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7 5회차. =========================================================================
4일간 프랑과 함께 서쪽으로 1000km 가까이 이동하면서 상위급 블루 스톤 79개와 고위급 블루스톤 3개를 챙기자 가방에 빈 곳이 사라져버렸다.
이 정도면 이번 5회차에는 더 안 챙겨도 되겠지. 그나저나….
“이만큼 이동했으면 절벽이 보일 법도 한데 말이야.”
“그러게요.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한 것 같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에요.”
끝나지 않는 숲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하늘로 올라가서 살펴봤지만, 지형의 문제가 있는지 육안으로는 숲만 보여서 조금 답답했다.
그렇다고 공간 도약으로 빠르게 넘어가 버리면 절벽을 발견하지도 못할 거 같고.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하늘 높이 올라가 대지를 살펴봤는데 지상에서 150km까지 올라왔는데도 온통 숲과 평지와 초원과 야트막한 산과 평지와 숲만 보였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폭이 수십 미터가 넘는 거대한 강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강이 내가 첫날에 뛰어내렸던 폭포와 이어진 그 강인 거 같았다.
“이 강이 그 폭포랑 연결된 곳에서부터 흐르는 강이 맞겠지?”
“맞을 거에요!”
위상 세계에 들어온 지 4일이 지났는데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주변을 연신 둘러보기 여념이 없는 암흑이를 챙기면서 강변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이파리가 많이 떨어져 앙상한 숲 속 강변을 따라 걸으니 밝은 햇살이 수면에 반사되며 눈을 부시게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 거지만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에 맞는 땅덩어리를 생각해보면 지금 위치에 적합한 장소를 네 곳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깊숙한 곳이거나, 아프리카 대륙, 아니면 아메리카 대륙 또는 호주 한복판.
내 생각을 들은 프랑은 '그럴 리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은 사막이잖아요? 아프리카의 사막은 기원전 3300년의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확인되는 지역인걸요. 거기다 호주도 해안선의 거주지를 제외하면 붉은 흙의 땅이지 않아요?”
“맞아. 그런데 알라스토르의 사악한 검은 성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려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으는 중에 알게 된 건데 아프리카 대륙이 사막화가 진행된 건 빙하기가 끝나고 3천 년 정도 지나면서 기후가 따뜻해지고 건조해질 무렵이었대. 그게 기원전 7천 년 시기였을 일 거야. 그 뒤로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고대 이집트가 생겨난 거지.”
“으음….”
“그리고 호주가 그렇게 황야화되고 있는 이유는 토끼 때문이야.”
“…토끼요? 그, 긴 귀에 깡총깡총 뛰는 토끼?”
귀 위쪽으로 검지를 세우고 폴짝폴짝 뛰는 토끼 흉내를 내는 프랑은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귀엽다…!
사고 가속과 신체 강화를 돌리며 번개같이 인증기를 켜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저장했더니 프랑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파일을 지우라고 난리를 피웠다.
지울 거면 찍지도 않았지!
“그러니까~! 4억 8천만 년 전에는 학교에서 배운 거처럼 4대륙은 한데 뭉쳐진 모양이었지만 맨틀의 대류 운동으로 1억 년 전부터 쪼개지기 시작하다가 6천만 년 전쯤에 지금의 4대륙의 모습과 위치를 갖추기 시작했다잖아.”
붉어진 얼굴로 뺨에 바람을 한가득 넣고 항의하던 프랑은 설명이 이어지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 했다. 그러니까 안 지울 거라고!
프랑은 6천만 년이라는 이야기에 미심쩍은 눈빛으로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째려봤다. 또 놀리는 거 아니냐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지구의 지각 운동에 관한 걸 배우지 못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점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외국보다 빡빡한 거고 프랑의 출생과 성장도 평범하진 않았으니까.
“놀리는 거 아냐.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다 배우는거니까. 아무튼 그땐 대서양이 거의 없고 태평양이 무진장 넓은 시기였대. 아슴푸레 수몰 폐허 지역에서 확인해본 5대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4대륙의 형태가 잡혔을 무렵. 그러니까 위상 세계는 6천만 년 전쯤의 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지금 있는 곳이 아프리카일 가능성, 4대륙의 가장 넓은 곳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신 거에요?”
“응. 1,000km가 넘는 지역이 평원과 야트막한 구릉지와 얼마 없는 산과 들판으로 이루어진 이런 거대한 평야는 지구에 몇 군데 없을 테니까.”
프랑은 살짝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약간만 움직여도 바람결에 흩날리는 꽃잎마냥 찰랑거리는 프랑의 백금색 머리카락을 보다가 나도 높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로 시선을 돌리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눈에 들어온다.
