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96화 (396/517)

00396  누나와 단 둘이.  =========================================================================

위상 세계로 들어온 이후부터 누나는 계속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 등에 업혀 가는 도중에도 그랑 블루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는데 몇몇 사원들의 연애 행각이나 박지웅 보스의 공처가 기질, 알고 보니 혜령이 이모가 사디스트적인 성격이었다거나(낮져밤이?), 같은 팀 소속의 능력자들이 눈이 맞아 커플로 발전한다는 자잘한 것들을 재잘거렸다.

물론 누나는 이야기 솜씨도 수준급이라 평범한 일상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상하게 재밌게 느껴져 맞장구쳐주면서 듣다가 목이 말라보이면 아공간에서 음료수도 꺼내주면서 공간 도약을 해나갔다.

그러다 연속된 공간 도약에 속이 뒤집혀서 헛구역질하는 누나를 놀리기도 하고 파도같이 특이하게 생긴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바닷속 산과 산 사이에 물살이 강해져 생긴 소용돌이가 멋지다며 호들갑을 떠는 누나의 이마를 짚어보다가 정강이를 까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도 지루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간 도약으로 이동하다 심심해지면 공간의 벽을 밟고 달리기를 보여달라며 날 보채기도 하고 내 뺨을 콕콕 찌르고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치기도 하는 등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모습은 좀 정신 사납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까불거리는 건 누나답지 않은데 말이야.

조금 누나의 정신 상태가 걱정됐지만 누나 말대로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약간 맛이 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속으로만.

“방금 실례되는 생각 했지?!”

“엉?! 아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등에 업혀있던 누나가 옆구리를 세게 꼬집고 뺨을 잡아당기며 추궁해왔지만, 이 귀신도 울고 갈 눈치에 진저리를 치면서 극렬하게 부정했다. 아니, 생각만 했는데 그걸 어떻게 눈치챈 거야 진짜?

“으… 서하야. 잠만 멈춰봐. 우에엑….”

“또야?”

“우으. 소, 속이… 우웁.”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고 그 위에 내려서니 누나는 쓰러지듯이 내 등에서 내려와 철푸덕 엎어져 버린다. 이번에는 간격에 되게 여유 있게 썼는데.

계속해서 공간 도약을 해나가니 신체 강화가 아닌 속성타입인 누나는 좀 버티기 힘든가 보다.

“우웨엑. 그, 그만둬. 웩!”

“차라리 토해버려. 그게 속이 편해.”

조금 힘을 줘서 누나의 등을 두드려주니 손을 휘저어서 날 밀어내려 하다 결국 반쯤 소화돼다만 음식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속에 든 것을 모두 게워낸 누나는 귀밑까지 빨개진 얼굴로 물을 만들어내서 씻고 입도 헹구면서 날 노려봤다. 그리고 다 씻자마자 나한테 물구슬을 날려대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 말랬는데 왜 두드린 거야!?”

“그래도 속은 편해졌잖아?”

“그치만!”

“그치만이고 저치만이고 계속 이러면 탐색을 시작할 시간이 계속 늦춰진다고.”

날아드는 물구슬을 사고 가속과 신체 강화로 요리조리 피하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니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떠는 게 어지간히 약이 오르나 보다.

그러든가 말든가 그동안 얼마나 왔는지 확인해보니 벨티칼 산이 있던 곳까지 500km 정도 남은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그냥 달려가도 얼마 안 걸리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의 색이 점점 진해져 가는 게 또 비가 내릴 거 같아 누나한테 등을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말했다.

“자, 업혀.”

“…….”

“도약 안 하고 그냥 뛰어갈 테니까 얼른 업혀. 비 오기 전에 벨티칼 산에 도착해서 수색해 야해.”

“으으.”

이제는 울상을 지으면서 머뭇거리는 누날 보고 있으려니 참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누나한테 다가가서 흠칫 움츠러드는 누나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고 몸을 날렸다.

가능한 흔들리지 않게 몸의 중심과 균형을 누나한테 맞추면서 가볍게 달리듯 나아가니 누나도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껴안아온다.

“이러면 괜찮아?”

“…응.”

괜한 말은 아니었는지 확실히 표정이 편해지는 거 같다. 거기다 묘하게 누나의 체온이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신경 쓰면 안될 거 같아 누나한테 꼭 잡으라고 하고 조금 더 속력을 올렸다.

속도를 낸 지 1시간 만에 벨티칼 산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니 누나는 탄성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높이의 흙산에 매료된 표정으로 정신없이 무너진 벨티칼 산을 인증기로 사진을 찍어댄다.

“정말 크다…. 이 높이에서도 산꼭대기를 올려다봐야 해!”

