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22화 (422/517)

00422  오트로스  =========================================================================

직접 오트로스를 보니 덩치만은 초위급이지만, 인어들의 이야기를 조합해서 정보를 가늠해보면 실제 능력은 초위급이 아닐 확률이 100%다. 도망간다는 선택지는 삭제해도 되겠다.

“다들 여기서 오트로스가 잘 보여?”

알드리치와 뒤쪽의 인어들을 보면서 물었더니 다들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야겠군.

“그럼 갔다 올 테니 여기서 구경하고 있어. 괜히 가까이 다가오면 싸움에 방해되고 빗나간 공격에 휩쓸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 아…!

내 말에 놀라서 입을 여는 뤼아르네를 무시하고 땅을 박차면서 떠오르니 암흑이가 알아서 촉수로 프로펠러를 가동하며 빠르게 물살을 밀어낸다.

뒤쪽에서는 난리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알드리치는 내 뜻에 따를 생각인지 뒤쫓아오려는 뤼아르네의 꼬리지느러미를 잡아당기며 말리고 뤼아르네는 몸부림치며 날 쫓아오려 하니 다른 인어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뤼아르네의 몸에 매달려 못가게 막고 있었다.

인어들이 저렇게 말 잘 들으니 싸우는 중에 저것들이 난입할 걱정은 안해도 되겠군. 인어들과 거리가 좀 벌어지자 암흑이가 머리만 빼꼼 내밀더니 날 돌아보며 조금 긴장감이 있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주인님, 저거 심상찮게 큰데염?=

“어, 크긴 진짜 젼나 크다. 내가 본 것들 중에 세 번째로 커.”

=흐미. 제일 큰 건 뭔데 여?=

“랑그 드란이라고, 벨티칼 산이랑 덩치가 비슷한 거북이야.”

=켁.=

암흑이는 그 크기가 짐작되는지 질렸다는 듯이 괴상한 신음을 흘린다.

오트로스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크기가 어마무시하게 커진다. 머리통만 해도 어지간한 산보다 크다. 발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클지도….

=저도 도와드릴까여? 쟤 몸에 들어가서 휘저으면 될 거 같은뎅.=

“아냐. 그냥 지켜보다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나서고 그전엔 움직이지 마.”

도와주겠다는 암흑이를 거절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오트로스의 머리가 공간 지각에 들어올 때까지 조심스레 접근했다.

놈의 여덟 개의 발은 해저산을 감싼 채 가만히 있었고 머리도, 눈도 미동조차 없어 사정을 몰랐다면 죽은 걸로 착각할 만큼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빛도 닿지 않는 곳에 홀로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 크라켄의 머리통을 공간 지각으로 쭈욱 훑으니 얼핏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공격할 기세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며 놈의 형태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오, 최고위급인데?”

=오홍? 잡으면 주인님 레벨업?=

“아니, 저거 잡아도 레벨업은 못하겠다. 내가 레벨업 하려면 위상력이 2,100만 정도가 더 필요한데 저놈은 이제 1,000만 정도밖에 안 돼.”

거의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고 있는 놈의 위상력을 뭔가 끈끈한 거미줄 같은 게 꽁꽁 옭아매고 있었다. 저게 머맨들이 목숨을 바쳐서 건 봉쇄의 저주인 거 같다.

그나저나 최고위 급이라니, 최고위급을 레이드 할 정도라면 전성기의 인어의 능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날 거 같다.

아무튼, 오트로스의 신체적인 특징은 내가 대강 알고 있는 문어와 비슷한 거 같다. 머리와 눈의 사이에 (오트로스의 덩치에 비해)자그마한 뇌가 붙어있었고 가죽 주머니같이 생긴 머리에는 내장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다 성기의 역할을 하는 발이 없는 걸로 봐서 저놈은 암컷이다.

=문어의 성기는 어떻게 구분 해여?=

“여덟 개의 발 중 하나에 빨판이 안 달린 게 있대. 그게 수컷이라던데?”

=오오, 주인님 박식해!=

“이형종이라서 다를 수도 있고.”

