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09화 (409/517)

00409  변화하는 세계  =========================================================================

개학식을 다 본 뒤에 프랑이랑 시시덕거리면서 학교에서 빠져나오는데 개학식도 끝났는지 강당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우르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모습을 보는 것도 며칠 뒤면 끝이구나.

왠지 익숙하지 못한 감정이 느껴져서 1학년과 2학년들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으니까 애들도 날 발견하고선 걸음이 느려지더니 지네들끼리 수근거리다 휴대폰을 꺼내 내 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아, 예전에는 날 찍는 것도 껄끄럽고 싫었는데 이젠 무덤덤하네. 나도 대범해진 걸까?”

내심 뿌듯한 마음에 프랑을 보며 말했더니 그녀는 무슨 헛소릴 하느냐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죠~ 서하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요. 아하하.”

“…표정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잖아.”

“아잉.”

괘씸해서 한 손으로 프랑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으니 파릇파릇한 것들이 꺅꺅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난리다. 작게 앙탈을 부린 프랑과 함께 정문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눈에 익숙한 트윈테일의 땅꼬마가 전력으로 달려오는 게 공간 지각에 걸려들었다.

“선~~배~~니~임~~!!”

“쟤는 여전하네.”

“정말이에요. 지칠 줄 모르는 귀여운 아가씨인 거 같아요.”

100m에 30초는 걸릴 거 같은 뜀박질로 다가온 학생회장 이유미는 숨넘어갈 듯 할딱거리면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내 교복 셔츠를 움켜잡았다.

“좀 잡지 마. 안 도망가.”

“흐엥. 선, 히익. 배니임. 오, 랜만이, 하악. 에요!”

“너도 체력 좀 길러야겠다. 고작 130m 달린 걸로 숨넘어갈 것처럼 헥헥거려서 되겠냐.”

위상 세계에 끌려갔다간 사망각이다. 사망각.

“이건, 후이. 학생회 업, 무때문에. 하앙. 프랑, 히응. 님도, 안녕하, 헤응. 세요!”

“안녕하세요?”

할딱거리는 소리가 딱 그거 같아서 계속 듣고 있다간 거시기해질거 같아 150cm가 겨우 넘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려 힐링 터치를 조그만 몸에 밀어 넣으니 거칠어진 숨결이 바로 회복되며 고르게 변한다.

바르르 떨던 이유미는 눈이 동그래져서 자기 몸을 더듬다가 활짝 웃으면서 외쳤다.

“감사합니다! 답례로 차를 대접해드릴 테니 잠시 학생회실에 들렀다 가시지 않으….”

“거절한다. 넌 날 보면 꼬실 생각밖에 안 하지?”

“으으….”

“더 할 말 없으면 간다? 오늘은 재단에 가봐야 해서 바빠.”

엄마 일을 핑계로 꺼내니 프랑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하는 게 보였지만, 거짓말은 아니니까.

“앗. 그으. 별건 아니구 졸업식 때 3학년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부탁드리려고….”

“그건 전 학생회장의 권리이자 의무잖아. 내가 그걸 왜 해.”

하기 싫다는 말을 꺼내고 발길을 옮기니 이유미는 내 교복 자락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며 내 반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왔는지 밝아진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지목민 선배님이 정서하 선배님이라면 기꺼이 양보하겠다고 하셨어요!”

“내가 할 거 같아?”

“네!”

“안 해!!”

미쳤냐? 선생님들까지 다 합치면 근 800명에 졸업생 학부모를 포함하면 천 명이 넘어갈 텐데 그 앞에서 연설을 하라고?

내 살벌한 외침에 밝아진 안색 그대로 굳어버린 이유미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내가 가장 싫은 게 이유 없이 많은 사람의 앞에 서서 시선을 받는 거야. 이번 졸업식 때도 대충 천명 넘게 모이겠지?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들 다 합해서 말야. 그 앞에서 연설을 하라고?”

“아까는 대범해졌다고 했으면서….”

날 배신하려는 프랑의 입을 잽싸게 막아버리고 사악한 권유를 하러 온 이유미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절대 안 해. 알았어? 한 번만 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아예 졸업식에 불참할 거야.”

“네에….”

읍읍거리며 내 손을 떼어내려고 애쓰는 프랑의 손을 잡아 내리면서 겁먹은 토끼처럼 기가 죽은 이유미에게 다독이듯 입을 열었다.

“우리 학교 시설과 환경은 최상급이지만 역사가 짧아. 그 짧은 역사에서 그나마 전통을 지켜오는 게 졸업생 대표 연설이잖아. 3년간 학업은 물론이고 품행과 인덕까지 쌓은 학생이 맡는 학생회장. 그리고 그런 학생회장이 졸업식 때 맡는 대표 연설.”

