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05화 (405/517)

00405  변화하는 세계  =========================================================================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건 역시 고위 아종들을 다시 정렬시키고 아까 했던 말을 또 반복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절대로 사람들을 건들거나 공격하면 안 돼. 알겠냐?]”

그우. 개굴…. 크슈욱….

하지만 녀석들은 이상하게 내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저택이 있는 북쪽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알케마도 마찬가지로 뭔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서 왜 이렇게 정신이 산만한지 녀석에게 물었다.

“알케마. 왜 계속 북쪽을 보는 건데?”

=서하 님, 북쪽에 강대한 존재가 느껴집니다. 적입니까?=

강대한 존재… 혹시 미호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미호도 고위 아종인데?

프랑이나 암흑이는 녀석들도 알고 있을 거고, 그 둘을 제외하면 남은 건 히아리드랑 미호인데 히아리드는 화연이를 따라 위상 세계에 넘어갔을 테니 알케마가 말하는 건 아마도 미호겠지.

“적 아니야.”

이 녀석들은 죄다 북쪽을 바라보며 긴장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단순히 위상력의 존재를 감지할 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감각이라도 느끼나 싶다.

이대로 뒀다가 미호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 싸움이 일어날 거 같아 소개를 해주긴 해야겠는데…….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미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주인님이다~!! 주인님 돌아온 거야?!!]

벨이 두 번이 채 울리기 전에 전화가 연결되고 곧장 미호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미호 목소리 커. 지금 내가 어디 잇는지 알 수 있어?”

[웅. 남쪽에 주인님이 느껴져!]

“그럼 내가 있는 곳으로 올래? 암흑이랑 함께.”

[알써! 바루 갈게!]

“프랑한테 곧 간다고도 전해줘.”

[응!]

공간 지각으로 미호를 살펴보며 전화를 끊으니 미호는 프랑의 손을 잡아당기며 내가 돌아왔다고 알리고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하늘로 뛰어올라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미호가 신난 얼굴로 날아오는 걸 보고 영은이한테 돌아왔다고 문자를 보내고 났더니 알케마와 독악이를 비롯한 나머지 녀석들이 그르르거리면서 긴장감을 피워올리기 시작한다.

미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그 기세가 흉흉해지는 게, 역시나 미호를 경계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마나 탄을 극소량의 TP로 쏘아내 터트려서 녀석들의 주의를 끌었다.

콰앙!!

“지금 오고 있는 둘은 너희들 선배니까 싸우려 들지 마라.”

=…네?=

영문을 몰라 얼떨떨해하는 알케마와 아종들의 앞으로 나서서 잠시 기다리니 미호가 도착해서 날 부르며 내 품에 거칠게 안겨 왔다.

- 쥔님~! 보고 싶었어~!

=헉?!=

박치기하듯 안겨 온 녀석은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일곱 꼬리를 살랑이는데, 미호를 알케마는 비늘을 곤두세울 만큼 경악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톡 건드렸다간 부서져 내릴 만큼 경직된 알케마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는지 미호는 날 끌어안은 채 알케마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물었다.

“니 후배.”

- 우웅? 후배?

후배라는 말이 잘 이해 안 되는지 새하얀 털실 같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미호는 금방 앞으로 나서서 일곱 개의 꼬리를 정신 사납게 살랑이며 알케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 난 미호야. 넌 누구야?

=?!=

미호는 낯을 가리긴커녕 인간과는 다른 알케마의 독특한 모습에 눈을 반짝거렸고, 알케마는 손을 내민 미호가 부담스러운지 조금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미호와 악수했다.

꼬리 일곱 달린 160cm의 미호와 도마뱀 인간인 280cm의 알케마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있으니 그림이 조금 이상하다.

그런데 아까 왜 그렇게 놀란 거지?

내가 미호한테 하는 행동을 지켜본 독악이와 다른 17마리의 고위 아종들은 그제야 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며 그르렁거렸다.

=좀 놔라!=

그때까지 죽을상을 쓴 채 미호의 손에 매달려 있던 암흑이는 더이상 못 참겠는지 과격하게 발버둥 쳐서 뛰어내리더니 잽싸게 나한테 다가와서 안아달라는 듯이 발꿈치를 세우고 두 손을 쭉 뻗는다.

녀석을 향해 손을 뻗자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내 팔을 기어오르더니 목에 달라붙어서 이제야 살겠다는 듯이 한숨을 폭 쉰다.

“잘 지냈냐?”

