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0 눈 밭 속의 던전 =========================================================================
던전 입구 근처의 방은 구멍이 뚫릴 때 이리저리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멀쩡한 기물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뭔가가 잔뜩 부스러지고 망가져 바닥에 쓰레기더미처럼 깔린 상황이지만 신기하게도 벽이나 천장에 금이 간 곳은 하나도 없다.
미호와 두 능력자가 박윤호 팀장의 지시에 따라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면 박윤호 팀장은 아까의 하얗고 동그란 막대기를 꺼내 이곳저곳을 가리키고는 막대기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방을 옮겨 아까와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그런데, 미호는 박윤호 팀장의 손에 들린 하얀 막대기가 뭔지 궁금했나 보다. 입구에서 4번째 방에 들어섰을 때 미호가 박윤호 팀장의 손에 들린 하얀 막대기를 보며 물었다.
-그건 뭐야?-
-이건 녹시우스 디텍터라고 부르는 유독성 물질 검출기입니다. 1단계부터 10단계로 나뉘어서 인체에 해로운 무언가가 있다면 신호를 보내는 장비죠.-
-나도 해보고 싶어.-
-아, 이건 그냥 가져다 대는 건 아니고 사용 방법이 복잡한 데다 쉽게 망가져서….-
박윤호 팀장은 미호가 검출기를 사용하는 것에 난색을 보이니 미호의 표정이 곧장 뾰로통하게 변한다. 미호한테 점수를 잃으면 도움을 받는데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꽃필 텐데.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저런.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팀장은 곧 검출기를 미호한테 내밀었지만 이미 삐져버린 미호는 흥! 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줄 거면 그냥 주지 왜 또 늦게 주려고 해서 점수를 더 깍아먹냐. 저러니 눈치코치 없다는 소릴 듣지.
완벽하게 삐진 미호의 모습에 박윤호 팀장은 큰일 났다 싶어 자존심은 땅에 내려놓은 모습으로 비굴하게 미호에게 아부하며 제발 가져달라고 애걸복걸한 뒤에야 미호에게 녹시우스 디텍터를 넘겨줄 수 있었다.
-대장….-
-……어디 눈치 트레이닝 단기 숙성 코스 같은 건 없냐…?-
진한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말이다.
그 뒤로 미호와 박윤호 팀장, 두 명의 능력자는 세 시간을 던전에서 보내며 내부 공기 정화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유령 타입의 이형종이 수차례 출몰하고 먼지구덩이에 파묻혀있던 정체를 알 수 없던 뼛조각들에 위상력이 집중되더니 스켈레톤 나이트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이형종의 습격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의 유령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미호가 먼저 감지하고 여우 불로 지져서 소멸시켰지만 몇몇은 미호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그땐 내가 손을 써서 유령을 소멸시켜버렸다.
그러다가 어떻게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유령인데 호박색 공간의 벽에 분해되는가 의문을 가졌는데, 몇 번의 실험을 통해 공간 지각으로 위상력의 유동을 확인해본 결과 유령의 근간을 이루는 위상력에 호박색 공간의 벽이 무언가 알 수 없는 작용을 일으켜 사방으로 퍼트려버리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위상력이 퍼져버린 유령은 영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되고 뒤이어 엑토플라즘 같은 건 공간의 벽에 가볍게 분해 돼버린 거지.
호박색 공간의 벽에 갇힌 하얀 포대자루를 뒤집어쓴 듯한 유령이 스르르 분해되며 사라지자 박윤호 팀장의 뒤에 숨어있던 두 바람 속성 능력자는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서로 소곤거렸다.
-으아. 저 스펙터의 단말마는 진짜 적응 안 돼.-
-밴시가 아닌 게 다행이지.-
-그건 그런데… 이 근처는 고스트와 스펙터가 주로 출몰하나 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더 강력한 게 나타나는 거 아냐? 소울 리퍼라던가…-
-아 진짜. 넌 말을 해도 꼭 그따위로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말이 씨가 된다는 거 몰라?-
-……쏘리. 나도 소울 리퍼는 안 나왔으면 좋겠어. 스펙터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와도 회장님께서 손을 쓰시면 슥삭일테니까 신경 쓰지 말자. 기분만 나빠져.-
-맞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이 각성한 지 얼마 안 되셨을 때 국립박물관에서 소울 리퍼를 잡으셨지?-
……? 그건 연합의 능력자들이 잡았는데 왜 내가 잡은 걸로 되어있지?
