 가짜인지 의심과 믿음이 마구마구 뒤섞여 혼란스럽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에 든 의문을 꺼내 들었다.

“전술 마도탄의 발사 검토와 조사가 본격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미리 한국 정부에 몇 마디 언급이라도 한 뒤에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핵은 물론이고 그냥 일반 미사일 실험만 한다고 쳐도 주변국에 말도 없이 비공식 실험을 하게 되면 즉각 반발하는 게 국가 간의 사정인데.”

[그 점은 일본 측의 대응이 엉망이었고 그런 일본을 믿고 외교에 관한 절차를 모두 맡겨둔 저희의 실수였음을 통감했습니다. 설마하니 통상적인 외교 채널로 대화를 시도할 줄은 정말 예상도 못했지요.]

잠시 쓴웃음을 지은 헬머 에지스는 다시 똑바로 날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더군요.]

“…무슨 이윤데요.”

뭔가 나 때문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 대화의 흐름이라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작년 여름, 마스터 정와 일본의 트러블로 일본의 고위 공직자 대다수가 경질되고 국외 추방령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엉성한 대처를 한 이유가 나 때문에 파직된 고위 공무원이 많아서였다고요?”

[예. 당시에는 국정 업무에 관한 정상적인 인수인계가 불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때문에 지금 같은 경우에는 국가수반과의 직통 채널을 이용하거나 긴급 채널을 사용해 고위 당직자가 나서야 하는데, 그런 사정은 모른 채 보유 중이던 국가 간 외교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행동을 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것입니다.]

“쩝….”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이런 상황이 생길 빌미를 줬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별로다. 만약 헬머 에지스가 서두에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직접 전화를 드렸다."라고 말을 안 했으면 본부장이고 나발이고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찝찝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헬머 에지스는 다시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마스터 정의 잘못은 없습니다. 그때 마스터 정의 행동은 당위성이 입증된 행위였다는 것을 연합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행정 뉴비다보니 일어난 헤프닝이라는거죠?”

[그렇습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의원은 물론이고 실무자도 대거 물갈이가 된 상황이다 보니 일본 외무성의 장관도 정상적인 규칙에 따른 외교 채널을 열었는데 어째서 대화가 성사되질 않는지 답답해하고 있더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 이야기는 저희 대통령님도 알고 계시나요?”

[아닙니다. 마스터 정의 오해를 풀어드리는것이 먼저라 생각했기에 유영은 대통령은 아직 모르고 있을 겁니다.]

연합도 영은이보다 날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나 보네. 어쨌든 오해가 풀려서 헬머 에지스에게 사정은 잘 알았으니 미사일을 쏘더라도 공하를 도쿄에 떨구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오해가 풀리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그 미사일이라는 게 그렇게나 효과적이에요? 최고위 이형종에게도 통할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받지 못했습니다만... 일본 측의 반응은 통한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어... 알겠어요. 자세한 건 정부를 통해서 받아보면 되겠죠.”

당연히 자료를 넘겨줄 거라고 생각하는 내 행동이 익숙하지 않은지 헬머 에지스는 곤란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지금 제 상황에 대해 언제 한번 연합의 본부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이야긴지 아시죠?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마스터 정께서 소유 중인 이형종 부대에 대한 부분은 셰이커 연합 본부장께서도 대화를 나누시길 바라셨으니 언제고 가능할 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알았어요.”

오해는 풀렸지만, 감정은 깔끔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일본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가 많은 거 같다.

나름 명쾌하게 대답을 준 헬머 에지스와 통화를 끝내고 바로 그와 나눈 대화를 간추려 영은이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나는 못하지만 영은이라면 지금처럼 조금이나마 빠르게 정보를 준 걸 가지고 헬머 에지스와 통화를 통해 이번 일을 두고 일본이든 연합이든 간에 무언가를 뜯어낼 수 있을 테니까.

그 대상은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모로 나한테 시달리고 당한 게 많은 일본은 나라면 치를 떠니까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겠지.

그러자 1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ㅠㅠ]

[진짜 섬나라 쟤네들하고는 친하게 못 지내겠어(울먹).]

작성자와 제목, 내용이 어우러진 삼위일체의 문자였다.

“내 말이.”

영은이의 문자를 보며 혼잣말로 쓴웃음을 지으니 헬머 에지스와 통화를 하는 동안 얌전히 있던 암흑이가 내 옷자락을 잡고 까치발로 서서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잘 해결되신거에여?=

“그럭저럭.”

