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06화 (406/517)

00406  변화하는 세계  =========================================================================

살아있는 홍당무가 되어버린 프랑을 침실에 남겨두고 저택 밖으로 나와 남쪽에서 뭔가 사열식 같은 걸 하는 미호한테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날아갔다간 참지 못하고 미호를 뒤집어서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두드려댈 거 같거든.

부끄러움에 폭사한 프랑을 어떻게든 달래서 그다음 단계의 일을 할 수도 있지만 10명이 넓게 누워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침대에서 애벌레처럼 이불을 돌돌 말고 웅크린 프랑을 보니 할 말이 안 나오더라.

어쩔 수 없이 프랑이 진정할 시간도 줄 겸, 나도 달아오른 열을 식힐 겸 미호한테 시킬 일도 있어서 천천히 걸었다.

녀석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다가갈수록 짜랑짜랑하게 울려 퍼지는 미호의 목소리에 황당함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싶어 공간 도약으로 미호의 뒤에 나타났더니 눈앞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앉아! 일어서! 앉아! 엎드려! 왼쪽으로 굴러! 오른쪽으로 굴러!

진짜 큰놈들은 대형 트레일러만 하고 작은놈도 덤프트럭 수준인데도 쥐 방울만 한 미호의 호령에 일사불란하게 뒹구는 녀석들을 얼이 빠진 채 바라보고 있으니 미호가 접시 깨지는 소리를 내며 소리친다.

- 7번 도마뱀 똑바로 못합니까~?! 움직임이 굼뜹니다~!

쉬, 쉬이익!!

- 2번 개구리 요령 피우는 게 눈에 보입니다~! 좌우 왕복 10회 실시~!

개골골~!

……저런 걸 대체 어디서 보고 배운 거야? 구경하고 있으려니 대단하다기보다 불쌍하다는 감상이 더 많이 밀려온다. 게다가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까 왜인지 심기가 불편해졌다.

어지러운 감정을 추스르며 18마리의 고위 아종들이 뒹구는 모습을 당연하다는 모습으로 지켜보는 알케마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콩알만 한 녀석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서열을 인식시키기 위한 행동인듯합니다.=

“…그냥 봐서는 군대에서 하는 얼차려를 주는 거 같은데.”

루뱅이 개구리의 몸으로 힘겹게 왼쪽으로 구르고 오른쪽으로 구르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니 미호 옆에 서 있던 암흑이가 도도도 달려와 내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며 짐작이 간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제 한 TV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더니 그걸 흉내를 내는 거 같은데영?=

“TV 프로그램이라면… 가짜 사나이?”

=그런 제목이었던 거 같아영.=

그러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고위 아종들을 굴려대는 미호를 바라보는데, 정말 시청각 교육이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 오늘 본 교관의 정신 교육을 교훈 삼아 앞으로 모든 일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받은 명령에 온 힘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해라! 알겠나!!

미호의 말인 듯 말이 아닌 말 같은 헛소리에 고위 아종들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크허어엉! 개고르! 캬오오!

내가 듣기엔 발작적으로 외치는 분노의 포효인데 미호가 듣기에는 다른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꼬리 일곱 개를 살랑거리며 나한테 달려왔다.

- 주인님~! 나 잘했어?!

“…그래. 하지만 너무 과하게 하진 마라.”

- 웅?

“얼차려는 몸을 힘들게 만들어도 지치게 해서 잡생각을 못하게 한 뒤에 시키는 대로 따르게 하려는 못된 수작질이야. 저 녀석들의 체력으로는 일주일 밤낮으로 얼차려를 줘도 지치게 못 해.”

- …? 알았어. 담부턴 적당히 할게.

내 이야기가 잘 와 닿지 않는지 고개를 한번 갸웃한 녀석은 일단 내 말이니까 따른다는 식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이제부터 미호 니가 맡아줄 일이 있어.”

- 일?! 이제 나도 일 시켜주는 거야!?

“그래. 저기 저 녀석 보이지?”

4열 횡대로 늘어선 18마리의 고위 아종 중에 가운데 있는 독악이를 가리키자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미호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 녀석은 독악이라고 하는데, 비늘 틈에는 12시간마다 독성 물질이 분비돼. 그걸 12시간마다 씻겨주고 치워야 하는 일이야. 할 수 있지?”

- 응! 할 수 있어!

미호는 간단한 일이라며 평면 TV 뺨치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며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래. 그리고 나중에 프랑 보면 미안하다고 사과해라.”

