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33화 (433/517)

00433  앞으로 한걸음.  =========================================================================

영은이가 씻으러 간 김에 나도 샤워를 할 생각으로 5층의 대욕실로 걸음을 옮기니 누나도 슬금슬금 내 뒤를 쫓기 시작한다.

……뒤돌아서서 누나한테 왜 따라오냐는 눈빛을 보냈더니 그냥 헤헤 웃길래 쫓아오지 말라고 등을 떠밀었다.

“너무해!!”

뭐가 너무해? 아직 키스밖에 안 했는데 갑자기 혼욕이라니, 그 상황이 되면 내 접시 물보다 얕은 자제심으로 참지 못할 거라고!

뺨을 부풀리면서 나 화났다는 듯이 쿵쿵거리면서 걸어가는 누나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으니 역시나 걸어가다 말고 힐끔 돌아본다. 주먹을 들어 올려 보이니 메롱 하고 혀를 내미는 누날 향해 눈썹을 치켜뜨고 성큼성큼 걸어가니 "엄마야!"하고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고는 계단 아래로 도망가버렸다.

뺨을 잔뜩 부풀린 채 투덜거리면서 자기 방에서 씻을 준비를 하는 누날 공간 지각으로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이 누나 안 되겠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5층 욕실에 올라와 혼자 몸을 씻고 있으니 뒤늦게 올라온 프랑과 화연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목욕 수건을 몸에 감고 들어오는데…. 벗을 거면 다 벗지 작은 목욕 수건으로 배만 감싼 채 가슴이랑 음부는 그대로 노출한 모습으로 은근하게 미소 짓다.

완전히 날 유혹하려는 모습인데… 유혹이라면 내가 또 잘 넘어가지!

“전… 이쪽이 더 취향인 것 같습니다.”

“아아… 저도….”

시간이 별로 없어 가벼운 애무와 함께 옅게, 때로는 깊게 배면좌위로 서너 번씩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주었더니 연인들은 무척이나 만족한듯 했다.

욕실 바닥에 서로가 팔八자로 쓰러진 채 전신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가랑이 사이로 약간 푸른기가 감도는 허연 정액을 줄줄 흘리는 프랑과 화연이의 모습이 장관이다.

“얼른 씻어.”

붉게 달아오른 두 연인의 몸뚱이에 욕조의 물을 퍼다가 뿌리니 홍조가 오른 나른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면서 샤워기 쪽으로 기어간다. 치켜든 엉덩이의 골짜기 사이로 살짝 붉은 기가 올라있는 통통한 대음순을 바라보니 다시 욕망이 고개를 치켜들지만, 나머지는 밤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 샤워기에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몸에 묻은 체액을 씻어내고 서른 명은 동시에 들어가도 충분할 고급 욕조에 몸을 담그는 그녀들에게 다 씻으면 4층 거실로 오라고 말한 뒤 먼저 욕실을 나와 4층 거실로 걸어가는데 반대쪽 계단에서 깔끔하게 씻은 영은이가 걸어 올라왔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로 앙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홈 룩 패션을 한 영은이는 날 발견하자 반갑게 눈을 치켜뜨며 성큼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짚고 가슴을 쑥 내밀면서 물었다.

“자, 지금은 어떠니?”

“응. 체리 향기가 가득해.”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니 버드나무처럼 낭창낭창 휘며 내 몸에 달라 붙어온다. 영은이의 앙가슴에 얼굴을 묻고 힘껏 숨을 들이마시니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진한 체리 향이 한가득 맡아졌다.

풍만한 가슴에서 느껴지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에 누나와 프랑, 화연이가 씻고 올 때까지 가벼운 옷차림의 영은이와 놀기로 마음먹고 그녀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은밀한 곳을 더듬으며 거실로 들어갔다.

손에 가득 느껴지는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고 탱글탱글하고 미끌미끌한 감촉에 정말 중독될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깐 미안해.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유독 그 향수만 코를 찌르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심한 표현을 썼어.”

