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56화 (456/517)

00456  i will find... you?  =========================================================================

알케마와 대화를 나눌 동안 묵묵히 서 있던 히아리드는 내가 알을 들고 알케마의 집에서 나오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서하 님은 알을 부화시킬 생각이십니까?=

“응. 알케마는 내가 먹길 바랬지만 이건 TP를 먹여서 부화시켜보려고.”

=그렇습니까.=

……? 히아리드는 내 대답을 듣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면서 내 뒤를 따랐다. 녀석이 최고위 아종으로 진화한 뒤에는 무슨 표정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부쩍 늘어난 거 같은 기분이다.

토가 드레스(내가 붙인 이름이다.)가 히아리드의 매력적인 몸에 휘감기며 고스란히 드러나는 몸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빠가 한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참 머리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내 어깨 위에서 목깃을 잡고 달라 붙어있던 암흑이가 내 뺨을 톡톡 치면서 입을 열었다.

=주인님. 그거 안먹을꺼에여? 알케마가 디게 맛있다고 그랬는뎅.=

“그것보다 넌 아까 왜 알 위에 올라가 있었던 거냐? 찜 해두려고?”

=넹! 주인님 오시면 같이 먹으려구여! 스케일러 짜식들이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길래 지키고 있었어여!=

아… 그래서 그러고 있었냐.

“아무튼 이건 안 먹을 거야. 혹시라도 나중에 손댔다간 혼날 줄 알아.”

=에이~.=

먹지 않는다는 말에 암흑이는 작게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무작정 알을 먹자고 졸라대지는 않았다.

아쉬운 듯이 내 어깨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는 암흑이는 그래도 날 생각해줘서 알을 지키고 있었는데...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신경도 쓰여서 녀석이 좋아하는 백청의 살코기를 아공간에서 조금 꺼내주자 환호성을 지르면서 기뻐한다.

알케마의 알을 부화시키려면 부화기가 필요하겠지? 저택에 돌아가서 한번 알아봐야지.

걷다 보니 허니콤이 가까워지며 점점 소란이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둘러보니 스케일러들이 미호와 에리, 카라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처럼 퍼져서 있었다.

스케일러들은 이놈 저놈 할 거 없이 우엉우엉 울어대며 미호를 향해 아우성 중이었는데, 그런 녀석들을 미호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쌍심지를 켠 채 노려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녀석들에게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더니 스케일러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우성을 뚝 그쳤다.

“무슨 일….”

우워어엉! 캬오! 꺄우우. 크앙! 캬르르르르!!

그쳤나 싶었더니 열일곱 마리의 스케일러가 후다닥 내 앞으로 달려와서는 아까보다 더한 아우성으로 정신 사납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똑같은 놈들도 아니고 종별이 다른 것들 열일곱 마리가 동시에 우엉 거리니 진짜 귀청이 떨어질 거 같다. 진짜 이놈들 왜 이래?

콰우우웅!!

당혹스럽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 각양 각종의 스케일러들이 우엉 거리는 걸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한걸음 물러나 있던 독악이가 크게 울부짖으며 한쪽 다리를 땅에 쿵 내려찍자 순식간에 소란이 잦아든다.

“…이 녀석들 왜 이러냐. 미호야!”

꾸무룩하니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스케일러들을 보다가 목소리를 크게 해 미호를 부르자 녀석은 후다닥 날아와서는 내 팔을 끌어안고 스케일러들을 꼴아본다.

미호는 미호대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라 슬슬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물어봤다.

“이 녀석들 왜 이러냐? 설마 또 괴롭혔어?”

- 안 괴롭혔어! 집에서 놀기만 하는 건 지겹다구 하길래 놀아줬는데 갑자기 이래! 우씨.

괴롭혔냐는 질문을 툭 던지자 미호는 짜증 난다는 듯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씩씩거리며 귀를 뾰족하게 세운다.

대체 어떻게 놀아줬길래 저 놈들이 저러는 거야?

미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반응을 하는지 스케일러 몇 마리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기어가듯이 웅얼거리는데, 그걸 들은 미호가 도끼눈을 뜨고 그 녀석들을 째려보기 시작한다.

놀아줬단 말을 듣고 스케일러들을 살펴보니 몇몇 녀석들의 몸이 군데군데 그슬리거나 젖어있는 게 보였다.

“혹시 놀아주는 게 막 불 물 바람 대지 속성을 일으켜서 던져대는 그런 건 아니지?”

- 맞는데?

……아이고, 이 녀석아.

스케일러들은 내 정신조작에 걸려 나한테 복종하게 된 놈들이지만 저놈들도 한 지역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을 "다 큰" 이형종이다. 그 엄청난 수해에도 살아남고 그 뒤에 있었을 대규모 혈투에도 살아남은 데다 무너지는 벨티칼 산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일당백의 이형종 들이란 말이지.

