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6 5회차. =========================================================================
새카만 어둠에 휘감기며 현실을 벗어나 위상 세계에 들어오니 주변으로 하위에서 중상위 사이의 금색 털을 지닌 원숭이 이형종들이 한가득 감지 된다.
4회차에 동네 뒷산 수준의 원숭이 산에서 미호를 진화시키고 복귀했던 그 장소다.
외형은 히말라야 원숭이랑 비슷하지만, 몸집은 사람만 한 놈들은 특별히 둥지 같은 건 만들지 않고 수백 마리가 한 지점을 중심으로 한 장소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누워있거나 동족들과 장난치고 놀거나 털 고르기를 하는 놈들 사이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뿅 하고 나타났더니 놈들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한곳으로 모인다.
그 한 곳은 물론 내가 서 있는 곳이다.
수백 쌍의 푸른 눈동자가 보내는 시선을 가만히 받고 있으니 뭔가 뻘쭘하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 어린 시선이랑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할까….
끼야아악! 꺄아 끼악!!
…뒷머리를 긁적이기 위해 손을 반쯤 드는 순간 반쯤 굳어있던 금색 원숭이들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사방팔방 튀어나간다.
“어머.”
-짧은 손짓으로 수백 마리의 유인원을 도망치게 만드시다니…!-
프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원숭이 떼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암흑이는 '역시 내 주인님이라면 이래야지!' 하면서 내 머리 위에 올라가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정확하게 254마리가 똥오줌을 지리며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는데 큰놈 작은놈 할 거 없이 헐레벌떡 도망가는 모습을 보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어째서 저렇게 도망을 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서하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 아닐까요?”
위상석이라고 편하게 말해도 되는데…. 내 얼굴로 시선을 준 프랑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내 팔을 껴안았다.
“그냥 내 심장에 위상석이 생겨서 날 고위 이형종으로 착각한 거 아냐?”
예상이 가는 이유를 대봤지만 내 정수리에 엎드린 암흑이는 그게 아니라는 듯이 조그만 입술을 움직인다.
-그런 이유가 아님다. 하위 이형종이 고위 이형종을 겁내긴 하지만 지금처럼 패닉을 일으켜서 도망갈 정도는 아님다. 이건 전부 주인님의 포오쓰가 강해서 그런 검다!-
“포스도 아니고 포오쓰는 뭐냐?”
-그건 제다이 나이트들이 미디클....-
“거기까지.”
손을 올려 암흑이를 손에 쥐고 입을 막아버렸다. 더이상 이야기 하게 두면 안되겠다는 예감이 팍팍든다.
내 손아귀 안에서 입이 막힌채 다리를 바동거리는 암흑이를 놔주고 산 아래로 퍼지며 사방으로 도망가는 원숭이들을 공간 지각으로 지켜봤다.
금빛 원숭이들은 뭐가 그리 무서운지 뒤도 돌아보지않고 전력으로 도망가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동안 프랑은 옆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인상을 살짝 썼다.
“괴물 이형종들은 역시 살려둘 가치가 없는 것들이에요.”
“응?”
갑자기 프랑의 기분이 저조해진 거 같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겁을 집어먹었다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새끼도 내팽개치고 도망가버리다니….
대가리가 좀 큰 새끼들은 허둥지둥 어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끽끽거리면서 달려가는 게 보이지만, 지금 내 윗머리에 매달려있는 암흑이 보다 더 조그만 새끼 한 마리는 어미가 자길 버리고 갔다는 걸 모르는지 주저앉아 빽빽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 주름이 쭈글쭈글한 새끼 원숭이를 향해 걸어가니 예쁜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프랑도 걸음을 재촉하며 뒤따라 왔다.
“어미한테 버림받았나 본데? 그런데 왜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버림받은 새끼 원숭이를 조금 멀찍이서 쳐다보던 프랑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날 돌아보며 물었다.
“어미는 분명 이형종인데…. 새끼들은 평범한 동물이라면 나중에 커가면서 이형종이 되는 걸까요?”
“성장하면서 자연 위상력을 조금씩 흡수하거나 아니면 죽은 다른 이형종에게서 위상력을 받던가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제 공간 지각 범위 안에 있던 성체 원숭이들은 전부 이형종이었는걸요? 성장하면 저절로 이형종이 된다니, 그럼 이 세계에는 일반 동물이 거의 없어야 맞지 않아요?”
“새끼의 부모가 이형종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잖아. 평범한 동물들에게서 태어난 녀석들은 일반 동물이고 이형종들한테서 태어난 녀석은 자연스럽게 이형종이 되고.”
의문점을 표시하던 프랑은 내 대답에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웅크려서 여기저기 돌아보며 울고 있는 금색 새끼 원숭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끼이?
눈도 좋지 않은지 자기 앞에 쪼그려 앉은 프랑을 뒤늦게 발견한 새끼 원숭이는 프랑을 자기 어미라고 여긴 것처럼 아장아장 걸어와 프랑의 무릎을 껴안는다.
“어머.”
“큭큭. 프랑도 금색 털에 하얀 피부랑 하얀 옷을 입고 있으니까 어미인 줄 알았나 봐.”
