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8 수색 =========================================================================
거인녀… 그러고 보면 프랑은 덩치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지?
첫 강제 소환 때 죽은 것들이 언데드로 되살아나는 데드 포레스트를 겪었고 그때 태어난 언데드 변종과 아종에게 감염당해서 이형종이 된 데다 변이를 일으켜 거인이 됐었으니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프랑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니 프랑도 내 시선을 눈치채고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전 괜찮아요.」
“무리하지 않아도 돼.”
트라우마, 마음의 상처라는 건 꽤 무서운 정신적인 외상이다. 스위치를 건드리면 격렬한 반응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서 폭주한다던가 격분한다던가 소침해진다던가 꼼짝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든가….
그게 심해지면 극단적인 우울증 증상이 올 수도 있고 심하면 자살로 끝을 맺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절대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정말 괜찮아요. 지금 저한테는 서하가 있으니까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살짝 으쓱한 프랑은 푸른색 공간의 벽을 손으로 쓸어보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공간의 벽을 업그레이드하시는데 성공하신 거에요? 허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벽이라니, 어떤 작용을 일으켜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 저는 전혀 짐작도 못 하겠어요.」
손등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말하는 모습이 화제를 돌리려는 걸로 보인다. 프랑이 조금 걱정이지만… 내가 있어 괜찮다면 앞으로 쭉 프랑 옆에 함께 있어 줘야겠다.
“신경 쓰면 지는 거야.”
어깨를 으쓱하면서 히죽 웃으니 프랑도 「그런 건가요?」 하면서 방긋 웃는다.
「아무튼… 화연과 영은에게 서하의 생존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녀들이라면 조금 걱정은 할지언정 패닉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어. 둘 다 마음이 강하니까.”
「네, 그러니 백청을 찾아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나면 서하가 먼저 돌아가서 그녀들을 안심시켜주세요.」
“…나 먼저 돌아가라고? 그럼 프랑은 어쩌고?”
나 혼자 귀환하라는 이야기에 당황해서 물어보니 프랑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제 초위 이형종이니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저에게 위협을 할 만한 존재는 없지 않겠어요? 서하가 귀환하면 저는 그곳에서 서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먼저 돌아가셔서 빌딩의 사람들을 모두 피난시키신 뒤에 다시 돌아오셔서 절 데리고 나가주시면 되는 일이에요.」
아, 이대로 현실로 돌아가면 프랑의 무게에 빌딩이 무너질 테니까….
프랑을 혼자 있게 두고 나 홀로 먼저 귀환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까 보인 모습도 내 걱정을 부채질하는 건수여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니 프랑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날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에도 가지 않고 기다릴 테니까요.」
“……그 이야기는 미뤄두고 우선 백청부터 찾아보자. 그러려면 일단 이 홍수를 멈추거나 해야 할 텐데.”
내 이야기에 시선을 돌려 반투명한 푸른 벽 너머로 몰아치는 태풍과 비바람을 지켜보던 프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태풍과 홍수 현상을 용왕이라는 존재가 일으킨 게 아니라면 서하의 예상대로 이무기 백청이 일으킨 것이겠죠?」
“맞겠지. 거기다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해도 끝이 없는 현상은 명백하게 이상해. 틀림없이 무협 소설 같은 데서 나오는 환상을 보여줘서 헤매게 만드는 미로 같은 거라 생각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의심스럽지만 실제로 10,000km를 이동했는데도 이 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니까.
내 공간 지각도 속이는 진법이나 환상진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일정 공간을 헤매게 만드는 능력이 존재한다는걸 인정해야지.
「그렇다면 이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겠어요. 가장 의심이 가는 부분은 백청의 존재 그 자체이고 두 번째는 서하와 제가 봤던 하늘 끝까지 솟은듯한 산의 존재네요.」
“…영산靈山이라서 가까이 다가오는 존재를 저절로 헤매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거야?”
프랑은 의심 가는 건 그것밖에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의 벽에서 뛰어내려 커다란 가슴 위에 착지하니 프랑은 움찔하면서 조심스럽게 몸을 눕힌다.
「네. 서하는 물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지만 백청이 이렇게나 비바람을 조종하는 존재라면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살아남아 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랑의 가슴 위에 앉으니 프랑이 말할 때마다 진동이 밀려오는 게 꽤 재미난 감각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공간 지각을 펼치면서 사방팔방 뒤져 숨어있는 그놈을 찾아볼까?”