그만큼 자존심도 높고 지능도 뛰어난 녀석들이다. 내가 하는 말도 대충 알아들을 정도니까.

그런 녀석들이니 내가 미호를 아낀다는 건 이미 눈치채고 있을 거고 그러다 보니 미호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이나 반격 같은 건 생각도 못했을거다.

미호도 고위 아종이고 이 녀석들도 고위 아종이다. 물론 위상력의 차이도 좀 있고 나름대로 특성이 있어 강함이 조금 차이가 나긴한다. 하지만 녀석들은 거기까진 생각을 못하겠지.

다만 같은 급이니만큼 제대로 상대한다면 나름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이 상대한테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는걸 좋아하겠냐.

생각을 끝내고 미호와 스케일러들을 이대로 두면 안될 거 같아 일단 미호와 스케일러들에게 주의를 주기로 했다.

“미호야.”

- 웅.

“만약 너보다 조금 더 강한 녀석이 있다고 생각해봐. 그 녀석이 같이 놀자~ 하면서 다가와서 널 마구마구 때리면 넌 기분이 어떻겠냐.”

- …그거 나 이야기야?

오. 눈치가 늘었네? 그럼 이야기가 빠르지.

“놀자는 뜻에는 공격하고 공격받는 것만 있는 게 아니야. 미호가 좋아하던 뽀롱이 생각나?”

- 생각나.

“그 아이들은 어떻게 놀고 그랬어?

- 으웅….

내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는지 미호는 약하게 울상을 짓더니 일곱 개의 꼬리를 정신 사납게 펄럭거리며 생각에 잠긴다. 그런 미호를 두고 이번에는 눈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 마나 비전을 키고 스케일러 놈들을 돌아봤다.

시퍼렇게 빛나는 내 눈을 접한 스케일러들은 눈에 띄게 움찔하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도망칠 기색이 가득한 녀석들을 보며 목에도 위상력을 잔뜩 뭉쳐 마나 보이스를 발동해 놈들을 향해 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자식들이… 그렇게 지겨우면 동료들하고 모의 전투 훈련이라도 하던가. 지루해하니까 미호가 놀아주려고 한 건데 운동하는 셈 치고 회피 연습을 하거나 맞아주면서 맷집을 키우면 되지, 그거 몇 대 맞았다고 왕왕거리면서 동네 시끄럽게 울부짖어? 그리 만만해 보이고 지루한 게 많이 쌓였으면 나랑 한번 제대로 놀아볼까? 응?]”

전신에 신체 강화를 돌리며 마나 오러를 전신으로 뿜어내고 손에도 마나포 Mk 2를 응축시켜서 위협하듯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니 녀석들은 기겁하면서 고개를 처박고 내 눈치를 힐끔힐끔 살핀다.

끼이잉… 끄응. 크응. 퓨르르르.

미호를 대하는 것과 스케일러를 대하는 거에 온도 차이가 크긴 하지만, 저 녀석들은 그냥 집 지키는 개 같은 녀석들이고 미호는 귀엽기 짝이 없는 딸 같은 녀석이잖아. 대우가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지.

하지만 녀석들이 이만큼이나 지겨워하는 상황이 된 건 내 탓이 크다. 만약을 대비해서 수집하고 현실에 이형종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써볼까 싶어 데려온 놈들인데, 개나 고양이처럼 풀어놓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지금까지 쭉 허니콤에 처박혀 있었으니 슬슬 본능이 꿈틀거릴 때도 되긴 했다.

기가 죽은 녀석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누나는 이 녀석들을 그랑 블루의 전투 팀 마스코트로 만들어서 활용할 생각이랬는데,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바로 확인을 위해서 전화를 걸어서 물었더니 예상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게 좀 곤란해.]

“왜? 뭐가 곤란한데?”

[연합에서 걔네들과 함께 위상 세계에 건너가는 것 자체에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이형종과 함께 진입하기 위한 장소의 제공도 난색을 보이고 있구.]

“나한테는 별 이야기 없었는데.”

[이 세상에 너한테 대놓고 싫은 소리, 쓴소리할 사람이 몇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랑 같이 현실로 돌아온 뒤에 계속 연합에 찔러보고는 있는데 반응이 영~ 안 좋아. 끈질기게 요청서를 보내고는 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스케일러들은 대놓고 이형종같이 생긴 데다 말도 안 통하고 너마저 없으니 만약의 경우에 날뛰면 대책 없다는 점을 들먹이면서 계속 거절당하는 중이야.]

거기에 누나는 내가 계속해서 이형종을 꺼내오는 일 때문에 연합과 사이가 약간 소원해진 것도 있어서 이번 일이 진척되지 않아 곤란해진 점도 없지 않다고 하며 스케일러들을 위상 세계로 데려가는 일은 지지부진해질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누나한테 전화를 걸어봤지만 좋지 않은 소식만 받아버렸다.

