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62화 (462/517)

00462  또 다른 최고위 이형종.  =========================================================================

차소영은 본부와 정기보고 시간이라며 청사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나는 미호와 암흑이와 함께 쉘터 안으로 들어왔는데, 암흑이가 계속 띵호띵호거리며 놀리자 미호는 완전히 삐진 얼굴로 1층 거실에 주저앉아 투덜거렸다.

- 우씨. 암흑이 바보 멍청이 똥개 말미잘 해파리….

“미호야. 여긴 서울이 아니니까 니가 에리와 카라를 데리고 돌아다니면 피난 중인 사람들이 많이 놀랄 거야.”

- 으웅.

“그래도 자정이 지나면 시민들의 피난이 완료된다니까 내일부터 시내구경 하도록 하자.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 알았지?”

- 진짜? 내일부터 구경해도 되는 거야?

“그래.”

- 앗싸~! 주인님이 된다자나! 이 구정물 덩어리야!

=그래~ 구경할 수 있게 돼서 우리 띵호 어린이는 참 좋겠네염~.=

- …이씨.

또다시 툭탁거리려는 두 녀석에게 저택 주방장이 산더미처럼 만들어둔 간식의 일부를 꺼내주는 걸로 분쟁의 불씨를 꺼트리고 프랑과 화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이상하다. 전화를 안 받네. 보통 내가 전화를 걸면 신호가 두 번이 가기도 전에 받는데.

설마 전화를 일부러 피하는 건가 생각하는 순간 단체 채팅방에 글이 올라왔다.

<유화연: 무슨 일이지?>

<당신: 무슨 일은! 왜 전화 안 받아?>

<당신: 화연이랑 프랑이 안 보여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려고 그랬지.>

전화를 안 받고 문자를 쓰다니, 진짜 며칠 동안 나 안 볼 생각인가…? 약간 화난 마음을 담아 글을 썼더니 잠깐 아무런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유화연: 미안하다. 보고는 차소영 팀장에게서 받았다. 지금의 배치가 가장 효과적이니 네가 이해해라.>

대충 1분 동안 침묵이 유지되더니 올라온 글은 미안하다는 사과와 내가 뒤에 적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적힌 글이었다.

문자를 보니 지금 화연이의 상태가 대강 짐작이 가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왜 별거를 선택해서….

<당신: 정말 영은이 말처럼 당분간 나 안 볼 거야?>

<유화연: 미안하다.>

<프랑: 미안해요.>

ㅛ<♡>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영은이의 문자를 보니 엉덩이가 터지도록 두들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 생각이 정리되면 돌아오는 거지?>

<프랑: 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유화연: 금방 돌아가겠다.>

<당신: 알았어. 기다려줄게. 그나저나 배치가 어떻게 됐길래 부산으로 이동한 거야?>

이 이상 투정을 부려봤자 그녀들만 곤란 해할 거 같아서 작게 한숨을 쉬고 궁금한 걸 채팅창에 적어넣었다.

<유화연: 지금 레이더들은 부산에서부터 통영까지 해안선을 따라 국내 1위부터 50위까지의 레이드 팀이 순서대로 배치되고 있다.>

<유화연: 전선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힘의 균형을 맞춘 대열이다.>

<유화연: 당초에는 네 곳의 거점에 전력을 집중한 뒤 유격대 형식으로 운용하려 했지만.>

<유화연: 서하가 스케일러와 함깨 후위를 맡아주었기에 배치가 변한거다.>

내가 스케일러를 데리고 내려오지 않았다면 나도 화연이들이랑 같은 장소에 있었을 거란 이야기지?

<당신: 공하인가 공허인가 하는 놈이랑 싸우게 되면 만날 수 있는 거야?>

<유화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공하와 스케일러가 맞붙게 되면 근방은 엉망이 될 테니 능력자가 동원되는 일은 없을 거야.>

<당신: 와. 그럼 남해까지 내려와서 얼굴도 못 보고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거네?>

<유화연: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공하를 처리할 때까지 독수공방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덩달아 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은 누나한테 살짝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누나한테 푸념 글을 적었다.

<당신: 누난 진짜. 바뀐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줘야지. 일 안 해?>

잠시동안 대답이 없던 누나가 내 질문에 대답한 건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시하: 어차피 가면 알게 될 건데~~~ 지금 누나 바빠~~~ 바빠서 눈 돌아간다~~~>

<프랑: 많이 바쁘세요?>

<시하: 혜령이 이모가 없어서~~~ 출장 가서 출동 건에 대한 비상 결제 서류가 나한테 다 몰려와~~~>

<유화연: 힘내라.>

<시하: 너무 많아~~~>

아. 총무부장인 혜령이 이모가 없지. 많이 바쁜가 보네. 근데 말끝에 물결표는 왜 이렇게 많이 붙이는 거야?

