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3 눈 밭 속의 던전 =========================================================================
악마 석상을 보는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흐른다. 화연이도 석상을 보더니 걱정이 담긴 눈초리로 날 힐끔 돌아본다.
저… 형태는…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정말 지상에 있는 페허의 흔적이 메오 아지토스의 성이란 말야?
“와, 겁나 크다. 10m쯤 되는 거 같아.”
“둘 다 이목구비가 아수라장이구만. 생겨도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냐.”
“인간이 아니니까 저런 외형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인간형 이형종 처음 봐?”
“성경에 나오는 악마를 만든다면 딱 저런 모습일 거라 생각이 들지 않아?”
“거시기 엄청 크다….”
“얘 좀 봐. 너 지금 뭘 보는 거니?”
“앗?! 아, 아냐 아냐!”
“저 석상의 모델도 이형종일까?”
“공상의 산물 아니야?”
뒤쪽에서 들려오는 수근거림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석상에 다가가려 하니 박윤호 팀장이 황급히 내 팔을 잡아 멈춰 세웠다.
“회장님.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데 함부로 움직이시는 건 위험합니다.”
“아… 네.”
공간 지각 위험해 보이는 건 없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의 의견을 적나라하게 무시해서 좋을 건 없겠지. 그의 말대로 멈춰 섰더니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전투 팀은 기본적인 특수 상황의 대처 방법 등이 몸에 익었는지 입을 꾹 다문 채 랜턴에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0m 크기의 악마 석상 두 개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생활 보조 대원들이 석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속닥거리니 참다못한 정태령 조장이 성난 표정으로 생활 보조 대원들을 노려보며 주의를 줬다.
악마… 메오 아지토스의 모습을 본뜬 두 개의 석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색의 재료로 매끈하게 깎여있었는데 왼쪽은 남성형이, 오른쪽에는 여성형이 알몸으로 서 있었다.
공간 지각으로 석상의 내부를 살펴보니 그냥 말 그대로 석상 石像이었다. 하지만 질감은 흡사 살아있는 것을 보는 듯한 생동감이 넘친다.
여성형 석상의 얼굴은 다져놓은것처럼 14등급 위험요소만큼이나 흉악하지만 몸은 풍만한 가슴의 유두에서부터 은밀한 곳의 주름까지 디테일하게 구현되어있어 남자 능력자들이 시선을 쉬이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성형 석상의 얼굴 또한 빻은 것 처럼 눈도 주기 싫을 만큼 못생겼지만, 신체는 완벽한 비율에 남근의 크기 또한 월등한 데다 입체적으로 깎여있어 얼굴을 붉히면서도 악마의 나체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도 최후미에서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진지한 눈빛으로 석상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있었다.
박윤호 팀장은 곧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위해 이마에 땀방울을 맺으며 석상에 조심스레 접근하더니 손등으로 석상을 툭툭 건드려보고 석상의 몸 위에 매달려 여기저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남녀 악마 석상을 살펴본 뒤에 그가 한 행동은 기괴한 선이 난잡하게 구불구불 새겨진 높이 5m의 거대한 석문에 다가서는 거였다.
그 순간이었다.
부우웅!
“…골렘!!”
박윤호 팀장의 손이 거대한 석문에 닿는 순간 키 10m의 여성형 석상이 어떤 조짐도 없이 다리를 움직여 박윤호 팀장을 걷어차려 했다. 박윤호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람쥐 같은 몸놀림으로 휘둘러오는 석상의 다리에 올라서더니 그 반동을 이용해 크게 백덤블링을 하며 물러났다.
여성형 석상이,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프랑과 화연이가 출렁하고 앞으로 나서려는 것을 손을 내밀어 막으며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여성형 골렘을 가둬버렸다.
“이게 골렘이라고?”
“그래. 던전이나 폐허를 발굴할 때면 종종 발견되는 이형종이다.”
“위상력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데….”
비술로 움직이는 건가? 구동 원리는 뭐지? 위상력이 안 느껴진다는 말에 화연이가 날 한번 돌아봤지만, 금방 남성형 석상을 향해 이스펙트를 쥐고 경계자세를 취한다.
여성형 골렘은 석상이면서도 신체 각 부위의 관절은 마치 생명체의 그것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돌이 아니라 다른 특수한 재료를 쓴 건가?
그 부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니 감금당한 여성형 골렘은 팔을 뒤로 젖혔다가 주먹을 힘껏 내질러 푸른색 공간의 벽을 후려친다.