「그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거기에 5시간을 이동하는 동안에도 날카로운 서하의 감각을 속인 걸 보면 공간 도약이나 공간 지각을 사용하는 건 그다지 옳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럼 어떡하려고? 고개를 삐딱하게 세우면서 프랑을 보니 예쁜 얼굴에 웃음을 그리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루는 조건 중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 하나가 있잖아요?」
“…먹구름?”
「네. 간단하게 하늘에 가득 차있는 먹구름을 지워보는 거에요.」
음… 확실히 지금 상황은 물이 만들어내는 물난리니까 하늘에서 비를 쏟아붓고 있는 먹구름을 치우면 지금 상황에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아까 빡쳤던 상황에는 그냥 사방팔방으로 마포를 때려 박고 땅에다 구멍을 뚫으려 했었지, 먹구름에 마포를 날려서 지울 생각은 못 했었거든.
하지만 150km 상공, 거의 지구 밖으로 올라갔는데도 먹구름 위로 올라가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면… 아니야. 그것도 내 거리 감각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실제 높이까지 올라가지 않았을 확률이 커.
구름이 얼어붙어 얼음 결정이 되는 곳은 지상 1.5km 정도라고 들었으니 실제로 내가 지상 150km라고 생각한 곳은 1.5km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100이라면 내가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가 100km 정도란 말인가? 에이, 설마 그렇게 단순할라고.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프랑의 가슴 감촉을 느끼며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다듬다가 반쯤 누워있는 프랑을 돌아보니 홍조가 오른 얼굴로 내 모습과 자기 가슴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네?」
“응? 프랑 얼굴이 붉어져 있길래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물어본 거야.”
「아앗,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인데? 어쨌든 지금은 식량도 없으니 움직일 수 있을 때 이 상황을 해결해야지.
그 전에 프랑의 변한 몸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공간 지각을 돌렸다.
아까 공간 지각으로 프랑의 몸을 살펴보긴 했었지만 그건 용왕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였잖아. 프랑이 자기 몸에 이상을 못 느꼈다고 말하긴 했지만, 당사자가 살펴보는 거랑 다른 사람이 보는 거랑은 틀릴 수 있고 육체가 생기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변동이 왔을 수도 있으니까.
“프랑은 육체를 되찾으면서 뭔가 바뀐 건 없어?”
물어보면서 공간 지각으로 다시 한 번 프랑의 몸 안을 살펴보려는데 갑자기 프랑이 움찔하더니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출렁다리에 서 있는 것마냥 몸이 흔들거리는 게 재미있다.
「읏?! 아, 저기. 괜찮아요! 나빠진 건 없어요!」
얼굴이 빨개진 채 허둥거리는 걸 보면 내가 가슴 위를 걸어 다녀서 부끄러운 건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푸흡.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데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니까 진짜 홍당무같… 이크. 프랑 눈매가 사나워진다. 화내기 전에 이야기를 돌려야겠다.
“능력은 어때? 거인 프랑은 신체 강화 타입이었고 벼락을 안 쓰는 거 같던데 벼락 능력은 사라졌어? 공간 지각은?”
얄밉다는 얼굴로 날 흘겨본 프랑은 잠시 고개를 까닥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눈앞으로 집채만 한 주먹이 어른거리는 게 좀 무섭다….
「…으응. 공간 지각은 되지만… 벼락을 쏘아내는 속성 능력은 사라진 거 같아요.」
“공간 지각은 되는데 벼락이 안된다고?”
지금 프랑의 몸 안의 위상력은 이형종의 그것과도 같다. 비전투 상태인 지금은 위상력이 한데 뭉쳐있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신체 강화 타입으로 변한다.
거기다 프랑의 육체도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화연이랑 영은이와 비교해봐도 근육의 밀도가 무진장 압축되어 있어서 저 몸에서 물리력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할 정도다.
그런데 벼락을 쏘아내는 건 못하게 됐는데 공간 지각은 가능하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으음… 만약 마나 시브의 구조랑 작동 원리를 분석해서 프랑한테 가르쳐주면 프랑도 나처럼 될 수 있을까?
의아하고 궁금해져서 프랑의 심장 부근에 뭉쳐져 있는 위상력을 공간 지각으로 지켜보는데 프랑은 더이상 빨개질 수 없는 얼굴을 하더니 슬금슬금 몸을 가린다.
「으으. 그, 그만보세요오….」
“어?”
「공간 지각으로 제 몸을 살펴보는 거요….」
이게 무슨 소리야?
