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3 디버프debuff =========================================================================
오두막집 앞에 앉아 얻어맞은 곳을 어루만지고 있으려니 재킷 안주머니에서 암흑이가 기어 나오며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을 보였다.
=주인님 괜찮으세여?=
“어. 넌 맞은 데 없어?”
=그 인간이 제가 있는 부분만 피해서 때려서 전 괜찮아여.=
…그러냐.
“아까 찔린 덴?”
맑은 물이 모여 만들어진 것 같은 몸을 살펴보니 찌그러지거나 패인 곳은 없는 거 같은데. 암흑이는 자기 배를 내려다보면서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찔리고 났더니 위상력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어여.=
“응? 그래?”
손을 뻗어 내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암흑 이를 들어보니 확실히 흐물흐물한 젤리 같던 몸에 약간씩 탄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뮈르딘이 손을 봐준 건가? 괜히 찌른 게 아니었군.
녀석의 반투명한 몸을 만지작거리니 자꾸 상념이 떠오른다. …뮈르딘을 이제 못 볼 거 같다는 예감이 계속 상기되서 가슴이 먹먹하고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이렇게 반강제로 쫓겨나서 그런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 뮈르딘 할배의 성질이면 "이런 개코같은 녀석! 두 번 다시 오지 마라!!"라고 하지 이런 식으로 쫓아내서 못 오게 만들진 않았을 테니까. 응.
손에 쥐고 있는 암흑 이를 무의식적으로 주물럭거리면서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더니 녀석이 간지럽다며 발버둥치는 것에 생각이 끊겨서 녀석을 나무 계단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때문에 이런 예감이 드는 걸까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해보니… 아까 날 두드려 팰 때 잠깐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모건을 납치한다고 했을 때였지? 경계가 무너진다든가 하는 이상한 말을 했다가 바로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그 뒤로 완전히 빡쳐서 날 두드려 팼었고.
이거 외엔 짐작이 가는 게 없다. 그러니 뭔가 실수로 계약을 어겼다거나 그런 거 아냐? 내가 용왕이랑 약속한 마탄, 마포를 쓰지 않기로 약속한 거 같은 거.
괜히 나 때문에 뮈르딘이 피해를 본 건 아닐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뮈르딘이 공간 이동까지 쓰면서 여기로 보냈는데 카멜롯을 다시 찾아가는 것도 좀….
“…선물로 줄 만한 술이랑 와인 같은 거하고 과자를 좀 더 챙겨서 다음에 다시 와봐야겠다.”
결국, 다시 찾아가는 건 포기하고 통나무 계단 위에 퍼질러 앉아있는 암흑이를 재킷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현실로 넘어왔다.
키가 큰 수목림들 사이에서 현실로 돌아오니 동쪽 하늘에 새벽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
“…프랑 어딨어?”
티피 안에 있어야 할 프링이 없다.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불안감이 훅하고 치고 들어온다. 티피에서 뛰쳐나와서 공간 지각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니, 키가 40m인데 공간 지각이 아니라 눈에 보여야지! 그 몸으로 어디에 숨는다고…!
=주인님.=
하늘로 뛰어올라 세로 폭이 3.6km나 되는 저택 부지를 전부 훑었지만, 프랑이 보이지 않는다. 확실하게 프랑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자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으며 오만 나쁜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주인님~.=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티피로 돌아와 주변의 바닥을 공간 지각으로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비록 위상력은 봉인 당했지만 프랑에게는 뛰어난 기술과 키 40m라는 체급이 있다. 부피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위상력의 유무도 차이가 별로 없었잖아. 그건 미호와 프랑의 대련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그러니 만약 프랑의 납치 시도가 있었다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처럼 잔디가 깔끔하게 존재할 리가 없는데. 아씨 어떻게 된 거지.
=주인님!!=
“주인님 지금 바쁘다! 방해하면 혼나!”
아직 잔디가 깔리지 않곳에 세워진 티피 근처에는 커다란 맨발 자국이 이리저리 나 있었는데, 최근에 생긴 것 같은 발자국을 추적해보니 티피에서 나와 티피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트레일러 캠핑카 근처로 가서 옆에 쪼그려 앉은 걸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다른 발자국들보다 깊이가 깊어.
그런데… 여기서 발자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떻게?
