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4 아공간 획득 =========================================================================
전투능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B 클래스의 아공간 능력자, 라와르 나이두. 그녀는 군인처럼 사막 전용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에서 일어서며 바로 공간 지각으로 그녀의 위상력을 훑어봤는데… 어?
“어.”
“…?”
앗, 실수.
혜령이 이모와 함께 들어오던 갈색 단발머리에 갈색 피부의 서구적인 외모의 여성은 내 탄성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표정을 지우더니 딱딱한 모습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랑 블루 마스터.”
“영어가 유창하시네요. 오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없었습니다.”
약간 낮은 목소리의 라와르는 어딘가 모르게 무뚝뚝하고 복장에서부터 딱딱한 표정에 각 잡힌 자세까지, 그러니까 완전히 군인 같은 모습이다. 묘하게 긴장하고 있는듯해서 슬쩍 그녀의 전신을 다시 한 번 공간 지각으로 짧고 빠르게 스캔해본 다음 입을 열었다.
“B 클래스. 위상력이 정확하게 350만이시군요.”
“…?!”
그녀의 머리, 정확하게는 뇌와 눈에 집중된 처음 보는 위상력 패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하니 라와르는 흠칫하고 굳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얼굴에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그녀의 표정을 보고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앉으시죠.”
친근한 척 웃음을 보이는 내 모습에도 라와르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레 앉았고 혜령이 이모도 뒤따라 자리에 앉아 날 돌아본다.
라와르는 32살의 나이다운 원숙한 성인 여성이었는데 군복의 투박함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폭발적인 볼륨의 소유자였다.
미간 사이에 검은색 빈디bindi가 붙어있었는데 저 빈디가 무슨 뜻이었더라… 빈디는 기혼자가 붙이고 검은색은 과부라던가….
“절 만나고 싶어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등을 생각하고 있는데 라와르가 굳은 얼굴로 먼저 질문을 던졌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의례적인 잡담도 나누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잠시 혜령이 이모를 돌아보니 희미하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곤란한 표정이라… 그랑 블루와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라와르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뜻일까.
“라와르 나이두 씨, 개인적으로는 그랑 블루 빌딩을 견학해보신 뒤에 만났으면 했는데… 직선적인 성격이신 거 같으니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비서 누나가 다과를 가지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서 잠시 말을 끊으니 곧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리면서 비서 누나가 카트를 밀면서 들어온다.
살짝 눈을 내리깔고 바른 동작으로 다가온 비서 누나는 조심스레 티와 과자를 세팅하고 소리 없이 되돌아나갔다.
“저는 라와르 나이두 씨가 우리 그랑 블루에 몸을 담으셨으면 해서 초대를 드렸습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거절이란 단어를 입에 담은 라와르의 안색을 살펴보니 굳은 표정도 그렇고 불안? 두려움? 그런 것도 보이는 거 같다.
“오셨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제 평판이 꽤 악한 쪽으로 퍼진 것 같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저와 제 것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저 역시 손을 뻗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표정이 굳어있는 게… 이쪽이 아닌가? 내 거지 같은 평판에 겁먹은 게 아니라면 뭐에 겁을 먹은 거야? 여전히 바뀌지 않은 안색에 문득 소속 레이드 팀의 보스와 사이가 나빴다는 혜령이 이모의 말이 생각난다.
“…저는 시나르를 떠날 수 없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드는 라와르를 다시 한 번 공간 지각으로 찬찬히 훑어봤다.
몸에는 기계 장치 같은 건 없다. 위상력은 오로지 체내의 머리에만 몰려있고 소지품으로는 카드 몇 장과 현금, 남자 친구로 예상되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지갑과 빗과 머리를 묶을 때 쓸법한 끈이 포켓에 몇 개 들어있을 뿐이다.
“소속 레이드 팀의 보스와 불화를 빚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문입니까?”
안색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는 걸 보면 그게 정답인가 보다. 혜령이 이모도 보이지 않게끔 살짝 한숨을 내쉬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였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아니, 알고 있었으면 먼저 보고를 해줬어야지! 혜령이 이모가 날 보는 순간 찌릿하고 눈길을 보냈더니 몸을 살짝 움츠린다.
“시나르의 보스는 제 남편의 친우이자 저의 채권자입니다. 가족들도 모두 인도에 있는 이상 그랑 블루에 몸을 담을 수 없습니다. 초청장을 보내주신 것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직접 와서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양해해주십시오.”