쿠우우웅.
벽에서 되돌아온 반탄력에 여성형 악마 석상은 주춤하고 물러나는데, 벽을 때린 주먹에 실금이 잔뜩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 부분은 또 돌인가 보군.
“서하. 안 부술 셈인가?”
꾸웅! 쿠웅. 콰아앙.
여성형 석상이 벽을 두드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충격음이 공동안을 크게 울릴 때마다 대원들이 움찔움찔하는 모습을 보이자 화연이가 날 돌아보며 물었다.
“아냐. 부술 거야. 부수긴 해야 하는데….”
푸른색 공간의 벽 안에서 난동을 피우는 중인 여성형 석상은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 가둬둔 덕분인지 불편해 보이는 동작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푸른색 공간의 벽을 부수려 하지만, 초위 이형종이던 프랑도 쉽게 부수지 못한 푸른색 공간의 벽이다. 저런 위상력도 없는 게 부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그 전에 좀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서. 저건 위상력도 없는데 비… 음, 그런 것 아니고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비술이라 말을 꺼내려다 얼버무리며 말을 끝맺으니 화연이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골렘이라서 그렇다. 쉽게 볼 수 있는 타입은 아니고 무척이나 큰 데다 유연하지만… 유적이나 던전등을 탐색하다 보면 간혹 볼 수 있어. 약점도 있는데 골렘의 체내 어딘가에 핵이 있다. 그걸 부수면 기능은 정지해.”
“골렘의 핵도 그럼 그것으로 만든 거였겠네요.”
“그렇겠지요.”
프랑의 질문에 화연이가 대답해주는 사이 공간 지각으로 푸른색 공간의 벽 속에 갇혀 날뛰는 여성형 석상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처음 볼 땐 발견하지 못했는데, 자세히 훑어보니 명치 부근에 석상과 똑같은 재질의 동그란 구슬 같은 게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있는 게 보인다.
저걸 어떻게 저기에 집어넣은 거야?
“그런데 여성형 골렘은 움직이는데 남성형은 왜 안 움직이지?”
시선을 돌려 남성형 골렘을 바라보니 화연이와 미호의 시선이 날 따라서 남성형 골렘을 향하지만, 박윤호 팀장은 난동을 피우고 있는 여성형 골렘이 신경 쓰이는지 자못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저러다가 공간의 벽을 부수고 나오면 어떡합니까? 그냥 빨리 죽이죠?”
- 겁쟁아. 주인님 공간의 벽은 평범하게 부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구 주인님이 조사해볼게. 있댔짜나!
“큿, 전 겁쟁이가 아닙니다! 탐사 장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한 거라고요!”
억울하다는 얼굴로 미호한테 변명하려는 박윤호 팀장이지만 미호는 뉘 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귀를 앞으로 착 접고 박윤호 팀장의 설득을 차단해버렸다.
울컥하는 박윤호 팀장을 외면하고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조각 하나를 집어서 남성형 골렘의 얼굴에 세게 집어 던지자, 딱! 하는 소리가 나며 내가 던진 돌조각이 저 멀리 팅겨 날아가 버렸다. 그 뒤로 몇 개 더 던져봐도 골렘은 일체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
적대적인 행동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면….
내 행동을 지켜본 프랑과 화연이도 따라서 돌멩이를 주워 던져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미호는 아예 바람의 칼날을 날려보지만 파측! 하고 돌이 깎여 나가는 소리만 날 뿐 역시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무언가 발견했는지 미호는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더니 여성형 골렘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 주인님. 골렘이 겁쟁이 계속 바라보고 있어.
“응?”
미호의 말을 듣고 보니… 진짜다. 녀석의 시선이 계속 팀장을 향하고 있어.
“흐헥.”
박윤호 팀장도 그걸 깨달았는지 소름 끼친다는 얼굴로 팔뚝을 문지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난다. 이거 혹시?
“미호야. 니가 가서 저 문에 손대봐. 골렘 주의하고.”
- 응.
내 말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간 미호가 거대한 문에 손을 뻗는 순간 여지없이 남성형 골렘의 발차기가 미호의 자그마한 몸을 향했다.
이 정도에 맞아서 어찌 쓰냐는 듯이 미호는 짓쳐 드는 공격을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하는 사이에 남성형 골렘도 공간의 벽에 가둬버리자 여성형 골렘처럼 공간의 벽을 부수기 위해 손발을 놀리기 시작한다.