“뭐? 내가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 느껴지는걸요? 서하가 제 몸을 살펴보는 게 그냥 느껴져요.」
부끄러워하면서 몸을 가리는 움직임에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간의 벽을 치고 내려앉으니 프랑은 시선을 피하면서 몸을 꼼지락거린다. 거대한 몸이 부끄러움에 꼬물거리는 게 묘하게 귀엽다.
아!! 순간 망치가 머리를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럼 처음에 거인 프랑이 무진장 열 받아서 공격해왔었던 게 내가 공간 지각으로 자기 몸을 살펴보는 걸 알아서 그랬던 거야? 그러고 보면 백청 그 새퀴도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에서 경계하고 그랬었어!
공간 지각으로 암흑이의 몸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물었다.
“야야. 암흑이 넌 뭐 안 느껴지냐?”
-넴? 뭐가 말임까?-
“…아냐. 됐다.”
최고위급은 그렇지 않지만 초위급은 내 공간 지각을 감지할 수 있고 덩달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적대적인 행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가?
“뮈르딘도 내 공간 지각을 감지했고 모건 르 페이도 눈치챘었지. 공간 지각을 감지할 수 있는 존재는 역시 평범을 넘어선 자들인가보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요.」
양아치 이무기, 백청을 어린애 손목 꺾듯이 간단하게 조져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암흑이가 아니었다면 양패구상을 당했을 거다.
초위가 이 정도인데 누호디가 강력하다고 한 라크누르, 거기서 자신들만의 이름을 만든 메오 아지토스들은 얼마나 더 강한 걸까.
쫄따구가 고위 이형종 수준이라면 그 위로 최고위나 초위급도 심심찮게 있을 거란 예상이 든다.
누호디에게 들은 메오 아지토스에 대한 이야기는 연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는데 알려줘야 하나 고민이 든다. 어쩌면 그놈들을 잡으러 가는 건 좀 더 힘을 쌓고 장비도 갖춘 뒤로 미뤄야 할지 모르겠다.
…돌아가면 연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봐야지.
꾸구궁, 우르르릉….
하늘이 하얗게 번쩍이며 뇌성벽력이 울려 퍼진다. 먹구름이 낀 하늘을 힐끔 올려다보고 프랑을 보며 물었다.
“그럼 공간 지각만 쓸 수 있고 나머진 그냥 평범한… 그거야?”
순간 이형종이라는 단어를 꺼낼 뻔 했지만, 가까스로 말을 삼킬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랑은 쓴웃음을 짓는 걸로 봐서 내가 뭘 말하려고 했는지 눈치챈듯하다.
「네. 이형종처럼 몸의 중심에 위상력이 뭉쳐져 있어요. 그리고….」
프랑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데 갑자기 올망졸망 뭉쳐져 있던 프랑의 위상력이 일렁거리더니 신체 강화 능력자의 그것처럼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감정을 고조시키면 위상력이 타입에 따라 움직이는 거 같아요. 그럴 경우에는 서하의 마나 오러처럼 몸 전체에 퍼트리거나 한 점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프랑의 꼭 쥔 주먹에 은은한 푸른빛이 퍼져 나온다. 저 빛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아지랑이처럼 보이겠지.
“오. 그럼 마나 시브처럼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냐? 다른 타입의 능력도 사용할 수 있겠네?”
「으응. 그런 건 아니에요. 사람이 몸을 움직일 때는 관절이 허용하는 범위까지만 움직일 수 있잖아요? 위상력도 그것과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아….”
프랑의 설명이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기분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니 프랑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서하의 경우는 수십억분의 일에 해당하는 아주 희귀하고도 희귀한 능력이에요. 그런 능력이 흔할 리 없잖아요.」
프랑의 추켜세움에 좀 뻘쭘한 기분이라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행패를 부려서 태어난 허리케인의 진로는 공간의 벽 오두막이 있는 곳이다. 여기가 도착점인지 기착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먼저 저것부터 지워버려야겠다. 그다음에 하늘에 먹구름도 지워야지.
“그럼 허리케인을 먼저 지우고 올게. 여기서 쉬고 있어.”
「네. 전 여기서 제 능력을 확인해보고 있을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손을 흔드는 프랑에게 나도 손을 흔들어주고 암흑이를 데리고 공간 도약으로 공간의 벽 오두막집을 빠져나왔다.
저 멀리서 마치 용권풍을 수백 배 확장한듯한 모습으로 일렁이는 허리케인은 현실의 대도시에 밀어닥쳤다간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만들어낼 만큼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음… 저기다 마포를 한 발 던졌으면 단번에 소멸했겠지만, 용왕이랑 쓰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마나 포랑 공간의 벽으로 지워봐야겠다.