놈을 전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덩어리진 위상력이 특이하게 뇌 부근을 감싸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신경 쓰이는 곳은 없다.

가장 긴 발이 2km에 가깝고 두께 역시 두꺼운 곳은 지름이 100m를 넘는다. 1m * 1m * 1m의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는 데 소비하는 TP가 10만이니… 저 여덟 개의 발을 봉쇄하려면 최대한 간단히 묶는다고 해도 8천만 TP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약간 계획을 수정하고 몸을 풀면서 암흑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작한다.”

=넵.=

암흑이한테 신호를 보내는 순간. 초거대 유람선 10대가 이어진 듯한 길고 거대한 문어 발 하나가 거대한 와류를 일으키며 내가 있는 곳으로 휘둘러져 온다.

공간 지각으로 인해 감각이 민감해져 있어 금방 움직임을 캐치하고 공간 도약으로 간단히 피하긴 했는데.

구우웅… 두드드드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듯 휘두른 발이 해저산맥을 긁으며 어마어마한 흙탕물과 진동을 일으킨다. 거대 문어 발이 지나간 뒤에 생겨난 물흐름이 흙탕물과 어우러져 무시무시한 소용돌이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고작 문어 발 하나가 일으킨 현상치고는 규모가 차원이 달라 조금 놀랐을 뿐이지, 개코도 위협적이지 않은 움직임이다. 마치 날아다니는 모기가 짜증 나서 손을 휘두르지만 잡을 생각도 없는 그런 느낌? 그 매가리 없는 움직임이 봉쇄가 이런 식으로 영향을 주는구나 싶었다.

“이놈이 제대로 날뛰면 쓰나미까지 일으키겠네.”

위상력의 여분을 계산해 절반의 TP를 사용해서 오트로스의 몸에서 가장 얄팍한 머리와 발의 연결부위를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묶어버리자 내 몸을 감싸던 막 같은 게 깨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불견시가 풀린 거 같다.

고오오오오오….

동시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괴한 소리가 오트로스를 진원지로 퍼져 나온다. 내 위상력을 느낀 것인지 아까보다 명확하게 날 인식한 모습으로 문어발이 전부 꿈틀거리며 거친 물살을 만들어내고 두 개의 눈깔이 움직여 정확하게 날 바라본다.

구르르르르.

기이한 물소리를 내며 아까보다는 빠르게 두 개의 문어 발이 나에게 짓쳐 들지만 공간 도약으로 간단히 피해 주고 놈의 심장과 내장이 있는 머릿속에 호박색 공간의 벽을 크게 펼쳤다. 동시에 뇌와 눈이 있는 곳에도 공간의 벽을 펼치자 놈의 위상력을 옭아매고 있던 기묘한 힘이 부서져 나간다.

구오오오오오…!!

계곡 사이를 몰아치는 바람 소리 같은 울림이 오트로스에게서 퍼져 나온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여러 개의 문어 발이 기운을 되찾고 몹시 흉악한 기세를 풍기며 날 잡기 위해 짓쳐 들기 시작했다.

머리 주머니에 모여 있던 위상력이 거칠게 회전한다. 알드리치의 말대로 신체 강화 타입이다.

여덟 개의 문어 발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극심한 물흐름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상하좌우로 공간 도약을 펼치며 놈의 공격을 피한다. 머리 주머니 속에 가득 차버린 호박색 공간의 벽에 놈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데, 벽에 포개진 내장은 부들부들 떨리기만 할 뿐, 분해되려는 기색이 안 느껴진다.

“곤란한데. 최고위 이형종 들은 역시 공간의 벽을 꽤 버티는걸.”

날 잡기 위해 움직이는 다리의 움직임은 마치 대형 빌딩 크기만 한 쇠사슬이 자유자재로 구불거리며 날 휘감으려 드는 느낌이다.

=쥔님! 물화살!!=

쿠르르르르륵! 쿠슈슈슈슉!!

공간 도약으로 오트로스의 공격을 계속 피해냈더니 약이 오르는지 문어 발의 끝에서 동그랗고 기다란 물회오리 4개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게 쏘아낸다.

