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47화 (447/517)

00447  눈 밭 속의 던전  =========================================================================

안개 골렘 2기와 함께 주둔지로 돌아왔더니 어수선한 분위기의 대원들이 순간 경계 태세에 들어갔었지만, 곧 옆에 내가 서 있는걸 보고 경계를 풀었다.

“우와. 적나라한데?”

“야. 시선 처리해.”

“저건 무슨 이형종이지? 푸른 안개 형태에 허공에 떠다니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저 가슴 부분에 얼핏 보이는 저거, 회장님이 뽑아낸 골렘의 큐브 아냐?”

“어? 그러네. 회장님께서 다시 만들어내신 건가?”

“어떻게?”

“내가 아냐.”

경계 근무를 서던 대원들은 잠시동안 안개 골렘 에리식과 카라직의 모습을 보며 수근거리다가 화연이가 프랑과 함께 다가오니 다들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화연과 함께 다가온 프랑은 벌거벗은 남성형 안개 골렘의 다리 사이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음부가 고스란히 보이는 여성형 안개 골렘을 보고서는 눈썹을 치켜떴다.

화연이도 에리식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인지 고운 눈썹이 잔뜩 찌푸려지는데… 카라직한테는 시선도 안 주네.

“서하.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

“저것들은 뭔가요? 골렘의 핵이 주둔지에서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서하가 가져가서 되살린 건 아니죠?”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새벽이 다가오는지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어둠을 물리치는 하늘을 한번 본 다음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잠이 안 와서 주둔지 안을 산책하던 것과 도중에 골렘의 핵이 떨리면서 날 부른 것. 그리고 골렘의 핵에 TP를 주입했더니 안개 골렘이 되었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된 것과 에리식과 카라직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전해주니 그녀들의 표정도 덩달아 굳어졌다.

“결국은 저 골렘들도 몰파진이 멸망한 이유를 모르는 거군.”

“1725년 동안 던전의 보물 창고를 지키고 있었을 테니 알 도리가 없었던 거겠지요. 그래도 몰 파진 이 볼굴의 도시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니까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그 넓은 지하 던전에서 재화를 제외하고는 얻은 정보가 없어서 안타깝던 차에 잘된 일이지요. 하지만… 프랑도 보기에 좀 그렇지 않습니까?”

화연이는 공중에 연기처럼 둥둥 떠 있는 에리식과 카라직을 힐끔 보더니 다시 미간을 좁히면서 말을 얼버무렸고 프랑도 마찬가지로 태초의 모습인 에리식을 한번 바라보더니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날 흘겨보며 꿍얼거렸다.

“맞아요. 보기에 굉장히 거북해요. 서하? 골렘들을 저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해놓을 필요가 있었나요?”

“아니 잠깐. 내가 좀 밝히는 성격이라곤 해도 무기질을 저렇게 노출시켜서 눈 구경하는 취미는 없거든? 나만을 좋아해 주는 여자들이 있는데 내가 왜 그러겠어? 저 녀석들은 처음부터 저렇게 나왔었단 말야. 석상 골렘도 홀딱 벗고 있던 거 생각 안 나?”

“그건 그랬지만 서하는 거인도 좋아하셨잖아요.”

억울하다면서 항변을 해봤지만 프랑한테는 씨알도 안 먹혔다. 허점을 노린 프랑의 조용한 일격에 살짝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표정을 완벽히 감추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프랑이니까 그랬던 거고! 나도 저런 건 보기 싫단 말야!”

되려 큰소릴 치며 카라직의 거시기를 가리키면서 목소리를 키웠더니 프랑과 화연이는 '너니까 어쩔 수 없이 믿어준다.'라는 식의 모습을 보였다.

…특정 상황일 때의 내 발언에 대한 믿음이 거짓말쟁이 수준으로 떨어진 게 느껴졌다.

어찌어찌 그녀들을 어거지로 이해시키긴 했지만… 그녀들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는지 화연이도 팔짱을 끼며 살짝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

“명령을 내리면 받들인다고 하지 않았었나. 몸의 형태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려보진 않았던가. 형태를 보아하니 기체 같고 명령을 받든다면 그 정도는 가능할 법도 해 보이는데.”

“…그 생각은 못 했네. 한번 명령해볼게.”

화연이의 조용한 힐난에 뻘쭘한 기분을 느끼면서 에리식과 카라작에게 몸의 형태를 바꿔보라는 명령을 내렸다.