뭘 보는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프랑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하는 만약…. 검은 성의 푸른 악마들을 죽이기 전에 위상 세계와의 통로가 막히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그런 쪽으로는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럼 뭐…. 복수하지 말라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서 포기해야지 어쩔 수 있나.”
그러다가 떠오른 생각에 살짝 움츠러들었다. 만약 통로가 닫힐 때 위상 세계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어쩌면 미래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렇게 과거에 갇힌 사람들이 인류의 선조가 되는 거라면?
…모르겠다. 깊게 파고들면 또 타임 패러독스니 뭐니 해서 머리가 아파질 거 같으니 그냥 신경 끄자.
그 자식들에 대한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푸른 악마, 스스로가 메오 아지토스라고 주장하는 것들에게 격한 분노와 증오를 피워올리며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 하는 모습이 정상적인 거겠지?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놈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테고, 프랑과 화연이와 영은이도 만나지 못했을 거고 그랬다면 그녀들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
화연이와 영은이는 여전히 모녀 관계로 남아있을테고 화연이는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을 거다.
프랑도 이 세상에 남지 못하고 사라졌겠지.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고마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민이 되긴 했지만, 사건의 선후관계를 파고들면 골치 아파질 거 같아 그냥 생각을 멈췄다.
아무튼, 나는 태어나버렸고 그녀들은 내 여자가 됐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놈들에게 당한 후유증으로 자살해버리셨고.
내 과거를 알게 된 직후에는 극심한 분노로 씹어먹을 것 같은 증오를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고 머리가 냉정해지니 내가 품고 있는 분노는 아들 된 도리로써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려 하는 것.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 위상 세계와 오가는 통로가 막혀버리면 어쩔 수 없잖아? 불가능한 상황에 분노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그 일에 매달리면서 해결방법을 찾고 심력을 낭비하기보단, 그 심력을 내 연인들이랑 가족들한테 쓸 거야.
프랑은 통로가 막혀도 내가 메오 아지토스라고 불리는 것들을 죽일 방법을 찾아 다닐까 봐 걱정했는지 내 대답을 듣자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걱정했었어요. 복수심에 사로잡혀 삶이 망가지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내가 가진 목표는 푸른 악마들을 모두 죽이는 거지만, 악마에 대한 복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고르라면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선택할 거야.”
프랑의 손을 꼭 잡으면서 단호하게 말하니 그제야 피어나는 꽃망울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마주 잡아왔다.
그 이후에는 이형종의 숫자도 좀 적어지고 이대로 유유자적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시간 낭비 같아 프랑과 함께 공간의 벽을 펼치며 구불구불한 강을 따라 달렸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해 달리다가 공간 도약을 하고 다시 달리다가 공간 도약을 하는 그런 식이 아니고 적당히 자동차가 달리는 수준으로 뛰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또 흘렀을 때도 여전히 강은 서쪽을 향하고 있었고 절벽은 보이지 않아 정말로 의아해졌다. 내 기억이 잘못됐나?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거 아냐?
살짝 불안감이 들 정도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내가 이렇게 멀리 떨어졌었나? 진짜로 이쯤이면 절벽이 나올 때가 됐는데?”
“강은 쭉 서쪽을 향하고 있으니까 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절벽이 나올 거에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그렇겠지?”
라이더 슈트의 어깨 부분은 매끄러워서 좀처럼 안정감 있게 앉아있질 못하던 암흑이는 결국 내 머리 위를 지정석으로 만들어버렸다.
늘어진 고양이처럼 내 정수리 위에 엎어져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암흑이는 내 뺨을 톡톡 건드리면서 입을 뻥긋거렸다.
-주인님. 지금 잡으러 가는 이무기는 얼마나 강한 넘임까?-
얼마나 강하냐고?
“글쎄. 우리가 그놈과 처음 마주쳤을 땐 고작해야 G 클래스였었으니 그 녀석의 강함 같은 건 알 방법이 없지. 하지만 알려진 이무기의 스펙으로 보면 녀석은 최고위 이형종이라고 하고 무지 커. 길이가 350m가량에다가 몸통 굵기가 27m라고 하더라고.”
-잘 이해가 안감다. 제가 만났던 뱀 같은 놈들은 저와 비슷한 급이라고 해도 고작해야 200m 정도였던 거 같슴다만…. 350m짜리 최고위종 뱀이라는 건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함다.-
암흑이의 말에 프랑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고 나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머리 위에 늘어져 있는 암흑이를 내려서 말했다.
