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60화 (360/517)

00360  수색  =========================================================================

한동안 확인해본 결과, 프랑의 방어력은 백청 놈이랑 비슷한 수준인 거 같다.

나중에는 마나 포 Mk 2도 써보라는 프랑의 요구가 있었지만 정말로 화가 나서 얼굴을 찡그렸더니 프랑도 찔끔한 표정을 짓고서 슬쩍 말을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뒤에 공간의 벽 호박색 버전과 푸른색 버전의 차이점도 확인해봤는데 푸른색 공간의 벽은 Mk 2를 붙이기에 모호했다.

많이 애매했다.

「푸른색 공간의 벽은 그냥 벽이랑 같은 효과네요.」

“그러게. 호박색 공간의 벽처럼 중첩도 안 되고 분해나 공격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점은 한번 생성한 뒤에도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뿐인가?”

이리저리 푸른색 공간의 벽을 생성하고 형태를 바꿔봤지만 아주 섬세하게는 만들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어느 부분에서 이득이 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생성한 뒤에 위치도 옮길 수 있으면 대량 수송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푸른색 공간의 벽은 한번 생성했을 때 중심점이 있어서 그 부분 만큼은 움직이거나 형태를 바꿀 수가 없었다.

푸른색 공간의 벽은 올라탈 수 있다. 모양을 내가 원하는 형태에 맞춰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공격 능력도 없다.

“우와~ 애매해! 무진장 애매해!!”

「그런데 굉장히 단단하네요. 혹시 구속용으로 쓸 수 있진 않을까요?」

평평한 판으로 만들어놓은 푸른색 공간의 벽을 수도로 내려쳐 본 프랑은 이리저리 만져보고 힘을 줘보더니 감탄하면서 말했다.

“…구속용?”

프랑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법하다고 생각하면서 프랑의 손목에 수갑처럼 만들었다.

「앗? 서하아.」

“오오?”

이거, 그냥 공간의 벽이라고 폄하할게 아니었어. 푸른색 공간의 벽을 프랑의 손목에 겹쳐서 생성했더니 프랑은 깜짝 놀랐다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으으읏!!」

그냥 힘으로는 구속을 풀어내지 못하자 본격적으로 위상력을 활성화하고 위상력 운용 기술을 발동해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니 그제야 공간의 벽에 쩌저적하고 금이 간다.

“내구도랑 강도가 엄청난데?”

위상력을 활성화하고 힘을 있는 힘껏 줘야 할 만큼 강도가 높다는 건… 이 말은 곧 구속력 또한 탁월하다는 이야기다.

프랑이 힘을 주기 시작하자 금방 금이 가고 부스러지기 시작했지만 저건 두께가 얇다. 두 배, 세배로 두껍게 하고 관절부위마다 공간의 벽을 쳐서 힘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면 프랑도 구속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초위급의 홀려버릴 듯이 아름다운 위상력의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눈길을 뺏겼다. 그러다 프랑의 손목에 채워졌던 공간의 벽이 부스러지다 연기처럼 변해 사라지는 장면에 시션을 돌렸다.

푸른색 공간의 벽이 부서지면서 힘에 못 이겨 몸이 휘청하고 넘어지려 할 때 이번에는 양 손목에 따로 푸른색 공간의 벽을 쳐버렸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연달아 허리와 골반과 허벅지와 무릎 정강이에 옛날 죄수들이 쓰던 칼 같은 형태로 겹쳐버렸더니 프랑은 뒤로 넘어지는 모습 그대로 공중에 묶인 채 꼼짝달싹 못 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아앗?!」

이번에도 어떻게 힘을 줘서 공간의 벽을 부숴보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대로 힘이 집중될만한 토대를 만들어주지 않으니 초위급의 프랑도 어쩌지 못한다.

「서, 서하. 풀어주세요!」

…이걸 이용하면 신체 강화 능력자인 화연이랑 영은이를 대상으로도 구속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음흉한 상상에 가슴이 설레는걸 느끼면서 히죽히죽 웃는데 사지가 구속된 프랑의 다리 사이로 민둥산이 눈에 들어온다.

