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37화 (437/517)

00437  눈 밭 속의 폐허  =========================================================================

그런 요상한 비음을 잘 못 들었을 리가 없지. 여우처럼 실눈을 뜨고 생글생글 웃는 녀석의 허리를 놓고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 무슨 일은 무슨 일이야?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번에는 지가 내 허리를 안아온다. …이걸 물으면 어쩐지 말려들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지만 궁금해서 묻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방금 이상한 콧소리를 냈잖냐.”

- 그냥 영은 흉내 낸 건데?

이히히 웃으면서 꼬리를 팔랑거리는 녀석은 어째 영악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서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설마 영은이한테서 여우 짓을 배우고 있는 건가…?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더이상 이야기를 꺼내면 위험 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그냥 녀석의 머리에 작게 꿀밤을 먹여주니 여우 귀를 파닥거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다시 미호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몇번의 공간 도약을 반복해서 풍화된 폐허의 중심이 되는 곳을 찾았다.

공간 도약을 할 때마다 아잉아잉거리는 미호와 함께 여섯 차례의 도약을 펼치고서야 폐허의 전체적인 규모를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는데, 폐허는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정말 작은 도시만 한 규모였다.

폐허의 중심부가 되는 곳의 상공에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고 그 위에 내려서니 눈보라 속에서 미호가 발을 동동 굴리며 여우 불을 불러내 품에 꼭 끌어안는다.

입김을 호호 불어내는 녀석을 보며 춥냐고 물었더니 고개 대신 여우 귀를 까닥거리면서 소리쳤다.

- 으으. 주인님. 여기 너무 추워어어!

확실히 수백 미터 상공 위에 서 있으니 바람이 좀 강하긴 하다. 눈보라도 더 심한 느낌이고.

푸른색 공간의 벽을 네모난 방 형태로 만들어 눈보라를 막자 미호는 그제서야 한숨을 폭 내쉬면서 머리며 어깨 위에 쌓인 흰 눈을 털어내고는 쪼그려 앉아 여우 불을 만지작거린다.

“주인님은 폐허를 찬찬히 뒤져봐야 하니까 방해하면 안 돼. 알았지?”

- 응! 얌전히 지켜볼게!

“…방해하면 프랑한테 말해서 혼나게 할 거다?”

- 우으. 아라써어.

아까 여우 짓도 그렇고 이번에도 기운차게 대답한 게 조금 의심스러워서 프랑을 들먹이며 이야기하니 미호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 녀석, 진짜 여우 같은 여자로 크는 거 아냐…?

뒤에서 입을 삐죽 내밀고 꽁알거리는 미호를 외면하고 공간 지각 범위 전체를 아울러 보기 시작했다.

흠… 아까 공간 도약을 반복하면서도 눈치챈 건데 이형종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단 말이지. 몇몇 작은 동물은 보이던데.

히아리드도 이형종이라 위상력 감지를 할 수 있을 테니 살려둔 게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니 몇 가지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히아리드가 전투를 벌였다고 의심되는 푹 패이고 뒤집힌 대지. 분명 일정 이상의 문명이 존재했을 거 같은 무너지고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건물들.

풍화가 심하게 되어서 건물의 형태나 구조는 이미 알아볼 수 없을 만치 심하게 뭉개져 있었고 환영과 영국의 기밀 자료 보관실에서 봤던 장식이나 문양 따위는 알아볼 수 있을 시간이 완전히 지나버렸다.

혹시나 내 공간의 벽이나 마나 탄에 부서져 내린 흔적이 존재하진 않을까 찾아봤지만, 매끈하게 잘려나간 단면 같은 건 요 근래 전투에서 생겨난 듯한 몇몇 장소를 제외하면 존재하지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첫 번째 환영에서 알라스토르의 검은 성은 꽤나 높은 지대에 지어져 있었는데 여긴 대부분이 평지인 점도 조금 수상하다.

여기가 정말 알라스토르의 검은 성이 맞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지면 속을 쓱 살펴보는데… 지표면에서 80m가량 되는 통로 아래 꽤 큰 공간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 통로는 무너진 토사로 인해 완전히 막혀있었다.

아니, 공간이랄까 개미굴이랄까… 개미굴에서 개미의 방을 네모난 사각 상자 형태로 만들면 저런 모습이 나올 거 같은데.

방의 개수는 어림잡아 200개가 넘어가고 가장 깊은 방은 지면에서 400m 되는 곳에 있었다. 깊은 곳이라고 뭔가 다른 방들보다 크고 넓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볼품이 없어 보인다.

