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48화 (448/517)

00448  i will find... you?  =========================================================================

아침 식사를 하면서 생활 보조 3조의 대원이 가져온 식량을 밀폐 밀봉한 뒤 땅을 파서 묻는 걸 구경했다. 가지고 가야 할 부산물이 많아 들고 온 식량 대다수는 버리고 가야 할 상황이라는 거다.

“겨우 3일 동안 있을 건데 10일 치 식량을 챙겨온 건 너무 오버한거 아냐? 저것도 다 돈이잖아.”

던전 탐사로 하루를 제외한다면 출발 당일과 그다음 날을 포함해서 고작 2일이다. 그런데도 식량이 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챙겨오다니, 솔직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위상 세계다. 위상 세계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계획을 짰을 때 걸리는 시간에 따라 식량을 차등으로 챙겼었는데, 몇 번 예상외의 상황에 아사할 뻔한 경험자들이 나오더니 어느 사이엔가 입장 후 계획에 따른 일수의 세 배의 식량을 챙기는 게 불문율로 굳어졌지.”

뜨거운 물에 데운 카레를 흰 쌀밥 위에 뿌린 화연이는 그대로 밥과 함께 카레를 적셔서 한입 먹더니 이어서 말한다.

“이번만 봐도 그렇지 않나. 원래 계획은 입장 즉시 잉여 부산물을 회수하고 귀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하가 던전을 발견하게 됐고 하루를 탐사에 소비했지. 만약 예정일수대로 2일 치 식량만 챙겼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어야 했을 거다. 아니라면 예정대로 부산물을 가지고 복귀한 뒤 다시 5일간의 쿨타임 후에 재입장을 해야 했을 텐데 이만한 시간 낭비가 어디 있나.”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식량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는 거지요.”

“그 말대로입니다.”

그러니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식량의 여분을 챙겨 온다는 거군. 누군가 앙심을 품고 귀환 포인트를 박살내버린다거나하면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거고.

“식량은 예정 일수의 2배를 챙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 4배를 챙기는 곳도 있어요. 제가 한때 몸담았던 기사단에서는 예정일의 5배를 챙겼지요.”

“5배나?”

보통 한번 입장하게 되면 일주일간 활동하는 게 평균이니까, 35일 치를 챙긴다는 거야? 주둔지를 만들기 위한 자재를 제외하면 나머진 식량으로 꽉꽉 채웠겠네.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라 화연이도 눈을 귀엽게 뜨며 되물었다.

“상당히 많이 챙겼었군요? 저도 어느 레이드 팀에서는 5배를 챙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프랑이 몸을 담았던 곳이 그랬을 줄은 몰랐습니다.”

“일반인이라고 해도 가혹한 훈련을 지속하는 기사들은 일반인의 식사량에 1.5배를 먹는데, 그건 능력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지않아도 많이 먹는 능력자들보다 1.5배는 더 많이 먹으니 전투에 적합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을 많이 챙겨갈 수밖에 없었죠. 아마 식사 횟수를 따지면 3배와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이런 이야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미호는 우리가 식량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꽤 큰 접시의 카레라이스를 홀라당 먹어치우더니 양이 부족한 듯 수저 끝을 입에 물었다.

- 나 좀 더 먹고 싶어. 더 먹어도 돼?

“저기 취사 주임에게 가서 좀 더 달라고 해라.”

- 응!

화연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요리사 복장의 여자 대원을 본 미호는 꼬리를 팔랑거리며 취사장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역시 교육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 미호한테 고등 교육도 시켜야겠어.”

“고등 교육이요?”

입에 든 음식물을 오물거리다 삼킨 프랑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어보길래 아까 아침에 미호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호도 점점 서열이라던가 인간 관계 같은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게 정신연령이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살짝 접어들려 하는 거 같다는 뜻을 비쳤다.

“거기에 사교社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거 같으니까 잘못된 걸 배우거나 엇나가기 전에 제대로 된 인간의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기 위해서는 비슷한 정신연령의 또래와 생활해보는 게 가장 좋겠지.”