“으흐흐.”

「히잉?!」

반은 놀림 삼아, 반은 진담 삼아 공간의 벽으로 계단을 만들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간다. 얼마 안 가 눈앞에 프랑의 음부가 한가득 들어오는데 난 정말 거인 페티시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음부와 가까워질수록 풋풋한 사과 향기가 진해진다. 털 한 가닥 없는 민둥산이, 입을 꼭 다문 도톰한 둔덕이 어떻게 이렇게나 흥분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정말 저질러버릴 거 같아 애써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입을 열었다.

“동굴탐험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히익?!! 아, 안돼요! 절대 안 돼요!!」

“에이~ 진짜 안돼? 안쪽이 꼭 한번 보고 싶은데.”

동굴탐험이 무슨 말인가 두 눈동자에 궁금함을 담았던 프랑은 내가 향하는 곳이 어딘지 눈치채고 기겁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손과 발과 머리를 꼼지락거리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기 시작했다.

「으~! 절대 안 돼요! 왜 그런 걸 하려고 하는 거예요~!! 절대절대절대 싫어요~!!」

그렇지않아도 몸이 커져서 목소리도 커다란데 고함까지 지르니 귀가 왱왱 울린다.

여기서 더 놀렸다간 후환이 두려워지니 이 정도만 해야겠다. 공간의 벽을 회수하니 구속이 풀리면서 뒤로 털썩 쓰러진 프랑은 황급히 허벅지를 오므리고 두 손으로 음부를 가린 채 날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째려본다.

…진성 변태를 보는 눈빛이라 이것도 흥분되는 거 같다.

꺅꺅거리는 시간도 지나가고 오두막집 바깥은 더 어두워졌지만, 빗줄기는 약해지지도 않고 여전히 무시무시한 강우량을 보였다.

잠깐 푸른색 반투명한 벽 너머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다가 줄어든 TP를 확인하고 입맛을 다셨다.

“푸른색 공간의 벽은 TP 소비가 어마어마하네.”

「어느 정도인가요?」

“방금 장난치면서 노는데 800만 TP를 써버렸어. 호박색 공간의 벽을 치는데 드는 TP보다 1,000배를 더 쓰는 거 같아.”

「…굉장하네요. 호박색은 1㎥ 당 100 TP씩 사용했었죠?」

1㎥, 그러니까 가로세로 높이 1m짜리 큐브를 만들면 10만 TP가 들어간다는 말이다. 생각보다 큰 소비량에 공격용으로 쓰기보단 이형종의 구속용으로 써야겠다.

마침 적당히 모양도 바꿀 수 있으니 딱 맞는군.

나와 프랑의 능력에 대한 정리가 얼추 끝났을 땐 빛 한점 비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빠르게 몰려오고 있었다. 밤이 되기 전에 먹구름을 걷었으면 좋았을 걸 너무 놀았나 보다.

“먹구름부터 치우고 나서 놀았어야 했는데… 실수했네.”

말하는 와중에도 빠르게 어두워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뜨고도 감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간 지각 범위 안에 생명체라고는 나와 프랑과 암흑이가 느껴질 뿐이다.

그건 프랑도 마찬가지인지 눈을 감은 채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쉬었다가 내일부터 시작하시는 게 어떠세요? 지금 이곳이 공간 지각의 감각을 흐트러트리니 떨어지면 위험 할 거 같아요.」

“으음. 서로 떨어지면 위험한 거니까 딴 데 움직이지 말고 지금 우리 위쪽에 있는 먹구름부터 지우자. 지붕으로 덮어놓은 공간의 벽만 치우면 될 거야.”

「아. 그러면 되겠네요.」

바로 지붕으로 덮어놓은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우니 폭우가 그대로 들이치며 집 안에 물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허벅지까지 차오른 수위에 마나 탄 Mk 2에 겁먹고 저 멀리 도망갔던 암흑이가 허겁지겁 헤엄쳐와서 내 다리에 달라붙는다. 암흑이를 집어올려 어깨에 올리고 배수구를 만들어서 차오르는 물이 빠지도록 한 다음 마나 포mk1으로 5만 TP를 응축했다.