“흐응. 아니아니, 우리 서하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수십 년 만에 신상이 나와서 써본거였, 아읏. …였거든. 나도 솔직히 별로였단다?”

수백 번을 맛본 영은이의 구멍은 언제나 처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다.

검지가 세 마디나 들어갔더니 사방의 주름이 내 손가락에 휘감기듯 달라붙으며 손가락을 힘줘서 오물거린다. 열심히 움직이는 고기 벽도 그렇고 영은이도 귀여워서 손가락 끝에서 TP를 아주 미약하게 뽑아 지스팟을 살짝 휘저어주니 영은이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며 뜨거운 숨결이 길게 흘러나온다.

“아무래도 영은이들의 체취는 나한테만 맡아지나 봐. 괜히 나 신경 쓴다고 향수 안 뿌리거나 하지 말고 평소같이 다녀줘.”

“으응. 아후. 아으응… 그, 그마안….”

입구에서만 놀고 있으려니 영은이의 허리가 흠칫거리고 그곳은 내 손가락을 빨아먹으려는 듯이 꾸물텅거린다.

열심히 손가락으로 꿀단지를 휘저어준 덕분에 누나가 올라오기 전에 꽤 큰 절정에 오른 영은이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몸을 축 늘어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가 다 씻고 올라오는 게 공간 지각에 걸려서 영은이의 그곳에서 손을 빼니 진득한 액체가 손가락 끝을 따라 가늘게 늘어지다가 끊어졌다. 영은이의 체리 맛 애액이 가득 묻은 손가락을 빨고 있으니 손수건을 꺼내 든 영은이의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손수건으로 내 손을 꼼꼼히 닦아준 영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차림을 정돈하고 다시 내 허벅지 위에 얌전한 자세로 앉았는데, 그러기가 무섭게 누나가 거실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나와 찰싹 붙어있는 영은이를 보고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그렇게 좋아요?”

“흐흥. 말하면 입만 아픈 거란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용케 숨기고 계셨네요!”

“좋아하니까 숨길 수 있는 거지!”

누나와 영은이가 작게 수다를 떠는 사이에 프랑과 화연이도 목욕을 간단히 끝내고 거실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리디아를 통해서 얻은 A 클래스에 관한 정보를 꺼냈다.

영국에서 직접 봤던 아론 템페스트 공작의 위상력 형태라던가 그에게서 느꼈던 감각, 그리고 이번에 여왕에게 들은 A 클래스 각성의 조건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해주니 화연이는 난감함을 느끼는 모습으로 팔짱을 꼈다.

“아르세이어 여왕의 이야기에 따르면 A 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39,999,999의 위상력이 필요한 게 전제조건이고, 그 뒤에는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군.”

“그럼 명상법을 통해 다른 능력을 얻는 건 의미가 없는 걸까요?”

“글쎄요. 아주 의미가 없는 건 아닐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만…. 이렇게 비술로 다른 타입의 능력을 얻는 것은 우리가 처음일 테고, A 클래스도 216년 전 세계를 통틀어 10명이 채 나오지 않은 등급이다 보니 정보가 적어 판단을 내릴 자료가 부족하군요.”

화연이의 말을 조용히 듣기만 하던 누나는 눈을 반짝 빛내며 프랑에게 질문을 던진다.

“프랑은 능력자 등급 분류법에 따르면 A 클래스잖아. 뭔가 떠오르는 건 없니?”

“음. 저는 정신 차리고 보니 이 상태여서… 딱히 짐작이 가는 게 없어요. 거기다 전 신체 강화 능력밖에 못 쓰는데 A 클래스가 된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닌데. 프랑은 영혼석으로 있을 때 내 능력에 영향을 받아서 공간 지각이 가능해졌잖아. 공간 지각도 감지 능력이니 조건은 맞아.”

“아 참.”

내 말을 듣고서야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민망한 듯 아하하 웃는다.

“어쨌든 능력자들 대부분이 2가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건 확실할 거야. 그 점은 여왕도 동감이라고 했었고. 그러니 화연이랑 영은이는 계속해서 명상법을 익히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누나는….”

