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63화 (363/517)

00363  수색  =========================================================================

거대한 보따리를 내려놓은 프랑은 가죽끈을 만들고 남은 비늘 가죽을 펄럭하고 펼쳤다.

비늘 가죽은 길이가 60m에 폭이 20m가량 되는 직사각형이었는데 그걸 반으로 접은 프랑은 내게 가죽의 중심에 마나 레이저로 X자 형태로 잘라 달라고 했다.

뭘 하려는 건가 궁금하지만, 프랑의 부탁대로 마나 레이저 Mk 2를 뽑아내 프랑이 표시해준 부분을 잘라주고 지켜보고 있으려니 그 부분에 머리를 집어넣고 내가 입고 있는 사슴 가죽 튜닉처럼 몸을 감싸버렸다.

뒤집어쓴 가죽도 굉장히 길어서 앞뒤로 프랑의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데 군인들 판초 우의를 뒤집어쓴 것 마냥 투박한 모습이 된 프랑은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적거려본다.

“어!?”

그제서야 백청의 비늘 가죽으로 몸을 가리는 옷을 만든다는 걸 알았다.

“차이나 드레스 같은걸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프랑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뒤집어쓴 가죽이 펄럭이면서 알몸이 드러나자 가죽을 말아 몸에 붙이더니 아까 쓰고 남은 비늘 가죽끈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서하의 손재주는 잘 알고 있지만, 마음만 기쁘게 받을게요. 재단하면 못쓰게 되는 부분이 많이 나올 테고 어차피 현실로 돌아가면 더는 안 쓸 텐데 이무기의 초위급 부산물을 그렇게 낭비하는 건 아까워요.」

아아! 노팬티 차이나 드레스의 꿈이…!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묶고 다른 하나는 허리에 둘러 몸을 감싼 비늘 가죽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하고 그 상태로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속살이 노출되는지 확인한 프랑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맞네요.」

무릎 아래까지 가려지는 민소매 통 드레스 같은 모습이지만 워낙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에 잘 발달한 골반 덕에 저것도 패션이 된다.

말 그대로 패완얼이군.

하지만 차이나 드레스 같은 옷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저리 입어버린 게 아쉬워져서 궁시렁거리는데도 프랑은 그러든 말든 짐 보따리를 재차 확인하면서 말했다.

「근방은 전부 물이구 살코기를 보관할 수단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전부 소멸시켜야겠네요.」

…괜히 심술이 나서 들으라는 식으로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아~ 프랑이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거 보고 싶어!”

「그래도 몇 개의 고기 블럭을 챙겼으니 아버님, 어머님이랑 회사 중역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아,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챙겨볼까요?」

프랑은 비늘 가죽 보따리에서 다른 비늘 가죽 한 장을 꺼내 바닥에 펼치는데 여전히 내 말은 못 들은 척 하는 모습에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노팬티 차이나 드레스~!”

「…어휴. 돌아가면 서하가 원하는 건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그러니 그만 투덜거리세요!」

“진짜지?!”

「네. 제 몸 크기에 맞는 차이나 드레스가 있다면 말이지만요!」

그러면서 조건을 붙이지만, 날 너무 얕본 거 아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어주겠어!

노팬티로 몸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새카만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백금색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프랑을 상상하니 하체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변태처럼 으헤헤 웃고 있으니 프랑은 날 보며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가 피식하고 웃으면서 챙기지 못해 한쪽에 쌓여있는 백청의 살코기로 시선을 돌렸다.

음. 차이나 드레스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노팬티 드레스 차림이긴 하니까… 구경해주는 게 예의겠지?

그렇게 가만히 서서 살코기의 산을 바라보는 프랑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아래를 올려다보려 하니 프랑이 깜짝 놀라면서 손을 내려 다리 사이를 가리더니 옆으로 비켜서며 다리를 모았다.