- 웅? 나 프랑한테 뭔가 잘못했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녀석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러면 되겠다 싶어 말했다.

“성기라느니 야한 짓이라느니 그런 부끄러운 이야기는 단둘이 있을 때만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아무 데서나 막 그런 단어를 꺼내면 안 돼.”

- 그럼 지금 바로 가서 사과할 거야!

“아, 지금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호는 쏜살같이 저택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 가서 이야기를 꺼냈다간 부끄러움에 폭력적이 된 프랑한테 호되게 혼날 텐데… 혼나면 뭐 자업자득이지.

흙먼지로 꾀죄죄해진 아종 녀석들은 미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푸르르 거리며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듯이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려버렸다.

일단 녀석들의 집이 만들어지기 전에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캡슐형 호텔같이 생긴 구조물을 만들어 그곳에서 쉴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알케마를 사람들한테 소개하기 위해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 우으으… 히잉.

어떻게 혼을 낸 건지 모르겠지만, 알케마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 프랑과 미호가 있는 2층 응접실로 올라가니 프랑은 미호를 무릎 꿇려놓고 그 앞에 서서 귀신처럼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 엇?=

1.8m의 프랑을 본 알케마는 눈을 끔뻑거리며 의아해하다가 혼나는 미호와 꾸짖는 프랑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기는 프랑을 본 알케마도 덩달아 주눅이 들며 어깨가 좁아지고 등이 구부정해지는데 그걸 본 프랑이 삭막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알케마,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힛? 아, 그그그. 그것이, 서하 님의 종으로써 그… 어, 모시기 위해….=

말을 더듬으면서 프랑의 물음에 겨우겨우 대답하는 알케마를 두고 프랑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어쩌다 보니 저 녀석도 받아들이게 됐어. 그리고 고위 아종들도 데려왔는데 앞으로 그 녀석들을 미호랑 알케마가 돌볼 거야.”

“아, 독악이도 데려오신 거에요?”

“응. 무너진 벨티칼 산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은 모두 데려왔어.”

“저택이 더욱 안전해지겠네요.”

날 보자마자 귀신같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화사해진 프랑을 보며 숨을 삼키는 알케마. 그런 녀석을 프랑이 귀기 서린 눈빛으로 노려보니 움직임을 딱 멈춘다.

위상 세계에서 벨티칼 산에서 있었던 일을 프랑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니 영은이도 퇴근하고 바로 2층 응접실로 달려 올라왔다.

“꺄악! 서하야~!!”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와 날 껴안고 얼굴을 부벼대는 영은이를 나도 힘껏 안아주며 말했다.

“나 많이 보고 싶었어?”

“으응~! 보고 싶은 거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뭘 참은 건지 의미심장하게 웃던 영은이는 곧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나와 프랑을 데리고 4층의 거실로 가자며 내 손을 잡고 이끌려다 뒤늦게 알케마를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얘, 얘는 뭐니?”

“알케마야. 이번에 하녀로 삼은 사비 종족. 인사해. 앞으로 니가 날 대하듯이 모셔야 할 세 마님 중에 한 명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뒤노아의 알케마입니다.=

“어, 응. 만나서 반갑구나. 유영은이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에 알케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영은이의 손을 잡고 응접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프랑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호는 내가 올 때까지 그대로 있어. …알았지?”

- 네, 네!

프랑의 기세에 덩달아 굳어버린 알케마를 두고 프랑도 곧 뒤따라 올라왔다.

말이 거실이지 호화롭기 짝이 없는 휴식 공간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올라온 영은이는 문을 닫고 소파에 앉더니 알케마를 보고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약간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시하랑 위상 세계에서 별일 없었니?”

“…….”

중요한 이야기라는 게, 그거였어?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이야기긴 하지만… 난 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나랑 프랑을 잡아끌길래 진짜 중요한 일인 줄 알았네.

한숨을 살짝 쉬고 입을 열려는 찰나 프랑이 한발 먼저 입을 열어 영은이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영은. 그러면 서하가 진짜인 줄 알잖아. 장난치지 말구 중요한 이야기라는 게 뭐야?”

“아이, 반쯤은 진담인데? 저런 리저드 맨을 데려올 줄은 몰랐단 말이야~!”

장난이라니, 기가 차서 눈썹을 찡그렸더니 영은이는 몸을 배배꼬며 윙크를 하고 내 뺨을 쿡쿡 찌르고 난리다.

“킥킥. 너무 화내면 싫어~♡”

“화 안 났어. 괜찮으니까. 아무튼, 진짜 중요한 이야기라는 게 뭐야? 위상 세계의 그 일이랑 관련된 거야?”

