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1 i will find... you? =========================================================================
해안선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 거대한 얼음산이 둥둥 떠다니는 게 보인다. 내 공간 지각 범위에도 닿지 않을 정도로 먼데도 저만큼이나 크다니, 어떻게 저런 얼음이 생겨날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보이는 것만 23개다.
- 우왕. 저거 뭐야? 하얗고 큰 거 뭐야?
“얼음산이군. 그보다 미호, 이쪽을 봐라. 문법이라는 것은 말의 구성과 말을 하는 데에 필요한 규칙이다. 문법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문자를 정확하게 쓰며 통일성 있게 사용하고 규칙에 따라 읽음으로써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목적….”
거대한 얼음 산을 보고 신기해하던 미호는 곧 화연이의 손에 의해 돌려 세워져 문법에 대한 강의를 강제로 받기 시작한다.
하늘로 날아다니는 건 생각보다 느려서 공간 도약으로 해안선을 빠르게 확인해보고 올 생각으로 셋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했더니 화연이는 반색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하늘을 날면서 대화를 나누는 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데 좋지 못한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미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도록 하지”
- 으익.
심도 있는 대화라는 말에 미호가 질겁했지만 도망갈 생각은 포기했는지 프랑과 화연이에게 붙들린 채 얌전히 있었다. 찡그린 얼굴로 서 있는 미호를 본 뒤에 파도를 따라 수면 위로 밀려오는 얼음 바람을 피할 수 있게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방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미호가 두 연인에게 시달리는 동안 주변을 빠르게 확인해보려고 초당 1회의 속도로 동쪽 해안선을 따라 빠르게 공간 도약을 펼쳤다.
“으음. 아무래도 오스트레일리아가 맞는 거 같은데.”
한 번에 5km씩 200번의 공간 도약을 펼칠 동안 오른쪽 바다에는 하얀색으로 덧칠해진 거대한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이 보이는데, 기억하고 있는 세계 지도와 비교해보니 저 섬은 태즈메이니아 섬인 거 같다. 그럼 이곳은 멜버른 근처인가?
그나저나 남극의 얼음이 반경이 엄청나게 넓다. 태즈메이니아 섬 주변에는 거의 얼음으로 가득 차있는 형태고 그게 멜버른에서도 맨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니 남아메리카 쪽은 절반 이상이 얼음에 뒤덮여있을 거 같다.
혹시 몰라 확인을 위해서 태즈메이니아 섬으로 넘어갔다가 고도를 높여 동쪽으로 10분가량 공간도약을 펼쳤더니 뉴질랜드로 확인되는 두 개의 커다란 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확정이군.”
메리아놀을 찾은 뒤에 들러야 할 장소가 정해졌다.
연인들과 미호가 있는 곳, 현실의 아델라이데와 멜버른 사이에 위치한 해안가에 도착하니 미호가 그로기상태로 헤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자리 비운 사이에 미호 상태가 나빠진 거 같은데.”
녀석에게 다가가 뺨을 잡고 살살 쓰다듬어주니 헤롱거리면서도 내 품에 꼭 달라 붙어온다.
“음. 뭐… 별거 아니다. 그저 단어의 사용에 부적절한 예를 보이기에 정정시켜준 것 뿐이지. 그보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지? 20분 정도 걸린 걸 보면 꽤 멀리 나간듯한데.”
“여긴 오스트레일리아가 맞아. 여기서 동쪽으로 500km 정도만 더 가면 현실에 멜버른이 있는 곳이 나오고 태즈메이니아 섬도 보이더라.”
점심을 준비하는 프랑에게 다가가면서 대답하니 그렇군 하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런데 거의 매달리다시피 기대어오는 미호를 보니 20분 동안 설교를 들은 거 치고는 상태가 좀 나쁜 거 같은데….
“그럼 이제 복귀하는 건가?”
“응. 몰파진의 폐허 외에는 건축의 흔적도 안보이고 이렇게 춥고 허연 곳에 오래 있는 건 좋지 않을 테니까.”
화연이는 강력한 신체 강화 능력과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 장소의 추위도 평범한 게 아니다. 슬쩍 손을 뻗어 화연이의 손가락을 잡아보니 약간 차가워져 있었다. 역시 단순하게 관광 기분 내며 다닐 만한 곳은 아닌 거 같다.
“점심 준비 다 됐어요~.”
고기 산적과 야채고기말이와 고기스튜로 이루어진 고기반찬에 지혜 열로 괴로워하던 미호가 흐느적흐느적 좀비처럼 다가간다.
