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86화 (386/517)

00386  사비 종족  =========================================================================

그날 밤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는 알케마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봤다.

“벨티칼 산 지하에는 용암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고?”

=네. 대지 속살에서 흐르는 생명이 이곳으로 끌어당겨 져 벨티칼 산의 내부를 타고 오릅니다. 그렇게 모인 생명은 신의 땅에서 신수神水가 되지요.=

“그게 6개월 동안 쌓이고 쌓이다가 우기가 시작될 때쯤에 너희들이 수신제를 지내서 그 물을 모조리 쏟아붓고?”

=그렇습니다.=

대체 물의 양이 얼마나 많길래 그런가 싶었는데 벨티칼 산은 산꼭대기의 산정 화구호처럼 내부가 움푹 파여있는데 그 넓이가 50km가 넘는다고 했다.

언제나 지하와 연결되어있어서 물이 마를 날이 없고 수신제가 시작되면 솟아오르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다가 한계까지 모이게 되는 순간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물이 쏟아내려 벽파도를 만들면서 낮은 곳으로 몰아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일어난 신수의 폭발은 종족의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도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규모였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1회차 때 겪었던 건 수위는 절벽 인근에서 고작 20m 정도였으니까, 며칠 전에는 500m에 달했었잖아.

“수신제는 왜 지내는 건데? 그냥 내버려두면 안되냐?”

=수신제를 지내지 않으면 훨씬 큰 재앙이 밀어닥친다고 합니다. 그때에는 재앙이 미치는 범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같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번보다 더 큰 거?”

=…그,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이제 태어난 지 10년째고 사제 교육을 받기 시작한 건 2년 전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역이나 다른 신수를 섬기는 종족이 사는 위치라던가 오르빈치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교묘하게 이리저리 찔러봤지만 모른다는 이야기만 되돌아왔다. 모른단 말로 날 속이려 드는 건 아닐까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지만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에휴. 도움이 안 되네.”

크르르르….

=죄, 죄송….=

내가 무서운 것인지 아니면 자기 뒤에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가 무서운 건지 바짝 얼어있는 알케마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상 붙잡고 물어봤자 도움이 될 이야기는 나올 거 같지 않으니 돌아가야지.

그러다 뒤돌아서서 큰 눈을 껌뻑거리는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를 바라봤다.

녀석은 죽은 붉은 뱀이 다른 아종들에게 뜯어먹히고 남은 잔해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알케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내 뒤로 다가와서 배를 땅에 깔고 엎드렸었다. 그러다 내가 바라보니 슬쩍 눈을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보냐.”

크으으….

뭔가 감정이 들어있는 눈빛에 목울음이긴한데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암흑이는 아무리 건드려도 깨지 않고 죽은 듯이 자는 상황이라 정확한 감정을 알 수가 없다. 내 눈치 스킬도 인간 같은 종족 한정이지 이런 자주 본 적도 없는 파충류의 기분을 눈빛만으로 알 수는 없으니까.

잠깐동안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슬그머니 몸을 돌려 반쯤 박살 나 있는 두개골과 뼈다귀 몇 개만 남은 붉은 뱀의 잔해에 다가갔다.

혹시 저 녀석 때문에 마음을 쓰고 있었던 건가.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저 녀석의 행동을 보니 기분이 찝찝해졌다.

프랑이 앉아서 쉬고 있는 공간의 벽 위로 뛰어오르니 블랙 톡시 엘리게이터의 눈빛이 뒤를 쫓다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알케마와 나누던 이야기를 들었는지 프랑은 내가 올라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백청을 처분하고 나면 방랑을 시작해야겠네요.」

“그래야겠어.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것도 우주까지 나가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어서 지형 파악이 힘드니까… 일단 바닷가를 찾아서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위치를 파악해야 할 거 같아.”