=저 바보 여우가 단 1분도 놔주지 않았던 점을 빼면 괜찮았어여!=

풋, 큭큭. 내가 암흑이를 지켜주랬더니 그냥 품에 끌어안고 다녔었나 보다. 5일 동안 미호의 몸에 매달려 생활한 게 무시무시하게 끔찍했는지 진저리를 치더니 내 목에 파고들 것처럼 얼굴을 비벼댄다.

“내가 미호한테 널 지키라고 시켜서 그래. 너무 뭐라 하지 마.”

=뭐라 해도 못 알아먹는 바보 여우라서 말해봤자 제 입만 아파여!=

쉬지 않고 구시렁거리는 암흑이를 달래주다가 뭔가 주변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고위 아종들에게 시선을 돌렸더니 18마리가 주눅이 잔뜩 든 모습으로 미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자그마한 미호가 아종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건… 오히려 아종들이 미호를 무서워하는 거 같은데?

고위 아종들이 프랑이나 최고위 변종이 된 암흑이를 어려워하는 거라면 이해하겠는데 같은 고위 아종인 미호를 어려워할 줄은 몰랐다. 꼬리가 일곱 개까지 달린 데다 꼬리 갯수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 평범한 이형종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는데 고위 아종들한테도 받들여질 줄은….

그때 겨우 놀람을 추스른 알케마가 날 돌아보며 정말 놀랐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순혈의 호족狐族이 어째서 이곳에… 설마 저 호족도 서하 님의 종복입니까?=

“호족이 뭔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내가 키우는 애완동물이야.=

=애, 애완….=

내 대답에 눈을 크게 뜬 모습이 숫제 넋이 나갈 기세다. 녀석의 정신이 지구를 탈출하기 전에 먼저 물었다.

“순혈의 호족이 뭔데 그래? 아까 놀란 이유도 그거 때문이지?”

=예, 에… 수, 순혈의 호족은 짐승의 주인을 모시는 호족, 그중에서도 짐승의 주인의 피를 이은 순혈종의 여우를 뜻합니다. 짐승의 주인을 모시는 종족은 많지만, 여우, 그것도 일곱 꼬리는 저와 같은 예비 사제 교육을 받는 위치이며 여덟 꼬리는 사제를 뜻한다 하며, 아홉 꼬리는 백청과 같이 짐승의 주인을 섬기는 제사장급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자 암흑이가 말도 안 된다며 눈썹을 찌푸리고 알케마에게 제정신이냐는 투로 말했다.

=헐, 말도 안 돼. 저 멍텅구리 바보 여우가 그렇게 높은 신분이라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님?=

=틀림없습니다. 호족은 저희 사비 종족보다 훨씬 수가 적지만 개체당 전투력은 저희를 월등히 웃돌기에 잘못 보는 일이 없도록 가장 먼저 배우는 종족입니다. 잘못 봤을 리가 없습니다.=

=잘못봤잖슴? 미호는 주인님이 거두어서 키운 애새낀데.=

좀 듣기에 따라 기분 나쁠 수 있는 암흑이의 발언이지만 알케마는 내 목에 매달린 암흑 이를 보더니 나한테 하는 것보다 조금 덜 공손하게 대답해준다.

=다미호多尾狐는 많지만, 티없는 순백색의 머리카락과 진주 같은 눈동자는 오직 순혈의 호족에게서만 나타나는 증표입니다. 절대 틀릴 수가 없는 증거이지요.=

그 점에 관해서는 암흑이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내 목에 매달린 녀석을 잡아서 알케마 앞에 들이밀었다. 마악 입을 열려던 암흑은 내 행동에 입을 다물고 나와 알케마를 눈을 말똥거리며 번갈아 본다.

“이 녀석은 알지? 암흑이야. 암흑이 너도 인사해. 이번에 내 종이 된 알케마야. 괴롭히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여, 내 이름은 암흑.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러자 언제 따졌냐는 듯이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케마도 그 점을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한데 표현하지 않고 공손하게 깍지를 끼고 고개를 숙인다.

=잘 부탁드립니다. 뒤노아의 알케마입니다.=

두 녀석이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걸 보고 알케마에게 선언하듯 다시 말했다.

“미호 저 녀석은 이곳에서 내가 꼬리 하나일 때부터 키웠어. 니가 아는 그 호족이라는 거랑 절대 연관 점이 있을 수 없거든?”

=그렇습니까…? 하지만 정말로 생김새가 똑같은데.=

진심으로 긴가민가한지 알케마는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미호를 빤히 바라본다.

