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41화 (341/517)

00341  정리.  =========================================================================

호수에 얼굴을 처박고 물을 마시던 머슬 베어 녀석은 마치 빨간 티셔츠만 입은 노란 곰탱이처럼 주저앉아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남쪽을 봤다면 날 발견했을 텐데 여러모로 운이 없는 녀석이다.

검집에서 천총운검을 뽑아 들며 프랑에게 물었다.

“주변에 아직 피난 못 한 사람들이 보여?”

“민간인은 모두 피난시켰어요~. 사람들은 없어요~.”

프랑 대신 뒤따라온 로민 대위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해주길래 그녀를 힐끔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게 사실이어야 할 겁니다.”

“네?”

“이제 이 근방은 사라질 테니까.”

“?!”

손을 내려서 암흑이가 들어있는 코트의 주머니를 톡톡 두드리니 녀석은 꼼지락 하고 움직인 녀석은 곧장 액체처럼 퍼져나오며 내 몸을 감싼다.

-롸져 댓!-

“어, 어어?”

로민 대위의 어리버리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옷 위로 내 몸을 감싼 암흑이의 모습을 공간 지각으로 점검했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그워워거리면서 한눈팔고 있는 머슬 베어를 눈에 담았다. 녀석은 아무리 봐도 덩치나 근육이 갑옷처럼 온몸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빼면 그냥 평범하고 온순한 곰돌이 같은 모습이다.

지금 녀석과 나의 거리는 22km 정도, 이형종 특유의 위상력 감지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위치라 녀석은 내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나 때문에 평범한 최하위 이형종에서 고위 아종으로 강제 진화되었고, 내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의 도구로 이용되었다가 이제 나에게 목숨을 잃을 녀석.

…지켜보고 있으니 괜히 감상적이 되는 거 같다.

“흠.”

한 번의 호흡으로 감상적인 기분을 털어내고 사고 가속을 일으키면서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생각해본다.

녀석은 저래 봬도 고위 아종, 최고위 이형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놈이다. 거기다 나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멀리서 선제공격을 하면 금세 눈치채고 피하거나 도망가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걸 막으려면 일단 붙어서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천총운검에 업그레이드한 마나 포…. 그냥 간단하게 의지를 담은 공격에는 전부 Mk 2라고 붙여야지.

아무튼, 천총운검에 마나 포 Mk 2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쏘아내면 검기 탄이 날아갈 테니 공간 도약으로 접근해서 검기 탄을 날린다. 그리고….

마나 탄 Mk 2는 블레이드 플라이어때를 생각해봤을 때 공격 범위가 너무 좁으니 패스. 마탄이나 마포로 날려버릴까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프랑이나 로민 대위까지 휩쓸릴 확률이 크니 이것도 패스.

머슬 베어를 마포로 터트려서 죽여버리면 녀석의 흔적이 사방팔방에 퍼질 테니 완벽을 위해서 마나 포Mk2로 지워버리는 게 베스트겠지.

그러니 등 뒤로 이동해서 검기 탄을 날리고 상황을 봐가면서 마나 포 Mk 2를 마구마구 날려서 지워버리자.

천총운검에 스며드는 TP가 모이고 모여 10만 TP가 넘었을 때 검신은 푸르스름하다 못해 시커먼 빛으로 물들면서 빨려들 것 같은 군청색 빛을 마구마구 뿜어내기 시작한다.

…이 이상 주입하면 어쩐지 위험 할 거 같은 예감이 마구마구 든다.

적당히 응축을 마무리하고 공격할 준비를 하니 등 뒤에서 프랑이랑 로민 대위가 군청색으로 빛나는 천총운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시작할게.”

대답은 듣지 않고 마나 시브를 가속해 신체를 강화한 뒤 공간 도약으로 놈의 등 뒤로 이동했다.

주변 풍경이 세 번 빠르게 깜빡이는 순간 눈앞에 철근 같은 털이 수북하게 나 있는 머슬 베어의 등짝이 들어왔다. 동시에 딱딱하게 경직되는 머슬 베어의 몸통은 내 존재를 감지한 증거일 테지.

