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70화 (370/517)

00370  귀환, 그리고 정리.  =========================================================================

누나한테서 낯선 여자의 향기를 느껴서 조금 당황했지만 공사 중인 신촌동 저택부지를 돌아다니며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 프랑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거인 프랑은 거실에 마련된 수련장에서 미호와 히아리드를 앞에 무릎 꿇려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집 안으로 들어서니 프랑이 방긋 웃으면서 맞이했다.

「오셨어요? 빨리 오셨네요.」

미호는 날 보는 순간 여우 귀랑 꼬리가 발딱 섰다가 프랑의 눈길을 받더니 풀 죽은 강아지처럼 귀가 축 늘어지고 일곱 개의 꼬리도 바닥에 힘없이 늘어졌다.

“응. 화연이는 어디 갔어?”

「이스펙트를 가져오겠다며 집으로 갔어요. 간 김에 회사에 들러서 업무 지시를 하고 점심 즈음에 오겠다고 했어요.」

“그래?”

공중에 흔들의자처럼 생긴 걸 하나 만들고 그곳에 드러누워 혜령이 이모한테 전화를 걸고 있으려니 프랑도 다시 미호와 히아리드를 내려다보며 입을 연다.

「알겠니? 미호는 그동안 많이 놀았으니 앞으로 나랑 같이 무예 수련하기야?」

- 히잉.

「대답은?」

- 알았어….

무예 수련이라면 전투 훈련을 시키기로 한 건가? 히아리드도 내가 오기 전에 프랑한테서 뭔가 언질을 받았는지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회장님?]

“아, 혜령이 이모. 지금 바빠요?”

언제나 통화 대기음이 두 번이 가기 전에 받던 이모가 네 번이 지나도록 받지 않길래 물어본 건데… 수화기 너머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트럭 같은 화물차량 엔진음이랑 중장비 소리 같은데.

[아니요. 부산물 보관 창고의 부지 확장 면적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나왔어요.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이모는 인도의 아공간 능력자에 대해 아시는 거 있어요?”

[아공간 능력자… 인도의 시나르 레이드 팀 소속의 서른 두 살 여성 능력자에, 0.125㎦의 아공간 창고 능력을 지니고 있고 군인 출신이며 소속 레이드 팀의 보스와 불화를 빚고 있다는 것만 알고있어요.]

…그정도면 다 아는 거 아냐?

“그 능력자를 초대해서 한번 봤으면 하는데 이모가 좀 알아봐 주실래요? 되도록 4일 안으로 봤으면 좋겠는데.”

[4일… 무슨 용무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공간 지각으로 라와르의 아공간 능력을 훔쳐 배우려고요."라고 하면서 부를 수는 없으니까, 무슨 말로 불러야 하려나… 그래, 그걸로 가자.

“희귀한 아공간 능력자잖아요? 소속 레이드 팀과 불화를 빚고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사람이 괜찮으면 우리 레이드 팀으로 스카우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게 맞을 거 같다. 혜령이 이모도 스카우트하고 싶단 이야기에 흐음흐음 하고 맞장구를 치는 게, 긍정적인 반응이다.

[확실히 그녀가 있다면 회장님의 레이드에 도움이 많이 되겠습니다. 그럼 초대장을 보내는 쪽으로 해서 시나르 레이드 팀에 언질을 넣어봐야겠군요. 돌아가는 즉시 확인해보지요!]

“아, 그리고 능력자 연합의 우민구 박사님이 모습을 감추셨다는데 그거에 대해서도 알아봐 주세요.”

[우민구 박사님이라면…? 네, 그것도 확인하겠습니다.]

“부탁해요.”

우민구 박사를 언급하니까 혜령이 이모의 목소리가 약간 굳은 거 같은데 뭔가 아는 게 있나? 뭐… 혜령이 이모니까 내가 알아야 할 일이 있다면 알아서 이야기해주겠지.

혜령이 이모에게 일감을 건네주고 인증기를 종료했더니 미호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 우그그그~~!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거니? 조금 더 힘을 내봐.」

- 끄이이잉!

고개를 돌리니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뭔가를 누르고 있는 프랑이 보인다. 그리고 앓는 소리는 그 손바닥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는데 공간 지각으로 손 아래를 훑어보니 미호가 프랑의 손을 밀어 올리면서 버티느라 낑낑거리고 있었다.

- 후이이익!

일곱 개의 꼬리 중 왼쪽 상단의 하나가 맑은 빛을 뿌리기 시작하자 숙여져있던 미호의 허리가 펴지며 프랑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간다.

저게 신체 강화 능력을 주는 꼬리인가. 일곱 개의 꼬리에 각각의 능력이 봉인되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호가 능력을 사용할 때면 일곱 개의 꼬리가 하나씩 자기만의 광채를 뿌려대는데, 얼핏 투명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맑고 하얀빛이 꼬리에서 흘러나오니 확실히 힘이 세지는 거 같다.