샐쭉한 표정으로 날 흘겨본 프랑은 손을 내려 20cm도 되지 않을 금색 원숭이를 들어 올려봤다. 순간 이형종을 싫어하는 프랑이 새끼 원숭이를 짜부라트려 죽이는 줄 알고 쫄았다.
새끼 원숭이는 갑작스레 높이가 높아지니 겁을 먹었는지 손 같은 두 발로 프랑의 손목을 움켜잡고 두 손도 프랑의 손가락을 잡고 끽끽거리면서 울먹인다.
“암흑아. 지금 저 새끼 원숭이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냐?”
-뜻도 의미도 없는 울음소리임다, 써!-
아무래도 암흑이 녀석은 군인 컨셉을 잡는 거 같다.
“그런가. 하긴 그냥 봐도 새낀데 지성이 있을 리가 없지.”
그사이 새끼 원숭이를 다 살펴본 프랑은 가만히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다시 달라붙으려는 새끼 원숭이를 피해 몸을 띄운다.
표정이 좋지 않은 걸로 봐선 이형종 들의 새끼지만 위상력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동물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프랑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새끼 원숭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가늘고 연약한 손으로 주변을 더듬으며 프랑을 찾지만 어디서도 발견하지 못하자 구슬프게 울기 시작한다.
끼이~! 끼익! 끼이이….
뭔가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신경을 써 줄 이유는 없다. 애처로움 같은 건 간단하게 마음속에서 치워버리고 발걸음을 옮기니 프랑도 마찬가지로 내 뒤를 따라왔다.
어차피 얼마 뒤면 이형종이 되거나 이형종이 되지 못한다면 무리에서 도태당할 녀석이다.
캬우오우오옹!!
버둥거리는 2m짜리 은빛 레오파드 캣을 힘으로 누르면서 TP를 계속해서 주입했더니 녀석의 골격이 바뀌면서 앞다리가 손이 되고 가슴이 솟아 나오고 허리가 잘록하게 변하면서 골반과 엉덩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척추가 펴지면서 어깨가 좌우로 벌어진다. 두 가닥의 꼬리도 여전하다.
은색 모피가 온몸을 뒤덮고 있고 얼굴 형태도 고양이의 그거지만 몸은 인간 여성의 형태인 게, 귀랑 꼬리 빼고 사람이랑 똑같은 미호랑은 반대로 짐승에서 그대로 인간의 골격을 가진 이족보행 형태가 된 은색 레오파드 캣은 사지가 부러진 채 눈에서 시뻘건 혈광을 줄기줄기 흘리며 내게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말 그대로 묘인猫人이다. 고양이 인간.
“이놈도 신체 강화네. 재생력도 높은걸.”
캬하아아…아가각!
“좀 입 다물어.”
썩은 고기 냄새가 나는 주둥이를 들이밀며 이빨을 딱딱거리고 쇳소리를 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마나 오러를 일으킨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려버렸더니 주둥이가 뭉개지며 날카로운 송곳니와 몇 개의 이빨이 부러져나갔다.
갸아아아!!
뭉개진 주둥이에서 피를 뿌리면서도 부러진 팔다리가 뿌드득 우두둑거리면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하고 함몰된 주둥이도 밀려 나오며 제 모습을 찾아간다.
천천히 재생하려 하는 모습에 그냥 천총운검을 뽑아 팔다리를 잘라버렸다.
기야아악!!
뿌리만 남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시뻘건 피를 흩뿌리는 레오파드 캣의 심장에 블루 스톤이 생성된 걸 확인하고 그대로 봉긋 솟은 가슴팍을 갈라 블루 스톤을 끄집어냈다.
블루 스톤이 뽑혀 나온 레오파드 캣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몸에서 가루를 흩날리기 시작했다.
레오파드 캣의 몸에 TP를 주입하느라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펴니 우두둑하는 소리가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으아. 몸도 튼튼해졌는데 왜 이렇게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냐?”
“서하는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니니까요. 마나 시브로 몸을 강화하는 거니 신체 강화 능력자와는 다른 점이 그런 식으로 표시되는 거지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눈에 이형종이 보일 때마다 잡아서 TP를 억지로 주입해 상위 아종으로 진화시켰다.
블루 스톤이 위상석을 능가하는 효율을 지닌 에너지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양아치 이무기를 처리하는 겸사겸사 돈도 벌 요량이었다.
그렇게 이형종을 강제 진화시키고 블루 스톤이 생성될 때까지 TP를 먹인 뒤에 가슴을 갈라 블루 스톤을 뽑아서 모은 게 80개가 넘어간다.
억지로 진화시켜서 죽이니 처음에는 머슬 베어나 화이트 쏜 터틀이 생각나서 기분이 좀 우울해지려고 했지만, 이형종이랑 나랑은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라는 걸 되새기며 작업을 반복해나갔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거지만 죽인 다음 블루 스톤을 뽑아내면 다른 이형종 들처럼 그대로 시체를 남기고 살아있을 때 블루 스톤을 뽑아내면 이형종은 그대로 재가 흩날리듯 천천히 몸이 분해되며 사라졌다.