어림잡아 700톤 가까이 될 프랑을 어떻게 데려간 거지? 설마 프랑이 자발적으로 따라간 건가? 그렇다고 해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가 있는 건가?
=아 진짜. 주인님~!=
아 진짜. 이 녀석 왜 이렇게 자꾸…!
=프랑 마님 찾으시는 거 아녜여? 프랑 마님은 빌딩 집에 있는데?=
“…뭐? 그걸 어떻게 알아?”
불안하고 초조함에 짜증이 폭발하려는 찰나 암흑이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흠칫 놀라면서 물었더니 안주머니에서 꼬물꼬물 기어 나온 녀석은 내 목에 찰싹 달라붙으면서 빌딩 펜트하우스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 집이 있는 방향에 익숙한 위상력 세 개가 느껴져여.=
세 개면… 영은이랑 프랑이랑 미호인가?
“너, 위상력 감지 못한다고… 아, 능력이 이제 조금 풀린 거야?”
=뉑.=
잘했다고 암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바로 공간의 벽을 펼쳐서 뛰어올랐다.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이 이토록 길었던 적은 처음인 거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벌렁거리는 걸 애써 가라앉히며 40층 펜트하우스의 발코니에 내려앉으니 불을 환히 밝혀놓은 거실에 티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내 심장을 공격했던 원인도 영은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머? 우리 서하 왔구나~!”
내 인기척이라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본 영은이가 길다란 말총머리를 팔랑거리며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과 따스하고 달콤한 체리 향기가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응. 다녀왔어.”
“으윽~. 아하하.”
영은이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자 숨 막히는 소릴 내며 웃는 영은이의 뒤를 이어 프랑도 예쁜 눈웃음을 보이며 다가왔는데 저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모습을 보니 살짝 화가 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녀오셨어요? 예상보다 일찍 오셨네요?”
키가 2m까지 줄어든 프랑은 히라이드가 입고 다니던 등이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약간 큰지 허리 보조개와 Y자 형태로 이루어지는 엉덩이골이 살짝 보이는 게 굉장히 에로하다.
=마님들 방가!=
안주머니 속에 있던 암흑이도 집에 도착하자 바로 튀어나와서는 프랑과 영은이한테 손을 붕붕 휘저으면서 인사하고 자기 방에서 쿨쿨 자는 미호에게 뛰어가 버렸다.
도도도 뛰어가는 암흑이의 뒷모습을 보던 영은이가 약간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정말 색이 변했네? 거기다 성격까지 바뀐 거 같지 않니?”
“으응? 말투가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있지만, 성격도…?”
“성격이나 말투가 바껴도 암흑이는 암흑이야. 그보다 프랑은 어떻게 된 거야? 소인화 쓴 거 맞지? 위상력이 봉인됐는데 어떻게 쓴 거야?”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고 물었더니 영은이가 짓궂은 얼굴로 프랑의 아름다운 등 라인을 야릇한 손놀림으로 쓰윽 훑는다.
“히익?!”
“이 반응 좀 보렴. 정말 야하기 짝이 없는 몸뚱이 아니니? 이런 몸을 가지고 우리 앞에서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청순한 아가씨인 척해온 거야!”
“으윽!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거얏!”
소름 돋는다는 표정으로 부르르 떨던 프랑은 약간 화가 나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영은이의 손목을 잡아채 가는데…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동문서답을 하는 이유를 몰라 영은이를 멀뚱거리며 바라보자 가벼운 몸놀림으로 프랑의 손놀림을 피해 거실로 들어서며 악동처럼 히죽 웃었다.
“일을 마치고 캠핑 트레일러로 퇴근했더니 글쎄, 프랑이 트레일러 옆에서 쪼그려 앉아서 풀죽은 표정을 하고 있지 뭐니? 그래서 왜 그렇게 풀이 죽어있냐고 물어봤는데 나온 대답이 어땠는지 알아?”
“어땠는데?”
“여, 영은! 하지 마! 하면 안 돼!”
“가만히 있어! 서하가 궁금해하잖니!”
