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39화 (339/517)

00339  to rage trouble  =========================================================================

광화문 상공으로 공간 도약을 한 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야기를 얼마 나누지도 않은 거 같은데 회의장을 나왔을 땐 벌써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뭣같이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도 뭣같이 빨리 지나가는구만.

속이 답답해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숨을 고르고 있으려니 정장 재킷 안주머니에서 암흑이가 기어 나와서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주인님? 어째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가심까?-

내 어깨 위에 자리를 잡은 암흑이는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뭔가 자세가 안 잡히는지 목깃 안으로 기어들어 와서 내 목을 껴안았다.

“어려운 길이라니?”

-저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배웠슴다. 그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수천 년 인류의 역사에서 숫자의 폭력을 이길 존재가 없다는 것이었슴다.-

목마를 타듯이 내 뒷 목을 끌어안고 팔로 내 귓불을 만지작거리던 암흑이는 곧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을 뻥긋거렸다.

-하지만 주인님의 차원이 다른 무력이라면 숫자의 폭력 같은 건 무의미하지 않슴까? 그러니 지금처럼 같잖은 머리를 굴리는 넘들은 모조리 힘으로 찍어눌러버리는검다!-

허. 무력만능주의자 같은 소리를 하네. 이 녀석한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감동먹어서 흐물흐물해지는 거 아냐?

“니 말대로 압도적인 무력으로 폭력을 휘두르면서 죄다 굴복시키면 편하기야 하겠지.”

-그럼 왜 그러지 않으시는검까?-

“독재자들의 최후는 언제나 비루했었어. 내가 천년만년 살면서 지구의 왕이 될 것도 아닌데 내 소중한 사람들의 뒤를 지켜주지 못할망정 공격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하냐. 무력은 만능이 아니야. 또 어떤 소설에서는 이렇게 말하더라.”

궁금한 얼굴로 내 뒷목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암흑이를 공간 지각으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무력이란 정치와 외교의 패배를 보상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 그런검까?-

“나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거라고 생각해.”

압도적인 폭력은 정당방위라고 하더라도 지탄받는 행위라는 거, 일본을 박살 내면서 느꼈다. 지금 나한테 붙은 별명은 다양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파괴 신으로 굳어있는 게 그 증거다.

“암흑이 너는 날 만나기 전처럼 위상 세계에서 굴러다니고 기어 다니며 근처에 다가오는 이형종만 잡아먹고 사는 생활로 돌아가라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싫슴다…. 주인님과 떨어지는 것도 싫고 마님들과 호냥이와 수한과 미호와 히아리드와 헤어진다면 슬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검다. 현실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하는 건 상상하기 힘듬다.-

내 질문에 시무룩해진 암흑이는 내 목에 더욱 달라붙어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무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그런 상황이랑 다를 바 없게 될거야. 내 주변에 인간관계는 모조리 붕괴하고 내 주위에는 날 진심으로 생각해줄 사람이 남아있지 않게 되겠지. 난 그런 건 싫어.”

-아…. 이해했슴다. 그러니까 힘을 써도 인간들이 만들어둔 룰에 맞춰서 써야한다는 거임까?-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로 입을 앙다문 채 고개를 끄덕이는 암흑이는, 정말로 이형종답지 않게 감정이 풍부하고 사교성과 학습력도 뛰어난 거 같다.

“맞아.”

정확하게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힘으로 해결하려는 거지만.

그나저나 정신 조작의 대상인 날 제외하고 연인들과 미호들에게 호감을 보이는 게 정신 조작으로 주입한 충성심 때문인지 궁금하다.

손에 묻어나지 않는 액체로 이루어진 암흑이의 조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공간 지각으로 프랑과 화연이 어디에 있나 살펴보는데…. 내 공간 지각범위 안에 그녀들이 보이지 않는다.

공간 지각 범위 안에 없다면, 집으로 간 건가? 화연이의 인증기로 전화를 걸었더니 화연이의 모습 뒤로 역시나 익숙한 집안 풍경이 보였다.