“원하신다면 채무를 갚아드릴 수도 있어요. 가족분들이 원하신다면 이민에 필요한 절차를 그랑 블루에서 대신 해드릴 수도 있고요. 올바르지 않은 상황이라면 우리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와 제 가족들은 인도인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긴 좀 부끄럽지만 제 장모가 되실 분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시지요. 귀화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편의를 봐 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것도 원치 않으신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끄응… 안되네 이거.
말을 하면 고심하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부정적이다. 그녀가 말하는 자세에서 어린 내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비굴한 모습도 안 보이고 부러지면 부러졌지 휘어질 거 같지 않은 심성이 꽤 마음에 드는 사람인데….
“알겠어요. 거절하시는데 계속 권하는 것도 예의에 맞지 않죠.”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정신 조작을 걸어버릴까 하는 유혹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고개를 저어서 털어버렸다.
조금 아쉬워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니 살짝 기가 죽은 표정의 혜령이 이모와 여전히 어두운 표정의 라와르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꺼낸 라와르에게 비행기 표를 수배하는 동안 그랑 블루 내부를 견학하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이대로 바로 돌아가 버리면 내가 곤란해! 어떻게든 그녀가 아공간을 사용하는 장면을 봐야지.
라와르는 이것마저 거절하기에 눈치가 보였는지 순순히 안내에 응했고 나와 혜령이 이모는 그녀를 데리고 전리품 보관 장소로 이동했다.
“죄송합니다.”
“이모는 다 알고 있었죠?”
“네… 그녀가 말한 채무는 애초에 마음의 빚이기 때문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레이드 팀 보스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라와르 나이두 씨 표정이 계속 어두워 보였는데.”
서구적인 선이 뚜렷해 보이는 라와르의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 보였었다.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만큼 표정이 죽어있기가 힘든데 말이야.
“시나르의 보스인 릭사샤 사라이는 냉랭한 태도로 마음대로 하라고 하기에 몇 가지 정보를 알아봤는데….”
말을 흐리며 미간을 좁힌 혜령이 이모는 눈썹까지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탐색 도중 릭사샤 사라이 보스의 남편과 라와르 나이두 씨의 남편이 같은 곳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때 시나르의 보스는 업무 때문에 위상 세계에 들어가지 못했었고 나이두 씨와 두 사람이 팀을 꾸려 진입한 상황이었지요.”
“…그 릭사샤 사라이라는 사람은 그걸 나이두 씨의 탓으로 돌리고 나이두 씨는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거였어요?”
“정보부가 제공한 정보를 모두 종합해보면 그게 사실인듯합니다. 탐색 때 그녀의 무리한 요구로….”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 없어요. 제 사람이 되지도 않는데 자세한 신경을 쓰고 싶진 않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해결할 수 없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면 뭘 해도 안 되겠네요.”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라와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혜령이 이모는 한숨을 푹 쉬면서 재차 잘못을 빈다.
“어떻게 그녀를 회유할 방법이 없을까 찾고 있던 와중에 그녀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전리품 보관실의 희귀한 이형종의 부산물을 둘러보는 라와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혜령이 이모의 이야기에 손을 저었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없어도 상관없어요. 지금까지 잘해왔잖아요?”
내 사람으로는 만들지 못했지만 당초의 목적은 달성해야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가진 능력인 아공간에 흥미가 많았다고 하면서 아공간에 물건을 넣고 빼는 못브을 구경할 수 없냐고 물어봤다.
왜 그런 걸 궁금해하냐고 물어본다면 아공간 능력은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어떤지 궁금해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아공간 능력에 대해 궁금해한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그런 반응은 익숙하다는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라와르는 연식이 오래되보이는 국방색 사륜구동 지프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장면을 보여줬다.
말 그대로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눈 깜빡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능력을 쓸 때마다 그녀의 미간 사이에 붙어있는 빈디 쪽에 위상력이 급격하게 압축되더니 빛살처럼 퍼져나가곤 했는데 그걸 보자마자 원리가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그걸 쓸 수 있다는 예감을 강하게 받았다.
