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00화 (400/517)

00400  누나와 단 둘이.  =========================================================================

내가 다른 종족을 찾아가는 이유는 별거 아니다. 내 모든 행동은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푸른 피부의 악마들을 찾는 게 목적이니까.

지금으로는 일단 찾기만 하자는 생각이지만… 잘하면 찾는 와중에 랑그 드란을 한번 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물론 백청을 통해 용왕한테 뒤통수를 살짝 맞은 덕분에 경계심을 가진 채라 신수라고 해서 무조건 믿지 않을 생각이지만, 적당한 대화와 거래를 통한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신수라고 다 인격적…이 아니라 신격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에 사비 종족에게 있어 용왕 아민-라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 알케마에게 물어봤다.

=그, 그것은….=

하지만 그 존재를 입에 담는 것조차 불경스러운 행동이라 생각하는 거 같기에 살살 구슬리면서 대답을 강요했더니 잔뜩 곤란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용왕께서는 직접 현신하시거나 목소리를 들려주신 지 무척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것은 구전과 몇 개의 글 줄기, 백청…의 전언뿐이지만 그것들로 유추해봤을 때, 공과 사가 명확하고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점을 보아 그분의 성격은 무척이나 그….=

“계산적이라고?”

=으…음. 필멸자의 옳고 그름을 그분은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듯했습니다.=

“자기중심적이고?”

=……관심이 가는 존재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약간의 호감을 비추는 것으로 보았을 때….=

“파격적이면서도 쫌생이라는거군.”

=서하 님…….=

울기직전이 된 모습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알케마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겪은 큰일 때문인지 처음 만났을때의 가볍고 순진한 성격은 거의 사라지고 어쩐지 물이 연상되는 성격이 되어있었는데, 내 폭력적인 단어 선정 때문인지 순진한 성격이 잠깐 다시 나온 거 같다.

“어쨌든 대답해줘서 고맙다. 저녁은 같이 먹지.”

쉘터쪽에서 매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걸 보니 저녁 식사 준비가 다된 거 같아 인근에서 좀 덩치가 있어 보이는 남미 수달처럼 생긴 상위 이형종 한 마리를 잡아 숨통을 끊고 독악이 앞에 던져줬다. 등에 정자를 짊어지고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고생했으니까.

“배고프면 그거 먹….”

덥썩. 우적. 우두둑, 콰직.

3m짜리를 던져줬는데 두어번의 입질로 씹어먹어 버리는 꼴이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너 사냥 나갈 생각이 없었다며? 배 안 고팠던 거 아냐?”

쿠쉬싱. 쿠헥.

그렇다고 잡아줬는데 입도 안 대는 것보단 낫지만… 시뻘건 피를 입가에 질질 흘리며 콰직, 우두둑거리면서 수달 이형종을 씹어먹는 녀석은 맛있다는 듯이 주둥이를 쫙 벌리고 크하아~ 하길래 그냥 잘 먹으면 그만이지 싶어 알케마를 뒤에 달고 쉘터로 걸음을 옮겼다.

알케마는 쉘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천장에 달린 LED 형광등의 밝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벽의 재질에 두 번 놀라고 전자 기기에 세 번 놀라더니 엉거주춤 서서 주변을 살펴본다. 아니, 키가 커서 그런 거였나?

주방에서 음식을 하던 누나는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주방에서 나오더니 키 2.8m의 리저드맨 처자를 보고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옷 더러워!”

=죄, 죄송….=

“당장 씻어! 몸도!”

=네엣!=

어렸을때 놀이터에서 옷 버리고 들어왔을 때랑 비슷한 반응이네. 누나의 호통에 허둥거리는 녀석을 욕실에 밀어 넣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니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이게….=

“꼼꼼하게 씻고 나와.=

컬쳐쇼크를 받은 얼굴로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에 넋이 나간 녀석을 두고 욕실에서 나오니 앙증맞은 하트 모양 앞치마를 걸치고 한 손에 나무 주걱을 든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케마는 뭐 먹니?”

“글쎄. 그냥 적당히 우리가 먹는 거 주면 되지 않을까? 못 먹으면 생고기 꺼내서 주고.”

“그럼 좀 더 많이 해야겠네.”