[서하.]

“어. 집으로 돌아간 거야?”

[그래. 네가 가고 났더니 귀찮게 들러붙는 것들이 많아서 돌아와 버렸다. 일은 끝났나.]

“응. 바로 갈게.”

“다녀오셨어요?”

인증기를 종료하고 공간 도약으로 집에 돌아오니 화연이가 프랑과 함께 다가왔다. 코트를 벗어서 프랑한테 건네주고 소파로 걸어갔다.

“응. 별일 없었지?”

“사람들이 다가와서 미호와 히아리드를 자꾸 찍으려 하니까 미호가 불편해해서…. 그냥 돌아와 버렸어요.”

프랑의 말을 듣고 미호를 찾아보는데 집 안에는 미호가 안보여서 공간 지각으로 어디 있나 찾아봤더니 수한과 히아리드를 이끌고 쇼핑몰 지하 대형 마트에서 신난 모습으로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과자 사러 보냈어?”

“조금 시무룩해진 거 같아서 먹고 싶은 과자 사라고 보냈어요.”

“음. 잘했어.”

화연이는 갔던 일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손을 뻗어 뺨을 쓸어주며 말했다.

“갔더니 미국 부통령이 기다리고 있더라.”

“그래서?”

“부통령 말로는 도날드 트럼펫 대통령이 2차 레이드 실패 소식을 전해 듣고 급성 고혈압으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의자에 부딪쳤대. 그래서 뇌진탕에 이어 뇌졸중까지 와버려서 국립 해군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의식 불명 상태래.”

“흐음.”

소파에 앉으니 암흑이는 목깃에서 꾸물거리며 나와서는 내 옷자락을 잡고 내려오더니 내 허벅지에 앉았다.

프랑과 화연이도 내 맞은편에 앉으면서 내 옷자락을 잡고 있는 암흑이를 바라봤지만, 청와대 회의실에서 조 셀든 대통령과의 대화, 그리고 영국의 아르세이어 5세와 슬라드미르 푸친과 나눈 대화를 꺼내기 시작하니 금방 시선을 돌려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화연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잠시 거실 바닥을 내려보더니, 짧게 입을 열었다.

“영국과 러시아에 감찰을 요청했다니, 그렇다면 쓰러져서 의식 불명인 상태이든 거짓 꾀병이든 간에 트럼펫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겠군.”

“꾀병? 어째서?”

“경계가 삼엄해졌다는 건 보여주면 안 될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보여주면 안 될 그 무엇인가는 트럼펫 대통령의 혼수상태인지, 그렇지 않다면 꾀병으로 몸을 숨긴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

쓰러졌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대로 병원에서 식물인간인 상태로 살다 죽게 될 거다. 되살아날 경우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문제들이 발생할 테니 미국으로서는 손을 써서라도 식물인간 상태를 유지하려 하겠지.

반대로 꾀병으로 숨은 상태라면 영국과 러시아의 감찰이 놓칠 리 없다. 멀쩡한 모습으로 숨어있는 거라면 발각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정치적 압력이 몰려오겠지. 게다가 또 거짓말을 했으니 명분은 보다 확실하게 서하에게 옮겨져 온다. 그러니 어느 쪽이든 그의 인생은 끝나게 되는 거다.”

화연이의 설명에 많이 놀랐다. 꾀병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영은이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멍하니 화연이를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프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번 납치 계획을 꾸민 것과 그게 들통나서 최고위 이형종 두 마리가 미국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데도 서하의 도움을 못 받고 있는 이유가 트럼펫 대통령이 벌인 일 때문이라는 사실이 빠르게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어요.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대부분이 트럼펫 대통령을 욕하고 있지요.”

“맞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고작 개인에게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고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의원들 모두가 트럼펫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죠.”

…연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트럼펫이 쓰러졌다는게 꾀병이든 진짜든 간에 개새끼가 된 상황은 변함이 없는 거 같다.

