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68화 (368/517)

00368  귀환, 그리고 정리.  =========================================================================

화연이와 영은이가 퇴근해서 프랑이 머물기로 한 집을 찾아왔을 때는 완전히 해가 져서 어두워졌을 때였다.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저택 공사 현장에는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역시 돈이면 다 되는지 완공 시점이 3월 중순이었는데 아까 낮에 들어보니 거기서 조금 더 앞당겨져서 2월 중순이면 될 거라던가. 겨울 방학이 끝나면 완공될 거라고 하더라.

연인들이 퇴근해서 캠핑카에서 씻고 연인들이 모두 모였을 때 아공간 능력을 갖고싶다는 이유로 인도의 아공간 능력자를 보러 가면 안 되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서하가 직접 가게?”

“그럼?”

“가지 말고 오라고 해야지? 서하가 직접 움직이면 인도 정부가 경기를 일으킬지도 몰라요?”

“내가 무슨 역병이야? 단순히 방문한다는데 한 나라가 경기를 일으키게.”

마음에 상처를 입는 소리에 눈썹을 찡그리니 프랑도 배시시 웃으면서 내가 직접 인도로 가는 걸 말렸다.

「맞아요. 서하의 명성은 이제 조용히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할 지경인걸요. 서하는 단순히 능력자 한 명을 만나기 위해서 간다지만 인도 정부는 서하의 방문에 온갖 추측으로 신경과민에 걸릴지도 몰라요.」

프랑, 너마저…!

“둘 다 너무해! 내가 역병신도 아니고 내 별명처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일도 안 하는데 왜…!”

“워워, 진정하렴. 우리는 당연히 서하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아는데~ 걔네들은 그리 생각 안 할 거란 거야. 거기다… 흠흠. 누가 자기 나라에 시한폭탄이 들어오는 걸 반기겠니?”

“칵! 폭탄이라고 했겠다?!”

“꺄앙~?!”

실실 웃으면서 괘씸한 발언을 하는 영은이를 두꺼운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허공에 매달아버렸다.

두 손을 모아 위로 향하게 하고 다리도 묶어서 공중에 매달아버리니 몸이 그네처럼 공중에 대롱거리길래 영은이의 배를 깔고 앉은 뒤에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해? 라와르라는 사람도 B 클래스잖아. 함부로 막 오라가라 할 수 있는 거야?”

「아랫사람 부리듯 부를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적당한 대가를 주면 오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거기다 지금 그녀의 처지라면 적당히 좋은 이야기로 꼬드긴다면 오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듯하다. 아숨프레 수몰 폐허에서 지나가듯 언급된 뒤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는데 인도에서 생각보다 좋은 취급은 못 받는 거 같더군.”

“어째서? 아공간 능력자면 이래저래 효용성이 크지 않아? 아, 혹시 아공간 크기가 작아서 수납량이 얼마 안 된다거나 그런 거야?”

“아니. 수납량은 B 클래스인 현재 0.1㎦가 넘는다고 들었다. 문제가 되는 건 수납량이 아닌 수납 방식이지.”

0.1 ㎦는… 부피로 수납하는 방식인가보네. 0.1㎦는 100,000,000㎥니까… 가로세로높이가 대충 470m 정도인가? 뭔가 넣고 빼는데 제약이 있나 싶은데 내 밑에 깔린 영은이가 끙끙거리면서 고개를 돌려 화연이를 바라보며 톡 쏘았다.

“그러니까 믿음과 신뢰를 못 받고 있다는 거 아니니. 뭘 말을 어렵게 해?”

“아… 도둑질할까 봐 의심한다거나 해서 물건을 믿고 맡기지 못한다는 거야?”

“그래. 차라리 그녀가 레이드 팀의 보스였다면 문제가 안 됐을 부분이지만 그녀는 천생 군인 타입이라 명령을 받는 데 익숙하지 명령을 내리는 입장은 맞지 않는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었다.”

내 깔개가 돼버린 채 바동거리는 영은이의 뺨이나 목을 어루만져주고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꼬물거리니 끙끙거리는 소리가 낑낑거리는 소리로 바껴간다.

“그러니 적당히 그녀가 소속된 레이드 팀에 대가를 지급하면….”

