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10화 (410/517)

00410  변화하는 세계  =========================================================================

엄마랑 간단하게 이른 점심을 먹고 재단에서 나와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재단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인증기로 전화를 걸었더니 누나한테서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너라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

“뭐야. 이미 알고 있었어? 엄마랑 미리 말을 나눈 거야?”

[아니? 그냥 엄마한테서 이러이러해야겠다~ 하는 대략적인 개요만 들었던 거야. 승낙은 너한테 직접 받을 거래서 가만히 있었지.]

역시 일을 핑계로 날 보고 싶어서 불렀던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라면 그냥 누날 통해서 일을 진행하고 사후보고로 말해줘도 충분하니까.

솔직히 그랑 블루는 난 이름만 대주지, 내가 직접 하는 일이라곤 뭐 없거든. 요 얼마간 아공간이 생긴 덕분에 고위 아종의 사체랑 백청도 목을 쳐서 가져와서 직접적인 이윤을 내긴 했지만, 그전에는 그냥 놀고먹었으니까.

[얘가…. 니가 그렇게 갖다 준 고위 이형종 사체랑 위상석이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보다 더 크단 말야.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 재수 없다고 욕먹어.]

“그, 그 정도야?”

난 대충 고위 이형종 서른댓마리랑 고위, 상위 위상석만 몇 개 갖다 줬었는데… 아무튼 내가 이렇게 편히 놀고먹을 수 있는 게 전부 누나랑 화연이랑 혜령이 이모가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덕분이지.

“어쨌든 난 잘 모르니까 그쪽은 누나가 알아서 해줘. 그리고 통합에 관한 일은 어떻게 되고 있어?”

[…이렇게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저녁에 집에 가면 말해줄게. 근데 너 개학한 거 아냐? 왜 이 시간에 밖에 있어?]

“올해부터는 그냥 자기 계발 시간으로 다 주기로 했나 봐. 졸업식 날까진 안 나와도 된대.”

[흐응~ 그러니? 그나저나 아직 점심 안 먹었지? 누나랑 밥 먹을래?]

“엄마랑 일찍 먹었는데.”

이미 먹었단 이야기에 누나는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뭐 아직 더 먹을 수 있으니까 점심 한 번 더 먹지 뭐. 겸사겸사해서 위상 세계의 시간축 확인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물어볼 겸.

프랑을 돌아보며 밥을 먹는 시늉을 보여주니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까 먹은 거로는 좀 부족하니까 또 먹어야겠다. 어디서 먹을까?”

[응? 응! 집에서 맛있는 거 해줄게. 나 데리러 와!]

홀로그램 창에 떠올라 있는 누나의 얼굴이 급 밝아지는걸 보고 인증기를 종료하니 프랑이 소리죽여 웃는 게 보였다.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하 님이 기다리시겠어요. 얼른 가요.”

뭔가 프랑이 나한테 숨기는 게 늘어나는 기분인데… 언제 날 잡고 육체와의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랑과 함께 누나의 집무실로 공간 도약을 하니 카디건을 입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우리가 집무실에 나타난 걸 본 누나는 프랑한테 손을 흔들어준다.

“프랑 안녕? 점심은 뭐 먹었어? 한식? 양식? 면식?”

“일식. 초밥 먹었어.”

“배불리 못 먹었겠네. 점심으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해물 칼국수 해줘. 먹어본 지 오래돼서 먹고 싶어.”

“그래.”

카디건을 걸친 누나는 살랑살랑 걸어와서 내 팔을 끌어안는다. 위상 세계에 둘이서 다녀온 이후로 이제는 스스럼없이 이렇게 가슴이 닿을 만큼 깊은 팔짱을 끼는데, 이러다 회사에서 누가 보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들 정도다.

까닭 없이 실실 웃는 프랑의 코를 살짝 튕겨주고 저택으로 공간 도약을 펼쳐 1층의 식당에 가니 이미 미호와 암흑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당 인테리어는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하게 되어있었는데,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홀에 미호와 암흑이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채 크림 스파게티를 뺨이 불룩할 만큼 입안에 우겨넣고있었다.

접시도 일반 접시가 아니라 무슨 대접 같은 곳에 스파게티를 가득 쌓아놓고 있었는데, 주방 안에 있는 고용 요리사들은 계속해서 스파게티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홀 서빙을 담당하는지 갈색 숏컷의 메이드 누나가 크림 스파게티를 나르고 있었다.

“쟤는 주방에 있는 스파게티를 전부 거덜 내려구 그러나?”

메이드 누나는 얼굴을 무표정으로 만들려 하지만 미호가 꽤 많이 먹어치웠는지 얼굴에 질린 표정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누나의 말을 들은 미호는 입에 스파게티를 우겨넣다말고 고개를 들어 날 본다. 입이 우물거리다 말고 볼이 불룩해지는 걸 보고 녀석이 입을 열어 대참사를 벌이기 전에 빠르게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했다.