주방으로 들어가는 누나를 뒤따라가니 전기 렌지에 불을 켜고 돼지고기를 볶기 시작한다. 준비한 재료들을 보니 저녁은 김치 볶음밥이군!

“근데 밖에서 알케마랑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야?”

“별거 아냐. 알케마가 초거대 거북이를 섬기는 자들이 동쪽으로 향했다는 문서를 본 적 있고, 그자들을 메리아놀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

“그럼 다음은 메리아놀을 찾으러 가는 거구나? 거기 식초 좀 줘.”

“응. 그거랑 용왕 성격이 어떤지 물었었어.”

양파를 작게 깍둑썰기로 썰어놓고 김치를 꺼내더니 잘게 썰고 식초를 두 숟가락 집어넣는다. 그 뒤에 다른 프라이팬을 꺼내 파를 볶고 김치를 넣더니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서 다시 볶기 시작하자 침샘을 자극하는 새콤매콤한 냄새가 가득 피어오른다.

“어땠니?”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쫌생이.”

김치가 적당히 익기 시작하자 미리 볶아둔 돼지고기도 투하하고 간장도 조금 뿌리더니 다시 볶는 과정을 거친다.

“뭐니 그게. 신수 맞아?”

“맞지 않을까? 아, 내건 좀 맵게 해줘.”

“너무 맵게 먹으면 속에 안 좋아.”

“능력자가 고추냉이 먹고 속 뒤집어지는 소리 하지 마.”

“킥킥.”

3인분의 김치 볶음밥이 완성돼서 거실로 옮기려니 알케마도 샤워가 끝났는지 물기가 흥건한 모습으로 거실에 나와 있었다.

암컷으로써의 굴곡은 선명하지만, 유두나 음부가 보이지 않아 신기해서 공간 지각으로 쓱 훑어보니 유두가 비늘에 가려져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자궁도 조금 형태가 다르지만 존재하고 수유 기관도 있는 걸 보면 파충류는 아니고 포유류가 된 건가?

알쏭달쏭한 사비 종족의 육체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신경끄고 수건을 가져와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는 알케마에게 던져주니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이렇게나 가볍고 부드럽다니….=

“그걸로 물기 닦고 이리 와서 앉아.”

내 말에 황급히 몸에 묻은 물기를 닦은 알케마는 조심스레 테이블에 다가와 내가 앉은 모습을 보고 따라 주저앉는다.

“먹어봐. 먹어보고 못 먹겠다 싶으면 말해, 생고기 꺼내줄 테니까.”

=네에… 이, 이건 대체 무슨 맛이죠?!=

내가 건네준 수저로 볶음밥을 조심스레 한 입 먹어본 알케마는 눈을 부릅뜨더니 숟가락을 재게 놀려 볶음밥을 비워나간다. 하얀 비늘이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솟아있는 꼬리가 거실 바닥을 살랑거리는 모습이 왠지 재미있다.

=신기한 맛입니다. 씹히는 게 부드러운데도 강렬한 맛과 먹을수록 배가 뜨거워지는 게 대단합니다.=

“그게 매운 맛이라는 거야.”

=이게 매운맛이었군요…. 자료 저장실의 문서에서 본 적 있습니다.=

방금 뭔가 말이 안 되는 소리가 나온거 같은데… 문서에서 맛을 봤다고? 알케마는 볶음밥이 무척이나 맛있었는지 게 눈 감추듯 접시를 비워버리고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어 접시를 할짝거렸다.

“매운맛을 내는 조미료는 너희 종족에 없어?”

=저희 종족은 화식火食을 하지 않기에 다른 종족들이 음식을 조리할 때 쓰는 조미료는 쓰지 않습니다.=

“생식만 하면 맛이 되게 심심하겠네. 아, 그래서 루뱅을 먹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적지 않은 종류의 먹을 것을 섭렵해봤지만 이만큼이나 자극적인 맛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루뱅은 뭐야?”

황금색에 검은 반점 개구리는 아직 못 봤나? 나도 수저를 들면서 설명해주니 그제야 "아, 그 독개구리?"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밥을 다 먹은 알케마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잘 먹었다며 깍지끼고 공손히 고개를 숙인 뒤에 젖은 로브를 들고 쉘터를 나갔다.