“나도 그 점이 조금 신경이 쓰이고 있었어. 그만한 크기의 녀석이 움직이는 거라면 눈치 못 챌 수 없는 체급인데 놈이 접근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거기다 프랑이 해줬던 말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멀리서 우릴 노리고 기어온 적이 있,”
-주인님!!-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암흑이가 고개를 팩 돌리는 그 순간 사고 가속이 발동되며 체감 속도가 확 느려지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무언가가 날 덮쳐왔다.
공간 지각에 거대한 것이 감지 된 것과 그것이 날 덮친 것은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츠즛.
무언가가 라이더 슈트의 가슴 부분을 살짝 긁는 느낌이 드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프랑을 붙잡고 공간 도약을 했는데 그 상황에서 상처를 입지 않은 건 하늘이 도왔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체 뭐지?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라이더 슈트의 앞섬이 뜯겨 나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눈치챈 사실에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프랑의 영혼석이 담긴 목걸이가 사라졌다.
고개를 홱 돌려 덮친 거대한 것을 돌아본 순간, 몸이 굳어버릴 만큼 놀랐다. 눈에 들어온 건….
“거인, 프랑?”
온몸에 눈에 익숙한 상처를 지니고 있는 거체, 그런 거인 프랑의 입안으로, 프랑의 영혼석 펜던트가 사라지고 있었다.
10m의 키.
등까지 내려오는 뻣뻣하게 굳은 갈색 머리카락.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회백색 피부.
명치에서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갈라진 상처와 그곳에서 쏟아져나온 검게 말라비틀어져 굳어있는 내장들.
얼굴의 1/3을 차지하는 하나의 커다란 눈과 이마에서부터 왼쪽 입술까지 얼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흉터, 그 영향으로 터지고 뭉개진 하나의 눈알은 이미 굳고 말라서 눌어붙어있었다.
사라진 왼팔과 전신에 나 있는 전투의 흔적은 거인 프랑의 그것인데….
거인 프랑은 좀비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
그리고 프랑의 영혼석 펜던트가 거인 프랑의 손에 들려 입안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빌 만큼 놀라버렸지만 그 뒤에 벌어진 일에는 혼이 달아날 만큼 충격을 받았다.
“프랑?!”
“서하….”
프랑의 몸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프랑?!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프랑!”
=도…망, 가세….=
애절한 표정으로 희미해져 가는 손을 들어 내 뺨에 가져가지만 이내 슈욱하고 통과해버린다. 프랑에게 뻗은 내 손도 그녀의 어깨를 잡지 못하고 통과하는 순간.
프랑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사라졌다.
내 눈앞에서 프랑이 사라져버렸다.
왜? 뭐 때문에?
어째서?
-주인님!!-
순간 왼쪽 뺨을 강타하는 충격에 고개가 오른쪽으로 홱 돌아가면서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끄아악!!”
전신을 으스러트려버리려는 듯한 형태가 없는 무언가가 내 몸을 후려쳤다. 구겨진 종잇장 같은 꼴이 되어 튕겨 날아가는중에 의식이 흐릿해진다.
가슴이 메이고 목이 막혀 쿨럭하고 기침을 했더니 피가 터져 나온다.
피를 토하고 났더니 숨이 트이고 약간이지만 의식이 돌아왔다. 손을 들어보니 검은색 반투명한 게 팔을 감싸고 있었다.
귀에 파리가 들어온 것처럼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희뿌연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투두두둑 두둑 툭.
무언가 내 등을, 팔과 다리를, 몸을 마구 때려댄다. 뭔가 했더니, 내 몸은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며 추락하고 있는 거 같았다.
-주인님!!-
속이 메스껍다. 가슴이 답답하다.
다시 한 번 머리와 목과 등에 차례대로 충격이 전해져온다. 이제는 코에서도 피가 흘러나온다.
-주인님!! 정신 차려!!!-
다시 고개가 홱 하고 꺾인다. 뒤늦게 무언가가 내 뺨을 때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암…흑….”
-도망가야 해!!!-
가슴팍에 튀어나온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머리가 당황하고 놀란 얼굴로 입을 뻥긋거리고 있었다.
“왜….”
-프랑 마님이 도망가랬어!!! 저 좀비가 진화하고 있어!!!-
“프…랑?”
내 소중한 아가씨의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의 위상석에서 시작된 회전이 점점 가속되며 전신에 위상력을 퍼트리고 흩어진 위상력을 모아 또다시 가속하기 시작한다.
흐릿하던 시야가 맑아지고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리며 오감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프랑. 프랑!! 프랑!!!!!!!”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더니 어느 한군데라고 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에서 올라온다.