“지급할 필요 없어! 그냥 정중하게 서하의 이름으로 초대장… 끙. 초대장을 보내면 될 일이야. 안 온다고 하거나 못 온다고 하면 정당한 방문 구실이 생기는 거고, 초대를 받으면 갈 이유도 없으니까! 괜히 부를 때마다 뭐 주고 뭐 주고 하면 오히려 나중에 누굴 초대할 때마다 선물 같은걸 준비해야 하는 귀찮은 선례가 생길 뿐이잖니!”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진 영은이는 화연이의 말이 답답한지 자기 가랑이 사이에서 노는 내 손을 허벅지로 조이면서 화연이를 향해 버럭 하고 소리쳤다.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럼 누나한테 문자 보내서 라와르한테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해야겠군. 생각난 김에 누나한테 사정을 짤막하게 설명하는 글과 함께 라와르를 초대해달라고 적어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는 와중에 영은이가 자꾸 꿈틀거려서 탄력이 넘치는 허벅지를 찰싹 내려치니 움찔하고 몸을 웅크리려 하다가 고개를 돌려날 보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서하야앙. 내가 잘못했어어~ 한 번만 용서해줘~!”

“난 시한폭탄이잖아. 폭발했으니 폭발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지!”

아예 다리 사이로 영은 이의 허리를 끼우고 손을 내려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옆구리를 꼬집고 목덜미를 간지럽히니 몸을 비틀며 허리를 튕겨 올린다. 간지러움인지 부끄러움인지 얼굴이 붉어져서는 여우 같은 비명을 지르며 꼬물거리는 게 재미있다.

“흐힝! 캬흑!”

영은이의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 몸을 꼬집고 간지럽히면서 놀고 있으려니 화연이와 프랑의 대화가 들려왔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프랑은 초위급 이형종의 육체를 얻었지 않습니까.”

「네.」

“초위급 이형종의 육체는 어떤 느낌입니까? 다른 뜻은 없고 프랑이라면 능력자와 이형종 간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물어보는 겁니다.”

“하악! 아흑. 나, 나도 그게 궁금해~! 이형종의 신체 강화 타입은 인간 능력자들보다 작게는 1.5배에서 크게는 3배, 4배까지 차이 난다고 하니까!”

검푸른 정장을 입은 채 푸른색 공간의 벽에 팔과 다리가 구속된 영은이는 내 손장난에 셔츠 단추도 다 풀어지고 브래지어도 벗겨져서 뽀얀 가슴을 드러낸 채 이마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화연이의 질문에 관심을 더했다.

내 손에 꼼짝 못 하는 영은이를 괴롭히는 건 재미있고 신나지만, 다음의 즐거움을 위해 이쯤 해둘까.

영은이의 몸 위에서 뛰어내리고 구속하고 있던 공간의 벽을 풀어주니 바닥에 털썩 쓰러져서는 옷차림을 추스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음.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현금과 카드의 차이인 거 같아요.」

현금과 카드의 차이…? 난 알쏭달쏭한데 화연이나 영은이는 뭔가가 가슴에 와 닿은 표정이다.

“그렇게나 차이 나는 거니?”

“그 정도의 차이로 그만한 격차가 생긴다면…. ”

「그렇지요. 다변화의 시작도 하나에서 비롯되는 거니까요.」

뭐야? 무슨 말이야? 지금 나만 이해 못하는 거야?

신체 강화 능력자들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이나 공감대가 있는 건가? 날 두고 연인들끼리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이 늘어난다.

“나만 왕따시키지말고 좀 자세하게 설명해줘 봐. 현금이랑 카드의 차이가 뭐라는 거야?”

날 빼고 그녀들끼리만 공감하는 것에 불만스러워하면서 화연이랑 영은이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니 다들 미소를 지으면서 날 다독인다.

“우리 서하는 그게 불만이었던 거니? 우쭈쭈~.”

입술을 콱 물어버릴까 보다.

“후후. 서하는 자유자재로 위상력을 움직일 수 있으니 프랑의 이야기가 절절히 와 닿지 않은 거지.”

「맞아요. 현금과 카드를 비유로 삼은 것은 편리성을 뜻한 거였어요. 능력자들의 위상력은 언제나 활성화되어있는 상태죠. 그렇다고 해서 원할 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활성화된 위상력에서 그 상황에 필요한 힘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스킬의 위력은 온전히 사용자의 역량에 달려있어요.」

“물건을 살 때 현금을 낸다면 어떤 상황이 생기니? 일단 살 물건에 대한 가격을 알아야하고 그만한 현금을 지갑에서 꺼내서 지불해야하지? 또 가진 현금의 단위가 크다면 거스름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단위가 복잡할수록 동전 가짓수도 많아지지, 거기다 그 거스름돈이 맞는지 확인도 해야 해.”