엉덩이를 세게 때려주고 싶긴 하지만. 요즘 들어 영은이의 장난끼가 점점 심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는데, 영은이의 두 눈에는 아직 장난끼와 함께 야릇한 눈빛이 느껴진다.

설마 내게 엉덩이를 맞고 싶어서 일부러 장난을 계속 치려는 걸까?

그게 나만의 망상인 근거가 없는 게, 영은이는 이미 15일을 넘도록 나한테 한 번도 안기지 못했다. 많이 밝히는 영은이 성격상 지금쯤 욕구불만이 어마어마할 거란 말이야.

“그게….”

영은이가 이번에야말로 진짜라는 듯이 진지한 얼굴로 마악 입을 열려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영은이의 옆에 앉으니 놀란 토끼처럼 눈을 뜨고 날 바라본다.

“서하? 아앗?!”

다짜고짜 무릎 위에 엎드리게 해서 궁딩이를 팡팡 때리는 건 솔직히 좀 마음에 드는 시츄에이션이지만 그건 밤에 과격하게 하기로 하고, 그녀를 내 무릎 위에 앉게 해서 셔츠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물론 손바닥에 TP도 꺼내서.

“밤에 영은이가 원하는 만큼 뜨겁게 안아줄 테니까 지금은 일 이야기부터 해. 영은이가 가져온 소식이란 거, 위상 세계에 관련된 소식 맞지?”

“으…응. 맞아. 설날부터 오늘까지 쭉 정보를 수집해봤는데….”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는 영은이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수식어를 쓸 법한 내용이었다.

“위상 세계에서 전혀 연관이 없는 능력자들이 마주치는 사건은 거짓이나 조작된 내용이 아니라 완벽한 사실이었어. 5일 전에는 영국에서도 사막지대에 활동 중인 능력자가 아시아인 능력자를 만났다는 소식을 입수했고 어제는 우리나라의 청궁 레이드 팀에서도 초원 지대에서 북반구 인종들과 조우해서 서로 간에 경계를 하다가 물러났다는 보고서도 받을 수 있었어.”

“좀… 느닷없이 위상 세계에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능력자들이 마주치는 상황이라는 게 황당한데.”

“응. 무언가 전조라던가… 그런 건 위상 세계의 특성상 알기 힘든 부분이긴 해. 그래서 능력자 연합 본부에 배속된 강현우에게 슬쩍 이야기를 흘리면서 물었더니, 지금 그 일 때문에 연합 본부가 시끄럽다며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조우 현상이라니, 그 정도라면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누나나 영은이 말대로 위상 세계 통합이라는 표현이 한치도 다름없이 정확할 정도다.

“다른 나라의 수뇌부나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의 원유原由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력을 총동원 중이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뮈르딘이 말한 위상 세계와 현실 간의 통로의 단절을 말하는 거야? 영은인 이 일련의 사건들이 단절의 전조라고 생각하는 거구?”

“응. 아흣. 그럴 가능성이이, 잇. 높다고 생각해. 그으… 아앙!”

영은이의 이야기를 처음 들을 때부터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간지럽히고 있었는데 프랑과 영은이가 대화를 나누는 걸 듣고 있으니 그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거 같아서 미간을 찡그리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영은이가 야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꿈틀거리길래 왜 이러는 건가 싶었더니, 어느새 내 손이 영은이의 다리 사이 깊숙한 곳에서 날뛰고 있었다.

들썩거리면서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영은이를 말리기 위해 군살이라곤 1g도 없는 탄탄하고 잘록한 허리를 잡아 고정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아냐. 뮈르딘이 말한 건 단절이지 통합이 아니었어. 두 가지는 확실하게 다른 성질이잖아. 지금 위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랑 뮈르딘이 말한 통로의 단절은 전혀 다른 거야. 확실해.”

“…으으. 아아, 그럼 우리 서하느은…. 하아,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욕망과 이성의 싸움에 이성이 이겼는지 영은이는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에 애써 신경을 돌리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기억이 잘 안 나. 분명 그게 아닌 이유를 들은 거 같은데 어디서, 뭘 들었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서하의 기억력은 세계 제일! 이니까 찬찬히 생각을 더듬어 나가면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으으. 나도 궁금해. 얼른… 아아.”

내 허벅지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 안달 난 영은이는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며 내 허벅지에 음부를 마찰하기 시작한다.

이성이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내리는지 정장 재킷을 벗어 던지고는 내 목을 껴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음핵에 자극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영은이를 보니 대책 없이 나신으로 날 유혹하려고 행동하던 모건이 생각났…….

