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53화 (453/517)

00453  i will find... you?  =========================================================================

주말이라 그런지 아빠랑 엄마는 일하러 안 나가고 집에 있었는데 덕분에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아니, 공간 도약을 쓰면 수고랄거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말도 없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건 자제를 하려고.

……누나한테 몇 번 데여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아들, 그래서 엄마한테 상담하러 온 거니?”

어째 아빠 병원에서 일할 때보다 재단에서 일할 때가 더 밝고 예뻐진 거 같은 엄마는 내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새하얗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설기며 약과에 과일 주스, 차 등을 꺼내주고 부침개와 떡볶이, 산적을 만들어 준다며 부산을 떨었었다.

역시 엄마는 날 돼지로 만드는 거에 기쁨을 느끼는구나 생각하면서 신진대사량이 높은 능력자가 된 게 다행이라 여기고 엄마가 꺼내준 간식을 열심히 먹어치우며 엄마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러다 히아리드에게 들은 걸 말해주며 그 뜻을 아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내 뺨을 죽 잡아 늘이면서 웃었다.

“상담은? 한동안 엄말 못 봐서 일부러 보러 온 거라고 했잖아.”

“그거 기쁘구나. 엄마는 아들이 이사 가버린 뒤로 엄말 신경을 안 쓰는 줄 알았는데.”

“그…럴리가 있어? 내가 얼마나 신경 쓰는데. 내가 얼마나 챙겨주면 이런 것도 가져왔겠어?”

“그게 뭐니?”

찔리는 기분에 엄마의 눈앞에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동그란 구슬을 들어 보이니 엄마의 눈이 반짝 빛나며 호기심을 보여온다.

엄마 앞에 들어 보인 건 아공간에서 꺼낸 인어의 눈물. 이거 한 알이면 불로불사는 아니지만 무병장수하는 비약 중의 비약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인들이랑 누나한테만 먹여놓고 엄마 아빠 챙겨준다는 걸 깜빡했다. 몰파진에서 프랑하고 화연이한테 약속한 것도 있어서 엄마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하는 거지.

“일단 먹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을 어깨 바로 위로 싹둑 잘라 헤어스타일을 바꾼 엄마는 예쁜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이게 뭐냐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대답해주지 않고 일단 먹으라는 시늉을 보이면서 엄마의 입 앞에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진주 같은 인어의 눈물을 들이밀자 '어쩔 수 없네.' 하는 표정으로 살짝 입을 벌려 인어의 진주를 받아먹었다.

“삼켰어?”

“음… 혀에 닿으니 톡 하고 녹더구나. 이제 엄마가 먹은 게 뭔지 설명해주지 않겠니?”

“인어의 눈물이야. 먹으면 잘 안 늙고 병도 안 걸리고 오래오래 산대.”

“……그거 엄청 비싼 거잖니?!”

“어. 뭐.”

“어쩜, 어쩜! 이런 걸 엄마한테 주면 어떡한다니? 아들 여자들 줘야지~!”

…솔직하게 말했다간 아무리 엄마라도 삐질 거 같아 발을 동동굴리면서 안타까워하는 엄마를 진정시키면서 걔들은 능력자라서 안 먹어도 오래 산다고, 엄마가 더 필요하다고 설득하니 아까워하면서도 은근한 모습으로 기뻐했다.

“정말. 엄말 생각해주는 건 아들밖에 없네~.”

“뭘.”

무척이나 기뻐하는 엄마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안 들키고 잘 넘어가서 다행이다.

그런데… 뭔가 하나 빼 먹은 기분이 드는데….

……어! 이거 엄마가 말 돌린 거야? 아까 했던 질문의 뜻은 대답도 안 해주고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간 거 맞지?

“엄마 방금 말 돌린 거지?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줘. 그래서 엄마는 히아리드가 말한 걸 어떻게 생각해?”

“호호. 글쎄~? 엄마는 잘 모르겠구나. 그보다 오늘 저녁은 먹고 가지 않겠니? 엄만 오랜만에 복작복작하게 저녁을 보내고 싶구나.”