던전에서 미호가 보였던 중2병의 행동은 특히나 올바른 교육과 정신을 함양시키면 자연히 사라질 일종의 질병 같은 거거든.

“그러니까 미호의 겉모습은 귀와 꼬리를 제외하면 중고생과 비슷하니 중학교 1학년에 편입시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둘의 생각은 어때?”

“음. 미호는 이형종인데… 허가가 날지 모르겠다.”

“안 나면 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입학시킨다면 의한 중학교가 적당 할 거 같은데 둘의 생각은 어때?”

학교에 보낸다는 이야기가 조금 걱정스럽긴 해도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는지 프랑과 화연이는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표를 던졌다.

“좋아. 돌아가거든 한번 추진해보지. 미호는 서울에서도 나름 유명인사에 외모도 귀여우니 기대해도 될듯하군.”

“개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편입 시기도 나쁘지 않네요. 돌아가면 미호에게 기본적인 사항을 교육해야겠어요. 이번 기회에 친구도 사귀면 좋겠네요!”

미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카레가 잔뜩 올라간 카레밥에 즐거워하며 깡총깡총 뛰어오는데, 그 귀여운 모습을 프랑과 화연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함께 미호에게 가르쳐야 할게 뭐가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미호의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다. 저런 외모라면 괴롭힘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진 않겠지.

화연이는 철수 준비가 완료되자 대원들과 함께 돌아가려 했다. 그녀의 성실함은 이런 식으로 예고도 없는 휴가 비슷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이대로 화연이가 돌아가 버리면 나도 아쉬울 거 같아 이번에 돌아가면 또 언제 같이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더니 정말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한 모습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언제 이렇게 고민해봤을까 싶을 만큼 본분과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는 요령이라곤 전혀 없는 고지식한 모습이라 좀 많이 답답했다.

프랑도 그런 화연이를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는데, 직접 나서서 설득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고지식의 단어를 계승하는 전직 기사답다.

그렇게 귀환 포인트로 이동할 때까지 고민하던 화연이는 귀환 포인트에 도착하고 나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고지식한 화연이의 마음을 180도 꺾어버린 건 미호였다.

- 그럼 화연 혼자 보내구 셋이서 놀자!

“…음!”

의도하지 않은 미호의 도발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 화연이는 눈이 번쩍하고 살벌하게 빛나더니 이스펙트를 등에 메고서는 순식간에 두 통의 메일을 작성하고 서류 정리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마친 뒤 박윤호 팀장에게 위압감 가득한 모습으로 파일을 건네주었다.

“통합관리부장님과 총무부장님께 그대로 제출하면 됩니다. 잘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럼 저희 먼저 복귀하겠습니다.”

작게는 자기 몸의 2배. 크게는 4배나 되는 짐을 짊어진 74명의 대원을 뒤에 세운 박윤호 팀장이 귀환 포인트를 옆에 두고 나와 화연이에게 경례를 올렸다.

잠시 후 기묘한 공간의 일렁거림과 함께 75명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화연이는 소리 없는 분노를 드러내며 미호의 찹쌀떡 같은 양 빰을 우악스럽게 주무르는 응징을 가했다.

- 후이이으이우잉?! 왜구래앵! 아우으으!

“별거 아니다. 미호의 통통한 뺨이 너무 귀여워서 말이다.”

- 우에에에!

허우적거리는 미호와 그런 미호의 뺨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주무르는 화연이의 배경으로 눈이 펑펑 내린다.

7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설원에서 대다수가 사라지니 기묘한 적막감이 감돌며 묘하게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화연이는 미호의 뺨을, 미호는 화연의 가슴을 꼬집는 두 사람의 애증 어린 스킨십을 보며 쿡쿡 웃고 있는 프랑의 손을 잡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화연이와 미호를 억지로 말리며 말했다.

“자, 우리도 출발하자. 일단은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 보는 거야.”

에리식과 카라직은 뒤에서 따라오도록 명령을 내리고 미호의 능력으로 모두 몸을 띄운 채 남쪽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으려니 눈보라가 점점 심해져 간다.

“굉장한 눈보라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니, 이런 혹설은 처음 본다.”

