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77화 (377/517)

00377  서쪽 산.  =========================================================================

위상 세계로 들어오자마자 거친 물살이 날 반겨준다. 아무래도 옆에 40m 거인 아가씨가 나타나서 물살이 밀려와 그런 거 같다.

고개를 돌려 프랑을 보며 손을 뻗으니 프랑도 날 향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날 잡는다.

프랑의 손에 안긴 채 수면 위로 공간 도약을 펼쳤더니 맑고 푸른 하늘에 솜사탕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발밑에 푸른색 공간의 벽을 쳐두니 프랑이 그 위에 내려서서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훔쳤다.

나도 프랑의 손 위에서 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니 암흑이가 품 안에서 기어 나와서 물을 잔뜩 먹은 옷에 달라붙어 수분을 분해해 나간다.

“프랑은 어떻게 할지 계획해둔 게 있어?”

「아? 음… 죄송해요. 소인화의 비술에 정신을 쏟느라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 거에 죄송해할 거 없다니까 그러네. 그럼 우선 백청 그놈이랑 만난 곳까지 이동하자. 물 속이라고는 해도 굵기 40m에 길이 백 수십 미터짜리 뱀이 이동했다면 그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거야. 그걸 찾는 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아, 좋은 생각이네요. 만약 그곳에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면 알붐 케투스를 불러야겠군요.」

“응.”

능력자가 되고 나서는 단순 암기력이 높아진 덕분에 거인 프랑과 이동했던 궤적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전력으로 달리면 여기서 서쪽으로 5시간 정도밖에 안 걸릴 거다.

내가 프랑을 잡고 TP가 1/3로 줄어들 때까지 공간 도약으로 이동하면 그 뒤에는 프랑이 날 손바닥 위에 올리고 허공 답보로 달려나간다. 그러다 프랑의 TP가 1/2까지 줄어들면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쳐놓고 쉬다가 내 TP가 다 차면 이동하길 8시간.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보름달이 되어가는 달과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별빛이 나와 프랑을 비추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백청과 싸웠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난 공간지각으로 주변을 살펴볼 테니 프랑은 시야 분석으로 5km 너머 눈에 보이는 곳을 살펴봐 줘.”

「맡겨두세요.」

어차피 수색에는 육안을 쓸 것도 아니고 나랑 프랑은 공간 지각과 시야 분석으로 탐색할 테니 밤낮은 상관없다. 5일이라는 시간을 그냥 보낸 이상 쉬지 않고 찾아봐야 한다.

프랑의 요청으로 그녀가 발을 디디고 설 만한 장소 수십 곳을 만들어준 뒤에 흙탕물이 가라앉아 슬슬 청색으로 돌아가는 호수… 바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해?

아무튼 물속을 쭉 훑어봤는데, 으음… 프랑한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육지 해일이 밀려오면서 진흙도 같이 밀려와 프랑과 백청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파헤쳐놓은 땅이 모두 펄에 뒤덮여있었다.

내 기억은 이곳이 싸운 장소라고 확신하는데 공간 지각으로 보이는 물속은 100km에 가까운 황무지 같은 공터는 사라지고 육지 해일에 뽑히고 꺾인 나무들만 뻘밭에 잠겨가고 있었다.

그나마 동그란 터의 굴곡이 아주 조금 남아있지만 공간 지각으로 꼼꼼히 살펴봐도… 아, 저기가 거긴가. 프랑한테 뿔을 잡힌 백청이 발광하던 곳. 펄에 뒤덮여 엉망이긴 했지만 불구칙하게 구덩이가 패어 있는 게, 맞는 거 같다.

저기서 프랑한테 뿔이 뽑혀버렸고 그 직후에 인지할 수도 없는 속도로 뇌전인지 벼락인지 번개인지가 뿜어져 나와 나랑 프랑이랑 암흑이가 지져졌었지.

그럼… 육지 해일에 쓸려간 흔적이… 저거군. 토막 났던 여섯 개의 몸뚱아리가 거센 물살에 밀려 나가면서 나무를 부러트린 흔적이 간간히 보인다.

여섯 토막의 몸뚱아리 발견지와 백청의 한쪽 뿔을 발견한 지점을 연결해보면 확실히 해일에 휩쓸려서 동쪽으로 밀려 나갔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니 프랑도 주변을 연신 둘러보며 쫓아온다.

토막 난 몸통에 부러진 나무의 흔적만 쫓는 게 아니라 백청의 본체가 움직였으리라 짐작되는 방향과 혹시나 옅은 흔적에 못 보고 지나칠까 정신을 집중해서 공간 지각으로 물속을 뒤지면서 이동했다.