시연이 끝나고 그랑 블루의 특정한 장소(자동수복 옷장을 넣어둔 보물 창고라거나 각종 부산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사업 지원 1동과 2동의 창고라거나)를 구경시켜준 뒤에 직접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위상 세계에서만 나는 라폴리스 꽃 두 송이를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자동 소독기능에 방향 작용과 향기를 맡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비싼 꽃인 만큼 마음고생이 심한 그녀에게 도움이 될 거다.
라와르가 혜령이 이모와 함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신촌동의 집으로 공간 도약을 펼쳤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능력 패턴을 보고 베껴서 신체 강화, 속성, 회복 능력을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속성 능력자의 불, 물, 바람, 대지나 빛과 어둠, 번개 같은 속성을 사용하진 못한다.
신체 강화 능력도 그저 신체 강화자의 체내 위상력의 움직임을 보고 흉내 내서 비슷한 효과를 가질 뿐, 화연이처럼 재생 능력 강화, 질병이나 독 저항 강화 같은 기술은 못 쓴다. 다만 위상력을 체외로 방출해 그런 해로운 효과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이 있지만.
아무튼, 마찬가지로 회복 능력도 회복 능력자가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을 흉내 내 힐링 터치와 힐링 웨이브를 쓸 뿐, 회복 능력자의 질병 치유나 정화 같은 스킬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라와르의 아공간 수납 장면을 보자마자 이건 내가 가진 공간과 관련된 능력이라는 걸 느꼈다.
얼른 시험해보고 싶어서 돌아오자마자 거실에 퍼질러 앉으니 미호와 대련 중이던 프랑이 날 힐끔 바라본다. 그 틈에 다리 사이로 날아들려는 미호를 무릎으로 찍어서 날려버린다.
- 꾸에엑~~!
치링! 퍼버버벅!
- 우게게극, 캭!
빙글빙글 날아가면서 뒤쫓아온 빛의 화살에 두드려 맞고 추락한 미호는 탱탱 볼처럼 바닥을 튕겨 다니더니 어지럽다는 듯이 비틀거리다 개구리처럼 뻗어버렸다.
「미호, 히아리드. 잠깐 쉬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한다. 공간 지각으로 내 몸 안을 주시하면서 위상력을 움직여 머리로 끌어 올린다.
- 왜에?
음… 내 몸 안의 위상력을 모두 머리로 움직이면… 머리에 다 안 모일 거 같은데.
「서하가 능력을 각인하려나 봐.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하면 곤란하잖아?」
- 각성?!
-밥팅아, 각인이라잖아, 각인!-
우선은 라와르가 아공간 능력을 쓸 때와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봐 하니 머리에 최대한 위상력을 몰아넣어 봐야지.
「쉬이….」
- 쉬잇!
산만한 주변 분위기는 신경 쓰지 않고 전신에 퍼져있는 위상력을 움직이니 내 심장과 심장을 뒤덮고 있는 위상석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한다.
아니, 심장이 아니고 머리라고.
열심히 마나 시브로 길을 안내해주려 하지만 그동안 고분고분하던 녀석들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느닷없이 머리로 모이라고 하니 '그 물 안 좋은 곳으로 왜 모이라는 거야?' 하면서 싫어하는 느낌이다.
…위상력의 의지를 느끼는 기분은 1회차 때 이후로 되게 오랜만인데, 물이 안 좋다니… 내 머리가 나쁘다는 걸 재확인 받는 기분이라 좀 슬퍼졌다.
싫어하건 말건 마나 시브로 자꾸자꾸 재촉하니 여자 친구의 쇼핑에 따라가는 남자처럼 축축 늘어지면서 끌려와 하나둘 머리에 안착한다.
수 분간 어찌어찌 위상력을 어르고 달래서 머리로 모았더니 머리뿐만 아니라 목까지 위상력이 가득 들어차 버렸다.
그 느낌이 꼭 목 위로만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그 부분만 간질거린다.
이다음은… 미간에 위상력을 응축했었지?
라와르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미간에 위상력을 집중하니 갑자기 눈이 아릿해진다. 눈알에 냉기가 스며드는 감각이랄까. 거기다 묘하게 눈이 간질거려서 살그머니 눈을 떠보니 눈앞에 시퍼런 공간이 일렁이고 있었다.
“뜨헉?!”
시퍼런 공간이 아가리를 벌린 것 같은 광경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넘어지듯이 물러섰다. 놀라는 바람에 위상력의 집중이 풀렸는데 동시에 눈앞에 보이던 광경도 그림자가 사라지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다시 한 번 놀라버렸다.
