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38화 (338/517)

00338  to rage trouble  =========================================================================

대형 패널 화면에서 셀든 부통령의 모습이 사라지자 장관과 차관들 사이에서 살짝 웅성거림과 함께 이야기를 속삭이는 게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저 콧대 높은 미국이 이렇게나 저자세로 나오다니, 역시 그랑 블루 회장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 아닙니까. 두 번의 실패로 자칫 잘못하면 워싱턴 D.C는 물론이거니와 뉴욕까지 파괴될 수 있는 상황이니 그들도 목을 뻣뻣하게 세울 수 없는 것이겠지요.”

“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IWO가 자비와 아량을 보일 리가 없겠지만, 실질적으로 저지른 죄상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으니…. 회장에게 우호적인 IWO 능력자 재판소에 서게 됐을 때 IWO 재판관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군요.”

“연합도 이미 회장에게 우호적인 모습만 보이지 않습니까. 증거 또한 충분하니 법정 최고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생각합니다.”

웅성거리는 내용을 듣고 있으니 영은이가 날 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 서하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솔직히 영국이랑 러시아에서 감찰단이 파견된다 해도 그땐 미국이 정보 조작을 모두 마친 상태 일 거 같죠?”

“후후. 납치 계획이 들통 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2일이 다 돼가지 않니? 이미 자기네들 목을 죌 끈은 모두 잘라버린 상태일 거야. 그저 우리 회장의 분노를 삭이기 위한 희생양만 남겨둔 상태라고 생각해.”

아오…. 시발 것들. 욕이 절로 나올 거 같지만 영은이 앞에서 저급한 욕을 입에 담고 싶진 않아서 꾹 참았다.

“트럼펫 대통령은 정말로 쓰러진 걸까요?”

“응. 비둘기들의 보고에 따르면 2차 레이드가 실패로 끝나고 10분 뒤에 트럼펫 대통령이 메릴랜드의 국립 해군병원으로 이동한 걸 확인했어. 경계가 너무 삼엄해서 멀리서 분석 능력자를 투입해….”

이야기를 하던 영은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으로 설명하면 너무 기니까 생략할게? 아무튼, 시야 분석 능력자를 이용해서 트럼펫 대통령이 들 것에 실려 병원 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어.”

그러면서 답답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내 앞에서는 어지간하면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영은이인데 무언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듯하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 교육한 기감 능력자 요원을 넣어보려 해봤는데 역시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용하던 군 병원이라 그런지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잠입은 불가능했어. 자칫 잘못하면 이쪽이 공격할 빌미를 주게 될 것 같았거든…. 문제는 그 경비가 평시의 네 배가 넘었다는 거야. 그걸 생각해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7할 이상이지.”

그럼 트럼펫은 쓰러진 게 확실하다. 하지만 기분이 왜 이렇게 더러운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분명히 잘못은 저것들이 했는데 하는 행동은 자기들 잘못이 없다는 식인 게 짜증 나네요. 확 도와주지 말까.”

으르렁거리듯이 아무것도 떠 있지 않은 투명한 대형패널 화면을 노려보고 있으니 영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뒤로 돌아와 어깨를 살살 주물러준다.

“화가 나겠지만, 역사상 미국이 한 개인에게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적은 없어요? 이만하면 거의 전 세계 모든 나라도 미국이 우리 서하한테 완전히 꼬리를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될꺼야. 그러니 이쯤에서 봐주지 않겠니?”

난 솔직하고 마음이 담긴 사과와 나쁜 짓을 꾸민 놈들이 처벌을 받는 것을 원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국가가 어떻게든 피해를 감소시키고 자기 체면들을 지키려고 애쓰는 건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되니 모든 게 눈에 거슬리고 짜증이 난다.

이 짜증을 풀려고 이형종을 고위 아종으로 만들어서 풀었지만, 속이 풀리는 건 잠깐이었고 미국 수뇌부를 만나니 짜증이 도져버렸다.

강대국을 대상으로 마음이 담긴 사과를 받는 건 무리였던 걸까. 하지만 무작정 짜증만 내는 건 옳지 않고 미국도 사과와 함께 내가 내민 요구안을 전부 수용했으니까…. 나도 영은이 말대로 좀 양보해야겠지.

…사실 내가 일부러 이형종을 풀었단 짓이 들통나면 시빗거리를 먼저 만든 미국도 나쁘지만 그걸 감정적으로 풀어 막대한 피해를 주게 한 내 쪽이 더 욕먹을 거다.

