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88화 (388/517)

00388  사비 종족  =========================================================================

쉬이이이익…

우릴 마주했지만 백청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똬리를 틀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적의를 번뜩인다.

마나 비전으로 확인한 백청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군청색과 상아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비늘은 뿌옇게 빛이 바래버렸고 군데군데 비늘이 벗겨지는 심각한 스크래치도 수십 곳에 새겨져 있었다.

뿔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였고 턱 아래 소담하게 나 있던 하얀 수염도 그슬린 뿌리만 남아 볼품없게 변해있었다. 무엇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건 뼈와 내장과 하얀 근육이 그대로 노출 몸통 부분이다.

빛이 바래고 상처가 나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멀쩡했던 머리 부근과는 다르게 만들어지다가 만 척추와 갈비뼈에 살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꼴이다.

역시 암흑이 말처럼 내게 잘린 부위를 재생하는 중이었는지 흉측하게 고동치는 근육이 옅은 핏물을 흘리며 꿈틀거리고 있었고 뼈가 만들어지면 그 뒤를 따라 내장이 이어지고 혈관이 만들어지고 근육이 붙고 있는 그로데스크한 모습이었다.

굉장히 끔찍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지만, 저 눈빛에 지기 싫어서 소름 끼치는 살기를 뿌리는 탁한 노란색 눈동자를 나도 마주 노려봐주며 공간 지각으로 놈의 위장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역시나 105개의 도마뱀 인간의 시체가 놈의 배를 불리고 있는게 보인다.

그중 5개의 사체는 자기 비늘 색과 똑같은 로브를 입고 있는 게, 사제 계층이 맞는 거 같다. 105마리의 사체가 소화되는 게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미이라화 되고 있는 걸 보니 저 뱀 년이 진심으로 역겨워졌다.

“죽기 싫어서 널 살리기 위해 애쓰던 사비 종족을 다 잡아먹어 버린 거냐? 재생하기 위한 에너지를 확보하려고? 씨발, 이거 완전 썅년이잖아?”

쉬르르륵……

『실로 후회막급이로구나. 이리될 줄 알았다면, 훗날 일이 어떻게 되든 죽여버렸을 터인데…!』

심령을 억누르는듯한가는 목소리 머릿속에 퍼진다. 안타깝고 원통하다는 느낌이 목소리에서 절절히 흘러나와 오한이 치밀어오르지만 마나 오러를 극한으로 피워올려 목소리에 대항하며 자기 할 말만 하는 년에게 외쳤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환장할 만큼 좆같지? 그런데 어쩌냐. 이번에는 도망칠 곳도, 도와줄 녀석들도 없는데. 여기가 니 무덤이네? 킥킥.”

『크으으… 볼품없는 버러지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도다! 본녀는 아민-라를 모시는 대해의 제사장!! 비록 통한의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질렀지만!! 이번에야말로 비루하기가 땅속의 미물보다 못한 네놈을 대해의 은총으로 산산이 부숴버리겠노라!!!』

아민라? 그게 용왕의 이름인가? 간단한 도발이 이렇게나 잘 먹힌다는 게 좀 놀랬지만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멀쩡할 때도 우릴 어쩌지 못한 주제에 좀비 같은 꼬라지로 우릴 죽이겠다고?! 기세 하나만은 대가리에 우동사리 든 돼지 새끼처럼 하늘을 찌르는구만!! 박살 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이 씨발 뱀 대가리 새꺄!!”

『이…이, 자연의 축복조차도 받지 못할 버러지가!! 이 자리가 본녀의 무덤이 될지라도! 이 몸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네놈을 죽이고야 말겠다!!!!』

씨아아악!!

“합!”

비명 같은 절규가 머릿속을 찌르듯이 울려 퍼지면서 백청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닥쳐들자 프랑도 위상력을 폭풍처럼 활성화하며 백청의 머리통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동시에 나도 죄수의 족쇄같이 생긴 푸른색 공간의 벽을 만들어 백청의 몸뚱아리를 일곱 개로 나눠 묶어버렸다.