같지만….

「능력을 쓰는데도 이 정도 밖에 안되니?」

문제는 미호가 가진 일곱 가지 능력 중 신체 강화 능력을 쓰고 있지만, 프랑은 위상력을 운용조차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 꾸엑.

역시나 프랑이 자세를 바꿔 손에 체중을 실으며 내리누르니 미호는 돼지 비명과도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납작하게 깔려버렸다.

“신체 강화가 있어도 기본적인 체급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 같네.”

「기본적인 민첩만 비슷하다면 체구가 큰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인의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있으니 고작 144cm에 몸무게도 44kg을 겨우 넘는 미호는 신체 강화 능력을 사용해도 제게 대항하기 힘들죠.」

낑낑거리면서 프랑의 손바닥 밑에서 기어 나온 미호는 곧 꼬리털을 바짝 세우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이익. 다시 해! 다시!

이제는 손바닥보다 검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는지 프랑은 위에서 검지 끝으로 미호를 찍어눌렀다. 이번에는 바로 신체 강화를 담당하는 꼬리가 빛을 번쩍번쩍 발하지만, 점점 검지 끝을 받치고 있는 손이 내려간다.

- 우갸아아~!!

“하지만 프랑의 뼈나 근육의 구조는 인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잖아. 프랑도 모르게끔 위상력이 신체에 작용하고 있는 거 아냐?”

「그럴 지도요. 과학자들이 제 몸을 해부해본다면 인간과는 다른 어떤 점이 발견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게 있었으면 외눈 거인의 부산물에서 뭔가 발견했겠지.”

- 우으이이~!! 악?

프랑은 위상력을 움직이더니 손가락에 힘을 더욱 줘서 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막아내지 못한 미호는 커다란 프랑의 손가락에 깔려버렸는데 프랑은 그 상태로 미호를 꾹꾹 눌러본다.

- 흐힉?! 후헥!

손가락에 눌릴 때마다 숨 막히는 비명을 쏟아내던 미호는 몸에 가해지는 압력에 얼굴에 피가 몰리며 터질 듯이 붉어졌다. 미호의 얼굴이 터지기 직전처럼 붉어진 걸 본 프랑이 손에서 힘을 빼니 미호는 힘을 신음도 흘리지 못하고 늘어져서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자. 미호의 힘이랑 내구성은 확인했으니까 이제 전투술을 익혀보자. 있는 힘을 다해서 덤벼봐.」

- …우씨~!

약이 오르는지 아직 붉은 기가 사라지지 않은 얼굴의 미호는 꼬리를 쉬지 않고 살랑거리고 동공을 잔뜩 축소하며 프랑을 노려본다. 손톱도 조금 더 길어지고 날카롭게 변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미호의 근접전투형태다.

「아, 잠깐만.」

프랑은 날카롭게 솟아난 미호의 손톱을 보더니 날 힐끔 훔쳐보고는 박스티와 바지를 벗어서 속옷 차림이 됐다.

「옷이 찢어지면 안 되니까.」

뭔가 모르게 변명하는듯한 말을 꺼낸 프랑은 몸을 비스듬하게 틀더니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굽힌 자세를 취하더니 준비가 끝났다며 손가락을 까닥까닥한다.

도발하는듯한 몸짓에 미호가 - 캬옹! 하고 울부짖으며 프랑에게 달려든다. 동시에 프랑은 배구 선수처럼 손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 스파이크를 먹였다.

철썩! 퍽!

- 끼욱….

시작하자마자 호쾌하게 얻어맞은 미호는 푸른색 공간의 벽에 바운드되다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디서 봤더라… 거인 특집 과학 잡지였나? 키가 커질수록 몸무게는 세제곱에 비례하게 되고 체중의 증대는 단면적으로 비례한다던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프랑의 키가 사람의 24배라고 하면 몸무게는 인간의 13,824배가 된다. 이렇게 늘어나는 몸무게를 버티려면 뼈도 사람과 같은 인산칼슘을 포함한 물질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몸무게를 버틸 특수한 물질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그 과학 잡지의 내용이었다.

프랑의 몸을 160cm의 평균인 52kg을 대입했을 때 40m인 프랑의 현재 몸무게는 718톤이란 이야기다. 그러니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근육과 뼈를 가지고 있다면 틀림없이 몸을 유지하기 위한 위상력이 프랑의 몸에 돌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미호가 일부러 능력을 써도 프랑을 상대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공간의 벽이랑 마나 탄을 프랑의 몸에 시험해봤을 때도 어지간한 위력은 피부로 흘려넘기던 것도 위상력이 몸에 상시 작용하고 있단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거다.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미호는 쉬지 않고 프랑에게 달려들지만, 프랑은 미호를 공으로 삼아 스쿼시를 하고 있었다.