“…얼마나 높이 쏴야 하지?”

「…….」

생각 못 했다는 표정으로 당혹스러워하는 프랑을 보니 나도 난감한 기분이 됐다. 거리 감각이 요상하게 꼬인 이 영역에서 거리감이라는 건 믿을게 못 된다.

아까 허리케인을 지울 때는 무시무시한 바람 덕분에 허리케인이 눈에 보여서 그쪽으로 마구마구 날렸던 거지만 지금처럼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황에는 정확하게 구름만 치울 폭발을 터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마나 탄이나 마나 포가 터지는 트리거는 두 종류밖에 안 된다.

하나는 시야로 폭발할 위치를 점검해두고 날리는 거, 이 경우에는 중간에 뭐가 걸리든 죄다 씹어먹고 통과해서 도착 지점 어림에서 폭발하지만, 정확도가 좀 많이 떨어진다. 정확도가 떨어져도 폭발 범위로 씹어먹으니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점은 못 느껴서 주로 이 방법을 썼었다.

다른 하나는 무언가에 닿으면 터지게끔 날리는 거. 이건 말 그대로 일정 이상의 "질량"을 가진 무언가와 닿으면 터지게 하는 거다.

첫 번째 방법으로 먹구름을 치우려 하니 숫제 양동이로 쏟아붓는 기세 때문에 먹구름은커녕 코앞도 안 보이는 지경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 쐈다간 코앞에서 물이랑 만나서 빵! 하고 터지겠지. 폭발하는 질량을, 비중을 무겁게 하면 비는 뚫고 올라가겠지만, 문제는 구름도 뚫고 올라갈 거라는 거다.

팔짱을 끼고 비를 맞으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방법은 뭐 하나뿐이지. 허리케인에 다가가던 것 처럼 공간의 벽을 쌓아가면서 올라가는 거.

거리 감각을 엉망으로 만드는 거라면 천천히 공간의 벽을 만들어가면서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비구름 위로 올라갈 거다. 그때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프랑이 눈을 뜨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해봐요.」

“오? 뭔가 방법이 생각났어?”

「거리감과 공간 감각에 혼란이 오면 그 혼란을 무시할 방법을 사용하는 거예요. 제 키가 40m 정도니 제 키 높이만큼 공간의 벽을 발판으로 치면서 올라가면 적어도 거리에 혼동이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크… 나랑 프랑은 어떻게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걸까.

“역시 난 프랑이랑 천생연분인 게 틀림없어.”

「그렇게 하면 최소… 네헹?!」

“나도 차근차근 공간의 벽을 쳐서 올라가려고 생각했거든.”

내가 생각했던 거랑 같은 걸 떠올린 프랑을 보며 히죽 하고 웃었더니 프랑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은근한 홍조와 미소가 떠오른 게 무척이나 예쁘다. 작게 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은 프랑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제가 함께 가면서 제 키를 대중 삼으면 최소 40m씩 계단을 만들며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비구름을 발아래에 둘 수 있을 테니까 멀리 있는 비구름부터 마나 탄으로 차근차근 지워나가다 보면 상황이 변할 거라 생각해요.」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프랑의 어깨 위로 올라갔…는 데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 덕분에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다. 프랑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굴러떨어질 거 같다.

이렇게 균형을 잡기 힘들어서 암흑이도 내 목에 매달려 있는 건가?

내가 자리를 못 잡고 있으니 프랑이 손을 내밀어 왔다. 하는 수 없이 프랑의 손바닥 위에 앉아 프랑이 밟고 올라갈 푸른색 공간의 벽을 치기로 했다.

키 40m의 거인 프랑의 몸무게는… 어림잡아 수십 톤이 넘어갈 듯한데 푸른색 공간의 벽이 무게를 얼마나 버티는지 시험해봐야겠다.

