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43화 (343/517)

00343  정리.  =========================================================================

내가 저항하지 않은 화이트 쏜 터틀을 지워버린 지 5일 뒤, 12월 30일이 되는 날에 화연이 납치 계획에 대한 모든 일이 정리되었다.

미국의 조 셀든 부통령은 12월 31일 오후 1시, 백악관에서 생방송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 장면을 한국에서도 생방송으로 볼 수 있었는데 겉으로는 담화문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자국 내 기자들 외에도 세계 각국의 외신 기자를 한자리에 모아 발표하는 나에 대한 사죄문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흉은 트럼펫 대통령이 자신의 레임덕을 미루기 위한 최고위 이형종, 코드명 블레이드 플라이어의 레이드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며,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그랑 블루 회장의 연인을 납치해 인질로 삼아 협박을 하려 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의 자초지종을 숨김없이 발표했다.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스페셜 타입의 능력자이자 유일하게 최고위 이형종을 상대할 수 있는 그랑 블루 회장인 나의 분노를 사 도움을 일찍이 받지 못해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켰음을 시인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그랑 블루 레이드 팀 제 1 보스를 납치하려 한 행동에 대해 미국을 대변해 사죄를 청하며 차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내외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중심부에 지름 20km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준 게 효과가 확실했나 보다.

영은이는 미합중국 부통령인 조 셀든의 친필 사과문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영상도 따로 왔며 내게 영상 재생용 패널과 서한을 가져왔는데 보지도 않고 공간의 벽으로 지워버렸다.

눈앞에서 공간의 벽에 분해되는 사과문과 영상 재생 패널을 놀란 눈으로 보는 연인들에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종이쪼가리에 개인이 사과를 적은 종이 따윈 필요 없어. 앞으로 미국이랑은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고 일체의 관계도 맺지 않을거야.”

“흐~응.”

영은이는 조금 고심하는 눈치였지만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걸 확인하고 훗 하고 웃더니 내 품에 안겨 왔다.

“딱히 미국이 아니더라도 무역거래 대상국은 많으니까. 우리 서하한테 잘 보이려고 우리나라랑 무역협의를 원하는 나라들도 많구.”

내 덕분에 영국과 러시아와 한국의 경제 협력 개발 기구가 들어설 거라며 이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눈치는 별로 보지 않게 됐으니 상관없다는 이야기였다.

사과문 직후에 미국 정부는 블레이드 플라이어 1회, 머슬 베어 2회, 총 3번에 걸친 레이드 실패로 많은 능력자들이 죽고 다쳤음을 정식으로 공표했다.

보고 있으니 억지로 숨기려다 들통나 자존심이 뭉개지기 전에 미리 솔직하게 발표하고 시인함으로써 그나마 강대국의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는 영은이의 설명이 덧붙여졌다.

“숨기다가 영국이랑 러시아가 감찰한 내용이 발표라도 되면 프라이드가 가루가 될 테니까.”

아무튼 난데없이 등장한 세 마리의 최고위 이형종에 세계는 심각한 이형종 불안증세를 겪게 되었다.

막연히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만 하고 있었지 실제로 눈앞에 두 마리의 최고위 이형종이 날뛰는 사건이 벌어지니 일시적으로 세계경제공황이 올 정도로 충격을 받은 거다.

애초에 최고위 이형종은 인류가 대적하지 못할 대상이지만 그것들은 위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들이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던 건데 짧은 시간에 세 종류나 나타나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하지만 최고위 이형종을 어린애 손목 비틀듯이 가볍게 물리치는 존재가 있다며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과 IWO, International Waterdrop Organization가 내 능력에 관해 인증을 해줌으로써 대공황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고의 레이드 팀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조차 어쩌지 못한 최고위 이형종을 처리한 내가 있는 한국과 그랑 블루 레이드 팀에 많은 수의 나라가 극도의 관심을 표시하기 시작한 건 당연한 순서였다.