쿠워어어억?!

퍼질러 앉아있던 100m가 넘는 근육질의 거대한 흑곰이 포효 아닌 비명을 지르며 두 다리에 힘을 주는 게 공간 지각으로 감지된다.

놈의 짤막한 두 다리 근육이 압축되었다가 팽창하며 느릿하게 떠오른다.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나도 공간의 벽을 박차고 따라 뛰어올랐다.

쿠쾅!

놈의 발판이 되어준 대지는 파이다 못해 터져나가며 흙덩어리들을 포탄처럼 쏘아내지만 궤도 상 나에게 날아오는 흙덩어리는 없다.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녀석은 따라오는 날 보며 당황, 경악, 절망, 공포 같은 마이너스 감정이 혼합된 눈빛을 보낸다.

눈빛이 꼭 '날 죽이러 온 거야?' 라고 말하는 거 같다. 저 눈빛에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놈의 이동 방향과 검기 탄의 공격 범위를 생각해 천총운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쯔우아아아앙

블레이드 플라이어때처럼 천총운검에서 초승달 형태의 검기가 철판을 찢어버리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와 수십 미터 초승달처럼 휘어져 공중에서 멈춰있는,  아니, 아직 상승 중인 머슬 베어를 향해 날아간다.

눈앞에 들이닥치는 검푸른 검기에 기겁한 머슬 베어는 최대한 몸을 비틀며 내가 날린 검기를 피하려 했다.

이것도 정식으로 검기 탄이라고 부를까….

잡생각을 빠르게 털어버리고 머슬 베어의 주의가 온통 검기 탄에 향했을 때 공간 도약으로 놈의 뒤, 3km 밖으로 이동해 천총운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마나 포 Mk 2를 응축한다. 마나 포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으니까 이 정도 거리를 띄우면 충분할 거다.

-히이익!!-

마나 포Mk2를 응축하는 순간 암흑이가 기겁하면서 왼손을 뒤덮고 있던 자신의 몸을 팔뚝까지 되물렸다. 그 순간 모인 4만 TP의 마나 포Mk2를 놈의 등짝을 향해 쐈다.

공중에 떠 있는 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에서 날아오는 마나 포를 절망이 담긴 눈동자로 바라본다. 더불어 날 눈에 담으려 하지만 녀석의 시선이 내게 닿으려 할 때 놈의 시선 반대편으로 다시 도약해 천총운검에 마나 포Mk2를 담아 지근거리에서 한 번 더 휘둘렀다.

찌이잉!

10만 TP를 응축한 검기 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귀를 찢는듯한 파열음과 함께 시퍼런 색으로 물든 초승달이 날아간다.

그리고 마나 포Mk2가 도착하기 전에 공간 도약으로 몸을 빼냈다.

크으으우우우우어어어!!

소리를 감속 재생하는 것처럼 낮고 늘어지는 포효를 지르는 놈은 세 방향에서 날아오는 검기 탄과 마나 포Mk2에 어찌할 줄 모르다가 가장 크고 거대한 검기 탄을 향해 상체를 뒤틀며 오른쪽 앞발을 후려쳐간다.

그리고 저쪽 하늘 멀리 로민 대위와 함께 있는 프랑이 두 손을 하늘로 뻗어 올렸다.

프랑의 몸에 TP가 모여드는 걸 확인하는 순간 세상을 하얗게 밝히는 흰 빛이 번쩍이면서 프랑의 영혼석의 TP가 단숨에 500만이 줄어든다.

꽈과과과광…!!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과 함께 머슬 베어의 머리통에 수십 미터 두께의 벼락이 내려꽂힌다.

벼락에 구워지며 머슬 베어가 멈칫한 순간 초승달 형태의 검기 탄은 소리 없이 녀석의 오른쪽 앞발을 가르고 지나가 버렸다.

콰우우우우!!

팔이 잘리는 고통에 포효를 지르는 놈의 몸통은 벼락에 직격당한 여파에 전신에서 새하얀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두 번째 쏘아낸 마나 포Mk2가 얇은 철판의 중심을 고무망치로 쳤을 때 나는 소리와 함께 머슬 베어의 두꺼운 두 다리를 덮쳐갔다.