남성형 골렘도 여성형 골렘처럼 문을 처음 손댄 대상을 주시하는 것까지 똑같다.
“문에 손을 댄 자를 끝까지 추적해 말살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거 같습니다.”
“보스 저기 좀 보시죠. 자체 수복기능도 있는지 주먹과 무릎 발부분에 금 갔던 게 원래대로 돌아가는데요.”
“저 골렘도 조사해볼 가치가 충분할 거 같군요. 문제는 너무 큰 데다… 무게도 상당해 보여서 옮기려면 꽤 고생하겠습니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귀가 먹먹한데도 박윤호 팀장은 화연이한테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화연이는 옆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박윤호 팀장이 조금 귀찮은지 손을 휘휘 저으며 날 향해 입을 열었다.
“서하. 빨리 골렘의 핵을 부수는 게 좋아. 상당히 고급 재료로 만든 골렘으로 보이는데, 저대로 두면 어떤 패턴이 발동할지 모른다.”
“어.”
- 웅?
화연이의 말을 듣고 골렘의 명치 부근에 있는 핵을 공간의 벽으로 부수려 하는데 미호가 귀를 쫑긋하면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밑으로 바닥 전체를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뒤덮어 버렸다.
콰드드득. 티딕. 두두두….
그 직후 여성형 골렘의 눈에서 새빨간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지면이 멋대로 출렁거리며 뾰족하게 솟아오르려다 푸른색 공간의 벽에 막혀 잘게 부스러져 내렸다.
“우왓?!”
“땅이 움직여!”
갑자기 발밑에 푸른색 공간의 벽이 펼쳐지자 대원들이 깜짝 놀라며 발밑을 바라보는 사이에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의 천장에서 석순이 자라나듯 벽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되돌아나갈 길을 막아버린다.
“이게 다른 패턴이야?”
“…그래.”
퇴로를 막고 바닥이 울렁울렁거리는 모습에 무언가가 등줄기를 훑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만약을 대비해 공동 전체에다 푸른색 공간의 벽을 덧칠하듯 쳐두니 남성형 골렘의 눈에서도 섬뜩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고 이번에는 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선 여성형 골렘부터 처리하자.
여성형 골렘을 가두고 있는 공간의 벽을 변형시켜 구속복 형태로 만든 뒤에 놈의 가슴 부위까지 뛰어올랐다. 골렘의 핵이 노출되도록 호박색 공간의 벽으로 명치를 파버리고 거의 내 키만 한 구슬 형태의 골렘의 핵을 힘으로 뽑아버렸더니 골렘의 몸 전체에서 으스스한 비명이 들려왔다.
갸아아아아…….
눈에서 시뻘건 빛을 뿌리던 여성형 골렘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작동을 멈추자 남아있던 남성형 골렘이 전체적으로 붉게 달아오르며 움직임이 빨라지고 벽을 두드리는 힘이 강해진다.
“폭주!! 위험합니다!!”
두 기의 골렘 중 하나가 작동 중지하면 발동하는 건가? 박윤호 팀장은 위험하다고 소리치지만, 위험할 게 있나 싶다.
들고 있던 여성형 골렘의 거대한 핵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남성형 골렘도 여성형 골렘과 마찬가지로 푸른색 공간의 벽을 구속복 형태로 바꿔 고정하자 움찔움찔하며 공간의 벽을 부수기 위해 용을 쓰기 시작한다.
남성형 골렘의 행동에 맞춰 천장을 막고 있는 푸른색 공간의 벽 너머로 돌벽이 꾸물거리는 게 더욱 격해진다.
…골렘 두 개를 부순다고 보물창고가 무너진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남성형 골렘도 여성형 골렘처럼 똑같이 가슴을 파내서 핵을 끄집어내자 붉게 달아올랐던 골렘이 원래의 흑적색으로 돌아가더니 눈에서 뿜어내던 빛도 사그라들고 움직임도 완전히 멈춰버렸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돌벽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무너져내린다거나 할 낌새 같은 건 안보여서 다행이다. 보물 창고 안쪽도 별일 없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뛰어내려서 박윤호 팀장을 보며 되물었다.
“뭐가 위험해요?”
“…어흠.”
뻘쭘해하는 박윤호 팀장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남성형 골렘의 핵을 내려놓고 여성형 골렘의 핵도 아공간에서 꺼내놓는 순간.
우오오오오오오…….