[불가不可. 형상변환 기능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네?”

“그럼 그냥 큐브 형태로 되돌리면 안 되나요?”

…으음. 프랑은 아무리 안개 골렘이라지만 어딜 봐도 여자인 존재가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 같다. 그런데 프랑도 종종 스트립을 하고 그랬었으면서… 내 시선에 담긴 생각을 읽었는지 프랑의 눈초리가 급격하게 치솟아 오르는 모습에 잽싸게 고개를 돌려 에리식을 보며 말했다.

“들었지? 원래 핵 형태로 돌아갈 수 있냐?”

[명령 접수. ……동작에 실패함. 오류 번호 12번, 치명적인 에러 4번 항목.]

“실패라니?”

[핵화核化 실패 원인 분석 중… 분석 완료. 11시간 전 신체에서 핵의 강제 추출로 인한 치명적인 오류 발생. 변화계통 명령 실행 불가능. 오류 번호 12. 수리가 필요한 경우 제작자와의 연락 요망.]

11시간 전이면 던전에서 직접 핵을 뽑았을 때 이야긴가… 슬쩍 프랑과 화연이를 돌아보니 못마땅함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서 내 결백을 증명하려면 한 가지 방법 뿐인데… 어차피 들을 정보는 대충 다 들었으니까.

“그냥 부술까?”

손을 들어 마나 탄 Mk 2를 만들어 그녀들의 눈앞에 흔들어 보이니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요.” “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대답한 그녀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화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희귀한 골렘이다. 실생활에 직접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구조와 내용물을 분석해 골렘 생산의 연구에는 도움이 되겠지. 부수는 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도록 하자.”

“응.”

나중에 가서 생각하자는 건 부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왠지 조금 아까운데….

이게 바로 19금 피규어를 수집하는 콜렉터가 와이프나 엄마 같은 가족에게 19금 피규어의 존재를 들켜서 빼앗기거나 부셔졌을때의 기분인가?

만약 살아있는 생명체라거나 접촉이 가능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면 프랑하고 화연이도 부순다는 극단적인 선택은 내리지 않았을 텐데, 골렘 태생이라는 이유와 옷가지 같은 걸 걸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에리식과 카라직의 미래는 결국 부숴 지는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 아니, 애드벌룬 같은 걸로 어떻게 몸을 못 가리려나?

…둥그런 공 같은 게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푸른 레이저를 쏘는 걸 생각했더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저놈들도 생각이라는걸 하는 거 같던데 이야기를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멍하니 서 있는 게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불쌍하긴 하지만 그뿐이다. 이걸 보존하자고 프랑이랑 화연이를 화나게 만들어서 각방을 쓰는 상황이 오는 건 내 쪽에서 사양이니까.

이야기가 끝났을 땐 어느덧 날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함박눈이 내리면서도 햇빛이 내려쬐는 기묘한 날씨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대원들이 하나둘 텐트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와서는 추운 곳에서 자느라 굳은 몸을 푸는 등, 주둔지가 잠에서 깨어난다.

화연이는 복귀를 위한 업무를 위해 지휘용 텐트로 들어갔고 프랑은 화연의 부탁에 대형 천막에 들어있는 부산물의 종류와 수량을 정태령 2조 장과 함께 서류에 기재되어있는 수량과 같은지 파악에 들어갔다.

에리식과 카라직에게 현 상태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푸른색 공간의 벽 위에 쌓이면서 햇빛을 막기는 눈을 다시 치워버렸다.

공간의 벽 위에 서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고 있으니 이만큼이나 눈이 심하게 내리는 장소라면 위도가 북위 70도 이상의 최북단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남쪽으로 내려가 보는 게 나으려나? 아니 최북단이라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게 빠를지도….

함박눈과 함께 잠깐 드러났던 아침 햇살은 몰려온 회색 구름에 가려지고 세상은 소리 없이 하얀 악마에게 잠식당하기 시작한다.

쉽게 볼 수 없는 폭설이 내리는 광경을 말없이 구경하고 있었더니 미호가 잠에서 막 깬 부시시한 모습으로 하얀 이불을 몸에 둘둘 감은 채 텐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잠시 귀를 쫑긋거리고 코를 들어 킁킁 냄새를 맡는 미호를 바라보고 있으니 무언가를 찾다가 포기했는지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혹시 날 찾나 싶어 푸른색 공간의 벽을 통통 두드려 인기척을 내줬더니 귀를 바짝 세워 반쯤 감긴 눈으로 공간의 벽 위에 앉아있는 날 올려다본다.