아~ 역시 안 보이네. 추적술을 배운 적도 없고… 역시 알붐 케투스를 불러내야 하나?

해 질 무렵의 노을도 아니고 아침 해주제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빛을 뿌리면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위상력 감지 범위 안에 느껴지는 건 뭐 없어?”

「없어요. 완전 깨끗해요.」

뭔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건 프랑도 마찬가지인지 한숨을 폭 내쉬면서 나처럼 푸른색 공간의 벽 위에 앉아 떠오르는 아침 해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놈은 물속에 들어오기 싫어서 멀리서 벼락을 쏴대던 놈이었잖아. 1/4도 남지 않은 몸뚱아리로 물속에 떠서 헤엄쳤을 거 같진 않은데.”

20시간 동안 몸뚱아리를 발견한 곳을 점으로 이어서 그 안쪽을 모두 살펴봤지만 토막 난 백청의 몸뚱아리가 굴러다닌 흔적은 여러 개 발견했지만 정작 중요한 백청의 본체가 이동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제삼자의 개입을 염두에 둬야 할 거 같아요.」

“제삼자… 세 번째 인물이라. 백청, 이무기, 용왕… 대해의 주인을 섬기는 종족?”

「…?」

갑작스럽게 집단을 하나 언급하니 프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돌아본다.

“하늘의 주인을 섬기는 종족은 히아리드의 플라비우스 종족이었잖아. 플라비우스 종족은 사비 일족이랑 치고박고 싸운 뒤에 하늘 섬에 올라타 구름 속에 숨어있다고 했었고. 그리고 사비 일족은 대해의 주인을 섬기는 놈들이라고 했지. 대해의 주인은 용왕이고 용왕은 백청 더러 오롯이 자길 섬기는 놈이랬지만 용왕을 섬기는 사비 일족이 그놈이랑 관계가 없다고 보긴 힘들 거 같은데.”

「사비 일족이라는 자들이 백청을 옮겼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프랑 말대로 제삼자의 개입이라면 그것밖에 생각 안 나는데? 하늘의 주인을 섬기는 플라비우스 놈들은 날개가 달려서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녔지. 그럼 대해의 주인, 창해의 용왕을 섬기는 사비 일족은 물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닐까?”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네요….」

“아~~. 들어오기 전에 히아리드한테 사비 일족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어휴. 내 머리는 왜 이렇게 멍청한지 몰라. 한탄을 들은 프랑의 고개가 스르륵 서쪽으로 향한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서쪽 지평선 끝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

“가볼까?”

「가봐요!」

밑져봐야 본전이지. 가보자!

“그전에 소비한 TP 좀 채우고.”

프랑의 토실토실한 가슴살 위에 드러누워 생각했다. 암흑이는 서쪽을 향해 갈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고 누가 지켜보는 거 같다고 했지. 처음에는 그게 백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쉬면서 TP를 채우는데 프랑이 아침부터 먹으라는 이야기에 휴대용 버너를 꺼내 행 幸 라면을 끓이고 토핑으로 소시지랑 만두, 버섯을 넣고 김치를 꺼냈다.

옆에서 암흑이가 침을 꼴딱꼴딱 삼키고 있어서 그릇을 하나 더 꺼내 덜어주고 후루룩거리면서 먹으니 프랑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어휴. 라면 말구 밥을 지어 드시지….」

귀찮게 밥 올리고 음식 재료 씻고 다듬어서 언제 만들어 먹어? 프랑은 자기 덩치 때문에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지 못해 슬픈 거 같지만, 나도 프랑이 만들어준 아침을 먹지 못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라면도 오랜만에 끓여 먹으니까 맛있는데?

“그런 말 하는 프랑도 아공간이 먹을 거로 다 찬다고 네가 먹을 거 안 챙겨왔잖아.”

「전 한 두 달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위상력으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잖아요. 제가 먹을 음식을 챙긴다면 서하의 아공간은 제가 먹어야 할 음식으로 가득 채워야 할거에요.」

“먹다 보면 공간이 생기잖아!”

「또, 또!」

입장하기 전에도 이런 이야기가 한번 나왔었는데, 프랑은 소인화 비술을 배우고 있으니 몸 크기가 줄어들 때까지는 이대로 지내겠다고(밥 안 먹겠다고) 하고 나는 프랑이 쓸 조리기구랑 식기를 만들어줄 테니까 같이 먹자고 주장했었다.