작동을 멈췄다고 여겼던 남성형 골렘에서 묵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묵직한 진동과 함께 남성형 골렘의 눈에서 붉고 푸른 섬광이 한차례 뿜어져 나오 길래 긴장감을 추켜세워 올리며 공간 지각으로 주변에 대한 지각을 강화했다.
……나는 물론 대원들도 움직임을 멈춘 채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긴장하고 있었지만 더이상의 이변은 없이 주변은 쥐죽은 듯한 침묵에 잠겨 든다.
“…뭐였지?”
“몰라. 되게… 소름 돋는 소리였어.”
“비명 아냐? 골렘의 비명.”
“무기질이 어떻게 비명을 지르냐?”
“지를 수도 있지! 이형종이나 위상력도 존재하는데 골렘이라고 비명을 지르지 말란 법 있어?”
“그거… 말 되네.”
대원들의 수근거림을 들으면서 공간 지각으로 주변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지만, 딱히 이상은 감지되지 않는다. 내 보고에 화연이와 박윤호 팀장은 골렘의 단발마를 잠깐의 헤프닝으로 여기고 골렘 두 마리에게서 추출한 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기… 보스. 입구가 막힌 채로인데요.”
한참 살펴보는 와중에 가까이 다가온 한 대원의 말을 듣고 통로 쪽을 바라보니 정말로 흙벽으로 막힌 채다. 두께가 10m를 넘어가는 데다 흙의 색도 벽과 마찬가지로 거무튀튀한 게 평범한 흙은 아닌 걸로 보인다.
전투 3팀의 능력자 중 대지 속성 능력자가 벽을 더듬으며 조심스레 살펴보는 게 눈에 들어온다.
“미호. 통로를 막은 흙벽을 조심스럽게 치우도록 해. 프랑? 미호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그럴게요.”
- 응!
“박윤호 팀장은 보물창고의 문에 특이점이 없나 확인하십시오. 전투 3팀과 생활보조 2조, 3조는 거대 골렘의 해체에 들어갑니다.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 만큼 조각내십시오.”
“예!”
“““옙!!”””
이게 화연이가 말했던 잉여 인력을 쓰지 않는 법인가보다. 화연이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자신에게 분배된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할 일을 지시한 화연이는 나에게도 골렘의 핵을 가리키며 말했다.
“회장님은 골렘의 핵을 아공간에 보관해주십시오. 공동을 받치고 있는 푸른색 공간의 벽은 혹시 모르니 계속 유지해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다른 대원들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나한테 다시 존칭을 쓰는 화연이를 보니 조금 마음에 안 든다. 옆에 사람들이 있어도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면 좋을 텐데, 너무 직업 정신이 투철해서 문제라니까.
골렘의 핵을 아공간에 집어넣기 전에 해체당하기 직전의 골렘을 돌아봤다.
…정말 꿈에 볼까 짜증 나게 생긴 면상이다.
이곳은 꿈에서 본 지형이 달라 메오 아지토스가 사는 성이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다르게 생각해봐야 할 거 같다.
지형과 풍경은 어머니의 시선으로 본 곳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 골렘과 폐허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칠흑같이 새까만 석재와 이 골렘의 형태를 봐서는 메오 아지토스가 살았던 곳은 맞는 게 아닐까?
지하에 있는 수많은 뼈의 무더기, 원한이 쌓이고 쌓인 곳에서 나타난다는 유령과 언데드들. 그리고 메오 아지토스의 형상을 딴 골렘.
이른바 멀티다.
본진은 내가 환영에서 본 그곳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곳이 본진일 수도 있다.
하늘의 주인을 섬기는 플라비우스가 대적을 포기하고 도망간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정도로 강했을 거라 의심되는 놈들이다. 또 이형종의 여성체를 잡아다가 식량과 성노예와 종족 번식의 도구로 쓰는 것들이다.
놈들의 번식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암놈 수놈 할 거 없이 미친 듯이 박아대고 박히던 장면을 생각해본다면 머릿수가 줄어들 거라곤 생각이 안 든다.
그렇게 일정 숫자 이상으로 증식하게 되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 멀티를 짓게 되는 건가?
…보물 창고를 털고 나면 대원들과 함께 귀환할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이들을 돌려보내고 나면 남하해서 현재 위치를 체크해봐야할거 같다.
============================ 작품 후기 ============================
용량이 적어서... 죄송해요 ㅠㅠ 1일 2연재로 돌아간다는 약속도 못지키고 흐규흐규
현재는 볼일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매일 정시 자정 연재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