「꺄으! 뭐하시는 거예요!」

“어? 조개 구경?”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나도 살짝 놀라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더니 프랑은 조개 구경이라는 말에 얼굴을 확 붉히더니 자세를 다듬고 앉아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서하는 정말…. 제가 이렇게나 커져 버렸는데도 제 몸을 밝히시는 거에요?」

“커진 게 뭐 어때서? 몸이 커졌어도 프랑은 프랑이잖아.”

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저 시선을 당당하게 맞받아치며 상관없다고 해주니 프랑의 얼굴이 사르르 풀어지면서 속상한 얼굴을 했다.

「…20cm, 30cm 커진 게 아니라구요… 이런 몸으로는 서하를 안아줄 수도 없고 몸도 이형종으로 변해버렸단 말이에요! 이제 서하가 절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허? 말도 안 돼! 고작 그런 이유로 프랑을 싫어하게 된다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프랑의 말을 끊으면서 소리치는 내 모습에 프랑은 복잡한 표정을 하더니 비늘 가죽 튜닉의 끝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허벅지를 드러냈다.

얼마 들어 올리지 않았지만, 프랑이 워낙 커진 데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것만으로도 하얗고 토실토실한 허벅지와 매끈한 아랫배, 입을 꼭 다문 골짜기가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정말 이래도 보고 싶으신 거에요? 전 키 40m의 거인녀라구요.」

“당연하지! 프랑은 어떤 모습을 해도 프랑이고 프랑의 몸은 나한테 있어서,”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담긴 거 같은 프랑의 모습을 보고 두 눈에 확신을 담고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세상에 둘도 없는 유원지라고!!”

유원지라는 말에 프랑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거인이 된 자신에게도 내가 매력을 느낀다는 말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몸이 커지고 이형종이 되어버렸다는 부분에 상당히 신경 쓰는 듯 하지만….

“프랑은 프랑이잖아. 내가 싫어할 리 없지.”

한 번 더 반복해서 말하니 프랑은 들어 올린 가죽 튜닉 자락을 내리면서 눈물을 머금은 예쁜 미소를 지었다.

“어? 왜 가려?!”

「…아이참!」

나도 아이참이다! 보여주다가 말면 누구라도 화내는 게 당연하지!

“보여주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보여줘야지! 보여주다 마는 게 어딨어!!”

프랑의 누드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면서 그런 무식한 통짜 드레스를 걸치는 건 난 반대라고, 알몸의 프랑이 더 보고 싶다고 날뛰기 시작하니 프랑도 그렇지만 옆에서 퍼질러 앉아있던 암흑이도 진짜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동안 보여주네 못 보여주네 하면서 나랑 입씨름을 하던 프랑은 두통이 올라온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이만하면 프랑의 쓸데없는 생각은 저만치 날아간 거 같지? 히죽 웃으면서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살코기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고기를 더 챙길 거야?”

나도 고깃덩어리를 챙겨서 짊어들까싶은데 프랑은 손으로 못가게 막으면서 말했다.

「바로 이동하실거지요? 서하는 공간 도약을 펼쳐야하니 짐 같은 건 챙기지 마세요. 챙겨야 할 건 제가 다 챙겼으니까요.」

펼쳐놓운 비늘 가죽을 다시 돌돌 말아서 보따리 안에 집어넣는 프랑을 보고 기운차게 소리쳤다.

“알았어. 그럼 출발하자!”

「네!」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지만 막상 움직이려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산만한 짐보따리를 가볍게 들쳐메는 프랑을 한번 보고 동쪽과 서쪽을 번갈아봤다.

귀환 포인트를 찾는 게 먼저니까, 동쪽으로 가면 내가 알고 있는 몇 개의 귀환 포인트가 있는 건 확실하지만 서쪽에는 쭉 신경 쓰이는 홀로 서 있는 커다란 산이 있고….

어마무시한 크기의 짐을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들어 올린 프랑은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인 날 보더니 서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말했다.

「서쪽의 거대한 산은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점이 많으니 준비를 마친 다음에 가보기로 해요. 일단은 엘리펀트로스 산으로 먼저 가죠.」

“OK.”

공간 도약을 할 때 부피가 늘어날수록 TP 소비가 늘어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줄 몰랐다.

