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1 변화하는 세계 =========================================================================
누나가 회사로 데려달라 하기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1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다. 그랑 블루의 점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1시간인데 누난 12시에 나왔으니 30분 일찍 들어와 일을 시작하려는 거다.
날 빼면 그랑 블루에서는 넘버2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쉬엄쉬엄해도 될 텐데 이런 부분에서는 고지식한 게 누나답다.
누나의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카디건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둔 누나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눈을 빛내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왜?”
“왤까?”
은근히 웃으면서 다가온 누나는 내 뺨을 잡고 못 움직이게 하더니, 살짝 발꿈치를 들고 내 입술에 얕게 키스를 해줬다.
분명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었는데 칼국수 냄새가 아니라 상큼한 민트향이 퍼진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니 그게 아니고 집무실에서 키, 키스를 해주다니…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거 같아 고개를 돌리니 누나는 쿡쿡 웃으며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나 간다.”
“응. 나중에 봐~.”
누나도 뺨에 살짝 오른 홍조를 감추지 못한 모습으로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날 배웅했다.
어음. 이러다 언제 누나한테 잡아먹히지 않을까…?
스케일러들의 허니콤으로 돌아오니 박쥐 날개 뱀과 미호의 싸움은 소강상태에 접어 들어있었다.
사나운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이 오소리와 뱀의 생사대전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말 그대로 착각이라 원래 목적대로 알케마가 있는 연못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연못은 허니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알케마는 내가 다녀올 동안에도 똑같은 자세로 꼼짝하지 않은 채 위상력을 다스리고 있었다.
보통 속성타입은 심장을 중심으로 나이테처럼 되어있는데, 등급에 따라 나이테가 1개(H 클래스, 최하위)에서 8개(A 클래스, 최고위)까지 늘어나는데, 그렇게 늘어난 나이테는 부정형으로 울렁거리다 능력을 쓸 때면 고무줄로 튕긴 거처럼 요동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알케마의 위상력 형태는 나이테 모양인 것까지는 똑같지만, 마치 파도치듯이 너울거리는 게 달랐다. 능력자가 위상력 운용 기술을 쓰면 속성 타입은 팽팽하게 당겨진 것처럼 바뀌는 걸로 아는데,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
수련인 건 확실한 거 같아 근처에 공간의 벽을 치고 주저앉아 빤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잔잔한 바다처럼, 때로는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너울거리는 위상력은 바위에 부딪혀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처럼 서로의 몸이 부딪쳐 부서졌다가 다시 모여들어 다시 너울거린다.
그 독특한 움직임을 공간 지각으로 빤히 보고 있으니 수련이 끝났는지 알케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을 떴고 위상력도 평범한 속성 타입처럼 변했다가 곧 가슴 부위에 한 덩어리로 뭉쳐버린다.
=서하 님.=
해파리처럼 몸을 흐늘거리며 몸을 풀던 알케마는 한쪽에 앉아있는 날 발견하자 바로 연못으로 뛰어들어 물고기같이 꼬리로 헤엄쳐오더니 깍지를 끼고 고개를 숙였다.
“뭐 하고 있었어?”
=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명상법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명상법?”
명상… 메디테이션이라는 범용 기술은 능력자 연합에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명상을 통해 약간 집중력을 올려주는 것 뿐인 별 볼 일 없는 기술. 알케마가 말한 명상법이 그걸 뜻할 리는 없겠지.
=네. 이 명상법을 수련하면 위상력의 움직임을 보다 원활하게 해줘서 기존보다 뛰어난 심상心像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속성이 많은 곳에서 수련하면 해당 속성의 능력을 얻을 수 있….=
“그거다!!”
=예, 옛?=
알케마의 설명에 흰 비늘에 뒤덮인 녀석의 손을 낚아채며 소리치치니 손으로 전해질 만큼 화들짝 놀라면서 주춤거린다.
범용 기술로 만든 능력은 원형이 되는 능력에 비해 격이 한참 떨어지는 걸 생각해보면 명상의 원형의 효능이 알케마가 방금 말한 명상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명상법! 가르쳐줄 수 있어?! 물론 보상은 해줄게!”
내 격렬한 반응을 접한 알케마는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곧 당치도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아. 이건 저희 사제들에게 전해지는 비술입니다만… 저는 서하 님께 바치기로 한 몸, 제가 가진 지식 또한 서하 님의 것이니 바라신다면 당연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어? 위상 능력이 아니라 비, 비술이야? 나도 그거 배울 수 있는 거…겠지?