말 돌리지 말라고 캐물으니 엄마는 빙그레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짜 모르는 거 맞아? 누나의 완전체 버전 같은 엄마라서 표정만으로는 거짓 여부를 전혀 모르겠다.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려는 엄마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뒤에서 확 끌어안으며 물었다.

“엄마, 진짜 모르는 거 맞아? 진짜로?”

“얘가? 엄마가 아들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어디 있니?”

“어렸을 때 자주 속였잖아!”

“그랬니? 호호호.”

“아 진짜. 알고 있으면 좀 알려줘~!”

볼멘 얼굴로 이제는 나보다 훨씬 작아진 엄마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안마하듯 꾹꾹 누르니 엄마는 간지럽다는 듯이 까르르 웃으면서 몸을 움츠린다.

“아들! 엄마 밥해야 해. 얼른 이거 놓으렴.”

칫. 진짜 말 안 해줄 건가 보네. 엄마가 뭔가 아는 거 같긴 한데.

아쉬운 마음에 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엄마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풀어주니 엄마는 옷차림을 바로 하더니 생긋 웃으며 한마디 해주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는 아들이 인기 만점이라 기쁘구나.”

……? 내가 능력자가 된 뒤로 인기가 없었던 적은 별로 없는데?

아무래도 엄마한테 설명을 듣기는 무리라고 투덜거리면서 이번에는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푹신한 소파에 앉아 백설기와 씁쓰레한 향이 진하게 감도는 차를 곁들이며 월인석보라는 굉장히 오래된 책을 조심스레 보던 아빠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왜?”

“됐다.”

되긴 뭐가 돼! 엄마도 얼버무리고 아빠는 대놓고 멍청한 놈 하는 얼굴이고!

나도 약이 올라서 평소라면 쓰지 않을 치사한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거, 아빠한테만 안 준다?”

“그게 뭐냐.”

고서적을 내려다보던 아빠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인어의 눈물로 향한다. 맑고 투명한 구슬은 범상치 않은 모습이라 아빠도 이것의 가치를 정확히 모르긴 해도 꽤 중요 하단 걸 눈치챘는지 인어의 눈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어의 눈물. 먹으면 무병장수하고 오래도록 젊은 모습을 유지해주는 비약이야. 참고로 엄만 아까 먹었어. 이대로면 아빠만 폭삭 늙고 엄마만 젊어져서 아빠 놔두고 어디로 훨훨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괜찮아?”

“…….”

오, 실실 웃으면서 인어의 눈물을 위로 던졌다 받으며 말하니 아빠 얼굴이 고민에 휩싸인다.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끔찍하게 사랑하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이 방법이 먹힐 거라고 100% 확신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아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서적을 조심스레 내려놓더니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서는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내놔라.”

“말해줄 거야?”

“얼른 내놓기나 해라!”

능글맞게 웃으면서 되묻자 버럭 소리치는 아빠한테 인어의 눈물을 주며 킥킥 웃으니 못마땅이 가득한 얼굴로 인어의 눈물을 받아 입에 넣었다.

“네 녀석은 머리가 좋다가도 나쁘지만, 눈치만은 뛰어나다고 알고 있었다만. 이번에는 뭐 못 먹을걸 먹기라도 했느냐. 히아리드 그 아이도 그렇고 네 엄마도 대놓고 힌트를 줬는데 알아먹지도 못하다니, 접싯물에 코 박고 죽을 녀석도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을 거다.”

…힌트를 다 줬다고? 무진장 돌려 까는 아빠의 말은 귓가로 흘려넘기고 중요한 것만 되새겨보고 있는데 아빠는 다시금 입을 열어 힌트를 준다.

“여자를 꽃에 비유하며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알지. 아빠가 종종 엄마한테 하는 짓이잖아.”

“…크흠! 네 엄마가 아까 널 보고 뭐라 했느냐.”

“내가 인기 많다고… 어?”

“알아먹었으면 그만 방해하고 나가라.”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아빠한테서 서재 밖으로 내쫓긴 나는 터덜터덜 거실로 걸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니까, 그 말은… 자신들을 데려왔으면 책임지라는 말이었다는 거야?