무너져 피라미드 형태가 되어버린 벨티칼 산을 보며 감탄을 흘리는 누나한테 원래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원래 벨티칼 산은 표고가 50km에 가까웠어. 저건 지금 무너져서 저런 꼴인 거고.”

“아, 어쩐지 표면이 흙이랑 바위로 뒤덮여있더라. 바로 수색 시작할 거야?”

엥? 생각보다 안 놀라네.

“응. 그런데 다 죽었을 게 뻔한데 수색이 필요할까 모르겠네.”

“아마도 많은 숫자가 살아있을걸?”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누나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누르면서 "음~."하더니 알기 쉽게끔 간단히 설명해준다.

“토사에 매몰된 사람이 죽는 가장 큰 이유는 호흡곤란이야. 물론 쓸려 내리는 산사태와 흙의 무게도 무섭긴 하지만 일점에 집중되는 무게가 아니라 빗면을 따라 쓸어져 내리는 작용이라 그 정도는 이형종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그래서?”

“저 산에 살던 건 도마뱀 계통의 이형종이라며? 도마뱀붙이 이형종의 사체를 분석해본 연구원들 말에 따르면 도마뱀 이형종들 대부분은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체질이래.”

“토사에 파묻혔어도 가사상태로 버틸 수 있단 말이야?”

“그럴걸?”

그럼 사비 종족도 꽤 많이 살아남아있겠네.

“잠깐.”

문득 중요한 한 가지가 뇌리를 치고 지나가는 느낌에 황급히 정신 조작 용량을 체크했다.

…고위 아종들도 살아남아있잖아?! 어떻게??

백청과 마지막으로 싸우기 직전에는 총량의 80%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55%까지 줄어들어 있다.

암흑이가 혼자 3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고 고위 아종 36마리와 몇마리의 사비 종족을 정신 조작으로 지배하는 걸로 50%를 더 사용했으니 25%라면 대충,18마리 정도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높이의 붕괴하는 산에서 고위 아종이 절반이나 살아남았다는게 진짜 놀라울 정도지만, 어떻게 살아남은지 궁금했다. 거기다 최악인 상황에서 고위 아종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사비 종족이 산사태에서 많이 살아있거라는 누나의 의견에 힘을 보탠다.

…그런데 내가 그것들을 구조해 줄 이유가 있나? 사비 종족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좋은 이미지를 받은 적은 없는데.

아니, 오히려 놈들이 백청을 살리려고 한 짓 때문에 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무너지는 산에서 매몰될 뻔한 그땐 얼마나 식겁했는데. 그 느낌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빨이 갈린다.

“서하야.”

내 표정이 안 좋았는지 누나가 내 손을 잡고 손등을 살살 쓸어주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달래준다.

“괜찮아, 사비 종족을 구해주지 않아도. 그들이 당한 일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한 결과잖아?”

“…의외네. 누나라면 사비 종족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들의 행동 때문에 내 동생을 하마터면 영영 못 볼 뻔 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음! 하여튼 넌 마음 부담 같은 건 가지지 말구 하고 싶은 대로 해.”

“알았어.”

누나가 내 편을 들어주면서 어르고 달래준 덕분에 머릿속에 빡 돌았던 분노가 사라지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있게 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누나의 의도는 아마도 내가 감정에 휩쓸려 함부로 판단을 내렸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준 거겠지.

그러니까 나는….

지하와 연결된 싱크홀에서 펑펑 치솟아 오르는 막대한 양의 물줄기 근처를 뒤져서 반쯤 죽어가던 고위 아종들 중 상처가 심각한 것들부터 차례대로 파내기 시작했다.

공간 지각 덕분에 녀석들의 위상력을 캐치하기 쉬워서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놈들에게는 내 공간 지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만큼 묻혀있던 게 행운이었겠지.

평범한 땅속이었다면 1km든 2km든 묻혔다는 사실 자체로 지열이나 압력에 진작에 죽었겠지만 벨티칼 산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흙더미에 깔린 덕분에 말 그대로 천운이 트인 녀석들이다.

하나씩 파내서 치료해주고 줄줄이 세워놓고 있으니 누나가 능력으로 물을 끌어와서 흙투성이에 피투성이인 녀석들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죽다 살아난 녀석들은 예민해져있었는지 처음 보는 생물이 접근하려하니 적으로 판단해 공격하려 했다. 물론 누날 공격하려한 놈들을 뒤지게 패버렸더니 그뒤에 정신을 차리고 상황도 파악했는지 넙죽 엎드려 누나 말에 철저하게 복종했다.