이전에 있었던 몇 번의 굵직한 사건 때는 저게 동료인가 적인가 긴가민가하던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5일 동안 온갖 희귀하고 귀중한 선물을 보내면서 내 호감을 사려고 해서 그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했더니 영국과 러시아가 감찰이라는 형식으로 날 도와준 대가로 최고위 이형종이 나타난다면 도움을 주겠다는 약조가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도 자기네 나라에 최고위 이형종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미리 나와 친분을 다져놓겠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영국이랑 러시아에서 흘린 거야?”

“ 흘러나간 거야. 과잉충성하는 것들이 나라에 도움이 될까 봐 일부러 흘린 거지.”

나에 대한 극도의 관심은 곧 역풍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미국에 휘몰아쳤는데, 한때 최고의 레이드 팀이라고 불리던 G.S 레이드 팀이 이 역풍에 직격당했다.

그렇지않아도 두 번의 주도적인 레이드, 블레이드 플라이어와 머슬 베어의 각각 1차 레이드에 실패했고 서브로써 참여한 머슬 베어의 2차 레이드도 실패한 바람에 레이드 팀의 보유 고위 능력자가 반 토막이 나버린 상황이었는데….

트럼펫의 사주를 받아 납치 사건에 가담한 레이드 팀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각종 후원과 원조 및 협력 관계가 죄다 떨어져 나가며 자금줄이 마르고 설상가상으로 연방 검찰이 G.S 레이드 팀이 위상석 거래에 대한 불법, 부정행위를 적발했다며 탈탈 털기 시작하니 회사로써는 버틸 수가 없었을 거다.

그럼 능력자들만 챙겨 새로 시작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레이드 팀 주요 인원들이 가담한 사건의 대상이 나였다는 게 문제였다. 팀원들은 이대로 있다간 파괴 신이 우릴 파괴하러 올 거라며 줄줄이 탈퇴하거나 연방 검찰의 단속에 잡혀가 버려 더는 레이드 팀으로 존재할 수가 없게 된 거였다.

어떻게 앨버트 그라 나 도와 미카엘, 아리엘 셋만 멀쩡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저놈들 입장에서는)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A 클래스의 앨버트와 미카엘, 아리엘 모두 골골거리고 있어 레이드 팀의 공중분해를 가속화시켰다는 인터넷 기사를 봤다.

어떻게 셋 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그 셋의 상세는 무척이나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라나도 스파타의 보스이자 미국의 세 A 클래스 능력자 중 한 명인 앨버트 그라나도는 신체 손괴율이 35%에 이르는 상처 때문에 수많은 회복 능력자들의 회복을 수시로 받고 있지만, 혼수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를 어떻게 할지 미국 정부 대변인이 찾아와서 내게 물었지만 나는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그럼 일단 살려놓고 죗값을 치르게 만들던가 해요. 그 와중에 회복되지 않고 죽으면 죽는 거고.”

덕분에 비공식적인 소식통(영은이)에 따르면 앨버트 그라나도를 회복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들이는 돈이 막대하다던가. A 클래스는 극도로 희귀하니 어떻게 살려놓고 죗값을 치르게 한 다음 재활용 하겠다는 거겠지.

나와 마주쳤던 미카엘 그라나도와 아리엘 그라나도 둘 중 미카엘은 레이드에서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회복 능력자의 회복을 받아 육체적으로는 금방 회복했지만 어째서인지 극도의 PTSD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때 옆에서 구경하던 영은이가 "서하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PTSD에 걸렸을까~?"하고 놀리다가 나한테 기절할 때까지 괴롭힘을 당했다.

감찰 조사관들은 칼같은 조사 끝에 그는 납치 계획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아리엘 그라나도는 그렇지 못했다.

아리엘 그라나도가 이번 납치 계획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려 했다는 증거를 포착했지만, 그년은 죽음을 겨우 면할 정도의 상처를 간직한 채 능력자 재판소에 넘겨졌다.

머슬 베어가 집어던진 흙산탄 공격이 그년의 전신을 꿰뚫고 들어가 버려 진짜 죽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었다던가?