“이게 무슨 물화살이냐, 물회오리지!”

나도 물회오리 쏠 수 있거든?! 대해의 창을 오트로스에게 향하며 TP를 잔뜩 밀어 넣자 창끝이 윙윙거리며 진동을 일으키다 오트로스가 쏘아낸 물회오리와 비등한 것이 튀어나간다.

삼지창의 끝에서 쏘아져 나간 세 개의 물회오리가 오르토스의 물회오리와 부딪치더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간 지각에는 마치 허리케인 같은 물기둥이 세워진다.

막대한 수압이 쏟아져나오며 날 밀어내려 하는데, 아무래도 저놈의 물회오리와 내 물회오리는 비슷비슷한 위력인듯하다. 쏘아내려면 얼마든지 쏘아내겠지만 위력이 마나 탄보다는 못할 거 같아 대해의 창을 왼손으로 옮겨 잡고 TP를 40만까지 응축시켜 놈의 머리에 쏘아 날렸다.

프퍼어어엉.

평소라면 들리지 않을 이상한 폭발음이 일어나며 지름 300m짜리 폭발이 오트로스의 머리 한 귀퉁이에서 터져 나왔다. 폭발이 만들어낸 빈 곳에 물이 거칠게 밀어닥치며 오트로스에게 2차 피해를 준다.

마나 탄이 폭발한 여파에 물회오리로 인해 생겨난 소용돌이 기둥이 박살나 사라지고, 마나 탄에 의해 머리주머니에 난 구멍은 급격한 수압의 변화에 찢어지며 크게 확장된다.

찢어진 틈으로 내장과 호박색 공간의 벽이 드러난다.

규오오오오!!?

=오오?!=

마나 포에 작지 않은 상처를 입자 오트로스가 지르는 걸로 판단되는 비명이 바닷속을 꽉 채운다. 덩달아 호박색 공간의 벽에 갇혀있던 심장을 비롯한 내장과 뇌가 부들거리며 조금씩 분해되기 시작했다.

갸아아아아아…!!!

내 공격에 몹시 두려움을 느끼는듯한 소리가 또다시 울려펴지며 검은 먹물도 훅하고 터져 나와 주변을 까맣게 물들여나간다. 그러면서도 간장을 뿌린 산낙지회처럼 펄떡거리는 여섯 개의 문어발이 일정한 규칙을 띄며 8자로 퍼덕이자 물흐름이 오트로스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거 같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덕분에 먹물의 마비 효과는 내게 닿지도 않았았고, 먹물도 수류에 퍼지고 묽어지더니 이내 원래의 바다색으로 돌아간다.

대해의 창의 균형 유지 효과 덕분에 균형을 잃지 않고 있는데 암흑이가 혼자 신난 음색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우아아. 소용돌입니까? 소용돌이가 오는 겁니까?! 아까의 소용돌이도 대단했지만, 지금의 현상으로 봐서는 무시 못 할 메일스트럼이…!=

“자식아, 시끄러.”

메일스트럼… 마엘스트롬을 쓴다고?

끄응. 마나 탄을 연달아 던져서 터트리면 시체가 하나도 남지 않을 텐데… 어쩌지?

오트로스는 푸른색 공간의 벽의 구속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 애쓰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려는 여섯 개의 발을 제외한 두 개의 발로 해저산을 밀거나 몸통을 묶고 있는 푸른색 공간의 벽에 빨판을 붙이고 용을 쓰지만, 꿈틀거릴 때마다 머릿속에 든 호박색 공간의 벽에 상처만 연달아 입고 있었다.

저건 일종의 도트 데미지군. 그냥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죽을 거 같다.

일단은 지켜보기로 하고 대해의 창을 두 손으로 꽉 쥐고 물의 흐름에 저항하고 있는데 점점 물흐름이 강해지며 대해의 창의 효과로도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려는 저 다리는 어떻게 하는 게 나으려나? 생각보다 오트로스의 내장이 분해되는 속도가 느린데… 사체가 걸레짝이 되겠지만 그냥 마나 탄을 쏘아내야겠다.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작은 방을 만들어 그 속에 숨고 벽에 구멍을 내서 그곳에 손을 내밀어 오트로스의 머리와 다리에 마나 포 Mk 2를 무차별로 난사했다.