호박색 공간의 벽으로 흙을 치우고 파묻혀있던 17번째 녀석을 꺼내보니 생선… 숭어의 몸과 꼬리에 두꺼비의 머리와 팔다리가 붙어있는 녀석이었다. 놈은 등허리가 터져나가 있었는데 그걸 회복시켜주니 기쁘다는 듯이 꾸엉거리며 내게 친근감을 표시한다.

“저리 가 있어.”

꾸어엉.

내게 몸을 비비적거리려던 4m에 달하는 녀석의 콧잔등을 두드려주니 두꺼비 특유의 가로로 찢어진 눈동자를 혓바닥으로 닦으며 살아남은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엉금엉금 기어간다.

“양서류…도 아니고 생선도 아니고… 혼란하다 혼란해.”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을 조작해서 녀석을 씻겨주던 누나는 익숙해졌는지 표정을 고치고 내게 다가왔다.

내가 구출하는 이형종들을 보며 그다지 좋지 못한 표정을 짓던 누나는 어째서냐면서 물었다.

“왜 이런 애들만 정신 조작을 건 거야? 너 파충류 좋아했어?”

“미쳤어? 이 근처는 이런 녀석들뿐이라 그런 거야. 나도 미끄덩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내 이야기를 들었는지 시무룩해진 고위 아종들한테 누나를 지키라고 명령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묻혀있는 녀석을 향해 이동했다.

상태가 안 좋은 녀석들부터 먼저 구하다 보니 가장 처음 구했던 하얀색에 검은색이 점점이 박혀있던 개구리는 몸의 2/3가 완전히 짓뭉개져서 내장이 터져 나온 채 겨우겨우 숨이 붙어있었다. 10분만 늦었거나 녀석이 신체 강화 타입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상처였다.

그리고… 어째서 녀석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대강 이해되는게, 살아남은 녀석들은 대게가 신체강화 타입이었다.

죽은 놈들은 속성 타입이 대부분이었고 두마리 정도가 신체 강화 타입이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속성 타입 중 대지나 바람 속성이 많이 살아남았으며 물 속성도 한마리가 살아남아있었다.

그러니 신체 강화 타입은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추락시에 이런 저런 바위나 흙더미들을 발판삼아 충격을 감소시켰을거라 짐작되고 바람은 뭐 날아서 도망치지 못한게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대지나 물 속성은 나도 어떻게 살아남은지 궁금하다.

“대지는 허공에 흙을 모아 스스로 발판을 만들었지 않았을까? 물은... 물속성은 해외에서 어떤 물 속성 능력자가 2km 높이에서 살아남은 사건이 있어. 스카이 다이빙을 했는데 낙하산이 고장이다나? 그때 물을 있는대로 생성해서 온 몸에 최대한 집중시켜 살아남았다던데 저 아이도 그랬을거 같아.”

“헤에. 그런거도 가능하구나.”

“거의 죽을뻔한데다 같이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던 사람이 회복 능력자가 아니었으면 죽었을거래.”

누나의 설명을 들으며 마지막인 15번째 녀석으로 이동했다. 정신 조작 용량은 18마리에서 19마리분인데 15마리 밖에 없는걸 보면 3마리 정도는 용케 매몰되지 않고 어디론가 도망간거라 판단된다.

그 놈들은 어떻게 찾아야하려나. 아무튼 15번째 고위 아종은 상처하나 없이 멀쩡한 걸로 감지되는 7m짜리 악어였다. 갑옷처럼 우둘투둘한 비늘이 솟아나 있는 녀석.

뭐라고 해야 할까, 녀석은 역시나 독악이었는데 악어도 겨울잠을 자는 것인지 생체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데 비해 위상력만은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저 상태로 구조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죽는 길 밖에 안 보인다.

위상력을 소비해서 몸 상태를 유지하다가 위상력이 바닥나면 뭐 죽는 거지.

어쨌든 공간 지각으로 대충 확인을 마무리하고 녀석도 땅속에서 뽑아 올리니 꿈틀거리다가 눈을 뜨고 날 보더니 입을 다문 채 크슝! 하고 콧김을 뿜어낸다.

“어머.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 맞니? 근데 크기나 비늘 형태나 독 분비물이 색이 다른걸.”

“맞아. 아종으로 진화시켜서 그래.”

“아, 그럼 저 애들도 전부 진화시킨…어머?!”

독악이는 잠시 누날 바라봤지만 금세 나한테 고개를 돌리더니 주둥이를 쫙 벌렸는데, 독악이의 혓바닥 위에는 축 늘어진 알케마가 있었다. 독악이는 '나 잘했지?' 하는 눈빛으로 혀를 내밀어 알케마를 밖으로 툭 떨어트렸는데, 척 봐도 침에 포함된 독에 중독되서 숨넘어가기 직전이라 우선 힐링 웨이브부터 쏘아냈다.