「하지만 카드는 그냥 건네줬다가 돌려받으면 그만이지요.」

“뭐야… 그러니까 능력자가 위상력을 쓰기 위해서는 사용할 양하고 더하고 빼야 할 그런 걸 다 계산해서 써야 한다는 거야? 이형종의 위상력은 그냥 공격하면 필요한 만큼 저절로 사용되고?”

“우와~ 우리 서하는 요약을 참 잘하는걸~? 맞… 꺅!”

“아까부터 자꾸 어린애 취급하네! 그냥 콱!”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턱 아래를 살살 간지럽히는 영은이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울컥하면서 허리를 끌어당겨 내 허벅지 위에 엎어버리고 손목을 낚아채서 뒤로 모아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묶어버렸다.

팔이 봉인된 영은이는 깜짝 놀라면서 다리를 버둥거리려 하길래 나도 신체 강화를 돌려 그녀의 다리도 뒤로 접어 묶어버린 뒤에 영은이의 포켓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에 쑤셔 넣었다.

“후구극?! 흐하후무흐후흐!”

팔과 다리와 입까지 봉인된 영은이는 울상을 지으면서 버둥거리는 게 왜 나만 그러냐고 항의하는 거 같길래 엉덩이를 팡팡 때리면서 말했다.

“아까부터 자꾸 놀리지, 응?!”

“후히힝! 하우웅!”

엉덩이를 내려칠 때마다 손이 엉덩잇살을 파고들어 가면서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 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지만,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미간이 모이고 질 근육이 수축하는 게 공간지각으로 보인다.

입은 아니라고 하지만 몸은 정직한걸? 두어 번 손목에 스냅을 줘서 때려준 다음 고개를 드니 부럽다는 표정을 짓던 프랑과 화연이가 움찔하면서 뒤늦게 표정을 관리했다.

“그러니까, 위상력을 사용하는데 몇 단계를 간소화시킨 걸로만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거야? 그럼 프랑이 위상력의 사용 방법에 관해 설명해주면 화연이나 영은이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어?”

“프랑이 가르쳐준다고 해도 위상력의 형태 문제도 있고 그게 말처럼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어쩌면 평생을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익혀두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화연과 영은이 원하면 알려줄게요.」

“부탁합니다.”

“하후!”

프랑이 위상력의 움직임과 위상력이 움직일 때의 느낌 등을 설명하기 시작할 때 묶어놨던 영은이를 풀어주니 영은이도 장난기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프랑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호와 히아리드가 수한과 소피아를 데려왔다.

저택이 완공될 때까지 트레일러 캠핑카에서 지낼 거라고 전하랬더니 수한과 소피아는 미호의 도움을 받아 아예 트레일러에서 지내는 데 필요한 물건을 전부 챙겨왔다.

수한과 소피아도 커진 프랑을 보고 놀라 자빠질 줄 알았는데 뜻밖에 눈만 조금 크게 뜨고 프랑인 걸 확인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걸로 반응이 끝나서 조금 김이 샜다.

프랑을 보고 놀라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이미 그랑 블루 내부 커뮤니티에서 프랑의 거인 모습 사진이 돌고 있다나?

냉장고를 통째로 비웠는지 가져온 식재료를 캠핑카의 주방에 있는 고급 냉장고에 모두 옮겨 채운 두 사람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트레일러 캠핑카의 침실에서 미호가 주머니 괴물을 자랑하는 걸 들어주고 있을 때 프랑이 다가와서는 트레일러의 지붕을 살며시 노크하면서 입을 열었다.

「서하, 거실을 좀 더 넓혀주시겠어요? 연습하기에는 조금 좁네요.」

“얼마나 넓혀?”

「지금보다 3배 정도면 될 거 같아요.」

3배라고 해도 그렇게 넓은 건 아니데? 슬쩍 집을 뒤덮고 있는 천막의 여유를 확인하고 넓힐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넓혀버렸다. 좁은 것보단 넓은 게 좋으니까.

기존에 만들어둔 거실보다 족히 8배는 넓어진 넓이에 연인들은 감탄하더니 자리를 옮겨 프랑이 보여주는 움직임을 화연이와 영은이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약간 딱딱한 느낌의 움직임에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들어 마나 비전을 켰더니 프랑의 손짓과 몸짓을 따라 몸 안에 한데 뭉쳐있던 위상력이 사방으로 퍼져나오는 게 보였다.

