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8 5회차. =========================================================================
프랑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거인 프랑이 되살아나는 장면을 지켜봤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눈시울이 타오르는 것처럼 뜨겁고 아프다.
되살아난 건가? 진짜로? 프랑이 사라진 게 아니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 안력을 돋궈 거인 프랑을 살펴 보…. 어? 눈이, 눈이 두 개다.
눈 코 입.
사이클롭스처럼 얼굴에 단 하나뿐이던 눈이, 좌우로 둘로 나누어졌다. …얼굴이 외눈 거인이 아니라 프랑의 얼굴이야!
프랑이 몸을 가졌어?
“프라…!!”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프랑에게 뛰어들며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불안한 예감이 듦과 동시에 공간 도약으로 하늘 높이 피하자 내가 있던 자리로 무시무시한 TP가 담긴 모래가 산탄처럼 덮쳐간다.
쿠구구구궁!
“…!”
단순하게 손을 모래에 찔러 넣고 휘둘러 날린 것 뿐인데 내 뒤에 있던 숲 일부가 박살 나버리는 모습에 서늘해지다 못해 오한이 들 지경이다.
위기감에 사고 가속을 극한으로 일으키고 남은 위상력을 돌려 신체를 강화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거인 프랑을 바라보니 프랑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새파랗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들어 날 직시하고 있었다.
일체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의지. 저건…. 분노인 거 같다.
왜?!
“프랑! 나야! 니 서방님이라고!!”
카우우우 - !!!
“칵!”
거인 프랑은 내 외침에 맞서듯이 날카롭고 거친 포효를 터트리는데, 그 순간 머리를 송곳으로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와서 황급히 마나 오러를 일으켰다.
곧이어 또다시 모래 산탄이 날아온다.
TP가 무시무시하게 담겨 날 찢어발길 듯이 날아오는 수만, 수십만의 모래 알갱이를 공간 도약으로 피하면서 거인 프랑이 날 공격했다는 사실에 생각보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어째서 그런지 의문이 들었나 싶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키가 40m 정도 되는 몸은, 프랑의 그것과 똑같아 프랑이 날 공격하는 것처럼 보여 눈물이 흐르려 한다. 욱신거리고 따끔거리는 눈 주위를 소매로 거칠게 비비면서 쇳소리를 내뱉었다.
위상 세계인데도 위기감은 개뿔도 안 가지고 놀이 삼아 돌아다니던 내 병신같은 행동이 후회스러워 미칠 것만 같다.
거인 프랑의 시체가 좀비가 되어 날 덮쳐 영혼석 목걸이를 뺏어서 삼켜버린 지금 상황이 전부 내 방심에서 비롯된 일이라 돌아버릴 만큼 후회가 밀려온다.
아무리 자만심이 넘쳐도 그렇지 소풍 나온 것마냥 주변 경계도 하지 않고 있다니, 경계만 잘했어도 이런 상황이 되진 않았을 텐데…!!
“프랑!!”
거인 프랑의 몸이 꿈틀한다 싶은 순간 2km 거리가 무색하게 빛살처럼 날아든다. 아니, 날아드는 게 아니라 뛰어드는 거다.
사고 가속 중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접근하는 거인 프랑을 피해 이번에는 6km 상공으로 도약했더니 그 순간 내가 있던 장소를 거인 프랑의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다리가 가르고 지나간다.
그곳에 있었다면 칼에 베인 것처럼 상체와 하체가 분리됐을 거 같다.
쾅!
그 직후 거짓말같이 몸을 비틀더니 허공을 박차며 또다시 내게 날아든다.
2단 점프라니…. 순간 가속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 어중간하게 거리를 벌렸다간 공격을 계속해서 허용할 판이라 연속 공간 도약으로 거리를 벌렸더니 거인 프랑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카우우우우 - !!!!!
“끄윽!”
마나 오러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데도 포효가 보호막을 뚫고 들어오지만, 마나 오러 없이 공격을 받았을 때보단 훨씬 덜한 고통이다.
내가 공간 도약으로 피한 만큼 허공을 박차며 쫓아오는 거인 프랑은 날 향해 수십 년 묶은 아름드리나무 굵기의 주먹을 내뻗는데, 주먹에 어마무시한 TP가 담겨 방출될 듯이 일렁인다.
그 공격이 내게 닿을 일도 없이, 주먹을 뻗으려는 동작을 확인하자마자 거인 프랑의 뒤로 공간 도약을 하면서 외쳤다.
“프랑!! 제발 정신 차려!!”
카아아아악 - !!!!!!
콰앙!!
거인 프랑은 다시 몸을 비틀며 번개처럼 반달 차기를 날리지만 나는 이미 몸을 뺀 상태다. 프랑의 몸은 시도 때도 없이 공간 지각으로 살펴봐서 근육의 움직임으로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다 보인다.
