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9 수색 =========================================================================
공간의 벽으로 만든 거대 오두막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하마터면 길을 잃을뻔했다.
되돌아오다 보니 공간의 벽으로 만들어 둔 길이 끊어졌는데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가 있나.
순간적으로 닭살이 돋을 만큼 놀랬지만 TP를 탈탈 털어 호박색 공간의 벽을 하늘 위에 얇고 광범위하게 쳐서 비를 막았더니 저 멀리 푸른색 상자가 보여서 십년감수 했다.
공간의 벽을 치면서 오두막집으로 돌아왔더니 프랑은 바닥에 두 발을 꼬고 앉아 좌선을 하고 있었다.
와, 득도한 젊은 외국인 비구니를 보는 거 같아. …알몸만 아니었다면.
위쪽으로는 경건한 마음이 드는데 불경한 생각은 아랫도리에 몰려드는 거 같아 괜히 허리춤에 두르고 있는 가죽 치마를 펄럭였다.
내가 내는 인기척에 프랑은 숨을 한번 들이쉬더니 눈을 떴는데 눈가에 희미한 위상력이 흐르다가 멈춘다. 그래서 공간 지각으로 프랑의 몸 안을 살펴보니 위상력이 회전을 멈추고 심장 부위에 모여드는 게 보였다.
역시나 내 공간 지각을 느끼는지 프랑의 얼굴이 붉어진다.
“다녀왔어.”
「수고하셨어요. 바람이 가라앉았네요.」
“응. 그런데 비 때문에 잘 안 보여서 허리케인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확인 못 했어.”
「바람이 가라앉았다는 건 태풍이 사라졌다는 증거니 염려 놓으셔도 될 거 같아요. 그럼 바로 하늘의 먹구름을 치우실 건가요?」
“아니, 허리케인을 지우고 돌아올 때도 공간의 벽을 치느라 TP가 많이 줄었어. 쉬었다가 할래.”
위상력의 농도가 옅어져서 어쩐지 기력이 빠진 느낌이다. 마치 연인들이랑 하루종일 침대에서 땀을 흘렸을 때처럼…. 흠흠.
「그럼 이리 오세요.」
방긋 웃은 프랑은 내게 손바닥을 내밀기에 그 위에 내려서면서 욕망이 서린 눈으로 프랑을 올려다봤다. 그래, 지금이 말할 때다!!
“그러니까 상 줘.”
「네? 상… 말인가요?」
“응. 허리케인을 잠재우고 오느라 수고했으니까 상 줘!”
내가 생각해도 이만큼이나 진지했을 때가 있었을까 싶은 모습으로 거인 프랑을 빤히 올려다보니 프랑은 좀 당혹스러워하긴 했지만 이내 부드럽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상을 바라세요?」
왔다! 왔다고!!
“가슴 침대!!!”
내 혼신을 다한 외침에 프랑의 표정이 요상하게 일그러져간다.
「가… 가슴 침대요…?」
프랑은 무의식적으로 두 팔로 가슴을 가리는데 그 덕분에 풍만한 유방이 모이고 눌리는 모습에 저거다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가! 슴! 침! 대!”
-가! 슴! 침! 대!-
내가 선창을 하니 내 목에 매달려있던 암흑이도 따라 외친다. 눈에 불을 켜고 구호를 외치듯 외치니 프랑은 장난꾸러기 아이를 보는 엄마 같은 얼굴로 곤란해 했다.
우오, 저 표정 너무 좋아! 연인 같으면서도 엄마 같은 모성애가 막막 느껴지는 게 완전 최고야!
“아니, 곤란 해할게 뭐 있어! 가슴 침대 해줘! 가슴 침대!! 상 준다고 했잖아~!”
얼른 해달라고 보채고 떼를 쓰기 시작하니 프랑은 이미 했던 말을 물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더니 한숨을 폭 쉬면서 손바닥 위에 올려진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한다.
「으… 알았어요. 가, 가슴 침대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어떻게 하는 거야?”
가슴 침대라는 절묘한 울림에 현혹되기만 했지 정작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어깨 위에서 암흑이를 내려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암흑이를 보는 프랑의 눈이 원흉을 대적하는 그것처럼 대번에 사늘해진다.