이야기는 이렇게 했지만 뭔가 막막한 기분에 프랑의 가슴 위에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거대한 손이 스르륵 올라오다가 멈칫하더니 다시 내려간다. 크기가 이렇게 차이 나니 애정이 어린 스킨십도 못해서 좀 불만이 쌓이는군.

우리가 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우리보다 3일 먼저 출발한 사비 종족의 백청 운반조는 이제 벨티칼 산의 중턱을 지나고 있었다.

화성에 있다는 엄청 큰 산보다 2배는 더 큰 벨티칼 산 정상을 향해 암벽등반도 하고 가파른 골짜기도 뛰어넘고 날개 달린 구더기들도 학살하면서 2일간 이동하니 공간 지각에 산 정상의 일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기 중에 분포되어있는 위상력의 함유량이 점점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과장 좀 보태서 공업용 선풍기를 쎄게 틀어놓고 그 앞을 걸어가는 기분이랄까. 걸음을 옮기는 게 살짝 뻑뻑하게 느낄 정도로 위상력의 밀집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귀퉁이가 V자 형태로 무너져있는 곳을 통해 신의 땅이라고 불리는 벨티칼 산 정상으로 들어섰을 때 위상력의 밀집도가 정점을 찍었다.

위상력이 화구에 연기처럼 고여서 내가 움직일 때마다 위상력이 사방으로 밀려났다가 되돌아온다.

공간 지각의 위상력 감지가 소용없어질 만큼 압도적인 환경에 위상력이 몸을 애무하는듯한 감각을 느낄 판이라 감각을 무디게 하려고 마나 시브를 돌려 위상력을 활발하게 회전시켰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위상력이 몸 안으로 파고든다.

“…이러니까 신의 땅이라고 부르는 거구만. 마나 시브를 돌리니 위상력이 끊임없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다른 곳에서 1시간에 1씩 위상력이 증가한다면 여기는 1시간에 20, 30씩 늘어나는데?”

「그러게요… 굉장해요…. 꼭… 물속을 노니는 기분이에요.」

프랑도 위상력의 자극을 느끼는지 살짝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고 그녀의 몸 안의 위상력도 활발히 움직이며 주변의 위상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이곳에서 몇 년 지낸다면 자신과 같은 등급의 이형종을 사냥하지 않아도 자신의 한계까지 위상력을 채울 수 있을 거라 여겨질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며칠 전에 알케마에게 들은 대로 위상력이 물과 함께 퍼 올려져 이곳에 고여있는 거라 여겼다.

이곳에 있는 건 나쁘지 않아서 몸을 자극하는 위상력에 어떻게든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위상력에 익숙해지자 그제서야 푸른 하늘처럼 맑고 투명한, 어마어마하게 큰 칼데라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대낮인데도 어둑어둑하고 몇몇 별도 보이는 게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다.

하늘과 호수를 번갈아 보고 있으니 프랑도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마치 우주에 떠돌아다니는 별 위에 있는 기분이에요.」

“응. 대단해. 낮인데도 밤처럼 어둡고도 밝은 게 되게 묘한 곳이야.”

「맞아요. 이러니 도마뱀들이 신의 땅이라고 생각할만하네요. 거기다 호수도 서울이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을 거 같은 게 정말….」

말을 끝맺지 못하며 감탄 섞인 기색이 가득한 프랑의 말에 맞장구쳤다.

“벨티칼 산의 너비가 400km가 넘는댔잖아. 산 자체가 한반도 크기만 하니까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벨티칼 산이 그만큼 넓다고는 못 느꼈는데 그건 좀 이상해.”

그리고 이 넓은 산에 고작 9만 마리 정도의 사비 종족이 퍼져서 살고 있다면… 그거, 연락은 제대로 되는 건가?

하긴, 딜라이크가 100km를 십몇 분 만에 주파하고 험지도 껑충껑충 뛰면서 다니는 걸 보면 안될 것도 없긴 하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딜라이크를 탄 알케마가 뒤늦게 쫓와서 위상력때문에 파랗게 물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비늘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설명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대홍수 때문에 벨티칼 산의 저지대는 전부 물에 잠겨있는 상태에요. 저희 종족도 하마터면 휩쓸려 나갈 정도였거든요.=

“…그렇군. 이미 벨티칼 산 위에 있었던 건가.”