차례대로 두께를 10cm에서 조금씩 줄여나갔는데 두께 1cm로도 프랑의 몸무게를 버티는 걸 확인했다. 프랑이 발을 거칠게 굴려도 멀쩡한 게 진짜 튼튼한 거 같다.

대충 두께 1cm에 지름 5m짜리 원판으로 만들어주면 되겠지.

공간의 벽으로 만든 오두막집을 지우고 프랑과 함께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밤하늘을 향해 걸어 올랐다. 공간의 벽을 40m 높이로 만들면 프랑은 가볍게 발을 굴러 뛰어오르고 그럼 다시 공간의 벽을 만들고 프랑은 또 뛰어오르고.

그러는 와중에 나는 프랑의 손바닥 위에 앉아있었는데 프랑은 내가 비에 맞지 않게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서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프랑이 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고 한다.

그리고 공간의 벽을 127번을 쳤을 때 드디어 빌어먹을 빗속을 뚫고 올라와 시커먼 밤하늘 한복판에 환하게 떠 있는 반달을 볼 수 있었다.

「앗!!」

“흠.”

또 반달 아래 우뚝 솟은 거대한 산도.

나와 프랑은 한동안 달빛을 받으면서 정말 하늘을 뚫을 듯이 솟은 산을 말없이 바라봤다. 확실히 절벽에서 보던 산보다 가까워 보이긴 한데 먹구름의 바다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라 지표로 삼을 지형지물이 없어 거리감이 꽝이다.

“이렇게 노려본다고 뭔 일이 생길 것도 아니니까 일단 먹구름부터 치우자.”

「아, 네.」

시선을 내려 아래를 보니 달빛에 비친 비구름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인 기묘한 모습이었다. 마치 검은색 종이 위에 수정액을 뿌린 것처럼….

프랑을 잡고 시험 삼아 5km 상공까지 공간 도약을 했더니 그제야 공간 지각의 거리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걸 느꼈다. 실제 먹구름과의 거리도 5km라는게 정확하게 파악된다.

프랑의 손바닥에서 뛰어내려 그녀가 편히 앉아 구경할 수 있게끔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바닥을 넓게 만들어준 뒤에 프랑을 보면서 말했다.

“거리감이 원래대로 돌아왔으니까 공간 도약으로 저 산을 향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대로 비구름의 영향권 밖으로 가버리면 그만 일 거 같은데.”

「그렇긴 하지만… 저도 방금 생각 난거지만요. 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 이 근방에 백청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그러니 백청을 찾아 후환을 남기지 않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의자에 앉아 날 올려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프랑은 발치의 반투명한 푸른색 공간의 벽 너머를 내려다보면서 다시 말했다.

「…이게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기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거리가 넓은지도 모르겠지만, 저 방향으로 조금 먼 곳에 희미한 이형종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거든요.」

“그게 백청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위상력이 느껴지는건 확실해요. 구름 아래에 있을 때는 맞는지 아닌지 너무 희미한 감각이라 확신이 서질 않았는데 구름 위로 올라오니 확실히 느껴져요.」

프랑의 이야기에 조금 고민했지만 금방 프랑의 의견대로 후환이 남지 않게 처리하고 이곳을 떠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비구름을 없애고 프랑이 느꼈다는 그 위상력으로 가보자.”

「네!」

이야기를 끝내고 비구름이 얼마나 넓게 퍼져있나 궁금해져서 프랑과 함께 공간 도약으로 지상에서 70km까지 올라왔더니 비구름이 펼쳐진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를 겨우 뒤덮을 수준인데?”

「넓다면 넓은 지역이지만 서하가 공간 도약을 한 횟수와 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좁은 지역이네요.」

내 계산상으로는 여태껏 공간 도약으로 이동한 거리가 1만 km인데 우리나라가 강원도 고성군에서 전라남도 해남군까지 직선으로 가장 긴 곳이 거리상으로 500km 정도인걸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된다.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프랑과 함께 지상 10km 위치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프랑이 앉아있을 곳을 다시 마련해준 뒤에 마나 포 Mk1에 TP를 4만씩 응축시켜 5km 아래에 펼쳐져 있는 비구름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두쿵. 구광. 과그그그그….