쿠앙!!

『신의 저주를 받을 더러운 종자가!!』

날아들던 속도 그대로 프랑의 바디 태클에 대가리가 젖혀진 백청은 귀곡성보다 서너 배는 더 듣기 싫은 비명을 지르더니 부러진 뿔이 있던 곳에 뇌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괴술怪術을 쓰는 네놈의 존재 자체를 지워주마!!』

“개소리가 풍년이다!!”

쫘짜즈자자작!!

어마어마한 위상력이 백청의 몸뚱아리에서 회오리칠 때부터 기회를 보다가 뇌기가 뿜어져 나오는걸 포착하자마자 공간 도약으로 백청의 뒤꽁무니로 도약해 뇌격을 피하고 마나 탄 Mk 2를 벌 건 근육이 드러난 몸뚱어리에 날렸다.

지이잉.

쉬아아악!!!

재생되어가던 꼬리에 십수 미터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범위에 휩쓸린 몸통이 그대로 분해되자 날카로운 괴성을 지른다.

터널 속을 난반사 하는 백청의 쇳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재생되어가는 몸통을 다시 끊어버리기 위해 공격을 퍼붓고 있으려니 뒷덜미와 팔과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기 시작한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지?

잠깐 상황을 살피기 위해 뒤로 물러나 공간 지각으로 전투 장면을 쭉 훑었다.

백청은 푸른색 공간의 벽을 뿌리치기 위해 발버둥 치고 프랑에게 정신없이 얻어터지며 부러진 뿔에서 뇌기를 사방팔방으로 퍼붓고 있었다.

프랑은 뿜어져 나오는 뇌기는 무시한 채 백청의 정수리에서 주먹을 연달아 내려꽂고 있었는데 주먹이 정수리에 꽂힐 때마다 클레이모어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뇌기는 프랑이 입고 있는 비늘 가죽 갑옷의 겉을 타고 흐를 뿐, 드러난 얼굴과 손, 발에는 시퍼런 위상력이 맹렬하게 빛을 발하며 뇌기를 밀어내고 있어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팬 곳만 또 패는 프랑의 특기가 강맹한 공격과 어우러지니 백청의 몸뚱아리는 들썩거림이 점점 심해지고 놈을 묶고 있는 공간의 벽도 부서질 듯이 파열음을 뿌리기 시작한다.

제길, 이상한 건 안 보이는데? 일단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금 터널을 무너트리지 않을 정도로 범위를 축소시킨 마나 탄 Mk 2를 쏟아붓기 시작하니 백청이 고통에 물든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갸르르그으아아아아아!!!!

『아민-라께서 네놈을 저주하시리라!!!』

“[지-랄하네!! 용왕은 니가 열세일 때만 찾는 편리한 무기냐?!]”

“이야압!!”

뻐벅! 콰득, 콰차창 콰과광!!

키샤아아아아악!!!

프랑의 주먹이 백청의 정수리를 파고들며 어깨까지 들어가는 순간 백청의 찢어지는 비명이 폭발하는 것처럼 터져 나오고 발광에 가까운 놈의 움직임에 공간의 벽이 산산이 깨어져 나간다.

『죽어어어어!!!』

뼈에 살점이 덕지덕지 묻은 그로데스크한 꼬리를 핏물과 함께 휘둘러 날 공격하면서 같은 타이밍에 대가리를 치켜들어 터널의 천장에 찍어버리지만, 나는 공간 도약으로 간단히 피하고 프랑도 정수리에서 몸을 날리더니 내가 헤집어놓은 상처로 뛰어들었다.

끄꺄아아아악!!!

몸속에서 심장을 향해 파헤쳐가는 프랑을 보다가 터널을 무너트릴 만치 거칠게 날뛰는 백청을 이번에는 거대한 하나의 족쇄를 만들어 머리와 몸통 사이에 채워버리자 지렁이처럼 온몸을 꿈틀거린다.