연속으로 공간도약을 펼쳐 허리케인에게 다가가는데 역시나 거리가 줄어드는 거 같지가 않다.
공간의 벽 위에 서서 거친 비바람에 버티며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공간의 벽 오두막집이 눈에 들어오는데… 거리감이 오락가락하는 게 이상하다.
뒤돌아서 허리케인을 유심히 바라보니 허리케인도 거리감이 좀 애매한 게… 역시 내 감각을 어지럽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다.
공간 도약은 내 공간 지각으로 위치를 가늠해서 이동하는 능력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면 공간 도약에도 영향이 오는 거군.
“암흑아. 지금 허리케인이랑 공간의 벽 오두막집이 눈에 잘 보이냐?”
-넹. 어? 으잉?-
간단히 대답했던 암흑이는 허리케인과 푸른색 반투명한 오두막집을 번갈아 보며 얼빠진 모습으로 당황했다. 나뿐만 아니라 암흑이도 감각을 방해받나 보다.
-머, 먼 것 같기도 하고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그래.”
공간 도약을 할 게 아니라 공간의 벽을 도로처럼 깔면서 이동해야겠다. 지나온 길이 표시되면 감각 혼란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균형을 잃지 않게끔 신경 쓰면서 공간의 벽을 치고 빠르게 달리는데 암흑이가 다급하게 내 뒤통수를 통통 때리면서 말린다.
-주인님주인님!! 휘어지고 있어요!-
“어? 으잉?”
암흑이의 말에 뒤를 돌아봤더니 공간의 벽으로 만들어둔 길이 정말로 완만하게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뭐야! 난 똑바로 달렸는데?!”
그러고 보니 허리케인도 어느새 내 왼편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번엔 허리케인을 향해 공간의 벽으로 길을 먼저 만들었다. 6km를 쭉 만드니 이번에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었는데….
“이거 왜 60m밖에 안돼?!”
내 뛰는 걸음이 한 발짝에 5m인데 12번 걸음을 옮겼더니 푸른 공간의 벽 길이 끝났다.
-거리 감각을 엉망으로 만드는 거 같슴다!-
이대로 아무런 대비책 없이 계속 나가다간 프랑한테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겁이 덜컥 났다.
제길, 그럼 여기서 하면 되지!
저걸 분해하려면 마나 포 Mk1를 쏴야 할 거 같다. Mk 2는 의지로 압축해서 분해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능력이라 범위가 좁으니까!
허리케인에 가까이 다가가서 호박색 공간의 벽을 겹쳐 간단히 지워버리려 했지만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으면 어쩔 수 없다.
능숙하고 완벽하게 40만 TP를 의지에 따라 응축시켜 마나 포 Mk1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최소 2km의 공간을 통째로 분해해버릴거다. 하지만 공간 지각에 의지해서 마나 포 Mk1를 날렸다간 또 엉뚱한 데로 날아갈 테니 TV에서 본 오버핸드 스로 투구 자세로 허리케인에 맞추기 위해 조준한다.
빗나가면 또 날리지 뭐.
“가랏!”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로 돌려 있는 힘껏 던졌더니 일직선으로 토네이도를 향해 날아간다. 마나 포 Mk 1이 날아가는 궤적을 시선으로 쫓으며 바로 다음 마나 포를 준비한다.
투확!!
“어엉?!”
-우옷?!-
폭발한 마나 포 Mk1는 납작한 디스크 형태의 블랙홀이 아니라 빛으로 이루어진 원형 후광과 그 주위를 둘러싼 암흑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터져 나와 허리케인의 일부분을 지워버렸다!
암흑이도 블랙홀 같은 모습으로 허리케인을 지워버리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고 나도 깜짝 놀랬다.
원래 Mk 1은 중심에 하얀 원이 생기고 그 주변으로 집중 선이 터져 나오는 것마냥 2차 원이 그려지며 주변을 집어삼키는 형태였는데 형태가 완전히 바꼈다.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40만짜리 마나 포가 터진 범위를 가늠해보니 생각보다 폭발 범위가 넓지 않다. 정확하지 않지만… 1km 정도려나?
마나 포 Mk 1의 범위가 5천 TP 당 1km씩 늘어났던 걸 생각해보면 단순 계산으로 100km 정도는 터져 나와야 되는데 말이지.
“이상하네. 아숨프레 수몰 호수에서 2만짜리 마나 포를 쐈을 땐 4km 범위였는데.”
업그레이드되면서 뭔가 좀 바뀐 건가….