<프랑: 서하? 창원의 대책 본부에 쉘터를 꺼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식사는 거르지 마시구 꼭꼭 챙겨 드셔야 해요. 아셨죠?>

<프랑: 미호한테도 매일 기초 훈련 빼먹지 말고 꼭 하라고 전해주시구요.>

<당신: 그럴게.>

<유화연: 일본의 대응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바뀐 점이 있습니까?>

영은이도 누나 말투를 흉내 내는지 말끝마다 물결표를 붙이기 시작한다.

<시하: 뭐야~~~ 확 일본으로 넘어가 버렸으면 좋겠다~~~>

<당신: 다른 조짐? 뭘 말하는 거야?>

…궁금하게 만들어놓고는 비밀 하트만 연발하는 영은이를 보고 결심했다. 올라가면 몽둥이로 궁디팡팡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하루가 지났지만, 사태는 지지부진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목표가 스케일러의 광고다 보니 공하가 나타난 곳이 우리나라 영토였다면 바로 스케일러를 이끌고 쳐들어갔을 테지만. 놈이 등장한 곳이 우리나라가 아니니까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좀 빨리 쳐들어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이렇게 후방에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차소영이 특정 시간마다 찾아와서 해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군과 능력자의 연합 방위 진에서는 공하의 기세에 밀려나 자기 영역을 버리고 도망친 놈들과 싸우기 바쁘단다.

<프랑: 부산으로 밀려드는 이형종은 대부분이 중위급인 거 같아요.>

<유화연: 거제도에는 중상위도 가끔 발견된다는군.>

<당신: 숫자가 꽤 많다며? 잡은 놈들은 어떻게 해?>

<화연: 기여도에 따라 차등배분되지만, 숫자가 워낙 많다. 덕분에 순위가 낮은 레이드 팀이 꽤 즐거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시하: 중위급이지만~~~ 질보다 양이야~~~ 쏠쏠해~~~>

프랑과 화연이는 전열에 나서지 않는건지 지금처럼 종종 채팅방에 잡담을 올리고 있었고 누나도 바쁜 일은 대충 처리했는지 잡담에 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영은이는 어제 비밀비밀~♡거린 뒤로 단 한 번도 글을 올리지 않는 걸 봐서는 아직 바빠 보인다.

흠. 여기서 대마도까지 거리가 대충 100km 정도던가? 그럼 프랑의 위상력 감지에 공하도 느껴질 거 같은데.

고양이처럼 내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을 치는 암흑이와 놀아주면서 한 손으로 채팅방에 생각난 걸 적으니 프랑은 공하로 짐작되는 위상력을 부산에 왔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프랑: 대마도가 있는 방향에서 꼼짝않고 있는 위상력이 하나만 느껴졌거든요. 그게 공하일거 같아요.>

<프랑: 어제까지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 같더니 지금은 한 곳에 얌전하게 있네요.>

얌전하게 있다고? 그건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얼른 움직여서 우리나라 쪽으로 쳐들어오던가 아니면 일본 본토로 넘어가서 깽판을 치던가 빨리 상황이 변했으면 좋겠는데.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위상 세계가 아닌 현실이다 보니 프랑과 화연이의 알몸이 슬슬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한단말야.

<당신: 일본은 아직도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어? 영은아?>

<시하: 언니는 많이 바쁠 거야~~~ 바다에는 우리 예상외로 중위급 이형종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로 판명됐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을 테니까~~~ 서류에 갈갈갈~~~>

<당신: 에이. 언제까지 이렇게 대기해야 하는 거야? 할 일도 많구만.>

물론 여기서 할 일은 연인들과 집에서 뒹구는 거다!

…볼굴의 추적도 있고.

<시하: 비공식적인 루트로 입수한 정보인데~~~ 일본 측에서 대마도를 향해 미사일을 쏠 생각인가 봐~~~>

투덜거림을 글로 적어 표현하니 누나가 뜻밖의 정보를 내놓았다. 그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였는데, 그런 건 화연이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유화연: 미사일이라고? 평범한 미사일이라면 쏴봤자 효과가 없을 텐데. 설마 핵이라도 쓸 생각인가? 핵미사일이라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텐데?>

<시하: 그럴 리가 있니~~~ 그랬다간 서하가 가만 안 둘 텐데~~~ 미사일에 위상 에너지를 결합시킨 특제 화약을 탄두에 실어서 날릴 생각인가 봐~~~>

<프랑: 섬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구요? 일본은 자국민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해요?>

<시하: ~~~ 관광객하고 주민은 이미 전멸한 걸로 발표했대~~~ 그러니까 쏠 생각인 거지~~~ 러시아나 미국도 최고위 이형종에게 얼마나 효과를 줄지 결과를 주시하고 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야.~~~>

“만약 안 통하면? 뒤처리는 날 믿고 그냥 밀어붙이는 건가?”

