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67화 (367/517)

00367  귀환, 그리고 정리.  =========================================================================

잠시 기다리니 두 녀석은 바로 들어오지 않고 우리가 있는 커다란 천막이 덮힌 집 주변을 경계하듯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안 들어오고 뭐하냐? 그런데 그것도 잠시, 못 참겠다는 듯이 문 없는 입구로 뛰어든 미호는 프랑을 보고 기겁하면서 뒤따라온 히아리드의 품에 뛰어들었다.

- 히익?! …프랑이야?

=흠?!=

공간의 벽으로 만든 소파에 앉아있는 프랑을 본 미호는 엄청 놀랐는지 일곱 꼬리가 폭발한 것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다.

가슴골 사이에 누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좀 웃겼다.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꼬리털이 빳빳하게 서버린 미호라니.

히아리드도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가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한차례 날개를 펄럭이더니 천천히 날아올라 프랑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히아리드가 날아간 덕분에 혼자 떨어진 미호는 뭔가 존경의 기색을 풍기면서 프랑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응. 미호는 잘 지냈어?」

- 잘 지냈어…. 그런데 프랑 무지 커졌어! 세졌어! 우와아~! 대단행!!

「고, 고마워…?」

폭발해서 곤두서버린 자기 꼬리보다 커진 프랑의 모습에 더욱 관심을 보인 녀석은 엄청나다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더니 - 올라가 봐도 돼?! 하고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프랑의 다리를 타고 후다닥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프랑의 어깨까지 뛰어오른 미호는 프랑의 가슴골 사이에 편히 누워있는 나와 암흑이를 발견하더니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다이빙했다.

- 가슴~!!

「…에휴.」

말릴 틈도 없이 브이넥으로 드러난 가슴에 뛰어내린 미호는 프랑의 풍만한 가슴 위를 굴러다니며 우헤헤거리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자기한테 부족한 성분을 저렇게 보충하는 건가?

프랑은 놀이터가 되어버린 자기 가슴의 처지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슴 침대에 누워 미호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5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봤다.

우선은 초위 이형종의 부산물을 확보했으니 방어구 제작 여건을 갖추고…. 연구소 책임자에 적격인 우민구 박사님도 꼬셔야 한다. 하는 김에 임시 연구소도 들러서 지금까지의 연구 진척 상황을 들어봐야겠고… 라와르라는 능력자를 만나서 아공간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지. 가능하다면 아공간 능력도 훔쳐 배우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프랑의 가슴에서 허우적거리던 미호는 두 손과 두 발로 달려서 내 품에 뛰어들더니 폰을 들이민다.

- 쥔님쥔님! 이거봐바 이거이거!

“어? 이게 뭐… 주머니 괴물 이동?”

요즘 들어 풋풋한 화초 냄새를 풍기는 미호를 끌어안고 미호가 내민 폰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폰의 화면에는 녹색 지도 같은 게 떠 있었고 3d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아바타라고 생각되는 인간형은 제외하고 나머지가 눈에 익숙한 주머니 괴물이다.

화면을 카메라로 바꾼 미호는 폰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액정 화면에는 후면 카메라에 비치는 프랑의 가슴골만 보였다. 화면의 하단부에는 빨간색과 하얀색이 검은색 띠로 나뉜 공이 통통 튀고 있는 걸 봐선 저 상태로 주머니 괴물을 발견해서 포획하는 건가 본데.

- 여기선 안돼! 속초에서만 돼!

“속초? 설마 놀러 갔다 온 데가 속초였냐?”

- 웅. 우리나라에서는 속초만 된대. 그래서 화연한테 허락받구 히아리드랑 속초 다녀왔어!

히히거리면서 잡은 주머니 괴물의 목록을 자랑하는 모습에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여우 귀를 파닥거리고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헤죽헤죽 웃는다.

여우 귀에 꼬리가 일곱 달린 미호가 4장의 날개를 가진 히아리드를 이끌고 증강현실로 주머니 괴물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이 떠오르니 뭔가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피식하고 웃음이 나와버렸다.

아, 맞다. 그것도 확인해야지.

“히아리드, 이리 와봐.”

=네, 하늘님.=

살랑거리며 프랑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히아리드는 내 부름에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왔다. 프랑의 가슴 위에 내려앉을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은 프랑의 허락을 받더니 조심스럽게 내 앞에 내려앉았다.

“플라우비스 종족이 모신다는 하늘의 주인의 이름은 뭐야? 그… 사비 일족이란 녀석들은 대해의 주인을 섬긴다고 했지? 그 녀석의 이름이라던가 뭐 아는 거 있어?”

=그분들은 오직 하늘의 주인이시자 대해의 주인이실 따름입니다. 세계를 이루는 네 개의 기둥을 지키신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따로 지칭하는 단어는 없어? 초거대 거북이는 랑그 드란이라고 하던데.”