누나의 몸 안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며 물었다.

“어쩔래? 내가 TP를 주입해줄까?”

“어? 우음… 해주면 좋겠지만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측정해볼 필요는 없어?”

“다양한 측면?”

“언니랑 화연이나 프랑은 너한테 TP를 주입받아서 B 클래스의 한계까지 오른 거잖아. 미호도, 히아리드도 마찬가지구. 한 명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B 클래스를 넘는 게 좋지 않아?”

그런 누나의 의견에 반박한 건 내가 아니라 화연이었다.

“글쎄. 중요한 건 A 클래스가 되는 건데, 최고위 이형종이 흔한 것도 아니고 어느 세월에 B 클래스 최상급이 되겠어. 있다고 해도 서하처럼 이형종의 위상력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있을 통합과 위상 세계의 단절을 생각해본다면 기회가 있을 때 전력을 상승시켜놓는 게 바르다고 본다. 시험이야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가 해도 충분할 테니까.”

“그러네… 응.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앗. 지금 당장은 안 되는데.

“그럼 나중에.”

“…뭐야~! 해줄 것도 아니면서 물은 거야?!”

“그야… 곤란하다고. 누나가 지금 TP를 주입받으면 무진장 곤란해져.”

누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연인들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지금 TP를 주입했다간… 잔뜩 흐트러져서 할딱거리는 누나를 볼 수 있을 텐데, 그랬다간 여러 가지 의미로 아웃이다, 아웃.

사정을 설명해주니 누나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쿠션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소파에 몸을 파묻어버렸다.

약간 분위기가 야시시해지려는 낌새가 보여 화제를 바꾸기 위해 누호디에게서 들은 비술의 메커니즘을 알려주니 화연이를 제외한 연인들은 그런 거였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연이는 알고 있었어?”

“음. 아무래도 한 달 동안 위상 세계에서 누호디와 함께 지냈으니 말이다. 비술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와 누호디가 살았던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그랬지.”

그러면서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비술의 잠재력은 아무래도 낮은듯하다. 비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익히려는 비술에 대한 친화력과 적응력도 필요하지만, 잠재력도 많이 필요한데… 나는 네 가지의 비술을 익히는 게 한계인 거 같다.”

“네 개?”

“그래. 소인화와 명상법, 불견시, 정령 창조 네 개 뿐이다. 이 이상 익히려 하면 뭔가… 머릿속이 꽉 막힌듯한 느낌이 들면서 사상법과 주문을 외우는데 거북함이 든다.”

화연이의 말에 영은이도 한숨을 폭 내쉬더니 내 목을 조금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런 건 어떻게 나랑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똑같담? 시하랑 프랑은 어떠니?”

“음… 저는 아직 괜찮은 거 같아요. 소인화는 못 배웠지만 다섯 개의 비술을 익힌 걸로는 화연이가 말한 거 같은 느낌은 없어요.”

“나도 아직 괜찮아.”

“어휴, 잘난 것들 같으니.”

보통 능력 좀 있는 사람이 익힐 수 있는 비술의 개수는 7개라던가? 2개가 진짜 평범한 일반인의 수준이고 10개가 넘어가면 그야말로 10만 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기재라던데.

그건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영은이나 화연이는 4개라도 배울 수 있지, 그게 하나도 못 배우는 내 앞에서 할 말이야?”

“뭐? 여섯 종류의 비술 중에 아무것도 익히지 못한 건가? 하나도?”

“응. 익혀보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전부 실패했어.”

아무것도 익히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화연이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이내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신이 있다면 밸런스를 위해서라도 서하에게 더이상의 재능은 주지 않았겠지.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군.”

“…푸흡. 비술 능력이 없는 사람이면 무술인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픈 곳을 찌르는 화연이보다 고개를 돌리고 풉풉거리면서 이상한 소릴 해대는 영은이가 더 얄밉다.