<시하: 거기에 폭발의 방향성을 임의로 조절해서~~~ 공하를 우리나라 쪽으로 밀어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뉑?=

“아니야.”

혼잣말을 듣고 반문하는 암흑이의 몸통을 잡고 간지럽히자 꺄르륵 웃으며 발버둥을 친다.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면 이런 기분일까?

누나가 마지막에 올린 글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하지만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근처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뒤에서 구경하며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내가 해결해줄 거라 생각하면서 마음 놓고 저지른다고 의심이 드니 내 반골 기질이 슬금슬금 겉으로 비져나오는거 같다.

바로 홀로그램 창을 띄워 영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배경은 역시나 국무회의실이다.

[회장? 무슨 일이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일본이 대마도로 이번에 위상 에너지를 접목한 미사일을 쏘려고 하고 그걸 다른 나라들이 구경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진짜에요?”

내 돌직구에 약간 지쳐 보이는 영은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영은이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화면을 타고 넘어오는 거에 내 생각이 정답이었다고 직감했다.

틀림없이 지금 통화를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을 거란 생각에 일부러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면서 입을 열었다.

“진짜군요. 그 뒤에 어느 나라가 있어요? 미국? 러시아? 중국? 그걸 쏴서 공하가 미쳐 날뛰면, 어느 나라로 튈까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게 맞을까요? 틀릴까요?”

[회장. 잠시 진정하세요. 지금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답니다.]

“그럼 간단하게 정리해줄게요. 미사일의 발사를 결심하게 된 경위에 내 존재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문제가 생겨도 남해안 쪽에 대기 중이던 내가 해결해줄 거라 생각하니까. 틀려요?”

[…….]

곤혹스러워하는 영은이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그녀의 생각을 읽기 위해 노력하자 금방 그녀의 심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영은이는 차라리 내가 질러주길 바라고 있었다. 관련 회담이 제대로 진척되고 있다면 영은이가 저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다. 그러니 내가 한번 크게 지르고 깽판을 쳐서 분위기를 리셋시키길 바라는 거 같다.

리셋하면 그 틈을 타 영은이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겠지? 바란다면 들어줘야지.

“그 나라들과 지금 연락도 되고 있겠죠? 비공식 루트든 공식 루트든 전하세요. 만약 대마도에 미사일을 떨어트려서 공하가 날뛰다가 우리나라 쪽으로 오기라도 한다면, 그놈을 잡아서 도쿄 한복판에다 집어 던져버리겠다고요. 그리고 미사일을 쏘자는 의견에 손을 보탠 나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고위 이형종이 수도에 등장해서 날뛰어도 난 절대! 죽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요.”

[회장. 그건….]

“자기 나라 땅에 미사일을 쏴서 실험한다고? 미친 거 아냐? 우리나라가 바로 옆인데 무슨 영향이 있을 줄 알고?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은 건가. 만약 섬에 생존자가 있으면 어쩌려고?”

일부러 시선을 피하며 혼잣말하듯 불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영은이는 곤란함과 난감함이 섞인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눈빛만은 신중함을 띈다.

“바쁘실 텐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소식통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더니 완전히 빡쳐서 그만. 아무튼, 제 뜻은 그렇다는 걸 전해주시길 바랄게요.”

[…알겠습니다. 회장의 뜻을 확실히 전하도록 하겠어요.]

그 말을 듣고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우리 채팅방에 영은이가 쓴 글 한 줄이 올라왔다.

<시하: ???? 무슨 일이야~~~????>

<프랑: 뭔가요?>

<유화연: 무슨 일이지?>

연인들은 갑작스런 영은이의 발언에 의아해하지만, 영은이는 그 뒤로 다시 침묵에 빠져들어서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시하: 푸히히~~~ 대박이다 진짜~~~~~~>

<프랑: 아하하. 서하는 정말 최고세요.>

<유화연: 이보다 단순할 수 없는 해결방안이군.>

<당신: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은 것도 있지만 자기 나라에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도 미친 짓이잖아. 능력자가 아닌 사람은 이형종의 감지에 걸리지 않아서 숨어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다 미사일을 날리는 실험을 하겠다니. 그런 미친놈들은 진짜 안 도와줄 거야.>

<유화연: 그래. 그 의견에는 나도 지지한다.>

<프랑: 저도요.>

<시하: 나도~~~>

쉘터의 거실 소파에 앉아 암흑이와 놀아주며 연인들과 채팅을 하고 있었더니 창밖에서 미호가 날아들며 내 품에 안겨 왔다.