……무진장 심란한 기분에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히아리드는 처음에는 나랑 서로 죽일 듯이 싸웠던 녀석이라 노예 삼아 끌고 온 거란 말이야. 수한도 나한테 큰 실수를 했었고 소피아는 한때 죽일 생각까지 할 만큼 내 뒤통수를 쳤었는데….

내가 정에 무르다는 연인들의 지적대로 흐지부지 넘겼다가 시간이 흐르니 독기가 쏙 빠져버린 거 같다. 그 이유에는 녀석들이 진심으로 나만 바라본다는 게 크게 작용한 거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데 난 연인들만 사랑하기로 결심했는데…. 내 머리로는 암만 생각해봐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거실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주방에서 엄마가 내 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 며느리들도 부르렴. 암흑이, 히아리드, 미호도 부르고~.”

“어.”

연인들과 누나한테 오늘 저녁은 엄마 집에서 아빠랑 엄마랑 같이 먹을 테니 이쪽으로 오라는 연락을 했다. 그러자 영은이는 공사가 다망하단 핑계로 빠지고 누나와 프랑, 화연이 셋만 집으로 찾아왔다.

“미호랑 히아리드는? 암흑이는 어딨어?”

“미호는 배고파 죽을 거 같다며 집에서 먹겠다고 하네요. 어머님의 집에서는 많이 못 먹으니까요. 히아리드와 암흑이는 스케일러들이 있는 곳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끄응. 아까 나한테 눈치를 줘서 그러나?

미호가 오지 않자 엄마는 좀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연인들이 수다와 함께 저녁 식사 준비를 거들어주자 아쉬워하는 표정은 금방 사라졌다.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저녁을 먹고 모두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려는데 아빠가 나만 잡아 세워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 녀석도 평범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었으니 평범한 사람의 기준을 세워서는 안 되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른다는 걸 명심해라.”

본능적으로 아까 히아리드 건에 대해 말한다는 걸 눈치챈 나는 조금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갈림길에 섰을 때 고민하고 고민해서 반드시 옳다는 확신을 느끼는 선택을 하면 훗날 죽을 만큼 후회하지는 않을 게다.”

“…어.”

내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 다르게 말하면 그건 단순히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라는 말이 되는 거 같은데. 어쨌든 아빠가 해준 조언이니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저택으로 돌아왔을 땐 영은이도 퇴근한 상태였는데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바지 정장 차림 그대로 4층의 거실 소파에 쓰러 있었다.

평소에도 소파에 게으름뱅이 판다처럼 늘어있곤 했지만 이번에는 엎어진 채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은 모습에 놀라서 물었다.

“왜 이래? 어디 아파?”

“~~~~.”

영은이는 엎드린 채 손만 휘적거리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웅얼거리면서 끙끙거리기 시작한다.

진짜 아픈 건가? 신체 강화 타입에 재생 능력도 있으니 육체적인 피로나 고통은 아닐 텐데.

영은이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열을 재보거나 맥박을 확인하고 있으려니 화연이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며 영은이 옆을 지나쳐 소파에 앉았다.

“보나 마나 너에게 어리광을 피우려는 거겠지. 받아주면 버릇 나빠지니 무시해라.”

화연이는 이런 모습을 몇 번 본적이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영은이는 그게 심술이 나는지 고개만 살짝 들어서 화연이를 보며 투덜거렸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니? 너희가 위상 세계에서 서하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동안 나는 딴 나라의 가는 귀가 처먹은 늙다리들과 입씨름하느라 얼마나….”

말을 하면서도 피곤한지 제대로 이야기도 끝내지 않고 다시 고개를 푹 숙여버린 영은이는…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인 거 같다.

그런 영은이를 위로해주려고 머리맡 쪽에 앉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내 허벅지에 머리를 올린다. 그리고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내 손을 잡고 자기 머리 위로 올리길래 부드럽고 매끈한 머릿결을 쓸어넘겨 주고 있으니 만족스러운 콧소릴 내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누나도 약간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옆의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

“언니가 저럴 만도 해. 요즈음에 일어나는 통합 현상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지 슬금슬금 찔러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거든.”

“찔러본다니, 우리가 나눈 이야기 중에 뭔가 흘러나간 게 있는 건가요?”