얄밉게 키득거리는 영은이의 궁뎅이를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려준 뒤에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모두 손님 맞느라 수고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비술 수련은 게을리 하지 말고 불견시는 최대한 빠르게 익혀서 늘 활성화해서 다니도록 해.”

“네~.” “알았다.” “응.”

다들 착하게 대답해주는 가운데 영은이만 내가 찰지게 떄려준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더니 잔뜩 아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서하는 조금만 마음을 다잡으면 왕이 되고도 남을 재목인데….”

들으라고 중얼거린 것인지 그냥 내심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왕의 재목이라니, 농담으로라도 과한 말이다.

재잘거리면서 날 안주 삼아 수다를 떠는 연인들을 지켜보며 영은이가 한 말을 곱씹어봤다.

소설이나 만화책 같은 데서 보면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긴 주인공이나 낙하산에 가까운 인사이동으로 우연히 권력을 손에 쥔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갑자기 없던 인성이나 정의감이 급격하게 마음속에 확장을 이뤄서 그룹의 회장이 되거나 법의 수호자가 되거나 그러는데.

솔직히 그런 걸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니, 물론 원래 인성이나 정의감이 좋았을 수도 있고 억눌러져 있던 정의감과 선한 인성이 표출됐을지도 모르지만 못해도 십여 년간 쌓여서 만들어진 인격은 어지간해서 바뀌기 힘들거든?

수한의 경우만 봐도 여러 가지 심적인 부담감이 쌓이고 쌓인 데다 내 마나 비전의 영향과 정신적인 쇼크 같은 내외적인 문제가 겹치고 또 겹친 끝에서 성격이 회까닥 변해버렸는데 고작 돈 좀 많아지고 무력 좀 생겼다고 왕이 된 것마냥 행동할 만큼 성격이 확 바뀐다고?

말도 안된다.

갑자기 생긴 돈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두 손 가득 쥐어졌던 권력이 모두 사라지면?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인성이나 품격이 따라가려면 1, 2년 지나는 걸로는 턱도 없다고 생각한다. 못해도 강산이 두어 번은 변할 시간이 흘러야할거다.

내가 이렇게 레이드 팀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다닐 수 있는 것도 누나와 화연이를 비롯한 간부들이 내 밑을 떠받쳐주고 있고 영은이도 멀찍이서 권력으로 내 뒤를 밀어주고 있어서지, 지금부터 회장으로서 업무를 맡으라고 하면 당장 말아먹을 자신이 있다.

내가 누나의 돈 벌어오라는 잔소리에 불평하긴 해도 시킨 대로 부산물이나 위상석을 가져다주는 이유가 뭔데? 그게 회사를 위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런 거다.

영은이들은 내가 왕이 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힘만 좀 센 꼬맹이일 뿐이다.

내 자질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던 누나와 연인들은 내가 별다른 반응 없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으니, 수다가 본격적으로 야심한 밤에 어울리는 수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 나도 5층 올라가고 싶어!”

“…나, 나한테 그러지 말고 서하에게 요청해라. 읔.”

누나의 심술에 가슴이 마구마구 주물러지는 화연이는 저항도 못 하고 곤란한 모습으로 횡포에 몸을 맡기고만 있으니 누나는 잔뜩 볼을 부풀리면서 프랑과 화연이를 다그친다.

“내가 말해도 안통하니까 그렇잖아~! 너희들이 배갯머리 송사 좀 해봐!”

“저희가 서하를 아무리 꼬셔도 서하는 시하 님에 관련된 일이라면 조심스러워져서… 저번에도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셨는걸요.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다른 문제도 있어. 시하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신체 강화 능력자잖니?”

“그런데요?”

“그런데 시하 너는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니라서… 첫 경험 때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단다?”

“…네? 죽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시하 님… 세상에는 쇼크사라는 것도 있답니다. 그걸 생각해보면 위험이 전혀 없다고는 못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한테서 멀찍이 떨어져서 수다를 떨던 연인의 눈동자에 은은한 열기와 함께 장난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서하의 그곳 굵기는… 소곤소곤.”