- 주인님~ 심심해~ 밖으로 놀러 가면 안돼?

“음. 피난도 완료된 거 같으니 도시 구경이나 하러 가볼까?”

- 응!

미호의 보챔도 있었고 나도 쉘터 안에 혼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기도 해서 쉘터를 나와서 차소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케일러들 데리고 잠깐 산책하고 올게요.]

사람도 없고 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들도 없으니까 괜찮겠지.

사람이 사라지고 도시로서의 기능이 죽어버린 도시는 인간이 몰락한 이후가 어떤 풍경인지 엿보는 기분이다.

오가는 자동차도 없고 사람도 사라져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은 도시에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황량한 바람 소리만 귓가에 맴돌고 있다.

하지만 미호와 스케일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6차선 도로 한복판을 걸으며 주변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 에리야. 이게 도시라는 거야.

[도시. 명사.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 응. 저게 빌딩이구.

[빌딩building. 명사. 내부에 많은 임대 사무실이 있는 서양식의 고층 건물.]

사람이 사라진 도시는 동물이 주인이 된다더니,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떠난 지 10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도로에는 비둘기를 비롯한 고양이나 떠돌이 개들이 차와 사람들이 사라진 도로를 제집인 양 신기하다는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더욱 신기한 건, 그런 자그마한 동물들은 스케일러를 봐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줄 알았는데.

“부수지 마라. 혼난다.”

크륵?!

“가로수 부러트리지마! 빌딩 타고 오르지도 마!”

개골? 쉬이이….

철로 이루어진 가드레일이 신기한지 주둥이 끝으로 툭툭 건드리는 수컷 이구아나를 말리고 은행나무에서 나는 야릇한 향기가 마음에 드는지 온몸으로 은행나무에 비비적거리는 개구리 6호와 하늘 높이 쭉 뻗은 빌딩을 타고 올라가려고 몸을 기대는 뱀 5호에게 야단쳐서 행동을 중단시켰다.

녀석들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게 신기한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치 여덟 마리의 큰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기분이다.

미호는 에리와 카라한테 세상 물정을 가르키느라 스케일러들한테는 신경도 안 쓰고 있어서 더 피곤하다.

“어휴.”

=이 짜슥들. 얌전히 못 있나?! 주인님 귀찮게 하면 콱 뭉개서 잡아묵어뿐다!=

내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암흑이는 내 한숨 소릴 들었는지 인상을 귀엽게 쓰면서 스케일러들에게 소리치는데, 언제 사투리를 배웠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예상외로 암흑이가 스케일러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지 암흑이의 조그맣고 귀여운 호통에 스케일러들은 암흑이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개별 행동을 멈추고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암흑이도 그렇고 개성적으로 변해가는 녀석들이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질 거 같단 생각이 든다.

계속 산책하며 대로를 타고 슬금슬금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에 잘 꾸며진 공원이 또 나왔다. 왼쪽에는 뭔가 콘서트홀 무대 같은 것도 있고… 창원시는 서울에 비하면 하나의 구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긴데 공원도 그렇고 휴식 장소가 몇 배나 더 많은 거 같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밀짚 색으로 물든 잔디 공원을 가로지르다가 보니 꽤 큰 연못 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도청 앞에도 연못이 있었지만 거긴 말 그대로 관상용이었는데 여긴 꽤 컸….

“아!”

커다란 연못을 발견한 스케일러들은 말릴 틈도 없이 일제히 연못을 향해 콧김을 뿜어내며 달려가 버린다!

“으아~.”

말릴 틈도 없이 연못으로 텀벙 첨벙 풍덩거리며 뛰어드는 녀석들과 녀석들의 움직임에 파괴되는 공원 산책로를 보자 골치가 아프다.

“…에이. 부서진 건 수리비만 넉넉하게 주면 되겠지.”

연못에 잉어나 작은 새들도 많이 사는데… 녀석들이 첨벙거리면서 물장구를 쳐대니 흙탕물이 뿌옇게 올라오면서 연못이 파괴되는 모습에 또 한숨이 나왔다.

============================ 작품 후기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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