사고 가속과 신체 강화를 최대한으로 돌려서야 거인 프랑의 빠른 움직임에 겨우겨우 대응할 수 있었지만, 공간 도약 덕분에 그녀와 치고받고 싸울 일은 없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프랑!! 제길! [프랑!!!]”
카으으으아아아 - !!!!
구름 위에서 1시간 동안 거인 프랑과 술래잡기를 하며 목에 마나 시브를 담아 애타게 불렀지만…. 내 목소리는 프랑에게 닿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분노가 격노로 바뀌며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지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수십 번의 연속 공간 도약으로 거인 프랑이 쫓아올 수 없을 만큼 멀리 도망쳤다.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기동하는 거인 프랑은 다리가 허공을 지를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다녔다. 그렇지만 마음먹고 펼치는 연속 공간 도약은 아무리 초위 이형종이라 해도 쫓아오긴 힘들었던 거 같다.
카우우우우 - !!
초위 이형종, 거기에 신체 강화 타입으로 무시무시한 도약력과 전투 지속 능력을 보여줬지만, 순식간에 벌어지는 거리에 결국 거인 프랑은 무시무시한 시선을 보내며 구름 아래로 사라졌다….
햇빛에 반짝거리며 휘날리는 백금 발과 그 사이로 시퍼렇게 타오르는 푸른 눈동자를 떠올리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숨을 쉬기가 곤란해진다.
프랑이 날 죽이려 들다니, 아…. 그게 프랑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거야 프랑….
그 뒤로 거인 프랑의 주변을 맴돌며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해보려 애썼다.
거인 프랑은 내가 그녀의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분노가 깃든 벽옥색 눈동자로 백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내게 짓쳐들어왔다.
거리가 얼마가 됐든 일정한 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날 끊임없이 주시하는데, 거인 프랑의 주변을 맴돌며 파악한 범위는 대강 100km 정도 되는듯했다.
그렇게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다 6.7km 이내로 들어서면 머뭇거림 없이 곧장 공격해오는 거인 프랑은 거리가 50km까지 벌어지면 추격을 중단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거인 프랑에게 가까이 접근했다가 도망가길 반복하며 알게 된 건, 거인 프랑은 확실히 초위 이형종이 됐다는 거였다.
-말씀드렸잖아요…. 거인 좀비였던 프랑 마님은 갑자기 최고위에서 초위종으로 진화하셨다고요….-
여전히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암흑이는 내 왼쪽 어깨 위에 머리만 만들어놓고 울상을 지으면서 입을 뻐끔거렸다.
“…….”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거인 프랑의 시체는 우리가 떠난 뒤 구울이 되어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왜 좀비가, 아니…. 처음 공간 지각으로 감지할 새도 없이 날 덮쳐왔던 그 빠르기를 생각해보면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가 아니라 생전보다 더 빠르고 강력해진 구울이었을거다.
어떻게 해서 구울이 되었을까 생각해봤더니 여러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는 거인 프랑의 시체를 먹거나 훼손할 무언가가 없었다는 거다.
1회차에 거인 프랑과 거대 두더지가 사투를 벌일 때 거인 프랑이 지른 포효에 살아있는 동물이나 이형종은 죄다 죽거나 멀리 도망갔을 거다.
능력자 연합에서는 이형종의 시체에서 언데드가 생겨나는 원인으로는 몇 가지, 강한 원념 혹은 쌓여있는 위상력같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
프랑이 해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그 숲에는 거인 프랑이 주기적으로 도살하던 이형종의 원념이 가득 차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마지막에 거인 프랑이 동귀어진해버린 그 거대 두더지도 희귀종이었던데다 내용물은 악령체의 에너지를 품고 있던 녀석이었으니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높고….
우기가 시작되면서 육지 해일이 밀려와 거인 프랑의 시체는 정처 없이 흘러다니다가 일종의 기운이 몰려있는 스팟에서 구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구울이 된 이후 숲을 정처 없이 떠돌던 와중에 프랑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을 감지하고 번개같이 덮쳐들었던 거겠지.
…….
내 별 볼 일 없는 위기 감지 덕분에 치명적인 상처는 입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애초에 거인 프랑의 시체는 내가 아니라 내 목에 걸린 프랑의 영혼석이 든 소켓이었던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몸은 프랑의 육체다.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혼석에서 나와 함께 있었으니 육체가 영혼에 이끌린 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지가 남아있지 않은 저 모습의 거인 프랑은 내 귀여운 프랑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인지 알 수가 없다.
소켓 채로 영혼석을 먹은 거인 프랑은 되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한 모습이 됐다.
