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75화 (375/517)

00375  아공간 획득  =========================================================================

아공간 능력을 얻자마자 떠오른 생각에 누나를 달달 볶아서 주거용 컨테이너 하우스를 수배했다. 그리고 어느 중증의 프레퍼 족이 만들어놓은 쉘터 같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컨테이너 하우스가 아닙니다! 세이프 하우스도 아니고요! 쉘터란 말입니다, 쉘터!”

소유주는 건축 디자인으로 돈을 많이 번 남자였는데 인류 종말에 대해서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라 컨테이너 하우스를 팔려 들지 않았다.

“이건 제 수년간의 노력과 땀과 열정이 들어간 제 마음의 안식첩니다. 그걸 갑자기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팔라고 하다뇨! 절대 안 됩니다!!”

“제작하는데 든 비용의 100배를 드리죠.”

“팔겠습니다.”

역시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지 남자는 "이 돈이면 좀 더 뛰어난 쉘터를 만들 수 있어…!" 하고 헤죽거리면서 바로 말을 바꿨다. 화색이 깃드는 남자의 얼굴과는 반대로 누나의 싸늘한 시선이 뒤통수에 박히는 거 같아 눈앞의 컨테이너 하우스….

“쉘텁니다. 쉘터라고 해주시죠.”

…쉘터로 시선을 돌리니 남자가 쉘터의 기본 구조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정말 쉘터라고 자칭할 만 한 게, 기본 프레임은 특수 건축용 소재를 썼고 외벽은 13cm의 콘크리트 소재로 되어있었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강화처리가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충격 흡수를 위해 중간에 충격과 내열 내한성이 뛰어난 이형종의 부산물을 사용한 데다 내부도 지진에 대비해 제진과 면진 설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빙하기가 와도, 5등급 태풍이 불어도,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와도 멀쩡하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쉘터는 3층짜리였는데 그의 말대로 1층에는 발전 시설과 쉘터로써 기능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들이 들어있었고 2층에는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이, 3층에는 침실과 휴식실이 들어있으며 옥상에는 빗물을 받아주는 집수 장치와 정수 장치까지 딸려있어 말 그대로 인류 종말을 대비해서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가혹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집이었다.

공기 여과장치까지에 방수 대책에 방사능 대처까지 되어있는 집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찌 보면 내가 산 트레일러 캠핑카와 비슷했지만 다른 점을 꼽으라면 이동할 수 없는 대신 오물정화장치나 위상력 발전기가 대형이었으며 거주 면적도 더 넓었고 식수 저장장치와 여과장치도 트레일러 캠핑카보다 5배나 더 커서 그의 말대로 식량만 충분하다면 가끔씩 내리는 비만으로 몇 년이고 안에서 지낼 수 있는 점이겠지.

내부도 수납공간까지 까다롭게 설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6명은 족히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는 쉘터, 이걸 아공간에 집어넣고 다니면 위상 세계에서 무척이나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부를 살펴보고 설계도도 건네받아 확인하면서 둘러봤다. 내가 제작비의 100배를 주고 산다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아니, 컨테이너 하우스를 사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부터 불만이 가득하던 누나는 내부를 둘러보고 제작자의 설명과 설계도를 보더니 정말 쉘터로 기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불만이 조금 줄어들었다.

번개같이 양도 서류를 작성한 뒤에 설계도와 저작권을 양도받고 현금을 계좌 이체시켜주니 남자는 "으히히. 폴 아웃 쉘터, 폴 아웃 쉘터를 만들 수 있어…!" 하면서 희희낙락하며 떠나갔다.

“…하아아. 이런 걸 300억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사다니, 정말… 이건 어떻게 옮길 거니?”

생각보다 기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옮길 수 없는 이런 건물을 왜 샀냐고 찌푸린 얼굴로 꽁알거리는 걸 무시하고 쉘터에 다가갔다.

지금 우릴 지켜보는 사람은 없는지 공간지각으로 쓱 훑어보고 제작자 남자마저 차를 타고 떠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쉘터에 손을 대고 아공간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니 3층 집 한 채만 한 쉘터가 휙 하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솔직히 건물이라서 아공간에 들어갈까 싶었는데 땅과 일차적으로 분리되어있어서 그런지 아무 제약 없이 집어넣을 수 있었다.