이형종을 발견한 지 이제 고작 하루가 조금 넘어가고 있는데 이만한 속도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면 트럼펫뿐만 아니라 도와주지 않는 나한테도 욕지거리가 날아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머슬 베어랑 화이트 쏜 터틀을 잡아줬는데 미국이 발뺌하거나 꼬리 자르기로 부통령의 단독 행동이라고 우기면서 사과를 안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뭐, 그렇게 되면 영국이랑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이번 사건을 전 세계에 공론화시킨 다음 워싱턴이랑 뉴욕을 아예 뭉개버려야겠다.

능력자 연합이 개입하더라도 워싱턴이랑 뉴욕만은 뭉개버릴 거다. 근데 능력자연합 본부가 워싱턴에 있는데….

에이 몰라.

프랑은 화연이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노트북을 펴서 공화당 정식 홈페이지의 자유 게시판에 들어가서 나한테 게시물을 보여준다.

“이걸 보세요.”

수많은 게시물은 제목에서부터 damn trumpet. you mother fucker, idiot asshole, son of bitch, your mom is slutty, fucking faggot 같은 욕밖에 없다.

글 내용도 화이트 쏜 터틀이나 머슬 베어가 밟고 지나간 내 집 물려내라는 거나 얼마나 병신 쪼다길래 파괴 신한테 납치 시도를 하냐면서 호모나 세상에 이런 씹같은 게이색햐 하고 욕하는 글까지 다채로운 욕으로 가득 차있었다.

30개 게시물이 한 페이지인데 작성 시간이 초 단위까지 똑같은 걸 보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항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나 보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면 게시판을 내릴 생각도 못 하는 걸까.

프랑은 이어서 이미지 검색으로 몇몇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트럼펫 이름이 달린 건물, 리조트나 호텔, 아파트에 빌딩까지 트럼펫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이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지고 오물이 뿌려지는 등 온갖 테러를 당하는 사진이었다.

“정치적인 견제와 비방 이외에도 미국 토크쇼나 리얼리티쇼 같은 tv 쇼에서는 도날드 트럼펫을 연일 조롱거리로 삼아 줄기차게 공격하고 있어요.”

…속이 다 시원하네. 두 마리의 이형종이 날뛰기 시작한 게 고작 하루에서 조금 더 지난 시간인데 사람들의 분노가 이렇게나 달아오르다니, 다음에도 써먹어 볼까?

무릎 걸음으로 다가 다 온 프랑은 약간 밝아진 모습으로 내 손을 잡으면서 물었다.

“어쨌거나 미국이 사과하면서 굽히고 들어왔으니 영은에게 연락이 오면 이형종을 잡으러 가시는 거죠?”

“그래. 시기는 영국이랑 러시아가 감찰단을 보낸 뒤가 되지 않을까? 언제 출발할지는 영은이가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으면 될 거야.”

생방송으로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그 생각은 비웠다. 마음에도 없는 개소리나 다름없는 사과는 받아봤자 기분만 더러울 테니까.

“갈 때는 누구와 함께 갈 생각이지?”

“프랑하고 암흑이만 데려가려고.”

화연이는 내심 같이 데려가 주길 기대했는지 이번에도 자신이 빠지니 살짝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 준비를 해놔야겠군.”

“준비할 거 없어. 그냥 갔다가 미국 땅은 밟지 않고 올 생각이거든. 천총운검만 가지고 갈 거야.”

“…알았다.”

연락이 오면…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간은 무진장 빨리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1시간 동안 미국 뉴스 채널로 미국 내부의 분위기 같은 걸 확인하고 있었는데 영은이에게서 전화가 온 거다.

홀로그램 창에 떠올라있는 영은이가 해주는 말에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

“감찰단이 벌써 출발했다고?”

[서하가 가고 나서 바로 MI6와 KGB, 그리고 정부의 능력자들로 구성된 감찰단이 바로 구성됐어. 그 이후에 조 셀든 부통령이 연락을 해왔고, 간단한 협의를 거쳐 감찰단이 출발한거야.]