“입에 음식 넣고 말하는 거 아니다.”

자기 입을 막고 있는 푸른색 공간의 벽을 손으로 잡고 재밌다는 듯이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다리를 동동거리는 미호는, 곧 목울대가 울렁이며 볼이 홀쭉해지길래 공간의 벽을 풀어주니 발딱 일어나 달려와 여우 귀를 쫑긋거리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 주인님 학교 벌써 끝났어?

내 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질질 끌려오는 미호를 자리에 앉히니 누나랑 프랑은 고급 레스토랑의 그곳처럼 꾸며진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장과 요리사 두 명을 밀어내고 주방을 차지하고서 요리를 시작한다.

“그래. 3월 2일까지 학교 안 나가도 돼.”

- 와이~!

내가 학교를 안 나가는 게 뭐가 좋은지 두 손을 반짝 들었다가 손바닥으로 노란색 나이테 무늬 테이블을 두드리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걱정이나 고민하고는 인연이 없어 보여서 조금 부러워졌다.

내가 쓰게 웃으니 따라서 헤죽 웃는 바보 같은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미호는 먹던 스파게티를 다시 입에 쑤셔 넣으며 폭풍흡입을 시작했다.

“암흑아, 알케마는 어디 있냐?”

=스케일러들이랑 같이 있을 거에영. 이 집은 왠지 무섭고 답답하다면서 나가버렸어여.=

“그래? 스케일러들은 어떻게 지내는데?”

=주인님이 만들어주신 이상한 집에서 늘어져 지내다가 밥 오면 밥 먹고 또 자여. 미호가 찾아오면 투닥거리면서 싸우기도 하구여.=

촉수로 크림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먹어치워(분해시켜)나가는 암흑이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싸워? 사이가 안 좋아?”

=스케일러들이 미호를 어려워하긴 하지만 자기 윗줄로 인정을 안 해여. 그래서 하나하나 쓰러트려 나가고 있어여.=

의외의 대답에 좀 놀랬다. 개구쟁이에 놀기 좋아하는 미호가 스케일러들을 하나씩 굴복시켜나가고 있다고? 프랑이랑 데이트하러 다니느라 집을 비웠더니 그런 일이 일어나는 줄도 몰랐네.

상황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법인데 이형종이라고 변하지 말란 법은 없지. 스스로 뭔가를 해나가려는 미호가 대견스러워서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니 크림 스파게티를 학살하면서도 날 보고 히이~ 하고 웃는다.

혹시 이 녀석이 진화한 형태가 알케마가 말한 호족이 아닐까? 시작은 평범한 사막여우 이형종이었지만 내 TP를 먹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잖아.

그동안 평범한 최하위 이형종과 하위 이형종을 잡아 TP를 먹여 진화시킨 것들은 많지만 하나같이 지능이 떨어졌었다. 미호처럼 말을 하게 된 녀석들은 하나도 없다.

그런 걸 보면 진화 테크트리가 있어서 미호가 운 좋게 짐승의 주인이란 걸 섬기는 호족이 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젓가락(촉수?)를 놀려 스파게티를 먹으려던 암흑이는 자기 접시 앞에 남아있는 스파게티가 없는 걸 보고 미호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지만 미호는 도토리를 잔뜩 채워 넣은 다람쥐처럼 뺨이 불룩해진 채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작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암흑이는 살짝 화난 표정으로 촉수 한 가닥을 뽑아 불룩해진 미호의 뺨을 쿡쿡 찌른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대로 미호는 눈썹을 있는 대로 찡그리며 우물거린다.

- 하이마아!

=뭐어라고~? 입에 돼지처럼 음식을 우겨넣어서 잘 안 들리는데~~? 크게 좀 말해봐~~.=

귀에 손을 대고 얄밉게 히죽거리며 뺨을 찌르는 암흑이의 행동에 미호는 눈꼬리를 치켜세우더니 꼬리 하나를 샥 휘둘러 암흑이를 퉁겨내려 한다.

- 우웅!

=어딜!=

하지만 짐작했다는 듯이 등과 어깨에서 촉수를 잔뜩 뽑아낸 암흑이는 그 촉수를 채찍처럼 휘둘러 미호의 꼬리를 막아내고 흘려낸다.

- 아우!

그러는 중에 꼬리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꼈는지 신음을 흘린 미호가 이번엔 꼬리를 있는 대로 살랑이며 암흑이를 견제하고 찌르고 후려쳐나갔다.

식탁 앞에서 난데없이 툭탁이는 두 녀석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으름장을 놨다.