“가득 찬 TP로도 고작 10번 밖에 못 움직이다니, 진짜 소비 TP가 엄청나네.”

지금 내 위상력 총량은 천 단위 이하는 잘라내고 위상석과 합쳐서 5,844만이다. 내 몸 하나 이동할 땐 TP는 거의 소비되지 않았었는데 작은 산만한 짐보따리에 프랑하고 같이 움직이니 공간 도약 한 번에 584만이 사라지는 거다.

아니, 작은 산만한 부피와 함께 공간 도약이 가능하다는 게 더 놀라운 건가?

「공간 도약이 만능은 아니었네요.」

소비한 TP를 회복하기 위해 푸른색 공간의 벽을 얇고 넓게 펼쳐놓고 쉬고 있으니 프랑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공간의 벽 가장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까닥거리는 프랑은 밤하늘에 뜬 창백한 달을 보면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584만 TP라면…. 내가 마나시브로 위상석에 TP를 주입하면 1 TP에 100만 원을 벌 수 있으니까 공간 도약 한 번에 5조 8천억이 사라지는 건가 하는 잡생각이 든다.

그보다 프랑이 거인이 되고 나서 사랑을 못 나눴으니 벌써 13일째 금욕생활 중이군. 몸에 사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거시기에 마나 시브로 있는 힘껏 응축하면 거시기만 무진장 커져서 프랑에게 맞는 사이즈가 되지 않으려나?

커진다고 해도 혈압이 낮은 데다 피도 모자라서 발기한 거시기에 피를 보내다가 적혈구 수치가 감소해서 쇼크로 죽을 거다.

가느다랗고 운율이 섞인 콧노래가 듣기 좋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시답잖은 잡생각을 이어가며 TP가 차오르길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해 잠도 안 자고 1시간 40분마다 공간 도약을 반복해나가다 보니 새벽 즈음에 1회차 강제소환 장소의 절벽에 다시 도착했다.

재수색하느라 되돌아갔다가 이제야 돌아오다니, 그보다 절벽에서 500m나 높은 수위를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심이 점점 깊어지는 걸 보면 이곳의 지형은 서쪽의 존나 큰 산 주변이 지대가 높고 이 근방에서부터 엘리펀트로스 산으로 가까이 갈수록 지대가 꾸준히 낮아져서 홍수가 나면 물이 이곳으로 죄다 흘러 모이는 거 같다.

절벽을 지나쳐 다시 6시간이 흘러 점심 즈음이 되었을 때 2회차 때 신세를 졌던 작은 산, 산의 형태가 가슴 같아서 가슴 산이라고 이름 붙였던 장소가 공간 지각에 들어왔다.

“가슴 산이다.”

TP도 얼마 남지 않아 다시 채우고 갈 겸 푸른색 공간의 벽을 얇고 넓게 쳐서 그 위에 내려섰다.

바람 너구리와 산의 주인인 실버 화이트 울프의 싸움에서 마나 탄을 쏘아내는 법을 익혔고 그 뒤에 이형종을 정리한 다음 귀환 포인트로 넘어갔던 그 장소.

생각해보면 저 장소에서 프랑하고 역사가 이루어졌었지. 프랑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날 훔쳐본다.

프랑은 지고 있던 거대한 짐 보따리를 가볍게 내려놓고 내 옆에 얌전히 앉았는데, 발아래와 프랑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음흉하게 웃으니 프랑은 민망한 듯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입을 삐죽 내밀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첫 경험이 하드한 딥 쓰롯이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역사가 이루어졌던 산 정상의 거대한 평면 바위도 그렇고 가슴 산은 육지 해일에 손상을 입은 형태는 아니었다. 물이 빠져나가면 그대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앗, 귀환 포인트가 물속에도 존재하네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발아래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프랑의 말에 나도 공간 지각을 돌려 귀환 포인트가 있던 장소, 나무 근처를 훑어보니 과연 물속에 희미한 빛무리가 일렁이는 게 보인다.