미간을 들어 올린 채 울상을 지은 이유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그걸 가진 힘과 돈이 많다는 이유로 뺏는 건 내가 인정할 수 없어. 내 이름값이나 명성은 졸업생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 걸로 충분해. 그러니 전 학생회장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뺏는 행동은 하지 말길 바래.”

“네에….”

예비 2학년과 예비 3학년들은 어느새 나타난 선생님들에 의해 몰이를 당하는 양 떼처럼 몰이를 당해 교사에 들어가 버렸고 주변에는 나와 프랑, 현 학생회장인 이유미만 남아있었다.

이 이상 있었다간 이유미의 미련만 늘려줄 거란 생각에 녀석의 귀여운 트윈테일의 끝을 살짝 만져본 뒤에 수고하라며 손을 흔들고 공간 도약을 펼쳤다.

재단과 그랑 블루 빌딩이 있는 일원동은 그랑블루 레이드 팀이 들어서기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누어진다.

원래도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강남구지만, 일원동은 외진 곳이라는 점 때문에 인기는 없고 땅값만 비싼 곳이었는데 그곳에 세계 최고라고 불릴 수 있는 그랑 블루 레이드 팀이 들어서자 제3의 여의도라고 불릴 만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아무튼, 능력자 분포가 급속도로 높아져 자연 발생 이형종의 위협에 안전해졌다는 소문이 돌자 돈 많은 부자가 이곳에 집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그들과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오급 백화점도 생겨나고 각종 편의, 생활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어 서울의 최고 부자 동네가 되고 있다던가.

내 집 근처는 오히려 비교 대상이 된다고 부자들이 꺼린다더라. 거기다 가끔 으르렁 크아앙 캬오옹 하는 괴수 소리가 터져 나와서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말을 듣고 스케일러들과 드잡이질을 벌이는 미호를 좀 자제시킬까 했지만, 남들 신경 쓰자고 내 새끼들을 위축시키긴 싫어서 그냥 말았다. 난 나쁜 남자니까.

일원동에 처음 그랑 블루가 생겼을 땐 허름하거나 철거 중인 건물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은 허름한 건물은 전부 사라지고 대부분 새로 지어지고 있거나 새로 지어진 깔끔한 건물들이었다.

어떻게 빌딩을 이렇게 빠르게 올리는 것인지 의아해했더니 혜령이 이모가,

“돈이 많은 건물주는 대지 속성 능력자를 데려다 건물을 올리는 데 써요. 대지 속성 능력자를 쓰면 건축 비용은 비슷하지만, 기간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집 짓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지지요.”

라고 설명해줬었지.

그렇게 일원동은 정부기관에서 도로도 새로 포장하고 보행자 도로도 새 단장을 하고 가로수도 새로 심고 해서 무척 깔끔 해고 세련된 거리로 변하고 있었다. 이 변화들이 내가 일으킨 거 같아 히죽 웃음이 나온다.

일원역 앞에 나타난 나와 프랑은 재단이 있는 고층 빌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늘 푸른 재단은 간단한 발족식을 거친 뒤 그랑 블루와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의 신식 고층 빌딩을 통째로 매입해 최상층 5개 층을 사무실로 쓰고 나머지는 임대하는 식으로 임대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았었는데, 프랑과 팔짱을 끼고 잡생각을 하며 재단이 있는 빌딩에 도착하니 외관이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25층의 고급 건물이 나와 프랑을 맞이한다.

어디 보자…. 엄마는 25층에 주한 할아버지랑 같이 있네.

공간 지각으로 엄마가 있는 층을 확인하고 정문으로 들어서니 빌딩의 경비원인지 40대 아저씨가 우리 앞을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막아섰다.

“학생들? 여긴 무슨 일로 찾아왔지?”

내가 누군지 알아보진 못했지만, 시선이 나와 프랑을 왔다 갔다 하는걸 보니 우릴 평범한 집안 자제로 보는 건 아닌 거 같다.

“늘 푸른 재단에 일이 있어서 왔어요.”

“재단에…? 혹시 약속이 잡혀있는 거니?”

“약속이요?”

아, 물론 엄마가 오랬으니 약속은 맞지만, 재단의 출입이 이렇게 봉쇄되어있으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찾아왔을 때 어쩌려고…?