알케마가 천연덕스레 설명하고 있을 때 딜라이크는 죽을 듯이 헐떡거리고 있었는데, 입을 다물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신경질 난다는 듯이 어깨를 털어 알케마를 떨궈버렸다.

=흐꺅?!=

알케마가 자갈밭에 뒹굴든 말든 터벅거리면서 호숫가에 다가가 물을 찹찹거리면서 마시는 게, 꽤나 알케마한테 감정이 쌓인 모습이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털털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스트레스를 주면 성질이 사나워지기도 하나보다.

=아, 으으으~! 카루냑~!!=

낙마… 낙척蜴? 땅에 굴러떨어진 충격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알케마는 잔뜩 화난 모습으로 딜라이크에게 달려가 꼬리를 잡아당기다 꼬리에 찰싹 얻어맞고 뒹굴어버린다. 그 희극 같은 모습을 잠깐 구경하다가 하늘로 공간의 벽을 펼쳐 뛰어올라 주위를 살펴봤다.

아무튼, 벨티칼 산의 칼데라는 폭이 50km가 넘어가는 거대한 화구호다.

화구호 火口湖가 아니라 수구호 水口湖라고 해야 하나? 신의 땅을 불리는 칼데라는 무척 깊고 넓어 수위의 흔적이 거의 봉우리 끄트머리,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아래까지 표시되고 있었고 수평선 저 멀리 산맥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호수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 대홍수의 여파인지 남아있는 물은 바닥을 겨우 적실 수준이다.

신의 땅의 특이점이라면 역시 이렇게 농도 짙은 위상력을 꼽겠지만 일반적인 환경으로 시선을 돌리면 호수의 중앙에는 바다의 싱크홀이라 불리는 그레이트 블루홀 뺨치는 구멍이 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맑고 투명한 호수의 중심부만 시커먼 색이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살짝 소름이 돋았다.

싱크홀 부분은 지름이 10km에 달해서 과연 이런 곳을 통해서 물이 화산폭발 수준으로 미친 듯이 쏟아지면 1회차 때의 육지해일정도는 가뿐히 일으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게 주변에는 생명체가 이끼 같은 하나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흙도 없고 바닥은 죄다 동글동글한 자갈이 가득 깔려있었는데 옅은 주황색이 끼만 없었어도 사호死湖로 봤을 거 같다.

어마어마한 위상력의 밀집도를 자랑하는 칼데라를 프랑과 함께 살펴보고 있으니 프랑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한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쪽, 맞은편 봉우리 자락에 구멍이 있어요.」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향하니 뒤쪽에서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가 소리를 지르며 다른 놈들을 앞세워 우리 뒤를 쫓아왔다.

구멍은… 구멍이 아니라 거대한 터널이라고 해야겠다. 보름달처럼 둥그런 터널의 입구는 가장 높은 곳에 있었는데 물이끼가 터널을 덮지 않은 걸 보면 수위에 맞춰서 터널을 뚫은듯했다.

지름은 헤뷜트의 도시 한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100m였는데 1cm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뚫려있는 게 신기했다. 터널 주변을 살펴보고 공간지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곳까지만 살펴보는데 뒤늦게 다가온 알케마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헤뷜트와 연결된 신로에요. 앞으로 5 일만 더 기다리면 백청 님이 모습을 나타내실 거에요.=

“너희 종족들의 들것에 실려서 말이지.”