“끄헉.”
처음 겪어보는 끔찍한 고통이라 식은땀을 흘리고 침을 줄줄 흘리면서 몸 상태를 빠르게 훑어보니 갈비뼈 다섯 곳과 왼쪽 팔뚝, 오른쪽 허벅지 뼈와 정강이뼈에 금이 가 있었다.
힐링 웨이브 2단계를 터트려 몸을 회복시키고 아직도 흐릿한 모습의 주변을 돌아봤다. 힐링 웨이브를 터트렸는데도 온몸이 뻐근하고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 것보다 프랑은 어떻게 된 거야?!
다시 힐링 웨이브 1단계를 발사해서 몸 상태를 호전시키고 하늘로 공간 도약을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느리고 짧은 거리로 펼쳐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하늘에서 숲을 내려다보기엔 충분했다.
아니 숲이 아니다. 족히 10km는 되어 보이는 황폐해진 공터다. 숲이었던 장소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공터가 되어버렸다.
살아있는 모든 게 재가 되어버려 마치 사막처럼 변한 공터의 중앙에는 40m로 커진…. 40m 맞아?
큭. 머리가 왱왱 울려서 공간 지각이 힘들다. 내가 지금 거인 프랑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암흑이는 어깨 위에 작은 머리만 만들어서 다급한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린다.
-주인님!! 도망가야 해!!!-
“프랑을 두고 못 가!!”
-으앙!-
미치겠다.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 사고가 힘들지만 억지로 머리를 굴려보니 3일을 지샌듯한 피로감과 묵직함이 머릿속에 가득 차 생각을 방해한다.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압박하는 갑갑한 느낌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혀끝을 짓씹으니 그 고통에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거 같다.
혀끝에 맴도는 고통과 쇠 맛에 인상을 쓰며 거인 프랑, 프랑의 몸이었던 외눈 거인 좀비를 살펴봤다.
멍하니 좀비 특유의 모습으로 두 어깨를 늘어트리고 삐딱하게 서 있는 거인 프랑은…. 키가 40m까지 커진 거 같다.
팔뚝 중간 어림에서 잘려나갔던 손도 다시 자라나고 있고 명치에서 옆구리까지 갈라졌던 몸통의 상처도 도로 붙고 있었다.
그 갈라진 틈으로 흘러나왔던 굳고 말라붙은 내장도 선홍색으로 물들고 되살아나며 몸속으로 밀려들어 간다.
…되살아나는 것처럼, 시간이 되감기며 죽은 몸이 살아있는 몸으로 바뀐다. 거인 프랑의 몸에 남아있던 상처가 모두 사라지면서 시퍼런 핏줄이 돋아나 있던 죽은 피부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거인 프랑의 몸 주위로 시퍼런 위상력의 폭풍이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 아아아. 초위다. 초위 이형종이야. 주인님. 도망가야 해. 저거 못 잡아.-
“이형종이 아니야!! 저건 프랑이야! 안 잡아!!”
마음을 찌르는 암흑이의 말에 버럭 소리쳤더니 머리통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벼락이 치는 소리가 울리면서 뇌가 쪼개지는 거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끄으윽.”
눈알이 터져버릴 거 같은 고통도 느껴졌지만 억지로 눈을 떠 시야에 들어오는 거인 프랑의 모습을 다시 보니 회백색의 시체 같은 피부가 점점 살색으로 돌아오고 머리카락도 칙칙한 갈색에서 백금색으로 변해간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한 번 더 힐링 웨이브 3단계를 터트리니 그제서야 머리가 맑아지고 답답하던 가슴도, 울려대던 머리도 안정되어간다.
숨을 몰아쉬며 공간 지각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파악하고 상황을 살펴보니, 인식하지도 못한 무언가의 공격에 맞고 날아온 거리가 8km 정도 되는 거 같다.
아니 공격이 아니라…. 위상력의 폭발? 폭발도 아니다. 거인 프랑의 몸이 영혼석 펜던트를 먹는 순간 위상력이…. 터져 나온 건가?
어째서?
거기다 알 수 없는 무언가는 거인 프랑을 중심으로 지름 10km에 달하는 공간을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거대 두더지와의 사투로 죽은 거인 프랑의 시체는 좀비가 되어버렸고 좀비 상태에서 날 습격한 건가? 어째서?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프랑…!!”
완전히 되살아나서 상처 하나 없는 우윳빛 피부를 자랑하는 거인 프랑을 보며 피를 토하는 기분으로 외쳤다.
============================ 작품 후기 ============================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