연달아 쏘아져 오는 마나 포를 본 오트로스는 무지개색의 피부를 얼룩덜룩하게 바꾸며 황급히 물회오리를 쏘아내 마나 포를 상쇄시키려 하지만 택도 없다.

퍼퍼펑 파팡. 퍼어어엉 부그르르르르….

북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나면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는 오트로스의 모습을 보니 벙커에 숨어 총을 쏘는 병사의 기분을 알 거 같다.

쿠구구궁…

정확하게 하나의 문어 발에 마나 포 Mk 2가 적중하자 나머지 부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저절로 뜯어지며 해저에 가라앉는다.

퍼퍼엉….

육중한 소음이 바닷속 가득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뒤따라 폭발한 마나 포에 휩쓸린 문어 발 두 개도 겨우겨우 붙어있는 모양새로 축 늘어진다.

쿠르르르르르르……

다리 세 개가 무력화되고 뿔이 달린 머리에도 구멍이 계속해서 늘어나니 쌓여가는 데미지에 오트로스는 도망을 포기한 채 남은 다리를 전력으로 움직여 소용돌이를 점점 크게 키워나간다. 같이 죽자는 식인 거 같다.

데미지를 받을수록 울긋불긋해지던 놈의 피부도 이제는 칙칙한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나도 쉬지 않고 마나 탄을 날리며 놈의 다리를 끊어내고 있는데, 소용돌이를 일으키던 마지막 여섯 번째 다리가 끊어졌는데도 소용돌이는 멈추지 않고 점점 커져 나간다.

바다의 수면이 한 점을 기준으로 점점 낮아지고 덩달아 나선형으로 움푹 파이면서 크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완성되어버린 소용돌이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푸른색 공간의 벽에 숨어 공간 지각으로 사방을 살펴보는데 지름이 13km가 넘어가는 거 같다. 암흑이 말대로 마엘스트롬이라고 부를법한 무시무시한 소용돌이다.

다만 푸른색 공간의 벽은 '뭐 어쩌라고?' 하는듯이 멀쩡한 모습으로 소용돌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속에 숨어 있는 나도 아주 평온하게 마나 포를 연달아 쏘아내는데, 그 와중에 문어 발 하나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휘둘러 쳐왔다.

하지만….

부우우우웅… 푸지직.

휘둘러 쳐진 다리에 힘이 얼마나 담겼는지 물속에 고정된 푸른색 공간의 벽은 멀쩡한데 오히려 휘두른 오트로스의 다리에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 크게 찢겨나가며 수십 미터의 구멍이 났지만, 놈은 포기하지 않고 연달아 다리를 휘두른다.

퍼석, 푸직. 찌지지이이익.

그러다 결국 거대해지고 격렬해진 소용돌이에 휘두르던 다리가 찢겨나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그 와중에 놈의 머리 주머니 속에서는 호박색 공간의 벽이 심장과 내장을 절반 가까이 지운 상태였다. 뇌와 눈알도 1/3 가까이 사라진 모습이다.

오트로스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한다. 중간에 한 번 더 퍼져 나왔던 먹물도 거센 소용돌이에 모두 흩어져버렸다.

소용돌이는 해저의 모든 것을 퍼 올리겠다는 듯이 기세가 조금도 느려지지않은채, 오히려 오트로스의 생명을 양식으로 삼은 듯 점점 강해져 간다.

그리고 내장이 분해되는 속도가 가속화되더니, 얼마 가지 않아 체내의 내장 기관 태반이 사라지고 뇌도 얼마 남지 않게 됐다. 눈마저 공간의 벽에 완전히 분해 당하자 오트로스는 온몸으로 뿜어내는듯한 처절한 절망을 소리쳤다.

그갸아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이 놈이 내지른 생의 마지막 소리였다.