그 상태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1시간동안 씨름했더니 나중에는 말 안 듣는 동생 보는 얼굴로 날 혼내려고 하더라… 어째 프랑의 행동이 누나를 닮아가는 거 같아 기분이 싸~ 해서 결국 내가 굽히고 들어갔지.

키가 40m나 되는 거인이 사용할 주방용품이나 식기를 준비하는 것도 일이고 그걸 만드는 시간을 기다려줄 수도 없고 해서 내가 물러섰지만 아무래도 밥을 먹을 때마다 종종 투덕거릴 거 같다.

적당히 먹고 코펠 뚜껑을 내려놓으니 암흑이가 눈을 번뜩하고 뜨면서 달려들어 순식간에 라면 국물 한 방울 남지 않고 먹어치워 버렸다.

설거지를 안 해도 될 정도인데?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해진 코펠을 보다가 두 손으로 고양이 세수하듯이 얼굴을 문대는 암흑이한테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처음에는 물이나 더러운 걸 집어넣으면 아공간 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이랑 막 섞여서 엉망이 되진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더라. 한번 집어넣은 물건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아공간에 들어간 순간 그 형태로 고정되버려서 지금 남은 공간에 죄다 물을 채운다고 해도 다른 물건들이 물에 젖거나 하는 건 아니더라고.

“TP가 다 회복되려면 얼마나 남았어?”

「음… 80분 정도 남았어요.」

1시간 20분인가… 그때 열어둔 포탈 너머에 누나가 가져온 37자루의 검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 다 비슷비슷한 모습인 게 급하게 구해 달랬더니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무기회사에서 구해온 거 같다.

그중에 손이 가는 장검 하나를 꺼내서 손에 쥐니 프랑이랑 암흑이의 시선이 날 향한다. 프랑의 TP가 모두 회복될 때까지 천총운검으로 백청한테 쏘아냈던 검기 탄이나 연습해봐야겠다.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눈치챈 프랑은 내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암흑이는 내 다리에 달라붙더니 꾸물거리면서 갑옷 형태로 변했다.

심호흡하면서 검날에 TP를 천천히 밀어넣…으려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때처럼 있는 대로 힘껏 집어넣었었다.

꽈자작!

“헉?”

-?!-

「어머.」

한순간에 TP를 우겨넣었더니 퍼런 번개 줄기가 검자루에서 검날을 따라 치솟으면서 그 뒤를 따라 실금이 생겨버렸다. 순식간에 폐품이 되어버린 검을 아공간 안에 집어넣고 그 뒤에 몇 자루를 더 꺼내서 실험해봤지만 TP를 힘껏 집어넣든 천천히 집어넣든 여지없이 번개 줄기가 치솟았고 검날은 쪼개지다 못해 부러지기까지 했다.

쨍그랑!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반 토막이 나버린 장검을 아공간 안에 처넣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실험으로 12자루의 장검을 폐품으로 만들어버렸더니 한숨이 다 나온다.

“무기 강도가 약해서 그러나….”

「무기에 위상력의 함유량이 많을수록 TP를 받아들이는 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발표를 본 적이 있어요. 지금 서하가 쓰는 장검은 위상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이라 서하의 TP를 견디지 못해서 갈라지는 거 같지 않나요?」

“음… 천총운검은 확실히 위상력을 머금은 레전드리급 무기였지. TP 소비량도 20%나 감소시켜주는 검이었으니까 내가 밀어 넣는 TP의 양을 견딘 걸지도.”

그 외에도 TP를 집어넣으면 검명이 흘러나오던 거나 TP를 밀어 넣으면 시퍼런 빛이 뿜어져 나온다거나 하는 희귀한 무기였었지. 그런 무기를 허무하게 증발시켜버리다니, 내 탓이라기보단 백청 그놈 탓이지.

아까워서 새삼 분노가 다시 솟아오른다.

「TP는 다 회복됐어요. 그만 출발할까요?」

“응. 현실로 돌아가면 그때 새 무기를 구해서 실험해보던가 하자.”

“소인화의 비술은 어디까지 익혔어?”

공간 도약으로 TP를 다 쓰고 이어서 프랑이 허공 답보로 달려가는 와중에 그녀의 어깨 위…라기보단 쇄골의 움푹 파인 부분에 앉아 물었다.

「사용할 수는 있게 됐지만 크기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어요.」

“오, 4일 만에 비술을 익힌 거야?”

「후후. 밤새도록 누호디에게 배웠는걸요. 그녀의 말로는 이것도 느린 편이래요.」

“전혀 모르던 장르의 기술을 고작 4일 만에 배운 거 아냐. 난 대단한 거 같은데.”