공간의 벽을 조금 움직여 녀석이 올라올 구멍을 만들어주자 쌩하니 날아올라 와서는 내 옆에 내려서서 내 겨드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오더니 같이 눈을 맞으며 잔뜩 졸린 기색으로 히죽거린다.

“좀 더 자지 왜 나오고 그러냐.”

- 몰라… 주인님이랑 같이 있을래….

“…그래라.”

내 옆구리에 달라붙어 대롱이 벌레처럼 꿈지럭거리던 미호는 점점 잠기운이 달아나는지 눈망울이 또렷해진다. 그러면서 내 겨드랑이에 이마를 부비적거리는 꼴이 꼭 애정표현을 하는 여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인님. 이제 집에 돌아가는 거야?

발아래에 보이는 풍경에 관심을 보이던 미호는 짐을 꾸리고 텐트를 철거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물어온다. 녀석의 머리 위에 조금씩 쌓이는 눈을 털어주고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니. 이곳의 장소를 알아낼 필요가 있어서 남쪽이나 북쪽으로 가서 해안선을 찾을 생각이야.”

- 그럼 나 계속 주인님 따라다녀도 돼?

“안될 게 있냐. 저 사람들 모두 집에 돌아가면 프랑하고 화연이하고 넷이서 이 세계 구경이나 좀 해보자.”

- 우와~ 응! 이히히!

넷이서 놀러 다니자는 이야기에 미호는 눈에 띄게 기뻐하며 여우 귀를 파닥파닥거렸다. 귀의 움직임에 하얀 눈이 이리저리 나풀거리는 게 꼭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아 맞다. 너 요즘 스케일러들 못살게 군다고 누가 그러던데, 진짜냐?”

- 으, 응? 나 뱀돌이랑 개순이 안 괴롭혔는데?

뭐야 그거. 뱀돌이랑 개순이라니 귀여운 애칭이잖아? 그런데 어떤 놈들을 말하는 거지?

뱀 종류라면 세 마리가 있고 개순이.. 개dog 종류는 없으니 혹시 개구리를 말하는 건가? 개구리는 두 마리뿐인데.

“뱀돌이랑 개순이를 특히 더 괴롭혔다고?”

- 아아아, 아냐! 안괴롭혔…!

귀가 불규칙적으로 움찔거리고 묘하게 허둥거리는 모습이 "나 지금 거짓말하고 있음."이라고 이마에 써 붙여놓은 거 같은 행동이다. 그걸 보고 프랑 흉내를 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직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미호야. 거짓말하면 프랑이 어쩐댔지?”

- …쪼, 쪼끔 괴롭혔어. 그치만 그 둘이 제일 말 안 듣는걸? 뱀돌이랑 개순이가 다른 애들 못살게 구는 것도 봤단 말야.

“어떻게 못살게 굴었는데?”

- 막 육생이나 끈적이 같이 약한 애들 음식 뺏어먹구 툭툭 건드리면서 괴롭히구 심하면 물기도 한단말야.

육생이는 뭐냐. 그 송어 몸통인 그놈, 육지 생선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뱀돌이하고 개순이를 괴롭힌 거냐?”

- 우웅.

니가 쟤들을 괴롭혔으니 나도 널 괴롭힌다는 건가. 역시 정신 연령이 어리니 행동이 원론적….

……나, 나도 좀 원론적이군.

나도 미호에게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뱀돌이와 개순이가 다른 스케일러를 괴롭힌다고 똑같이 괴롭히면 너도 그 녀석들이랑 똑같이 나쁜 게 되는 거라며, 적당히 괴롭히고 니가 선배니까 잘 보듬어서 그런 짓을 못하게 잘 타일러 보라고 해주었다.

- 응! 잘 타일러볼게!

내 말이 진리라는 표정으로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호를 보니 양심이 콕콕 찔린다.

미호야. 주인님은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란다….

철수 준비가 거의 끝나고 지휘용 텐트도 철거에 들어가자 화연이는 텐트에서 이스펙트를 꺼내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에리식과 카라직의 몸체를 이루는 안개의 성분을 파악해보려 공간 지각을 집중했다.

어제밤에는 녀석들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공격수단이 어떤 게 있는지 보여 달랬더니 속성 능력자의 속성 탄이나 레이저 사출과 비슷한 공격을 시연해 보였었는데, 문제는 거기서도 위상력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거다.