조금 안 좋은 생각이 들려 하는데 프랑은 섣부른 판다는 내리지 말라는 듯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아직 아저씨의 말이 다 끝난 게 아니어서 일단 다 들어보고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재단 분들은 무척이나 바빠요. 약속 없이 막 만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란다. 그러니 우선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은 뒤에 약속을 잡고 찾아오렴. 만약 다른 곳에서 전화하기 힘들다면 여기서도 통화할 수 있게 도와주니 필요하다면 말하거라.

선한 인상의 경비 아저씨가 하는 말을 다 듣고 보니 프랑 말대로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 이름은 정서하고요. 신소연 여사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내 이름을 먼저 말하고 엄마 이름을 말했는데 경비 아저씨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눈이 커다래지더니 허둥거리면서 경비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멀뚱거리면서 아저씨의 뒷모습을 쫓으니 투명한 패널 너머로 아저씨가 좀 더 젊은 남자에게 허둥거리면서 뭐라 뭐라 설명한다. 그러자 좀 더 젊은 남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비실을 뛰쳐나왔다.

“이, 이사장님을 뵙습니다. 늘 푸른 빌딩의 경비 책임자인 최달재입니다.”

“안녕하세요. 재단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들어가도 괜찮죠?”

“물론입니다! 재단까지 제가 안내를….”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계속 수고하세요.”

“아, 예에….”

경비 책임자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니 뒤에서 머뭇거리다가 경비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더니 어딘가로 전화한다. 보나 마나 재단 사무실이겠지.

“경비실은 재단에서 고용한 분들이 맡으시나 보네요.”

“그런가 봐. 경비업체에 파견된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좀 의식이라거나 그런 게 차이 나지 않겠어?”

“맞아요. 처음 맞이하시는 경비분도 인상이 선하셔서 만약 아이들이 찾아오더라도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덜할 거 같았어요.”

데에엥….

희한하게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맑은 종소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으로 이동하니 엘리베이터 입구에 주한 할아버지가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서 오십시오, 이사장님.”

“할아버지도 잘 지내셨어요?”

“허허허. 그토록 신경 써주시는데 잘 지내지 못한다면 죄를 짓는 거지요.”

그렇게 웃으시면서 우릴 사무실로 안내해주셨다. 그 뒤를 따라가면서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건강한지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별다른 병도 없고 몸도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인다.

말씀대로 잘 지내시는 거 같아 안심하면서 사무실을 둘러봤다. 25층은 층 하나가 통짜였는데 평범한 가림 판으로 부서를 나눠놓은 듯 하다.

덕분에 선망의 시선이 고스란히 내게 집중되는 걸 느끼며 한쪽 벽에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사무실로 들어가니 그곳에 날씬한 여성 정장을 입은 엄마가 일터에서 쓰는 뿔테 안경을 한 채 일을 하다가 시선을 들어 날 보더니 안경을 벗고 달려와 날 끌어안았다.

“우리 아들~! 벌써 왔니? 개학식이라고 일찍 끝마친 거니?”

“응. 엄마가 가정통신문을 전달해주지 않아서 교실에 프랑이랑 둘이서 개학식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왔지.”

“어머나~ 호호호.”

심술이 어린 표정으로 비꼬니 수다스럽게 웃은 엄마는 나랑 프랑의 팔을 잡고 소파에 앉히더니 과자며 음료수를 꺼내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럼 나가 있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길.”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나가시는 주한 할아버지를 보며 생각난 걸 말했다.

“할아버진 아직 집사 때 버릇을 못 바꾸신 거 같아.”

“아들도 그리 생각하지? 조금 편하게 대해주셔도 좋을 텐데 직원들한테도 저렇게 단정하게 대하시니까 직원들도 이사님을 어렵게 대한단다.”

작고 귀여운 쟁반에 쿠키를 가득 쌓고 100% 생과일주스를 꺼내온 엄마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아서 잘하시겠지. 그런데 엄만 왜 오라고 한 거야? 안 바빠?”

“바쁜 건 다 끝났단다.”

그러면서 내 옆에 앉아 날 끌어안고 머릴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으면서 행복해하는 엄말 보니 할 말이 생각이 안 난다. 저번 수요일에 할머니들이랑 집에 찾아왔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쉬지 않고 머릴 쓰다듬어주고 볼을 만지작거리고 손을 조물조물 만지는 게 조금 성가시지만 싫다고 밀어내면 금방 울먹울먹할 테니 그냥 쿠키나 집어 먹으면서 엄마가 만족할 때까지 기다렸다.

마치 그동안 못 준 애정을 다 주겠다는 듯이 날 보듬어주던 엄마는 내가 쿠키를 모두 먹어치워도 끝나지 않아 조금 질린 표정으로 엄마한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아들은 언제 결혼할 거니?”