-잡담은 그만하고 작업을 시작해.-
-예!- -네!!-
두 바람 속성 능력자는 유령의 습격에 놀라서 집중이 끊겨 정화 작업이 멈춘 상태였었다.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집중을 하는 능력자들의 모습과 능력을 유지한 채 마음껏 뛰어놀고 있는 미호를 보니 정말 비교가 된다.
미호는 녹시우스 디텍터를 들고 요리조리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바람으로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저게 집중력에서 오는 능력의 차이인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내 옆에서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는 프랑에게 물었다.
“프랑은 계속 미호를 교육하고 있었지?”
“네. 하루 두 시간 이상씩 꾸준히 하고 있었지요.”
그건 왜 물어보냐는 표정이라 미호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정신 집중을 이야기해주니 빙긋 웃으면서 미호의 능력을 인정했다.
“확실히 미호의 능력은 범상치 않아요. 전투 자질과 센스는 굉장하지, 연령을 보았을 때 성장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는 상태지… 다만 요령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건 미호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런 건 당연한 거니까요.”
“역시 이대로 커가면 그랑 블루의 최고 마스코트가 되고도 남겠는데.”
“강한 데다 귀엽기까지 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미호와 ? 그랑 블루의 마스코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주로 히아리드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미호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런가.”
이해가 간다. 히아리드는 뭐랄까…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 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거기다 얇은 옷감의 재질 덕분에 몸매가 비치진 않지만,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데다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미호는 사람과는 다른 귀여움과 깜찍함이 공존하는 사기 캐릭터고 말이지.
“…서하는 미호를 언제쯤 진화시킬 생각이세요?”
더는 할 이야기가 없는데 내 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거 같던 프랑은 참지 못하고 내 표정을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진화? 으음. 미호는 별로 진화시킬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런가요? 어째서요?”
내 대답에 묘하게 표정이 밝아진 프랑은 시름 한 가지를 덜었다는 표정으로 물어오길래 그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해줬다.
“인격… 미호같은 경우에는 이형격이라고 해야 하나?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화시키는 건 어쩐지 내키지 않아서 그래. 딱히 강제로 진화시키지 않아도 미호는 최하위급부터 고위급까지 쭈욱 아종으로 진화해와서 그런지 히아리드나 암흑이와는 전혀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으니까. 이 이상은 강하게 만들어 줄 필요성도 못 느끼겠고.”
마나 탄을 진화시키기 전이나 공간의 벽을 얻기 전이었다면 내 호신을 위해서라도 진화시켰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게다가 녀석도 암컷이다 보니 메오 아지토스와 싸우는 곳에 데려갔다간 어찌 될지도 모르고 말이지.
그때 녹시어스 디텍터를 살피고 통로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며 내려가던 박윤호 팀장은 디텍터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좌우로 방 하나씩을 더 살펴본 뒤에 이만하면 충분하다 여기는지 되돌아 나오기 시작한다.
던전의 전체적인 면적으로 봤을 때 1/10도 채 정화하지 않은 상태지만 입구에 몰려있던 유독 가스는 모두 제거한듯하다.
흐음… 유독 가스는 내 공간의 벽으로 분해가 안 되려나? 나중에 실험해보던가 해야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되돌아나온 박윤호 팀장은 마스크를 벗고 한숨 돌린 뒤에 나와 화연이 앞에서 보고를 시작했다.
“연구나 실험 및 보물 보존을 목적으로 지어진 던전은 아닌듯합니다. 탐색 도중 기관장치를 이용한 함정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언데드 타입의 이형종의 습격이 간간히 있었던 것과 부스러져 내린 무언가의 가루와 던전 내부의 통로 형식 및 방의 구조를 보았을 때 주거형 던전었음을 짐작한다고 했다.
“특히 스펙터의 출몰이 잦았던 것으로 보았을 때 던전의 지하 깊은 곳에는 소울 리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 진입을 개시할 테니 그때까지 쉬어두십시오.”