=저희 일족이 섬기는 그분은 오직 하늘의 주인이실 따름입니다. 그것은 인간들이 가진 종교에서의 하느님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그분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대지의 주인을 가리키는 단어는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뭐, 이름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니 됐고, 이게 중요한데 하늘의 주인의 영역은 어디부터 어디쯤인지 알아?”

=하늘 전부가 그분의 영역입니다.=

“하늘 전부? 누호디는 각각의 영역이 있다고 하던데.”

=하늘은 오롯이 그분의 영역입니다.=

“용왕도 하늘에 떠 있었는데 그럼 용왕이 하늘의 주인의 영역을 침범한 거야? 그걸 하늘의 주인은 가만히 내버려둬? 아니면 하늘의 주인도 물속에 잠수할 때도 있다던가?”

=그, 그건….=

내 물음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는 히아리드를 보니 이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아리드 이 녀석은 고위 이형종이라서 나름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말야.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걸 히아리드도 느꼈는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은 단순히 하늘 섬의 신전을 지키는 역할뿐, 사비 일족과의 싸움 때는 어려서 신전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었다고 말했다.

좀 더 확인해보려면 제일 큰 하늘 섬에 있다는 최고위 이형종을 찾아봐야 할 거 같다.

아~ 누호디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유일한 단서라고 여겼었는데, 당첨 즉석 복권이라고 생각했는데 긁었더니 꽝이 나온 기분이다. 괜히 심술이 생겨서 내 앞에 꿇어앉은 히아리드의 날개 깃털을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그 하늘의 주인이란 존재가 1년 365일 종일 날아다니는 건 아닐꺼 아냐. 하늘 말고 다른 영역 같은 건 없어?”

=휴, 휴식이 필요하실 때면 잘바테라의 땅에서 쉬어가십니다.=

실망한 기분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히아리드는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내 눈치를 살피며 내 손에 잡힌 날개를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2.2m의 날개 달린 장신녀가 주눅이 든 모습도 은근히….

내 심술이 괴롭힘으로 변화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그때까지 나와 히아리드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기만 하던 프랑이 물었다.

「잘바테라라면 서하를 만난 그 하늘 섬을 말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 섬, 잘바테라는 어떻게 생겨난 건가요? 아니 질문이 이상했네요. 잘바테라를 구성하는 땅은 어디서 끌어올린 거죠?」

내 손에 잡힌 날개를 소심하게 잡아당기는 반항을 보이던 히아리드는 내 눈치를 살피며 머뭇머뭇 말했다.

=잘바테라의 땅은 오르빈치… 신수들의 땅 일부를 끌어올린 겁니다.=

“히아리드도 좀 어벙하네. 프랑은 그걸 물은 게 아니잖아. 그 땅이 원래 있던 위치를 묻는 건데.”

=아앗, 그건…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으음… 프랑의 가슴 위를 도도도 뛰어다니는 암흑이는 자기가 살던 지역을 그다지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당연히 모를 테고 암흑이 뒤를 쫓아가다가 일부러 자빠지면서 깔깔대며 굴러다니는 미호는… 그냥 제외하자.

어쩔 수 없이 차근차근 수색해나가는 수밖에 없겠군.

「히아리드도 모른다면… 그것을 쓰는 건 좀 아까운 생각이 드는데….」

혼자 생각에 잠겨서 중얼거리는 프랑이지만 목소리 크기가 크기인 만큼 흐릿함 없이 또렷하게 들려온다.

“그 일이라니?”

「잘바테라에서 서하가 얻은 고동 말이에요. 어쩌면 알붐 케투스도 신수급일지 모르니 오르빈치의 위치를 알지도 모르잖아요? 오르빈치가 신수들의 땅이라면 그곳에서 사신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구요.」

“아… 그거. 말 되네. 하늘을 오래 떠돌아다녔다면 메오 아지토스들이 있는 장소도 알지도 모르니 염두에 둬야겠는걸.”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기로 해요. 그의 일회성 도움을 단지 질문에 쓰는 건 아까우니까요.」

“그럴게.”

얼마 후에 누나가 산업용 LED 조명 수십 개를 구해와서 미호의 바람 능력으로 천장에 설치했다. 전기는 휴대용 소형 발전기를 가져다 놓고 그곳에 연결했는데 불을 켜보니 프랑이 머물 집 정도는 간단하게 밝혀졌다.

그 뒤에는 혜령이 이모가 트레일러 캠핑카를 구해왔는데 겉보기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캠핑카였다.

- 우왕?! 나 이거 알아! 캠핑카야!

-헐, 자동차에 집이 달린거임?-

커다란 짐승이 낮게 우는 소리를 내며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된 외관의 거대 트레일러가 들어오길래 다들 나가서 구경하는데, 그야말로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캠핑카의 모습에 잔뜩 흥분한 미호는 암흑이를 끌어안고 후다닥 트레일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엄청 크네요. 이걸 어떻게 바로 구한 거에요?”