하지만 좀비였던 거인 프랑을 되살리는 기적을 보인 프랑의 영혼석은, 거대한 거인 프랑의 공격을 흘리고 피하며 공간 지각으로 거인 프랑의 몸 안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거인 프랑의 몸 안에서 프랑의 영혼석은 찾을 수가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거인 프랑의 심장에 회백색 기운이 맺힌 걸 확인했는데, 그 기운은 영혼석의 내부에 있던 프랑의 본질과 똑같다는 걸 확신했다.
그러니 프랑의 영혼은 소멸하지 않았다. 거인 프랑의 몸속에, 심장에 있는 거다.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기운은 마치 잠자듯이 조용히 있었다. 평상시 영혼석에 있을 때에는 불타오르듯이 일렁이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잠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 같다.
“암흑아. 넌 구울이었던 거인 프랑이 덮쳐오는 순간을 눈치챈 거지?”
-넹…. 그때는 저와 같은 급이었던 거 같슴다.-
언데드가 된 이형종은 생전보다 한 단계 윗줄에 놓인다는 걸 보면 고위 이형종이었던 거인 프랑은 죽고 구울로 되살아나면서 최고위 이형종이 되었다.
그리고 영혼석을 먹으면서 초위 이형종이 됐다고 봐야하나.
“니가 소리치는 거랑 동시에 덮쳐든 걸 보면 거인 프랑은 진짜 순수한 신체 강화 타입인가보다. 15km를 눈 깜짝할 사이에 덮쳐들다니….”
그럼 내가 파악한 거인 프랑의 100km에 달하는 인식 범위는 초위급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일지도 모르겠다.
100km라니, 장난 아니군.
프랑이 가진 마이너 버전 공간 지각 능력을 거인 프랑도 써서 100km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거인 프랑의 반경 100km 안에 들어가면 거인 프랑은 100% 내 존재를 무조건 눈치챈다고 봐야겠다.
그 뒤로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마나 시브를 목에 담아 프랑을 애타게 불러봤지만 일체의 반응도 없이, 아니 오히려 더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게 3일째가 되자 이제는 100km 범위 안에 들어만 가도 금방 화를 내며 나무를 뽑아 들고 달려든다거나 멀리서 돌덩어리처럼 압축시킨 흙덩어리를 집어던지고 TP가 깃든 포효를 터트리던가 하며 날 잡으려 들었다.
…그리고 거인 프랑을 쫓아다닌 지 6일째, 오늘도 화가 잔뜩 난 거인 프랑을 두고 하늘로 도망쳤다.
뒤쫓아오던 거인 프랑은 크아앙 - !!! 하고 화난 음색의 포효를 지르고서 또다시 구름을 뚫고 지상으로 추락해버렸다.
그 뒤로 적당히 범위를 봐가며 자리를 잡고 하늘 위에서 프랑의 모습을 지켜본다.
날 또 놓친 분노를 나무에 푸는지 마구마구 부수고 밟아서 쌓아놓더니 그 위에 대大자로 퍼질러 누워버렸다.
다 큰 처녀가 저렇게 알몸으로 사지를 멋대로 뻗어서 자는 꼴이라니, 기분이 착잡하다. 근처에 아무도 없어서 망정이지 있었다면, 그것도 남자나 수컷이었다면 내가 먼저 그 자식을 뒤집어버렸을 거다.
키가 40m가 넘어가지만, 외모는 프랑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저 사슴같이 매끈한 다리나 버들가지처럼 낭창거리면서 휘는 허리나 완벽한 아치를 그리는 E 컵의 가슴이나 순진하고 청순하고 아름다운 얼굴이나….
…어떻게 해야 심장에 맺힌 프랑의 영혼을 깨울 수 있을까. 6일 동안 애타게 불러봤지만, 거인 프랑의 심장에 맺힌 기운은 미동도 없었다.
프랑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어떻게든 떠올리려 하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에 절망감이 느껴졌다.
호박색 공간의 벽에 앉아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뱉는 거인 프랑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프랑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 …평상시는 이성을 가지고 이형종을 찾아 죽이길 반복했는데, 어느 순간 화가 나면 다시 꿈을 꾸듯 육체가 의지를 벗어나 본능으로 이형종을 찾아 죽이기를 반복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꿈을 꾸듯 몸이 움직이며 이형종을 찾아 죽이는 모습을 지켜보다 분이 가라앉으면 육체의 권한을 되찾는, 그런 삶이었지요. ]
그러니까 분이 풀리면 정신을 차릴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일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봤지만 여기서 프랑의 화를 가라앉힐 방법이 생각 안 난다.
아니, 몇 가지가 생각나긴 했지만 옳은 수단인지 알 수가 없다고 봐야겠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프랑이 이형종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해 이형종을 몰아다가 프랑에게 붙여주는 방법이었다.
다만 지금 거인 프랑의 위상력은 6,876만으로 명실상부한 초위급 이형종이다.