“영국도 그렇고 러시아도 일 처리 속도가 엄청나네. 뭔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미국도 무슨 제약 없이 전부 수락한 거고?”

[서하가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하라고 했잖니? 무엇보다 머슬 베어가 지금 유와리 국유림에서 정확하게 워싱턴 D.C 방향으로 진행 중이래. 지금 속도로 8시간이면 워싱턴 D.C에 도착한다니까 이거저거 잴 시간이 아니었을 거야.

덕분에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게 됐어. 여러 가지 목록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하자면 위상 에너지 추출과 패널 가공에 관한 1급 기술도 공유 받을 수 있게 된 거랄까!]

역시 영은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을 뜯어먹고 있군. 패널 가공 기술이 뭔지 모르지만, 영은이가 흥분한 얼굴로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니 싸구려는 아닐 거다.

회의로 정신력을 들이부었는지 청와대 개인 휴게실의 소파에 늘어져 있는 영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해?”

[응. 경기도 평택에 있는 오산 공군기지로 가주겠니? 거기에 초음속 여객기가 대기중이래.]

“비행기도 미리 준비해놨던 건가…. 대단하네.”

[그러니까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 아니겠니. 갈 땐 누구랑 갈 거니?]

“프랑하고 암흑이.”

영은이랑 통화하고 있으니 프랑이 검은색 모직 코트를 가져와서 내게 입혀준다. 내 다리에 붙어있는 암흑이를 집어서 코트 주머니에 넣으니 화연이가 천총운검을 가져와 내밀었다.

[가거든 머슬 베어 먼저 잡구 화이트 쏜 터틀은 그 뒤에 잡아주렴.]

“둘 다 잡게? 한 마리는 남겨두고 우려먹으면 안 돼?”

한 번에 다 잡아주면 미국이 허튼 생각을 할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영은이는 빙긋 웃더니 고개를 젓는다.

[서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나눠서 할 여지를 남겨두면 안 돼. 이번 일에는 영국과 러시아도 개입하니까 미국이 허튼 생각을 할 수도 없을테구, 서하가 이형종을 잡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생방송으로 중계될 건데 한 마리만 잡고 가버리면 미국 정부와 트럼펫 대통령에게 향하던 비방의 화살이 서하에게도 향할거야.]

“알았어. 그럼 지금 출발할게.”

[아~ 잠깐잠깐. 지금쯤 공군기지에서 보낸 헬기가 도착할 때가 됐을 텐데, 아직 안 왔니?]

헬기? 지금 남쪽에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저거 말하는 건가? 공간 지각으로 살펴본 헬리콥터는 되게 특이한 모습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그랑 블루 빌딩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오고 있긴 한데….”

[응. 그거 맞을 거야. 이형종 사냥은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몸조심해 야해. 그리고 프랑도 서하한테 나쁜 게 안 꼬이게 감시 잘하구!]

“뭐야. 날 못 믿어?”

웃음기 가득한 영은이의 어조에 프랑도 웃음만 짓고 나도 짐짓 볼멘 투로 투덜거리니 영은이는 장난스럽게 찡긋 윙크하면서 히죽거린다.

[당연히 믿지~! 하지만 다른 년들은 믿을 수 없는걸?]

“그래그래. 믿을 수 없는 다른 년들한테 눈길 안주고 그것들만 후딱 조지고 올게.”

“조심해서 다녀와라.”

다가와서 날 안아주는 화연의 입술에 키스해주니 때마침 미호가 대용량 과자 한 봉지를 사서 돌아왔다.

- 다녀왔…어? 주인님 일하러 가는 거야?

“그래. 금방 다녀올 테니 화연이 영은이 말 잘 듣고 얌전히 기다려.”

- 응! 잘 다녀오세요!