또다시 내게 휘둘러 쳐오는 꼬리를 피해 뒤로 몸을 날리면서 마나 포 Mk 2에 의지를 최대한으로 집중해 압축시켜 프랑의 주먹질에 너덜너덜해진 정수리에 날리자 본능적으로 대가리를 피하며 틈을 드러낸다.

지금!

즈우우웅. 구구구구구구…

『…!!!!』

공간 도약을 하며 프랑이 뚫어놓은 구멍에 마나 레이저 Mk 2를 사출해 상처를 헤집으니 백청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미친 듯이 몸을 비틀고 뒤튼다.

고통에 이성이 날아간 사이 다시 한 번 마나 탄 Mk 2를 몸통에 날리니 시커먼 블랙홀이 터져 나오며 또다시 반 토막 나버리는 백청.

우르르르…….

그리고 거대한 터널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진동음.

쉬악!! 크샤아아, 컥!!

프랑은 아까부터 백청의 안에서 날뛰며 심장을, 폐와 내장을 찢어발기고 있어 그때마다 백청이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연달아 지르고 있었는데 밖에서는 내가 허리를 끊고 뇌를 헤집으니 백청은 몸의 안팍으로 몰아치는 고통에 몸을 배배꼬다가 괴로운 듯이 대가리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터널의 벽에 부딪혀갔다.

『카아아아!! 캬아아악!! 태초와 함께하시는 영원의 용왕이시여! 당신의 종복이 생명을 헌납하옵나이다!!』

뭣?! 이거, 마치 산제물을 바칠 때 같은 소리잖아!!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살기와 원한과 비통이 가득한 목소리의 기도문에 역대 최강급으로 불길한 예감이 느껴진다! 아까 불길한 예감이 이거였나?!

우르르르르… 쿠구구구구…….

불길한 소리와 함께 백청의 위상력이 피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그다지 작지 않은 터널 내부에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리고 광기가 넘치는 눈동자에서 생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만은 어떻게든 죽여버리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느껴졌다.

『물의 기원이시여! 원초의 생명이시여!! 당신의 종복을 어여삐 여기사 당신의 권능 일부를 간절히 원하고 간절히 바라옵니다!!!』

“뭐!!”

기도문을 막기 위해 백청의 대가리를 호박색 공간의 벽으로 덮어버리고 이어서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꼬치 꿰듯 묶어버렸지만, 기도문은 끊어지지 않았고 잘린 동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듯이 백청의 온몸에서 위상력이 파도처럼 퍼져 나와 사방으로 몰아치다 사라지고 있었다.

「저의 하잘것없는 생명을 바치오니 부디 이 버러지들을 봉인 封印할 수 있을 권능을!!! 아아아앗!!!」

봉인?!!

“지금 뭘…!!”

내 외침이 끝내기도전에 프랑이 백청의 몸 안에서 본래의 크기로 돌아가며 내부 장기를 끊고 뼈를 부수기 시작한다.

갸그아아아!!

『이 버러지들을 심판할 봉 封의 권능으으을!!!!』

퍼어엉!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기도문을 외우는 백청의 옆구리를 터트리며 뛰어나온 프랑은 굳은 얼굴로 진각을 밟으며 백청의 척추에 장저를 먹이자 척추가 그대로 박살 나며 피보라가 뿌려진다.

이것저것 잴 시간이 없다고 여겨 나도 이판사판으로 마나 포 Mk 2에 TP를 있는 대로 밀어 넣으며 압축하기 시작했다.

이 특대 마나 포를 던지고 프랑을 붙잡아 공간 도약으로 튀는 거야!! 그 순간 백청과 눈이 마주쳤…는 데, 웃어?

『네…놈…의, 패배…다. 크키…히킥….』

뭉클거리며 생명을 뿜어내듯 위상력을 뿜어내는 백청은 꿈에 볼까 두려운 광기에 찬 눈동자로 피를 철철 흘리며 웃었다. 그리고 마나 포 Mk 2가 완성되기 직전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마냥 바늘로 쑤시는듯한 냉기가 전신을 훑고 지나가며 몸 안의 위상력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헉?”