빨개진 얼굴로 뒤쫓아와 영은 이의 입을 막으려 하던 프랑은 등에서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살과 살이 부딪치며 발생시키는 짜릿한 고통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배배꼬는 프랑을 앞으로 살짝 밀어 넘어트린 영은이는 프랑의 등 한복판에 찍힌 빨간 손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 "이제 겨우 서하와 스킨십이 가능해졌는데 또다시 거인으로 지내야 하니 너무 슬퍼. 눈물이 날 거 같아." 라는 거야! 게다가!”
“게다가?”
“꺄악~!”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드는 프랑을 영은이는 힘으로 억누르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위상 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면서 "거의 한 달 만에 서하가 날 안아줬는데 또 이렇게 커져 버리면 저주가 풀릴 때까지 다시 안길 수 없잖아."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지 뭐니!”
“으으!”
“앗! 아야, 꼬집지 마!”
그…랬어? 부끄러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영은이에게 꼬집기를 시전하는 프랑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난다.
헤죽거리면서 웃고 있으니 프랑은 나랑 얼굴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영은이를 원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영은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 모습은 어떻게 된 거야? 위상력이 봉인됐는데 어떻게 소인화를 쓴 건데?”
“혹시 모르니까,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한번 써보라고 했었지?”
“난 또… 돌아왔는데 티피에 있어야 할 프랑이 안 보여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걱정했잖아.”
창피함에 말도 못하는 프랑과 짓궂게 웃으면서 그런 프랑을 놀리는 영은이의 허리를 안고 소파로 가서 앉으니 겨우 진정한 프랑이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미안해했다.
“위상력이 봉인됐지만 어째서인지 소인화의 비술을 쓰니 TP가 약간 감소하면서 발동되었어요. 미안해요. 이렇게 일찍 올 줄 알았으면 캠핑 트레일러에 되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아냐. 괜찮아. 조금 놀라긴 했지만 금방 집에 있는 걸 알았으니까.”
프랑의 드러난 엉덩이골에 손을 집어넣고 예민한 곳을 살짝 어루만지니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배배꼬기 시작한다.
“그래서 뮈르딘을 만나러 간 건 잘 해결됐니?”
“응.”
그녀들에게 뮈르딘과 나눈 대화를 들려주기 시작하니 꺅꺅거리는 분위기는 금방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에 집중한다.
“흐음. 천 가지에 능한 힘이라? 천능에서 만능으로 이어지고 그 길의 끝은 전능全能인가?”
“전능이라니, 내가 무슨 신이라도 된다는 이야기야? 아무튼, 내 마나 시브는 위상력을 움직이는 능력이니까 프랑의 몸 안에 굳은 위상력을 내가 움직여줌으로 저주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거 같아. 어떻게 생각해?”
“저도 그런 거 같아요.”
“그럼 바로 시험해보자.”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자고있는 미호와 암흑이를 내버려 두고 프랑과 영은이만 데리고 신촌동으로 이동했다.
아까보다 확연히 밝아졌지만, 여전히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프랑과 마주 앉아 그녀의 맨허리에 손을 대고 공간 지각으로 프랑의 위상력을 꼼꼼히 확인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포들처럼 여러 개의 덩어리로 분리된 위상력과 그 위상력 덩어리들의 사이, 비좁고 뻑뻑한 통로를 그야말로 미약한 위상력이 겨우겨우 움직이고 있는 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천천히 프랑의 굳어버린 위상력을 움직이겠다고 의식을 집중하니 프랑이 몸을 살짝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으, 아…? 흐.”
움직이라는 위상력은 안 움직이고 프랑이 꼼질 거리는 상황에 움직이지 말고 참으라고 나지막이 말하고 조금 더 강하게 의식을 집중했다.
움직여!
“흣…!!”
내 의지에 따라 위상력이 한번 출렁하더니 솜사탕처럼 부드럽던 프랑의 몸이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는다.
일단 움직이는 건 확인했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저 위상력을 가두고 있는 막을 찔러 터트려보기로 했다.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뾰족한 바늘 형태로 만들어 세포를 감싸는 세포막처럼 위상력을 감싼 채 굳은 한 덩어리의 위상력에다 푹, 하고 찌르니 물컹물컹거리다 곧 액체처럼 주변으로 쏴아아하고 퍼져나간다.
굳은 위상력도 같이 녹아내렸지만 그건 약간 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저주의 잔념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게 프랑의 몸 안에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어쩔까 하다가 프랑의 목으로 끌어서 입 밖으로 인도했다.