……조금 불안해진다.
……그리고 불안은 언제나 기대를 배신하지 않지.
배우는 건 누나와 영은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기로 하고 내일 위상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수한과 프랑을 대동한 채 식료품을 보충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워낙 밥을 안 해먹으니 아공간 안에서는 부패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니 아예 음식을 만들어서 아공간 안에 집어넣기로 한 거였다.
오후 3시쯤부터 프랑이 혼자 온갖 음식을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음식은 바로바로 아공간 안에 집어넣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녁이 되어서 누나와 영은이가 차례대로 퇴근했고, 미리 만들어둔 음식으로 저녁을 먹은 뒤 중요한 일이 있다며 프랑과 영은이와 누나에 미호와 암흑이까지 모두 모아 4층 거실로 이동해 알케마를 데려와 명상법의 전수를 시작했다.
시작했는데! 그런데!
“왜 나만 못 배우는 거야?!”
“아유. 저런 욕심쟁이 같으니.”
“넌 마나 시브가 있어서 신체 강화, 속성, 회복에 감지까지 가능하면서 명상법 하나 못 배운다고 그러는 거야?”
“서하는 원래 욕심쟁이잖아요.”
“큭!”
세 여인이 30분도 걸리지 않아 알케마가 전수해주는 명상법을 배워버릴 동안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주문과 씨름하다가 발칵 성질을 내며 소리쳤다.
“성정이 깨끗하지 않고 사심이 가득한 사람도 익혔는데 왜 나만!!”
“내 이야기니?!”
“아하하. 서하는 마나 시브가 있어서 명상법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하시잖아요. 저희는 이런 걸 익혀야 다른 능력을 개화할 수 있을 만큼 불완전한 거구요.”
소인화 비술도 그렇고 이번 명상법도 가장 먼저 익힌 프랑이 어린아이 달래듯이 다가와서 날 달래주지만…!
“그치만 너무하잖아! 비술이 얼마나 효용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다 배우는데 나만 못 배우니까 못난 놈처럼 느껴진다고~!”
내 혼신이 담긴 외침을 가뿐히 무시한 누나는 약간 뾰로통해진 영은이를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사심이 많다는 건 무슨 이야기에요?”
“아~ 누호디가 소인화 비술을 가르쳐줄 때 나만 안 가르쳐줬거든. 그때 한 말이 내가 성정이 깨끗하지 않고 사심이 가득하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생각해보렴. 사심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니. 안 그래? 거기다 나 정도면 많이 깨끗한 거 아니겠니?”
“맞아요. 아주머니가 사심이 많아서 못 배운다면 저도 못 배우겠네요!”
“그렇지? 그러고 보면 명상법을 배우지 못하는 서하가 우리 중에 사심이 가장 강한 거 아닐까?”
“오오~. 설득력 대박인걸요?”
“그치?”
“크으으.”
날 놀리는 쿵짝이 아주 그냥 찰떡이구만!
“까르르!” “호호호.”
키득거리며 웃는 누나와 영은이를 째려보다가 아직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는 미호를 돌아봤다. 이 녀석마저 익히는 건 아니겠지?
긴장감에 미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암흑이가 양반다리를 풀고 내 어깨 위에 기어 올라와서 알케마를 보며 물었다.
=난 왜 못익히는거임? 나도 사심이 가득한 거?=
=암흑. 당신은 구조 자체가 우리와 달라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음?!
“그래! 나도 위상력의 타입 구조가 달라서 비술을 못 배우는 거야!”
“아유, 저 핑계쟁이. 어쩜 저렇게 귀여운지 몰라.”
핑계고 뭐고 이렇게라도 자기최면을 걸어야지, 안 그러면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갈 거 같단 말이야…. 이러고 있는데 미호도 명상법에 대해 감을 잡았는지 몸 안에 있는 위상력이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했다.
암흑이는 특이체질이니 제외하고 결국 나만 못 배웠다는 허탈감에 나라 잃은 표정으로 페르시아 실크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니 프랑만 다가와서 내 등을 토닥여준다.
“그래서, 이건 왜 배우라는 거야?”
명상법을 모두 익힌 누나는 별거 아니었단 표정으로 티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으며 물어보길래 마땅찮은 표정으로 째려보며 내가 생각한 걸 설명해줬다.