-…! 주, 주인님. 프랑 마님한테 저 혼내지 말라고 해주시면 알려드릴게요!!-
엉? 이 녀석 말투가 바꼈네. 프랑한테 겁먹은 거야? 하긴 내가 봐도 프랑이 나중에 암흑이를 되게 혼낼 거 같아 보인다.
내 손에 잡혀서 오들오들 떠는 암흑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가슴 침대라는 것을 꼭 하고 싶기도 해서 냉기가 뚝뚝 흐를 거 같은 눈을 하는 프랑한테 말했다.
“프랑, 암흑이 괴롭히지 마. 가슴 침대라는 희대의 유희를 생각해낸 암흑이는 칭찬받아 마땅해!!”
「…어휴 참.」
나의 부탁 아닌 부탁을 받은 프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에 힘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썹 끝이 조금씩 올라가는 건 막지 못하는 거 같다.
짐짓 화난 모습을 보이는 프랑을 암흑이는 빤히 보다가 히죽 웃으면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프랑의 젖가슴을 가리키며 입을 뻐끔거렸다.
-후히. 간단함다! 프랑 마님의 유방은 옆으로 누워도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는 특특상품!-
특특상품 가슴이라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발끈하려다가 날 보고 속으로 삼키는 프랑 아가씨.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기색이 심상치 않은데 그걸 눈치 못 챈 암흑이는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두 손을 불끈 쥐면서 외쳤다.
-그러니 옆으로 누우면 위아래로 포개지는 유방의 사이에 들어가면 그거야말로 꿈의 낙원! 희망의 파라다이스! 브레스트홀릭 베드의 완성임다!-
“오오!”
저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 덩어리 사이에…! 암흑이의 간단한 설명에 상상해보니 생각만 해도 대단할 거 같다!
“프랑~! 빨리빨리!”
-빨리빨리!-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옮긴 프랑은 암흑이의 설명대로 대충 옆으로 눕는데 그 모습을 본 암흑이가 버럭 한다.
-그게 아님다! 그렇게 대충 눕는 건 주인님에 대한 언어도단!! 파도 위에 누운 비너스처럼 옆으로 누우십쇼!! 그렇죠! 깔린 팔은 위로 뻗어 기지개 켜듯이!-
「…….」
삼각꼴이 된 눈으로 지적질을 하는 암흑이를 못마땅한 얼굴로 보던 프랑은 하는 수 없이 암흑이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꾸는데… 저, 저거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알렉상드르 카바넬 씨의 비너스의 탄생에 나오는 그 자세잖아!
공간의 벽 위에 서서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프랑은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려 하지만 암흑이의 호통에 굽히려던 팔을 펴고 다시 자세를 잡는다.
-다른 팔은 압박감을 위해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팔목이랑 손으로 유방을 모으는검다!! 부끄러움은 사랑의 조미료라고 하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맛임다!! 얼른 치우십쇼!-
「으으….」
수치심인지 모욕감인지 잇소리를 내며 두 눈을 질끈 감은 프랑의 자태는 비너스의 뺨을 후려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어깨에서 내려오는 선은 E 컵을 넘는 유방의 윤곽선을 따라 잘록한 허리로 내려가다 골반을 타고 솟아오르는 게 새하얀 피부와 어울려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다.
왼쪽으로 누운 프랑은 왼팔은 위로 뻗어 머리를 받치고 오른손은 가슴을 한데 모아 가슴골을 만들고 있었다. 암흑이는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정중한 집사의 자세로 프랑의 가슴골을 가리켰다.
-드시죠. 주인님만을 위한 세상에 둘도 없을 침대입니다.-
「…….」
암흑이의 소개에 프랑은 입을 삐죽 내미는데 가슴이 설렐 만큼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으랏!”
「…!!」
허리춤에 두른 사슴 가죽을 벗어 던지고 위아래로 포개진 프랑의 거대한 가슴 사이에 빨려들듯이 몸을 집어넣으니 적당한 압박감과 함께 전신에 말랑하고 따뜻함이 전신으로 느껴진다…!
우, 우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따뜻하고 부드럽고 말캉말캉한 거대한 푸딩 사이에 끼인 기분이 이런 걸까?