샀다고 해도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있을 텐데? 프랑도 신기하다는 눈으로 창 너머로 보이는 캠핑카의 내부를 살펴본다.

“수성 그룹 부회장이 유희용으로 구매한 캠핑 트레일러에요. 국내에서 단 두 대 뿐인 호텔형 최고급 트레일러라고 하더군요. 사놓고 장식용으로만 썼지 실제 사용은 하지 않았다며 제가 트레일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선물해주려 하는 걸 가격을 치르고 구매해왔어요.”

수성의 부회장이라면 그 사람인가…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땐 일본을 밟아버리느라 정작 수성 그룹이나 NG 그룹의 담합 같은 일은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 혜령이 이모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며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받아낸 뒤로 국내 재벌 기업들은 우리와 마찰을 일으키는것을 무척이나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죠. 특히나 수성과 NG 측에서는 어떻게든 회장님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우리에게 유리한 옵션으로 합작 사업 등을 제안해오기도 했지만... 미국의 납치 사건 이후로는 그냥 납작 엎드리기로 생각했는지 일체의 접근이나 간섭을 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우리가 진출하려는 사업 분야가 있으면 자회사를 철수시키기까지 하더군요.”

“흐음. 인간의 욕심을 생각해보면 그냥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진 않을 거 같은데요?”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으니까요. 거인이 걸어가는데 그 앞에서 알짱거리다간 밟혀 죽거나 거인의 심기를 거슬려서 채여 죽거나 할 뿐이죠.ㅇ

아... 위상 세계에서 생환하자마자 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땐 거인들 틈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비밀을 숨기고 힘을 감추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새 거인이 소인이 되고 소인이었던 나는 거인이 돼버린 거구나. 그걸 깨달으니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혜령이 이모는 내 모습에 잠깐 의아함을 내비쳤지만 계속해서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ㅁNG 측이 계속해서 호감과 첫인상을 개선하기 위한 제스쳐를 보내오고 있는 걸 보면 아직 비벼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지만, 저쪽에서 먼저 접근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리고 수성과 NG 측은 위상력 발전 사업에서 철수할 생각인듯해요.”

“철수… 위상력 에너지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난다고요?”

“국내 한정이죠.”

그러면서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투명한 강화유리가 잔뜩 달린 트레일러 캠핑카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캠핑카를 인수할 때 직접 만난 부회장의 눈에는 미련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지만, 회장의 방침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우리에게서 떨어지는 떡고물에도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한 거 같았어요.”

“음. 뭐... 보기 싫은 사람이 눈앞에 알짱거리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일인데 스스로 피해준다는 건 좋네요.”

꺼림칙한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는 건 싫은데 역시 혜령이 이모라고 해야 할까, 저 트레일러를 선물로 받는 걸 거절하고 제값을 치러주다니, 비벼댈 건덕지도 안 줬군. 그건 잘했다고 해주니 입꼬리가 올라가며 히죽 웃는다.

“후후. 내부를 한번 구경해보세요.”

내부 장식이 마음에 안 들면 교체나 수선을 해야 한다며 캠핑카 안으로 내 등을 밀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내부로 들어서니 훈훈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실내를 보니 황토색을 베이스로 천연목과 천연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구성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좌우 폭이 4m에 높이도 2.5m는 될법한 트레일러는 넉넉한 실내 공간에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최고급 호텔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2층 구조로 되어있어 1층은 다이닝 룸과 시어터 룸, 술을 마실 수 있는 라운지에 고급 욕실이 있었고 2층에는 두 개의 침실과 드레스룸과 휴식 공간으로 나누어져 7명이 살아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1층과 2층에 창문이 가득 달려있었는데 유리에 무슨 짓을 해놨는지 리모컨으로 유리창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특히 밖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게도 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미호와 암흑이는 정신없이 내부를 싸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 바빴고 같이 구경하던 혜령이 이모도 호텔형 트레일러 캠핑카가 이 정도나 될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내부 인테리어 비용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겠는데요.”

“차량만 20억이라고 하더군요.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30억이 좀 넘겠네요. 비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라면 그만한 돈이 들어갔을 거 같아요.”

저택이 완공된 뒤에는 안 쓸 거라고는 해도 이 정도라면 가끔 놀러 나갈 때 써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는 미호를 보다가 물었다.

“캠핑카에 쓰이는 에너지나 물은 어떻게 돼요?”

“중형 에너지 패널을 사용해서 5년 동안 전력을 최대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해요. 급수 시설과 오수 처리 시설도 완비되어있고요.”

이 정도나 되는 캠핑카를 이렇게나 빠르게 구해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혜령이 이모의 업무 처리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첫 번째 부인을 거인으로 남겨두진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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