“알디온 가문이 있던 이스트 레드핀에서도 겨울이면 종종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이건 그때보다 더 심하네요.”

“지금까지 100km는 내려왔는데 날이 전혀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게 이상한데.”

우리가 날씨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 미호는 우리 모두를 바람으로 들어 올리고 더해서 바람으로 우리 주위를 둘러 눈보라가 밀려드는 걸 막고 있었는데, 화연이 말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그저 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아만 가고 있으니 금방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 재미없어~. 눈밖에 안 보여!

익스트림하고 스펙터클한 모험을 기대했을 텐데 보이는 거라곤 휘몰아치는 새하얀 눈뿐이니 그럴 만도 하지.

미호가 실망에 물든 목소리로 꽁알거리는 걸 들으며 공간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화연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이상하다니, 공간 지각에 뭔가 느껴지는 게 있기라도 한가?”

“아니. 덥수룩한 털에 뒤덮인 이형종도 보이고 눈으로 만든 굴속에 숨어있는 동물도 보이고… 생태계는 나무랄 데 없이 정상적으로 보여. 내가 말한 건 남쪽으로 갈수록 어째 더 추워진다는 게 이상하다는 뜻이야.”

“아, 그거 말이군. 그럼 이곳은 적도의 남쪽인 거겠지.”

“응?”

적도의 남쪽이라서 남쪽으로 갈수록 추워진다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반문하니 프랑이 살짝 웃으면서 대신 대답해준다.

“한국은 적도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으니까요. 적도에 가까워질수록 더워지는 건 알고 계시죠?”

“아아. 여긴 적도의 남쪽이라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오히려 더 추워진다는 거구나.”

당연한 건데도 프랑이 말해줄 때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허허.

“그럼 여긴 남아메리카 아니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일 가능성이 크겠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옆에서 미호가 프랑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 오스트레일리아가 뭐야? 하고 묻는 걸 들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공간 지각으로 이동 거리를 확인해봤을 때 세로로 100km나 되는 땅은 남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뿐이잖아. 현대에서는 두 곳 모두 이만한 눈보라와는 연관이 없긴 한데 과거에는 북극이나 남극의 범위가 지금의 몇 배에 달했다고 하니까 뭐.”

“음. 극심한 빙하기 때 얼어붙은 대지가 21세기에 남극과 북극에 존재하던 얼음이 급속도로 녹아들었다던가. 현실의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메리카는 온대나 건조 기후인데.”

“내가 그 시대에 살아본 것도 아니고 그걸 직접 겪어본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현상이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실제로도 오스트레일리아는 적도에 가까이 붙어있어 대륙의 북쪽은 열대기후고 남쪽은 온대 기후니까.

프랑은 미호에게 바다의 이름이 깃들게 된 기원에서부터 역사와 대륙이 어떻게 여섯 개로 나누어졌는지 시대상의… 어쩌구라며 오대양 육대주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는데 안타깝게도 미호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다.

설명하는 프랑도 안타까워하고 미호는 무슨 말인지 당췌 알아들을 수 없어 갑갑해 하는 둘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웃긴다.

“그럼 계속해서 남쪽으로 갈 생각인가?”

“응. 해안선이 보일 때까지 내려갔다가 동쪽으로 해안선을 끼고 나가보자.”

- 프랑 설명은 너무 재미없어! 알기 힘들어!

“윽.”

- 주인님은 알기 쉽게 설명해주던데 프랑은 왜 그래?

새침한 표정으로 내가 못 알아듣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 설명을 잘 못 하는 프랑 탓이라는 듯이 말하는 미호인데, 프랑도 그 이야기에 부정하지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 주인님 설명해줘!

“그래그래. 미호는 지구가 물에 뒤덮여있다는 건 알지?”

- 응!

“지표면의 70%를 물이 뒤덮고 있는데 그걸 다섯 구역으로 만든 게 다섯 개五의 큰大 바다洋. 라고 해서 오대양이라고 해.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북빙양 남빙양 이렇게 다섯 개. 그리고 육대주는 마찬가지로 여섯 개六의 큰大 섬洲이라고 해서 육대주라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는 땅이야. 바로 우리 발아래 있는 땅이지.”