“예!”
박윤호 팀장은 신체 강화 타입이다 보니 약간 정신적인 피로감만 보인 데 비해 함께 진입한 두 바람 속성 능력자는 체력 고갈과 TP 고갈로 서로 기댄 채 반쯤 널브러져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었다.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정신적인 집중에 육체적인 노동까지 곁들인 작업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물론 이 이야기들은 미호에게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 주인님. 저 던전은 얼마나 깊어?
던전 안에서 갖고 놀던 녹시어스 디텍터를 박윤호 팀장에게 집어 던지고 달려온 미호는 내 허리춤에 매달려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물었다.
“층수로 따지기는 형태가 다르고, 대충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방이 지하 800m 정도에 있어. 그건 왜 묻냐?”
- 젤 깊은 곳에 가보고 싶어!
제일 깊은 곳이라… 산소마스크를 쓰고 미호의 바람 보호막을 쓰고 가면 괜찮으려나? 그런데 점심 식사 준비를 지켜보던 화연이가 미호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몸을 돌려 다가오더니 엄한 얼굴로 그래선 안 된다고 타이른다.
“안돼. 던전을 얕보다가 죽은 사람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아. 아무리 호기심이 동한다고 입구부터 탐색해 나가는 것이 아닌 공간 도약으로 진입 하는 것은 절대 안 돼.”
- 저 인간처럼 방어 복을 입어도 안 돼?
미호가 휴대용 난로가 앞에 앉아 언 몸을 녹이던 박윤호 팀장을 가리키니 화연이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뜬금없이 지적받은 박윤호 팀장은 영문도 모른 채 재채기를 하더니 몸을 부르르 떠는 게 왠지 불쌍하고 처량해 보인다….
“그러면 되기야 하지만 그 방호복이 없지 않나.”
- 빌려달라구 하면 되자나.
“저런 방호복은 수작업으로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서 만드는 맞춤 제작 아이템이다. 서하와는 키가 비슷하지만, 근골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입지 못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또 개수도 부족하다.”
- 이잉.
조목조목 반박하는 화연이의 모습에 미호는 여우 귀를 축 늘어트리더니 날 돌아보며 울상을 짓는다. 나보고 도와달라는 듯한 그 모습에 화연이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미호의 머리를 잡아 자신에게로 돌리고는 눈을 맞추며 조용히 입을 연다.
“아까 프랑이 뭐라고 했지? 서하에게 떼를 쓰면….”
- 떼, 떼 안 썼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걸!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한 미호는 - 저, 점심은 뭘까~? 하고는 어색한 몸동작으로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저 녀석, 화연이가 안된다고 해서 혼자 들어가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들어갈 거 같다. 그래도 하지도 않은 짓으로 혼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미호를 공간 지각으로 계속 주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자신은 삐졌다는 것처럼 우리 근처에 가까이 다가오지 않던 미호는 점심 식사를 식판에 배식받고 혼자 떨어져 먹기 시작하더니, 사이사이 우리를 힐끔힐끔 엿보다가 우리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사이에 식판을 내려놓고 소리 없이 혼자 던전 입구로 향했다.
프랑과 화연이를 보니 박윤호 팀장과 정태령 조장 넷이서 이번 던전에 대한 후처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거 같다.
“여보들. 미호가 혼자 던전으로 향하는데?”
“뭐?”
“네에?”
프랑과 화연이는 내가 입에 담은 칭호에 깜짝 놀랐다가 미호 혼자 던전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에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홱 돌려 던전 입구를 바라본다. 그리고 미호가 등을 보인 채 던전 구멍에 마악 들어가려는 모습을 확인한 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력으로 달려가 말 안 듣는 어린 꼬맹이 여우를 낚아채 버렸다.
- 히, 히익?!
특히나 초위급의 능력을 가감 없이 발휘한 프랑 때문에 던전 입구에 발을 들여놓치도 못한 채 프랑의 두 손에 잡혀버린 미호는 현장에서 검거당한 범인처럼 사색이 되어버렸다.
두 다리를 바동거리며 프랑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꼼짝달싹 못 하자 울음을 크게 터트리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 우와앙! 자, 잘못해써요오오!!
