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40화 (340/517)

00340  정리.  =========================================================================

기체가 둥실 하고 떠오르면서 매립형 스피커에서 코크스 대위의 목소리가 헬기 로터음과 함께 흘러나온다.

[미첼 코크스입니다. 오산 공군기지까지 도착에 소요되는 시간은 10분입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팔걸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시면 이쪽과 연결됩니다. 감사합니다.]

코크스 대위의 이야기에 오른쪽 팔걸이에 보니 파란색 버튼이 있다. 하지만 할 이야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빠르게 남쪽으로 날아가는 헬기는 생각외로 빨랐다. 내가 B 클래스 초입 때 공간의 벽을 치고 달리던 속도와 맞먹는다.

“이 속도면 거의…. 시속 400km는 될 거 같은데 헬기주제에 되게 빠른걸.”

“고속 헬기니까요. 연료 문제도 위상 에너지 패널 덕분에 완벽하게 해결되어서 까다로운 정비와 힘든 제작 문제만 제외하면 개인용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헬기에요.”

“엉? 프랑 너무 잘 아는데 타본 적 있어?”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는 프랑을 돌아보며 물으니 배시시 하고 웃는다.

“알디온 가문에서 가주 전용으로 사용하던 헬기랑 같은 종류였거든요.”

“설마 그 헬기 관리인이랑도 친했던 거야?”

“네? 네, 뭐…. 후후.”

“프랑도 마당발이었네.”

“그정도는 아니에요~.”

프랑과 조금 잡담을 나누다 보니 사각형 모양으로 길을 내고 그 뒤로 길다란 활주로까지 정비되어있는 기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활주로 끝에는 검은색으로 도색한 거대한 여객기가 대기 중이었다.

며칠 전에 블레이드 러너를 잡기 위해 타고 갔던 호텔형 여객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크고 주 날개에 2쌍이 아니라 3쌍의 엔진이 달린 데다 꼬리날개에도 자그마한 엔진이 2개가 달려있었다.

헬기는 여객기가 대기 중인 활주로의 바로 옆에 내렸고 나와 프랑은 코크스 대위의 뒤를 따라 호텔형 여객기의 계단 차량 앞까지 걸어갔다.

“제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미국까지의 편안한 비행 되시길.”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각도기로 잰듯한 경례를 올린 코크스 대위는 다시 헬기로 돌아가 버렸다.

탑승 계단 차량 앞에는 무표정한 검은색 숏컷 머리에 검은색 베레모를 쓰고 제복을 입은 우월한 미모의 여군이 서 있었는데 코크스 대위가 돌아가자마자 날 보며 절도 있는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안내를 맡은 에이미 번즈 소령입니다!”

단발 숏컷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릴 정도로 격렬한 번즈 소령의 경례에 고개 한번 까닥거려주고 위상력이 느껴지는 소령의 몸을 살펴보니 그녀는 신체 강화 D 클래스의 능력자였다.

외모도 서구적이기보단 동서양 혼혈 같은데… 혼혈 보정에 신체 강화 능력자 외형 보정까지 받다 보니 내 연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얼굴이다.

전신에 실전 근육이 가득 찬 모습이 무척이나 탄탄해 보이는 몸매라 극한에 이르는 훈련을 받고 소화해낸 듯한 사람인 거 같다. D 클래스 신체 강화면 할 일이 많을 텐데 이런 사람을 단순하게 안내역으로 붙이는 건가.

거기다 제복도 일반 군복이 아니라 스커트형 여성용 예식 군복을 입고 내 안내역으로 배정된 것에서 뭔가 수작질이 느껴진다.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 건지 미국이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튼, 여객기에 올라서서 내부를 돌아보니 200인승 여객기를 개조했는지 내부가 무진장 넓고 설비도 훨씬 고급스럽다.

[귀빈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 항공기의 목적지는 미국 서부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이며 예상 비행 시각은 4시간 35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내부 안내방송을 듣고 번즈 소령의 안내에 따라 한쪽에 비치된 하얀색 천연 가죽 소파에 프랑과 함께 앉으니 각 잡고 서 있던 에이미 번즈 소령도 또각또각 걸어와 내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안전띠도 되게 고급스럽네. 안전띠를 매고 앉으니 번즈 소령도 안전띠를 매고 귀에 꽂은 통신기로 "준비 완료, 출항하십시오." 하고 조용히 말한다.