삶의 미련이 가득한 비명을 내지른 오트로스는 이내 힘을 잃어 늘어져 버렸고, 저항할 힘을 잃은 뇌와 내장 전부가 호박색 공간의 벽에 뭉그러져 분해되어버리자 머리 주머니는 텅 빈 가죽 주머니처럼 변해버렸다.

놈을 묶고 있던 공간의 벽들을 모두 회수하니 천천히 텅 빈 머리 주머니가 쪼그라들며 쓰러져간다.

잠시 기다려 오트로스가 확실하게 죽었는지 확인하…는 데 뭔가 주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새카만 밤하늘이….

“어라?”

=호옹이? 공기! 밤하늘이 보임다!=

소용돌이가 얼마나 거센지 소용돌이의 중심은 해저 바닥이 드러나 그곳에서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수심이 3km에 달하는데 바닥이 보일만 한 소용돌이라니, 최고위 이형종이 쓰기에 너무 강한 능력 아냐?

놈을 묶고 있던 푸른색 공간의 벽도 회수하니 주르륵하고 해저산에서 미끄러졌고 곧이어 푸른 새벽하늘 같은 위상력을 뭉클거리면서 뿜어낸다.

“앗! 위상력!”

허둥지둥 오트로스의 사체 위로 공간 도약을 펼쳐 위상력 1포인트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나 시브를 격렬하게 회전시키니 멀리 퍼져나가려던 위상력이 중력에 끌어당겨 지는 사과처럼 내게 몰려들며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암흑이도 자기 몸에 조금씩 쌓이는 위상력이 느껴지는지 몸을 꼬물거리며 헤죽헤죽 웃는다.

얼마간의 위상력이 암흑이한테도 밀려 들어가지만 그 양은 100에 2, 3 정도. 몇 분간 오트로스가 뿜어낸 위상력을 모두 흡수했더니 내 심장에 위치한 위상석의 위상력이 기존의 1,919만에서 2,900만까지 늘어났고 총 위상력이 6,892만이 됐다.

“981만을 흡수했군.”

앞으로 1,108만을 더 모으면… 이형종이 진화할 때처럼 위상석이 터져나가며 나도 진화해서 초위급이 되는 건가?

암흑이도 약간이지만 위상력을 흡수해 1,532만에서 1,551만으로 늘었다.

나름 흡족한 결과에 미소가 떠오르지만, 해저산을 중심으로 점점 더 거세지는 소용돌이를 보니 살짝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몇 번의 공간 도약으로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바다에 구멍이 난 거 같은 모양이다. 허리케인이 토네이도로 변한 거 같은 모습에 이상 소용돌이가 커져 나가면 인어들이 있는 곳까지 영향을 끼칠 거 같아 다시 오트로스가 죽은 곳으로 내려와 소용돌이를 멈출 방법을 생각해봤다.

“음. 공간의 벽밖에 없지?”

=넹. 공간의 벽 밖에 없어영.=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상자를 다시 만들어 그 속에 숨고 호박색 공간의 벽을 거대한 판형태로 만들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찔러넣었다.

드드드드… 쿠직. 콰지지직. 콰창!!

“헐?”

=헐!=

소용돌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어어? 이제 보니 소용돌이에 위상력도 조금 섞여 있잖아?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찔러넣은 두께 1m의 공간의 벽이 수압에 우지직거리다가 부서져 나가버렸다. 하지만 찔러넣은 효과는 있어서 공간의 벽을 부수는데 많은 회전력을 잃어버리자 거대한 소용돌이는 이리저리 출렁거리다 수십 개의 작은 소용돌이로 분열하며 구멍 난 바다를 도로 메워버리기 시작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

=앗, 주인님! 오트로스 떠내려가여!=

“어엇.”

평화롭던 해저 평원을 거칠게 뒤집어놓는 격류를 보고 오트로스의 몸통에 다시 푸른색 공간의 벽을 쳐서 묶어놨다.

거친 물결 때문에 끊어져 나간 수 킬로미터짜리 다리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긴 하지만 멀리 떠내려갈 거 같진 않아 몸통만 묶어버렸다.

그나저나 소용돌이가 꽤 거셌는데 인어들은 무사한지 모르겠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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