꿉꿉하거나 축축하다거나 그런 거 없이 마치 햇볕에 잘 말린 따뜻한 명주 솜이불에 들어간 것보다 100배는 더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한겨울 아침에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기 싫은 그 느낌을 10배 정도로 불리면 이런 느낌이 생길 거 같다. 가슴골 사이에 머리만 쏙 빼서 꿈지럭거리니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몸이 녹아내릴 거 같아….”
「아휴… 그렇게 좋아요?」
“최고야….”
나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진다. 이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면 5회차에 입장하고 나서 쌓인 피로가 모두 사라질 거 같다.
“나 조금만 잘게.”
「네?! 서, 서하….」
프랑이 입을 여니 진동이 가슴까지 살살 떨려오지만 밀어닥치는 수마를 방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금만….”
프랑이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건 알지만… 졸려… 더이상 버티는 건 무리야….
「…다면? ……했니?」
-프랑 마님의 ……이 없으… 본능으로 행동… …슴다.-
귓가에 프랑의 목소리가 들리고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며 암흑이의 조그만 입이 달싹거리는 게 공간 지각으로 감지된다.
「서하를 공격했……. 하아아.」
프랑의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난다. 동시에 가슴의 피부로 말을 할 때의 진동이 전해져와서 조금씩 어느 곳에 자극을 주고 있었다.
-쪼끔 위험하긴 했지만, 주인님은 잘 피해 다니셨고 프랑 마님의 육신도 진심으로 공격하는 거 같진 않았었슴다.-
「그리고?」
-주인님은 프랑 마님의 귀를, 목덜미를, 유방의 하단부라거나 배꼽, 엉덩이나 허벅지 사이를 누비면서 TP를 주입하셨슴다. 그 과정이 한동안 반복되더니 프랑 마님의 본능은 주인님을 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공격을 멈추셨습죠.-
그곳에 전해져오는 자극과 불편함에 점점 정신이 또렷해져 간다. 그게 싫어서 수마의 끄트머리를 잡기 위해 따뜻함을 찾아 몸을 웅크렸다.
……살 속으로 파고드니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덕분에 정신이 깨어나는 속도가 빨라져서 손을 세워 바닥…이 아니라 프랑의 가슴을 긁으니 프랑이 내 몸을 덮고 있던 한쪽 가슴을 들어 올렸다.
「일어나셨어요?」
온몸을 휘감는 차갑고 축축한 기운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드니 프랑이 푸근한 미소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엉. 얼마나 잔 거야?”
아직 잠기운이 남아서 머리가 멍하다.
「1시간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오래 주무시진 않았어요.」
해가 어디쯤에 있을까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진한 먹구름만 가득해서 오전인지 오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방이 왠지 어둑어둑한 게, 곧 밤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두 팔을 뻗어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고서 일어나 앉으니 프랑이 여전히 한쪽 가슴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이렇게 있으면 프랑이 불편하겠군.
암흑이가 앉아있는 공간의 벽 위로 뛰어올라 사슴 가죽을 집어 들었다. 비를 무진장 맞은 가죽이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는 걸 보니 암흑이가 자는 사이에 수분을 제거했나 보다.
공간의 벽을 두드리는 거친 빗소리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프랑도 일어나 앉는 걸 보고 직사각형의 사슴 가죽의 중심에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뚫었다.
전체 길이가 3m는 되니까 그냥 튜닉처럼 입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구멍을 낸 곳에 머리를 집어넣고 허리춤에 가죽끈을 묶으니 판초 우의를 입은 모습이 됐다.
벼락을 맞아 꼬부라지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사슴 가죽을 통째로 뒤집어쓴 꼴이라니, 이건 마치….
“원시인 같네.”
「푸흡.」
아아. 눈이 보기 좋은 호선을 그리면서 키득키득 웃는 프랑의 얼굴을 보니 정말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감동이 몰려온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프랑은 대머리 알몸이면서 내 모습이 웃겨?”
「윽.」
푸풋하고 웃는 프랑에게 핀잔을 주니 얼굴을 사르르 붉히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린다.
