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57화 (457/517)

00457  i will find... you?  =========================================================================

내 집 정원에서 펼쳐지는 이형종 UFC는 회복 알바를 하러 온 능력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퍼져나가더니 종국에는 누나 연인들에게 어떻게 우리들도 관람할 수 없겠냐는 청탁을 해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도 있고 그보다 급은 낮지만, 고위 공무원도 여럿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재계의 유명 인사들과 스크린관을 주름잡는 연예인들까지 직업도 다양했지만, 그중에는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알려진 여배우까지 있어 날 놀라게 만들었다.

거기다 약간 손가락이 가벼운 회복 능력자 중 누군가가 자랑삼아 인터넷에 이형종 UFC 이야기를 흘렸는지 바짝 마른 갈대잎이 그득한 들판에 불을 놓은 것처럼 네트워크상에 무서운 속도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소문 들었어? 신촌궁에서 이형종 종합격투기가 벌어진다는 거.

ㄴ뭐야 그거? 엄청 재밌을 거 같잖아!

ㄴ어디서 나온 소문이래? 진짜야?

ㄴ신촌궁을 순찰하는 이형종 들이 푸른색 투명한 벽 안에서 치고받는걸 본 사람이 있댄다.

ㄴ내 친구의 형의 지인의 친척 동생의 사촌의 언니가 회복 능력자임. 회복 알바하러 갔더니 이형종 들이 룰을 지키면서 싸우고 있었댔음.

ㄴ우워어! 보고 싶다! 진짜 보고 싶다! 이형종 데스 매치라니!

ㄴ데스 매치가 아니고 룰을 지킨다잖아. 님 난독증임?

반응은 능력자들 사이에서보다 일반인들에게 더욱 큰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왜일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이형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일반인들이다 보니 이형종과 목숨 걸고 싸우는 능력자들에 비해서 더 생경하게 다가온 게 아니었을까.

그 왜, 오래전에 옆 동네 섬나라의 어느 회사가 만든 엄청 유명한 게임도 이형종 같은 괴물을 괴물 구슬로 포획해서 레벨업 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드는 내용이었잖아. 일반인들 사이에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겠어? 지금은 이형종의 등장으로 폭삭 망해버렸지만.

“사업은 안 할 거야? 이거, 틀림없이 성공한다구~! 공급자는 너 하나뿐이니까 전 세계의 돈을 갈퀴로 쓸어담을 수 있어!”

누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우리 집 정원 UFC의 반응을 확인하더니 "향기로운 돈 냄새가 맡아진다!"라는 기가 차는 헛소리를 내뱉더니 날 붙잡고 무슨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서 정규 사업 품목으로 만들자고 설득해왔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사업에는 맞지 않을 거 같아.”

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내 손을 꼭 잡고 어째서!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원래가 저 녀석들의 욕구불만을 풀어줄 생각으로 시작한 거였고. 이형종을 길들여서 다닐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어떻게 대결 상대를 구하고 어떻게 사업을 해? 매치도 좀 바리에이션이 있어야지 열여덟 마리로는 안돼.”

정신 조작 능력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능력자들이다. 이런 사소한 쇼 프로그램을 위해 움직일 리가 없다.

누나는 그래도 포기를 못 하겠는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거야 니가 계속해서 애들을 보충하면 되지 않을깡?”

“내가 정신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사방팔방에 알릴 셈이야?”

“알리긴! 그냥 새 능력이라고 하고 이형종을 테이밍해서 로테이션을 만들면 사람도 별 의심을… 아야!”

“미쳤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자꾸 이상한 소릴 하는 누나의 예쁜 이마에 꿀밤을 먹였더니 눈에 쌍심지를 켜며 따지려는 누나의 물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만해. 자꾸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안 그래도 연합에서 내가 이형종을 계속 데리고 나오는 걸로 신경이 곤두서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돈 좀 벌자고 연합을 자극하는 짓을 더 하자고? 이형종을 인류의 위협으로 생각하는 연합이 이형종을 구경거리와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잘도 동의하겠다.”

“칫. 나두 알아. 아까워서 해본 이야기란 말야.”

알긴. 눈에서 탐욕이 줄줄 흐르더만.

“돈도 블루 스톤을 팔면 쏟아져 들어올 텐데 무슨 돈 욕심이 그렇게 많아. 욕구불만이라도 있어?

“알았다니깐! 잔소리는 그만해 좀.”