졸지에 스쿼시용 고무 공이 된 미호는 내 생각이 끝나갈 때쯤에는 전신에 울긋불긋 멍이 든 채 울면서 프랑한테 달려들고 있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거실 바닥에 납작하게 처박혀버렸다.

- …흑. 후끅. …우아아아앙!!

결국 미호는 주저앉아 크게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한쪽 코에서는 코피도 흐르고 있고 공간 지각으로 살펴봐도 뼈에 살짝 금이 간 부분도 보이고 온몸에 피멍이 울긋불긋하게 든 게 상태가 좋지 않아서 힐링 터치를 걸어주려 하는데 프랑이 눈짓으로 날 말렸다.

왜? 회복 안 시켜줘?

미호는 이형종이니 야성을 우선 깨울 필요가 있어요.

단호한 눈빛을 읽었더니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미호는 이제 1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니, 정확하게는 나랑 만난 지 1년도 안된 거고 실제로는 몇 살인지 알 수 없지만,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겨우 그 정도로 우는 거야? 미호는 서하의 생명이 위험할 때 아프고 힘들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할 거니?」

- 아냐아아!!

「아니긴? 겨우 몇 번 손바닥으로 맞았다고 죽여주세요~ 하는 것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잖아. 미호가 그러고 있을 때 서하는 죽음과 삶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 우으!

「미호한테는 서하가 소중하지 않나 보네? 얼마 전에 서하는 정말 위험한 상황을 겪었는데, 미호는 겉으로만 고위 아종이고 속은 여전히 최하위 이형종인 거 같아. 서하한테 도움을 주긴커녕 방해만 되겠다.」

- 우으으!

「차라리 자그마한 고양이가 되어서 애완동물이 되는 건 어때? 전투에는 도움이 안될 테니 애교밖에 할 줄 모르는 고양이가 더 나을 거 같은데?」

- 이이이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프랑의 비방에 분에 겨워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던 미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발딱 일어서더니 있는 힘껏 외쳤다.

- 나도 주인님한테 도움 될 거야! 애완동물 싫어!! 주인님 아프게 하는 거 싫어어어!!!!

파들파들 떨면서 악에 받쳐 소리치던 미호의 진주 같은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하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손톱이 1m까지 자라나고 송곳니도 약간 길어졌다.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꼬리털도 강침처럼 빳빳하게 일어서더니 낮게 목을 울리며 흉성을 흘려댄다.

- 그르르르르….

“헐….”

정말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법한 구미호 같은 모습이다.

- 캬아아!

바람을 담당하는 꼬리와 신체 강화를 담당하는 꼬리가 동시에 번쩍거리며 족히 2배는 더 빨라진 속도로 프랑의 몸 주변을 돌며 날카로운 손톱을 긁어간다. 하지만 프랑도 본격적으로 위상력을 돌리며 미호가 손톱으로 긁는 부분을 일시적으로 강화시켜 막아내고 있어서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 건지 프랑은 미호의 공격을 받아주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미호의 손톱이 닿는 최저한의 면적만 경화시켜 막아내는 모습이 경이롭다.

회피의 달인의 움직임이 있다면 지금 프랑이 보여주는 움직임이 아닐까?

미호는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처럼 프랑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손톱을 그어가지만, 프랑은 이제 손의 피부만 강화시켜 미호의 정신없는 공격을 하나하나 막아내고 있었다.

- 끄아아앙!!

자신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게 더 화나는지 미호는 우는 거 같은 소릴 지르면서 점점 속도를 올려간다. 반대로 미호의 몸 안에 있던 위상력이 점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천에 감겨있는 이스펙트를 손에 쥔 화연이가 집 안으로 들어서더니 거실 한쪽에 마련된 수련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입을 살짝 벌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프랑이 미호를 단련시키려나 봐.”

사납게 손톱을 휘두르는 미호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내는 프랑의 몸놀림을 유심히 지켜보던 화연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프랑의 무예가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군.”

확실히 프랑의 무기 실력은 화연이나 영은이를 웃도는 수준이고 나도 신체 강화랑 사고 가속까지 펼쳐도 반인 반령인 시절의 프랑을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어쩌면 육체가 생긴 지금의 프랑이 우리들 중 가장 강하지 않을까? 육체가 생겼으니 프랑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된 데다 초위 이형종의 몸에 거인이니까 본래 무예 실력이랑 시너지를 일으킬 거 같은데.

본능으로 싸울 때의 프랑도 양아치 이무기랑 드잡이질을 벌일 정도였으니….