「서하?」
- 주인님 왜 그래?
“어? 어. 잠깐. 잠깐만.”
설마…. 그게 아공간이야? 물건을 맘대로 집어넣었다 뺄 수 있는 그거?
다시 미간에 위상력을 집중하니… 위상력이 모두 흩어져버려서인지 아까 그 광경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끝난 아르바이트생처럼 빠져나가 버린 위상력을 다시 끌어모아 미간에 집중했더니 눈앞에 다시 한 번 시퍼런 공간이 펼쳐졌다.
유심히 살펴보니 마치 악마를 잡으러 오만 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어느 게임의 포탈 같아 보인다. 그 너머를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니 포탈이 내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고정된 게 아닌 건가?
포탈 너머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포탈이 확 커지면서 어마어마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공간은 부정형의 주머니 속 같았는데 아공간의 입구보다 좀 더 진한 색으로 마치 심해 속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공간 지각으로는 아공간의 존재가 감지되지 않는데… 역시 공간 space에 작용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어쨌든 이게 아공간인건 맞는 거 같아 시험 삼아 재킷을 벗어 뭉친 다음 시퍼런 포탈 속으로 집어 던졌더니 내가 집어던진 재킷이 뭉친 모습 그대로 둥둥 떠다니는 게 눈에 들어온다.
「…!!」
- 옷이 사라졌어!
-헐. 헐! 헐!!-
미호와 암흑이 두 녀석은 내가 재킷을 집어 던진 곳으로 후다닥 달려오더니 판토마임을 하듯이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린다.
두 녀석이 포탈 속으로 뛰어들 기세로 달려와서 순간 흠칫 놀랐지만, 녀석들은 안개를 뚫고 달려드는 것처럼 포탈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 뭔가가 보여?”
내 옆으로 다가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프랑과 히아리드에게 물어보니 뭔가가 있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언가라니… 뭘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무것도 없어요.」
=저도 느껴지는 것은 없습니다, 하늘님.=
미호와 암흑이도 동그란 눈으로 날 돌아볼 때 나는 아공간 안에 둥둥 떠다니는 재킷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재킷을 빼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 틈엔가 내 손에 재킷이 들려졌다.
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네 쌍의 눈동자가 더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미호가 입을 열었다.
- 주인님 마술 배운 거야?
-…마술 배우신 검 까?-
이번엔 암흑이도 미호의 이야기에 정말 마술인가 싶어 눈이 동그래진다. 대답은 내가 아니라 옆에 있던 프랑의 입에서 나왔다.
「아공간. 아공간 능력이군요!」
“맞아. 이거, 꺼내고 집어넣는 게 되게 간단한걸.”
「손님이 왔다더니, 인도의 라와르라는 분이 왔다 가셨나 보네요?」
본의 아니게 암흑이를 낚은 미호가 암흑이의 심술에 괴롭힘을 당하는 걸 지켜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람이 진중해 보여서 스카웃 제의를 했는데 거절하더라. 그 뒤에 회사 구경을 해주다가 아공간 시연을 부탁하고 그때 보고 베꼈어.”
프랑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아공간의 용량을 가늠해보려다가 문득 든 생각에 투닥거리는 미호와 암흑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공간에 생명체도 들어갈 수 있나? …2일 뒤에 위상 세계에 들어가면 해봐야겠다.
용량과 아공간에 수납할 수 있는 크기를 확인해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서 한쪽에 쌓여있는 건축 자재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씩 하나씩 들어서 던져넣었지만 몇 번 집어넣고 빼다 보니 손에 닿아만 있으면 아무리 큰 거라도 넣었다 뺄 수 있다는걸 알게 됐다.
신나는 기분에 손에 닿는 걸 왕창 집어넣다 보니 아공간에 물건을 넣고 뺄 때마다 TP가 소비되는 걸 알 수 있었는데 부피가 크면 클수록 TP가 더 많이 들었다. 또 라와르가 가진 것과 동일한 0.125㎦의 공간인 걸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와 용량이 같다는걸 알게 된 순간 나는 당연히 그녀보다 더 넓은 공간이 나올 거라 자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어우. 이건 이불킥 1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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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익)음 이 시간ㅇ(치익)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