어느 사이엔가 지금 있는 장소가 호주로 되어버렸지만, 미호에게는 이렇게 말해주는 게 이해가 쉽겠지.

- 프랑도 이제 알겠어?

설명은 내가 했는데 미호가 잘난 척 으스대며 시무룩해져 있는 프랑을 놀려댄다. 놀려대는 미호가 밉상이라는 듯이 표정이 야릇하게 변해가는 프랑을 보며 위로해줬다.

“미호 머리에 어려운 설명은 자동 필터링되서 이해 못 해. 그냥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게 좋아.”

- 맞아!

미호야. 그거 칭찬 아니다.

몇 시간을 더 내려오다 보니 눈발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와 동시에 저~ 먼 곳에 코끼리보다 서너 배는 더 큰 매머드 같이 생긴 놈 열 댓마리가 휘날리는 눈발 사이로 모습이 드러냈다.

그걸 화연이도 발견했는지 살짝 눈썹을 올리며 신기하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매머드군. 혹한 지방에서도 보기 힘든 녀석들인데.”

- 매머드야? 맛있어?

“아주 맛있다. 맛은 소고기와 랍스터와 닭고기를 섞은듯한 맛이 나지. 구워 먹으면 별미다.”

화연이의 설명에 군침이 흐르는지 미호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매머드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 저녁은 저거다. 미호, 가라!”

- 아이아이 써!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치고 그 위에 내려서서 추위를 막기 위해서인지 온몸을 뒤덮은 허연 털과 길게 솟은 상아가 매력적인 매머드가 있는 곳을 가리키자 미호가 전신에 바람과 불을 감싸고 총알같이 날아가 코끼리의 이마에 번 너클을 먹인다.

빠오오오오!!

매머드 크기와 미호의 키를 비교하면 코끼리와 쥐만큼이나 덩치에서 차이가 나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끼는지,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매머드는 거대하고 기다란 코를 채찍처럼 사납게 휘두르고 스치기만 해도 잘려나갈 듯한 날카로운 상아를 연신 내지르며 미호를 공격한다.

하지만 쥐방울처럼 작은 미호는 공격을 착실히 피해 나가며 매머드의 공격 패턴을 파악한 다음 주먹에 불을 덧씌워 무수하게 날려대며 요상한 기합을 연달아 내지른다.

- 무다무다무다무다!!

……기괴한 기합성을 내지르는 미호의 모습에 화연이와 함께 프랑을 돌아보니 슬그머니 우리의 시선을 회피한다.

“저, 저는 저런 기합성은 안 가르쳤어요….”

상위급 이형종인 코끼리는 미호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맥없이 얻어맞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몸을 돌려 도망치려한다.

- 앗! 어 딜도 망가!!

……프랑과 화연이의 시선이 날 향하는 걸 눈치채고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아니 저 녀석은 내가 어딜 도망가 하는 건 본 적이 없을 텐데….”

나와 프랑을 책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화연이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우릴 타이르듯이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시선은 무서운 법이다. 아이들은 뭐가 좋고 나쁜지 모르기에 어른이 하는 행동을 금방 습득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지. 나쁜 행동을 보이면 그것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팔짱을 끼고 나와 프랑을 보며 머리를 가로젓는 화연이를 보니 할 말이 없다. 프랑과 함께 죄인의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려니 엉덩이를 보인 채 도망치던 매머드는 미호의 바람 칼날에 엉덩이가 난자당한 끔찍한 모습으로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버렸다.

뿌오오오오…!

- 후. 수련을 게을리 한 너의 잘못이다.

……프랑과 함께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화연이를 바라보니 화연이는 벌게진 얼굴로 황급히 변명을 줏어삼으려 했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무서운 법이지?”

“그러게요. 나쁜 행동을 고스란히 배우니까요.”

나와 프랑의 협공에 화연이도 침몰당해버렸다.

행동으로만 우리 셋을 물리치다니, 어쩌면 미호가 우리 중 제일 강한 게 아닐까….

============================ 작품 후기 ============================

중2병의 정신승리는 무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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