“길이도… 숙덕숙덕.”

“히익. 진짜?”

주먹을 쥔 팔을 내밀어서 손가락으로 길이를 측정하는듯한 화연의 손놀림에 누나는 부끄러움이 머리끝까지 달아오르는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고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다리를 바동거린다.

뒤에서 보니 누나의 귀가 서서히 빨갛게 물들어가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걸 보고 오늘 밤도 소란스럽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다.

그랑 블루의 중요 인사들을 모아 간단한 집들이 겸 연회를 벌인 지 2일이 지났다.

지금 저택이 서 있는 곳은 행정구역 단위로 신촌동, 오야동, 둔전동 세 곳으로 나누고 공군기지로 활용하던 장소였는데, 내가 땅을 사들이고 저택을 짓고 정원을 만든 뒤로는 그냥 뭉뚱그려 신촌동이라고 부르게 됐는데 누구는 비꼼과 부러움을 담아 신촌궁이라고 바꿔서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 넓은 정원을 산책 겸 순찰을 다니는 스케일러 열아홉 마리의 모습이 저택을 방문한 손님들의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퍼져나가자 저택 인근의 저층 아파트는 살아있는 거대 이형종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저택을 둘러싼 담벼락은 높이 3m 정도로 세워놔 평범하게는 볼 수 없지만, 근처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면 정원이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이었다.

망원경이나 망원 카메라 등을 가져와서 스케일러를 촬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수한은 바로 조치를 취하려했으나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애초에 보이는 게 싫었으면 담장을 더 높게 치거나 했지. 일반인들은 살아있는 이형종을 보기 힘드니까 구경삼아 오는걸 테니 괜히 찔러보거나 하지 말고 그냥 놔둬. 호기심이 충족되면 사람들은 알아서 사라질 거야.”

“알겠습니다.”

“대신 불법 주거침입 같은 행동에 대한 건 엄중하게 벌을 주도록 해. 괜히 정원으로 들어왔다가 스케일러들한테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까.”

“예.”

4층 거실에 붙은 테라스에 비치 체어를 가져다 놓고 일광욕을 하면서 지시를 내리니 수한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는 소리 없이 돌아나갔다.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니까, 누나가 말해준 위상 세계 입장까지 2시간 남았나.

이번 입장에는 전투 팀 하나와 생활 보조 2개 조가 따라 들어간다고 했다. 내가 폐허를 수색할 동안 그들은 미처 실어나 오지 못한 부산물을 챙기기 위해 들어간다든가. 전투 팀은 생활 보조를 지키기 위해 함께 들어가는 거고.

한 달간의 레이드 결과물로 예상을 초과하는 양의 부산물이 나와서 가치가 높은 것들도 가져 나오지 못해 숨겨놓고 나왔다던데 그걸 마저 챙기기 위해 생활보조 2개 조가 들어간다고 했다.

그들이 물건을 일찍 챙기면 먼저 나가고 그게 아니면 내가 그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게 기본 계획이다.

이번 10회차 위상 세계에는 나와 프랑, 미호와 화연이 이렇게 넷이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에 미호를 데려가는 이유는 요즘 들어 프랑과 화연이한테 배우는 전투법으로 기고만장해져서 점점 장난끼가 심해지면서 웬종일 스케일러들을 괴롭혀대길래 이참에 위상 세계에 데려가 한번 실전을 경험시켜줄 생각이다.

히아리드와 암흑이도 따라오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녀석들은 저택을 지키면서 누나나 영은이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는 역할을 맡겼다.

끄응. 이렇게 일광욕하는 것도 좀이 쑤시는데… 좀 일찍 가서 준비하는 거 구경이나 할까?

============================ 작품 후기 ============================

Q. 히로인들의 몸에서 나는 과일 향의 원인은 뭔가요?

A. 일정치 이상의 위상력이 쌓였을때 나는 향깁니다.

Q. 주인공만 맡을 수 있나요?

A. ...네

Q. 남자 능력자의 것도 맡을 수 있나요?

A. Nice boa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