알케마가 저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저 고위 아종들도 미호에게서 뭔가를 같이 느꼈을 가능성이 높겠군. 그래서 저렇게 미호를 어려워하는 거고.

미호도 자길 어려워하는 고위 아종들에게 관심을 잔뜩 보이더니 나한테 달려와 내 옷자락을 움켜쥐고 물었다.

- 주인님! 쟤들 뭐야? 파충류야?! 키우려고 데려온 거야?!

꽤 흥분한 모습으로 여우 귀까지 파닥거리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자신이 고위 아종을 돌보겠다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알케마 혼자 18마리를 관리하게 두기보단 미호를 붙여서 둘이 같이 시키는 게 낫겠다 싶어 허락해줬다.

“알케마 말 잘 듣고. 나중에 히아리드가 오면 히아리드도 붙여줄 테니 셋이서 함께 해.”

- 응!! 이히히~!

이렇게 되면 미호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옆에 차분한 히아리드와 같은 파충류 계통인 알케마가 있으니 잘 해결하겠지.

이 기회에 미호도 좀 많은 일을 겪어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몸은 16살 17살 정도인데 정신연령은 아직 6살이나 7살 정도니….

막상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오히려 이형종의 관리를 인간에게 맞기는것보다 나아보여서 꽤 마음에 들었다.

알케마의 손을 잡고 꾸물거리는 고위 아종들에게 달려간 미호가 뭐라 뭐라 소리치는 게 들려온다. 그러는 와중에 알케마가 미호에게 히아리드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게 보였다.

아 참, 아직 말 안 해줬네.

…에이, 나중에 이야기해주자.

이렇게 고위 아종들의 관리를 미호와 히아리드와 알케마 셋에게 맡기겠다는 이야기를 누나한테 전화해서 알려주니 잘 생각했다고 칭찬해주었다.

[이 기회에 이형종 부대도 꾸려버려!]

“부대를 꾸려서 뭐하게… 이상한데 폭주하지 말고 일이나 해.”

[이상한 거 아니거든?!]

“옆에서 유채린 씨가 참아달라고 하는 거랑 한숨 쉬는 거까지 다 들리거든?”

발끈하면서 아니라고 따져대려는 누나를 "고생해!" 하고 먼저 끊어버렸다. 크크크, 좀 약오를거다.

누나와 전화를 끊은 뒤에 고위 아종들 앞에서 떠들고 있는 미호를 바라보다가 독악이의 등에 매달린 정자를 풀어서 아공간 안에 집어넣고 녀석들끼리 놀게 저택으로 혼자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혹시 알케마가 착각한 그 순혈의 호족은… 미호의 원래 모습, 위상력을 먹고 사는 크리스탈 이터가 미호처럼 진화의 테크트리를 밟은 종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했던 것과는 다르게 다른 무언가의 영향을, 그 경우에는 짐승의 주인이겠지. 그 짐승의 주인한테 은혜를 내려받았을 확률이 높고.

완공된 대저택은 지하 2층 지상 3층의 5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온갖 최신 기술을 적용해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신식 저택이라고 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건 유럽에서 유행하던 저택+성의 퓨전 스타일이다. 특히 저택만 봐서는 카멜롯 성이나 영국의 버킹엄 궁전보다 더 크고 예술적이었다.

저택의 앞에는 약간 언덕이 져 있어 화려한 계단을 만들어놓고 계단의 옆쪽으로는 화려한 꽃을 심어놨다. 더해서 계단의 중심에는 분수대를 만들어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놔 무척이나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저택은 중앙 건물과 동편과 서편의 세 곳으로 나누어져 ㄷ자 형태로 날개를 접은 모양이었는데, 중심부와 동편과 서편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서 쓸데없이 빙빙 돌거나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게끔 깔끔하게 지어져 있었다.

중심부는 나와 내 연인들이 생활할 본관이고 동편은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 묶을 수 있는 방이, 서편에는 우리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끔 편의 시설이 들어선 데다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할 영은이나 화연일 위해서 도서관에 가까운 서재와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춰놨다.

지하에는 메이드 누나들이나 시설 관리인들의 생활 및 휴식 공간이 들어서 있었고 세탁실을 비롯해 저택의 유지를 위한 비품과 설비들이 들어차 있었다.