나만 보이는 포탈 안으로 쉘터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뒤에서 누나의 어이없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에.”

이런 의미 없는 컨테이너 하우스를 300억이나 주고 사다니, 돈이 썩어 넘쳐나서 재벌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거냐면서 갈구던 누나도 눈앞에서 3층 높이의 쉘터가 사라지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다가 내 팔을 잡고 번쩍이는 눈으로 물었다.

“그거 아공간이지? 라와르 나이두 씨가 왔다 갔다더니 그새 훔쳐 배운 거니? 그럼 이건 위상 세계에서 쓰려고 산 거구나?”

“응. 푸른색 공간의 벽이랑 호박색 공간의 벽을 번갈아 쳐놓으면 이형종 대비 안전 대책도 되잖아. 위상 세계에서 편하게 지내려고 산 거야.”

“집어넣었다 빼는 장면을 누가 보면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회사 레이드에는 안 쓰고 솔플할때 쓰는 거라면… 아공간이 있으니 전투력 보존 차원에서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니 좋은걸. 음음. 그런 이유라면 그만한 지출을 해도 돼.”

턱에 손등을 대고서는 혼자 의문을 던지고 혼자 결론을 내는 누날 보다가 한숨을 뱉었다.

“나도 의미 없는 곳에 수백억씩 쓰는 건 사양이라고. 다 쓸데가 있고 당장 내일부터 쓰려고 구한 건데 누난 그것도 모르고 들들 볶기나 하고. 진짜 너무 한 거 아냐?”

“그럼 아공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해줬어야지! 일하고 있는데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안에서 며칠 몇 달이고 살 수 있는 생활용 컨테이너 하우스를 살 거니 알아보라고 하는 건 너무 막무가내잖아!”

“그래서 일하고 있는 거 보고 부탁할 게 있다고 했잖아! 그땐 그냥 말하라고 한 게 누군데?! 거기다 왜냐고 물어보지도 않고서는?! 그런 말 하기 전에 이유를 물어봐야지, 난 누나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단 말이야!”

“내가 무슨 천리안이니?! 말도 안 해주는데 어떻게 알아! 그리고 회장이 와서 해줘야 할 일이 있다고 하는데 누가 거절을 해!”

“…어우.”

내가 말을 말아야지. 평소에는 말 안 해도 귀신처럼 다 알아내더니 꼭 이럴 때 모르는척하면서 내 속을 다 뒤집어놓네 그냥. 내 등을 철썩철썩 내려치지만 누나가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신체 강화를 돌려서 하나도 안 아프다. 흥.

다음으로는 아공간 안에 넣어둘 식량을 사려다가 문득 아공간 안에 음식을 넣어두면 썩거나 상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누나는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아공간 능력은 말 그대로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빼는 개념이야. 그곳에 들어간 물건은 시간의 흐름에서 빗겨나.”

“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아공간 능력자들의 도움으로 아공간의 시간 흐름을 연구한 논문을 읽었을 뿐이란 말이야.”

운전하면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날 흘겨보는 누나한테 물었다.

“그러니까 상하지 않는다는 거지?”

“상하지 않고, 부식하지 않고, 부스러지지 않고, 낡아지지 않아.”

“그렇군. 그럼 닥치는 대로 다 사서 집어넣어 놓아야겠다.”

그래서 그랑 블루 빌딩의 쇼핑몰 지하 대형마트로 내려가서 음식이란 음식은 다 쓸어담을랬더니 누나가 한숨을 폭 쉬면서 날 잡고 근처 도매 물류 센터로 데려갔다.

“…쩐다.”

식수에서부터 가공식품과 생활용품까지 수천 가지 물품이 10m짜리 철골 선반에 진열된 채 종합운동장만 한 창고에 가득 차있는 모습은 어쩐지 가슴이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 같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끼면서 물건을 사재기하려 했더니 누나가 내 목덜미를 잡아 멈춰 세웠다.

“장사할 거니? 장사할 거야? 그 넓은 아공간에 먹을 거로 다 채우려고? 어디 피난 가니?”