현실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밥 다 먹었다고 먼저 나가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알케마는 식습관에서 외모까지 완전히 다른 이형종이니까 사람의 법도를 요구하는 것도 웃기지.

그것도 지금까지 이야기고 앞으로 나랑 같이 현실에서 살아야 하니 돌아가면 인간의 법도를 가르쳐야겠다.

알케마가 나가고 수저를 들어 누나가 신경 써서 만든 볶음밥을 함께 먹기 시작했다.

“음, 누나가 해주는 밥은 오랜만이네. 솜씨가 더 좋아진 거 같아.”

누나는 리저드맨같은 확연한 이형종에게도 자신의 음식 솜씨가 먹힌다는데 적잖이 기쁜 표정이었는데 나도 입에 발린 소리를 해주니 더 기분이 좋아진거 같다.

갑자기 잠에서 깨는 감각과 함께 눈이 저절로 떠졌다.

자는 중에 아무 징조도 없이 갑자기 깨는 경우는 능력자가 된 뒤로 한 번도 없었는데…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3시다.

“…어중간한 시간이네.”

완전히 잠이 깨버려서 다시 누워 자는 것도 내키지 않아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니 누나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거실의 창가에서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누나를 나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다가 어깨를 살짝 움츠리는 모습에서 퍼뜩 하고 정신을 차렸다.

한밤중이라 거실의 난방을 멈춰놔서 그런지 조금 서늘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누나는 얇은 잠옷을 입고 있었으니 나보다 더 쌀쌀하게 느껴질 거다.

어스름한 달빛에 조금 얇아 보이는 잠옷 너머로 육체의 실루엣이 보인다. 보일듯 말 듯한 그 느낌이 무척이나 선정적이라 다리 사이로 피가 몰릴 거 같아 황급히 마나 시브로 육체를 통제했다.

“안자고 뭐해?”

이대로 누날 훔쳐보는 것도 뭣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하면서 누나한테 다가가니 날 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응? 어쩐지 신기한 기분이라서 그냥 밖을 보고 있었어.”

“뭐가 신기한데?”

“여기가 내가 아는 그 위상 세계가 맞는 걸까 하는 기분?”

“뭐야 그게.”

누나 옆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니 사냥을 나갔던 녀석들이 되돌아와 옹기종기 모여 몸을 말고 잠을 자고 있는 게 보였다.

“보통 탐색을 나가는 팀은 갔다 오면 반 거지꼴에 잔뜩 신경이 곤두선 모습으로 돌아온단 말야.”

그러면서 잘 들으라는 듯이 내 손을 잡고 콕콕 잡아당기며 입을 연다.

“낮에는 어떤 이형종이 나타날지 모르니 잔뜩 주의를 기울이며 지형과 지물을 파악하고, 그러면서 밤에도 제대로 못 쉬고 번갈아가며 경계를 서고, 약한 이형종이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느닷없이 강력한 이형종이 나타나면 인명 피해까지 날 수 있으니 마음을 놓지 못해. 그걸 5일, 10일을 반복하면 아무리 신체 강화 능력자라 해도 지쳐.”

그러면서 내 곁에 살짝 붙어오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형 탐색 정보 정리를 시작하면서 타임 리버와 화랑의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며 다 봤지만 이렇게 편하고 쉽고 안전한 탐색은 들어보지 못했어.”

“전부 이 동생님이 잘나서 그런 거야.”

좀 가슴 두근거리는 상황이라 일부러 허세를 보이며 팔짱을 끼고 대답해주니 가지런히 서 있던 누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 웃으면서 말한다.

“킥. 정말 우리 동생 님, 참~ 잘나셨네요.”

장난스런 말투에 비해 표정은 조금 서글프게 변해있어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손을 잡더니 이리저리 조물조물 만지던 누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우울한 표정으로 손을 놓고 투명한 창문에 이마를 살짝 기댄다.

“그래. 서하 네가 가진 능력은 정말 대단한 거야.”

“…….”

“그러면서 능력을 과용하지도 않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씨에… 두 팔 사이에 들어온 이들을 내치지 못하는 상냥함도….”

거의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귀에 위상력을 집중해 청력을 높여 누나가 하는 말을 모두 들었더니 몸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다. 물론 누나 말처럼 내가 착하다는 건 아니지만 누나가 저렇게 봐주는 건 좋으니까 정정해주진 않았다.