=…네….=

고개 숙인 알케마에게서 시선을 돌려 시커먼 터널을 들여다봤다. 햇빛이 입구만 밝히며 그 너머 빛이 닿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안쪽은 괴물의 아가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니 이름은 독악이다.”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를 불러서 내 이야기를 알아듣는다는 확신을 얻은 뒤에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이놈은 붉은 뱀이 실족사한 뒤로 계속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서 몇 가지 변명 아닌 변명을 해주니 그 뒤로 평소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갔었다. 계속 이렇게 마음에 걸려 하다가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

어쨌든 앞에 앉히고 이름을 지어주니 뒤에 앉아있던 프랑의 표정이 대번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크오오오! 크아우우! 카우우우!

내게서 이름을 받은 블랙 톡신 엘리게이터, 독악이는 기쁘다는 듯이 주둥이를 쫙 벌리며 포효를 질러댔다.

뒤에서는 자기가 지은 이름이 선택되지 않아 프랑이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이 내 작명센스가 나쁘지 않다는 증거로 느껴져서 프랑의 토라진 게 신경 쓰이지도 않을 만큼 무척이나 기뻤다.

「흥. 서하가 지어준 이름이 이형 종들한테 더 취향일 뿐인 거에요!」

“프랑 말이 맞아. 포이즌 데일도 좋은데 말야.”

「웃.」

후후후. 방금은 어른스러운 반응이었지?

산 정상에 도착한 뒤로 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더니 함께 데려온 고위 아종들은 제멋대로 흩어져서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에 취한 것처럼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녀석들을 한데 모으고 정렬시킨 게 독악이였는데 녀석도 진한 농도의 위상력에 취해 빨간 눈이 핏물이 흘러내릴 만큼 진해져 있는 주제에 다른 놈들을 챙기는 걸 보고 저놈만은 현실로 데리고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녀석에게 붙여줄 이름을 프랑과 상의한 결과 나는 독악毒鰐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했고 프랑은 껍질이 계곡처럼 울퉁불퉁하고 그 사이로 짙은 녹색의 독액이 흐른다고 포이즌 데일poison dale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했다.

서로 이름을 붙이기 위한 실랑이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프랑도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녀석이 두 개의 이름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고르게끔 근처에 배를 깔고 쉬는 녀석을 불렀다.

내가 부르자마자 언제 쉬었냐는 듯이 네 다리와 꼬리를 파다닥 놀려 내 앞으로 달려온 녀석은 무엇이든지 시켜만 달라는 눈빛을 보내며 두툼한 꼬리를 좌우로 살랑거리길래 독악과 포이즌 데일, 두 이름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했더니 독악을 선택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름이 만들어진 과정은 이야기 안 해줬다. 그냥 독악과 포이즌 데일, 둘 중에 어느게 더 마음에 드냐고 했더니 독악이 좋다고 짖은거다!

…아무튼 내게 이름을 받은 뒤로 녀석은 고위 아종들의 관리에 더욱 신경 쓰며 때때로 산 아래로 내려가 날개 구더기를 사냥해와 내게 바치기도 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겹겹이 기워진 꼴로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분홍빛 살과 내장 덩어리의 구더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니가 다 먹으라고 했더니 방정맞게 비늘로 뒤덮인 꼬리를 붕붕 휘두르며 그것만은 다른 녀석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 다 먹었다.

벨티칼 산 정상, 신의 땅에 도착한 뒤로 프랑은 계속해서 소인화 비술을 연습해나갔다. 그리고 3일이 지난날에는 몸의 크기를 362cm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정확한 발음과 정확한 리듬에 맞춰서 정확하게 위상력을 자극하는 게 요점이었어요! 거기에 소인화 비술의 발동에 걸리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효과가 더욱 커지는 거네요!”

크게 줄어든 프랑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며 소인화 비술의 특징을 설명해주었는데, 기뻐하는 프랑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보다 2배 정도 크지만, 원래의 키에 비하면 1/10이 넘게 줄어든 거다. 거기다 크기가 작아져서 예전처럼 종달새가 지저귀는 것 마냥 예쁜 목소리로 돌아와 무척이나 기뻤다.