상처 입은 사진을 봤는데 전신에 모래알갱이 같은 구멍이 숭숭 나버린 모습이어서 나체사진이었지만 인상을 팍 찡그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G.S팀의 보스를 비롯한 주력 멤버들이 모조리 반병신이 된 상황인 데다 멤버 대부분이 납치 사건에 연루된 죄로 결국 미국과 러시아, 영국의 주도하에 결국 G.S 레이드 팀은 해체되었고 조각나버린 재산은 탐욕스런 하이에나들이 먹어치웠다는 뒷소문을 들었다.

미국의 대국민 담화문과 최고위 이형종의 출현으로 인한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에는 IWO 능력자 재판소의 재판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화연이를 납치하려는데 관련된 인원들은 두 명 예외를 두고 죄다 IWO 능력자 재판소에 넘겨졌는데 능력자, 비능력자 구분 없이 죄다 알카트라즈행 판결이 연달아 떨어진다.

2명을 제외한 36명인데 그중 32명이 능력자로 당시에 동원된 놈들이고 나머지 넷이 납치 계획을 구상한 실질적인 범죄자라고 했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반병신이 된 아리엘 그라나도의 차례가 왔는데 저년도 짤없이 알카트라즈 행 판결이 내려졌다.

“저런~ 저런 몸 상태로 갇히니 수감자들한테 조리돌림 당하다가 상세가 악화되서 죽겠네.”

냉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영은이를 힐끔 보고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알카트라즈 수감에는 트럼펫 대통령이랑 무진장 길고 발음하기 힘든 단어 나열의 집단의 국장이란 놈들만 갇힐 줄 알았는데 목숨이 오늘내일할 만큼 상세가 엄중한 인간들을 제외한 관련자들 전원이 알카트라즈에 갇힐 줄 몰랐다.

예외를 받은 2명은 트럼펫 전 대통령과 앨버트 그라나도였는데, 트럼펫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결국 12월 29일, 뇌사 판정이 내려지며 식물인간 선고를 받았다고 들었다.

대통령 예우는 진작에 끝나서 군 치료감호소에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는 신세가 됐단다.

완전한 의학적 죽음을 맞이한 트럼펫은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 1위에 꼽히게 되었고 또한 탄핵도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제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그 트럼펫 대통령의 재산은 소피아가 차곡차곡 적대적 M&A를 통해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다고 들었고 먹어치우기 힘든 자본은 어떻게든 라이벌들을 부추기고 있는 죄 없는 죄를 파헤쳐 소송을 통해 공중에 뿌려버리고 있다던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오길래 전부 늘 푸른 재단에 집어넣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했다.

남은 한 명은 앨버트 그라나도인데 결국 미국 정부도 포기했는지 회복 능력자의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트럼펫 대통령의 뒤를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라나도 가문도 범죄에 연루되서 아주 풍비박산 나버렸는데 정부는 온갖 범죄사실을 들먹이며 그 막대한 재산을 몰수해 미국의 국고로 환수했고 일부는 나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산이 왜 국고로 환수되었냐고 혜령이 이모한테 물었더니 혜령이 이모 왈 "붕괴된 도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게 되면서 막대한 양의 피해 배상금 지불 명령이 나왔거든요." 라더라.

다음날 찾아온 지부장 형…. 이제 지부장이 아니지 참. 현우 형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놨다.

“연합이 너에게 계속해서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 못 챘구만.”

“…뭐?”

“사실 일반 능력 범죄자들이라면 수십 년의 의무 노역형을 내렸을 텐데 죄다 알카트라즈에 밀어 넣은 이유가 뭐겠냐. 적당한 노역형을 때렸다간 네 기분이 나빠질까 봐 우려하는 거잖냐.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일어날 거라 예견한거지.”

지금 같은 상황이 뭐냐고 물었더니 최고위 이형종이 지구에 등장한 거라고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최고위 이형종은 종종 등장할 테고 그것들을 상대할 존재로는 네가 유일하다는 거겠지.”