소화가 잘되라고 거실 한구석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서 차를 준비하던 프랑이 누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건 아니야. 저택 내부는 내가 보안과 도청, 감청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구, 우리들 중에 우리가 나눈 중요한 이야기를 조심성없이 흘릴 사람은 없잖아?”

“블루 스톤에 대해 눈치챘나 보군.”

어느새 가져온 이스펙트를 손질하며 대답하는 화연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누나는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받치면서 말했다.

“응. 그걸 통합 현상이랑 연관 짓는 자들이 있는 건지 외교채널로 접근하는 인물들은 죄다 언니랑 대담을 원하거든? 거기다 좀 힘 있다는 나라는 나한테 은근히 집적이기도 하고.”

누나한테 집적거려…? 기분 나쁜 이야기에 인상을 팍 쓰니 누나가 저것 보라는 듯이 날 가리킨다.

“저거 봐. 조금만 기분 나빠도 인상 쓰면서 "나 기분 나쁘오!"하는 애한테 누가 함부로 다가가겠어? 저런 애한테 다이렉트로 연락할 수 있는 나라는 영국뿐이잖니? 그나마도 E.마리에타 공주님을 통해 한 다리 건너 연락하는 거지만… 직접 접촉을 할 만큼 간 큰 나라가 없으니 괜히 나랑 언니를 괴롭히는 형태가 되는 거야.”

…뻘쭘한 기분에 머쓱해 하고 있으니 프랑이 차를 차 쟁반에 담아오며 쐐기를 박아버린다.

“확실히 일본과 미국이라는 전적이 있으니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는 서하가 폭탄 같겠지요. 그래서 만만한 영은과 시하 님에게 연락하는 거군요?”

“고마워, 잘 마실게. 연락뿐이 아냐. 거기다 현실에서 이형종의 출몰이 많아지면서 고위급 이상의 이형종이 나타날 경우에 대해 불꽃 튀는 국가적 토론이 서하가 맡아야 할 역할을 주제로 일어나고 있거든. 서하가 없는 데서 서하가 맡아야 할 이야기를 본인 모르게 회의한다는 점이 웃기지만…. 하여간! 지금 이 장소는 이래저래 태풍의 눈인데 접촉할 수 있는 대외적 창구는 언니랑 나뿐, 그것도 언니는 저택에서 서하랑 같이 살고 있으면서 국가원수니 결국….”

누나의 매끈하고 촉촉한 입에서 지루한 국제정세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그에 응하듯이 화연이와 프랑도 의견을 꺼내며 토론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재미없는 이야기에는 신경을 돌리고 내 허벅지를 베고 있는 영은이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작고 또렷한 이목구비와 인어의 눈물을 먹은 뒤부터 눈에 띄게 밝아진 피부색이라던가, 오밀조밀한 얼굴에 보기에 감탄이 나올 만큼 길고 예쁜 속눈썹은 미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갖춘 얼굴이다.

손을 뻗어 눈썹을 쓸어보고 콧날을 톡톡 건드리고 입술을 꾸욱 누르면서 놀고 있으니 영은이의 눈과 입술이 보기 좋은 호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이마는 살짝 불그스름한 기운이 보여 손바닥을 대보니 미열이 느껴졌다. 이게 지혜열이라는 걸까? 힐링 터치를 일으켜서 이마를 살살 쓸어주니 그제서야 속이 시원해지는 숨을 길게 내뱉는다.

국제 정세 이야기에서 정치 이야기로 옮겨가는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누나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거기까지만 하고, 이번에 들어가서 알게 된 걸 알려줄게.”

누난 "너도 국제 정세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재미없다고 신경을 안 쓰는 건 너무 무책임하잖아."라며 투덜거렸지만, 곧 자세를 가다듬고 내가 해줄 이야기를 기다렸다. 영은이는 아직도 일어날 생각은 없는지 몸을 똑바로 누이더니 이마에 손등을 올린 채 아래에서 날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에? 난닷떼?

...쉬이벌. 머리끄덩이 확 잡아 뜯어버릴 그런 놈이랑 비교가... 엌, 뒷목잌ㅋㅋ

여러분은 흑고금진인가요, 금고흑진인가요? 저는 여동생쪽이 더...!

판사님, 이 후기는 저희집에 사는 유령이 달았,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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