방의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는 대충 2km 가까이 되는데, 방의 곳곳에는 이 폐허의 주민의 것이었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뼛조각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몇몇 방은 무기고나 방어구 창고, 혹은 보물창고로 보이는 곳과 아주 옛날 종이가 발견되기 전에 쓰던 양피지같이 생긴 것들이 잔뜩 있는 곳도 보인다.

그 외의 방은 생활의 흔적이 가득한 방들이었는데, 전부 다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어 오랜 시간 방문자를 받지 않은 모습이다. 뭣보다 석재를 이용한 가구를 제외하면 잔뜩 녹이 슬거나 바람만 불어도 부스러질 거 같아 보이는 구조물들이 잔뜩이라 조사를 한다고 해도 좀 난감 할 거 같다.

“그래도 위상학 연구자들에게 보여주면 환장해서 달려들 법한 물건들이군.”

- 뭔가 차자써?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더니 시킨 대로 쪼그려 앉아 얌전히 기다리던 미호가 여우 귀를 쫑긋 세우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응. 하나 발견했어.”

내 대답에 폴짝하고 내 허리를 답삭 끌어안은 녀석은 꼬리를 붕붕 휘두르며 보러 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 구경하고시퍼!

“안돼. 거긴 흙더미에 완전히 막힌 곳이라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 같아. 갑자기 공기가 밀려들면 순식간에 산화되서 바스러질지 모르니까 일단 화연이한테 가서 이야기부터 하고.”

- 우웅? 우웅.

날이 추워 얼굴이 얼었는지 새는 발음으로 - 산화가 머지? 하며 중얼거리는 녀석을 끌어안으니 그딴 것이야 어찌 됐든 좋다는 식으로 히히 웃으며 내 품에 얼굴을 부비적거리기 시작한다.

눈보라 탓인지 저녁 즈음이 되니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성터에서 빠져나와 주변 지형을 조금 더 확인한 뒤에 주둔지로 돌아갔다.

주둔지로 돌아와 화연이와 프랑이 함께 있는 텐트로 들어가니 기이하게 훈훈하고 포근한 공기가 느껴진다. 의아해하며 프랑과 화연이를 바라보니 둘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뭐야? 왜 이렇게 훈훈해?”

“프랑이 안전공간창조를 써봤다. 생각보다 훌륭한 비술이더군.”

“오, 이게 그 효과인가?”

외투를 벗으니 프랑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받아주는데 미호는 화연이의 손에 들려있는 컵을 보더니 눈을 반짝 빛내며 뛰어가서는 두 손을 내밀며 외쳤다.

- 나도 코코아 마실래!

그런데 화연이의 손에 들린 게 달콤한 코코아가 아닌 걸 눈치채고 멈칫하더니 얼굴이 귀엽게 찡그려졌다.

- 또 쓴 물 마셔?

“마셔볼래?”

- 싫어!

머리카락이 나부낄 정도로 고개를 붕붕 흔드는 미호를 본 화연이 피식피식 웃으며 가방에서 코코아 스틱을 하나 꺼내주자 반색하더니 화연이의 품에 달려들어 - 화연 사랑해! 하고 외친다.

- 하나 더 줘. 코코아는 두 개 타야 제맛이야!

“그래그래.”

…저렇게 식탐이 강한 아이로 자라다니, 모르는 사람이 먹을 걸로 꼬신다고 따라가진 않겠지?

빈 컵과 코코아 스틱 두 개를 가지고 주둔지 중앙의 취사대로 도도도 달려나가는 미호를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뒤에서 금발과 흑발의 미녀 둘이 말을 걸어왔다.

“소득은 있으셨어요?”

“그곳이 알라스톨의 검은 성이 맞는 것 같나?”

그녀들도 말은 안 하고 있었지 궁금함이 컸었나 보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물어온 그녀들에게 고개를 저어주니 의외라는 듯이 서로를 돌아봤다.

“알라스토르의 검은 성이 아닌 거 같다고?”

“응. 환영에서 본 지형이랑 꽤 차이가 커. 풍화가 심해 건축물의 양식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도 좀 신경 쓰이고.”

“서하의 공간 지각으로도 그런 정보를 얻기밖에 못했다면 정말 아닐 가능성도 있네요….”

“그런가. 내가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든 거 같군. 미안하다.”

“왜 사과하는 거야? 그러지 마. 그보다 폐허의 지하에 개미굴… 개미굴 형태의 미로를 발견했어.”