이번 트윈 탑 플레이스 사건, TTP 사건은 두 마리의 고위 아종(사람들은 여전히 최고위 이형종으로 알고 있다.)의 난동으로 3개의 대도시와 7개의 중소 도시, 10개의 마을이 파괴되었으며 재산상 손실이 1조 7천억 달러에 이르며 사상자는 4천 명 가량, 이재민은 수십만 명을 만드는 걸로 끝이 났다.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한 네 곳의 도시는 주요 시설들이 완전히 망가진 터라 당분간 사람이 살 곳이 못 됐다던가.

미국이 입은 피해의 70% 이상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화이트 쏜 터틀이 얼마나 작정하고 부셔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계 언론은 연달아 등장한 최고위 이형종과 나와 미국 사이의 트러블에 온갖 기삿거리를 써 올리고 있었고 개인에게 무릎 꿇은 최강대국의 자존심이라는 뻘글을 싸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과 영국, 러시아 감찰 결과를 받아보고는 신경을 꺼버렸다.

A4용지로 30장에 이르는 보고서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원흉인 트럼펫은 식물인간이 되어서 골로 가버렸고 그 재산도 소피아가 모두 흡수하거나 망가트리는 중이고, 그 외의 관련자들 전원 알카트라즈에 갇혔다는 보고서.

그중 가장 끝에 있는 한 장에는 나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는데, 내 연인들이나 가족을 건드렸다간 내 성질이 폭발한다는 것, 내 가족들이 나의 역린이라는 걸 온 세계가 알아버렸다는 한 장의 비밀문서였다.

거기에는 내 성격을 간단하게 네 개의 단어로 서술해놨다.

Neutral Evil, sometime Chaotic Good.

이거, 테이블 알피지 게임 용어 맞지? 카오틱 굿이 내 가치관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질서 따윈 무시하는 거고 뉴트럴 이블은 이기적이지만 나한테 피해가 오지 않을 수준의 선함을 유지한다든가.

그러니까 못 된 놈이지만 때때로 아주 못 된 놈이 된다는 거야?! 누구야 이거 쓴 사람?!

…너무 정확하잖아.

당연히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이기적이고 사회적 질서는 무시할 거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질질 짜고 바닥 긁기보단 그 상황 자체를 박살 내버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게 더 좋다.

아무튼, 그 뒤로는 신경을 꺼버렸다. 내 신경은 내 심장에 생겨난 위상석과 내 연인들에게 쏟아붓기에도 부족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현우 형은 염색한 검은 물이 빠지면서 붉어지기 시작하는 자기 머리카락을 한번 쓱 훑으면서 말했다.

“그게 평범한 거다. 누구나가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이기적이 되는 세상이지. 너는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을, 연인을 지키려는 거잖냐. 그 사람들이 악당도 아닌데 네 가족을 건드린다면 얼마든지 상대를 박살 내버려도 돼. 그런 짓을 하는 것들이라면 범죄자임이 틀림없을테니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그런데 형은 오늘 왜 찾아 온 거에요? 헬기까지 타고?”

“오늘 출국한다. 잘 있으라고 인사하러 왔지.”

“오, 드디어 미국 가는거에요?”

“그래.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본부가 있는 미국.”

“가거든 먹을 거 잘 챙겨 먹고 몸 건강하게 지내요.”

나한테서 정상적인 안부 인사를 받을 줄 몰랐는지 현우 형은 날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하고 웃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옥상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를 타고 날아가 버렸다.

현우 형을 배웅해주고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반쯤 누워 TV에서 걸그룹이 엉덩이를 흔들고 가랑이 사이를 보여주는 춤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내 옆에 늘어져 있던 영은이가 중얼거렸다.

“일본에 이어서 미국도 호된 꼴을 당했으니 이제 서하를 터치할 나라는 없겠는걸.”

“그럴까?”

“그런 거야. 프랑은 눈치 못 챘니? 그랑 블루 빌딩에 온 나라에서 신년 축하 선물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거?”