결혼? 엄마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프랑을 바라봤더니 프랑도 날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부끄러워하면서 눈을 피한다.

“곧 할 거야.”

“그러니?”

엥? 그걸로 끝이야? 엄마 성격이라면 좀 더 집요하게 캐물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으음. 요즘은 누나 얼굴에서 생각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돼서 내 눈치 스킬도 만렙에 근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엄마의 표정은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엄마한테 이런 걸 시시콜콜하게 알려주는 건 조금 뻘쭘했는데 간단히 물러나 줬으니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뭐.

예상외로 싱겁게 끝난 주제에 조금 얼떨떨했지만 나쁠 건 없어 대충 넘기고 프랑을 보니 프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아해하는 거 같다.

“아, 엄마가 깜빡했네. 아들, 재단에서 후원 중인 아이들이 2월 현재까지 약 500명 정도 된다는 거 아니?”

“500명밖에 안돼?”

“재단이 출범하고 바빠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의 선별이 조금 느렸단다. 이제 재단 업무가 정상가동 되어서 금방금방 늘어날 거니 염려 말렴. 그보다 그 아이들 중에… 13세 이상이 176명이거든? 그런데 저번 1월 중순 즈음에 있었던 위상 세계 강제소환 때 우리가 후원해주던 아이 중 둘이 위상 세계에 납치됐었단다.”

1월 중순? 내가 위상 세계에 있을 때 강제 소환이 한번 일어났었나 보네.

“헐. 잠깐, 그럼 작년에 강제 소환은 2번밖에 안 일어난 거야?”

내 질문에 엄마는 약간 수심이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는 아마도 네 번. 어쩌면 다섯 번까지 열릴지도 모르겠다며 관계자들이 걱정스러워하고 있단다. 엄마 생각에는 네 번 열릴 거 같지만… 이 이야기는 그만하구, 두 아이가 강제 소환됐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둘 다 생환했지 뭐니?”

“다행이네요!”

재단이 지원해주는 착한 아이들이 위상 세계에 강제 소환됐다가 생환한 이야기에 프랑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엄마도 그런 프랑을 보며 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맞아. 다행이지. 이번에 아들을 부른 건 이 일에 관해서 아들이랑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른 거란다.”

“상의? 그 아이를 그랑 블루에서 관리하기라도 바라는 거야?”

생각난 걸 말했더니 그게 맞았는지 엄마가 환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응. 앞으로 후원할 아이들의 숫자를 점진적으로 늘려서 종국에는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재단으로 성장시킬 계획이거든? 그 대상에는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할 텐데, 이번처럼 강제 소환됐다가 생환하는 아이들에게는 특별 후원이 필요하다고 회의에서 결론이 났단다. 그런 일은 평범한 재단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국가 기관에 맡기게 되는데….”

“그러니까 엄마 말은 늘 푸른 재단이랑 그랑 블루랑 상호협력관계가 되게 만들어서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사고 안 치고 얌전히 살도록 보살피겠다는 이야기지?”

“아들은 재작년과 작년의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미성년자의 위상 세계 강제 소환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거 아니?”

“응. 나도 그 이야긴 들었어.”

“앞으로 계속해서 미성년 능력자가 나타날 테니 우리나라 최고의 레이드 팀과 유대를 맺어 재단에서 나타난 능력자 아이들을 그랑 블루에 소속시켜 교육과 훈련을 하고,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대로 그랑 블루에 배속되게 하는 거야. 세계 최고의 레이드 팀에 소속된다는 자부심이 있으면 그 아이들도 나쁜 길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아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은 거 같아. 레이드 팀에는 지속해서 인원이 충당되고 그중에 자질이 뛰어난 애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사고 치거나 하면 물리적으로 혼낼 사람도 충분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니 엄마도 기뻐하면서 내 뺨에 뽀뽀를 해주고 정말 사랑스러워 못 살겠다는 듯이 또다시 날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등을 토닥여준다.

이 나이에 엄마한테 귀여움을 받는 건 좀 창피하고 성가시기도 하지만 엄마의 품이 기분 좋은 것도 있어 그냥 얌전히 얌전히 스킨십을 받았다.

근데 아까 결혼 이야기는 왜 꺼낸 거지? 영문을 모르겠네.

============================ 작품 후기 ============================

왜 꺼낸걸까요~?

풀손님, 누굴지?, Brokenherat // 아... 졸업한지 오래되서 어렴풋 기억나는대로 썼더니 이런 오류가;; 슬쩍 날짜를 지우는걸로 수정!!

...나중에 시간나면 확실히 수정해야겠네요 ;ㅂ; 지적 감사합니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