그동안 지속적인 두피 케어를 해준 덕분인지 머리카락도 어느새 어깨를 뒤덮을 만큼 자라 어여쁜 아가씨의 모습을 되찾아 흡족했는데 몸 크기가 줄어든 덕분에 입고 있던 옷이 모조리 벗겨져 눈부신 알몸이 드러나자 그동안 프랑을 안지 못해서 쌓인 욕구가 고스란히 터져 나와버렸다.

사실 40m나 되면 프랑의 모습이 한눈에 간단히 들어오지 않아서 프랑에게 기준치 이상의 성욕을 느끼긴 힘들었었다. 프랑이 알몸으로 춤을 춘다고 해도 성욕이 크게 차오르거나 하진 않을 만큼 정신적인 만족감만 얻고 있던 상황이었거든.

그러니까 집채만 한 가슴 사이에 파묻히거나 할 때면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볼 때의 흥분 같은 게 일어날 뿐이었지 성적인 흥분 같은 건 생기지 않았었다. …물론 특정 부위를 노골적으로 보일 때는 제외하고.

아무튼, 프랑을 당장 안지 못하면 죽을 거 같아서 푸른색 공간의 벽을 넓게 펼쳐두고 아공간에서 바로 쉘터를 꺼내놓고 프랑의 손목을 잡고 들어갔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쉘터의 모습에 프랑이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렇게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프랑을 잡아끌고 침실로 올라가 프랑을 쓰러트리고 그 위에 올라탔는데… 그러자 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크기. 나보다 2배나 큰 만큼 프랑의 그곳도 그만큼 크다는 거다!

조금 무리하면 그곳에 머리를 집어넣고 자궁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라 어떻게 방법이 없나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다 결국 방법을 찾아냈더니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날 바라보던 프랑의 시선이 정말… 거시기해서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아무튼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거시기에 밀어 넣어 면적대비 용량을 크게 만들면 만들수록 해면체가 확장에 확대를 거듭한다는 거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3.6m의 프랑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거시기 크기를 만들 수 있었고 덕분에 정말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솔직히 발기한 거시기가 가슴께를 넘어 내 머리까지 커진 모습에 조금 어처구니가 없고 흉칙한 모습이었지만 중요한 건 프랑을 안는 거니까! 고양이처럼 흐느껴 우는 프랑의 신음을 들은 게 얼마 만인지…!!

거시기가 커진 만큼 그곳을 통해 느껴지는 자극도 늘어나서 다시 조루가 돼버린 거 같았지만… 내가 사정하는 만큼 프랑도 절정에 올랐으니 쌤쌤이지.

프랑도 완벽한 육체가 생겨서 그런지 그곳이 더욱 쫀득해지고 사과 향도 더욱 진해진 데다 반응도 극적으로 변해서 자궁구를 한번 찌를 때마다 프랑의 고기 벽이 내 분신을 쥐어짜 내는데 그럴 때마다 울면서 앙앙거리는 소리에 프랑은 서큐버스의 혼혈이 아닌가 싶을 만큼 미치는 줄 알았다.

이른 저녁부터 시작한 섹스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져 버렸다. 평소라면 1, 2시간 가량 버티다가 기절하는 걸로 어른의 게임은 끝을 맺었겠지만, 프랑도 초위급이 되면서 강대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지게 되어서 갈 때까지 갔더니 밤을 홀딱 새버린 거지.

창가에 비치는 아침 햇살에 노출된 프랑은 대리석으로 조각한 여신상처럼 완벽한 나신에 사정의 흔적을 엉망으로 새긴 채 엉덩이 구멍과 음부로 하얀 정을 울컥울컥 쏟아내면서 중얼거렸다.

“으으… 너무… 해요….”

아랫배가 임신 8개월마냥 크게 부풀어 올라 숨을 쉬기 힘들다는 듯 반쯤 풀린 눈으로 느릿하게 호흡하는 프랑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심했나?

============================ 작품 후기 ============================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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