이번 일만 도와주고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주지 않을 테다. 위상석도 미국한테는 안 팔고 캐나다나 멕시코 브라질 이런 데에만 팔 거다.

속으로 이후에 이어질 소심한 복수를 계획하면서 영은이한테 고개를 끄덕이니 영은이는 살짝 웃음을 지어주고 두 번 박수를 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외교부 장관 차관께서는 지금 즉시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부에 연락을 넣으세요. 정보부는 화이트 쏜 터틀과 머슬 베어에 관한 정보를 더 입수한 것이 없습니까?”

중년의 남자와 여자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어디론가 향하고 이어서 이 회의실의 평균 연령대보다 낮은 조금 젊은 남자가 태블릿을 조작하면서 입을 열었다.

“머슬 베어는 현재 미국 특작대의 작전으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대도시인 샬럿과 그린즈버러 사이를 통과해 포트브래그 기지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포트 브래그 인근에는 삼엄한 감시망이 깔려있어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수송기의 이착륙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철수에 전력을 쏟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머슬 베어가 포트 브래그에 도착하기까지 걸릴 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동 속도를 보아 앞으로 약 7시간입니다. 때를 맞춰 미 FEMA, 긴급재난관리청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모든 시민에게 1급 대피령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에서는 2급 대피령이, 머슬 베어의 이동 경로에는 특급 대피령이 내려진 상황입니다.”

“화이트 쏜 터틀의 동태는 어떻지요?”

“라스베이거스를 소멸시킨 화이트 쏜 터틀은 그대로 폐허가 된 도시 중심부에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아, 지금 머슬 베어의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재생해보세요.”

“예!”

눈앞의 대형 패널 화면에 나타난 건 희미한 반달의 달빛을 받으며 평지를 이동 중인 검은색의 거대한 덩어리였다.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천천히 이동하는 중인데 희끄무레한 형태가 좀 많이 뚱뚱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저게 머슬 베어겠지.

머슬 베어는 두 발로 서서 사람처럼 어슬렁거리며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짧고 뭉툭한 다리에도 못 미치는 나무 높이가 머슬 베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었는데 녀석의 몸에는 내가 처음 성장시켜줬을 때와는 다르게 전신의 검은 털이 불에 지져져 그슬린 모습과 갑옷 같은 근육도 이곳저곳에 베이고 뜯어져 나간 흔적이 보였다.

저게 1차와 2차 레이드의 흔적인가 본데…. 신체 강화 타입이지만 재생 능력은 별로 뛰어나지 않은 거 같다.

그리고 이동 중인 화면 옆으로 대낮에 찍힌 머슬 베어의 멀쩡한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이 나타났다.

“8km 떨어진 곳에서 망원 장비로 촬영 중인 화면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처음 머슬 베어를 촬영했을 당시의 모습입니다. 이것으로 봐서 전술 핵 배낭의 폭발에는 모피가 그슬리는 정도의 피해밖에 입지 않았고 G.S 레이드 팀의 A 클래스 능력자, 앨버트가 이끄는 40명의 B 클래스 능력자와의 전투로 몇 군데의 상처를 입은 게 전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재생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대충 영상에 보이는 크기를 옆의 나무와 비율로 비교해봤을 때 최고위 아종이 되진 않은 거 같다. 등급이 오를 때마다 커진 덩치를 생각해봤을 때 최고위 아종이 됐다면 더 커지거나 했을 테고 상처도 다 사라졌겠지.

영은이한테 보고중인 젊은 남자는 휴대용 패널을 조작하면서 몇가지를 확인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머슬 베어는 신체 강화 타입으로 강력한 신체에서 오는 힘과 방어력을 제외한다면 특수한 스킬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격 또한 단순하며 공격 패턴은 곰의 그것과 흡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를 옆에서 들으면서 머슬 베어의 덩치를 확인해보니 진화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1차와 2차 레이드가 실패했다면 죽은 B 클래스 능력자의 위상력을 상당수 흡수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능력자의 피해는 최대한 줄였나 보다.

아, 저걸 보니까 날치의 사체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블레이드 플라이어를 잡고 그냥 돌아와 버렸는데 그 사체는 어떻게 됐어요?”

“사체를 실은 항공 모함이 이쪽으로 향하는 중이야. 그랑 블루에서도 해체선과 관리 운반선이 출발했다고 들었는데 이야기 못 들었니?”