검푸른 잉크가 퍼져 나오듯 수백 미터 범위를 집어삼키는 마나 포Mk2의 폭발은 벼락에 불타오르는 머슬 베어의 하반신을 게걸스레 삼켜버린다.

꿔우우우우!!!

온 세상이 느릿한 가운데 나 혼자 빠르게 움직이며 땅으로 뛰어내렸다. 천총운검을 땅에 박아넣고 허공에서 고통의 포효를 지르는 머슬 베어를 향해 양손으로 마나 포Mk2 를 각각 한발씩 던져낸다.

이어서 세 번째 날린 검기 탄이 놈의 상반신 왼편을 가르고 지나가며 10층 빌딩 높이의 왼쪽 앞발이 핏물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다.

…마나 포Mk2를 한 발 더 던져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내리는 왼쪽 앞발을 향해 집어 던졌다. 이어서 반 토막 나서 떨어져 내리는 오른쪽 앞발에도 마나 포를 쏘아낸다.

즈우우웅. 주우우우웅.

연이어 터지는 마나 포Mk2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100m에 달하는 머슬 베어의 거체가 두 개의 검푸른 부정형 구멍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지워지고 있었다.

세 개의 부정형 구멍은 머슬 베어의 아래에서,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녀석의 몸체를 지워나가다 이윽고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졌다.

사고 가속을 풀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니 정말로 구멍 같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무로 되돌리는 허무의 구멍.

공간 지각으로 머슬 베어가 흔적도 없이 분해됐다는 걸 알았지만 바로 프랑과 로민 대위 사이로 공간 도약을 한 뒤에 두 사람을 끌어안고 빠른 속도로 유와리 국유림에서 떨어졌다.

국유림에서 대충 40km를 벗어났을때 뒤로 돌아 적당히 응축시킨 마포를 쏘아내 유와리 국유림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꾸구구구구구….

눈 앞에서 후끈한 열기와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에 로민 대위가 세상의 종말을 보는 얼굴로 흉악하게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을 말없이 쳐다본다.

머슬 베어가 죽은 걸 확인했지만 유와리 국유림을 날려버린 이유는 싸우기 직전에 한 말도 있었지만 정확한 건 미국을 향한 경고였다. 깝치면 가만 안 두겠다는 경고.

마침 주변에 시민들도 다 대피시켰다고 했으니 꺼릴 게 없지.

수 분간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며 구름을 밀어내고 대지를 진동시키는 걸 구경하고 있었더니 옆에서 로민 대위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여, 역시 파괴신….”

이 여자가? 고개를 돌려 로민 대위를 사납게 노려보니 히끅하면서 딸꾹질을 하다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외쳤다.

“아, 그, 그게 아니라 저렇게 심한 폭발이라면 위상력도 다 퍼져서 흡수를 못 하겠다 싶어서…! 그, 그래서 그만!”

좀 못마땅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리는데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로민 대위를 갈구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무시했다.

고위 아종이라 내가 위상력을 흡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는데 이런식으로 핑계거리가 생겼군.

검집에 천총운검을 집어넣으니 옆으로 다가온 프랑도 파괴 신이라고 중얼거린 로민 대위를 째려보다가 내 손을 마주 잡고 물었다.

“다 지워버리신 거에요?”

프랑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응. 저만한 폭발이면 살아있진 않겠지.”

하지만 프랑도 알 거다. 머슬 베어는 마나 포mk2에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는 거. 로민 대위의 어깨 위에 떠 있는 카메라를 등지면서 입을 달싹였다.

-사실은 내 손에 웅생을 농락당한 녀석의 사체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손에 들어가 해부 당하고 장비화되는게 싫어서 그냥 마나 포mk2로 지워버렸어. 마포로 국유림을 날려버린 건 미국 정부에 경고 삼아 날린 거였고.-

못 봤으면 그냥 못 본채로 넘기려 했는데 조금 슬픈 표정을 지은 걸 보니 프랑도 공간 지각으로 내 입술을 읽었나 보다.