“집 안에서 그렇게 싸우다가 다치는 사람이 나오거나 하면 가만 안 둔다.”

- 우힉.

=옙.=

내 꾸지람에 기가 죽은 두 녀석은 잠깐의 소란에 안색이 약간 창백해진 메이드 누나가 날라다 준 스파게티를 보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달라붙어 사이좋게 나눠 먹기 시작했다.

누나와 프랑은 세숫대야만 한 크기의 그릇에 칼국수를 한가득 해와서 미호와 암흑이의 칭송을 받았다. 얼큰한 칼국수를 다 함께 접시에 덜어 먹으며 누나가 알아보고 있다던 위상 세계 통합에 관해 물어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결론은 암흑이가 있던 시간대를 특정지을 수 없어 소득이 없었단 말이네?”

“응. 그래서 화연이랑 함께 위상 세계에 입장한 히아리드가 돌아오면 현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다리는 중이야.”

드물게 자신 없는 표정으로 이야기한 누나의 말에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건 말을 꺼낸 누나도 마찬가지였는지 조금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난 처음 통합을 겪은 사람은 나랑 암흑이랑 프랑이 위상 세계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왔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화연이가 히아리드랑 같이 위상 세계에 진입한 지 20일이 넘어가는데도 별다른 이야기가 안 나오는걸 보면 화연이가 들어간 곳은 내가 있던 곳보다 미래인 거고, 과거에서 미래 쪽으로 가는 건 영향이 없는 게 아닐까?”

“그건 모르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만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 능력자 연합 본부에서도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통을 통해도 이번 사태에 관한 이야기는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어. 그러다 가끔 나오는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거랑 한 치도 다른 게 없는 소식들뿐이야.”

“영은도 지금 상황에서는 가용할 수단이 없어 마뜩잖다고 하니까요. 마음을 편히 가지고 기다려봐요.”

식사를 하다말고 한숨을 쉬는 누나가 안쓰러웠는지 프랑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숨을 크게 들이마셔 가슴을 부풀린 누나는 조금은 기운 난 모습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응. 그러니 서하 니가 힘낼 차례야!”

“뭘 하면 되는데?”

“일단 메리아놀을 찾으면서 주변 지형을 인증기로 촬영해서 와!”

“…전부?”

“전부!”

켁. 엄청 귀찮고 성가신 걸 시키네! 하지만 귀여운 누나가 하는 부탁이니까 들어줘야지, 어쩔 수 있나.

“오늘 위상 세계 입장 쿨타임이 끝나니까… 오늘은 준비만 하고 내일 들어갈게.”

“응응.”

점심을 함께하면서 나눈 이야기에 한결 가벼운 모습이 된 누나는 미호의 수련을 구경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암흑이를 어깨에 올리고 뒤따라 나가려는데 프랑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전 저택 안에 있을게요.”

“같이 구경 안 나가고?”

“오늘은 소피아와 함께 동편 손님 방에 넣을 가구를 보기로 했어요. 가구업자분이 1시에 오기로 하셨거든요.”

“알았어.”

말을 마치고 지하에 있는 집사실로 내려가는 프랑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소피아가 직접 디자인한 메이드복을 입은 프랑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심플한 디자인의 검은색 블라우스와 스커트에 부드러운 선으로 꾸며진 앞치마의 메이드복은 옷을 입으면 호리호리하게 보이는 프랑의 특성상 백금발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잘 어울릴 거 같다. 그리고 청소하는 프랑을 뒤에서 덮치며 팬티를 끌어내리고 스커트를 들어 그대로 앙증맞은 구멍이 존재하는 골짜기에….

험험. 나중에 소피아한테서 한 벌 받아서 입혀봐야지.

누나는 미호의 바람에 몸이 들려져 남쪽의 스케일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어서 공간 도약으로 먼저 스케일러들의 집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나무와 흙과 고탄성의 합금강을 뼈대로 만들어진 집은 허니콤처럼 육각형의 상자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덕분에 내부가 그대로 노출되어있어 스케일러들이 뭘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4층 5열로 20개의 방으로 만든 집은 못해도 수 톤은 나갈 녀석들의 몸무게를 가뿐히 버티고 있었다. 저 허니콤 구조가 수직과 수평적인 무게에 무진장 강하다던가. 골판지로 만든 허니콤 구조의 발판 위에 자동차가 올라가도 멀쩡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저건 미호의 도움을 받아 흙을 조작해 만들었는데, 저택을 디자인한 회사에 의뢰를 맡겨서 하루 만에 설계도를 뽑고 미호의 옆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주면서 하루 만에 만든 스케일러들의 집은 생각외로 자연 친화적으로 생겼다.

이 주변에 나무를 심어서 숲을 조성해놓으면 잘 어울리겠는걸.