그렇게 누나랑 투닥투닥하고 있으려니 프랑과 화연이는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내가 만들어둔 공간의 벽 경기장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모습에 뭔가 아쉽다는 감정이 느껴져서 그녀들을 보며 조금 어이없는 기분을 느끼며 되물었다.

“프랑하고 화연이도 쇼 프로그램 만들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니다. 이형종 들의 싸움이라기에 어땠을지 궁금할 뿐이지.”

“저두요.”

그러고 보니 요 며칠간 화연이가 일이 조금 많았었다. 그 일을 프랑도 함께 도와주다 보니 정작 둘은 스케일러들의 대련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보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아침에 누나가 난리를 칠때서야 대련장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들이었으니까.

지난 며칠간 신나게 치고받은 스케일러들은 서로 어느 정도 위계가 생기고 나름 서로를 인정해서인지 분위기도 많이 풀렸길래 오늘은 쉬면서 피로를 풀게 해놨는데 하필이면 오늘 쉴 게 뭐란 말인가.

“그렇게 아쉬워할 만큼 둘이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을 줄은 몰랐는데.”

“격투술은 기사의 기본 소양이니까요.”

“격투기는 어느 시대에서나 자극적인 유희였다. 삶이 전투와 밀접한 이가 격투기에 관심을 주는건 당연한 거라 볼 수 있지.”

프랑은 약간 창피해하면서도 똑 부러지게 대답하고 화연이는 거리낌 없이 대답하는 걸 보니 정말 격투기를 좋아하나 보다.

“아쉽겠지만 오늘은 참아. 내일부터 또 툭탁거릴 테니까 그때가 되면 불러줄게.”

부른다는 이야기에 반색하는 프랑과 화연이을 누나가 가리키면서 다시 날 설득하려 했다.

“봐봐. 프랑하구 화연이도 좋아하잖아. 놀이에 담백한 얘들이 이렇게나 관심을 보이는 거 보면 흥행은 따논 당상… 아야야!”

“그만하랬지?”

자꾸 돈을 밝히는 못된 입을 막기 위해 보들보들한 뺨을 좌우로 죽 잡아 늘려주니 누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아프다고 난리를 친다.

저번에도 결심한 거지만, 암만 이형종이라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가지고 노는 행동은 안 하기로 했다.

만약 이형종 UFC가 정말 크게 흥행할 거 같으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이형종을 사로잡거나 해서 말 그대로 투견장 같은걸 만들어 구경거리화하겠지.

“그러니까 난 절대 손 안 댈 거야. 알았어?”

“으으. 알았어.”

이 일이 있고 얼마 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기반을 둔 레이드 팀이 내가 만든 대련장에 영감을 얻어 불법 투기장을 만들어 운영하다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단지 오락 스포츠의 관람이라고만 알려져 있는데 난데없이 수천 명의 사상자라니.

중국 당국은 사고의 정황 파악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해 실상을 파악했는데, 충격적인 경위를 알게 되고 황급히 수습과 은폐를 위해 움직였지만 사상자가 워낙 많고 그 중에는 고위 관료까지 있어 사건을 완전히 은폐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하루가 지나지 않아 지난 시에 거주하던 미국 언론사 소속의 기자 한 명이 지난 시에서 일어난 대규모 사상자의 발생에 대한 내용을 취재에 성공했고 그 내용을 본국의 언론사에 기사를 송신하는 일로 전 세계가 지난성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인명사고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형종을 동원한 대규모의 불법 투기장이었다.

전 세계의 매스컴이 산둥성의 지난시에 집중될 때 능력자 연합에서는 당연히 이번 사건 사고에 대한 개입을 IWO를 통해 공개적으로 선언하였고 B 클래스 능력자를 위주로 구성된 정식 조사단을 중국에 파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견된 조사단이 알아낸 사실로는, 지난시의 한 레이드 팀이 중국 각지에 자연 발생한 중하위급 이형종을 사로잡아서 포박한 뒤 특수 제작한 합금 우리에 집어넣고 서로 싸움을 붙이는 방식의 투기장을 운영했다는 거였다.

거기에 물밑에서는 승률 배당으로 불법 도박까지 일삼았던 사실까지 드러나자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냐며 경악과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엄연한 불법을 대도시에서 태연스레 벌인 상황에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는지 정확한 내용을 알기를 원했다. 그리고 파견된 조사단이 발표한 사건의 내막은 그야말로 인재人災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바로 사건 발생 당일 싸움이 끝나고 상대를 죽이고 승리한 중하위급 이형종이 중위급으로 진화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 최악인 것은 진화한 이형종이 아종으로 변이해버린 거였다.