프랑은 미호의 분노가 과열되고 체내의 위상력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습에 뒤로 살짝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자, 여기까지.」

- 키이이!!

하지만 미호는 그게 무어냐는 모습으로 고양이처럼 양손을 좌우로 번개같이 휘두른다. 초승달을 그리며 베어져 오던 미호의 손톱을 프랑이 손가락 사이에 끼우더니 잔뜩 화난 미호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 우으이! 이익! 아우우!!

프랑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미호는 다른 능력을 쓰려는지 몸에서 또다시 위상력이 퍼져나오는데 그 기운이 더욱 불안정해진다.

그건 프랑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굴에 당황이 퍼져가는데 저대로 두면 위험 할 거 같아 미호의 앞으로 공간 도약을 한 뒤에 프랑의 엄지와 검지에 잡힌 미호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 키이이!

진주색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어있는 데다 날카로운 어금니가 자라나고 얼굴을 일그러트린 미호는 꽤 섬뜩한 인상이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난 미호는 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거 같아 힐링 터치를 일으켜 미호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여우 귀를 쉬지 않고 쓰다듬어주니 일그러졌던 얼굴이 조금씩 풀리고 눈동자도 원래의 진주색으로 돌아간다.

- 우, 우우. 주인님?

“그래. 나야. 미호는 괜찮아?”

- 흐… 우에엥~!

“괜찮아 괜찮아. 프랑이 많이 괴롭혔지?”

- 흐에엥~!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뺨을 보듬어주니 눈물이 글썽거리던 미호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목놓아 우는 미호의 모습에 프랑이 당황하면서 손에 힘을 푸니 엉엉 울면서 내 품에 안겨든다.

날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앞섬을 눈물로 흠뻑 적시는 미호의 등을 토닥여주며 프랑을 올려다보니 프랑도 조금 심했나 싶어 머쓱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 프랑 미워!

한참 동안 훌쩍이던 미호는 토라진 얼굴로 프랑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 모습에 프랑은 뭐라 말도 못하고 난감한 얼굴로 잔뜩 토라진 미호한테 사과하고 있었지만 미호는 좀체 화를 풀지 않았다.

정신적인 압박과 자극을 줘서 본능을 일깨우겠다는 의도였겠지만 아직 정신이 어린 미호라 반감만 산 거 같다. 이대로 두면 미호를 단련시키겠다는 프랑의 의도가 좀 어긋날 거 같아 내가 끼어들기로 했다.

“미호야.”

- 우웅.

눈가에 눈물을 한 방울 매달고 있던 미호는 내 부름에 날 올려다보며 훌쩍거린다.

“프랑은 미호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 거야.”

- 우웅… 날 위해서?

미호가 정말이냐는 듯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프랑을 올려다보자 프랑도 기회라는 듯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가진 힘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와 자신이 얼마만큼 힘을 쓸 수 있는지, 또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아야 해. 미호는 강해. 하지만 그 힘을 익숙하게 사용할 줄 몰라. 그렇지?」

- 응….

「아까 미호를 심하게 몰아세운 건 사과할게. 하지만 그건 미호의 한계를 알아보려고 일부러 그랬던 거야. 진짜로는 그렇게 생각 안 해.」

- 진짜?

「그럼!」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프랑을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던 미호는 슬그머니 내 품에서 빠져나와 커다란 손 위에 올라갔다.

- 그럼 나한테 힘 쓰는 거 가르쳐주려고 그런 거야?

「응.」

프랑의 긍정에 입술을 오물거리던 미호는 뭔가 잔뜩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이윽고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그럼 나도 열심히 할래! 주인님한테 도움될 거야!!

「잘 놀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고 아플 텐데 괜찮아?」

- 괜찮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절대 용서 안 한다는 모습으로 프랑을 째려보지 않았었나? …뭔가 간단하게 끝난 거 같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지 뭐.

그런 프랑과 미호의 모습을 쭉 지켜보던 히아리드도 프랑의 손바닥 위에 내려서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강해질 수 있습니까?=

「히아리드도 서하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거니?」

=저도 하늘님의 종입니다. 하늘님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시련이라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히아리드는 원거리 속성 타입이니 근거리와 원거리가 전부 가능한 미호와의 실제 대련을 중심으로 훈련하는 게 좋겠어. 미호도 속성 타입과의 전투 경험이 필요하니까.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그러면서 미호와 히아리드를 손바닥 위에 올린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 프랑을 화연이가 불러세운다.

“프랑. 그전에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네?」

수련하러 가려던 프랑은 이스펙트를 들어보이는 화연이를 돌아보는데, 왜 그러냐는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프랑을 보며 화연이는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누호디가 육신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비술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방법을 자세히 물으면서 프랑의 상태를 알려주니 프랑도 익힐 수 있을 거 같다 하더군요.”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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