힐링 웨이브가 독에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죽으면 뭐 녀석의 운도 거기까지인 거지. 하지만 아직 죽을 때는 아니었는지 알케마는 흠칫하고 몸을 꿈틀거리더니 =으으.=하고 신음을 흘린다.

정신을 차린 알케마는 벨티칼 산이 통째로 무너졌단 이야기에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냈다.

=신산이 무너졌다니! 그런 불경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태초부터 있어온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우리 종족의 성지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못해요!=

알케마는 버럭버럭하면서 거짓이라고, 그런 건 나쁜 짓이라고 날 혼내려 들었다. 그 표정에서 정말로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리저드 맨인데 표정이 보여….”

어째서 도마뱀의 감정을 알 수 있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누나를 냅두고 날 혼내려드는 알케마에게 정색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내가 너 따위한테 거짓말을 해서 어떤 이득이 있다고? 너희들에게야 귀중하고 소중한 성역이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좀 큰 산일 뿐인데.”

=으, 읏?=

“눈알이 제대로 박혀있으면 주변을 둘러봐라. 어떤 꼴이 되어있는지.”

=……!!=

그제서야 알케마는 당황하고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휙휙 돌아본다. 그러다가 바람을 일으켜 몸을 띄워 올려 사방을 둘러본다.

=아아. 아아아…. 안돼. 안돼…!!!=

그 옆을 따라 올라가서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쳐 내려서자마자 알케마는 숨 막히는 절규를 지르며 절망하고 또 절망한 모습으로 공간의 벽 위에 철푸덕 하고 주저앉았다.

꿈쩍도 안 하고 탁해진 눈동자로 토사에 뒤덮인 대지를 단지 바라보기만 하는 녀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러는 중에도 녀석의 동족이 죽어 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한숨 소리에 고개를 바짝 쳐든 녀석은 날 보며 원망이 스며든 눈빛으로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 이렇게 된 거죠? 왜?=

“이게 전부 네놈들이 좋아하던 백청이란 놈이 저지른 일이라고.”

=그 말은 당신이 백청 님을 죽이려 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말이잖아요!!=

어처구니없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소중한 걸 잃어버려서 분노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한테 그런 생각 없는 반응을 보이면 안 되지.

“니 말은 내가 백청한테 얌전히 죽었어야 했다는 걸로 들리는데?”

=아… 으으. 으으으.”

좀 화나기도 하고 해서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기를 일으키니 마나 시브가 멋대로 움직이며 알케마의 심령을 압박해나간다. 아무런 방어대책도 없이 TP가 가미된 살기에 노출된 알케마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독악이가 널 살려줬을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차피 네 동족을 살리려고 했던 터라 넘어가려 했는데… 네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네 동족도 보일 반응이 눈에 선하군. 그냥 구해주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 아아! 헤, 헤뷜트가…!=

헐. 벨티칼 산이 무너졌다는데 정신이 팔려서 자기 동족들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거야? 내 이야기를 들은 알케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공포심을 이겨내고 공간의 벽 가장자리로 기어가길래 잽싸게 녀석의 꼬리를 잡아당겼다.

“여긴 지상에서 2km 지점이라고. 니가 바람을 다룬다고 해도 지금 정신 머리에 추락했다간 멀쩡할 순 없을 테니 조심하지?”

=서하 님! 제발, 제발 저희를 구해주세요!!=

내게 꼬리를 잡힌 알케마는 내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다리에 달라붙어 날 올려다보며 필사적으로 부탁해온다.

=서하 님이시라면 구해주실 수 있으신 거죠?! 부탁드려요! 제발요!!=

“너희 종족을 구해줘 봤자 난 얻을게….”

=드릴게요!=

“엉?”

=제 모든 것을 드릴 테니 제발 도와주세요…!=

모든 거라니, 니가 그렇게 가치있는 녀석이냐고 쏘아주려했지만…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혼재된 모습으로 마음마저 꺾인채 눈물을 보이며 내 앞에 머리를 조아리길래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하인이 더 필요해?”

“집 지키는 개가 필요해서. 독악이 저걸 현실에 데려가서 경비견 대신으로 쓸까 생각도 해봤지만, 피부에 흐르는 독 때문에 안될 거 같으니까….”

“돼.”

“…뭐가 돼?”