“응. 나도 봤어. 시하 님하구 혜령 씨가 편지만 받고 나머진 모두 돌려보내던걸?”

…몇시간 뒤면 1월 1일 새해다. 수한과 소피아가 자정에 있을 타종식을 보며 먹을 떡국의 가래떡을 직접 만드는 와중에 연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있으니 귀가 솔깃해진다.

선물? 근데 다 돌려보냈다고? 아깝게시리 보낸 거면 다 챙겨야지 왜 돌려주고 그래.

“당연한 거야. 대가 없는 친절과 공짜 선물은 없는 법이니까. 선물이란 건 받다 보면 마음의 부담이 쌓여서 나중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부하기 힘들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거든.”

“너무 삭막해…. 영은은 마음이 너무 삭막해….”

프랑은 영은이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리지만, 나는 영은이의 말에 공감한다. 노골적인 호의는 경계하고 봐야지. 내 위치가 위치니만큼 더욱 더.

…하지만 그냥 선물만 꿀꺽하면 안 되나? 어차피 지들이 준 건데 먹고 입 닦으면….

꽁알거리면서 가래떡을 비빌 준비를 하는 프랑의 뒷모습을 귀여운 동물을 보는 얼굴로 바라보던 영은이는 느릿하게 숨을 내쉬면서 아까 했던 이야기를 이어 말한다.

“아무튼 이제 서하를 건드렸다간 아주 엿되는거야. 일본이야 몇 번의 삽질로 국력을 허비한 허접스러운 상태였지만 미국은 그렇지않잖니? 서하 한번 잘못 건드렸다가 트럼펫 전 대통령은 뇌사상태에 빠졌지, 대도시와 중소도시들이 박살 나면서 천수백조 원에 이르는 금전적인 피해에 두 개의 주가 초토화 된 데다 덤으로 납치 계획에 가담했던 의원들과 장성들이 IWO 능력자 재판소로 끌려가 버렸잖니.”

“음. 범죄자 놈들이 능력자 재판소에 끌려간 건 왜? 뭔가 이상한 거야?”

프랑은 2m는 될 법한 평평한 넓은 쟁반에 참기름을 바르면서 물었다.

“자국의 범죄자들은 자국에서 심판한다는 게 미 연방 법원의 자존심이거든? 거기다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명성도 이번 TTP 사건 때문에 반 토막 나버렸으니 체면 왕창 구겨진 거지. 킥킥.”

그렇다고 해서 터치할 나라가 정말 없을까. 세상은 넓고 미친놈들은 얼마나 많은데.

스르륵 옆으로 쓰러지더니 내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는 영은이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프랑이 날 힐끔 보더니 내가 생각했던 말을 꺼냈다.

“정말로 더이상 시비를 걸 나라가 없을까? 세상은 이렇게나 넓구 큰데….”

“없어 없어. 적어도 최고위 이형종을 잡을 수단이 생기기 전까진 절~대 없을 거야.”

이번 사건의 시작은 영은이를 무시한 놈들(트럼펫과 미 국방성 장관, 장관 그 새끼도 알카트라즈에 갇혔다.)에게 엿먹이기 위한 의도였지만 사건이 비탈길을 구르는 눈 덩어리처럼 무시무시하게 덩치가 불어나 버려 마지막에는 미국이 눈 덩어리에 치어 날아가는 걸로 끝나버렸다.

덤이라면 뜻하지 않게 지배력과 강제력을 가지게 된 셈인가.

손을 뻗어 영은이의 탄력 넘치는 가슴을 만지면서 수한과 소피아가 가래떡을 만드는 모습에 시선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To be continued...!!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자기 관심거리 외에는 무관심한 편입니다.

그걸 커버해주기 위해 히로인인 유영은과 주인공의 누나인 정시하, 그리고 따까리인 이혜령 총무부장이 매일매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죠.

이제 미국에서는 관심이 사라진 주인공이 튈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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