그나저나 힐링 터치로 꼬부라진 머리카락을 어떻게 고치지 못하려나? 이것도 데미지를 입어서 손상된 건데. 손에 힐링 터치를 일으켜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프랑은 야한 생각을 자주 하니까 머리카락은 금방 자라서 예전의 예쁜 모습으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큰 몸쪽인데 어떻게 해야 하려나.”
「야, 야한 생각 안 해요! …몸이 이렇게 커진 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이제 초위급인데다 기사 시절에 배운 게 있으니 위상 세계에서 서하에게 무력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거에요.」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에 찬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프랑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실은 서하가 허리케인을 지우러 가셨을 때랑 잠들어있을 때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위상력 운용 기술을 시험해봤어요.」
“어? 그걸 어떻게? 혹시 화연이한테 배운 거야?”
「네. 화연의 무기술 연습 상대가 되어줄 때 저도 능력의 강화를 위해서 위상력 운용 기술이라던가 간단한 기초 속성 탄 쏘기라던가 범용 저항 스킬인 T resist의 사용법에 대해 물어보고 그걸 배웠었거든요.」
아숨프레 수몰 폐허에 들어가기 전에 하던 수련 이야기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제가 반영체 상태일 때는 위상력 운용 기술이라던가 범용 저항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육체를 가지고 위상력을 지니게 되니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오….”
프랑은 몸가짐을 조심하게 앉아 허벅지 위에 올린 손을 쓰다듬으며 암흑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암흑이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제가 본능으로 움직일 때 주먹이나 몸에 위상력을 둘렀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면서 두 손에 위상력을 집중한다. 잠시 자기 손에 맺힌 위상력을 보더니 쑥쓰럽다는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서하가 마나 시브를 얻었을 때처럼 저도 제 몸 안의 위상력을 임의로 움직여보는 연습을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으음. 그래도 마나 시브를 전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좀 궁리해봐야겠다. 지금은 마나 시브에 대해 아는 거라곤 그냥 몸 안의 위상력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 뿐이니까 말이지.”
「후후. 어쩌면 능력의 성장에 도움을 줄지 모르니 시간이 되면 마나 시브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나중에 해봐야지. 그건 그렇고 프랑이 본능으로 움직일 때 막 허공을 박차면서 2단 3단 점프하면서 수백 미터씩 뛰고 날아다니고 그랬는데, 그런 건 안 해봤어?”
「제 본능이 했다면 저도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지금 당장 확인하기는 불가능 할 거 같아요.」
“그런가… 역시 지금 상황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군.”
그 뒤에 프랑은 자신의 육체 내구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집중하지 않은 마나 탄을 자신한테 쏘아달라고 했다.
내가 인상을 쓰면서 질색하니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확인하는 건 중요하다며 특히 방어 능력을 확인하는 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날 설득했다.
「서하도 예전에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제게 벼락을 쏘아보라고 하셨잖아요? 그거랑 같은 거에요.」
“끙….”
2회차에 내가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올 줄이야.
거기다 내가 힐링 웨이브도 쓸 수 있다는 점을 들먹이며 열심히 날 설득하는데 결국 승낙해버렸다. 아니,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프랑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는 건데 내 맘도 몰라주고 말야.
“…알았어.”
마나 탄 Mk 1을 쏘는 건 처음에는 1 TP부터 시작했다. 당연히 1 TP는 빗방울만도 못한 흔적을 남기며 사라졌고 그 뒤로 10 TP 100 TP 500 TP 1000 TP씩 늘려나갔는데 의지를,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은 마나 탄 Mk 1은 프랑의 몸에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TP를 늘릴수록 터져 나오는 검푸른 폭발만 크기를 더해가며 손을, 손목을, 팔뚝을 휩쓸지만….
“오. 1000 TP도 안 통하네.”
「피부에 닿을 때 살짝 힘으로 누르면서 손톱으로 조금씩 긁는 느낌이 나네요.」
역시나 피부에 생채기는커녕 붉은 기도 돌지 않는다. 그 뒤로 tp량을 1000씩 늘려가며 계속해서 마나 탄 Mk 1을 날렸는데 단순히 손끝에 TP를 집중해서 날리는 마나 탄 Mk 1은 초위급의 신체 방어를 뚫지 못하는 거 같다.