현장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E 클래스에서 F 클래스 능력자들 다수가 대기 중이었지만 아종으로 진화한 이형종의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나왔다.

동급의 이형종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으로 칠 만큼 강한 데다 사투의 영향으로 극도의 흥분 상태와 진화의 여파로 일시적인 인핸스 상태에 빠져든 이형종은 중위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강했을 거다.

현장에 대기 중인 능력자들은 별다른 수를 써보지도 못하고 폭주한 중위 아종에게 순식간에 몰살당했고, 그 상황을 단지 퍼포먼스로 여긴 관객들이 도망을 치지 않아서 우리를 파괴하고 탈출한 이형종이 관객석을 덮쳐 피해가 더욱 확산되었다고 보고서에는 기록되어있었다.

이형종이 우리를 탈출하자 투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운동장 형태의 투기장은 급조한 건물답게 안전 수칙을 완전히 무시했고 운동장이라면 여러 개였을 출입구 또한 관객의 관리를 위해 하나밖에 만들지 않은 조잡한 건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황에 빠진 관객들이 일제히 출입구에 몰려들었고, 하나뿐인 출입구에는 정체현상이 벌어져 사람들에게 밀쳐지거나 넘어져 압사당한 사람, 5층 높이의 난간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친 사람이 이형종에게 살해당한 사람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C 클래스와 D 클래스로 이루어진 레이드 팀이 겨우 이형종을 처리했을 무렵 투기장에는 차마 표현 못할 끔찍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보고서에 첨부된 단 하나의 사진은 출입구를 찍은 거였는데, 미처 정리되지 못한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붉은 융단이 펼쳐져 있는 바닥은 당시의 끔찍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번 일이 크게 쟁점이 되니 서울에 사는 시민들, 특히 내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내 집 정원에 있는 또 다른 투기장에 걱정과 우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와 진짜.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도 있구나.”

알케마의 알을 부화시키려고 사 온 부화기를 조립하고 있는데 수하니 "이것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가져온 신문을 본 감상이다. 신문의 1면에는 [신촌궁의 불법 투기장,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쓰여있었는데 보다 보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신문 기사만 봐서는 내가 스케일러들을 한데 모아 지난시에 있었던 불법 투견장처럼 스케일러들을 싸움 붙여놓고 국내 고위 인사들과 돈 많은 능력자를 초대해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식의 기사가 쓰여 있었다.

그래놓고서 사진은 지난시에 있는 그 불법 투기장의 사진을 붙여놨는데, 진짜 돌았네.

물론 카더라 통신체지만, 이 신문사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3대 신문사 중의 한 곳이잖아? 그런데 이런 개소리를 사실인 거처럼 써놔도 되는 거야? 이걸 쓴 기레기는 어떤 놈이야?

작년 11월에 있었던 테러 사건을 막았을 땐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더니 이제 와서는 이딴 식으로 공격하고 있냐 진짜.

어처구니없어하면서 신문을 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반듯하게 서 있던 수한이 약간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리할까요?”

“뭘 처리해?”

“그 기사를 올린 기자를….”

얘는 또 왜 이래? 어이없는 소리에 수한을 제정신이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한다.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한데 묶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수한을 살펴봤다.

안정된 직장과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줄 가족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연 치유인지 회복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묵묵하고 말 수 적은 광신도적인 모습에서 예전 성격이 가끔 튀어나오고 있는 거 같다.

문제는 그게 좀 어리버리하고 푼수 같은 성격이라는 거다. 지금처럼 중상모략을 써 갈긴 기레기를 처리할까요 하고 물어볼 때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허락하면 발에 콘크리트를 굳혀서 인천 앞바다에 빠트리기라도 할 셈인가.

멋쩍어하는 모습으로 표정관리를 하는 수한을 보며 한숨을 푹 쉬니 수한은 "…점심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라며 도망치듯이 거실을 빠져나갔다.

사실 이때까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었다. 문제는 밤에 퇴근한 영은이와 누나가 가져온 소식들이었지.

“서울시청에 민원이 부쩍 늘어났대.”

커다랗고 둥근 테이블에 누나와 연인들, 미호와 히아리드, 암흑이까지 한데 모인 식사 시간에 누나는 좀 못마땅한 표정으로 미디엄으로 완벽하게 구워진 최고급 한우 등심 스테이크를 쿡쿡 찌르며 입을 열었다.