위상력이 굳자마자 공간의 벽들이 가장 먼저 푸른 위상력으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손에서 응축되어가던 마나 포도 연기화되어 몰아치는 백청의 위상력에 휩쓸려 사방팔방으로 퍼져버렸다.

이…게, 봉인? 위상력을 봉인시킨 거야?!

난데없는 상황에 놀랐지만 반사적으로 마나 시브로 용을 썼는데도 조금밖에 움직이는 위상력에 당황하는 순간 귀에 암흑이의 비명이 파고든다.

=우게엑!! 히, 힘이 빠진다아아….=

「이건!?」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암흑이가 인간 형태로 돌아가 바닥에 툭 떨어져 바르르 떨고 백청의 뒷목에 올라타 주먹을 내려치던 프랑도 놀라서 손이 멈춰버렸다.

쿠그그그그… 구그그그그.

점점 심해지는 진동 때문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흔들리는 터널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기 시작하고 흙먼지가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한다. 터널 깊은 곳에서는 굉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질 때 다 죽어가는 백청의 원한이 가득한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쿠…후후…하. 무 無로… 돌아가…는 거다. 하찮…은, 위…협에 …굴복한, 쓰레기보다 못…한 버러…지들도, 모두….』

미친!! 벨티칼 산도 무너트리려고?! 사비 종족이 산 아래에 살고 있는데?! 큭! 공간 도약을 펼치려니 위상력이 굳어버려서 펼칠 수가 없어!

“이 미친년이!! 용왕을 섬기는 사비도 모조리 죽이려는 거야?!!”

『필요…없…. 전부… 끝….』

쿠웅!

끝이라는 한 글자를 내뱉고 대가리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백청은 말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용왕에게 빈 것은 우리의 위상력의 봉인, 그렇다면 지금 이 진동은 아까 피처럼 뿜어내던 위상력으로 한 건가?!

다급한 마음에 땅에 떨어져서 바르작거리는 암흑이를 줏어들고 프랑한테 공간 도약을 다시 한 번 펼치려 했지만 역시나 위상력이 얼어붙은 것마냥 꼼짝도 하지 않는다. 머리 위로 공간의 벽을 만들려 해도 안된다!

“빌어먹을!!”

「서하!! 피해야 해요!」

백청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린 프랑이 내 옆으로 달려와 외치지만 지금 상황에 어디로 피하란 말인가. 공간 지각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확인되는 터널은 죄다 금이 가면서 무너지기 직전이다.

“어떻게?! 터널이 전체적으로 붕괴하고 있어! 지금 상황에 어디로 피하우어!!?”

「일단 뛰어요!!」

말이 필요 없다며 날 낚아채자마자 프랑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터널이 동시에, 일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으아악?!”

「아앗!!」

=쥔님!!=

나와 프랑과 암흑이도 백청의 사체와 함께 어두 컴컴한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한다. 프랑의 손에 잡혀서 주변에 함께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흙더미, 바위 등을 보며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 위상력은 굳어서 꼼짝도 하지 않아 능력도 쓸 수 없다. 추락사하지 않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흙에 깔려 압사당할 거다.

피할 방법은? 막을 방법은? 일종의 원생생물인 암흑이는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으니 어떻게든 살 수 있겠지만 나와 프랑은 무리야. 어떻게 해야 하지?

추락했을 때 받을 충격과 위에서 쏟아지는 흙더미와 바위가 줄 데미지와 압력을 막아줄게 필요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게…

백청!!

“프랑! 백청! 백청이야!!”

「큭! …아?!」

머리 위로 떨어지는 흙이며 바위를 한 손으로 후려쳐서 부셔버리던 프랑이 내 외침에 머리 위에 느낌표를 띄우더니 옆에 함께 떨어지고 있는 백청의 사체로 공중을 헤엄쳐 간다.

“백청의 주둥이 안으로 들어가야 해!! 추락의 충격을 어느 정도 막아줄 거야! 두개골도 단단한 게 쉽게 부서지지 않을 거야!”