“끙.”

눈을 치켜뜬 모습이 또 못살게 굴려는 건가 싶어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더니 누나의 표정이 좀 누그러졌다.

“0.125㎦짜리 공간이라며? 1000㎥정도를 음식으로 채워도 6명이 1년은 먹고 살아.”

그러면서 가공식품을 위주로 조미료와 향신료, 식수와 음료를 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챙겨줬다. 그 뒤에는 근처 농수산물 시장으로 가더니 쌀과 야채와 생선, 육류를 고루고루 사들여서 아공간 안에 차곡차곡 쌓았고 만약을 대비해 쉘터를 수리할 때 쓸 공구와 자재들을 챙겨 넣으니 아공간의 1/10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럼 남은 공간은 어디다 쓰려고?”

“당연히 이형종 부산물이지! 챙겨만 오면 처리는 이쪽에서 할 테니까 잡아 죽이는 족족 몽땅 챙겨와. 알았지?”

“…알았어.”

생긋 웃으면서 내 엉덩이를 토닥이는 게 마치 돈 벌어오라고 남편 내쫓는 마누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중이었다. 수련장에는 모두가 모여 수련 중이었는데 거기에 수한과 소피아도 있었다.

미호는 수한과 드잡이질…에 가까운 난투를 벌이고 있었고 프랑은 화연과 영은을 상대로 인간 형태의 이형종이 쓸 법한 공격 패턴으로 그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對 인간형 이형종 전투다.

소피아는 누가 다칠 때마다 치유를 걸어주고 지쳐서 쓰러지면 스테미너도 회복시켜주는데 히아리드만 소피아의 옆에 서서 하릴없이 수련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히아리드를 진화시켜야겠다.

오후 6시가 넘어 수련이 끝나고 수한과 소피아가 저녁을 만들기 위해 캠핑카에 들어갔을 때 연인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수련도 그렇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으니까 히아리드를 진화시켜야겠어.”

“흐응? 빛 속성 비행 타입의 히아리드가 도움이 안된다는 건 너무 기준점을 높게 잡은 거 아니니? 지금의 히아리드만 해도 우리나라 레이드 팀 중에 히아리드를 감당할 만한 팀이 두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우리는 우리잖아. 기준을 우리로 맞춰야지 약한 레이드 팀에 맞춰서 어쩌게.”

자신의 앙가슴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미호와 암흑이를 진정시키려고 하는 히아리드를 보며 말했다.

“나름 똑똑하지만 때때로 본능에 따르는 암흑이나 정신 연령은 어리지만, 능력이 뛰어난 미호. 우리가 없을 때 저 둘을 제어하는 건 히아리드니까 녀석도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춰줘야 해. 특히 히아리드는 나나 누날 빼면 암흑이에게 나름대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니까.”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해야지. 히아리드가 최고위 이형종이 되면 말 그대로 하늘의 사도가 되겠군.”

영은이는 다만 내 생각과 대치되는 다른 면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고 화연도 히아리드가 진화하면 그 뒤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프랑은 내가 가는 길은 뒤따라 가겠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연인들과의 이야기가 간단히 끝나자 히아리드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니 양 가슴에 미호와 암흑이를 달고 하늘거리며 걸어왔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아기처럼 버둥거리는 두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떼어내고 널 진화시켜주겠다고 하니 히아리드는,

=하늘님의 뜻대로.=

라고 하면서 변함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짧은 앞치마 같은 상의를 들춰 사람과는 다른 감촉의 허리를 붙잡을 때 연인들의 시선이 조금 샐쭉해졌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내가 TP를 주입해나가는걸 유심히 지켜본다.

TP가 주입될수록 목덜미에 얼음이 닿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네 장의 날개를 떨며 흠칫거리던 히아리드는 체내에 생성된 위상석이 350만에 이르자마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어엇.”

그러다 위상석이 농도 짙은 위상력으로 전환되면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자 앞으로 넘어지며 내 몸을 덮쳐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히아리드의 키는 220cm다. 앉은키 역시 나보다 훨씬 커서 앞으로 쓰러지니까 녀석의 얼굴이 내 얼굴에 닿으려 하고 척추가 어떻게 되어있는 것인지 몸이 흐물거리면서 내게 밀착해온다.