…집에서 노느라 회사에 한 번도 안 나갔으니까 못 들은 게 당연하지.

화연이랑 누나랑 혜령이 이모가 알아서 처리했나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외교부 쪽의 중년 여성이 영은이를 보며 보고해왔다.

“영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화면에 띄울까요?”

“하세요.”

곧이어 뜬 화면에는 60대의 남자 한 명과 40대의 여자 한 명이 나타나며 화면을 반반씩 나누었다. 남자는 회색 머리의 웃는 인상의 남자였는데 여자는 약간 붉은 기가 감도는 긴 파마머리의 팜므파탈 같은 여자였다.

“두 분 모두 건강해 보이니 다행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호호호. 유영은 대통령께서도 잘 지내셨나요? 저번 거래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고 푸친 대통령께서 전해달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야 잘 지내고 있지요. 저나 여왕 폐하께서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고 계십니다.]

영은이의 말에 남자와 여자는 동시에 입을 열더니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 영은이의 옆에 앉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자가 러시아 외무장관이고 남자가 영국 외무장관인가?

“안녕하세요.”

[으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랑 블루 회장이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셀로비치 빅토리아 라프로브라고 해요. 셀비라고 불러주세요.]

내가 먼저 인사했더니 말이 끝나자마자 셀로비치 빅토리아 라프로브…. 셀로비치 외무장관이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친근한 듯이 인사를 걸어왔다.

그냥 활달한 데다 머리 스타일 덕분인지 잘 봐주면 30대 초반으로도 보일법한 외모다. 나한테 윙크를 보내며 매력을 어필하려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셀로비치 장관의 모습에 영은이가 진한 웃음을 띠기 시작한다.

셀로비치 장관에게 손을 흔들어주니 이번에는 영국의 외무장관이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필립 하몬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참 좋은데 뭐라 할 말이 없군요. 하하하.]

“후후. 두 분 장관께서 그랑 블루 회장을 보고 기쁜 마음에 그러시는 건 알겠지만, 지금 상황이 약간 긴급한 상태라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으면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외무장관이라고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사교성이 높은지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가 더 나오기 전에 영은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냈다.

[으음? 긴급 상황이라니…. 혹시 그랑 블루 회장님과 미국이 얽힌 일에 관련된 걸까요?]

[하하. 저희는 여왕 폐하께서 그랑 블루 회장과 관련된 일이라면 바로 연락을 하라 말씀하셨지요…. 오, 마침 여왕 폐하께서 직접 대면하겠다 하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윽. 여왕 할머니가 직접 대화한다고? 그런데 그건 러시아도 마찬가지인지 셀로비치 장관은 무척 아쉽다는 듯이 검지로 입술을 살짝 누르더니 비음을 내면서 입을 연다.

[흐~응. 아쉬워요~. 그랑 블루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텐데~. 하지만 저희도 푸친 대통령께서 그랑 블루 회장님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직접 말씀 나누겠다 하셨지요. 방금 연락을 드렸으니 곧…. 아, 연결 됐네요.]

“빠른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두 분 장관께 답례를 해드려야겠습니다.”

영은이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영국과 러시아의 장관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후후후. 답례랄 것 있겠습니까. 하지만 굳이 해주신다면 언제 한번 업무차 방한했을 때 그랑 블루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다면 무척이나 기쁠 거 같습니다.]

[저도!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해? 내가 함부로 만나자고 해도 되나? 영은이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두 장관을 다독인다.

“이번 일이 끝난다면 기회를 봐서 한번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요, 회장?”

“네.”

언제 어떻게 마련한다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는데 필립 영국 외무장관과 셀로비치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얼굴에 미소를 띄며 잠시 기다려달라 말하고는 화면에서 사라져버렸다.

곧 대형 패널 화면은 까맣게 변해버렸는데 영은이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후우. 영국과 러시아의 수장과 직접 대면하기 위해서는 일찍이 약속을 잡고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결해도 저쪽에서 먼저 만나겠다니, 미국도 고개를 숙이고 영국과 러시아도 우호적이니 우리 서하를 대통령 자리에 앉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슬쩍 중얼거리는 영은이를 보니 정말 진심이 가득해 보여서 조금 인상을 찌푸려버렸다.

“정치 같은 거 진짜 싫어. 짜증 나.”

투덜거리고 있으니 영은이는 그저 귀엽다는 얼굴로 피식거리면서 웃고 장관과 차관들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영상을 기록 할 준비를 하고 나누는 대화를 기록할 준비를 한다.