쿠르르르.

개굴굴, 피이익!

내 모습을 발견한 스케일러들이 부스럭거리면서 소란을 일으키는 도중에 미호와 누나가 도착하자 더욱더 부산스러워진다.

캬오오!

깨골! 꺠구륵!

쉬이이…!

부산스러워지는 이유가 미호를 보며 짜증을 부리는 녀석 때문인 거 같다. 18마리 중에 7마리는 그냥 체념한 모습으로 미호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데 나머지 11마리는 못마땅한 얼굴로 콧김을 푹푹 쏘아대면서 그르렁거린다.

저 11마리가 아직 미호한테 굴복하지 않은 녀석들이겠지.

- 누님이 오셨다, 이 자식들아!

“푸훗. 미호 뭐야? 귀여워!”

누날 내려준 미호는 일곱 꼬리를 휘날리며 허니콤 건물 앞으로 달려가더니 방방 뛰면서 소리친다. 허니콤이 더욱 부산스러워진 건 당연지사.

콩알만 한 녀석한테 도발 당하는 스케일러들과 그런 스케일러를 앞에 두고 팔팔 뛰는 미호를 누나는 정말 깜찍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즐거워한다.

- 얼른얼른 덤벼! 어젠 11호가 굴복했으니까 오늘은 10호 차례잖아~!

미호의 거침없는 도발에 결국 등에 박쥐 날개가 달린 표범 무늬 뱀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 메롱 하지 마!

샤악?!

박쥐 날개 뱀 녀석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걸 메롱 하는 걸로 봤는지 미호가 발끈하면서 바로 신체 강화 꼬리와 바람 꼬리, 불꼬리를 발동해 쏜살같이 날아들며 불을 채찍처럼 만들어 휘둘렀다.

쉬쉭! 쉿!

황급히 S자로 몸을 휘면서 불채찍을 피한 녀석은 억울하고 화난 모습으로 주둥이에서 노란색 연기를 뿜어내지만.

- 무다무다무다!!

바람 꼬리를 풍차처럼 휘둘러 강풍을 일으키더니 노란 연기구름을 허니콤으로 날려버렸다.

쿠아아아그악!

갸오오! 꽤애액!!

허니콤이 노란 연기에 휩싸이자 순식간에 난리가 나며 기겁한 스케일러들이 허니콤을 탈출한다. 몇몇 놈들이 몸의 일부가 뻣뻣해진 채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짜증 난다는 듯이 괘엑거리는게, 저 노란 연기가 마비를 일으키나 보다.

난데없는 횡액에 미호를 보며 승질을 부리는 스케일러들의 모습이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하늘에서 내가 만든 푸른색 공간의 벽 위에서 구경하던 누난 개판이 되어버린 아래 상황에 주저앉아 배를 움켜잡고 숨넘어갈 듯이 웃고 있었다.

“아하하! 깔깔깔!”

나도 피식거리면서 웃고 있는데 미호와 박쥐 날개 뱀 녀석은 주변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 뜯고 때리고 난리도 아니다.

간간히 물벼락 불벼락이 쏟아지고 보라색 연기, 노란색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니 스케일러들은 진저리를 치며 싸움판에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서 멀어진다.

그러고 보니 알케마가 안 보이네?

리저드맨 처자가 안 보인다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공간 지각에 웬 자그마한 연못이 보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런 건 없었는데?

대충 60평 정도 되어 보이는 연못은 중앙에 섬 같은 게 솟아올라 와있었고 나머지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게 도넛처럼 생긴 곳이었다. 맑은 물이 가득 차있는 연못의 중앙에는 알케마가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위상력이 활발하게 돌고 있는 걸 보면 자는 건 아니고… 사비들의 훈련 방식인가?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미호와 박쥐 날개 뱀 녀석의 순위 전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누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쉬워하며 알케마의 체내 위상력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서하야. 나 회사로 데려다줘.”

“응.”

빨리 데려다주고 와서 알케마를 지켜봐야겠다.

============================ 작품 후기 ============================

저는 개인적으로 고자는 불알이 끊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환관의 거세도 뿌리를 자르는게 아니라 고환을 적출한다잖아요?

처음에는 여느 남자처럼 발기도 하고 성생활도 가능하지만 파이어에그가 사라져서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고 발기도 불가능해지면서 거기서 오는 자괴감과 비참함이 어우러진 감정을 맛보며 정신이 무너져가는 그 심정은.... ㅋㅋㅋ

하여튼 주인공의 거시기 절단 사건이 일어나면 프랑은 뿔난 주인공에 의해 3박4일동안 살아있는 오나홀이 되어버리겠죠.

...쓰고보니 나름 솔깃하네요. 한번 시간날때 외전으로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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