곧 몸이 붕 뜨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면서 내 얼굴보다 작은 조그만 창문 밖으로 대지가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수 분간 계속해서 상승하던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올라와서도 한참을 더 상승했다.

“필요하시다면 머슬 베어와 화이트 쏜 터틀에 대한 자료와 함께 브리핑을 해드리겠습니다!”

창밖으로 아래에 펼쳐진 구름바다를 바라보는데 번즈 소령이 아랫배에 힘을 주고 힘있게 외쳤다. 조용히 말해도 다 알아듣는데 귀아프게 소리치네.

번즈 소령이 주는 파일 철을 받아서 펼쳐보며 말했다.

“해보세요.”

“예! 현재 이 항공기는 워싱턴 D.C의 남서쪽 13km 지점에 위치해있는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합니다. 도착에 걸리는 시각은 약 4시간 35분이며 도착 즉시 현장에 준비되어있는 고속 헬기 X-21-1에 환승….”

“미국에 도착하면 이동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 해야 할 일만 간단히.”

번즈 소령의 모습을 보니 간단하게 끝날 거 같지 않아서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더니 쌍꺼풀이 진 크고 맑은 눈동자가 당황에 물들면서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아, 아. 옛! 도착 즉시 C 클래스 바람 속성 능력자가 그랑 블루 회장님께 붙으며, 이후 모든 전투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이 진행되고 있는 머슬 베어의 주의를 돌려 전투 준비지역으로 유도하며 회장님께서 전투를 치르기에 용이한 상황으로 만들 것입니다!”

번즈 소령의 설명을 들으면서 준비되어있는 머슬 베어와 화이트 쏜 터틀의 자료를 살펴보니 머슬 베어는 순수 신체 강화 타입, 화이트 쏜 터틀은 화염 속성 타입으로 나와 있었다.

머슬 베어는 순수한 신체 강화 타입으로 가죽의 내구도는 A 클래스 능력자의 바람 속성 공격에도 저항하는 수준이었으며 B 클래스 능력자의 공격은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모피는 강력한 방어구 역할을 하는데 B 클래스 속성 능력자의 엘리멘탈 클러스터 밤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물리 방어력은 B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가 TP를 주입해 전력을 다해 날리는 투척 공격에 피부에 생채기만 겨우 날 정도라고….

당연하지만, 신체 기능이 B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를 압도한다고 나와 있었고 주공격 수단은 단단하고 물리와 속성 저항이 뛰어난 모피를 믿고 거구를 이용한 저돌적인 공격이라 나와 있었다.

앞발을 휘둘러 치기, 두 다리로 강력한 스텀프를 하고 돌진해서 몸통 박치기 공격 위주라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100m의 거구로 앞발을 휘두르고 두 다리로 내려찍고 돌진해오면 그야말로 흉악한 공격겠다 싶지만 이건 전부 야생 곰의 공격 수단이다.

역시나 단시간에 고위 아종이 되다 보니 이형종 특유의 공격 수단이 없는 거 같다.

원거리 공격으로 나무를 뽑아 집어던지거나 바위를 포함한 흙을 한 뭉텅이 뽑아서 집어던지는데 그 위력이 마치 산탄총처럼 쏘아져 나와 주변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되어있었다.

화이트 쏜 터틀은 좀 더 단순한데, 멀리 있으면 입에서는 굴곡 레이저를 쏘아내며 등껍질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서는 화염 탄을 발사한다고 하고 무언가가 가까이 접근하면 네 다리에서 바늘 같은걸 쏘아내는데, 이 바늘이 물체에 닿으면 강렬한 폭발을 일으킨다고 되어있었다.

방어력은 머슬 베어보다 더 뛰어나다고 판단한다는 보고서다.

...이 부분을 확인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번즈 소령을 노려보니 내가 화이트 쏜 터틀에 대한 자료를 볼때부터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더니, 내 시선을 받자마자 찔끔하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이런 자료라면 초등학생을 데려와서 쓰라 해도 쓸 수 있겠는데요. 화이트 쏜 터틀의 자료가 너무 부실한 거 아니에요?”