=다행이네영!=

헤헤 웃으며 내 옷자락을 잡고 폴짝폴짝 뛰던 암흑이는 그대로 내 품으로 파고들더니 안주머니로 쏙 기어들어왔다. 그리고 머리만 빼꼼 내민 채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에여? 남해안에 밀려들던 위상력들의 숫자가 많이 준 거 같은데 우리도 남해로 진출하는건가여!=

“이형종이 많이 줄었다고? 공하때문에 밀려난 이형종 들의 영역싸움이 얼추 정리된 건가?”

헬머 에지스와 나눈 대화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대략이나마 감을 잡았다. 일본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공하가 미쳐 날뛰다 우리나라로 들이닥칠 수 있으니 차소영을 통해서 전방으로 나가서 대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는 김에 프랑하고 화연이를 보고싶은데… 볼 수 있을까?

그날 밤에 쉘터에서 미호와 함께 최신 SF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영은이가 전화를 걸어 청와대 직통 전화로 일본 신임 수상과 나눈 협정을 전달해주었다.

수상에게 직접 건네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술 마도탄은 대공 미사일 타입과 항공 폭탄 타입 두 종류로 개발되었는데, 이번에 사용할 미사일은 항공 폭탄 타입을 개조해서 전투기에서 발사를 가능하게 만든 형태라고 했다.

유효 살상 반경은 1.5km이며 발사 순간 속도는 마하 4. 사거리는 50km에 적외선 시커가 장착되어 적외선 유도 기능이 탑재되었다고 했다.

“…그걸 항공 폭탄이라고 하긴 좀 이상하지 않아? 항공 폭탄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트리는 폭탄인데.”

누가 봐도 미사일인데 항공 폭탄이라고 우기는 게 이상해서 내 품에 안긴 미호의 탐스런 꼬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니 영은이도 "그렇지?" 하며 한숨을 쉰다.

[일본인들은 자국의 기술력에 자부심이 강하다 보니 엉뚱한 걸 만들어놓고 우기길 잘한다니까. 2차대전 일본사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니? 어쨌든 간에 발사체는 총 열 개를 준비했다고 들었단다. 기계에 무관심한 이형종의 특성에 맞춰 무인 전투기를 운용해서 발사할 거라는 데 일본이 소유한 인공위성을 동원해서 공하를 포착, 미사일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야.]

“만약을 대비하긴 했네.”

[그렇지? 작전 실행 시간은 앞으로 3시간 뒤, 폭발을 관측한 이후 공하의 행동에 따른 대비책 아홉 가지가 준비되어있다고 해. 일본이든 연합 측이든 미사일의 사용 직후 서하가 직접 나서주었으면 하는 게 그네들의 입장인데… 어떡할 거니?]

“어떡하긴. 미사일을 쐈다간 공하를 잡아서 도쿄에 떨구는 행동을 안 하겠다고 했지 내가 직접 나서서 잡아줄 거라곤 안 했는데?”

조심스레 묻는 영은이한테 태연하게 대답해주자 반달처럼 갸름한 얼굴이 황당으로 물든다.

“물론 놈이 우리나라로 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내가 미쳤다고 그 인간들을 도와줘? 똥을 쌌으면 싼 놈이 치워야지. 안 그래? ”

[마, 맞아. 푸훗. 킥킥킥.]

뭐가 웃긴지 영은이는 배를 잡고 한참을 킥킥거리며 웃길래 뭐가 그리 웃기냐고 물어보자 손수건으로 찔끔 나온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에지스 대외본부장은 서하가 뒤를 맡아준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게 웃겨서 그래. 무진장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길래 나도 깜빡 속아 넘어갔지 뭐니? 우리 서하가 그렇게 쉽게 뒷처리를 맡아 해줄 리가 없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호호호호.]

나랑 오랫동안 살을 부대끼고 살아서 그런지 역시나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군.

이어서 영은이는 내가 공하를 잡아줄 경우 일본이 100억 엔의 보상을 준다고 전해줬다.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만데 겨우 그 정도로 생색내려는 거냐며 어이없어하니 영은이가 그럴 줄 알았다며 씨익 웃으면서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서하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주는 대가로 다른 요구를 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 협상은 나한테 맡겨주면 안 되겠니?]

“뭘 요구하고 싶은 건데?”

[일본이 알게 모르게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사 유물들이랑 이거저거 몇 개 뺏어오고 싶어서… 안될깡?]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떠는 영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뒷 일은 책임져줄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오케이. 일단은 3시간 뒤가 중점이니 서하는 지금부터 스케일러를 데리고 부산의 가덕도로 이동해주렴. 차소영과 지 중장에게 지시를 해놨으니 바로 이동하면 될거야.]

“응. 지금 바로 출발할게.”

3시간 뒤면 오후 11시인가? 밤이니까 폭광은 잘 보이겠네.