버섯구름은 좀처럼 사라지지않아서 폭심지를 눈으로 살펴볼 수 없는게 아쉽다.

그렇다고 여기서 기다리면서 버섯구름이 사라지길 기다리고싶진 않아 내 뒤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로민 대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로민 대위.”

“으어?! 예, 옛?!”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갑니다. 비행기를 준비해주시죠.”

“어, 앗. 네! 연락하겠습니다!”

로민 대위가 인증기를 꺼내는 걸 보고 몸을 돌려 버섯구름을 뒤로하고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로민 대위는 내가 머슬 베어의 사체를 확인하지 않고 몸을 날리니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별다른 질문은 하지않고 인증기를 켠 채 허둥거리면서 뒤따라왔다.

그러면서 로민 대위는 기지와 연락을 하는지 뒤에서 열심히 군대언어로 중얼중얼거린다.

“암흑이. 원래대로 돌아가.”

-옛 썰.-

꾸물텅거리면서 한곳으로 모여든 녀석은 내 코트의 안주머니로 들어가더니 꼼지락 꼼지락거리다가 몸을 웅크리고서는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암흑이가 한데 뭉쳐서 내 코트 주머니로 들어가는 모습에 로민 대위는 통신을 하다말고 멍하니 날 보다가 통신을 하던 상대의 재촉에 화들짝 놀라더니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저…. 회장님~?”

하늘을 공간의 벽을 치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로민 대위는 통신을 끝냈는지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그래서 그녀를 돌아보니 또다시 머뭇거리다가 다시금 이야기를 꺼낸다.

“바, 방금 전투를 치르셨는데 바로 화이트 쏜 터틀을 잡으실 수 있으신가요~?”

“잡을 수 없으면 준비하라고 하지도 않았죠.”

“앗, 무, 물론 그러시겠죠~!”

음. 내 목소리가 좀 냉정하게 느껴져서 나도 속으로 움찔했는데 로민 대위도 그걸 느꼈는지 "당연히 그러실 텐데 제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네요~! 아하, 아하하, 아하하." 하면서 억지로 웃음 짓는다.

내 목소리에 프랑도 옆에서 걱정하는 게 느껴져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들락날락하는 거 같아.

“제가 가진 능력 중에 하나가 빠른 TP 회복이에요. 이대로 비행기 타고 서부로 날아가면 그사이에 회복될 테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아, 넵.”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지상에 몇 마리의 최하위 이형종이 보인다. 녀석들이 우연이라도 머슬 베어가 죽으면서 퍼트린 위상력을 흡수하게 되면 순식간에 중하위, 중위 이형종이 될 테니 다 죽여야겠다.

손을 팅겨서 조그마한 마나 탄을 날리기 시작하니 로민 대위는 눈을 꿈뻑이다가 다시금 조용히 물었다.

“저기…. 뭐 하시는 건가요~?”

“이형종이 보여서 죽이는 겁니다. 놔두면 머슬 베어의 퍼진 위상력을 먹고 진화할지도 모르니까.”

“아!”

다른 방향에 있는 것들은 난 몰라. 미국이 알아서 하겠지. 뭐.

로민 대위는 내 행동에 뭔가를 느꼈는지 약간 백치미가 느껴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날 힐끔거리면서 훔쳐본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로민 대위한테는 신경 쓰지 않고 공간 지각범위에 들어오는 이형종 들을 마나 탄으로 지워버리면서 이동하길 잠시, 근방의 이형종은 모두 처리했을 때 프랑의 허리를 껴안고 로민 대위도 허리를 잡아 짐짝처럼 든 다음,

“꺅?!”

앤드루스 공군 기지로 다시 몸을 날렸다.

“꺄아아아~!”

공간 도약을 하고 몸을 날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던 로민 대위는 10번쯤 뛰었을 때 비명에서 약간 환호성이 섞이더니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쯤에는 비명 대신 환호성을 질렀다.

적응이 참 빠른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앤드루스 공군 기지의 상공에 도착하자마자 앞으로 휙 잡아 던졌다.

“꺄악?!”