“죄…. 죄송합니다. 머슬 베어는 2회의 레이드로 약간의 자료를 확보하는 게 가능했지만, 화이트 쏜 터틀은 아직 레이드 시도를 하지 못했기에 정보를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에 쓴 베레모가 벗겨질 정도로 상체를 숙이는 번즈 소령을 보니 화낼 기분도 안 든다. 따까리를 괴롭혀봤자 뭐하겠냐.

“하아. 전투 시작은 머슬 베어부터죠?”

“옛! 화이트 쏜 터틀은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움직임을 멈춘 상태입니다. 상대적으로 워싱턴 D.C로 향하고 있는 머슬 베어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사령부에서 판단하였습니다!”

화려한 싸움 같은걸 보여줄 생각도 없고…. 시작할 때 마나 포 Mk 2로 단번에 날려버려야겠다. 괜히 내가 진화시킨 아종의 사체가 미국이나 여러 나라 손에 들어가 연구를 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알겠어요. 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를 테니 번즈 소령도 가서 쉬세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능력자로 군에 임관한 지 얼마 안 됐나? 빽빽 소리 지르는 게 듣는 내가 다 피곤한데.

“제가 안 괜찮고 귀아프니 가서 쉬세요.”

“아…. 예….”

빠릿빠릿하게 대답하던 번즈 소령은 내 이야기에 순식간에 침울해지더니 힘 빠진 모습으로 아래층 객실로 내려갔다.

“우리도 도착할 때까지 쉬자.”

“네.”

번즈 소령을 쫓아냈더니 프랑의 얼굴이 밝아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프랑의 손을 꼭 잡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비행기는 지상에서 7km까지 올라간 지점에서 속도를 높이기 점점 높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출발한 지 2시간쯤 되었을 때, 프랑이 내 어깨에 기대 졸고 있을 때 번즈 소령이 참담한 표정으로 올라와 화이트 쏜 터틀이 라스베이거스를 다시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왔다.

“라스베이거스는 소멸했다고 안 했어요?”

번즈 소령이 올라오는 기척에 눈을 뜬 프랑은 라스베이거스가 파괴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는 4개의 도시가 모여있어요.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대체로 뭉뚱그려 라스베이거스라고 부르지요.”

내 귀에 속삭이는 프랑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니 번즈 소령은 우물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파괴된 곳은 스프링 벨리를 관통해 노스라스베이거스와 넬리스 공군기지였지만 지금은 큰 길을 타고 내려오며 파라다이스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머슬 베어는 다른 소식 없구요?”

“옛. 머슬 베어는 아직 유와리 국유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이야기가 끝나자 번즈 소령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리고 나도 눈을 붙였다. 도착하면 두 마리를 다 잡을 때까진 쉬지 못할 테니까.

대형 엔진 6개와 소형 엔진 2개의 위력인지 태평양과 미국을 횡단하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초음속 수준이잖아? 무지 빠른데.

인증기로 워싱턴의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7시다. 출발할 때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였던가. 하늘 위에서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보니 산이라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평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거대한 활주로가 보인다.

활주로만 아니라면 군사기지가 아니라 그냥 주택구역처럼 보일 판이다.

아직 어둠이 전부 가시지 않은 활주로에 프랑과 함께 내려서니 멀리서 지프 네 대와 십수대의 방송차량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으아…. 저건 뭐냐.”

계단 차량 위에서 질린 표정으로 기자들의 개떼러쉬를 보고 있으려니 프랑도 한숨을 쉬고 번즈 소령은 뒤에서 우물쭈물하는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다른 나라의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맡으며 네 대의 지프를 살펴보니 가장 앞쪽 지프에는 벗겨진 대머리에 미국 육군 군복을 입은 남자와 검은색 양복을 입은 40대 중반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 뒤쪽의 한대에는 C 클래스의 바람 속성 능력자가 보인다.

설마 기자들까지 부를 줄 몰랐는데…. 계단 차량의 계단을 타고 비행기에서 내려오니 뒤따라 내린 에이미 번즈 소령이 뒤에서 입을 열었다.