근데 분위기가 왜 저러지? 잠시 누나의 기색을 살펴보다가 슬쩍 손을 뻗어 누나의 뒤통수를 꾹꾹 눌렀다.

“야! 뭐 하는 거야?!”

“오, 원래 누나로 돌아왔다.”

“요게….”

약오른 고양이처럼 손톱을 세우고 날 향해 아르릉거리던 누나는 이내 콧김을 킁 하고 뿜더니 이마를 슬슬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 있어? 위상 세계에 넘어올 때부터 좀 이상했던 거 같은데.”

모르는척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질문을 던지니 누나가 뭔지 모를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날 빤히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이상했는데?”

윽,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난 누나가 좋아. 엄마나 아빠도 좋아하지만 누나가 더 좋아.”

그리고 누나와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창 밖을 내다본다. 뮈르딘을 흉내 낸 동문서답이다. 그 뒤에 공간 지각으로 누나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봤다.

어? 입술을 달싹달싹 거리네. 우리가… 남…매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남매가 아니었다면?

“누난 우리가 남매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했을 건데?”

…아? 으아. 미친! 이걸 내가 왜 물었지? 물어서 어쩌겠다고!

반사적으로 물어본 내용에 당황해서 등에 식은땀이 주룩 하고 흐른다. 누나한테서 무슨 대답이 나올까. 대답에는 어떤 대답을 돌려줘야 할까. 누나도 놀란 표정으로 내 옆얼굴을 봤지만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두운 거실에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숨이 막힐듯한 정적이 밀려들고 누나의 작은 숨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힐 무렵 천하에 둘도 없을 바보짓을 후회하고 있는데 누나가 입을 열어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if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패배자,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바보들의 자기 위로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런 게 아니더라. if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 위한…. 마른 목에 바닷물을 마시는 행위였어.”

곧 끊어질 듯이 끊어지지 않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왜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걸까.

“너두 알고 있지? 내 마음….”

창문에 손을 살짝 올리고, 고개를 숙인 누나한테서 슬픔과 자괴감이 물씬 느껴진다.

“……응.”

내 대답을 들은 누나는 고개를 들어 눈물이 고여있는 떨리는 눈으로 애처롭게 날 올려다본다.

“나, 서하 니가 사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심 기뻤다?”

“누나….”

“친동생을 사랑한다니, 알려진다면 어느 나라라도 더럽다고, 징그럽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사촌 사이는… 아니잖아.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많은 나라가 사촌간의 결혼을 허용 중인걸?”

아무 말도 못 하고 누나를 보고 있으니 누나도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내가 미쳤구나 생각했었어. 그런데 니가 프랑이랑 화연이랑 사귀고… 아주머니까지 끌어들인 걸 보니 질투도 나고 화도 났어.”

누나의 입에서 영은이를 가리키는 단어가 나오자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내가, 내가 널 더 좋아했는데. 훨씬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는데….”

또르륵하고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보니 이성이 마비될 거 같다. 어떻게든 누나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반대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슬퍼할 엄마와 아빠의 얼굴도 아른거린다.

“엄마랑 아빠보다… 날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니? 그런데, 그런데….”

“…….”

“가슴도, 아파….”

가슴을 꾸욱 누르며 눈물을 흘리는 누나를 홀린 듯이 끌어안았다. 누나는 내 예상보다 더 오래 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그 마음을 담아둔 상자를 억누르고 있던 것은 친남매라는 단어였는데, 내가 나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근본을 알게 된 날 누나의 마음이 그동안 억눌려져 온 만큼 반발력을 가지고 쏟아져나와 누나의 마음을 가득 물들여버린 거다.

본능은 이대로 누나를 침실로 가서 안으라고 작게 속삭이지만, 이성은 더 큰 목소리로 이래서는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냈지만 나도 알 수 있을 만큼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러면, 엄마랑 아빠가 알게 됐을 때 크게 실망하실 거야.”

“알아… 하지만 난 더는 마음을 숨길 자신이 없어….”

그러면서 누나는 기습적으로 내 입술을 포개왔다. 누나의 조그만 입술에서는… 슬픔의 짠맛이 났다.

============================ 작품 후기 ============================

400회지만 아무것도 없어요 ㅠㅠ 언제나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 감사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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