그 이상한 주문 같은 글자를 이해하고 거기서 비술까지 익히다니, 난 비술의 개념이라고 하는 108자도 이해 못 하겠던데.

「누호디가 옆에서 글자 하나하나의 뜻과 형태를 풀이해준 덕분이에요. 제가 오래 가지고 있어서 화연은 아직도 익히지 못했으니까요.」

“써보니까 어때? 누호디 말로는 쓸수록 숙련도가 오르고 크기도 자유자재로 줄일 수 있다며. 위상 세계에 들어와서 쓰는걸 못 봤는데 연습에도 조건이 필요해?”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은 숙련도가 낮아 TP의 소비량이 너무 큰 데다 지속시간도 짧아요. TP를 계속 쓰는 지금 상황에서 연습하기는 힘들어서 안 했어요.」

그런가. 하긴, 프랑도 하루빨리 몸을 줄이고 싶을 텐데 연습이 가능한 상황에 놀고 있을 리가 없지.

그나저나 되게 편하군. 피부도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데다 흔들림도 별로 없고 프랑의 체취가 옷 틈으로 솔솔 올라오니 여기가 또 다른 천국인 거 같다.

마음은 천국이라도 머리는 정신을 집중해 공간 지각 범위 안을 샅샅이 훑어보길 멈추지 않았다.

프랑과 함께 번갈아 이동하고 쉴 때마다 프랑의 머리에 힐링 터치로 두피 케어를 해주면서 하루를 이동하니 서쪽의 산이 눈에 확실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쪽 산이 시야의 1/3을 차지할 만큼 커졌을 때 내 어깨 위에서 늘어져 졸고 있는 암흑이를 쿡쿡 찔러서 깨웠다.

-우웅… 주인님?-

눈도 없는 주제에 눈을 비비면서 고개를 든 암흑이은 왜 깨우냐는 졸린 얼굴로 날 올려다봤다.

“저번에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이상한 기분이랑 누가 지켜보는 거 같다고 했었지? 지금은 어떠냐?”

-움… 이상한 기분은 여전하지만 지켜보는 시선 같은 건 못 느끼겠는뎁쇼.-

“프랑은 뭔가 느껴지는 거 없어?”

「이상한 기분이라는 게 뭘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위상 세계에 들어올 때부터 이상한 낌새 같은 건 못 느꼈는걸요.」

말하면서도 암흑이가 말한 이상한 기분이라는걸 감지해보려 한 거 같지만… 미간을 좁히는 게 아무래도 느끼는데 실패한 거 같다.

“흐음. 암흑이는 야생의 슬라임 출신이라서 예민한 걸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허공 답보로 공중을 질주하던 프랑도 TP가 다 떨어져 푸른색 공간의 벽을 펼치고 휴식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만큼 비가 왔는데도 만년설이 쌓여있다니 희한하네. 거기다 만년설도 밑에서 1/3 정도까지만 쌓여있고 나머지부터 꼭대기까진 또 흙색이고.”

「겨울이고 지대가 높으니 비가 닿지 않아 눈이 남은 거겠죠. 그 위의 흙색은 구름보다 훨씬 높은 곳이라서 눈이나 얼음이 맺히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그런가?”

서쪽 산은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삼각뿔 모양으로 솟아있는 거 같은데 산 중턱이 구름에 가려져 있고 그 위로 한~~참 높은 곳에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구름 중에 상층운이 하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생긴다지? 거기가 보통 지상에서 13km 높이라고 하니까 저 만년설이 쌓인 부분이 지상에서 13km라고 치면… 나머지 부분을 다 합쳤을 때 저 산의 높이는 최소 39km라는 결론이 나왔다.

산꼭대기는 운석에 맞아 패인 것처럼 움푹 들어간 상태였는데 멀쩡했다면 좀 더 높았겠지.

“만년설이 쌓이지 않은 부분이 안보일 만큼 떨어져 있는데도 저렇게 크게 보인다니, 저기에 진짜 뭐가 있어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확실히 저만한 산이 주인 없이 빈 산일 리는 없겠네요.」

“어쨌든 산이 바로 눈앞이니까 경계에 신경 쓰면서 이동하자.”

「네.」

암흑이를 손에 쥐고 말랑말랑한 녀석의 몸을 주무르면서 아공간의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눈에 들어오는 은색의 소라고둥.

이걸 쓸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 작품 후기 ============================

콰창!

여러분들은 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 에어컨은 쓰지마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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