…내 가슴에 히아리드의 반칙 급 가슴이 닿으면서 뭉개지는 감촉에 살짝 기분이 좋아졌지만, 표시를 내면 틀림없이 밤에 바가지 긁힐 거다. 애써 신경을 돌리고 평범함을 가장한 채 히아리드를 눕혔다.

공간 지각으로 히아리드의 몸 안을 지켜보니 350만의 위상 석이 위상력화 되어서 히아리드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느 곳에는 진하게 모여있고 어느 곳에는 옅게 분포되며 산들바람이 부는 호수면처럼 위상력이 찰랑거린다.

그리고 드러누운 히아리드의 상체가 들썩거리고 가슴도 출렁거리는 모습에 얼른 손을 뻗어 히아리드를 안아 일으키니 히아리드의 등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날개가?”

“한 쌍이… 더 나는 거 같습니다.”

우득. 뜨드득. 뚜둑. 찌이익.

뼈가… 이탈하는 소리. 부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면서 등의 피부가 들쑥거리더니 곧 길게 찢어지면서 순백색의 뼈가 솟구쳤다.

조류의 날개뼈. 핏 보면 사람의 팔 같은 뼈가 길게 돋아나더니 은은하게 푸른 위상력이 그 뼈를 감싸나간다. 그러자 뼈에 피부가 생기더니 그 피부에 조그만 솜털이 자라나고, 솜털이 커지면서 깃털의 형상을 잡아나가더니 순식간에 새하얀 백조 날개 같은 한 쌍의 날개가 생겨났다.

흐느적거리는 히아리드의 몸을 끌어안고 있으니 다른 변화 점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피부도 더 곱고 부드러워지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 들지만, 기분 나쁜 서늘함이 아니라 한여름 나무 그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같은 기분 좋은 서늘함이다.

물렁한 가슴도 탄력이 더 붙으며 탄탄해지고 근육도 더 조밀해지더니 머리카락도 예전에는 꿀색에 가까운 금발이었다면 지금은 하나하나를 금으로 뽑아낸 듯한 찬란한 금발이 오금에 닿을 만큼 길고 풍성하게 자라났다.

이제는 누가 봐도 천사라고 할 정도로 변화한 히아리드는 내 품에 안긴 채 작게 떨더니 축 늘어져 있던 두 손을 뻗어 내 등을 감싸 안았다.

=서하님….=

“어? 읍?!”

순식간에 덥쳐오는 입술! 서늘하면서도 촉촉하고 꿀처럼 달콤한 입술이…!

경악한 연인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나도 놀람과 충격에 몸이 굳은 사이 히아리드는 내 뺨에 자기 뺨을 살짝 비비더니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듯 날 품에 끌어안는다.

그런데 방금… 히아리드가 내 이름을 불렀어?

언젠가 아빠를 따라 구름이 잔뜩 낀 지리산의 천왕봉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히아리드의 품에 안겨있으니 그때 구름 속을 걸어 올라갈 때 맡았던 비슷한 냄새가 났다.

나보다 족히 40cm는 더 큰 여성의 품에 파묻혀있으니 어렸을 때 엄마한테 안겨 어리광부리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히아리드는 뭔가 애틋하면서도 애달프고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표정으로 내 머리와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영은이는 당장이라도 히아리드를 내 품에서 떼어내고 싶은지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지만 히아리드의 표정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영은이를 바라보고 참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일렁이던 여섯 장의 날개가 안정되어갈 때 히아리드의 품에서 떨어져나와 얼굴을 바라봤다. 애달프고 애틋한 표정에서는 진한 슬픔과 함께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는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째 주변이 싸늘해진 거 같아 슬쩍 연인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싸늘하고 화난 얼굴로 굳어있었는데 그 시선이 전부 히아리드에게 향하고 있었다.

당장에 달려들지 않은 이유는 히아리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 걸까.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저는 이제 플라비우스가 아니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진화의 결과가 최고위인지 최고위 아종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히아리드의 대답에서 아종이 되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열대야가 시작될 날씨네요. 모두들 더위 조심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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