별거 없는 준비를 끝마치고 차소영의 허머의 보조석에 앉아 가덕도로 출발했다.

도로를 따라 스케일러들이 쿵쿵거리며 뒤쫓아오고 있었지만, 밤도 늦었고 일반 시민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라 소란이 일어날 건덕지는 없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밤의 도시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운전을 하고 있던 차소영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상보다 영역싸움에서 지고 도망쳐온 이형종이 적어서 다행입니다.”

“그래요? 얼마나 밀려왔었는데요?”

“그 숫자를 정확히 예상은 하지 못했지만, 꽤 많은 숫자여서 어느 정도 인명과 재산 피해는 감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쪽으로 도망쳐온 이형종은 약 3천 마리 정도였으며 대부분이 중위급이었던데다 방위선을 펼친 곳으로만 몰려들었기에 해안가 조경이 약간 망가지는 선에서 끝이 났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그런데 우리 쪽, 이라면 다른 쪽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사가 현 쪽의 방위선이 옅은 곳에 상위급 개체 하나가 난입해 일본 측의 능력자와 자위대 다수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야마구치 현의 나가토 근방에도 상위급 개체 둘이 습격해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주고 토벌되었다더군요.”

“헤에. 일본은 방위해야 할 땅이 넓어 더 힘들었겠는데요.”

“말씀대로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측에서 감시 인공위성을 동원해 이형종의 진행 방향을 알려줬다지만 우리나라가 방위해야 할 범위의 4배가 넘었던데다 일본의 능력자들은 우리나라 능력자들과는 다르게 협조성이 떨어져 보완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더군요.”

일본은 개인주의가 심한 나라라고 들었다. 21세기 초창기 때는 지역적인 성향으로 집단주의가 성행했는데 세대교체가 일어나며 개인주의가 극심화되었다던가.

일반인은 능력자로 각성할 경우 일반인이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니게 된다.

자신은 이제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별함과 그 어떤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육체로 발휘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이 과도한 자신감을 주게 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능력자가 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최대치로 갱신되면서 기존의 평범하지 않은 성격이 특화된다고 하는데, 그게 개인주의에 적용되며 타인의 명령과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게 되는 형식으로 표출되는 거라고 하더라.

그런 성격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처럼 비상사태 때 소집되더라도 제대로 유기적인 협력을 하기 힘들다는 거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는 거의 피해 없이 막아낸 이형종 웨이브를 일본은 큰 피해를 치르면서 막아내게 됐다는 거지.

하지만 일본의 경우가 보통이다. 프랑도 한때 우리나라 능력자의 협조성에 놀란 적이 있었을 만큼 우리나라 능력자들의 위기 상황 시 발휘되는 협동성은 특별한 경우라나.

평소에는 서로 싸우기 바쁘지만, 외적인 공격이 있으면 놀랍도록 합심해 침입을 막아내는 건 우리나라의 지난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그 점은 능력자가 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이런 게 민족성이라는 걸까.

차소영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허머는 도심지를 지나 공장 지대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공장과 가덕도를 잇는 대교에 들어서며 좌우로 바다가 펼쳐지고 어둠에 잠긴 가덕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와 차소영이 타고 있는 허머를 뒤따라 달리는 이형종 들이 짠 내가 풀풀 풍기는 바다를 신기하다는 얼굴로 곁눈질하는 게 보인다.

그리고 왼쪽 바다 저 멀리 대낮처럼 훤히 밝혀진 지점이 시야에 들어왔다. 온통 어둡거나 가로등의 누런 불빛 가운데 새하얀 빛이 모여있는 게 이질적이다. 바다 위에는 경비정으로 보이는 배도 돌아다니고 있다.

“저기도 거점이에요?”

“부산의 명지 거점이군요.”

생각보다 바다에 떠 있는 군함… 일단은 경비정도 군대軍의 전투선艦이니 군함이지. 아무튼, 군함이 생각보다 많이 떠 있다.

“바로 옆에 대규모 거점이 있어 그렇습니다.”

“저기가 대규모 거점이 아니고요?”

“저긴 일종의 유격대 지점입니다. 군함들은 대부분 정밀 조준으로 딴 곳으로 새는 이형종 들의 어그로를 끌어 대규모 거점으로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만, 한두 마리씩 놓칠 수가 있는데 그렇게 육지에 상륙한 이형종을 찾아서 격살하는 임무를 띠고 있지요. 정식 거점은 바로 옆의 다대포 항구에 설치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차소영은 해당 거점의 위치를 모두 외우고 있는지 대답에 거침이 없다.

그러는 중에도 허머는 대교 위를 계속 달려 가덕도를 관통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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