허리케인은 어림잡아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회오리다. 한쪽 귀퉁이가 뜯겨 나간 걸로는 흠집도 생기지 않는지 금세 형태를 수복하더니 쿠르르르르 하면서 우레 소리와 함께 번개를 내뿜는다.
-어쩐지 허리케인이 화난 거 같슴다.-
“우렛소리가 꼭 울부짖는 소리 같지?”
용왕이 제한한 마탄과 마포가 새삼 아쉬워졌다. 그거 한방이면 깨끗해졌을 텐데.
…치사한 용 새끼.
속으로 용왕의 쪼잔함을 욕하면서 TP를 숫자별로 나눠 허리케인을 향해 마나 포mk1 수십 발을 마구마구 집어던지며 어떻게 변한 것인지 확인해봤다.
우선 5만 TP로 쏘아낸 마나 포 Mk1의 범위가 5km 정도로 가장 넓은 범위를 자랑했다. 형상도 내가 기억하던 마나 포의 원래 모습과 똑같았는데 그 이상 주입하면 할수록 모습이 바뀌면서 범위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5만 TP를 주입하면 범위는 가장 넓지만, 위력은 가장 약하고, 5만 TP 이상을 주입하면 주입한 양이 많아질수록 범위는 줄어들지만, 폭발의 형태가 바뀌는걸 봤을 때 위력이 강해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뒤에는 마나 포 Mk 2를 던져봤는데 이건 뭐… 40만 TP를 쏟아부어서 집어던져도 겉만 찔끔 사라지는 게 범위가 300m도 안 되는 거 같다.
대신 TP를 모으면 모을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게 위안이 된다. 위력은 Mk 2가 제일 강하니 적당히 상황에 따라 Mk 1이랑 Mk 2랑 나눠서 써야겠다.
그러다 마나 포를 의지로 응축해 Mk 2를 만들었으니 반대로 폭발 범위를 더 넓게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따로 시험해봤지만 확대 시킨 마나 포 Mk 2는 Mk 1이랑 다를 게 없어서 좀 아쉬워졌다.
내 마나 포의 타깃이 되어준 허리케인은 수십 번 몸통이 뜯겨나가 기세가 훨씬 약해졌고 비바람도 초속 40m를 넘을 거 같던 강풍이 산들바람 수준으로 떨어지며 가끔가다 조금 센 바람이 불어온다.
덕분에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던 빗줄기가 얌전히 쏟아져 내리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허리케인이 눈에 안 보인다.
“아오… 뭐가 되는 게 없어! 난 그냥 행복하고 싶은데 세상이 도와주질 않네 그냥!!”
-주인님주인님. 행복은 가슴에서 오니까 프랑 마님한테 행복을 찾으시는 게 어떻슴까?-
쏟아지는 폭우를 처맞으면서 폭포 수행하는 기분을 내고 있는데 암흑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가슴? 행복?
“무슨 말이야?”
-프랑 마님은 거대해지시면서 가슴도 거대해졌슴다. 팔로 가슴을 모아달라고 한 다음에 그 가슴 사이에 들어가면 행복하지 않겠슴까?-
……!!
“너… 천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맞아. 프랑의 그 풍만한 유방의 보드라운 감촉을 등이나 발로만 느낄 게 아니라 전신으로 느낀다면…!
상상만 해도 기대감에 엔돌핀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얼른 허리케인을 지우고 돌아갈 생각으로 시야에 보이지도 않고 공간 지각에 감지도 되지 않지만 간혹 멀리서 울려 퍼지는 우렛소리를 기준으로 삼아 마나 포를 날리던 방향으로 쉴 새 없이 날렸다.
프펑, 퍼펑… 쾅! 콰릉!! 쿠르르르르….
끊임없이 마나 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천둥벼락도 함께 터져 나온다.
“으라라라라랏!!”
-주인님 화이팅임다!-
30분 동안 800발 정도 쏘아 날렸더니 바람이 완전히 죽었다. 이 정도면 허리케인은 소멸했겠지?
그다음은 먹구름이다.
흥에 겨워 마나 포를 남발하는 바람에 TP가 많이 줄어서 쉬었다 할 겸 프랑이 기다리는 공간의 벽 오두막집으로 걸음을 돌렸다.
가슴 샌드위치! 가슴 침대! 가슴…!
으흐흐.
============================ 작품 후기 ============================
자아~ ..흫!♬ 프랑↗, 프라↗아→ 응~♪ 손으로, 이렇게 요롷게↗ 요롷게♪↗ 으아아아아~ 쒸브알… 졷나좃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