뭐 때문인지는 모른다. 나나 프랑이 그런걸 알 만큼 전문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잿가루처럼 흩날리는 모습에서 좀 꺼림칙했는데 고작 십수 초 만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그걸 알게 된 뒤로 시체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산채로 블루 스톤을 뽑아내는 걸 반복하며 처음 나와 프랑이 만난 숲을 향해 서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했다.
급하게 이동할 이유가 없어서 느긋하게 이동하며 그동안 프랑이 썼던 영혼석의 TP를 충전시켜야겠다 마음먹었었다.
한동안 프랑이 TP를 쓸 일이 없어서 영혼석에 TP를 마지막으로 충전시켰던 게 7월 초, 화연이와 영이랑 함께 살기 시작할 때가 마지막이었지.
그러다 블레이드 플라이어를 잡을 때 300만가량을 썼고 머슬 베어를 잡을 때 또 500만가량을 써서 총량이 1,050만인 영혼석은 250만이 약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무기를 잡으러 가기 전에 영혼석에 TP를 충전시켜주기 위해 공간의 벽을 가로세로 5m에 높이 5m짜리로 방을 만들었다.
호박색 방 안에서 음흉하게 웃으면서 프랑에게 슬금슬금 다가가니 프랑도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
“히잉. 아, 안돼요오.”
반쯤 울상을 지으면서 라운드 울 니트의 앞섬을 꼭 움켜쥐고 멈칫거리면서 뒷걸음질 치던 프랑을 잽싸게 낚아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돼!”
“아앗!”
“반항하면 더 과격하게 한다?”
“윽!”
간단하게 프랑의 반항을 잠재우고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 소켓을 열어 천 주머니에 들어있는 영혼석을 꺼냈…는 데 색이 좀 변한 거 같다.
예전보다 좀 더 푸른 빛이 강해지고 이제는 완전히 물방울 모양으로 변한 데다 크기까지 줄어있었다. 이건 줄었다기보다 압축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릴 거 같은데….
그리고 영혼석의 중심에 있던 회백색의 빛과 함께 일어나던 전류가 좀 더 커지고 밝아지고 강해진 거 같다.
이리저리 영혼석을 만지고 있으니 프랑은 두 손을 허벅지 사이에 끼우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몸을 흠칫거렸다.
역시 그동안 쌓은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처음 영혼석을 만지고 TP를 넣을 때처럼 발작적으로 발정 나지는 않는 거 같다.
그래도 흥분하긴 매한가지라 내 가슴에 기대고 있는 프랑의 백금색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귀에 속삭였다.
“이제 넣을게?”
“우읏….”
프랑은 빨개진 얼굴로 옆에서 빤히 지켜보는 암흑이를 힐끔거리면서 눈치를 주길래 바로 백팩을 열어서 그 속에 암흑이를 집어넣었다.
-어엇?!-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오지 마. 도중에 기어 나오거나 몰래 엿보면 크게 혼날 줄 알아.”
-겨, 견학 희망! 견학희망!!-
“프랑이 부끄러워하니까 안돼.”
-프랑 마니이임….-
“아, 안돼!”
-잉. 마님은 깍쟁이!-
깍쟁이라니…. 암흑이는 정말 보고 싶었는지 울상을 지으면서 잔뜩 처진 모습으로 백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속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 게 크게 삐진 모양이었다.
어쨌든 프랑이 창피함을 느끼는 요소도 치웠으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영혼석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과 아랫배를 쓸어간다.
프랑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내 손에 쥐어진 영혼석에 감각이 공유되는지 배가 울렁거린다. 공간 지각으로 보이는 프랑의 꽃잎도 움찔거리며 기대감에 꿀을 한 방울 흘리는게 보인다.
“시작해도 돼?”
“…….”
그런 건 묻지 말고 얼른 하라는 건지 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 채 자기 허리를 감고 있는 내 오른팔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크으으. 이러면 덮쳐버리고 싶어지잖아! 그냥 확 넘어트려서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킁카킁카하고싶다.
접시물 처럼 얕은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왼손에 쥔 영혼석에 TP를 느릿하게 주입하니 프랑의 몸이 경직되며 "하악." 하고 숨을 들이 삼킨다.
내 품 안에서 꿈틀거리는 프랑의 몸을 느끼고 있으려니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는 거 같다.
하지만 그동안 사랑을 나누는 행위로 쾌락에 적응한 덕분에 프랑도 이성이 무너지지 않았고 나도 잘 참아내면서 영혼석에 TP를 단번에 최대치까지 채울 수 있었다.
만약 쾌락에 무너졌다면 TP 주입이 아니라 TP 삽입이 됐겠지.
그 대가로 프랑은 완전히 탈진한 모습으로 축 늘어져 버려서 백팩을 앞으로 매고 프랑을 등에 업어야 했지만 그 정도 쯤이야….
충전을 끝마친 뒤에 백팩에서 기어 나온 암흑이는 내 머리 위에서 프랑을 빤히 바라보면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얼굴이 발그레해진 프랑은 그런 암흑이를 외면해버렸다.
============================ 작품 후기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