왠지 모르게 화연이가 자책하는 모습이라 그녀가 더 자책하기 전에 재빨리 주의를 돌릴 건수를 꺼내 들었다.

“페허의 지하에 미로라고? 개미굴 형태라니… 이형종은 발견하지 못했고?”

“응. 거긴 입구가 하나뿐인데 그 입구가 토사로 완전히 막혀있었어. 안쪽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뼈다귀들이 방마다 잔뜩 있긴 했지만 살아있는 건 없더라.”

“그래? 입구가 완전히 막혔다라… 유령이나 언데드 계통의 이형종이 있을 수도 있겠군.”

예상외의 이야기에 이번엔 내가 놀랐다.

“어? 유령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공간 지각에는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서하도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소울 리퍼가 등장하기 전까지 감지 못했었잖아요.”

“억, 그러네?”

프랑의 지적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공간 지각에 그런 약점이 있었어?

뜬금없는 약점에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자 화연이는 슬쩍 미소를 띠더니 그 미소를 감추려는 듯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유령 계통은 현실에 연기처럼 부유하는 종 種도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도 많아.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면 네 공간 지각이라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 순간 타이밍 좋게 휘이잉 하고 입구에서 바람이 밀어닥쳐 천막 안의 포근한 기운을 휘감아 얼려버린다.

“…….”

“…….”

소름이 돋은 건 나뿐만이 아닌듯하다. 바람이 분위기까지 얼려버리자 화연이는 헛기침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에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 흠. 아무튼, 바로 들어가지 않고 와서 이야기한 것은 잘한 행동이야. 던전은 필드와는 다르게 고난도의 위험이 도사리는 경우가 많아 초심자가 함부로 진입했다간 쉽게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조사도 필요할 것 같고 마침 박윤호 팀장이 던전 마스터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으니 부산물의 운반이 끝나면 그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지?”

던전 마스터라면 필기와 실기를 통해 지하 유적이나 던전의 위험에 대처방법이 전문가 수준으로 숙달된 사람에게만 내주는 일종의 면허증이지? 그거 따기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랑 블루의 팀장급이군.

“좋아. 보물창고로 보이는 곳도 있었으니 별개의 수확도 챙길 수 있을 거야.”

팔에 돋은 소름을 손으로 문지르며 대답해주자 화연이는 보물창고라는 말에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보물창고라니, 듣기에 반가운 소식이군.”

그날 밤, 레토르트 식품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모인 장소에서 지하 던전의 입구를 발견했으니 내일 아침에 탐사대를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내 조사를 통해 보물창고의 존재도 확인했으며 미처리 부산물의 정리를 마친 뒤 모레 아침에 던전 탐사를 개시하겠다는 화연이의 간략한 설명에 능력자들은 내 감지 성능에 감탄하면서 보물창고라는 이야기에 깊은 흥미를 보였다.

갑작스런 일정의 추가였지만 다들 불만이나 걱정 같은 모습은 안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금 있는 인원들은 전부 아숨프레 수몰 폐허에서 너와 함께한 인원들이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잘 아는 데다 식량도 10일 치를 준비해왔다. 무력적인 부분에는 너와 프랑, 미호가 있다. 트랩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박윤호 팀장이 해결할 거다. 남은 건 조사와 보물의 운반일 텐데 운반 역시 서하의 아공간이면 충분할 테고 조사는 인증기로 촬영하는 걸로 해결될 테니 문제가 될 건 없어.”

“일반적인 파티라면 지금 숫자와 구성으로 서하가 발견한 규모의 던전 탐색은 절대 무리지요.”

“자살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으, 으음. 내가 좀 더 신경 써서 주변을 경계해야겠군.

다음 날 아침, 던전 조사에 필요한 준비를 하느라 부산물 운반에서 빠진 박윤호 팀장은 주둔지 내부가 정리로 분주한 가운데 점심을 먹고 짬을 내서 다가오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주로 던전의 형태와 깊이, 생물의 존재 여부 등이었다.

“개미굴 형태의 미로에 지하 800m, 생명체의 흔적은 없고 대신하는 뼈 무더기가 많음…. 혹시 곰팡이류나 습기의 흔적은 못 보셨습니까?”

그의 질문에 잠시 지하 던전의 형태를 떠올려보고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도서관에 둘둘 말린 피지皮紙들도 바짝 마른 형태였고요.”