……잠깐 생각해봤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연합이랑은 다른 수를 써서 지금 관계를 해결해보던가 하기로 하고 일단은 응급처치라도 해야겠다.

“어쩔 수 없군.”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지요.=

인증기를 종료하고 기가 죽은 스케일러들을 보며 중얼거리니 뒤에 손을 모은 채 얌전히 서 있던 히아리드가 말을 걸어왔다.

“얌전히 있으니까 좀이 쑤신다 이거잖아. 그럼 스파링이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지.”

=스파링이여? 작은 링에서 막 때리고 차고 하는 그거 말이에여?=

“오, 암흑이도 알아?”

=티비에서 봤어여! 철창이 둘러쌓인 좁은 곳에서 인간들이 팬티만 입고 싸우는거여!=

…그거 좋은데? 암흑이 덕분에 머릿속에 이미지가 명확하게 떠올라 푸른색 공간의 벽을 종합 운동장만큼이나 크게 만들고 입구는 스케일러들이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든 뒤에 입구를 ㄹ자 형태로 만들어놨다.

이러면 녀석들이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을 피워대며 거칠게 싸우더라도 그 여파가 밖으로 쉽게 새어 나오지 못할 거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푸른색 공간의 벽을 본 스케일러들은 이게 뭔가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간다.

미호에게는 시킬 일이 있어 아직도 생각에 잠겨있는 미호의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니 건드릴 때마다 새하얀 여우 귀가 움찔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본다.

“미호는 저택으로 가서 소피아를 데려와 줄래?”

- 소피는 왜?

“저 녀석들이 서로 대련을 할 건데 대련하다가 다치면 치료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 아항! 알았어!

미호가 저택으로 휙 날아가는 걸 보고 돌아서서 스케일러 18마리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신나게 싸울 장소를 만들어준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저런 좁은 집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몸이 찌뿌둥해지고 지루한 건 이해해.”

쿠륵, 키시시식.

“가능한 한 빨리 싸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테니까 그때까진 이 공간의 벽 안에서 동료들과 대련을 하면서 굳은 몸도 풀고 실력도 쌓고 동료들 능력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

서로 대련하라는 말에 녀석들 조금 머뭇거리며 나와 옆에 있는 스케일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싸우다가 다치면 이래저래 손해라는 생각이 드나 보다. 그래서 소피아를 데려오라고 시켰지.

- 데려왔어!

간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번개같이 소피아를 데려온 미호는 내 앞에 소피아를 내려놓고는 둥둥 떠다니며 술렁거리는 스케일러들을 복잡한 얼굴로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아, 아으으…. 이게 무슨 일인가요?!”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2km를 날아온 소피아는 철퍼덕 주저앉은 채 바람에 붕 떠버린 진한 금발을 손보면서 당황한 얼굴로 날 올려다본다.

“저 녀석들이 이제부터 스파링을 할 텐데 기다렸다가 끝나면 다친 녀석들을 치료해줘.”

어질어질하다는 표정으로 휘청거리는 소피아의 팔을 잡아 세워주며 처음 미팅 자리에 나간 대학생처럼 머뭇머뭇거리는 스케일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제야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는지 소피아는 동그래진 눈으로 열일곱 마리의 스케일러들을 살펴보더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복시켜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 많은 아이가 다치면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TP가 부족할 수도 있어요.”

음.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그랑 블루에 회복 능력자들한테 알바 지원 좀 받아야겠군.

[…넌 이상한 쪽으로만 머리가 잘 돌아가더라?]

“안돼?”

[안될 게 있니. 잘 생각했어. 회복 능력자들은 능력을 많이 써야 숙련도가 오르는데, 그 때문에 병원 같은 데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 그들을 부르고 놀고 있는 사내 회복 능력자들도 모으면 될거야.]

“시세보다 조금 더 쳐준다고 하고 많이 오게 해줘.”

[그래~.]

문제가 되던 회복 부족도 해결이 되자 소피아는 이형종 들이 대련을 벌인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공간의 벽 근처를 서성거리는 스케일러들을 바라봤다.

“자, 들었지? 너희들이 싸우다 다쳐도 치료해줄 사람이 있어. 그러니 맘껏 싸워.”

쿠륵. 키이이.

“단, 죽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힌다거나 하는 건 금지야. 그러니까 [상대를 죽인 놈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알겠지?”

크오! 갸르르륵!

위상력을 곁들인 내 경고에 이 자리에 모여있던 스케일러들은 살 떨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렁찬 울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서로 눈치 보느라 첫 게임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걸 보고 첫 번째 대련은 내가 직접 골라주기로 했다.