“가장 앞쪽 지프의 뒷좌석에 타고 계신 군복을 입으신 분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의 책임자인 아널드 네이건 소장이십니다. 그 옆의 정장을 입으신 분은 국가방위안전사령부의 로건 달튼 준장으로 보입니다.”

“국가방위안전사령부? 거기 알트론 배너 소장이란 놈이 화연이 납치 계획에 손을 거든 놈이잖아.”

인상을 굳히며 중얼거리니 번즈 소령은 급당황하며 두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외쳤다.

“아, 아닙니다! 아니, 맞습니다만 알트론 베너 소장은 직위 해제되며 미군 내규에 따라 처벌을 받기 위해 구금된 상황입니다. 로건 달튼 준장님은 그 뒤를 이으신 분으로…!”

“ 아 됐어요. 그냥 영상을 기록할 능력자만 대기시켜놓으라고 할 걸 그랬네. 바로 출발하게.”

날도 춥고 의욕도 안 나는 상황에 보기 싫은 나라의 높으신 인간들을 보니 짜증이 나려고 한다.

인상을 쓰면서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리니 에이미 번즈 소령이 눈썹을 늘어트린채 나서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는데 그때 프랑이 날 힐끔 보고서는 내 앞으로 걸어나간다.

뭐하려는 건가 싶어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윽고 멈춰선 지프와 방송 차량에서 우르르 내리는 인간들 앞을 막아섰다.

가장 선두에서 다가오는 머시기 네이건 소장이라는 대머리 남자 앞을 막아선 프랑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조용하고 낭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은 지금 당장 이형종을 잡기 위해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영상을 담당할 능력자는 어디 있습니까.”

프랑의 당당하고 힘 있는 목소리에 멈칫한 기자들은 곧 멀찍이서 카메라를 향하며 이쪽을 촬영하고 기자들도 카메라 앞에서 뭐라 뭐라 말하기 시작한다.

생방송인 거 같은데…. 네이건 소장은 잠시 프랑을 빤히 바라보더니 프랑의 뒤에 서 있는 날 힐끔 보며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로민 대위!”

네이건 소장의 부름에…. 도저히 군인이라고 보이지 않는 하늘하늘한 하늘색 원피스 차림에 스트랩 슈즈를 신고 갈색 머리카락을 롱 웨이브 펌으로 늘어트린 여자가 방실방실 웃으며 걸어 나온다.

잠깐 보고 말 사람인데 뭐 상관은 없나. 옆에 바람으로 띄워놓고 있는 손바닥 크기만 한 카메라가 방송 촬영용 카메라거 같다.

네이건 소장은 살짝 비켜선 프랑을 지나쳐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뒤따라온 로민 대위를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국가방위안전사령부 산하의 에쉴리 로민 대위입니다. 요청하신 실시간 중계와 함께 영상기록 및 중간 연락담당을 맡을 겁니다.”

“안녕하세요~ 에쉴리 로민입니다~.”

강소라와는 다른 머릿속에 꽃밭이 펼쳐져 있을듯한 나른한 목소리다.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고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머슬 베어부터 먼저 잡겠습니다. 그놈은 어디 있죠?”

자기소개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니 네이건 소장은 조금 눈썹을 찡그렸지만, 곧 풀어버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유와리 국유림에 있습니다. 다른 지원은 필요 없으십니까?”

“블레이드 플라이어도 지원 없이 잡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면 방해만 돼요.”

냉정한 내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가는 게 보인다. 계속되는 내 날 선 태도에 기분이 상한거 같다.

상하든 말든 알게 뭐냐. 앞으로 너네들이랑 친하게 안지낼거거든?

하지만 로민 대위는 여전히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는데 머리 옆에 떠 있는 카메라가 빨간 램프를 깜빡거리고 있다.

지금부터 영상을 담는 중인가보다.

“위치는 로민 대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갱신시켜드리겠습니다.”

네이건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프랑의 허리를 잡고 로민 대위의 팔을 잡은 다음 바로 공간 도약을 펼쳤다.

“대, 대단하세요오. 이게 공간 도약…. 꺅!”