「보이세요?」

“응. 보여. 물속에도 귀환 포인트가 존재할 수 있구나.”

사용한 지 9개월 가까이 흘렀으니까 귀환 포인트가 재생됐을 법도 하군. 프랑은 몸을 곧게 펴더니 눈을 감아버렸다.

뭐 하려는 거지?

「…아아. 위상력 감지 기능으로 귀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 안되네요.」

눈을 뜨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데, 나도 조금 아쉬워졌다. 그게 가능했으면 귀환 포인트를 찾기가 훨씬 편해졌을 텐데.

“말 그대로 위상력'만' 감지하는 능력인가보다.”

대화가 끝나자 프랑은 귀환 포인트가 있는 방향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 뒤에는 날 응시하기 시작했다.

…저 표정을 보니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간다.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던 프랑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역시 서하 혼자 먼저 돌아가는 게 좋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프랑 혼자 둘 거 같아? 싫어. 안돼. 절대 안 돼. 돌아갈 땐 무조건 같이 돌아가는 거야.”

말도 채 끝나기 전에 똑같은 말로 단호하게 거절하니 프랑은 잔뜩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해도 안돼!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이어진 프랑의 말은 날 설득하기 위한 요소가 가득 포함된 이야기였다.

「서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위상 세계에 입장한 곳은 우리 집이잖아요? 40층 빌딩의 40층이에요. 그곳에서 나타나면 제 몸무게에 빌딩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크게 다칠 거에요. 그 사고에 아버님과 어머님이 휘말릴지도 몰라요. 시하 님도 능력자시지만, 속성 능력자이시니 크게 다치실 수도 있어요.」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프랑을 두고 현실로 돌아갔다가 5일의 쿨타임이 지나고 다시 들어와야 한다.

내가 그거에 대비도 안 하고 있을 줄 알았어?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붕괴하는 건 막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40층 위쪽 전부를 감싸버릴 거야. 그리고 호박색 공간의 벽으로 부스러져내리는 빌딩 파편을 모두 소멸시키고 프랑을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공중에 묶어놓으면 될 테니까!”

위상 세계에서 귀환할 때 공간 지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주변 풍경이 바뀌는 순간까지 인식되니까, 집 안에 누가 있으면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추가로 덮어버리면 그만이지.

그럼 부서져도 우리 집만 부서질 거고 다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가족이 다친다는 이야기에 조금 움찔해버렸지만 내 예상대로라면 괜찮을 거야.

프랑은 내 대책을 듣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거라면 괜찮을지도….」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표정에서 걱정을 치우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다른 모든 이유보다 프랑과 헤어진다는 게 가장 싫다. 그러니 같이 돌아갈 거야.

「제가 나중에 돌아가도 괜찮은데….」

으이, 진짜!

“그~러~니~까!! 프랑을 여기에 혼자 두고 가기 싫다고!! 5일이라지만 프랑이랑 헤어지는 것도 싫어! 빌딩이 손상을 입어서 못살게 될 수도 있겠지만, 입주자들한테 피해배상 해주고 재건축하는 동안 딴 데 살고 있으라고 하면 돼! 그렇지않아도 내 몸에 생긴 위상석도 그렇고 프랑도 거인이 돼버린 거나 용왕이라는 쪼잔한 놈도 있고 백청도 죽은 게 아닌데 이런 곳에 혼자 있겠다니, 절~~대로 안 돼!”

「…….」

프랑은 곤란하지만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날 내려다본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빛에 걱정이 다 사라지지 않아서 완벽하게 설득할 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음…. 그러고 보니 그랜드 터틀은….

“프랑은 하철수가 그랜드 터틀과 함께 나왔던 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었는지 기억나?”

「…? 제가 본건 건물이 대부분 철거되고 난 뒤의 일이어서요. 기억이 안 나요.」

그랬지, 참. 건물이 무너지면서 피어난 먼지 구름에 고위 이형종 들이 날뛰면서 터져 나온 가스 폭발이나 그런 거 때문에 시야가 많이 막혔었으니까….