2만 TP를 응축시켜 프랑이 내민 손에 날렸더니 그제서야 적중당한 피부만 아주 희미하게 붉어지는 수준으로 끝났다.
백청의 경우만 봐도 의지를 가득 실은 검기 탄을 날렸을 때 비늘에 조금 깊은 칼집을 내는 수준에 그쳤으니 프랑도 비슷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겠지.
“그럼 Mk 2로 갈게.”
「네!」
의지력으로 마나 탄을 생성하니 당장 구슬의 색깔부터가 달라진다. 딱 봐도 푸른 빛이 감돌던 마나 탄이 검푸른 색으로 변한다.
-히이이.-
내 어깨에서 구경하던 암흑이는 마나 탄 Mk 2의 모습에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멀찍이 도망가버렸다. 겁많은 다크매터 슬라임의 모습에 나도 프랑도 피식 웃었지만 금세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모습으로 프랑이 내민 손에 100 TP의 마나 탄 Mk 2를 날렸다.
「앗.」
100 TP의 마나 탄 Mk 2는 고작 수 미터에 걸친 부정형 폭발을 만들어냈지만 프랑의 팔뚝에 확연한 상처를 남겼다!
“아오!”
폭발의 형태로 피부가 지워지고 근육이 드러나자 곧장 피가 울컥하고 솟아난다.
사람으로 치면 고작 바늘에 찔린 것과 다름없는 상처지만 피를 봤다는 생각에 인상을 쓰면서 번개같이 상처 부위 옆으로 뛰어올라 힐링 터치를 일으키니 두 손에 푸른 빛의 알갱이들이 쏟아지며 사라진 근육과 피부가 재생된다.
“어, 힐링 터치도 의지력이 깃드니까 눈에 띄게 효과가 늘어나네. 이제 안 아파?”
「네.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보다 힐링 터치도 능력지 진화했나 봐요. 은은한 푸른빛에서 마치 빛가루가 떨어지는 것처럼 바뀌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고작 100 TP를 사용한 마나 탄 Mk 2인데 상처가 생기다니, 저항 능력이 최고위 이형종보다 낮은거 아냐?”
초위급인데도 100 TP의 마나 탄 Mk 2에 이렇게나 상처를 입다니, 안 그래도 덩치가 커져서 공격을 받을 면적이 늘어났는데… 걱정이 돼서 눈썹을 찡그렸더니 프랑은 상처가 났던 자리를 꾹꾹 눌러보다가 빙긋 웃으면서 다시 팔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프랑의 몸 안에 뭉쳐져 있던 위상력이 활성화되며 몸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거기다 저항 스킬도 사용하는지 하얗고 예쁜 팔뚝에 푸른 빛이 감돈다.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아까까진 위상력도 안 돌렸었구나. 자신만만하게 내미는 모습에 다시 한 번 100 TP의 마나 탄 Mk 2를 날렸더니 이번에는 피부에 닿지도 못하고 마나 탄이 피부를 타고 흐르며 사라져버렸다.
“오오?!”
그 뒤로 TP를 가득 담아서 마나 탄 Mk 2를 쏘아냈는데 대비 중인 프랑에게 데미지를 주려면 최소 1만 TP의 마나 탄 Mk 2를 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만 TP를 사용했을 때 팔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피가 콸콸 쏟아져나오는 모습에 기겁하고 힐링 웨이브를 발사했는데 프랑은 내 당황한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피가 이렇게 나는데 아프지도 않아?! 아오….”
별거 아니라는 모습에 내가 다 속이 상하네! 그냥! 뺨을 실룩거리면서 소리치니 프랑은 생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보였다.
「푸훗. 보기보다 큰 상처는 아니에요. 피만 많아 보이지 실제로는 피부에만 조금 상처가 났을 뿐, 근육까진 다치지 않았는걸요?」
“…….”
뚱한 표정으로 프랑을 올려다보니 방긋방긋 웃으면서 손가락을 조심스레 내밀어 내 빰을 톡 건드린다.
「서하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제 기분이 어땠는지 이제 아시겠나요?」
“…응.”
저렇게 말하니 뭐라 할 말이 없네, 쩝.
============================ 작품 후기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