“능력자가 B 클래스에서 A 클래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2가지 이상의 능력을 개화해야 하잖아. 알케마의 설명에 의하면 이 명상법을 속성력이 충만한 곳에서 수련할 경우에 해당 속성을 다스리는 속성력을 얻을 수 있게 해준대.”
“…!! 켁켁. 케윽!”
가지가지 하네. 사탕을 먹다가 목에 걸려 캑캑거리던 누나는 겨우 삼키고는 눈물이 찔끔한 표정으로 알케마에게 되물었다.
“뭐, 뭐? 다른 속성 타입의 능력을 얻게 해준다구?”
=그,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수행해야 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대박이잖아?!”
누나가 알케마에게 질문을 던질 때 영은이는 말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주저앉아 명상법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나도 알케마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누날 두고 한숨을 쉬며 엔틱스러운 의자에 주저앉아 방안을 둘러봤다.
쩝.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 어쩔 수 없지. 한숨을 푹 쉬니 누나도 바로 카펫에 주저앉아 결가부좌를 한 채 명상법에 몰두한다. 그녀들의 몸 안의 위상력이 돌고 도는 걸 지켜보는데, 알케마가 자괴감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넌 왜 그런 표정이냐?”
=아… 명상법을 다들 이렇게 쉽게 익히실 줄은 몰랐습니다.=
음. 다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천재들이긴 하지. 그중에 누난 더욱 탁월하고.
“넌 익히는 데 얼마나 걸렸는데?”
=…7년 걸렸습니다.=
“…힘내라. 이 방에 있는 여자들은 아마 60억 인구 중에서도 탑 클래스의 천재라서 그럴꺼야.”
=60억?! 이, 인간이 그렇게 많다는 겁니까?!=
엉뚱한 데서 놀란 알케마는 진심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여주길래 녀석에게 이 도시의 크기가 벨티칼 산의 1/10 정도 넓이인데 인구가 얼마나 될 거 같냐고 물었다.
=이, 일만 명 정도입니까?=
“천만 명이 넘거든?”
그러자 입을 딱 벌리는 알케마.
=그 많…은 숫자가 먹을 식량은 어떻게 구하는 겁니까? 살 장소는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좁은 땅에 천만 명이 산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아도 사실이야. 물론 이형종 들과 싸울 수 있는 숫자는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능력자의 숫자만 따져도 벨티칼 산에 살던 너희 종족들보단 많을 거다.”
살짝 한숨을 내쉰 알케마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라 인증기를 켜서 세계 지도를 보여주며 이곳저곳을 손으로 짚어주며 인구수를 설명해줬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지 생각을 포기한 모습으로 말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강자가 수백의 약자를 상대하는 법이니까요. 그 증거로 서하 님만 나서시더라도 저희 종족은 멸족당할 겁니다.=
“난 규격 외잖아. 어쨌든 가르치느라 수고했어. 이건 내가 말한 보상이야.”
=아? 감사합니다.=
아공간에서 블루 스톤 하나를 꺼내 녀석의 손에 떨어트려 주니 멋모르고 받아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 이건… 무엇입니까?=
손에 들린 블루 스톤이 뭔지 짐작도 못 하는 알케마와는 다르게 미호는 하던 명상도 그만둔 채 두 손과 두 발로 후다닥 달려와서는 알케마의 손에 들린 블루 스톤을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덩달아 암흑이도 탐욕에 물든 눈으로 블루스톤을 보며 침을 꼴딱꼴딱 삼킨다.
“먹어봐.”
미호나 암흑이의 경우로 봐서 저걸 먹는다고 위상력이 늘진 않는다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르니까.
내 말에 별다른 의심도 하지 않고 블루 스톤을 입에 집어넣은 녀석은, '이게 뭐라고 저렇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거지?' 하는 얼굴로 암흑이와 미호를 쳐다본다.
알케마의 주둥이 속으로 사라진 블루 스톤의 모습에 잔뜩 실망한 미호와 암흑이는 곧 알케마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음?!=
눈을 번쩍하고 뜬 알케마는 둔기처럼 흉악한 1m가 넘어가는 꼬리를 붕붕 휘두른다.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몸을 꼼지락거리다가 눈을 감고서는 입을 우물거리며 생전 처음 진미를 맛보는 미식가처럼 블루 스톤의 맛을 음미한다.