“서하~! 빨리 안 오시면 미호가 다 먹어치울 거에요~!”
화연이랑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으려니 프랑이 얼른 오라며 손을 흔든다. 프랑의 말에 미호를 보니 아귀처럼 입안에 고기 산적이나 야채고기말이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먹을 것도 많은데 미호가 배부르게 먹고 나면 우리끼리 더 맛있는 거 먹지 뭐.”
피식 웃으면서 평범하게 중얼거렸지만 미호는 귀가 한 반 쫑긋하더니 음식에 가는 손길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불판 앞에 앉으니 미호가 꼬리를 미약하게 흐느적거리며(식탁 앞에서 꼬리를 풍차처럼 휘두르다가 엄마한테 크게 혼난 적이 있어서) 기대감이 넘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짠.”
- 이무기 고기!! 우와왕!
집에서 스테이크처럼 잘라 레어로 살짝 익혀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백청의 고기에 환장하던 미호 답게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일곱 꼬리를 마구 펄럭인다.
야채고기말이를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에 내려쬐이는 빛내림 현상을 바라봤다. 빛내림 현상으로 회색 구름 사이사이에 빛기둥이 쏟아져 내리고 햇빛을 반사하며 하얗다 못해 푸른 모습을 자랑하는 얼음산이 보인다.
환상적인 겨울 바다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그 너머에 있을 남극을 떠올려봤다.
……저 너머 남극에는 뭐가 살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은 내 눈앞에 닥친 상황에만 신경을 쏟아야겠다.
모닥불 스튜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뜨뜻한 국물로 속을 풀면서 말했다.
“위치 확인은 끝났으니 점심 먹고 귀환 포인트를 찾아보자. 그만 돌아가야겠어.”
“그래.”
백청의 살코기와 매머드 고기로 배를 채운 뒤에 귀환 포인트를 찾아서 돌아가겠다고 하니 미호는 조금 아쉬워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 화연은 안 아쉬워?
“이후에 함께 할 기회가 여럿 있을 텐데 딱히 오늘을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바람도 쐤으니 충분해.”
다리를 살짝 꼰 채로 푸른색 공간의 벽에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아있던 화연이는 손수건으로 이스펙트의 창날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 지나간 오늘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던데.
으잉? 미호답지 않은 지성이 물씬 담긴 말에 놀라고 있으니 화연이도 잠시 손을 멈추고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호를 바라봤다.
우리 시선에 녀석은 히~ 하고 웃는다.
- 주인님 할머니가 그랬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으면 내일에는 후회가 가득할 거라고!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였군.
“미호가 좋은 말을 알고 있네?”
야영지를 정리한 프랑이 캠핑 도구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오며 말하길래 그녀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아 아공간에 집어넣으니 손수건으로 손을 닦은 프랑이 미호의 뺨을 살짝 꼬집는다.
“그러니까 돌아가거든 언니랑 같이 수련하자? 열심히 수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를 가득할 지 모르니까?”
- 우에에….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는 미호를 두고 에리식과 카라직에게 이리오라고 손짓하니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의식이 있으면 지금 내 손짓이 뭘 뜻하는지 알 텐데, 무시하는 거냐?
“에리, 카라. 이리 와라.”
말로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면에서 얕게 뜬 상태로 부웅 날아온 두 녀석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안개 골렘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밀도가 있다 보니 솜사탕을 만지는듯한 느낌이다.
이 정도라면 엄청 얇은 천 같은걸 입혀놓을 수 있지 않을까?
“너희는 일단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집에 가면 꺼내줄 테니까.”
[명령 접수.]
- 에리~! 그게 아니자나! 주인님이 말하면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해야지!
[…알겠습니다.]
헐. 어째 명령권자인 내 말보다 미호의 말을 더 알아듣는 거 같네. 아무튼, 두 녀석을 차례대로 아공간으로 집어넣으니 프랑이 가까이 다가와서 그렇게 수납해도 괜찮은 거냐고 물어왔다.
“골렘이긴 해도 의식이 있는데… 아공간 안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글쎄? 아공간 안은 시간의 흐름이 없으니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확인을 위해서 에리를 꺼내서 아공간 내부의 시간의 흐름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아공간 진입 후 0.1초도 지나지 않음을 확인.]
“거봐. 괜찮지?”
“대단하네요. 생명체만 들어갈 수 있으면 여러 가지로 효용성이 클 거 같은데.”