서울시청에 들어가는 민원이 늘어난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길래 날 보면서 이야기 하는 거지?

그래서? 하는 눈빛을 누나한테 보냈더니 예쁜 눈썹을 찌푸리고 스테이크를 칼로 반듯하게 잘라 한 조각을 입에 물더니 짜증 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스케일러들이 훈련하는걸 지난시 참극과 동일 선상에서 본다는 말이야.”

“일반인들이 뭘 알겠어. 신경 쓰지 마.”

옆자리에서 입가에 소스를 막 묻히면서 스테이크를 입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는 미호의 입가를 티슈로 닦아주며 말하니 맞은편에 앉은 영은이는 아스파라거스 조각을 포크로 찍은 채 살살 흔들며 말했다.

“신경을 안 쓸게 아니란다? 능력자 연합 지부에서도 정부에 정식으로 서신을 보냈어요. 신촌동에 있는 이형종 들이 걱정스럽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니 관련법을 제정하던가 하라고 말이야.”

“헐. 그래서 뭐랬는데?”

“직접 전화를 걸어서 산둥성에 있었던 바보 같은 자들이 벌인 어처구니없는 잡질과 서하가 하는 행동을 동일 선상으로 보는거냐구 톡 쏘아줬지? 그러면서 국무로 바빠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어리석은 선동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나무랐더니 해화 그 아이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연합 본부에 직접적으로 신고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무응답으로 대응할 수 없어서…." 라며 변명하지 뭐니. 그 때문에 직접 서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나 뭐라나.”

영은이는 능력자 연합 한국 지부장 자리에 오른 윤해화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는 데 그 목소리가 깜짝 놀랄 만큼 닮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신문에 엉터리 기사가 올라왔는데 그것도 그 이유에서였나 보네.”

“엉터리 기사라니, 뭘 말하는 거니?”

“스케일러들의 훈련을 투견장 같은 도박 시설로 봤나 봐.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를 써놨더라고.”

간단하게 해준 설명인데도 정황이 이해가 가는지 연인들은 눈썹을 찌푸리며 날 바라본다.

“아무튼, 그런 항의가 민원으로 들어간다면 그 항의를 못 하게 해주면 되는 거 아냐?”

“좋은 생각이 있니?”

다 먹은 접시를 옆으로 밀어놓고 스테이크를 열 장째 먹어치우는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영은이가 내 생각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무지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형종이 도시 한복판…은 아니고 외곽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까 무섭다는 거잖아. 그러니 이형종에 대해 잘 알 수 있게끔 가르쳐주면 되지.”

과연~ 하는 표정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리는 영은이를 보며 마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방송국이랑 언론사에 초대장 돌리는 거야. 와서 생방송으로 녀석들 찍으라고. 투기장이 아니라 훈련을 위한 스파링 장소라는걸 보여주는 거지.”

내 의견을 들은 화연이는 그걸로 쉽게 해결될까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무서워한다거나 반대나 항의를 해온다면 나도 더이상 상대해줄 생각은 없어. 무서워서 잠을 못 자 불면증에 걸리겠다면 지들이 이사를 해야지 어쩌겠어. 나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줬는데도 괴상망측한 소문이나 루머를 계속 퍼트리면 그땐 명예 훼손으로 대량의 고소를 생산해줘야지.”

법적 대응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나름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사정을 이해 못 하는 제삼자의 의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만큼 우스꽝스러운 게 없지.”

“하는 김에 스케일러들의 전력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스케일러 열여덟 마리 전부가 고위 아종 타입의 이형종이고 유사시에 서울에 강력한 이형종이 발생한다면 이들이 대신 지켜줄 거라고도 선전하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요?”

“흐응~. 일이 그렇게 보기 좋게 흘러가려나?”

프랑의 생각이 너무 순진하다 생각한 누나는 조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전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그럼 모두 내 의견에 찬성한 거지?”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서빙을 맡고 있는 수한을 손짓해서 부른 뒤에 우리나라 대형 방송 3사와 유명 언론지의 기자들을 적당한 때에 초대하라고 일렀다.

길 안내는 보여주기식으로 미호와 히아리드가 하는 걸로 하고 나도 뒤에서 은근하게 압박을 주면서 지켜보는 거다. 이 기회에 저택에 있는 실질적인 무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낮의 신문기사처럼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는 곳도 사라지겠지.

============================ 작품 후기 ============================

저는 투전판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도박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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