과자 봉지를 내던지고 두 손을 붕붕 흔드는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 우히히! 하면서 내 품에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마구 비빈다.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프랑의 허리를 껴안고 사무동 헬기 포트에 내려앉은 헬리콥터 근처로 공간 도약을 했다.

헬기 포트에는 국방색 헬기가 프로펠러를 돌리면서 대기 중이었는데…. 특이하게 로터 헤드가 상부와 하부에 하나씩, 2개가 달려있었다.

상부에 4개의 메인 블레이드와 하부에 4개의 메인 블레이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는 게 신기하다. 거기다 꼬리의 테일 기어가 측면에 붙은 게 아니라 후면에 붙어있는 모습에서 추진력을 더 낼 수 있게 해놓은 거 같다.

“신기한데. 로터 헤드가 저렇게 두 개인 건 처음 봐.”

“동축반전로터네요. 거기다 후미의 프로펠러로 가속할 수 있어서 일반 헬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르지만, 제작공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데다 탑승 인원이 적어 군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서하를 위해서 공수했나 봐요.”

“내가 아니라 자기들이 급해서 구해왔겠지.”

“푸훗. 그건 그렇겠네요.”

프랑이랑 잡담을 주고받으면서 헬기를 살펴보니 조종석 포함 4명이 탈 수 있는 4인용 헬기였다. 나와 프랑이 헬기 포트에 갑자기 나타나니까 보조석에서 한 남자가 후다닥 내려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기골이 장대해 보이는 흑형이었는데 긴장한 표정의 남자는 내 옆에 서있는 프랑을 힐끔 보더니 날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의 미첼 코크스 대위입니다. 그랑 블루 회장님을 오산 공군기지까지 모시겠습니다.”

딱히 이야기를 나눌 것도 아니라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윙윙 돌고 있는 헬기를 향해 걸어가니 코크스 소령이 빠르게 달려가 헬기 문을 열어준다. 헬기 문도 특이하게 여닫이식이 아니라 미닫이식이다.

프랑을 먼저 들어가게 하고 뒤따라 앉으니 코크스 대위가 문을 닫아주는데, 차음이 대단하다. 헬기가 공중으로 떠오르는데 그 로터음 소리가 울리거나 귀가 먹먹하거나 그런 것도 없는 게 꽤 좋아 보인다.

나중에 영은이나 화연이가 타고 다니게끔 하나 사줄까?

============================ 작품 후기 ============================

시뮬레이션 no. 2 - 미국의 특수 전쟁집단들이 보복을 위해 인공이한테 테러를 저지를 확률이 82.27%, 남은 17.74%는?!

세 명의 남자가 어두컴컴한 곳에 모여있다.

미국인D : 아, 저 새끼 너무 셈. 엿 좀 거하게 먹이고 싶은데 방법 없음?

미국인A : ㅇㅇ 밸씹망캐. 맞짱뜨면 우리가 확찢당하니까 뒤치기 어떰?

미국인J : 저 새끼 주변에 고위 이형종만 셋에 능력자들이 득실득실한 데 니들이 갈 거임?

미국인D, A : .......

미국인J : 그 새끼 존나 까칠함. 걔랑 대화도 해봤는데 완전 개임. ㅇㅇ

미국인A : 그래도 우리가 천조국 킹왕짱인데.... I랑 E도 꼬시면 안될깡?

미국인J : 툭 치면 미친 개새끼처럼 으르릉하고 달려들어서 우릴 물어뜯을 건데 이길 자신 있음?

미국인D : ...불곰도 꼬셔보면 어떰?

러시안P : (옆에서 팝콘들고) 팝콘 팔아요~ 콜라도 있어요~

미국인D : ......영국애들이라도.

영국인A : (러시안 옆에서) ㅋ 아저씨. 나초는 없나요?

미국인D : ......중국이라면...!!

중국인C : 미친개는 건드는 거 아니라고 배웠다....

일본인M : (개한테 물린 자국을 붙잡고 울고 있다) 훌쩍훌쩍 ㅠㅠ

미국인A, D, J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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