“하하. 그렇게 편리한 능력이나 도구가 있으려고.”
에리를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 화연이와 미호를 불러 공간 도약을 펼칠 준비를 하자 등에는 미호가 메달리고 오른손은 프랑이, 왼손은 화연이가 잡아왔는데, 프랑이 내 등에 업힌 미호를 보며 조금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 생각이 나?”
“아하하.”
생각을 들킨 게 민망한 듯 프랑은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한때 내 등은 프랑의 지정석이었었으니까 아쉬울 만도 하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짧았다.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귀환 포탈을 찾기 힘들다는 화연이의 조언에 해안선 인근을 뒤졌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귀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귀환 포인트 앞에 서니 미호가 내 목을 약하게 조르면서 물었다.
- 다음에 또 놀 수 있어?
“노는 거라면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놀 수 있지. 기회가 되면 이번엔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 응!
현실로 돌아온 뒤에는 입장 대기소의 안내데스크에서 귀환 증명을 한 뒤 바로 저택으로 공간 도약을 펼쳤다.
그리고 프랑과 미호를 정원에 내려주고 빨랫감이 든 백팩을 꺼내준 뒤에 회사로 가려 하니 미호가 잽싸게 내 손을 잡아오며 안개 골렘을 꺼내달라고 졸라온다.
- 주인님~ 에리랑 카라 꺼내줘~.
음, 꺼내주는 거야 문제가 안 되지만….
“아직 안돼. 두 녀석이 몸에 걸칠만한 걸 찾아본 뒤에 꺼내줄게. 그냥 꺼내면 외설행위로 경찰이 잡아갈 거야.”
- 우웅. 경찰 물리치면 안 돼?
“경찰이 적장이냐? 물리치게.”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쉬워하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화연이와 함께 누나의 집무실에 쳐들어가니 몰래 간식을 먹고 있던 누나가 화들짝 놀라면서 몸 뒤로 간식을 숨겼다.
“…애도 아니고 뭐야? 안 뺏어 먹으니까 숨기지 마.”
어이없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말했더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확 붉어진 누나는 먹던 걸 책상 위 그릇에 내려놓으며 눈을 부라렸다. 뭐야, 군고구마? 옆에는 우유에… 김치가 없는 걸 보면 먹을 거에 이성이 아주 날아가진 않았구만.
“읏… 너, 너 언제까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날 거야?”
누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일부러 소리 나도록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분위기를 잡아보려 하지만 빨개진 얼굴은 귀엽기만 하고 내 뒤에 서 있는 화연이도 고개를 돌린 채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다 보니 하나도 안 무섭다.
“그래도 이번에는 손님이 있나 없나 확인하고 왔다고? 군고구마 먹는 게 뭐가 창피하다고 그렇게 부끄러워해.”
누나가 먹던 신문지에 쌓인 군고구마를 들어서 껍질을 벗겨 노란 속살을 한입 베어 무니 뜨끈하고 촉촉하고 진한 달콤함이 입안을 감돈다.
“앗. 내가 먹던 건데….”
어째 더 부끄러워하는 누나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고구마를 먹으면서 인증기를 켜서 문자가 온건 없나 확인했다. 그런 날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누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숨을 푹 쉬더니 엄마 미소를 띠고 있는 화연이를 보면서 말했다.
“며칠 더 있다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일찍 나왔네?”
“몰파진의 위치만 확인하고 나왔다. 정세가 혼잡하다 보니 오래 놀러 다닐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박윤호 전투 3팀장에게 보고서는 받았나?”
“응. 볼굴의 던전을 발견했다며? 골렘 2기도 획득하고 순도 90% 이상의 금괴와 은괴 3천 톤도 획득하고 보석도… 이번에도 대박이구나.”
“이전 한 달의 레이드가 무색할 정도의 성과지.”
누나가 베어먹던 군고구마를 해치우고 하나를 더 집어 드는데 누나와 화연이의 시선이 날아오는 게 느껴진다.
“화연이는 잘하고 있어. 성과 배수만으로 보면 이르무나간의 4배니까. 쟤가 특이점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마.”
아 뜨거. 산지 얼마 안 된 건가? 고구마가 뜨끈하다 못해 뜨겁구만. 신체 강화를 돌리면 이까짓 군고구마의 뜨거움 따위 별거 아니지만 그러면 맛이 없잖아.