어떤 원리로 구동되는지 궁금해서 핵과 몸체를 이루는 물질을 뚫어져라 노려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우우우웅?!

그 순간 화연이의 손에 들려있던 이스펙트가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그 격렬한 떨림에 이스펙트를 쥐고 있던 화연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주변에서 지휘용 텐트를 해체하던 대원들도 움찔하고 놀라며 눈에 띄게 덜덜 떠는 이스펙트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도 누호디가 왜 저러나 궁금해져서 화연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잠시만 기다려. 네, 네? 도살자… 저 안개 골렘이 말입니까?”

여전히 웅웅거리며 떨고 있는 이스펙트 속의 누호디와 이야기를 나누는지 화연이 혼자 중얼거리기에 나도 손을 뻗어 이스펙트의 창대를 잡았다.

[…로 현시대에 불필요한 절대 악의 물건입니다! 당장 부숴버려야 해요!]

절대 악의 물건이라고?

표현이 너무 강렬해서 놀란 마음으로 화연이 대신 누호디에게 말을 걸었다.

“누호디, 잠깐 진정해봐요. 도살자라는 게 지금 저 안개 형태의 골렘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그래요! 저 증오스러운 도구에 죽어간 동족이 몇인지! 오로지 살해밖에 모르는 현세에 둘도 없을 최악의 마구魔具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부숴 버리는 것이 세상을 위하는 길이에요!]

목소리에서 절절한 분노와 증오가 느껴지는 격렬한 반응이지만, 저런 형태의 골렘에게 동족이 대량으로 학살당했다면 이런 반응은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지.

“어제 던전에서 골렘을 봤을 때 누호디는 별말이 없었잖아요.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 석상은 단지 메오 아지토스를 본따 만든 저질스러운 석상이었을 뿐이었잖습니까!]

“저걸 이루는 근원이 그 골렘의 핵이에요. 제가 TP를 주입했더니 저렇게 변한 거거든요?”

[아아!? 그대가 설마 저 최악의 피조물을 되살려버린 건가요?! 그대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런 학살밖에 모르는 도구를 되살려 대체 어쩔 셈인가요!]

내가 되살렸단 이야기에 다시금 흥분하면서 날 비난하기 시작하는 누호디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바닥에서 TP를 뽑아 창대를 쓱 문질렀다.

[이야아흐히꺄응?!]

순간적으로 TP가 주는 강렬한 자극에 분노와 흥분과 쾌락이 버무려진 괴상한 비명을 지른 누호디가 숨을 할딱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진정하라는 듯이 창대를 연신 쓸어내리며 말했다.

“누호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하지만 저건 석상처럼 존재하던 놈들이었어요. 제가 되살린 뒤에는 제 명령만 듣게 바뀐 놈들이고요. 그러니 누호디가 알고 있던 그놈들이랑은 다를 확율이 커요. 무엇보다 누호디가 걱정하는 그런 학살 같은 일이 일어나려 한다면 제가 반드시 막을 거고요.”

[아아. 아으으흐흠. 그, 그렇습니까…? 그대가 명령권을 탈취했고 또한 그렇게까지 장담하시니… 저도 믿어보겠지만, 저 기계마물을 너무 믿지는 말으셔야할겁니다. 아응.]

언제 펄펄 뛰었냐는 듯이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버린 누호디는 살짝살짝 비음을 흘리며 내 손길을 음미하기 시작했…는 데 이스펙트를 바라보는 화연이의 눈이 왠지 싸늘하다?

내 시선을 받자마자 화연이는 표정관리를 하더니 툭 하고 내 손을 밀어낸 뒤에 어디에서 꺼냈는지 넓고 커다란 천으로 이스펙트를 둘둘 감기 시작했다. 그 손길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게 내 착시는 아닐 것이다.

누호디에게는 어떻게 진실을 가린 이야기로 속여넘겼지만… 놈들에게 정보를 캐내면서 알게 된 내용과 누호디의 말에서 이해한 내용이라면, 저 두 녀석이 누호디가 원수로 여기던 놈들과 동일한 것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비슷한 것들일 수도 있다.

저게 자길 소개할 때의 말은 2 지역 1형 보물 수호자랬지. 그 말은 1 지역도, 3 지역도 있을 수 있단 말이고 2형이나 3형도 존재한다는 말이니까.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저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좀 해둬야겠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추천 땡큐 선작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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