두 팔을 파닥거리면서 떨어져 내리던 로민 대위는 다시 바람으로 몸을 감싸 떠오르더니 식겁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디로 가면 되죠?”

“아, 저기. 오실 때 타셨던 AM-777 블랙 브라이드가 준비되어있어요~. 저기에 타시면 되요~!”

검은 신부? 이상한 이름이군.

갔다 왔다 하는데 걸린 시간 20분에 잡는데 걸린 시간 1분. 21분 만에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돌아왔더니 군인들과 기자들은 내가 출발했을 때와 한치도 달라진 점이 없이 똑같은 곳에 서 있었다.

네이건 소장을 비롯해서… 저 검은 정장의 사람, 이름이 뭐랬더라? 아무튼,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뛰어내렸더니 모여있는 군인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갔고 기자들은 날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출발 전에는 영웅을 보는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파괴 신을 보는 눈빛이다. 묘하게 날 경계하고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총을 뽑아 들기 직전의 자세를 취하는 군인들을 보니 눈썹이 찡그려졌다.

“…지금 저랑 싸우려고 준비하는거에요?”

“음?! 뭣들 하는가!”

네이건 소장은 내 말에 흠칫 놀라더니 뒤를 돌아보고서는 싸움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는 자들에게 호통친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네이건 사령관님. 그랑 블루 회장 같은 거물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긴장하게 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제 생각난다. 로건 달튼 준장이랬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스킨헤드 스타일로 각진 광대뼈와 사각 턱을 가진 째진 눈의 백인이었다.

달튼 준장은 호통치는 네이건 소장의 옆에서 그를 말리다가 날 돌아보더니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G.S 레이드 팀과 많은 숫자의 B 클래스 능력자들도 어찌 못한 머슬 베어를 그토록 간단히 무너트리다니, god of destruction이라 불리는 게 전혀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놈이 지금 뭐래. 안 그래도 국방성 장관이라는 놈이나 로버트 필립 같은 인간들 때문에 미국 군인들이 싫어질 판인데 내 앞에서 대놓고 파괴 신이라고 부르네?

달튼 준장을 무시하고 네이건 소장을 보며 물었다.

“바로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가능해요? 화이트 쏜 터틀을 잡으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시고요.”

달튼 준장은 자신을 무시하는 내 모습에 잠시 멍한 표정이 됐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네이건 소장도 자신들을 무시하는 내 모습에 침중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검은 신부는 기체를 이루는 소재의 95%를 이형종의 부산물과 위상 세계 채굴 품으로 만들었고 대용량 에너지 패널을 이용해 비행에 필요한 연료를 충당합니다. 간단한 점검만 한다면 15일 연속 비행에도 끄떡없는 아가씨이니 걱정 마시고 이용하십시오.”

이야기만 듣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검은 신부라고 이름 붙은 여객기로 걸어가니 네이건 소장은 물론이고 달튼 준장까지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기자들도 특종이라는듯이 셔터를 눌러대고 방송국 카메라도 영상을 담기 위해 렌즈를 이쪽으로 향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프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네이건 소장에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미국의 군인들이 한 행동 때문에 군인들을 싫어하게 되신 거 같으시니 이해해주시길 바랄게요.”

“그, 레이디.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모르셨나요? 대한민국의 대통령께서 회장님의 장모님 되시는데 이 나라의 국방성 장관이 무례하게 대했다 하시더군요. 거기에 연인을 납치하려 계획하고 실행한 곳도 군부였다고 들었는데요.”

“크음….”

“회장님은 적은 자비 없이, 동료는 자비롭게 대해주시는 분이시니 그 점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네요.”

프랑의 이야기에 내 적대감을 샀다고 생각하는지 네이건 소장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버리고 달튼 준장도 난감함을 보이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군인들도 떨떠름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 프랑을 불렀다.

“프랑~!”

“네~. 가요!”

계단 차량 앞에 서서 프랑을 부르니 프랑이 빠르게 날아오고 그 뒤를 로민 대위도 허둥거리면서 뒤쫓아 왔다.

============================ 작품 후기 ============================

To be continu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