“굉장하군요. 프랑이 움직일 때마다 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게 느껴집니다.”

“후우. 초위급이 위상력을 운용하면 이런 느낌이 드는 건가…. E 클래스일 때 고위 이형종을 처음 봤을 때 전신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찌릿거렸었는데 지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걸.”

프랑의 시연이 끝나자 화연이와 영은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프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위상력이 둘을 감싸고 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프랑이 마음먹었다면 화연이랑 영은이는 그대로 짜부라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백청이랑 싸울 땐 저렇게 위상력이 체외로 방출되지 않았었는데? 해답은 프랑이 바로 이야기해줬다.

「이건 화연과 영은이 보다 느끼기 쉽게 위상력을 체외로 퍼트린 거였어요. 실제는 이렇게 체외로 방출하는 건 TP의 소비가 심한 행위에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꺼내 쓰는 게 가장 좋은 거죠.」

그랬던가. 그 뒤로 알기 힘든 전문 용어가 오가는 대화를 통해 화연과 영은이 프랑의 행동을 따라 하며 몸 안의 위상력을 다스리려 시도했다.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임시 연구소의 이형 생물 연구팀을 찾아가니 알티나 박사가 죄지은 사람처럼 내 눈치를 살피며 날 맞이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가을 이후로 연구 관련 보고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게 생각났다.

드와이트 박사의 위상 물리 연구팀에서는 블루 스톤에 대한 연구가 마무리돼서 언제라도 실용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알티나는 그걸 두고 연구팀의 대결에서 졌다고 생각한 건가 보다.

“연구는 얼마나 진척됐죠?”

“그게… 히아리드 양의 도움을 받아서 발성의 위상력 패턴과 움직임을 기록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걸 응용해 기술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거 같아요.”

실패한 거면 실패한 거지 실패한 거 같다는 말은 뭐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라는 듯이 알티나를 빤히 바라보니 그녀는 내 손을 잡아서 자기 개인 연구실로 이끌었다.

두 번째 방문한 그녀의 개인 연구실은 서류 쓰레기통 같았던 저번과는 다르게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서 이제야 학자의 방처럼 보였다.

“인간에게는 언어의 생성과 이해를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특정한 부위가 있는데 이걸 언어중추라고 하죠. 언어중추는 상대방으로부터 들은 소리를 의미 있는 언어로 이해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단어를 찾고 문장 형태를 결정한 다음 문장을 만들고 소리로 전환 시키는 과정을 담당해요.

이것은 귀로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까지 언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맡고 있는데 히아리드 양의 말에는 이런 언어중추나 베르니케, 브로커 영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 어째서 그런 게 가능한 것인지 밝혀내지 못했어요….”

“흠… 그럼 알티나 박사님은 히아리드의 언어 능력을 분석해서 기술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지금 위상 과학의 수준으로는, "네" 라고 대답하겠어요.”

알티나 멜디오스는 이런 이형 생물 관련 영역에서는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본부에서도 주시하고 있을 만큼 뛰어난 권위자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한다면 그게 사실이겠지.

“…….”

손님용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닥이고 있으려니 알티나는 내 얼굴을 연신 훔쳐보더니 눈에 띄게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히아리드의 난자를 연구하게 해준다는 조건은 히아리드의 언어능력 해독이었다는 건 기억하죠?”

“으으….”

이제는 실망을 넘어 절망한 얼굴이 된다. 알티나의 얼굴을 살펴보니 뺨까지 기미가 내려온 걸 보면 그동안 놀면서 연구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손에 힐링 터치를 일으켜 그녀의 눈 밑과 얼굴을 쓸어주니 내 손길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아, 앗. 아우!" 하면서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힐링 터치가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기미에는 정말 효과가 확실한지 폐인처럼 다크서클에 푸석푸석한 피부와 부르트고 갈라지려 하는 입술도 깨끗하게 변했다.

“…!!”

손거울을 들고 깨끗해진 자기 얼굴을 확인하며 놀라워하는 알티나 박사는 곧 이어지는 내 이야기에 눈을 부릅떴다.

“약속은 아직 유효해요. 알티나 박사님이 히아리드의 언어능력을 해독할 때까지 기다려주죠.”

다시 기회를 받았다 생각하는지 알티나 박사의 얼굴이 한껏 밝아지더니 희망에 찬 얼굴로 발딱 일어나서 내 손을 잡아왔다.

“아아, 네! 반드시…!”

“그전에,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부터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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