“우웁?! 하아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프랑이 살짝 입을 벌리자 그 틈에서 탁한 위상력이 안개처럼 퍼져 나와 하늘로 흩어졌다.
이제 어찌 해야 하는지 알 거 같아 수많은 위상력의 덩어리들 중 큰 것부터 순서대로 마나 시브의 바늘로 푹푹 찔러나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흐윽. 흐앙. 아, 하앙. 아아♡”
넋이 나간 표정을 한 채 내가 마나 시브로 위상력의 덩어리를 찌를 때마다 경련을 일으키며 야한 소리를 내는 프랑이다.
이미 다리 사이 음부에서는 홍수가 나서 주변을 진한 사과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고 영은이는 이럴줄은 미처 몰랐는지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프랑을 지켜보고 있었다.
“프랑 죽는 거 아니니? 아까부터 서른 여섯번째 절정을 맛보고 있는 거 같은데. 아, 서른 일곱번째다.”
“마흔 네 번이야. 굳은 위상력 덩어리를 내가 풀어줄 때마다 절정에 오르고 있거든.”
잘못 알고 있는 숫자를 정정해주니 영은이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프랑 쾌락사 하는 거 아니니? 오늘은 거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럴…까? 음. 위상력이 1/5 정도는 풀렸으니까 오늘은 이만 해야겠네.”
프랑의 허리에서 손을 떼니 흠칫하고 몸을 떤 프랑은 바로 나한테 몸을 기대며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음….
프랑을 안아서 일으키려다가 떠오른 생각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 몸속의 굳은 위상력 덩어리를 내가 찌르면 프랑처럼 저렇게 쾌감을 느끼려나? 그거, 자위하는 거보다 더 찝찝할 거 같은데….
그냥 지금처럼 위상력을 마구마구 움직여 굳어있는 위상력을 조금씩 긁어서 풀어나가는 걸로 할까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찡그린 얼굴로 고민하고 있었더니 영은이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한테서 늘어진 프랑을 받아들며 말했다.
“프랑은 내가 데려가서 씻겨줄 테니 서하는 할 일 하렴.”
“…….”
히죽 웃으면서 하는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보니 영은이는 프랑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서 콧노래를 부르며 캠핑 트레일러에 들어가 버렸다.
끄응… 에이 시발. 백청 그 새끼는 괜히 봉인을 걸어가 지고!
불쾌하고 신경질이 나서 괜스레 땅을 걷어찼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열폭하는것도 허무하고 약오르는 일이라 속으로 백청을 씹고 뜯으면서 마나 시브를 준비한 뒤에 영은이가 욕실에서 프랑을 씻겨주는 걸 확인하고 심호흡을 한 뒤에 굳어있는 가장 큰 위상력 덩어리를 찔렀다.
…….
……?? 아무렇지도 않네?
감각이 뒤늦게 찾아오는 건가 싶어 잠시 기다렸지만 굳어있던 위상력 덩어리가 터져 나오며 탁한 위상력이 퍼지려고 해 트림하듯이 입 밖으로 뱉어냈지만 특별한 감각 같은 건 밀려오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큰 위상력을 다시 한 번 푹 찔렀지만 움직임이 원활해진 위상력 덕분에 그냥 조금 더 수월해진 느낌뿐이다.
난 영향을 안 받는 건가? 남은 위상력 덩어리를 빠르게 터트리면서 탁한 위상력을 그러모아 뱉는 걸 반복해가며 왜 이런가 생각해봤더니, 마나 시브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나는 이미 마나 시브에 익숙할 만큼 익숙해지고 또 내가 원조니까 특별히 기분이 하~~이 해진다거나 그런 일이 없는 거고, 마나 시브를 겪어보지 못한 프랑은 첫날밤에 첫 경험하는 새신부처럼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거지.
그나저나 저주를 푸는 게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니, 진짜 말 그대로 콜럼버스의 달걀이네.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간단하게 저주를 모두 해소한 뒤에 암흑이의 저주도 풀어주기 위해 펜트하우스로 돌아가 미호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 작품 후기 ============================
system: 더위에 누군가가 쓰러져있다.
1. 건들여본다. ◀◀
2. 무시한다.
system: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