“독악이의 피부에 흐르는 독은 체내의 독주머니에서 나온 독이 몸 안의 혈관을 타고 돌면서 체내의 불순물을 걸러 피부로 배출하는 거거든? 저건 12시간마다 한 번씩 배출하는데 그때 배출되는 분비물을 정제하면 세포 변이의 치료제가 되는 거야. 쉬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게 아냐.”

어, 그러니까….

“12시간마다 한 번씩 씻겨주면 괜찮다는 뜻이네?”

“응. 문제는 아종으로 진화해서 독의 성분이 어떻게 변했냐는 거랑 똑같이 12시간마다 한 번씩 배출하는지가 중요한데 그건 연구소에 연구감으로 던져주면 될 일이니까.”

“그럼 독악이랑 저거랑 같이 데려가서 독악이 관리로 묶어놓으면 되겠군.”

“그렇게 해.”

사실 알케마를 하인으로 받아들여 봤자 별로 쓰일 데가 없을 거 같아 거절하려고 했다. 아, 물론 사비 종족은 구해주기로 진작에 마음먹었었고.

하지만 스스로 복종을 맹세해온 녀석이니 히아리드나 미호, 암흑이처럼 뛰어난 능력이 없다고 해도 데리고 있다 보면 쓸 곳이야 생기겠지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더위 처먹고 실수로 내용을 수정한다는게 삭제해버려 다시 등록합니다. 착오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우체국곰돌이님, 군대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아래는 달아주신 코멘트들입니다.

전후좌우상하 2016-08-16 16:55 new

진짜 작가님 말에 공감 최고의 군생활 방법은 클로킹입니다.

Arkaze 2016-08-16 16:46 new

성실하면 말년에도 삽질합니다. 전역 2주전까지도 행보관과 작업한 당사자의 경험담입니다.

aSKnE(작가) 2016-08-16 14:10 new

풀손님 // 어우 지적 감사합니다 ㅠㅠ 듣고보니 너무 개연성없이 넘겨버렸네여... 추가설명을 보충했어영!

난누구?? 2016-08-16 13:55 new

후기보고 추천누름ㅋㅋ

stevenji 2016-08-16 13:13 new

크으 소제목 부터가 누나와 단둘이 ㅅㅅ이라니 음란하다 음란해

리시트 2016-08-16 12:32 new

허허 이 더운날 훈련소라니

우체국곰돌이 2016-08-16 11:18 new

이제 2시에 가는데 ㅋㅋㅋㅋ 가기전에 원고료 쿠폰 투척 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Kalon 2016-08-16 10:56 new

경비악어..... 물리면 끝난다는 악어가 경비라니.....

풀손님 2016-08-16 10:33 new

산사태와 흙의 무게는 이길지라도.. 50km에서 떨어지는 충격량은 팔아치운건가요?? 거리가 멀면 토사에 휩쓸렸다는 상황설정도 이해하겠지만 산에 붙어있는 마을 아니였나요?? 도마뱀한테 2km에서 떨어지면 무사하지 못할꺼라고 말하는거랑 괴리감 ㄷㄷㄷ

데스카인 2016-08-16 08:09 new

인정 군대 전역한 예비군1년차임 일병때부터 상병5호봉 까지 열심히 일하고 그뒤론 쉴려 하는데 뭐만 하면 행정반에서 방송으로 나만 부르지 ㅋㅋ 병장 2호봉 그러니 말년 휴가 가기전 까지 작업등 하고 전역함 적당히가 좋음

이엑제이 2016-08-16 07:05 new

군대는 있는듯 없는듯ㅋ 없어도 모르고 있어도 모르는 그런게 재일 편함

MokuMoku 2016-08-16 03:34 new

오 아거 살아있다

진타 2016-08-16 03:12 new

핸드폰 충전기 꼽은상태로 조아라 보는데 충전꼽는곳에서 불난 ㅁㅊ

FATE페이트 2016-08-16 02:58 new

있는듯 잆는듯 다크템플러로 전직

ppk12 2016-08-16 02:36 new

햩 야한 도마뱀일세!

샤프라닉스 2016-08-16 02:31 new

음란한 아르고니안 메이드...

아임라인 2016-08-16 01:31 new

현재진행형군인으로써 정말 동감됩니다...

있는듯없는듯..

도그드림 2016-08-16 01:25 new

군대에서다치면다니잘못이다 상급자는나몰라라해 몸사려라

코모에 2016-08-16 01:22 new

군대라니ㅜㅜㅜ

프리워커 2016-08-16 00:42 new

쿠폰 투척

이열 2016-08-16 00:41 new

잘보고갑니다. 서드

디마프 2016-08-16 00:01 new

잘보고 갑니다.

Damaoka 2016-08-16 00:00 new

@또 다른 하인 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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