“내가 공간 도약으로 지하를 가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은 입구에서부터 혼자 들어가는 건 괜찮다고 한 뜻이 아니었다.”
- 으아앙!
“그걸 알고 있었으니 지금처럼 몰래 들어가려고 했던 거지?”
미호는 차분하게 잘못을 지적하는 화연이에게 울상을 지은 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변명을 꺼냈지만,
- 아니야아! 그, 그냥 입구가! 입구만 살짝 보구 돌아오려구 했어!!
“미호! 언니가 거짓말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었지?!”
프랑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힉!
“거짓말쟁이는 혼난다구 했지!”
- 꺄아! 주인님 살려줘~!
이제부터 혼날 거란 사실을 직감했는지 미호는 동그랗게 뜬 진주색 눈동자에 굵은 눈물방울을 매단 채 날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호에게 걸어가니 난데없는 소란에 대원들이 멍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호야.”
- 으, 응!
내가 가까이 다가와서 미호에게 말을 거니 프랑과 화연이는 미호를 혼내는 걸 잠시 뒤로 미루고 날 돌아본다.
“언니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전부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야.”
- 이유…?
“그래. 혹시나 우리 귀여운 미호가 잘못될까 봐, 크게 다칠까 봐 걱정되서 그러는 거지. 그런 게 아니라면 왜 미호가 하고 싶은걸 못하게 하겠냐.”
- 으으. 근데 프랑하구 화연은 그런 거 말 안 해줬어. 그냥 하지 말라거나 안된다구만 했단 말이야.
미호가 두 눈에 물기 가득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밀며 프랑과 화연이를 바라보니 그녀들도 찔리는 게 있는지 슬쩍 시선을 피한다.
“이번에도 그래. 너 혼자 들어갔다가 너보다 약한 이형종이라고 해도 숫자로 달려들면 어쩔래? 싸우다가 지반이 무너져서 매몰되면? 냄새도 모습도 안 보이는 독가스가 가득 차있는 곳에 혼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거 같냐. 아무리 바람 막으로 몸을 보호한다고 해도 공기 하나 없이 독가스만 가득 차있는 곳에 들어가면?”
내 설명을 가만히 듣던 미호는 오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프랑과 화연이를 눈물 가득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 지, 진짜야?
“그래. 미호가 미워서 무조건 안 된다, 하지 마라 한 건 아니다.”
“미호가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들은 굉장히 가슴 아프고 슬플 거야. 아직 미호는 1살도 안 됐잖아? 조금 더 크고 경험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미호를 지켜주려고 그랬던 거야.”
- 으우….
여우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린 미호는 우물우물 거리더니 모기만 한 목소리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 잘못했어어. 담부턴 하지 말란 건 절대루 안 할게….
그 목소리와 모습에는 정말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이라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니 혼나야 한다.”
엥?! 이 흐름이라면 용서해줘야 하는 거 아냐?
프랑도 화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기승 전에 이어 혼남이 되어버린 결론에 미호도 사색이 되어서는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나에게 도움 요청의 손을 뻗는다.
- 히엥?! 주, 주인니이임!
…미안.
조금은 미호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프랑의 화내는 모습이 궁금한 것도 있고 이렇게까지 혼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그녀들을 말릴만한 말도 생각나지 않아 슬쩍 고개를 돌리며 미호에게 들릴 듯 말듯 말했다.
“잘하면 칭찬받고 못된 짓을 하면 혼나는 게 당연한 거야. 미호는 이번에 혼나고 다음부터 잘하면 돼.”
- 으아앙!
울면서 바들바들 떠는 미호에게 내려진 체벌이 뭘까 미호에게 보이지 않게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는데, 체벌은 다름 아닌 궁디 팡팡이었다.
고양이한테 해주면 사정없이 좋아하는 그 궁디 팡팡과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프랑의 무릎 위에 엎어진 미호는 엉덩이를 깐 채 맞을 때마다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미호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랑은 사정없이 손바닥을 휘두르는데, 자그마하고 예쁜 프랑의 손바닥이 미호의 토실토실한 궁딩이에 닿을 때마다 총을 쏘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터져 나오는걸 보고 과연 미호가 무서워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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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