후후 입바람을 불어 군고구마를 식히면서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누나와 화연이를 바라보며 먹고 있는데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누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정됐던 위상 세계의 대규모 반발 현상에 대한 사후 대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실무 협상이 시작됐어. 혜령이 이모도 그 일 때문에 미국의 능력자 연합 본부에 가 있구.”
“반발이라니, 그사이에 위상 세계 통합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건가?”
“응. 너희가 들어간 4일 사이에 집계된 건수만 10만 건을 넘어가고 있어.”
“반발이라니? 무슨 반발?”
군고구마의 꺼멓게 탄 부분을 벗겨내다가 누날 돌아보며 물으니 누나는 푹신한 사장 의자에 몸을 묻으면서 손을 휘휘 저었다.
“저번에 능력자가 위상 세계 활동 중에 현실로 튕겨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었잖아. 기억 안 나?”
“아. 그거?”
“그나마 위상 세계에 갇혀버리는 게 아니라 통합되는 순간 현실로 튕겨져 나오는 게 다행이지.”
한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며 말하는 화연이의 이야기에 한순간 가정 한 가지가 머릿속을 치고 지나가자 등골이 섬뜩해졌다.
먹던 고구마가 목에 걸리는 기분이라 바구니에 군고구마를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누나와 화연이는 얘가 고구마 잘 먹다가 왜 이러나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합을 발표한 우민구 박사는 어떻게 됐어?”
일단 이 가정은 좀 있다가 해야겠다. 화제를 잠깐 돌리기 위해 딴 이야기를 꺼내 들자 누나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무슨 생각이냐는 듯이 올려다봤지만, 곧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혜령이 이모가 미국에서 확인한 건데, 미 정부 산하 과학조사대에 배속되어서 위상 세계 통합에 대해 계속 연구 중이래.”
미국 정부 소속이 됐다고? 잘 구슬려서 우리 연구소 소장으로 앉히려고 했는데… 이럼 영입은 물 건너간 건가.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은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연구소에도 알티나 박사님이랑 드와이트 박사님이 인맥을 통해 뛰어난 과학자들을 대거 모집하고 있어. 대우도 업계 최고수준에 연구비도 아낌없이 팍팍 뿌리니까 부르지 않은 과학자들도 찾아오고 있는 실정이야. 또 알티나 박사님도 그렇고 드와이트 박사님도 뛰어난 분이시라 두 분 중에 한 분을 소장으로 앉혀도 연구소는 문제없이 돌아갈 테니 걱정 마.”
“그래? 누난 이미 누굴 앉힐지 예상해둔 거 있지? 누구야?”
“드와이트 박사님. 알티나 박사님은 개인주의 적에 쾌락 지향형이라서 한 단체를 이끌어갈 수장에는 적합하지 않아.”
쾌락 지향형이라고? 문득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연구를 바라던 알티나 박사의 여러 모습이 떠올랐다.
지적 탐구심이 충족될떄의 희열이나 충족감은 오르가슴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던데 그거에 중독됐단 건가보다.
“의한대학 부속 임시 연구소도 더이상 빈 연구실이 없어서 저택 바로 옆에 있는 복정동에 건립 중인 연구단지에 인력을 무제한으로 투입 중이야. 덕분에 완공이 몇 주 뒤로 다가왔어.
“연구소가 완공되면 연구소도 본격적으로 운용되겠네.”
“그렇지. 그. 러. 니. 까~.”
묘하게 말꼬리를 늘리면서 의자에서 일어난 누나는 날 지긋이 노려보며 두 팔을 벌려 사로잡을 듯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화연이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지 한발 물러선 채 멀뚱거리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까 날 사로잡을 듯이 다가오던 누나는 그냥 내 팔을 끌어안고 손가락을 마주 깍지를 끼며 물었다.
“아까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거니?”
“…뭐어.”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어떻게 말해야 하지?
세상의 모든 위상 세계가 내 위상 세계를 기점으로 통합되고 있다면, 모두 통합된 이후에는 다른 능력자들도 볼굴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
“…….”
그냥 판단은 누나와 화연이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생각한 걸 짤막하게 내뱉었더니 누나와 화연이는 여태껏 보지 못한 굳은 얼굴로 할 말을 잃은 채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 작품 후기 ============================
서하: 일어나라 핫산. 내가 왜 위선적인 놈이 됐지?
핫산: 그러게. 넌 겁나 이기적인 놈인데 왜 위선적이 됐을까?
서하: .......
핫산: 위선 쪽이 더 품격있는데.
서하: .......
핫산: 색마에 로리콘에 인외변태인데.
서하: stop using 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