어느 정도 비슷한 녀석들끼리 붙이는 게 좋겠지? 놈들 중 비슷한 위상력을 지닌 두 녀석을 지목해 대련장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한 마리는 수컷 이구아나 이형종이고 다른 놈은 온몸이 무지개처럼 색이 변하는 카멜레온 이형종인데 미호에게 진 녀석들 순서대로 매겨진 번호가, 수컷 이구아나가 스케일러 3호고 무지개 카멜레온이 스케일러 14호던가.

내게 지목받은 두 녀석은 네 다리를 재게 놀려 공간의 벽 안으로 들어가서는 신기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간의 벽 내부를 살펴보더니 곧 호승심을 가지고 마주 보며 탐색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서로 마주 본채 빙글빙글 도는 게 꽤 그럴싸하다.

이윽고,

샤아앗! 갸아아!

괴성을 터트리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꺄아~! 박력 좀 봐!”

뭐야? 갑자기 옆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에 놀라서 돌아보니 소피아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후다닥 달려가서 공간의 벽에 찰싹 달라붙어 두 마리의 스케일러가 벌이는 격투를 보며 연신 함성을 지른다.

미호도 공중에서 대련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에리와 카라도 미호의 뒤에서 스케일러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남은 스케일러 열 여섯 마리도 공간의 벽에 달라붙어 내부에서 피튀기게 싸우는 두 놈을 구경하며 응원인지 모를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두 스케일러의 격투를 구경하는 관중들의 반응을 보니 이걸 방송하는 걸로도 돈 좀 만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형종 UFC를 만들어도 꽤 인기가 있을 거 같네.”

“최고예요! 그렇게 되면 정말 많은 종합격투기 팬들이 이쪽으로 넘어올 거에요! 틀림없어요!”

“그, 그래?”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종합 격투기는 지금 세대에는 이형종이라는 강렬한 자극제가 생기는 바람에 시장이 많이 위축되어있거든요! 때문에 사람끼리의 대결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게 있는데, 꺄아~! 저렇게나 와일드한 매치라니! 굉장해요~!”

크아아악! 갸우우욱!!

크쉬이이이!

물어뜯고 할퀴고 꼬리로 후려치고…  5미터가 넘는 이형종들의 격투 전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박력이 넘쳐 보인다.

생김새는 평범한 이구아나와 카멜레온이지만 덩치만은 트럭 같은 데다 호전성이나 움직임의 빠르기, 과격함은 평범한 도마뱀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거기다 선혈이 낭자한 격렬한 싸움이다 보니 그 와중에 풍기는 기세는 살벌함이 가득해 묻어났다.

그래도 덩치에 비하면 그리 큰 상처는 아니고 놈들도 내 경고를 머릿속 깊이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 최후의 일격 같은 건 시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격투기로 비교한다면 가벼운 기본기로만 치고받고 싸우는 거다. 그 증거로 두 놈은 일체의 다른 능력을 안 쓰고 순수한 신체로만 싸우고 있었다.

능력을 쓰진 않지만 그래도 싸움 그 자체가 마음에 드는지 3호와 14호는 서로 엉킨 채 거칠게 뒹굴며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는데, 구경하던 스케일러들도 피튀기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몸이 달아오르는지 몸을 들썩거리며 거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십수분간의 격렬한 싸움 끝에 승자는 수컷 이구아나에게 돌아갔다.

카멜레온의 공격은 혓바닥으로 이루어지는 타격과 앞발에 달린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발톱과 끝이 창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꼬리 공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이구아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구아나는 물어뜯기와 몸에 난 뾰족한 가시 같은걸 이용한 몸통 박치기까지 있어 기본기로는 더욱 유리했던 거 같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수컷 이구아나가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무지개 카멜레온의 등에 앞발 하나를 올린체 꾸오오옹! 하고 포효를 지르자 경기장의 밖에 나와 있던 스케일러들도 포효를 지르며 동조했다.

그 뒤에 온몸에 자잘한 상처를 입은 두 녀석이 대련장 밖으로 사이좋게 나오자 미호가 물을 왕창 뿌려 두 녀석의 피를 씻기고 열기를 식혔고, 이어서 소피아가 다친 녀석들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비늘에 난 상처가 흔적도 없이 아무는 걸 지켜본 스케일러 2호, 악어 대가리에 도마뱀 몸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터운 비늘이 가득 돋아난 사지를 지닌 혼종 한 마리는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대련장으로 들어가서 스케일러들을 거만한 모습으로 쓰윽 돌아본다.

그 도발적인 모습에 박쥐 날개가 달린 표범 무늬 뱀, 스케일러 10호가 날개를 접고 흐르는 물 같은 동작으로 경기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와아. 뱀과 사족 파충류의 싸움이라니. 두근두근!”

…입으로 의태어를 내는 여자는 처음 봤다.

어쨌든 이만하면 응급처치로는 성공적인가?

============================ 작품 후기 ============================

알의 획득.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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