잠시 후 화면에 영국 여왕 아르세이어 5세와 슬라드미르 푸친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떠올랐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여전히 곱게 늙어 우아한 모습의 여왕이었다.

[오랜만이군요, 그랑 블루 회장. 4개월 만인가요?]

“네. 이렇게 갑자기 뵐 줄은 몰랐네요.”

[후후. 저는 회장이 언제 다시 연락을 주지 않으려나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에 그냥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뒷머릴 쓸어내리는데 푸친 대통령은 슬쩍 날카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날 향해 입을 열었다.

강대국의 대통령으로 강직함이 가득 차있는 얼굴이 웃으니 그 기백도 무시 못 할 정도다.

[며칠 만에 다시 만날 줄 몰랐습니다. 우리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겁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기쁘다. 솔직히 이런저런 잡담으로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기에는 나도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여왕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푸친 대통령을 보며 살짝 눈을 감았다 뜨는 게, 분위기를 무르익게 할 사담을 끊은 게 못마땅한 걸로 보였다.

“저도 두 분을 만나서 기쁘네요. 이렇게 두 분을 동시에 만나 뵙고 부탁을 드리는 게 바른 일인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호의를 믿고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에요.”

그러면서 지금 나와 미국의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아르세이어 5세와 푸친 대통령은 어려울 게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부분이라면 우리 러시아가 최고입니다. 옳을 선택을 하셨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겠군요.]

[회장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드리지요.]

꽤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대번에 요청을 수락하는 두 수반은 머릿속으로 무슨 계산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번 일로 영국과 러시아가 얻을 이득을 생각 중이겠지.

“고마워요. 갑작스러운 연락에 무리한 부탁까지 들어주시니 저도 두 분 나라에 위험이 닥치면 팔 걷고 나서서 도와드릴게요.”

그런데 영은이는 날 힐끔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내 말에 덧붙여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아, 회장께서는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고위종 이상이 종종 출현할 거라 예상 중입니다. 여러 번 도움을 주고 있으신 아르세이어 5세 여왕 폐하와 푸친 대통령님이 수반으로 계신 이상 그랑 블루 회장과 한국은 두 분께서 보여주신 우호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당연히 그냥 도움만 받고 끝낼 수는 없으니 이번 일이 끝나면 대가로 몇 개의 고위급 위상석를 팔아주려고 했는데 영은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최고위 이형종(실은 고위 아종)의 출현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가 생각났다.

좋아. 당근을 내밀어 줘야겠다.

“네. 두 분의 나라에 감당못할 이형종이 나타난다면 제가 팔 걷고 나서서 도와드릴게요.”

마지막에 날 돌아보며 묻는 영은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여주니 푸친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씨익 웃고 여왕도 살짝 웃음을 머금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부러 신경을 써주신다니, 혹여 미국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심이 들고 있었는데 회장이 보여주는 호의에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군요.]

두 대통령…. 한 명은 여왕인가? 아무튼, 두 지도자는 정말로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감찰 일은 확실히 해줄 거라 생각한다.

그럼 난 집에 가서 머슬 베어를 잡을 준비를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이번에는 나랑 프랑 둘이서만 가야지.

“전 준비해야게 있으니 먼저 일어날게요.”

자리에서 일어서니 여왕이 아쉬운 눈길을 보낸다. 푸친 대통령도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 몸조심하시오. 능력자들이 최고위 이형종을 잡지 못하는 현재, 그대는 우리 인류의 희망이나 마찬가지니까.]

[머슬 베어라 하더라도 그대의 힘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부디 다치지 않길 기도하겠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마지막에 한 말은 진심이 가득 느껴진다. 영은이도 따라 일어나더니 날 보며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회장. 미국과의 협의는 우리에게 맡기세요. 미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 등은 저희가 조율하겠습니다.”

“부탁할게요.”

============================ 작품 후기 ============================

시뮬레이션 no.1 -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게 만약 국가 버전이라면?!

자기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도와주지 않은 원한에 복수심을 불태우며 미국의 특수 전쟁집단들이 보복을 위해 인공이한테 테러를 저지를 확률이 82.27%

건드리면 개같이 물어뜯는 주인공 성격상 미국의 보복에 인공이도 보복을 시작하면서 치킨 레이스가 벌어짐.

그러는 와중에 히로인이나 가족이 싸움에 휘말려서 다치거나 죽으면?

야마 돌은 주인공이 폭주해서 지구폭발 엔딩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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