그 상황을 모두 파악한 건 공간 지각을 가지고 그랜드 터틀이랑 싸우던 나뿐이겠지.

“하철수는 건물 안에서 튀어나왔잖아. 무진장 거대한 거북이랑 함께. 그런데 내가 공간 지각으로 확인했던 건 건물이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박살 난 모습이었거든?”

그러면서 말하면서 내 목에 메달려있던 암흑이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이 녀석이라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몰라.

“암흑이 너도 말해봐. 그랜드 터틀이랑 함께 현실로 빠져나왔을 때 어땠었냐?”

-빌딩 말씀이심까?-

“전체적으로. 니가 위상 세계에서 빠젼올때 느낌이 어땠는지, 주변 상황이 어떠했는지 전부 설명해봐 봐.”

-음…. 제가 현실로 나왔을 땐 주인님의 공간의 벽이 가득 찬 방 한가운데였었슴다. 빌딩은 그냥 무언가에 밀려나듯이 무너졌던 걸로 기억함다-

액체로 이루어진 머리카락은 내가 건드릴 때마다 찰랑거렸다. 암흑이는 자기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생각 중인 표정을 짓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확실함다. 현실로 빠져나올 때는 멀쩡했는데 그 직후에 건물 한쪽이 무너지면서 연달아 붕괴했슴다.-

“현실에 완전히 나타나고 나서 건물이 무너졌다고?”

-넹.-

그럼 빠져나올 땐 입장한 그 장소에서 나타났지만, 그랜드 터틀의 덩치에 깔려서 건물이 무너진 건가?

「위상 세계에서 현실로 나올 때는 들어갔던 장소의 바닥을 딛고 나타나긴 하지만,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위치가 고정되어있다가 빠져나오고 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낙하한다는 거니?」

그러고 보니 하늘 섬을 끝낸 뒤에 재입장했을 때도 그랬었지.

-뉍.-

암흑이의 확인을 얻은 프랑은 그제야 불안감이 해소된 표정으로 살짝 한숨을 내뱉었다.

“현실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는 거야. 내구도와 강도는 프랑도 잘 알잖아? 프랑의 무게에 건물이 붕괴하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알았어요. 그래도 빌딩 건물이 손상되는 건 어쩔 수 없겠네요.」

“그건 지금 가든 나중에 가든 똑같은 거야. 건물에 입은 피해는 배상해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돼. 아무튼….”

인증기를 켜서 현실의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보려 했는데 인증기가 박살 난 게 생각났다. 예방 차원에서 주말이나 점심시간은 피하려 했는데 날짜를 알 수가 없네.

시간은 얼추 점심시간이 지난 거 같긴 한데.

프랑은 날 믿는지 걱정이 모두 사라진 평온한 모습으로 일어서서 짐 보따리를 짊어지고 어깨로 이리저리 퉁겨 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내가 실수하면 프랑 말대로 다치는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 그게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에 몸이 굳고 가슴이 살짝 떨리지만, 조용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현실로 돌아갈 때 집중해서 주변 파악을 하는 건 여러 번 해봤잖아?

백청의 뼈를 담은 짐 보따리를 짊어지고 준비를 끝낸 프랑을 보고 그녀의 목덜미로 뛰어올라 귀환 포인트가 있는 물속으로 공간 도약을 썼다.

혹시나 우리 덩치에 귀환 포인트가 뭉개지거나 사라질까 봐 살짝 멀리서 나타난 우리는 천천히 귀환 포인트를 향해 헤엄쳤다.

만약 그랜드 터틀이라는 전례가 없었다면 프랑의 몸이 너무 커서 함께 되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고민했을 거다.

새삼 하철수 그 자식이 내게 주고 간 선물이 많다는 생각에 놈에게 아직까지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감정은 모두 털어버렸다.

이 기회에 그 녀석도 아주 잊고 털어버려야겠다.

============================ 작품 후기 ============================

낮에 방 안 온도가... 34도를 넘었습니다.

그냥 뻗어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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