특히 저택의 본관은 3층 외에도 지붕에 가려진 듯한 4층과 5층이 있었는데, 5층에서 옥상 정원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연결되어있었고 5층은 나와 연인들만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은밀한 밤 생활을 할 때 다른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랑 블루 생활동의 40층 펜트하우스에 살 때는 밤마다 미호들이 움직이거나 부스럭거릴 때마다 신경이 쓰여서 조금 마음에 안 들었었거든.

나와 비슷한 키에 적갈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아래에는 검은색 팬티스타킹을 입어 여성적인 선을 한껏 드러낸 프랑과 함께 5층을 둘러보고 있으니 가슴이 설레여온다.

“지금 당장 들어와서 살아도 되겠네.”

“네. 수한 씨와 한주한 씨가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특히 5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셨어요. 소피아도 저택에 어울리는 가구를 사들이고 인테리어를 설치한 데다 메이드 아가씨들과 시설 관리인들의 고용과 교육에 고생했구요.”

“프랑도 정리하는데 신경 많이 썼지? 수고했어.”

“후후.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인걸요. 제가 신경 쓰는 게 당연한 거죠!”

나와 연인들의 생활 공간인 5층은 대충 150평 정도 되어 보였는데, 간단하게 침실과 욕실과 드레스룸 세 개로 나뉘어있었다. 각 방을 나누는 벽은 완전히 투명해서 침실에서 욕실과 드레스룸 전체를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침실에서만은 사생활이라곤 없는 바람직한 구조에 즐거워하면서 프랑의 뺨에 키스를 해주니 얼굴을 붉히면서 기뻐했다.

“몸은 어때?”

“많이 안정됐어요. 능력을 쓰는 것도 문제없고 위상력을 활성화하니 굳어있던 위상력들도 차츰차츰 풀려나가고 있어서 이대로 서하가 저주를 풀어주지 않아도 한 달 정도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 같아요.”

“잘됐네. 그래도 한 달은 기니까 나중에 한 번 더 풀어줄게.”

“으… 네에.”

쾌락사할 뻔한 그 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을 귀엽게 찡그린 프랑은 곧 날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 날 누나와 함께 위상 세계에 밀어 넣은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건 화연이와 영은이가 모두 모였을 때 묻기로 했다.

“집들이는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집들이? 그건 생각 안 했는데. 집들이는 그냥 집 샀다고 축하받고 자랑하기 위해서 하는 거 아냐? 별로 모르는 사람들한테 축하받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아는 사람은 아예 없고.”

그냥 가족들끼리만 조촐하게 하는 거라면 괜찮을 거 같은데.

“그건 그렇지만요. 하지만 신촌동 대저택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에 그랑 블루의 간부분들이 구경하고 싶어 하신다더라구요.”

“으음?”

“그랑 블루의 핵심 간부들을 초대하면 당신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표현이 될 수도 있으니 조촐하게나마 파티를 열면 좋을 거 같아요.”

프랑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것도 좋겠다. 전 화랑의 보스인 박지웅 2보스나 여러모로 신세를 지고 있는 혜령이 이모 등은 초대해도 될 거 같다.

“알았어. 그럼 화연이가 돌아온 뒤에 준비해보자.”

프랑의 허리를 안고 5층에서 옥상 정원으로 나오니 시원한 겨울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간다.

프랑은 화연이의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화연이보다 조금 더 큰 체형이라 화연이 입었을 땐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지금은 타이트원피스처럼 되어서 내 눈을 마구마구 현혹한다.

“사내에서는 이곳을 신촌동이 아니라 신촌왕궁이라고 부른다는 거 아세요? 그게 어떻게 소셜 네트워크에 퍼져서 이제는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신촌왕궁이라 부른다고 해요.”

“왕궁이라니, 호들갑이 심하네.”

“후후. 저는 딱 맞다고 생각하는걸요? 가끔 소셜 네트워크를 확인해보면 많은 분이 저택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 하세요.”

프랑의 이야기에 기가 다 찬다. 아니, 전혀 상관없는 남의 집을 왜 보고 싶어 해? 웃긴 놈들이네.

실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쩍 프랑의 골반을 어루만지니 배시시 웃으면서 내게 몸을 기대온다.

품에 쏙 들어오는 아담사이즈 프랑도 좋지만, 나랑 키가 비슷해서 몸의 굴곡 전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지금도 좋구나.

내가 없는 5일간 소인화를 많이 연습했는지 2.2m에서 또 줄어들어 이제 나와 눈높이가 비슷해진 프랑은 은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 결혼식 올릴 때 대대적으로 공개해봐? 저택 내부는 말고 외부만.”