지상 4km의 구름 위로 이동하자마자 손을 놨더니 방실방실 웃던 로민 대위는 웃는 표정 그대로 눈만 커다랗게 떠진다. 그 상태로 원피스가 뒤집히며 추락하기 시작하던 로민 대위는 다급히 바람을 불러 몸을 띄우고서는 정말 놀랐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면서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울상을 지었는데 원피스가 뒤집히며 검은색 망사 팬티가 고스란히 드러났었던건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새카만 망사 팬티 너머로 갈색 음모가 눈에 남아 아른거렸지만 모르는 척 인증기를 켜서 지도를 띄웠다.

유와리 국유림은…. 여기서 남서쪽으로 400km 거리에 있다.

프랑이 내 허리를 끌어안는 걸 느끼면서 발밑에 공간의 벽을 펼치며 공중에 떠 있는 로민 대위의 허리를 낚아채고 짐짝 들듯이 들며 입을 열었다.

“입 열지 마세요.”

“무…. 흐익?!”

혀 깨무니까. 바로 공간의 벽을 박차고 남서쪽의 유와 리 국유림으로 몸을 날렸다.

“꺄아아~!”

공간의 벽을 박차고 6초간 날아가다 공간 도약으로 6km를 이동하고 다시 공간의 벽을 박차 6초간 몸을 날리고 공간 도약을 쓰고.

5분간 반복하니 금새 노스캐롤라이나의 유와 리 국유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옆구리에 들린 로민 대위는…. 만화에서처럼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는지 어지럽다는 표정으로 정신을 못 차린다.

이대로 손을 놔버리면 추락해서 죽으려나?

…그냥 그녀의 허릴 잡은 손을 털어 앞으로 집어던져 버리니 로민 대위는 금방 자신이 추락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눈이 화등잔만 하게 뜨면서 허둥거리면서 다시 바람을 불러 몸을 띄운다.

쌩하고 날아온 로민 대위는 날 보며 볼을 부풀리며 작게 항의했다.

“너무하세요~! 아까도 그러시고서는 또~!”

뭐 어쩌라고.

아니꼬운 표정으로 로민 대위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는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면서 엉망으로 엉킨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프랑도 로민 대위의 앙탈에 좀 언짢은 기색이라 킁 하고 콧바람을 낸 뒤에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봤다.

트로이라고 부르는 작은 마을 상공에서 유와리 국유림이라고 불리는 숲과 서쪽에 얼핏 보이는 강과 호수는 꽤 살기 좋은 곳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 온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머슬 베어가 안 보이는데…. 프랑은 보여?”

“숲 쪽에는 안보이네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망원경처럼 만들어서 살피던 프랑은 곧 머슬 베어를 발견했는지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 저기 호수에 있어요! 호수 자락에서 물을 마시는 거 같아요!”

호수? 호수가 어디…. 아, 북서쪽 저거 말인가. 프랑이 가리키는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니 확실히 온통 녹색 풍경 가운데 까만 점 같은 게 알짱거리는 게 보였다. 저게 머슬 베어인가.

나와 프랑 뒤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관찰하는 로민 대위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가볍게 뛰어 바딘 호수라고 부르는 곳으로 다가가니 머슬 베어가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내 위상력을 감지하고 도망가거나 할 수 있을 테니 더이상 가까이 가는 건 그만하고 프랑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어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프랑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다만 안색이 조금 어두워져있었다.

-위상력이 훨씬 늘어서 332만이 되어있어요….-

프랑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지 알 수 없는) 영상을 의식하면서 입술만 달싹거리길래 독순술로 읽고 나도 카메라를 등지고 입을 열었다.

-332만… 위상력이 182만이 늘었다면 대충 900만 TP 만큼의 C 클래스 이상가는 능력자가 죽었다는 이야기군.-

-네에….-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은거 같지만, 프랑도 그걸 생각하고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조금만 힘이 모자랐다거나 했으면 반대로 내가 화연이를 잃고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놈들의 장난감이자 병기가 되어버렸을 테니까. 화연이도 놈들의 노리개가 됐을지도 모르고.

그러니 나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악마가 될거다.

============================ 작품 후기 ============================

추, 추천 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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