초위급이 된 거인 프랑이 과연 잡스러운 이형종을 죽이는 걸로 만족해줄지는… 알 수 없다. 저 커다란 몸을 만족시켜주려면 얼마나 몰아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두 번째는 내가 프랑과 맞붙어주는 걸 떠올렸다.
이번 경우 거인 프랑을 어찌하는 게 아니라 화를 풀어줘서 제정신을 찾게 만드는 게 목표다 보니 그러려면 맞아주거나해야 할 텐데, 거인 프랑의 행동 패턴은 모든 걸 부수고 터트리고 날려버리는 힘 계열 신체 강화 능력자의 전투방식이다.
한 대라도 맞았다간 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도 그럴게 거인 프랑의 공격을 피하다 보니 TP가 가득 담긴 주먹이나 발이 몇 번 대지를 때린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뻥뻥 터지면서 수십 미터짜리 크레이터가 마구잡이로 생겨나는 걸 보면 위력이 약하지도 않다.
그걸 맞아주면 난 틀림없이 죽겠지.
문제는 내가 그녀의 손에 죽어버리면, 그게 정답이어서 프랑이 정신을 차린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이 감당이 안된다는 거다.
프랑이 정신을 차렸을 때 자기 손으로 날 죽였다는 걸 깨달은 프랑이 미쳐버릴 가능성이 있다. 아니, 높다.
또 뒤에 남겨질 남겨진 화연이나 영은이도 걱정이고 부모님이나 누나도…. 그러니 맞붙어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신 조작이 생각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암흑이를 정신 조작을 걸었을 때 정신력의 여유가 절반이 사라졌는데 초위를 정신 조작한다? 정신 조작의 조건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무리다.
또 건다고 해서 프랑의 혼이, 정신이 깨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프랑에게 정신 조작을 걸고 싶지 않다. 그녀의 청초하고 순백색의 마음에 내 정신 조작이라는 더러운 이물질을 밀어 넣는 건 절대 사양이다.
공간의 벽 위에서 벼룩만큼 작게 보이는 거인 프랑을 우울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으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암흑이가 얼굴을 빼꼼 내밀며 입을 뻐끔거렸다.
-주인님… 이래서는 방법이 없슴다. 상처를 내서라도 사로잡아 프랑 마님의 정신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해야함다.-
“…어떻게?”
-주인님이 잘하는 거 있지않으심까!-
…섹스?
순간적으로 든 단어에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면서 내뱉어버렸다. 한다고 해도 내 키는 2m가 안 되고 프랑은 40m가 넘잖아. 프랑의 꽃잎 속에 기어들어갈 수도 있겠다.
별 대답 없이 얼굴을 찌푸리니 암흑이는 다시 입을 뻐끔거렸다.
-TP를 프랑 마님의 입에 넣는검다! 프랑 마님이라면 그 자극에 틀림없이 정신을 차리실검다! 입이 아니라면 질이나 항문에라도!-
“아.”
그 방법이 통할까…? 아니야.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시도란 시도는 모두 해봐야 해. 부부싸움은 섹스로 푼다는 이야기도 있잖아!
“해보자.”
프랑을 이대로 두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다. 프랑을 시야에서 놓쳤다간 두 번 다시 찾지 못 할거란 예감을 아주 강하게 느끼고 있다.
반드시, 반드시 이성을 찾게 해야 한다.
============================ 작품 후기 ============================
저번 화가 굉장히 뜬금없었다고 코멘트를 달아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걸 확인했습니다. 사실 떡밥은 예전에 뿌려놨었는데... 흐규흐규
여기에서 조금 설명해 드리자면 프롤로그 끝머리에 좀비가 일어서는 장면이랑 양아치가 찾아온 부분이 첫 번째 떡밥이었구요.
프랑이 자기 이야기를 해주던 52회~55회에 몇개의 떡밥이 나왔고 136회 즈음에서 프랑이 반은 인간, 반은 영체인 상태가 되었다는 게 마지막 떡밥이었죠.
…넵 200화 넘게 묵은 떡밥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욕먹을만하다고 생각해요 ㅠㅠ
원래 계획했던 대로 쓰고는 있지만, 편수 호흡 관리에 왕창 실패하면서 말아먹은 제 잘못이옵니다 ㅠㅠ
이걸로 미뤄봤을 때 뒤에도 뜬금없다고 느끼실법한 이벤트가 막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당
그러니까 돌맹이 던지셔도 괜찮아요!!
아, 그리고 요즘 노블레스 정액비용 인상때문에 연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봐주시는분이 감사하게도 쪽지로 한분 코멘트로 한분 달아주셨네요 ㅠㅠ
내 마음대로는 노블레스에서 시작한 글이라 노블레스에서 끝낼 생각입니다. 첫 글이라 부족함이 무진장 많아요. 때문에 편당 과금이라는 프리미엄은 좀.... ^^;
그러니까 to be continued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