“아… 네.”

결혼식이란 단어에 얼굴이 붉어지며 살짝 당황하던 프랑은 기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내게 꼭 안겨 왔다. 환히 웃는 프랑의 두 눈에는 뜨거운 열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걸 눈치챈 나도 흥분이 서서히 그곳으로 몰리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입술을 가까이해 앵두 같은 입술과 과실 같은 혓바닥을 한껏 애무했다. 내 이빨에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혀의 느낌에 프랑은 아랫배를 내게 밀착해오며 내 허벅지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더니 허리를 살살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뜨거움에 가슴에서 열이 차오른다. 숨을 쉬지 못해 눈앞이 아찔해질 때까지 깊게 혀를 나누다 사랑스러운 벽옥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구색으로 달아오른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프랑, 너무 음탕해진 거 같아.”

“아하♡ 이…건, 전부 서하 탓이에요오….”

이게 소설이었다면 지금 프랑의 두 눈동자에는 핑크색 하트가 그려져 있겠지. 나 역시도 누나로 인해 쌓여있던 욕망이 프랑의 혀를 탐하면서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이대로 프랑을 쓰러트리고 자궁이 부서져라 과격하게 허리를 놀리고 싶어졌다. 이 아름다운 얼굴이 나로 인해 쾌락과 고통에 일그러져 허덕이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두근거림에 프랑의 원피스 자락을 스르르 끌어올려 팬티스타킹에 둘러싸인 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노출시키고 팬티스타킹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고기 구멍을 뒤에서부터 공격했다.

“으앗. 아아앗?!”

프랑의 입에서 야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며 그녀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덩달아 내 목을 끌어안고 가쁜 숨을 내쉬며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애타는 몸짓으로 허벅지를 비비며 달뜬 신음을 흘리는 프랑의 음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쓸어주니 사슴처럼 매끈한 두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침실로 내려가서 바로…!

- 주인님~!

케헥?!

멀리서 들려오는 미호의 목소리에 내 목을 껴안은 프랑의 팔에 갑작스레 힘이 들어가며 숨 막히게 조이기 시작한다!

숨이 막혀서 캑캑거리며 프랑의 손을 두드리니 깜짝 놀라면서 내게서 황급히 떨어지고는 내 목에 난 빨간 자국을 보고 발을 동동 굴리다가 미호가 더욱 접근하는 기척에 잽싸게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기 시작했다.

프랑의 한껏 아쉬워하는 표정과 애액에 푹 젖은 팬티가 적갈색 원피스에 숨겨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까워서 침이 흐를 지경이다.

옷차림을 깔끔하게 정리하자마자 간발의 차이로 도착한 미호는 내 앞에서 둥둥 뜬 채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소리쳤다.

- 주인님~! 암흑이 어디써? 암흑이한테도 아이들 소개시켜줄래!

…이 눈치 없는 녀석 같으니…. 암흑이가 어디 있는지 알지만 가르쳐주기보단 지금 당장 엎드리게 만들어서 눈물을 쏙 뺄 만큼 궁디 팡팡을 해주고 싶은 욕구를 참고 있으려니 옆에서 프랑이 대신 대답해줬다.

“2층의 휴식실에서 쉬고 있을 거야.”

- 응! 근데 여기서 뭐 하려구 한 거야?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올려 답보면서 묻는 미호의 모습에 프랑은 숨길 수 없을 만큼 당황하면서 어버버거리는데, 곧이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프랑을 올려다보더니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 미호는 밖에서 야한 짓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무, 무슨 말 하는 거니?!”

- 프랑의 성기에서 주인님 향기가 마구 나는걸? 프랑이 자리 비울때마다 나는 냄새 때문에 코가 마비될 거 같단 말야.

딸꾹!

- 여기서 야한 짓 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 눈치챌 거야.

히끅딸꾹!

미호가 폭탄 발언을 하고 떠난 자리에서는 굳은 모습으로 딸꾹질을 하는 프랑만 남았다.

============================ 작품 후기 ============================

설정에 저택의 전면 구도 사진을 올렸습니다.

무슨 판매용 샘플 사진이던데... 구글링하다가 발견한걸 가져왔는데 저작권에는 안걸리...겠죠?

그나저나 3년전에 산 이코니아 탭 w500쓰는데 충전할때면 고스트 터치 현상때문에 죽겠네요;; 문서 작업에 특화된 좋은 노트북 아시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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