그런 알케마를 보던 미호와 암흑이는 못 참겠다는 듯이 도도도 달려와서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애타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음… 주는 건 상관없는데 어디선가 본 애완동물 교육 가이드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맛있는 간식 같은걸 주면 나중에는 그걸 당연한 걸로 여기면서 건방지게 자란다든가 그런 걸 본 적 있는데….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미호를 보며 물었다.
“미호는 5일 동안 프랑하고 암흑이 곁에 머물면서 잘 지켰었지?”
- 응? 응! 프랑 졸졸 따라다녔어!
어느샌가 이쪽을 바라보며 엄마 웃음을 짓는 프랑을 보며 진짜냐는 눈빛을 보내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5일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제 곁을 따라다녔지요.”
분위기상 자신한테도 블루 스톤이 하사될 거라 예감했는지 일곱 개의 꼬리가 미친 듯이 팔락이고 여우 귀도 가만있질 못하고 쫑긋 거리 모습에서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웃으면서 블루 스톤 하나를 아공간에서 꺼냈더니 바로 두 손을 모아서 뻗으며 눈에서 빨리빨리 광선을 쏘아낸다. 손에 떨어트려 주자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나올 듯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 와~! 와아~! 우아아~!!
블루 스톤을 보물 쥐듯 꼭 쥐고 기뻐 날뛰는 미호와는 상반되게, 잔뜩 실망한 암흑이는 내 목을 끌어안은 채 폴짝폴짝 뛰는 미호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가식 없이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모습이라 녀석도 하나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암흑이를 쿡쿡 찌르면서 물었다.
“암흑이는 먹고싶지 않아?
=먹고 싶지만 전 한게 없잖아여….=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입술을 비죽 내미는 녀석에게 말했다.
“정말로?”
=네엥.=
- …우웅.
이쯤에 중세 시대에서 날 살려줬던 걸 이유로 블루 스톤을 하나 주려 하는데, 미호는 풀 죽은 암흑이와 자기 손에 쥐인 블루스톤을 번갈아 보더니 '아깝지만 할 수 없지.' 하는 표정으로 내게 블루 스톤을 내밀었다.
“이건 왜?”
- 주인님, 반으로 나눠줘.
“어?”
나눠달라니, 혹시…?
- 암흑이랑 나눠 먹을래.
=헐…!=
나도 놀라고 암흑이도 놀라고 지켜보던 프랑도 놀랬다. 이 식탐 많은 꼬맹이 여우가 설마 블루 스톤을 나눠 먹겠다고 하다니?
“정말? 암흑이랑 나눠 먹을 거야?”
- 응! 프랑이 가족은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거랬어!
프랑은 자신의 교육이 먹혔다는 사실이 못내 기쁜지 후다닥 달려와서는 미호를 끌어안고 뺨을 비비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걸로 격한 기쁨을 표시했다.
“우리 미호, 기특해! 너무 착한걸?”
- 에헤헤.
늘상 하루에 너덧 번은 투닥거리고 싸우는 두 녀석인데 모습도, 종족도 다른데도 이렇게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나도 솔직히 기뻤다.
=미호야…! 앞으로 바보 여우라고 안 놀릴게!=
- 나 바보 아니야!
내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려 자신의 목을 끌어안는 암흑이가 싫진 않은지 미호도 헤죽 웃으면서 암흑이의 탄탄하면서도 말랑말랑한 몸을 주물렀다.
잠시 여기서 내가 블루 스톤을 하나 더 꺼내 두 녀석이 한 개씩 주는 거랑 이대로 나눠 먹게 하고 나중에 칭찬 거리로 삼아 하나를 주는 거. 둘 중에 어느 쪽이 교육상 나을지 생각해봤다.
“…자.”
암흑이는 날 제외하면 미호나 다른 가족들을 정말로 한 가족으로 여기지는 않고 그냥 같은 구성원으로만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러니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다음에 암흑이에게 가족이라는 관계를 한 번 더 상기시키는 쪽이 좋을 거 같다.
좋아하는 두 녀석이 눈치 못 채게 고위급 블루 스톤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그 절반 정도인 상위급 블루 스톤 두 개를 꺼내서 미호와 암흑이한테 하나씩 주니 암흑이는 자기 머리만 한 블루스톤을 보고 행복해했고 미호도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입에 블루 스톤을 머금고 카펫 위를 굴러다녔다.
============================ 작품 후기 ============================
미미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