“던전의 구성에는 수분의 대량 보급이 있을 텐데… 우물이나 수로의 존재는 확인하셨는지요?”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수맥이 지하 200m 인근의 석재 구조물에서 호수가 되어 고여있다가 흘러나가는 지형이 있었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 호수 주변도 막혀있었습니까?”

“네. 토사로 꽉 막혀있던데요.”

“으음. 그렇다면 기밀氣密에 의한 생명체의 질식사 가능성이 대폭 커지는군요.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습니다.”

옆에서 식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던 화연이는 뭔가 곤란한지 살짝 미간을 좁히면서 박윤호 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말은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던전에 차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예. 회장님께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의 뼈 무더기가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다면 시체가 부패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가 몇몇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석벽 사이에서 흘러나온 광물성 가스등이 있을 수도 있고요.”

…잘은 모르겠지만, 전문가가 저리 말하니 맞는 거겠지 뭐. 잠시 생각에 잠긴 화연이 대신 프랑이 한 가지 물어본다.

“미호가 바람을 자유로이 다스리니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은데, 아닌가요?”

“에반스 씨의 말씀은 평범한 단층, 혹은 두 세 개 층 규모의 던전일때입니다. 그만한 규모에서는 바람 능력자가 능력을 발휘해 던전 내부에 신선한 공기를 밀어 넣어 순환시키는 걸로 해결이 됩니다만 회장님이 발견하신 미로 타입, 개미굴 형태의 던전은 굉장히 깊고 넓어 B 클래스 능력자라도 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박윤호 팀장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보라가 치는 바깥에서 눈을 굴리며 놀고 있는 미호를 감지하며 말했다.

“그럼 방법이 없나요? 미호는 코가 좋으니 멀리서도 유독 가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점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제 가방에 10일분의 프리저브 마스크가 있으니 이것으로 먼저 선행 탐사를 시행 한 후 유독 가스가 고여있는 공간을 처리, 이동하는 방식을 쓰면 될 겁니다.”

그러면서 미호에게 룸 메이킹이 가능한지 물어보는데, 그게 뭔지 몰라 프랑과 화연이를 보니 둘 다 고개를 젓는다.

“연습이 필요하겠군.”

“지금부터 제가 시킬게요. 상급 기교까지면 되겠죠?”

“그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남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윤호 팀장도 고생하십시오. 탐색을 성공리에 마치면 성과급도 지급될 겁니다.”

“오오. 그거 기운 나는 이야기군요!”

하하 웃으며 준비를 마저 하겠다며 자기 천막으로 향하는 박윤호 팀장의 뒷모습을 보다가 화연이를 보며 물었다.

“룸 메이킹은 뭔데? 방 만들기? 스킬이야?”

“바람으로 특정 공간을 밀폐시켜 안의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하는 중상급 테크닉이다.”

오호. 그걸로 방처럼 만들어 유독가스 같은걸 한데 뭉쳐놓는 건가? 그래서 룸 메이킹이라고 하는 거군.

그 뒤로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나만 할 게 없어 눈보라를 뚫고 나가 주변 지형을 다시 살펴보거나 귀환 포인트를 찾고 미호가 프랑의 지도아래 룸 메이킹을 익히는 걸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또 새잖니.”

- 우잉…. 왜 새는 거야?

“미호가 공간 인식을 대충해서 그래. 쥐가 파먹은 치즈 덩어리같이 엉성하게 연상하니 바람도 허술하게 감싸면서 내부의 연기를 흘려내 보내는 거야.”

보라색 연막탄을 터트려 거기서 나오는 연기를 공중에 뭉치기 위해 애를 쓰는 미호는 이런 걸 왜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한 상태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진척도 별로 없고 미호도 점점 재미가 없어져 실증을 내려 하는 걸로 보인다.

적당한 당근을 보여줘서 집중력과 학습 능률을 올려줘 볼까?

“미호야. 프랑한테서 합격이라는 말이 나오면 미호가 좋아하는 초콜렛 케이크 먹게 해줄게. 덤으로 꼭 안아주고 쓰담쓰담도 해주고.”

- 진짜?!

“진짜.”

- 우왕!

아공간에서 간식으로 사뒀던 유명 베이커리의 스페셜 2단 초콜릿 케이크를 꺼내 옆에 내려놓으니 여우 귀와 꼬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듯 뻣뻣해지더니 미친듯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때론 당근도 필요하잖아?”

어마어마하게 집중하는 미호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프랑에게 윙크를 보내며 말했더니 풀썩하고 웃어버렸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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