“아!! 생각났다!”

“으아앙?!”

안개가 낀 듯이 모호하던 머릿속이 환해지는 감각에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더니 내 허벅지를 자위 기구 삼아 마찰하고 있던 영은이가 화들짝 놀라며 굴러떨어지려 했다.

잽싸게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고 소리쳤다.

“경계가 무너진 거야!”

“경계…라니요?”

영은이의 행위를 얼굴을 붉힌 채 훔쳐보던 프랑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날 보며 되물었다.

“경계는… 지역을 구분하거나 어떠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말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저주의 해제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중세 시대에 갔을 때 말야! 뮈르딘이랑 투닥거리다가 좀 심통이 나서 모건을 납치해버리겠다고 협박을 꺼냈었는데 그때…….”

[“시작은 망둥이 같은 네놈이었잖느냐!! 마녀의 침소를 엿보이는 건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행위이거늘 네 녀석은 아주 제집마냥 뒤집어보더구나! 거기다 나체까지 직시하고서는 무엇이 그리 억울하더냐!”]

[“그, 그거 때문에 명분이 저쪽에 있다고요?”]

[“일없으니 그만 돌아가라 이놈아!”]

[“생각은 그만 읽고 좀 알려줘요! 안그럼 그 검은 머리 노출 아줌말 납치해버릴 거야!”]

[“거 좋구나! 그 아이를 납치해서 경계가 무너지면 참 좋… 이런!!”]

[“이런 호랑말코 같은 녀석! 네 녀석 때문에 아주 못살겠구나!!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면 그냥 여기서 살아라 그냥!!”]

“…….”

“…….”

뮈르딘이랑 반쯤 드잡이질을 했다는 이야기에 원래 영국인이던 프랑은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성적인 흥분이 고조되던 영은이마저 깬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뮈르딘… 멀린이라면 영국의 가장 유명한 마법사이자 현자인데… 서하한테 걸리면 망가지는 건 마찬가지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냐. 내 예감은 경계가 무너져서 위상 세계의 나눠진 시간대가 통합되는 거라 말하고 있어!”

내 변명 같은 외침에 영은이가 다시 심각해진 얼굴로 내 옆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중세 시대의 인물을 현실로 데려오면, 경계가 무너져? 그 말은 지금의 사태의 원인은….”

말하다 말고 날 보는 영은이. 덩달아 프랑도 날 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걸 보고 나도 깨달았다.

“…이형종을 현실로 데려온, 내 탓?”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현실로 이형종을 데려온 탓에 위상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거라고?

…뭔가 대책 없이 큰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행복 회로를 가동하면서 변명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럼 오히려 더 잘된 거 아냐? 위상 세계가 통합되면 위상 세계를 도피처로 쓸 범죄자들도 없어질 테고 위상 세계 강제 소환도 하나의 세계에 들어가는 거니 기존의 능력자들이 강제 소환자들을 지켜줄 수도 있어질 거 아냐! 능력자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니 능력자 연합도 능력자들의 케어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될 테고!”

“하지만 꼭 그렇게 좋은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니.”

“윽.”

“하나의 위상 세계에 능력자들이 모여들면 사람 수가 늘어날 테고, 덩달아 안정성이 높아진다면 삿된 마음을 품은 능력자들도 나타날지도 모르지요. 능력자 개개인의 인성도 문제가 되겠어요.”

“으으….”

“수백만 명의 능력자가 억제력이라고는 같은 능력자뿐인 넓은 세계에 풀려난다면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면서 법과 경찰이 없는 무정부 사태도 벌어지겠네? 거기다 사냥감의 부족, 거기서 사냥터를 두고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은걸?”

“현실은 게임 같지 않으니 한 자리에서 무한정 사냥이 불가능할 테구요. 필연적으로 이형종의 보충이 빠르고 시간 대비 이득이 높은 장소에는 기득권 싸움이 심해지겠지요.”

“그러니까 에너지 원인 위상석의 소득 감소. 거기서 이어지는 세수 감소에 세금을 내지 못하는 하급 능력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에….”

“으으앙!”

둘이 나만 보며 번갈아 말하는걸 듣고 있으니 문제점이 장난이 아니다! 저 일들이 다 나 때문에 벌어진다는 거야?!

============================ 작품 후기 ============================

힣 히힣

내 망상력은 세계제이이이일~~!

그런데 마호로매틱을 아는 분이 계실 줄이야... 아재들 꼬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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