10km 아래쪽의 비구름에 닿은 마나 포가 터질 때마다 평범한 폭발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진다. 어찌 보면 심장 박동 소리 같은 폭발음이 연신 들려오며 비구름이 차례차례 지워져 나간다.

4만 TP의 마나 포는 약 4km 범위를 지워버렸는데 30분간 쉬지 않고 마나 포를 날린 결과 비구름이 눈에 띄게 옅어지기 시작했다.

비구름의 고도 역시 낮아지고 있었는데 처음 마나 포를 던졌을 때보다 1km나 가라앉았다. 조금 더 가라앉으면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으로 내려갈 것 같다.

그런데 계속해서 마나 포를 집어던져 봐도 비구름의 농도만 옅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아오, 죽어도 안 사라지네.”

점점 연해지긴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비구름에 살짝 짜증을 부렸더니 프랑이 날 다독이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하. 먹구름은 줄어들수록 고도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니 호박색 공간의 벽을 먹구름 아래쪽에 넓게 쳐두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공간의 벽에 닿은 먹구름들이 알아서 사라질 거에요.」

“그래야겠다. 일일이 지우려면 날 새도록 마나 포를 던져야 할 거 같아.”

바로 공간 도약으로 빠르게 돌아다니며 비구름이 생성되어있는 영역에 모조리 호박색 공간의 벽을 아주 얇게 쳐버렸다.

혹시 몰라 가운데 비구름을 두고 샌드위치처럼 만들어뒀으니 진해지면서 상승하든 옅어지면서 하강하든 먹구름은 사라지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비구름이 빠르게 안사라진다.

그냥 날이 밝을때까지 쉬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 없어져 있겠지. 프랑도 그게 낫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달빛과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프랑이 쉴 장소를 마련해준 다음 내가 잘 곳을 만들었다. 프랑은 얌전히 누워 자는 타입이니까 푸른색 공간의 벽으로 코르셋처럼 가슴을 모아놓고 그사이에 누우면… 으흐흐.

「아이참.」

편히 누운 프랑의 가슴에 잽싸게 코르셋 형태의 공간의 벽을 만들어서 가슴을 한껏 모았더니 보기에도 흐뭇한 가슴골짜기가 만들어진다.

1초라도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에 가슴 골짜기 사이로 몸을 밀어 넣으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안락감이 느껴진다. 역시 가슴이 최고야….

말랑말랑하고 포동포동한 가슴 사이로 머리만 빼꼼 내민 채 말했다.

“답답하진 않아? 불편하면 말해.”

「괜찮아요. 하지만 서하는 저보다 제 가슴을 더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엥? 이게 무슨 말이야? 난데없는 이야기에 프랑을 올려다보니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혀를 살짝 내민다.

“프랑이 가슴이고 가슴이 프랑이잖아! 프랑의 가슴은 붕어빵의 단팥과 같은 거야!”

「엑?! 저보다 제 가슴이 더 가치가 높다는 거에요?!」

“가슴이라서 프랑이 좋은 게 아냐. 프랑의 가슴이라서 좋은 거야!”

「…….」

프랑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인데 나도 척추반사로 내뱉은 말이라 내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킥킥 웃으면서 온몸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사과 향기에 꿈틀거리니 프랑이 간지럽다고 얌전히 있으라며 가슴 윗부분을 누른다.

암흑이는 슬금슬금 가슴골 안쪽으로 기어들어가더니 몸을 웅크린 채 꿈쩍도 하지 않는 게 저 상태로 쉴 생각인가보다. 나도 숨을 안 쉬고도 살 수 있으면 저렇게 했을 텐데….

아쉬움에 프랑의 사과 향 체취를 한가득 맡으며 몸에 힘을 빼고 수면 睡眠 아래로 가라앉아갔다.

============================ 작품 후기 ============================

다음 이 시간에!

아, 그리고 주인공의 스킬을 적어달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셨는데... 능력 설정은 아직 글을 안 보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이라서 올려야 할지 고민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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