「네!!」

아까 본거지만, 백청의 주둥이 속은 말랑말랑한 살로 가득 차있다. 뼈의 단단함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두개골이라면 척추나 갈비뼈보다 더 단단할 게 당연하지!

추락의 충격은 부드러운 살이 어느 정도 해소해줄 거고 위에서 떨어지는 토사는 단단한 두개골이 막아줄 거다. 그렇다고 해도 데미지를 완벽하게 무효로 하진 못하겠지만 맨몸으로 처박히는 것보다야 나을 거다.

프랑은 바로 옆에 함께 떨어지는 암석을 걷어차서 반발력으로 날아가 백청의 머리에 달라붙더니 한 손과 발로 아가리를 벌려 그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원래 덩치로 돌아간 프랑이지만 뱀의 턱 구조는 자기 덩치보다 훨씬 큰 것도 삼킬 수 있게 되어있으니 들어가는 데 무리는 없었다.

죽어버린 백청의 주둥이 속, 부드러운 살이 가장 많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부분에 날 내려놓은 프랑은 백청의 턱을 잡아당겨 주둥이를 닫았다. 칠흑같이 어두워진 공간에 암반이 무너지는 소리와 무언가가 백청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온다.

대체 얼마나 깊길래 이렇게 끝없이 추락하는 거지? 사방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과 가슴이 서늘한 부유감에 마른침이 넘어갈 무렵 프랑이 몸을 웅크리며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위상력을 움직일 수 있으세요?」

“마나 시브 덕분에 극소량을 움직이는 건 가능해. 하지만 공간 도약이나 호박색 공간의 벽을 펼칠 만큼의 위상력은 운용할 수가 없어. 빌어먹을 년이 위상력을 봉인해버리다니…!”

「위상력이 움직여진다면 어떻게든 신체 강화 타입으로 활성화 시켜서 몸을 보호하세요. 서하는 지금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으니 충격에 대비가 필요해요!」

“…알았어.”

내 모든 능력은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움직이는 데서 시작한다. 지금 내 상황은 말 그대로 좀 운동한 일반인. 그 이상도 못 된다.

이상한 기분을 들게 하는 부유감에 저항하며 위상력을 겨우겨우 돌려 약하게나마 신체 강화 효과를 두르기 시작하니 프랑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날 자신의 가슴에 품고 두 팔로 가슴을 감싸 모았다.

“뭐, 하는 거야?”

「충격 대비에요. 답답하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프랑은 손가락을 뻗어 날 가슴 속으로 완전히 파묻히게 만들었는데 그 직후 둔중한 충격이 몸을 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부유감이 남아있어 어떻게 된 건가 싶은데 쿵, 쿵 거리는 충격이 연달아 전해져온다.

위아래가 바뀌고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어렸을 때 유원지에서 청룡열차를 탔던 느낌과 흡사하다.

프랑의 유방 사이에 끼어있는데도 이만한 충격이라니, 프랑이 받은 충격이 어떤지 살펴보고 싶어 몸을 꿈지럭거리니 압박감이 조금 강해진다.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로 보여 대신 공간 지각을 돌렸지만… 봉인된 위상력때문에 이제는 2m를 겨우 살피는 수준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피부로 전해져오는 심장의 고동 소리는 프랑이 무사함을 알려주고 있어서 안심이, 큭!

쿠쾅…!!

또다시 전해지는 충격. 이번에는 프랑의 가슴 한쪽에 푹하고 처박힐 정도였지만 추락할 때처럼 내장이 붕 뜨는 느낌은 사라져서 바닥에 도착한 건가 싶은데 뒤이어 진동이 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진동은 백청의 주둥이 속에 들어있는 우리들 위로 무너진 벨티칼 산의 토사와 기타 등등이 백청의 사체를 두드리면서 생기는 진동일 거다. 곧 멈추겠지.

그리고 예상대로 진동은 금방 멈췄지만… 상황은 최악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땅속에, 위상력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생매장되어버린 거다.

============================ 작품 후기 ============================

백청 조교가 솔깃하긴 했지만... 계획대로 슥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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